연구성과

화학 김기문∙화공 오준학 공동연구팀, 분자인지와 유기반도체 소자 기반 고감도 휴대용 마약 센서 개발

2017-09-29 1,337

[필로폰 등 암페타민 계열 마약 감지, 기존 분석기 보다 만 배 정밀]

김기문교수,오준학교수,황일하박사,장문정박사

암페타민 계열 마약*1은 강력한 중추신경 흥분제로 합성이 쉽고 저렴해 불법 유통이 늘고 있다. 최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애더럴’은 국내 판매 허가가 나지 않았음에도 집중력을 높이는 약으로 알려져 운동선수부터 수험생에 이르기 까지 사회전반에 침투하고 있다.

현재 마약 검출은 면역분석기나 질량분석기 등의 값비싼 대형 장비가 동원된다. 정확도가 높지만 전처리*2 과정이 복잡하고 결과를 얻는데 수 시간에서 하루이상 소요된다. 휴대용 마약 분석기는 1 ppm*3 이하의 농도는 검출이 어렵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김기문 단장(화학과) 연구팀과  화학공학과 오준학 교수 연구팀은 극미량의 샘플로도 암페타민 계열의 마약을 검출하는 고감도 휴대용 마약 검출 센서(이하 마약 센서)를 개발했다. 상용화로 이어질 경우 음주단속처럼 간단하게 마약 단속이 이뤄질 전망이다.

마약 센서는 소변이나 땀 또는 침 한 방울이면 초미량의 마약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출한다. 센서의 크기는 1.5㎝×3.5㎝(가로×세로)에 불과하며, 휴대가 간편한 스마트밴드 형태로도 만들었다.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검출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림2. 암페타민 계열 마약 검출용 무선 센서의 구성 사진(좌) 및 스마트밴드 타입으로 제작된 휴대용 센서(우)

연구팀은 유기반도체*4 소자에 분자인지*5를 적용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유기반도체 소자 표면에 암페타민 계열 마약 분자를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쿠커비투[7]릴(cucurbit[7]uril, 이하 쿠커비투릴)*6의 분자층을 3~4겹 코팅하는 방식이다. 만약 암페타민 분자가 쿠커비투릴과 결합하면, 쿠커비투릴의 전하 배치가 미세하게 바뀐다. 반도체 소자는 이에 민감하게 반응해 전기 신호를 내보내며, 신호의 세기는 암페타민 분자의 농도에 비례한다.

마약 센서의 민감도는 물의 경우 0.1 ppt*3, 소변의 경우 0.1 ppb*3의 농도로 기존 휴대용 분석기가 소변에 반응하는 것보다 만 배 이상 높다. 분자인지에 기반해 필로폰이나 엑스터시와 같은 암페타민 계열 마약은 모두 검출한다. 화학구조를 일부 변형시킨 변종마약에도 빠르게 대응해 맞춤형 센서를 제작하기 쉽다. 연구진은 이 연구로 확보한 기술로 환경호르몬이나 독성·위험 물질을 감지하는 센서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김기문 교수는 “마약 검출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꿀 연구결과로 학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동교신저자인 오준학 교수는 “수용액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기가 흐르는 유기 트랜지스터와 분자인지의 완벽한 결합으로 고감도 마약 센서 제조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IBS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ell의 자매지인 Chem 온라인판에 우리시간 9월 29일 공개되었다.

* 본 보도자료는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작성 되었습니다.
 


1. 마약
암페타민 계열 마약(암페타민, 필로폰, 엑스터시 등)은 합성이 쉽고 저렴하여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을 빠르게 대체하며 최근 대마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남용되고 있는 마약
2. 전처리
샘플 속에 있는 마약을 정확히 검출하기 위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도를 높이는 작업
3. ppm, ppb, ppt
농도의 단위. ppm = 백만분의 일, ppb = 십억분의 일, ppt = 일조분의 일
4. 유기반도체
주로 탄소 기반 화합물로 이루어진 반도체 물질
5. 분자인지
분자들이 서로 짝을 알아보고 합쳐지는 것으로 수소결합, 소수성 상호작용, 반데르발스 힘 등과 같은 약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
6. 쿠커비투릴
호박 모양으로 생긴 속이 비어있는 고리형 화합물. 친수성의 입구와 소수성의 텅빈 내부가 존재하며, 분자인지 현상을 통하여 특정한 화합물과 결합하여 초분자를 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