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인터뷰] 국종성·민승기·최원용 교수 연구팀, 폭우에 폭염에…지구 몸살에 ‘과학 기술’로 처방나선 이들

2019-08-06 1,582

인터뷰- 국종성 민승기 최원용 교수 연구팀 폭우에 폭염에... 지구 몸살에 '과학 기술'로 처방나선 이들

페루와 칠레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심한 가뭄이 들었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최고 4℃ 이상 높았다. 한반도에도 극심한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발생,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혔다.

‘엘니뇨’를 연구하는 기후학자들에게 1997~1998년은 중요한 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 엘니뇨가 전 세계의 기상 지도를 바꿔 놨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으로, 평소와 달리 따뜻해진 바닷물은 불어야 할 무역풍을 악화시켜 예상치 못한 폭우와 가뭄을 일으킨다.

환경공학부 국종성 교수 - 태풍처럼 엘니뇨도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다양한 특성을 지닌 엘리뇨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이상 기후에 대한 예측이 정확해 질 수 있다.

국종성 교수에게도 1998년은 특별하다. 그는 “엘니뇨 중 가장 컸던 슈퍼 엘니뇨지만 당시에는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이 없었다”며 “1998년 석사 연구로 엘니뇨 예측 모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기상청에서 엘니뇨 예측 모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 연구만 20년째 하는 있는 그는 다양한 연구로 지구 온난화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지난해 김진수 박사과정생과 정수종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로 토양의 수분이 줄며 이 때문에 엘니뇨에 의해 육지 온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온실가스로 인해 증폭된 엘니뇨가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탄소흡수능력을 많이 감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 교수는 “탄소는 모든 생물의 구성 원소다. 이산화탄소가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로 바뀌듯 끊임없이 순환하며 생태계를 유지한다”며 “엘니뇨가 탄소순환에 관여한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관련성이 커진다는 연구는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1년 반 뒤 일어날 엘니뇨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그동안은 6개월 전에만 예측이 가능했던 만큼 엘니뇨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국 교수와 박재흥 박사팀, 일본해양과학기술센터가 함께 한 이번 연구는 대서양 온난역(대서양 웜풀)을 통해 17개월 이후의 엘니뇨와 라니냐를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더욱이 대서양 온난역을 이용한 연구는 기존에 엘니뇨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던 태평양 효과나 인도양 효과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예측 기간이 길면서도 그 정확성이 기존의 예측인자에 비해 떨어지지 않아 학계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 교수는 “최근 들어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이 다른 지역보다 크기 때문에 대서양 온난역에 대한 기후학적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초에는 엘니뇨와 열대 대양 간 상호작용을 밝혀 엘니뇨의 장기 예측을 가능케 했다.

국 교수와 함유근 전남대 교수, 웬주 카이 호주연방과학산업기구(CSIRO) 박사를 비롯해 전 세계과학자 35명이 함께 한 이번 연구는 열대 인도양과 대서양 그리고 엘니뇨가 상호작용을 통해 기후 변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지에 지난 2월 게재됐다.

그동안 엘니뇨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았지만 열대 인도양과 대서양이 엘니뇨에 영향을 미치고, 이런 상호작용이 전 지구 기후 변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1990년 이후 대서양의 온난화가 빨라지고 있지만 대서양이 엘니뇨의 변동과 지구 온난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호작용에 주목했다”며 “기후 모형을 통해 열대 대양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지구적 이상 기후를 유도하는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 교수는 엘니뇨가 한반도에 미치는 연구도 집중하고 있다. 엘니뇨가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979년부터 2016년 8월 22일까지 총 42개 한반도 관측소의 일평균 강수와 기온을 활용해 분석, 연구 결과를 ‘2016 엘니뇨 백서’에 담았다.

그는 “엘니뇨는 큰 지역에 대한 예측으로 작은 지역에 대한 예측이 없다 보니 엘니뇨에 의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물어오면 원론적인 답 밖에 하지 못했다”며 “이에 기상청과 함께 만든 백서에 엘니뇨와 한반도 기후 관련성에 관한 내용을 넣었다”고 피력했다.

국 교수는 이제 엘니뇨의 ‘다양성’에 주목해 다양한 엘니뇨의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한다.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의 종류와 발생 과정이 갈수록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은 엘니뇨에 대한 평균적 연구가 주가 됐다면 이제는 엘니뇨가 갖는 다양성에 주목하고자 한다”며 “엘니뇨마다 발생원인과 특징이 다른 만큼 각국의 기상에 끼치는 영향도 다양할 수 있다. 엘니뇨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연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 기후변화 연구에 있어 목표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이다. 과거의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돼야 정확한 미래를 예측해 낼 수 있다.

“빨라지는 여름은 인간이 발생시킨 온실가스가 원인이다.”

기후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는 민승기 교수의 진단은 명쾌하다. 한반도의 봄은 뜨거워지고 있으며, 여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의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의 활동에 있다고 말한다.

그가 한반도의 봄철 이상기후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3년. 기상청이 이례적인 봄철 폭염주의보를 발효, 기후학자로 원인을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

민 교수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다. 전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오른다고 해서 모든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반도 같은 작은 지역에서 전 지구 평균 온도로 이상기후의 원인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폭염 등 재해는 지역에서 발생하니 이에 관한 연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지역 관점으로 돌린 그는 2017년 한여름처럼 달궈진 한반도의 봄철 이상현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당시 5월 평균기온은 18.7℃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5월 29일 밀양의 최고 기온은 36.6℃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보다 8일 정도 일찍 여름이 시작됐고, 경상도와 전라남도는 이례적으로 폭염 특보가 발표되기도 했다.

