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가을호 / MOVIE INSIDE / 그래비티

2019-10-22 916

MOVIE INSIDE / 그래비티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 혹시 <그래비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나요? <그래비티>는 2013년에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로, 허블 우주망원경 수리를 위해 지구에서 600km 떨어진 우주에서 탐사 활동을 진행하던 산드라 블록(스톤 박사 역)이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치면서 겪게 되는 내용을 담은 영화입니다. 광활하고 어두운 우주에서 홀로 남게 된 스톤 박사의 모습은 3D 그래픽과 적막한 사운드 효과를 사용해 관객들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비티>는 2013년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5억 불(한화 약 6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래비티의 제작비가 약 5,500만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사람들은 영화 속에 비과학적인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영화를 보시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이번 무비 인사이드 코너에서 저와 함께 <그래비티> 안의 비과학적인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영화를 샅샅이 분석해 보도록 해요!

먼저 분석해 볼 점은, 영화에서 나오는 우주의 폭파 잔여물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폭파 잔여물은 우주에 남을 수 없습니다. 우주에서는 지구와 다르게 어떤 물체가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외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 영원히 움직이므로 폭파되는 순간 잔여물이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지구로 날아가 유성처럼 사라지거나 더 먼 우주로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고, <그래비티>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 궤도에 폭파 잔여물이 남아 있는 것은 첫 번째 오류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엄청난 우연으로 일정 궤도에 폭파 잔여물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같은 궤도에서 움직이는 물체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속도가 같으므로 폭파 잔여물과 주인공들이 있는 지점은 절대로 만날 수가 없게 됩니다. 잔여물 속도가 빨라서 주인공들 쪽으로 올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지구를 도는 궤도가 커져서 원래의 궤도를 이탈하거나 더 큰 궤도를 돌게 되어 <그래비티>에서 나오는 것처럼 같은 궤도에서 돌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비티>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한 직후에 스톤 박사가 코왈스키를 줄 하나로 붙들고 있다가 코왈스키가 스톤 박사를 살리기 위해서 줄을 풀어버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애초에 둘 다 우주 정거장을 기준으로 정지한 상황이고, 궤도상의 무중력 상태에 있기 때문에 줄을 풀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줄을 푼다고 하더라도 코왈스키가 멀리 떠내려가 버리는 연출은 과학적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운동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죠. 오히려 두 사람을 연결하는 케이블로 인해서 반작용이 발생하므로 코왈스키가 스톤 쪽으로 끌려와야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여러 가지 과학적 오류들을 모아서 살펴보자면, 영화 속에서와 다르게 각각의 궤도에서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중국 우주정거장, 허블 망원경은 그렇게 가까이 있지 않습니다. 우주인들이 우주복을 입고 가고 싶은 방향대로 유영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대기에 재진입할 땐 매우 정교한 제어가 필요합니다. 1~2도 사이에서 정교하게 각도를 조정하지 못했을 경우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가거나, 불에 타서 죽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라고 우주인들은 교육받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물수제비를 뜨는 것과 같은 논리인데요, 각도에 따라 물 표면에 돌이 튕기는 것처럼 지구의 얇은 대기권을 통과할 때 각도가 정확하지 않다면 지구로 살아 돌아오기는 힘든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장면은 스톤 박사가 소화기의 추진력을 이용해 중국 우주정거장에 다가가는 장면입니다. 우주용 소화기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작용·반작용 법칙을 이용한다면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소화기를 이용해 약간 정도는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와 같이 빙글빙글 돌면서 정확한 위치를 찾아 우주정거장으로 다가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작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에만 가까이 가려 해도 아주 정밀하고 느린 속도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화기의 이산화탄소를 통해 우주에서 유영하는 스톤 박사의 모습은 명백하게 과학적 오류라고 할 수 있답니다! 이렇게 해서 <그래비티>에서 나오는 장면들에 대한 오류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았는데요, 위에 나오는 장면과 여러분이 영화를 보면서 오류라고 생각한 부분들이 얼마나 일치하나요? 이 글을 읽고 과학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다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를 다시 보면서 과학적 오류를 찾는 일은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뿌듯한 일이랍니다.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알리미 24기 산업경영공학과 18학번 박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