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7대 김도연 총장 취임사

사랑하는 포항공과대학교 학생 여러분, 자랑스런 동문 및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오늘 귀한 시간 내시어 이 자리에 함께 하신데 대해 깊이 감사 드립니다.

저는 오늘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의 제7대 총장으로 취임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포스텍은 대한민국을 빛내는 보석 같은 존재입니다. 포스텍의 가족으로 일하게 된 것이 저 개인에게는 무한한 영광이며, 따라서 당연히 기쁨 가득합니다. 그러나 저는 포스텍을 세계무대에서 더욱 손 꼽히는 대학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압박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 4년간 총장으로 일 하면서, 포스텍을 포항과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며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견인하는 최고 명문대학으로 발전시키는데 진력하겠습니다.

우리의 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이 기적이듯 포스텍의 건학과 발전도 꼭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박태준 설립이사장님은 마치 석기시대와 같았던 국민의 삶을 철기시대로 이끄신 분입니다. 그 분의 비전과 지도력으로 허허 발판이었던 포항은 포스코와 더불어 세계적인 산업도시로 발전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탁월한 인재양성이 국가발전의 핵심이라는 “교육보국”의 신념 하에, 포스텍이라는 연구중심대학을 세워 연구문화를 온 나라에 확산시킨 것도 바로 그 어른입니다. 포스텍은 한 개의 촛불보다도 어두웠던 30여 년 전 우리 대학사회의 연구 문화에 불씨를 지폈고 이제는 과학기술의 미래를 밝히는 큰 등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배우기 위해 많은 외국학생과 연구인력이 찾아오는 세계적 위상의 포스텍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포스텍의 지난 30년은 자랑스런 역사입니다. 큰 성취를 이루신 전임총장님들을 비롯한 포스텍 가족 모든 분의 노력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아울러 그간 포스텍의 발전을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경의를 표하며, 특히 개교 이래 한결 같은 마음으로 포스텍을 지원해 주신 포스코의 전현직 관계자 여러분께 각별한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포스코의 성원과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포스텍은 물론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개인은 물론 어떤 조직에게도 항상 더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 미래입니다. 저는 4년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포스텍을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 남긴 저의 기록을 며칠 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포스텍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포스텍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이는 저의 평소 신념입니다. 지역에 최고의 대학이 있어야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포스텍만이 이룰 수 있는 일입니다. 저를 비롯한 포스텍의 구성원 모두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날의 성과에 긍지를 지니지만 냉철한 예지와 과감한 도전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현대를 관통하는 단어는 변화와 혁신이기에, 우리가 가꾸어야 할 포스텍의 앞날에는 지난 날들보다 훨씬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메소포타미아지역의 수메르 사람들이 문자를 처음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은 약 5,000년 전의 일입니다. 그리고 500년 전에는 금속활자가 발명되었습니다. 컴퓨터가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50년 전이며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들어온 것은 불과 5년전입니다. 5년 전에 비해 오늘의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되돌아 보면, 우리는 참으로 빛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기업의 세계에서 회자되는 이야기지만, 부도로 몰락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기업의 최고책임자가 갖는 가장 큰 의문은 “잘 나가던 때와 다르게 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왜 이런 처지로 전락하게 되었을까”라고 합니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사회에서 전통과 관행에 머물면서 혁신하지 못하는 조직은 결국 도태됨을 의미합니다. 이는 대학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업시대, 정보화시대를 거쳐 융합시대로 접어 들면서 대학의 역할과 위상도 바뀌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포스텍 가족 여러분,

오늘의 대한민국은 포스텍이 출범했던 30여년 전과는 사회의 모든 상황이 너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젊은이들은 저성장의 늪에서 희망을 잃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혁신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이 바뀌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우리 사회의 많은 대학은 지난 날의 관행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저는 포스텍이 좀 더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우리나라 전체 대학 사회의 교육과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Flagship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선단(船團)을 이끄는 Flagship, 즉 기함(旗艦)은 높은 파도를 가장 선두에서 맞는 고통도 겪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이 역할은 포스텍만이 할 수 있습니다.

포스텍의 미래를 위해 저는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좀 더 개방적인 자세로 대학 밖의 변화를 받아 들이겠습니다. 개방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가져오지만 발전과 혁신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힘은 경쟁에서 나옵니다. 전공간 그리고 학과간의 벽을 훨씬 낮추어 학제활동을 진작시키고 아울러 우선적으로 포항의 기업들과 교류를 강화하겠습니다. 대학의 개방을 통한 광범위한 협력체계 구축으로 교육 및 연구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겠습니다.

