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물리 김승환 교수팀, 의료사고 ‘수술 중 각성’, 이젠 “걱정 말아요”
[의식과 무의식의 기준 수치화(數値化)…마취심도측정 장비 개발 및 상용화 나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는 어디일까? 의식과 무의식의 수준(Level)을 어떻게 숫자로 정량화할 수 있을까? 이 오랜 질문의 답에 ‘물리학’이 도전했다. 마취가 되거나 깰 때 의식과 무의식 간 나들목의 경계와 깊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뇌의 신비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은 물론 수술 중 각성(intraoperative awareness)과 같은 마취로 인한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리학과 김승환, 산업경영공학과 정우성 교수팀은 서울아산병원 노규정 교수팀과의 공동연구에서 다채널 뇌파의 상호작용 분석을 통해 마취 중 의식 소실과 회복의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을 정량적으로 밝혀내었다. 특히 전신마취 환자 뇌파의 다양한 리듬의 시간적 변화를 분석해 마취에서 회복되는 과정의 의식 깊이와 수준을 수치화하는 데 성공, 보다 정확한 모니터와 대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물리학과 이헌수 박사 (현 미시간대 재직)는 “물리학의 엔트로피(무질서도) 개념을 도입해 뇌파 채널 간 위상 관계 변화의 다양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했다”며 “뇌 연구의 기존 방법론에서 더 나아가 마취 심도까지 연결한 것은 처음으로 이미 알려진 지표보다 더 정확하게 마취 후 의식 소실 과정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96명의 환자에게 마취제를 이용한 임상 실험을 한 결과, 마취 후에 환자의 뇌파가 엔트로피 지표에 맞게 현격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또한 다른 투약 실험에서도 엔트로피 지표와 의식 수준이 밀접하게 상호 연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에 기초해 위상지연 엔트로피(PLE)*1 지표를 활용한 마취 심도 진단 장비를 POSTECH, 서울아산병원 및 국내 기업이 현재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해온 김승환 교수는 “기초연구로부터 시작해 응용개발 및 임상까지 우리 고유의 기술에 기초한 국산 장비로 새 의료시장을 개척할 길이 열렸다”며 “후속연구를 통해 뇌의 신비에 계속 도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동연구는 뇌과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휴먼 브레인 맵핑’ 9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1. 위상지연 엔트로피 PLE(Phase Lag Entropy)
뇌파는 두피 표면에서 흔히 측정되는 복잡한 리듬이 혼재된 전기 신호이다. 보통 두피에 위치한 다수 센서에 해당된 채널을 통해 다채널 뇌파 신호를 측정해 다양한 수치적 분석을 하게 된다. PLE는 두 개의 채널 신호의 리듬 간에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는 위상 차이를 계산해 이런 위상 관계의 시간적 변화 패턴의 다양성을 엔트로피 화 한다. 엔트로피가 높으면 다양성이 커지며 엔트로피가 낮으면 다양성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