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8 가을호 / 지식더하기 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아름다운 관계 상보성

2018-10-29 38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아름다운 관계 상보성

포스테키안 독자 여러분들도 빛의 이중성에 대해 공부할 때 이질감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빛은 ‘파동’의 성질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빛의 특성은 일상 경험에 빗대었을 때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거시 세계에서는 두 가지 성질 중 하나의 성질만을 가지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죠.

160-21-1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닐스_보어

과거의 뛰어난 과학자들도 이러한 빛의 이중성에 대해 끊임없이 논쟁하였다고 합니다. 빛의 특성에 대해 논의되기 시작했던 17세기에는 저명한 과학자 뉴턴이 빛은 입자라고 주장하여 ‘입자설’이 받아들여졌지만 이후,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맥스웰이 실험으로 증명해내면서 ‘파동설’이 지배적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논쟁이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실험으로 증명해 내면서 또다시 빛은 입자성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양립할 수 없는,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었던 빛의 입자성과 파동성은 그 이름도 유명한 ‘닐스 보어’가 제시한 한 가지 개념으로부터 서서히 풀려나가게 됩니다. 그 개념은 바로 ‘상보성(Complementarity)’이었습니다. 닐스 보어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같은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양자 역학의 해석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개념을 도입하였습니다. 고전 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빛의 이중성’을 빛의 ‘상보성’으로 재해석해 낸 것이죠. 닐스 보어가 활약했던 20세기에는 양자 역학이 태동하던 때였고 오랜 과거부터 사용해 왔던 뉴턴의 고전 역학만으로는 미시 세계에서의 현상들을 설명해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상보성’이라는 개념은 물리학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유용한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순처럼 다가올 수 있는 과학 개념들은 여러분들이 배워 온 과학 개념들 중에도 이미 많이 있답니다. 첫 번째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입니다. 불확정성의 원리란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측정하려 할 때 운동량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하면 위치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입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고자 하면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원리입니다. 흥미로우면서도 모호한 개념이지요? 하지만 두 가지가 상호 보완되는 관계에 있다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현상의 시공적 기술과 인과적 기술도 상보적인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시공적 기술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측정을 계속해야 하지만, 양자역학에 의하면, 측정의 조작은 상태가 연속되지 않는 것에 확률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으로, 인과적 기술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반대로 측정을 하지 않는 사이의 상태의 변화는 인과적으로는 가능하게 된다고 하니, 이러한 현상도 상보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상보성은 물리에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생명에도 존재하는데요, DNA를 구성하는 아데닌, 티민, 구아닌, 사이토신이 그 주인공입니다. 아데닌과 티민끼리, 구아닌과 사이토신끼리만 결합하는 DNA의 염기 구성은 상보적 관계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어둠이 있어야 빛의 존재도 증명되듯이 어쩌면 ‘상반’의 관계에 놓일 수 있는 개념들이 필수불가결하게 공존해야 한다면 ‘상보’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죠. 위에 제시한 개념들 이외에도 상보의 관계에 놓인 과학 개념들은 이미 많이 밝혀졌고 또 앞으로도 밝혀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과학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즉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과거에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불확정성 원리가 가지는 상보성과 DNA 염기들 간의 상보적 관계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주변의 현상들이 상보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인지 또 상보성을 가지는 과학 개념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는 무엇인지 고민해보면서 공부해 보는 건 어떨까요?

160-21-w

알리미 22기 이호준 | 화학과 16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