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소식
[포스테키안 인터뷰] 컴공 박찬후 학생(긱블 대표) “차고 같은 스튜디오에서 뚝딱뚝딱 상상하는 모든 것 만들어요”
마이크로 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기업이란 점과 함께 처음 작은 차고에서 시작한 회사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빌 게이츠는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누군가 차고(Garage)에서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제일 두렵다”고 말했다. 머릿속 상상이 구체화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곳,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처럼 차고 같은 공간에서 뚝딱거리면서 다양한 도전을 하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독보적인 공학 미디어 스타트업이 있다. ‘공학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한 번쯤 상상 속에서 꿈꿔봤던 것들을 직접 만들어 콘텐츠로 제공하는 이들에게 대중은 열광했다. 이들의 이름은 긱블, POSTECHIAN 박찬후 학생이 대표다. 그를 서울 성수동 긱블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음악 전공자는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연주를 얼마나 훌륭하게 하는지 관객에게 확인받잖아요. 왜 공대생은 시험 말곤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걸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릴 방법이 없는 걸까요?”
모든 것은 이 의문으로부터 시작했다. 박찬후 대표는 공대생도 음악가처럼 재밌게 잘하고 있음을 확인받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2017년 1월에 괴짜(Geek)와 할 수 있다(Able)는 영어를 합쳐 긱블(Geekble)이란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나 상상을 넘어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궁금증이 들었던 아이언맨 광자포, 육발이 리모컨, 액화질소 메이총과 같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3분 내외의 콘텐츠로 만들어 내놓았다.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본 적 없는 고 퀄리티의 독보적인 공학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자 네이버와 같은 큰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8억여 원의 투자를 받게 된 것이다. 시드머니로 학교의 작은 사무실을 빌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룬 쾌거였다.
“과학․공학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네이버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어떻게 하면 좋은 콘텐츠를 끌어 모을까 고민하기 때문에 이건 반드시 성공한다 생각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창업기업 1년 생존비율은 62%, 2년이 지나면 49% 즉 절반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다. 망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스물두 살의 젊은 대표는 ‘반드시 될 것이라 생각했다’는 자신감 넘치는 말로 화답했다. 이것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시장분석결과 과학 공학 미디어 콘텐츠를 아무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미디어 스타트업의 발전을 돕는 전문 엑셀러레이터인 메디아티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아 학교 내 RIST 공간을 빌려 첫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것이 바로 2017년 1월이다. 그리고 과학과 공학의 순수한 즐거움을 알리자는 목표로 3월에 첫 영상을 제작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큰 화제를 모은 [아이언맨 광자포]였다.
“첫 작품인 아이언맨 광자포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이디어도 좋아야 하지만, 신선함이 있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이언맨의 폭발적인 반응이 없었으면 어쩌면 지금의 긱블은 없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0에서 3000명으로, 영상을 올리자 반나절 만에 폭발적으로 팔로워가 늘었다. 영상에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면서 온라인 공유를 통해 다양한 경로로 긱블의 영상이 퍼졌다. 아이언맨 광자포, 이 한 영상만 현재까지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에서만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본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오늘날의 긱블을 만드는 시초가 됐다. 첫 작품부터 대박을 본 행운의 사나이인 걸까. 박찬후 대표는 첫 작품을 내기까지 완벽한 도자기 외엔 모두 깨서 버리는 도자기 장인처럼 작품을 폐기하기를 수 십 번 했다고 말했다. 실험에 실패하기도 하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신선하지 못해서 폐기하기도 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해나가다가 3분짜리 영상으로 아이언맨 광자포가 세상에 나왔고, 오늘의 긱블을 만들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은 POSTECH 입학이에요. 소규모 대학이다 보니 기회가 많고, 다양한 경험을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찬후 대표는 POSTECH 입학 후 신입생 시절이 어땠냐는 질문에 ‘딴 짓 많이 하는 학생’ 이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학교 방송국 회장, 교내 해커톤 대회 참여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며 1학년 생활을 바쁘게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1학년 말에 지원한 구글 뉴스 랩 인턴에서 또 한 번의 작은 전환점을 맞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우리가 가볍게 보는 작은 영상 하나도 수십 명이 몇 주씩 고민해서 만든 거구나 알게 됐고, 미디어 콘텐츠 안에 자본의 흐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정보들을 분석한 결과 영상 찍는 일을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학교로 돌아와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다리를 다치면서 휴학을 하게 됐고, 심심해서 했던 1인 방송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 창업에 확신을 얻었다. 소수정예만 모인 학교다 보니 인재 물색도 쉬웠다. 어떤 분야든 제일 잘하는 학생이 눈에 띄기 마련이라며 로봇 동아리 회장이었던 김현성 이사를 찾아가 공동 창업을 권유하는 식으로 공동 창업자를 모았다.
“긱블의 새로운 도전, 과학.공학 콘텐츠를 만드는 일, 함께 고민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 긱블 콘텐츠 펠로우십을 시작했어요. 펠로우들도 이 일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길 바랍니다”
포스텍 곳곳에 작은 포스터 한 장이 붙었다. 긱블 콘텐츠 펠로우십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5주 동안 교육하고, 그 기간 숙박에 중식까지 제공하지만 어떠한 완성물을 내지 않아도 되는 나름 파격적인 제안이다. 아이디어를 들고 들어온 8명의 펠로우들은 자기가 생각한 콘텐츠를 5주 동안 만들어본다. 이걸 공개할지 말지, 더 발전시킬지 말지, 모든 것은 펠로우의 의지에 달렸다고 했다. 이런 펠로십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박찬후 대표는 과학.공학 콘텐츠를 만드는 시장은 반드시 지금보다 더 커진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 펠로우를 뽑아 같이 실험을 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한다. 긱블입장에선 실험을 같이 해 줄 다양한 사람들을 찾는 것이고, 펠로우들에겐 인생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 작은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첫 인터뷰에서 저는 긱블이란 회사를 통해 높은 빌딩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1년 뒤 제가 꿈꾸는 미래는 위로 올라가는 높은 빌딩이 아니라 옆으로 넓게 퍼지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로 바뀌었어요. 젊은 청년들이 모여서 유리 공예도 하고 도자기도 만들고 그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되는 세상 말입니다.”
빌 게이츠가 차고에서 누군가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제일 두렵다는 인터뷰를 하던 그 당시, 실제로 스탠퍼드대 출신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차고에선 구글이 태어났다. 박찬후 대표는 누군가에게 혁신을 만들어낼 공간을 계속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젊은 청년들이 모여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며 그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되는 세상 말이다. 높이 쌓아 올리고 싶다는 야망을 밝히던 청년은 대표 자리에서 보낸 1년이란 시간 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더 넓은 꿈을 꾸게 됐다.
미국은 신규 일자리의 절반 정도가 전체 기업의 4%에 불과한 벤처기업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POSTECH은 연구와 지식 가치를 창업과 창직으로 이어나가는 가치창출대학을 선언했다. 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으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긱블이 자신들의 노하우와 도전 정신을 통해 POSTECH과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이 될지, 그리고 그들의 슬로건인 과학의 멋짐을 얼마나 알릴 수 있을지 기대하고 기다려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