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물리 박경덕 교수팀, 뜨거운 침 한 방으로 트랜스포머 반도체입자 만든다
[박경덕 교수팀, 이종접합 2차원반도체의 준입자를 능동제어하는 나노현미경 개발]
영화 <스파이더맨>의 슈트처럼 얇고 부드러우면서도 다양한 전기적‧광학적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기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기존 성능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새로운 소재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 이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전이금속칼코겐화합물(이하 TMD)을 그래핀처럼 단일층으로 분리하면, 고성능 반도체특성을 갖춘 2차원 박막물질로 바뀐다. 특히 서로 다른 TMD 두 층을 쌓을 때, TMD 종류와 적층 방식을 달리하면 저마다 다양한 특성을 발현시킬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종접합 2차원 반도체는 미래 전자산업의 차세대 핵심 소재로 전세계 산업계와 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물질 내 준입자의 물리적 특성을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려워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리학과 박경덕 교수, 통합과정 구연정 ‧ 이형우 씨와 러시아 ITMO대 바실리 크랍초프(Vasily Kravtsov) 교수 공동 연구팀은 2차원 물질의 준입자를 좁은 공간에서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다기능 탐침증강 나노현미경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TMD 이종접합물질에서 새롭게 발현하는 층간엑시톤*1과 층간트라이온*2 등의 반도체입자를 약 20nm 수준에서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이종접합물질의 층간엑시톤은 일반적인 엑시톤과 같이 반도체 특성의 광발광 현상을 일으킨다. 전기적으로 중성인 준입자 상태에서 빛과 물질 간 전환이 자유로워 발열이 적은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존 엑시톤에 비해 결맞음시간(coherence time)이 매우 길어 양자정보통신 광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층간엑시톤은 상온에서 발광효율이 매우 낮고 발광에너지의 변조가 어렵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선행연구에서 엑시톤 나노공간제어 원천기술을 제시한 바 있는 박경덕 교수팀은, 기가파스칼(GPa) 수준 압력과 근접장 세기로 조절가능한 다기능 탐침증강 나노현미경을 개발했다.
이 현미경은 층간엑시톤의 발광효율을 약 9,000배 증가시키고 발광에너지(빛의 색깔)의 능동적인 변조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탐침기반 핫 전자(hot electron)*3 주입 기술을 더해 층간엑시톤과 층간트라이온 사이의 준입자 변환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번 성과의 최대 장점은 상온 상압 조건에서 물성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물론, 빛의 파장보다 훨씬 짧은 약 20nm의 공간분해능으로 반도체입자의 광학적 특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구연정 씨는 “이번에 개발한 나노현미경은 이종접합물질에서 새롭게 발현하는 물리적 현상을 층간엑시톤과 같은 반도체입자 개별 단위에서 규명할 수 있어, 앞으로 어떤 물리적 발견이 있을지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세대 물질로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종접합 2차원 반도체의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이 결과는 계측장비 개발의 기초연구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학계의 주목을 모았다.
또, 이 기술은 고휘도 초박막 웨어러블 광전자소자 등의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반도체 장비의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장벽을 구축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더욱 의미가 있다.
광학분야 국제학술지 ‘라이트: 과학과 응용(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1. 층간엑시톤(interlayer exciton)
이중층 절연체나 반도체 내에서 전자(電子)와 양공(陽孔)이 결합해 만든 준입자. 이중층 반도체 물질의 광발광 현상을 일으킨다.
2. 층간트라이온(interlayer trion)
층간엑시톤에 전자나 정공이 정전기력에 의해 더 붙은, 전하를 띠는 준입자. 반도체의 도핑 밀도에 영향을 받는다.
3. 핫 전자(hot electron)
분자의 흡착, 화학 촉매 반응, 빛의 흡수를 통해 외부 에너지가 금속 표면에 전달될 때 에너지가 100배 정도 높게 올라간 전자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