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7 겨울호 / Hello Nobel / 한국의 괴짜 과학자, 한지원

2018-01-17 128

Hello Nobel / 한국의 괴짜 과학자, 한지원

 

2017 Ig Nobel Prizes
한국의 괴짜 과학자, 한지원

괴짜들의 상, 이그노벨상을 아시나요? 이그노벨상은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improb Genuine)’라는 말과 ‘노벨(Nobel)’이 합쳐진 말로, 1991년 처음 제정되었습니다. 모든 상들이 권위와 명예를 자랑할 때 필수 조건이 ‘유머’라고 불리는 말 그대로 ‘괴짜’들의 상입니다. 수상 목록을 보면 황당하고 우습기만 하지만 이런 연구가 영 엉터리인 것은 아닙니다. ‘처음엔 사람들을 웃기지만, 그런 뒤에 생각하게 하는(first makes people laugh, and then makes them think)’ 연구라는 원칙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그노벨상의 2017년 수상자 중 한 명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바로 ‘걸을 때 커피를 쏟는 이유에 대한 규명’을 연구한 한지원 씨입니다.

커피를 활용해
액체의 동력을 연구하다

157-11-1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한지원씨 (출처: http://mafi.co.kr/525)

157-11-2
Hand-claw method

157-11-3
한지원 씨가 사용한 실험장치

한지원 씨는 미국 하버드대의 잡지 ‘기발한 과학 연구(AIR)’가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개최한 2017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유체역학 부문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는 민족사관고등학교 재학 시절 커피를 활용해 출렁이는 액체의 동력을 연구한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모양이 다른 컵에 같은 세기의 진동을 준 후 그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한 것입니다.

기계 진동 장치를 이용하여 와인 잔과 머그컵에 2Hz의 진동을 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같은 양의 액체가 들어 있으니 같은 양의 액체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와인 잔 안의 액체는 심하게 흔들리는 반면, 머그컵 안의 액체는 비교적 고요했고 쏟아져 나온 액체의 양도 훨씬 적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평소 걸을 때와 비슷하게 진동수를 4Hz로 설정했을 때 그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와인 잔 안의 액체는 거의 균형을 유지한 반면, 머그컵 안의 액체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즉, 사람의 걸음걸이의 주파수가 4Hz에 더 가깝기 때문에 와인 잔보다 머그컵 속의 커피를 쏟기가 더 쉽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단순히 액체의 양이 커피를 쏟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고 커피를 쏟는 현상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여러 물리적 상호작용들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커피를
쏟지 않는 방법

한지원 씨는 액체를 쏟는 현상이 가장 큰 조건에 대해 연구했고 공명현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커피와 컵의 상호작용 시스템을 강제 조화 진동자를 이용하여 구현해 냄으로써 커피 진동의 첫 번째 반대칭 모드의 공명 진동수를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걷는 동안 컵이 가속됨에 따른 주파수 스펙트럼은 더 높은 진동수를 띄웠습니다. 그 중에서 두 번째의 주 진동수가 커피의 공명 진동수와 일치함을 밝혀냈으며 이 때 커피의 쏟음이 가장 큰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의 걸음은 특정 진동수를 가지고 있는데 만약 이 진동수가 커피의 고유 주파수와 일치하게 된다면 공명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때 커피 쏟음이 가장 커지고 커피를 쏟지 않기 위해서는 컵이나 커피의 공명 주파수를 바꿈으로써 공명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커피를 쏟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까요? 한지원 씨가 제시한 첫 번째 방법은 컵의 손잡이 부분을 잡는 것이 아니라 컵의 윗부분을 잡는 것입니다. 그는 이것을 “hand-claw method”라 부릅니다. 이 방법으로 컵을 잡을 경우 걸음걸이에 의해 흔들리는 액체의 높은 주파수를 낮춤으로써 액체의 진동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사람들은 커피를 흘리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조금 더 흥미로운데 뒤로 걷는 것입니다. 보통의 걸음걸이와 비교했을 때, 주파수 스펙트럼은 더 고르게 분포되었으며 높은 주파수 모드가 훨씬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한지원 씨는 이 현상의 이유로 사람들이 뒤로 걷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뒤로 걸을 경우, 걸음걸이가 불규칙적이게 되며 무의식적으로 균형을 잡기 위해 신경 쓰게 됩니다. 첫 번째 방법과 마찬가지로 뒤로 걷는 것 또한 컵 속 커피가 훨씬 덜 흔들린다고 합니다.

한지원 씨는 2017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배웠는데, 연구는 당신이 몇 살인지 혹은 얼마나 똑똑한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지의 문제”라며 “커피를 충분히 마시고, 약간 운이 나쁘다면 당신은 보스턴에 있게 될 것(이그노벨 상을 받을 것)”이라며 익살스러운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한지원 씨가 이그노벨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은 무려 10조 달러인데요. 이 어마어마한 상금의 실체는 짐바브웨 달러로 책정된 상금이며, 미국달러로 환산하면 고작 40센트라고 합니다.

어찌 보면 한지원 씨의 생각은 어느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너무 사소해서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사소한 것으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만들어 냅니다. 상상이란 무언가의 새로운 창조가 아닌 사소한 것으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이그노벨상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그저 재미있고 기발하다 정도이지만, 과학자들은 자신이 하는 연구에 굉장히 진지하게 임합니다. 이색적인 발상과 유머를 가진 과학연구와 함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생각과 자신이 하는 연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기에, 그들이 더욱 더 멋져 보이는 게 아닐까요? “나에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 굉장한 호기심이 있는 것뿐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호기심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자료 출처. A study on the Coffee Spilling Phenomena in the Low Impulse Regime, Jiwon Han

157-11-w
글_신지현 산업경영공학과 16학번(알리미 2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