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봄호 /Science black box /Science in Color

2019-04-18 969

Science black box /Science in Color

 개나리 이미지

따뜻한 봄이 온 만큼, 진달래, 개나리, 벚꽃 등 각각 아름다운 색을 띠는 꽃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꽃들은 함유한 색소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형형 색색의 꽃을 피울 수 있답니다. 식물의 색소는 주로 탄소를 포함하는 화합물, 즉 유기화합물이 대부분인데요. 그러나 모든 유기화합물이 색을 띠는 것은 아닙니다. 유기화합물 중에서도 에탄올, 톨루엔, 벤젠 등은 아무런 색도 띠지 않는 무색 액체이죠. 그렇다면, 어떤 물질이 색을 띠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색을 띠는 원리에서부터, 색을 조절하는 물질까지, 색에 숨겨진 과학을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물질이 색을 띠는 원리는?

‘색’의 개념은 ‘빛’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물질은 빛 중에서 각자 고유한 영역의 파장만 흡수하고, 나머지는 반사하게 됩니다. 이때 반사하는 빛이 우리가 인식하는 ‘색’인 것이죠. 개나리의 꽃잎이 노란색인 것은 꽃잎의 색소 분자들에 의해 흡수되지 않고 튕겨 나온 색이 노란색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선택적으로 빛의 흡수가 일어나는 원리는 매우 작은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현상을 이해하는 ‘양자역학’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사는 거시적인 세계에서는 에너지가 연속적으로 존재하지만, 원자나 분자 등 우리가 볼 수 없는 매우 작은 세계에서는 에너지가 불연속적으로 존재합니다. 바로 이 불연속적인 에너지 간격에 해당하는 특정 에너지가 흡수, 방출될 수 있는데요. 이 에너지 단계는 물질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에 각 물질이 흡수, 또는 방출하는 빛의 파장이 다양한 것이랍니다.1 예를 들어, 당근의 색소인 베타카로틴은 455nm의 빛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흡수하여 전이될 수 있는 에너지 단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색광을 쬐어주었을 때, 450nm 대의 빛(푸른색)은 흡수되고, 다른 모든 파장의 빛들은 투과되어 우리 눈에 도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푸른색이 제거된 백색광을 볼 수 있고, 우리는 이를 노란색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전자가 존재하는 공간이 길어질수록 흡수 파장은 더 길어진다!

이번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색소인 엽록소에 대해 한 번 알아볼까요? 엽록소는 식물의 잎이 초록색을 띠게 해주는 색소인데요. 이 엽록소도 작은 구조의 차이에 의해 엽록소 a와 엽록소 b,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Figure 1) 이 두 물질은 흡수하는 빛의 영역대에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요. (Figure 2) 이 두 물질은 7번 탄소에 메틸기(-CH3)가 있는지(엽록소 a) 알데하이드기(-CHO)가 있는지(엽록소 b)에 따라 구분됩니다. 그리 큰 구조적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왜 이 물질이 흡수하는 파장대가 달라지는 것일까요? 우선, 엽록소는 클로린 링 중심에 마그네슘 이온이 결합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Figure1의 구조를 참조하면, 이 클로린 링은 매우 많은 탄소 단일 결합과 이중결합이 번갈아 있는 고리 구조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탄소 단일 결합과 이중결합이 번갈아 길게 나타나는 구조를 콘쥬게이션(conjugation)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 콘쥬게이션 구조에서는, 각 탄소가 결합을 형성하고 남은 하나의 p오비탈끼리 평행하게 상호 작용하여 π 분자 오비탈이라는 새로운 오비탈을 이루게 됩니다. (Figure 3에서의 ψ1~ ψ4*) 이때, 에너지의 흡수는 주로, 전자가 차 있는 가장 높은 π 분자 오비탈(HOMO)에서 비어있는 가장 낮은 π* 분자 오비탈(LUMO)로의 전이 과정에서 주로 일어나게 됩니다. 이때,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더 길어질수록(더 많이 콘쥬게이션될수록) 관여하는 p 오비탈의 개수가 많아지면서, HOMO와 LUMO 사이의 간격은 더 좁아집니다. 즉 에너지 간격이 줄어들므로 흡수하는 파장대는 더 길어지게 되겠죠.2 엽록소 b의 경우, 알데하이드기의 C=O의 이중결합이 콘쥬게이션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엽록소 b의 system에서 전자는 더 긴 공간에 걸쳐 존재할 수 있고(더 많이 콘쥬게이션 되고), 그에 따라 흡수 파장대가 더 길어지는 것이랍니다.
 엽소록 a와 엽록소 b의 구조, 엽록소 a와 엽록소 b의 흡수 스펙트럼, 4개의 π 분자 오비탈의 에너지 준위 모식도

전자가 존재하는 공간을 조절함을 통해 color를 조절하다,
Quantum Dots

나뭇잎을 확대한 이미지

그렇다면, 전자가 존재하는 공간의 크기를 조절해 직접 color를 조절하여 물질을 합성하면 어떨까요? QLED TV에 쓰이는 Quantum dots(QDs)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QDs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띠기에 적당히 작으면서 반도체의 성질을 가지는 나노 결정입니다. QDs는 그 크기에 따라 발광하는 빛의 파장이 다양한데요. 이는 앞에서 설명한 것과 비슷하게, 전자가 존재하는 공간의 크기가 달라지면서 흡수하는 빛의 파장대가 달라지는 원리로 만들어지는 것이랍니다. QDs의 경우, 빛을 흡수한 전자가 다시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발광하는 특성이 있어, 우리가 색을 볼 수 있습니다. 크기에 따라 발광하는 색의 파장대가 매우 다양한 만큼, 디스플레이, 생체 이미징 등 그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할 것 같죠? 지금까지 Color 속에 숨은 Science를 파헤쳐 보았습니다! 우리 세상이 형형색색으로 빛날 수 있었던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나요?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와 원자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 원리로 직접 색을 조절하는 기술까지. 과학이란, 이렇듯 자연을 이해하고 그를 응용하여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을 창조하는 과정이랍니다. 그럼 여러분들이 세상을 보는 눈에도 새로운 과학적 호기심이 담겼기를 기대합니다.


1 E = hc/λ 이기 때문에, 특정 빛 에너지는 그 빛의 파장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
2 E=hc/λ : 에너지는 파장에 반비례한다.

이미지출처 

ⅰ https://www.sigmaaldrich.com(Chlorophyll a and b – New Analytical Standards for Natural Pigments)
ⅱ http://www.ledgrowlightshq.co.uk/chlorophyll-plant-pigments/
ⅲ Mcmurry, Organic Chemistry, 9th ed, p. 439

알리미 23기 화학과 17학번 이예지

알리미 23기 화학과 17학번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