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전자 홍원빈 교수팀, 소방관의 눈과 귀 되어줄 ‘통신헬멧’ 개발
[POSTECH-포항남부소방서 무전기 일체형 소방 헬멧 개발]
지난해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진압 현장에서 노후화된 무전기가 먹통이 되며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지적됐다. 2층에 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정보가 무전기 고장으로 대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화재나 재난 현장에서 무전기는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는 피해를 막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일이 많지만 연기나 소음 등으로 상황을 바로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지시를 전달하는 무전기는 소방관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중요한 존재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무전기는 소방 작업 시엔 사용할 수 없었고, 그렇지 않을 때는 소음 때문에 이어폰을 장착해서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자전기공학과 홍원빈 교수팀은 포항 남부소방서와 함께 소방용 헬멧 안에 안테나와 무전기가 삽입된 일체형 소방용 무전 헬멧을 개발했다. 안전용으로 구조대원들이 착용하는 이 헬멧을 쓰면 내장된 안테나와 스피커를 통해 작전과 요청사항이 바로 전달된다.
지금까지 화재현장에서는 별도의 무전기를 두꺼운 방화복 상의에 끼워놓고 사용해왔다. 당연히 두 손을 사용해야 하는 소방 작업 중엔 조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장이 시끄러워 지시 내용을 전혀 들을 수 없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어폰을 꽂고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어폰의 선 때문에 귀에서 빠지거나 떨어지기도 했고 한 번 떨어지면 화재 진압 장갑의 두께 때문에 손으로 다시 끼울 수도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안전을 위해 반드시 착용해야만 하는 소방장비, ‘헬멧’에 주목했다. 헬멧에 무전 기능을 더하면, 두 손을 구조나 소방 작업에 활용하면서 지시사항을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게 된다.
2개월의 연구 끝에 개발된 ‘무전기 일체형 헬멧’은 무전기처럼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무선통신을 수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안테나와 스피커는 특히 탈부착이 가능한, 작은 모듈로 제작해 무게를 최소화하고 물로도 세척할 수 있게 하는 등 실제 활용성도 높였다.
또, 대학 연구실이 보유한 연구성과를 관공서와 함께 실제로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술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포항남부소방서 심학수 예방안전과장은 “수년간 화재 현장을 거치면서 무전통신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POSTECH과 함께 개발한 이 헬멧이 전국의 모든 소방대원에게 보급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홍원빈 교수는 “다양한 초소형 무선 통신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소방대원들이 더욱 안전하게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되어 더욱 보람을 느낀다”며 “구조활동은 우리 모두의 안전과도 관련된 만큼, 사회의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