민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 기후모델링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의 이른 여름과 기록적인 이상고온 현상이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인간에 의해 증가한 온실가스로 이른 더위가 찾아올 가능성이 예년보다 최대 3배까지 높아졌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는 ‘미국기상학회보’지 특별호에 실리며 학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상기후는 주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갑자기 발생했다 사라지기에 관측 기록도 많지 않아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며 “직접 실험을 할 수 없기에 가상의 지구를 만들고 반복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인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역 분석에 사용되는 전지구기후모델(GCM)과 특정 지역 연구에 사용되는 고해상도 지역기후모델(RCM) 모의자료를 활용해 인간 활동이 포함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기상 이변 발생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2017년 한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5월 이상 고온과 빠른 여름의 시작은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해 그 발생 가능성이 2~3배 증가했음을 밝혀냈다.

민 교수는 “봄철 불볕더위는 여름이 빨라짐을 말해주는 현상이다. 결국 여름이 길어짐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앞으로 온난화가 지속되면 봄철 폭염 횟수도 증가하고 그 세기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웨더앳홈(Weather@home)’ 프로젝트를 활용했다. 이는 지구 전역에 있는 컴퓨터 사용자에게 기후 모델을 내려받게 하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유휴시간을 이용해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기후분석은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해 분석하려면 슈퍼컴퓨터만 가능한데 웨더앳홈은 분산컴퓨팅으로 단일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보다 빠르게 고해상도의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 등 작은 지역은 해상도가 낮으면 정확한 분석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는 가로, 세로 약 50km 단위의 고해상도 모델을 얻을 수 있어 정확도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지난해 여름의 폭염에 관해서도 분석해 논문에 투고 중이다. 연구팀은 이제 폭염의 원인에서 폭염의 지속 기간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자 한다. 폭염의 강도로 이상기후 원인 분석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폭염의 지속 기간은 더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이상기후에 대한 원인 파악에 있어 범위가 전 지역에서 지역으로 좁혀져 가고 있으며 이상기후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폭염은 온도와 함께 지속 기간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상기후의 원인 분석을 위해 강수량에 대한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 강수량은 가뭄, 물난리 등의 재해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강수량에 대한 관측 자료가 부족해 도전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

그는 “이상기후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정확한 관측 자료와 성능 좋은 모델이 필요한데 강수량에 대해서는 관측 자료도 모델도 성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 교수는 온난화에 대한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예측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 교수는 “기후변화 연구에 있어 목표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이다. 과거의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돼야 정확한 미래를 예측해낼 수 있다”고 피력했다.

환경공학부 최원용 교수 - 극지방 얼음이 논는 과정에서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물질도 함께 방출된다. 이런 현상이 글로벌하게 일어난다면 기후 변화를 저하시키는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얼음이 햇빛과 결합해 바다에 철분을 공급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는 지난 2010년 세계 최고의 과학 전문지인 ‘사이언스(Science)’ 편집장 선정논문으로 소개됐다.

당시 연구 결과는 산화철이 미세조류에게 필요한 철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얼음’의 역할을 새롭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됐다.

9년이 지난 지금. 이 연구는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대응 기술로 연구가 활발하다.

최원용 교수와 극지연구소 김기태 박사는 얼음 속에 존재하는 산화철 분진 입자가 햇빛에 의해 미세조류에 필요한 철분으로 쉽게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극지방의 얼음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의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한림대학교, 스페인 물리화학연구소와 공동 연구로 이뤄졌으며,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기술’ 표지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과거 실험실에서 산화철 입자를 얼렸다가 태양 빛을 쪼여 녹이면 산화철 입자가 물속에서 있을 때보다 잘 녹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당시 우연한 발견이었지만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 내용은 김 박사의 첫 번째 논문이 됐다”고 회상했다.

김 박사는 POSTECH 졸업 후 극지연구소로 옮겨서도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팀은 미세조류의 생산을 증가시키는 화학반응이 극지 바다의 얼음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극지방에서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주요 인자는 얼음 속 철분과 미세조류, 그리고 바닷물 속에 있는 요오드 성분이다. 미세조류는 단세포 조류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난화를 완화하는 주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극지방 바다에서는 미세조류의 번식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미세조류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 이온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극지방 바다에서 미세조류가 자라기 위해서는 영양분으로 철분이 필요하다. 산화철 형태는 미세조류 생산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하지만 극지방 얼음에서는 산화철을 철 이온으로 바꾸는 화학반응이 일어나, 미세조류의 성장을 돕게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원인으로 연구팀을 ‘동결농축효과’를 주목했다. 최 교수는 “통상적으로 용액을 얼리면 반응이 늦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동결농축효과는 이론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얼리면 반응이 더 빨리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얼음은 완전한 고체가 아니다. 얼음 결정 사이에 얼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이곳에서 철 이온으로 변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얼음 결정 주위의 화학반응은 철 이온과 함께 요오드 가스를 생산하는데 요오드 가스는 오존을 파괴하고 구름 생성을 촉진하는 미세입자를 형성하기에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최 교수는 “미세조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대기 중으로 방출된 요오드 가스는 구름 응결핵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름 입자가 많아지면 태양 빛을 반사하게 된다”며 “이런 현상이 글로벌하게 일어난다면 기후 변화를 저하하는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 내 연구로 자연계에서 가능할지는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며 “아직 연구 결과가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는 역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가 축적되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는 이상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