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IAN Today

이정희(신소재97학번), POSCO 최연소 여성 이공계 출신 팀장 날다

2015-09-07 2,242
 이정희(신소재97학번), POSCO 최연소  여성 이공계 출신 팀장 날다

최근 급속한 사회 발전 및 변화에 따라 여성의 교육기회와 수준이 높아졌고 이에 따른 자아실현 욕구의 증대, 성평등 의식의 변화 및 수준 높은 삶의 질 추구 등 가치관의 변화로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2015년 8월 4일 백악관에서 처음 열린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스타트업, 벤처기업 창업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백악관 데모데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더 활발한 창업을 위해 여성과 소수인종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 했다. 또한,백악관은 여성 위원회라는 조직을 두어 여성들이 이공계 분야에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맞춰 지난 6월 POSTECH은 내년 공과대학을 신설하는 숙명여자대학교와 교류협정을 체결하여 이공계 연구역량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춘 여성이공계 인력을 함께 양성하기로 했다.

포항제철소 최연소 여성 팀장으로 승진하며 자신의 분야에서 여성 이공계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POSTECHIAN이 있다. 포항제철소 최연소 여성 팀장 이정희 동문(신소재공학과 97학번)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POSTECH 신소재공학과에 1997년 입학했고 재학시절 알리미 3기로 활동했습니다. 학부 졸업 후, 2002년 포항제철소 품질기술부에 입사하여 중간에 품질경영이나 시스템 관련 업무를 하기도 했지만 입사초기부터 지금까지 열연품질관리개선 업무를 주로 담당 하고 있습니다.

POSTECH에 입학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처음 우연한 기회로 POSTECHIAN 소식지를 접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POSTECH에 입학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공부하기 싫을 때 마다 POSTECHIAN 소식지를 꺼내봤고 POSTECHIAN 소식지에 있던 잘생긴 남자 선배의 사진을 오려 책상에 붙여 놓고  ‘내가 꼭 POSTECH에 입학해서 저 선배를 만나야겠다’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결국 POSTECH에 입학해 그 선배를 만났고(웃음) 함께 알리미로 활동했었습니다.


저는 의사나 교사 보다는 제가 하고 싶었던 연구를 할 수 있는 소수정예 연구중심대학인 POSTECH에 진학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도 적극 추천해주셨고요. 그리고 POSTECH에는 본인이 추구하는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는 매니아층이 많이 진학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POSTECH의 첫 인상은 어떠셨나요?

신기하고 재미있었지만 동시에 약간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POSTECH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재학시절 최상위권이었던 학생들이잖아요? 그런 학생들만 모인 곳이 POSTECH이고요. 학창시절 과학고에 입학하고 싶다고 생각하다 포기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입학했던 신소재공학과 신입생이 35명이었는데 그 중 17명이 과학고 출신이더라고요. 저는 과학고 근처에도 못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학생들이 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처음엔 약간 주눅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이 생활하면서 그건 모두 제 기우였으며 전혀 주눅들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POSTECH 재학시절 현재의 이정희 동문께 영향을 끼친 경험이나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알리미 때문에 POSTECH에 입학했기 때문에 다른 동아리 활동은 안 했지만 알리미 활동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많은 입시생들이 정보가 부족하다거나 뚜렷한 주관이나 목적성이 없어 단순히 점수에 맞춰서 진학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알리미 활동을 통해 어떻게 대학을 선택해야 하고 어떤 전공이 전망이 있는지에 알려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저는 상당히 내성적이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목소리가 떨리고…(웃음) 알리미 활동을 하면서 마이크 잡고 발표할 기회나 인터뷰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런 알리미 활동들이 지금 제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논리적으로 의견을 말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POSTECH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저와 의견이 대립하는 사람과 싸운 적도 있었는데 POSTECH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저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더 다양화되고 활발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시면서 이런 유리천장을 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많은 분 들이 저에게 여성으로서의 직장생활에 대해 여쭤보시는데요,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 멘토를 갖는것 보다는, 저처럼 주위에서 업무적으로 조언을 받을 분을 멘토로 삼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저 나름대로 생각을 조언해드리자면,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스스로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라” 입니다.

어릴 적에 저는 손이 귀한 집에 첫째 딸로 태어나, 막내 남동생과 건건이 차별 받는 부분에 상당히 불만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남자와 여자는 화장실/목욕탕에서만 구분해야지, 하는 일을 갖고 구분해서는 안 된다, 남자와 똑같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여자니깐 이런 건 안 해도 된다는 자세로 행동하기 보다는 최대한 저의 힘으로 해결하려 노력했고, 혹시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것으로 저의 부족했던 부분을 커버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나만 여자다 보니 어려워서 나한테 필요한 일을 잘 요구 못하는 건 아닐까, 나를 배려해주려고 그런 건 아닐까" 생각해보고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면 서로 마음의 문을 열기가 더 쉬워집니다.

학창시절 혹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영향을 끼친 롤모델이 계시는지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저의 사수였던 분과 부장님이 저의 롤모델인 것 같습니다. 제 사수였던 분은 완벽주의에 가까웠을 뿐만 아니라 능력과 열정도 겸비했었습니다. 그분은 평소에 한번도 지각을 한적도 없고 아파도 출근하는 타입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어느 날 그분이 회사에서 위경련이 일어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오더 받은 업무를 마치고 가야 한다고 끝까지 본인의 일에 책임을 지고 퇴근하셨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하고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 될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분으로부터 자신에게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부장님께서는 제게 많은 기회를 주셨던 분 입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 제게 프로젝트 하나를 맡기셔서 열심히 논리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을 하긴 했는데 성과는 별로 안 좋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과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부장님께서는 제가 열심히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발표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고 “이런 프로젝트 한번 해볼래요?”라고 하시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프로젝트를 몇 번 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고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작은 성공들이 스스로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어 제 자신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그렇게 열심히 공부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회사에서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야금학과 같은 제 업무 관련 지식 서적뿐만 아니라 팀장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학, 심리학 관련 서적도 많이 읽었습니다.

마지막으로 POSTECH에 재학중인 후배들에게 꼭 해주시고 싶은 말씀 부탁 드립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POSTECH은 소수정예 연구중심 대학이어서 규모가 타 대학에 비해 작고 워낙 공부를 잘하던 친구들이 모여있어 우물인 개구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성공을 위해 많은 덕목이 필요한데 그 덕목 중의 하나라고 할 수도 있는 공부를 잘하는 것이지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공부보다 더 필요한 덕목이 많은데, 다양함 경험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넓은 세상에 나가면 혼란에 빠지기 쉽습니다. 학창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학업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를 맺는 방법,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 타인을 설득하는 방법 등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POSTECH이 제한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더욱 그런 기회를 만들어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못해서 학사경고를 받을까 고민했던 경험, 도피성 유학처럼 해외 어학연수를 떠난 경험들조차 제가 지금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