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LabCumentary 장영태 교수 (화학과)

화학 세포체학 연구실
Chemical Cellomics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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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세포체학 연구실
Chemical Cellomics Lab

장영태 교수 (화학과)

과학에서뿐 아니라 전쟁, 스포츠 등 어느 분야에서건 상대하는 이의 정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전략을 세우고 접근할 수 없다. 다양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 훑어 나가면서 확인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게 된다.

 

화학과 장영태 교수의 화학 세포체학 연구실도 같은 방법을 쓴다. 1만 개의 형광 분자로 구성된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목표하는 물질이 어떤 물질이건 말 그대로 환하게 밝혀내는 것이다. 물질을 찾아내는 ‘식별자’로써 눈에 바로 보이고 반응 감도도 가장 좋은 형광 분자를 활용해 세상의 모든 것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식별자를 만드는 대부분의 연구는 목표한 물질을 정하면 이를 찾는 데 집중한다. 커피 속 카페인 검출을 예로 들면 대다수 연구는 카페인만을 정확히 검출해내는 식별자를 찾고 이를 정밀화한다. 문제는 실생활에서 이 연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커피에는 식별자를 방해할 수많은 물질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반대로 접근한다. 엄청난 양의 식별자 도구 세트를 갖춰놓은 후 어떤 식별자가 반응할지를 찾는다. 범용 항체 수백 개를 갖춰놓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수백만 개 물질에 이를 조합해가며 대응하는 인체 면역체계와 비슷하다. 한 물질을 찾는 데 집중하면 다른 연구에 적용이 어렵지만 라이브러리로 접근하면 어떤 물질에도 대응할 수 있다. 연구팀이 이를 위해 지금까지 만들어온 형광 식별자는 1만 개가 넘는다. 전 세계 연구실 어디에도 이만큼의 라이브러리를 갖춘 곳은 없다.

 

연구실의 꿈은 두가지다. 하나는 탐정사무소를 차리는 일이다. 누구나 와서 찾고 싶은 물질을 이야기하면 바로 찾아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물을 한 잔 들고 와서 마셔도 괜찮은지를 물어보면 인체에 무해한 식별자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바로 알 수 있게 돕는 식이다. 적용할 물질은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중국 음식인 훠궈가 기름이 빨갛다 보니 신선도를 알 수 없다며 확인할 방법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아 해결해주기도 했다.

 

인체 속 종류만 200개가 넘는 세포를 하나하나 구분하는 것도 목표다. 암세포를 예로 들면 건강한 면역세포는 암을 잡아먹지만, 그렇지 못한 세포는 암을 오히려 키워주기도 한다. 이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작은 세계들을 점차 정복해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인간 세포 지도책을 만드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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