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8 여름호 / 세상 찾기Ⅱ / 과학의 대중화와 포스텍

2018-07-12 68

과학의 대중화와 포스텍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포스텍의 일상에서 일탈을 찾기란 어찌 보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와 연구와 시험의 굴레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 사람들을 동경하며 개성을 펼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본 것일까, 하루는 자신을 방송 작가라고 소개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받게 되었다.

<1박 2일> 방송에 출연하다

전화를 걸어온 이가 처음 한 말은 자신이 KBS의 방송 작가이며 촬영을 위해 나의 특징을 알려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어떠한 방송이었는지,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이러한 개성을 향한 강한 열망이 드디어 빛을 보는 것 같아서 행복한 마음에 개인적인 세부사항을 다 말했다. 작가 분은 면담을 요청해서 방송에서 이용할만한 정보를 더 묻고 갔다. 그제야 무슨 방송인지 물어보았는데, 과학 교양 프로그램이라는 대답에 개성과 과학을 합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더 들떴다.

인터뷰는 실제 촬영일로부터 약 4일 전에 진행하였다. 안내받은 바와 같이 과학 교양 프로그램을 촬영할 생각에 들떠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촬영 이틀 전, 작가 분이 급작스럽게 연락을 해 이 방송이 KBS의 <1박 2일>이라고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매우 당황스러웠다. 과학 교양 프로그램에서 내가 자신 있는 과학 분야와 개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라니,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이러한 당황스러움 속에서 ‘이 방송에 출연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이와 같이 혼란스럽고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 방송 촬영은 시작됐다.

포스텍의 출연 학생들은 총 6명, <1박 2일>의 출연진과 똑같은 수였다. 각 멤버들과 팀이 돼 촬영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당일 오전 10시경 학생들은 학교의 특정 위치에 배정을 받고 각자의 파트너가 될 출연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기다렸고, 나의 파트너가 된 정준영씨를 만나게 됐다. 그런데 제작진의 친절함과 정준영의 등장은 출연을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굴뚝같았던 내 생각을 바꾸기 충분했다. 방송 출연 전에는 사람들이 대부분 차갑고 말을 나누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무척이나 친절했다. 포스텍 학생들 같은 보조출연자도 세심히 배려하는 모습에서 내가 잘못된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준영씨를 만나고 난 후 배정된 곳인 78계단을 이용한 점심 게임을 했다. 78계단 위에서 신발을 던지면 다른 사람이 아래에서 받는 미션을 진행하였는데, 미션의 높은 난이도 때문인지, 나의 부족한 운동신경 때문인지 실패하고 우리 팀은 점심식사를 하지 못했다.

점심 미션 이후에는 드디어 모든 출연진과 만나볼 기회가 주어졌다. 화면으로만 보던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참 생소했다. 우리 팀과 한 팀을 제외한 모든 팀이 점심 미션에 성공하였는데, 진짜로 출연자까지 점심을 굶기는 것이 확실한 리얼리티 예능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구구단, 닭싸움 등을 겨루어 점심의 일부를 먹을 기회를 제공해 주었는데, 분량과 실패 팀을 모두 생각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1박 2일 과메기’ 프로그램

이와 같은 시간이 지나고 포스텍의 ‘과메기’를 벤치마킹한 ‘1박 2일 과메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포스텍의 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전체 팀을 각 반으로 나누어 회의를 하여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구상하는 그런 자리였다. 우리 팀은 인근 카페로 이동하여 창의it융합 공학과와 화학과, 생명과학과 그리고 출연진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융합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출연진들의 눈으로 본 글로벌한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 방안, 그리고 세 명의 학생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긴 회의 끝에 팀의 주 아이디어로 출연진들이 심각한 문제로 뽑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it융합 공학과와 화학과의 미세먼지 센서가 달린 선풍기, 생명과학과의  생체 재료를 이용한 미세먼지 흡착 필터를 융합한 ‘미풍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미풍기’는 아이디어 회의 후 진행한 ‘1박 2일 과메기’ 발표회에서 다른 연예인, 학생, 제작진에게 뜨거운 호평을 받았는데,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촬영 중 만들 기회가 주어졌다. 비록 나는 필터만 제작하였으나, 다른 팀원들이 나머지 실질적 작동 부분인 선풍기와 센서를 제작 완료한 것을 보고 포스텍 학생의 대단함과 다른 전공과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출연진들이 자신들의 분야와 어찌 보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러한 일들에 열의를 보이고 자신의 손이 닿는 대로 도와주며, 이해하려 노력하고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이들과 학생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과학이 대중에게 한 단계 더 다가간 듯한 생각이 들었다.

KBS의 <1박 2일> 출연은 여러 가지를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사실 연예인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아이디어 회의와 직접적인 실현 과정에 부딪혀 보며, 이들도 우리와 같은 세상에 사는 사람이며 누구보다 열정 넘치는 사람임을 느끼게 됐다. 포스텍은 학부생부터 박사 후 연구원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지닌, 세계에 몇 되지 않는 최고의 대학이다. 포스텍과 1박 2일이라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과 예능 프로그램이 협력했기에 하루만에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실제 구현해내며 과학과 공학을 한 단계 더 대중화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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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욱 | 생명과학과 16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