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취임 1주년 서신

2024-09-02 638

친애하는 POSTECH 구성원 여러분,

물러갈 것 같지 않던 길고 무더운 여름도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어느새 뒷모습을 보이고, 따가운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가을의 도착을 알리는 듯합니다.

지난 1년은 포스텍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선상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글로컬대학 사업과 대학법인의 과감한 대응투자 결정으로 ‘POSTECH 2.0’이라는 전면쇄신 프로그램의 시동을 걸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38년 전 설립 당시의 위상을 회복하고 능가하기 위해 올해를 제2 건학의 원년으로 선포하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들과 어깨를 겨루며 그들에 뒤지지 않는 교육과 연구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구현해 낼 인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세계적 명문대학이 되는 데에는 훌륭한 연구업적과 높은 대학랭킹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남이 만든 지식과 기술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원천지식과 기반기술을 창조해내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학과 기업들은 지금까지 1을 100 또는 1,000으로 키우는 데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이는 우리가 충분히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놀라운 성공비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가 선두주자가 되어가고 있는 마당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작년 가을 학생들을 공관으로 초대한 자리에서 선물로 나눠준 책의 제목이 바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라는 “Zero to One”이었습니다. 저는 포스텍의 제 2 건학 사업이 지향하는 바는 단순히 과거의 위상 회복에 있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한국사회 전체가 또 한번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Zero to One”의 기치를 들고 앞서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높은 목표의 달성은 더 우수한 인재를 모으는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학부생의 경우 심층면접 입시제도를 도입하여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융복합 학업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융합전공 트랙을 운영할 것입니다. 아울러 자율적 진로탐색을 위한 Pathfinder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국제화, 해외연수, 단기연구, 창업기회도 제공할 것입니다. 대학원생들의 경우는 학업집중도와 연구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국내 최고수준의 생활비를 보장하고 맞춤형 연수 및 해외대학과의 복수학위제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교수님들께는 파격적인 수준의 정착지원금 및 성과급과 함께 정년연장 조기결정 제도와 미니 연구년 등의 지원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직원들을 위해서는 국내외 타 기관 연수와 포상제도를 강화하게 됩니다. 또한, 향후 50년을 내다보는 눈으로 새로운 교육∙연구∙주거시설을 건설하여 세계적인 미래형 캠퍼스 타운을 완성할 것입니다.

국제화의 중요성도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내년부터 외국인 학부생이 입학함과 동시에 대학원에서도 더 활발한 해외교류가 있을 것입니다. 국내최초로 영어캠퍼스를 표방했던 대학으로서의 명성에 손색이 없도록 실질적으로 완벽히 글로벌화된 학문공동체를 구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범지구적 이슈에도 앞장서는 대학이 되기 위해 올해부터 Green Campus 사업을 통해 UN이 정한 17개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달성해 나가면서 동시에 이 캠페인을 사회적으로 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포스텍은 ‘과학자의, 과학자에 의한, 과학자를 위한’ 대학입니다. 과학정신은 지식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 늘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유행을 좇지 않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할 때 그런 도전과 노력이 좌절을 겪을 수도 있으나 그 자체는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포스텍은 그 어느 대학보다도 이런 실험정신이 충일한 대학이 되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제 임기의 마지막 4년차에는 우리 포스텍이 개교 4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 대학은 이제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며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나 흔들림 없이 작년 제 취임사를 통해 밝힌 바에 따라 단기적 성과나 겉모습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세계무대를 향해 묵묵히 항해를 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1년동안 대학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애써주신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에 감사드리며 더 멋지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9월 2일
총장 김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