저는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우리 교수님들의 능력과 직원선생님들의 책임의식을 믿습니다. 학생들은 또 얼마나 탁월한 미래의 동량들입니까. 우리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습니다. 세계를 앞장 서 끌어 갈 수 있습니다. 모두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학발전을 모색합시다.

이를 위해 저는 다음의 사항을 새기며 대학을 운영하겠습니다.

첫째, 대학의 최우선 사명인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인구통계학자들은 현재 대학생의 많은 숫자가, 10년 후에는 지금은 세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학벌이나 전공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총체적 역량일 것 입니다. 과학기술분야의 수월성과 더불어 올바른 가치관 그리고 끊임 없이 탐구하고 도전하는 인재가 배출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 하겠습니다. 특히, 한 사람은 기대고 또 한 사람은 받쳐주는 사람 <人>의 의미를 체득시켜, 배려하고 협동할 줄 아는 인재를 육성하겠습니다. 최근에 일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인류사에서 문자와 인쇄술 발명에 이은 세 번째 혁명입니다. 전통적인 강의실에서의 지식전달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교육방식도 적극 이용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들에게 당부합니다.

대학생활 중에는 지적 능력과 도덕적 소양을 함께 갖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러분 개인의 삶은 스스로가 가꾸는 것이며 대학생활은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 갈 총체적 역량을 키우는 마지막 시기임을 항상 기억하기 바랍니다. 꿈은 꾸는 자의 것입니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정신을 키우기 바랍니다.

교육에 이은 둘째는 물론 연구입니다. 저는 포스텍이 지니고 있는 연구의 수월성을 견지하면서 국민의 삶에 더 많이 직접 기여토록 노력하겠습니다.

포스텍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입니다. 기초과학의 빼어난 연구성과로 국민들 모두가 포스텍을 자랑스러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력과 자원의 유동성을 높여 여러 학문분야가 협동하여 일하는 융합연구집단의 조직과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산학협동을 통한 가치 창출은 포스텍의 가장 중요한 건학 이념이기에, 포스텍의 연구 성과가 국민의 실제적 삶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겠습니다. 포스텍의 교수나 학생들이 직접 창업하여 이를 성공적으로 가꾸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의 기술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실제적 도움이 되는 연구활동을 높이 평가하겠습니다. 포스텍의 동문들이 주관하는 기업들의 연합체인 APGC (Association of Postech Grown Companies)와 적극 협조하면서, 특히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겠습니다.

셋째, 투명하고 개방적인 대학 운영으로 행정의 효율을 높이겠습니다.

대학의 기본인 교육과 연구가 원활하게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행정의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명실상부한 학과 주임교수 제도는 포스텍이 개교부터 견지해 온 앞선 제도 입니다. 주임교수의 책임과 권한을 더욱 강화해서 장기적인 계획에 의한 학과발전을 추구하겠습니다. 저는 총장에게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이 솔선 수범인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폭 넓게 수용해서 우리 모두가 기쁘고 신명나게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구성원들의 업무역량을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아울러 헌신적으로 일하며 성과를 내는 구성원이 더욱 인정받고 보상받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포스텍 가족 여러분,

오늘의 포스텍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는 이를 이겨내야 합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동양의 고전에서는 조직이 융성하고 발전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천시(天時), 지리(地利) 그리고 인화(人和)를 꼽습니다. 생각해 보면, 하늘의 때를 의미하는 천시는 박태준 설립이사장께서 30여 년 전 완벽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포스텍과 같은 이공계 대학에게 땅의 이익은 무엇이겠습니까. 세계적인 산업도시 포항은 이미 우리에게 넉넉한 지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은 인화입니다. 특히, 하늘의 때는 땅의 이득만 못하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는 가르침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화입니다. 서로를 신뢰하고 힘을 합치면 포스텍은 세계를 이끄는 최고 명문대학이 될 수 있습니다.

포스텍의 정신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의성, 기존의 통념에 맞서는 도전성,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공공성 그리고 인류 전체의 복지를 우선하는 사랑의 정신입니다. 총장으로서 이러한 포스텍의 정신을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신 내빈 여러분과 권오준 이사장님을 비롯한 포항공과대학교 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저의 취임인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15
년 9월1일
제 7대 총장 김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