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봄호 / POST IT

2019-04-18 188

포스텍 학부 출신 교수님 1호, 장영태 교수님을 만나 뵙다

장영태 선배님이 연구하는 이미지

이번 POST IT 코너에서는 포항공대 1회 졸업생 장영태 선배님과의 인터뷰를 담아보았습니다! 장영태 선배님께서는 현재 포스텍 화학과 교수님이시며, 우리 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마친 ‘토종’ 포항공대 출신 1호 대학교수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으십니다. 뉴욕대학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교수를 거쳐, 2017년 모교로 돌아오셔서 후학 양성에 힘쏟고 계시는 장영태 선배님, 그럼 지금부터 선배님의 이야기로 떠나볼까요?

선배님께서는 ‘센서와 분자 영상 연구실’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는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형광 물질을 합성하고, 특정 조건에서 형광 물질의 색이 바뀌는 특성을 이용하여 센서나 바이오 이미징 등에 활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우리 연구실이 형광물질을 합성하는 방법은 마치 한약재를 만들 때 한약방 서랍 속의 약재를 꺼내 적절히 조합해서 다양한 한약을 만드는 것과 유사한 원리인데요. 잘 설계된 합성법으로 하나의 화합물을 만들어 한 종류의 센서를 만드는 일반적인 센서 연구법과 달리, 다양한 조합의 화합물을 라이브러리의 형태로 만들어 내는 Combinatorial chemistry, 줄여서 콤비캠 방식을 이용하고 있어요. 특정 규칙을 바탕으로 매우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어 센서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죠. 이는 우리 몸을 침입한 외부 물질을 검출하기 위한 항체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비슷한데요. 한 가지 센서가 아니라, 수백 가지 다양성을 가진 센서를 만들어 놓고, 검색을 통해 적절한 센서를 찾아내는 원리죠. 현재 우리 연구실이 만들어 낸 형광 분자의 수는 1만여 개로, 세계 최대 규모의 형광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어요. 지금부터는 인간 세포 전체를 구분할 수 있는 형광 분자를 합성하여 휴먼 세포 아틀라스를 만드는 것을 연구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 분야에 언제부터, 어떻게 흥미를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학부 때 유기화학 성적을 B를 받았어요. 외울 게 많은 과목이라고 생각했고, 시험에 쫓기기도 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 과목이었지요. 그런데 영국에서 우연히 만난 좋은 책 덕분에 제대로 유기화학의 맛을 알게 되었어요. 학부 3학년 때 포스텍 단기유학 프로그램으로 영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겨, 영국 버밍햄대학교에 다녔습니다. 그때 헌책방에서 구한 Warren 교수님의 유기합성 워크북으로 공부를 하면서 유기화학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고, 저절로 잘하게도 되었던 거 같아요. 유기화학 교과서는 단어와 숙어를 가르쳐 주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은 문법을 가르쳐 주는 방식이라,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던 유기 반응들을 아우를 수 있는 직관과 문법을 익혔던 것이죠. 영국에서 유기화학을 위주로 심도 있게 공부를 하고 돌아오니, 유기화학에 대한 전체적인 줄기가 대충이라도 세워진 느낌이었어요. 그 후 교과서로 다시 살을 붙여갔죠. 이 경험이 제가 현재 연구하고 있는 학문에 들어서는 데까지 가장 큰 의미를 불어주었던 경험인 것 같네요.

선배님께서는 뛰어난 연구 성과뿐 아니라, 명강의로도 유명하신데요. 현재 강의하고 계시는 ‘의약생명화학’이라는 과목도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의하실 때, 특별한 교육 철학이 있으신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 학생들을 만나보면, 저의 학부 수준 때보다 훨씬 더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지만, 깊이 생각을 하면서 공부하는 여유는 부족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아무리 지식이 많은 상태이더라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짚어 주면서 흥미를 잃지 않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강의 시간 동안 학생들의 생각 흐름, 시선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워서 수업 시간마다 이름을 부르며 질문도 던지면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관련된 재밌는 영상이나 토론 수업도 학생들의 흥미를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생명이 살아있듯이, 수업도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학생들이 어려운 질문을 던질 때마다, 저도 스스로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는 과정이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는 자세인 것 같아요. 지난 학기 때는 일반 화학을 가르쳤는데, 학부 때 이 과목을 제대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지나서인지 가르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매주 세 시간짜리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주말마다 머리 싸매고 공부하면서, 거의 고3 수험생처럼 한 학기를 보냈어요. 아마 학생들보다 훨씬 공부를 많이 했을 겁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싱가포르에서 교수 생활을 하셨는데, 2년 전에 모교인 포스텍으로 돌아오게 되신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한국에, 그리고 포스텍에 돌아오는 것이 훨씬 보람이 있을 것 같았어요. 포스텍은 저에게는 언제나 외할머니가 계시던 외갓집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외국은 학교의 문화가 많이 다른 만큼 학생들의 정서도 아주 달라서 힘든 점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포항에 있는 후배들, 우리나라 학생들을 가르쳐보니 훨씬 정이 많이 가요. 또 포스텍 학생들이 실제로 더 똑똑해서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도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이유로는 싱가포르에 있을 때 어느 순간 제가 연구를 즐기기보다는 연구원들을 관리하는 정도의 일만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구실에 학생보다는 박사후 연구원만 스무 명이 넘을 정도로 랩(연구실)이 정말 컸던 만큼, 연구에 제 스스로 열정을 쏟으며 같이 배우고 익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서, 규모가 작은 랩을 하면서 학생 하나하나와 가깝게 소통하고 부대끼면서 살아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요즘 공부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재밌어서 하는 것으로 밥도 먹고 살 수 있으니까 이렇게 좋은 직업이 없어요.(웃음)

장영태 선배님을 인터뷰하는 이미지

인터뷰 내내 학문에 대한 갈증과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선배님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기화학 성적을 잘 못 받아서 흥미가 떨어진다는 제 농담에 선배님의 유기화학 성적을 알려주시며 성적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요. 늘 연구와 배움에 있어 즐거움이 최우선 순위이신 선배님의 신념이, 저희 후배들에게 닿아 열정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들도, 단순히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진정으로 즐겁게 하는 일을 꿈꾸고 노력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알리미 23기 화학과 17학번 이예지

알리미 23기 화학과 17학번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