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8 여름호 / 포스텍 실험실 /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URP

2018-07-12 291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URP

포스테키안이 된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가 있다. 바로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 URP)에 지원해 보는 것이다. URP는 한창 전공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POSTECH 학부생을 대상으로, 그들이 교육받는 중에 가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연구 주제로 선정하여 개별의 프로젝트로 이끌어 가도록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제부터 URP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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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P를 소개하며

엄밀히 말해 학부(대학교) 과정은 고등 교육 기관이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공통된 과목을 배우다가 문과/이과로 분리하여 조금 더 어려운 과목을 배우게 되는 것처럼, 대학에 진학하면 전공자는 해당 분야의 고급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교육학과’는 훌륭한 교육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법학과’는 유능한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디자인학과’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작품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공학과’도 출중한 이·공학 계열 종사자 및 연구자를 길러내는 것에 목표를 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학부생이므로 초점은 ‘교육’에 맞추어져 있다.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인 URP는 ‘교육’의 대상자에게 다음 단계인 ‘연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혁신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일반 대학생들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자신이 임하는 분야의 깊은 지식을 얻게 되며, 연구자로서 필요한 부분을 발 빠르게 갖추는 한편, 다음 진로의 결정에도 큰 도움을 얻게 된다.

URP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야기

“학부생에게 수행할 기회를 주겠다.” 말은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첫째로, 모든 연구에는 자금이 필요하다. 우수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초보 연구자에게 선뜻 자금을 내어주는 자선 사업가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둘째로, 학부생의 눈높이에서 연구에 대해 지도하고 필요한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그러한 인력, 즉 교수진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학부생을 지도할 만한 동기가 충분할까? 셋째로, 프로그램 전반을 지원하고 관리할 연구 인프라가 필요하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이 프로그램만을 위해 행정 직원을 배정하고 인력을 쓰는 것이 대학 차원에서 어떤 이익이 되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금력, 후대 양성에 뜻을 두는 진정한 교육자들로 구성된 교수진, 지원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인프라를 모두 갖춘 곳은 찾기 힘들다. 그 탓에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 역시 국내에서는 POSTECH이 거의 유일하다. POSTECH은 지원자들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초보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타 대학과는 대비되는 자체 입학 프로세스에 웬만한 자신이 있지 않고서야 힘들지 않을까?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은 POSTECH이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라는 방증이며, 반대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 본교 입학을 희망하는 후배 고등학생이 있다면 꼭 POSTECH을 선택할 동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연구 내용과 프로그램 후의 나는

프로그램의 지도는 약 반년 간 ‘연구 참여’라는 과목을 이유로 들락거렸던 연구실의 교수님께 부탁드렸다. 필자만의 전자회로를 설계해보고 싶은 마음에 지원한 URP와 이를 수락하신 지도 교수님. 필자가 제시한 큰 틀을 교수님께서 다듬어 주셨고, 협의를 통해 ‘나노와트 밴드갭 기준전압 생성회로 설계에 대한 연구’로 주제를 결정하였다.

어떤 디지털 전자제품이라도 올바른 동작을 위해서는 반드시 내부의 ‘기준전압’이라는 녀석을 필요로 한다. 이 녀석은 기기에 연결된 전원(배터리)의 값이나 주변의 온도 등에 무관하게 일정한 값을 나타내야 한다. 내부 물질의 농도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배터리의 전압처럼, 아니면 한겨울에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영하의 외부로 나갔을 때의 온도 차이처럼 스마트폰의 동작이 뒤죽박죽이면 사용하겠는가? 그렇다고 정확한 기준전압을 위해 너무 많은 전력을 소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자기기가 켜져 있다면 항상 함께 켜져 있어야 할 기준전압 ‘생성회로’ 때문에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30분만에 다 닳는다면 가치가 없을 것이다. 나아가 IoT(Internet of Things) 시대에도 이러한 초저전력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듯 필자의 과제는 특정 목적에 맞는 전자회로를 설계하는 것이었는데, 생각대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 느끼는 좌절과 밤새우며 매달려서 돌파구를 찾아내는 희열을 반복하였다. 수업을 열심히 들어 성적이 잘 나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희열. 최우수상을 받았던 연구 자체가 성공이었다기보다는, 과정에서 느낀 성장을 양분으로 다음 진로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되었고 현재는 그때 인연을 맺은 지도 교수님의 대학원 연구실로 진학하여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더불어, 연구에 필요한 장비나 시뮬레이션 도구의 사용법을 미리 익혀 생긴 시간적 이익과 연구하며 짬짬이 알게 된 다른 분야의 내용 덕분에 대학원에서의 연구 주제 설정이 빠를 수 있었다. URP 자체의 기간을 넘어서도 그때의 성장이 점점 더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URP만의 장점은

URP는 본교 및 타 대학에서 실시하는 연구실 인턴십 개념의 참여가 아니다. 본인만의 주제를 프로젝트화 하여 전체 과정을 지원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가령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되는 개별 연구비를 요소별로 분배하여 잘 집행하는 것, 연구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지도 교수님의 의견을 여쭈어 방향을 수정하거나 필요한 다른 내용을 조사하고 개발하는 것, 6개월에 이르는 연구기간에 대한 과정을 기록하고 성과를 최종 보고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타인 앞에서 발표하는 것까지. URP 참여자는 단일 과제로써 겪어야 할 모든 과정을 다 짚어볼 수 있으며, 이는 전국의 대다수 학부생이 얻을 수 없는 기회이다.

나아가 연구비와는 별도로 연구 기간 중 개별 장학금을 지급받고, 연구윤리·연구방법·논문작성·멘토링 및 연구력 강화 workshop 등 또 다른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는다. 영어 논문 작성 경험을 가질 수 있다는 것과 본인의 선택에 따라 결과물로 사후 학술대회 발표나 학술지 논문 게재, 특허 출원, 공모전 참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도 어디에도 없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공계 석학을 꿈꾸며 공부를 이어가는 고등학생, 학부생이더라도 다음 단계인 연구에 대한 확신을 갖기란 매우 어렵다. ‘나의 연구 스타일은?’, ‘나와 맞는 연구 주제는?’, 혹은 ‘나는 연구와 맞는 사람일까?’ 등 자신에게 던져봐야 할 질문이 많다. 그렇기에 URP는 더욱 빛나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고민의 기로에 선 여러분에게, URP가, POSTECH이 해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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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 전자전기공학과 대학원 18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