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기계·IT융합 장진아 교수팀, 폐암 환자의 몸, 3D 프린터로 실험실에 소환되다
[POSTECH ·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 연구팀, 기저질환이 있는 폐암 오가노이드 모델 개발]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1위는 ‘암(26%)’이다. 2020년 또한 암으로 사망한 인원이 가장 많았다. 폐암은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암이며, 내성을 가진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 약물 치료가 쉽지 않다.
환자의 유전적 특징을 가진 오가노이드*1는 유전자 변형과 표적 치료 등 약물 스크리닝 연구에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오가노이드 만으로는 종양을 둘러싼 복잡한 체내 환경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 기계공학과 · IT융합공학과 장진아 교수 · 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 최유미 씨, 주식회사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 이진근 대표 · 이하람 책임 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돼지의 폐에서 유래한 탈세포화 세포외기질(Lung-derived 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 이하 LudECM) 하이드로젤을 이용하여 기저질환이 있는 폐암 환자의 체내 환경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패브리케이션(Biofabrication)’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폐암 환자에서 유래한 오가노이드 △기저질환(폐 섬유증) 환자에서 유래한 섬유아세포 △혈관 세포를 기반으로 세 가지 유형의 바이오잉크*2를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이 개발한 LudECM이 오가노이드와 기질세포, 혈관세포로 구성된 복잡한 암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을 재현하기 위한 재료로 사용되었다. LudECM에서 배양된 폐암 오가노이드는 환자의 폐암 유형과 유전적 돌연변이 특징을 보존했다. 또, 기존에 사용되던 매트리젤(Matrigel)에 비해 섬유증을 동반한 폐암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약물 반응 실험 시 더 민감한 반응을 보임을 확인하였다.
이어,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해 관류성 혈관이 있으며, 폐 섬유증을 가진 폐암 환자 모델을 제작했다. 기저질환이 있는 폐암 환자의 체내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폐암 모델은 실제 종양을 둘러싼 복잡한 환경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여 이전보다 정밀하게 약물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실제 약물을 사용한 실험 결과, 폐 섬유증을 가진 폐암 모델은 일반 폐암 모델에 비해 약물에 대한 내성이 높았다. 이는 폐 섬유증이 항암제의 효과에 잠재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리고, 혈관화된 연구팀의 모델은 약물이 주변 기질로 흡수되거나 암세포와 기질 세포 간 상호작용에 의해 약물 전달이 중단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이 제작한 모델을 활용하면 기저질환이 있는 폐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를 이끈 장진아 교수는 “실제로 기저질환이 있는 폐암 환자는 합병증과 여러 위험 요소들로 인해 항암제 선별이 어렵다”며, “섬유증을 동반한 다른 고형암에 대해서도 맞춤형 치료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이 개발한 LudECM은 폐 오가노이드 배양용 바이오소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관련 특허를 주식회사 에드믹바이오에 기술이전 하였으며, 현재 상업화도 진행 중이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의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스마트특성화기반구축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1. 오가노이드(organoid)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함을 뜻하는 접미사 ‘oid’의 합성어로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작해 만든 장기유사체로, ‘미니 장기’, ‘유사 장기’라고 한다.
2. 바이오잉크(Bioink)
바이오프린팅의 원료이자 3D 바이오프린터로 분사하는 세포가 포함된 재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