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극한역학 연구실
POSTECH Extreme Mechanics Lab.
글. 포스텍 기계공학과 이안나 교수

극한의 변형으로 미래의 움직임을 설계하다
기계공학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로봇, 항공기처럼 완성된 기계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물체는 힘을 받으면 어떻게 휘고, 찌그러지고, 접히며, 때로는 왜 갑자기 다른 모양으로 튀어 오를까요? 포스텍 극한역학 연구실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단단한 재료도 얇은 판이나 껍질 형태가 되면 쉽게 휘고, 부드러운 재료는 작은 힘에도 크게 변형되며, 같은 재료라도 모양과 경계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입니다. 우리는 힘을 받는 구조가 변형되고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기능으로 연결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크고 갑작스러운 변형에서 출발한 극한역학
극한역학 연구실이 처음 주목한 문제는 구조가 힘을 받아 크게 변형되거나, 어느 순간 갑자기 다른 모양으로 바뀌는 현상이었습니다. 얇은 껍질 모양의 쉘 구조와 판 구조에서 나타나는 좌굴(buckling), 주름, 접힘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서 좌굴은 구조가 힘을 견디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휘거나 찌그러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빈 음료수 캔을 누르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찌그러지고, 얇은 플라스틱 컵은 작은 힘에도 주름이 생깁니다. 이런 현상은 일상에서는 실패나 파손처럼 보이지만, 공학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운 움직임입니다. 얇은 구조는 작은 결함이나 경계 조건의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임계점을 지나면 급격히 다른 형상으로 변합니다. 우리는 실험, 이론 모델, 수치해석을 함께 사용해 이러한 불안정성이 언제, 어떻게, 왜 발생하는지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구조물이 안전하게 견디도록 설계하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반대로 불안정성을 원하는 순간에 일어나게 하여 새로운 움직임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림 1. 힘을 받는 얇은 구조는 갑자기 찌그러지거나, 규칙적인 주름을 만들며 새로운 움직임을 보인다. 그림 출처: K. Ki et al., Journal of the Mechanics and Physics of Solids 185, 105554, 2024 및 H. Kwak et al., International Journal of Mechanical Sciences 312, 111213, 2026의 그림 일부를 수정·재구성. Elsevier의 허가를 받아 사용
극한의 변형을 읽는 세 가지 방법
극한역학에서 말하는 ‘극한’은 단순히 매우 높은 온도나 압력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구조가 작은 변형 범위를 벗어나 크게 움직이는 순간, 재료와 형상이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 작은 차이가 큰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도 포함합니다. 그래서 극한역학 연구실에서는 실험 장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론 모델로 핵심 원리를 설명하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힘이 구조 내부에 어떻게 전달되고, 변형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세 가지 방법을 연결해야 복잡해 보이는 변형 속에서도 단순하고 중요한 원리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변형을 기능으로 바꾸는 구조들
극한역학 연구실은 변형과 불안정성을 기능으로 바꾸는 연구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재료로 만든 소프트 액추에이터, 즉 전기, 열, 공기압 같은 입력을 실제 움직임으로 바꾸는 장치는 하나의 입력만으로도 굽힘, 늘어남, 비틀림과 같은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이 손끝으로 누르는 압력과 옆 방향으로 작용하는 전단력을 구분하듯, 부드러운 구조의 변형을 읽어 촉각 센서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석에 반응하는 쉘 구조나 밸브 구조를 이용하면 땀과 같은 생체 신호를 수집하는 소프트 디바이스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종이를 접는 오리가미와 종이를 자르는 키리가미에서 착안한 접힘과 절개 구조를 이용하면 가볍고 얇은 재료가 보관될 때는 작게 접혀 있다가, 필요한 순간 넓은 면적이나 부피를 갖는 구조물로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극한역학 연구실은 구조가 변형되는 방식을 단순히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형 자체를 움직임과 감지, 에너지 흡수, 형상 변화의 원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림 2. 마그네틱 쉘 구조를 이용한 소프트 땀 수집 장치.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변형되는 얇은 쉘 구조가 땀의 흐름을 조절하고 수집하는 원리를 활용한다. 변형과 불안정성은 움직임뿐 아니라 감지와 생체 신호 수집 기능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그림 출처: POSTECH 극한역학 연구실, Lab on a Chip 게재 논문 이미지
우주로 확장되는 극한역학
이러한 관점은 우주와 극한환경을 향한 연구로도 확장됩니다. 우주 시스템에서는 질량과 부피에 큰 제약이 있으며, 제한된 에너지와 공간 안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극한역학 연구실은 나노위성의 방향과 궤도를 조절하는 마이크로 추력기, 소형 우주 구조물, 접혀 있다가 펼쳐지는 전개 구조, 그리고 우주 탐사용 소프트 로봇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체 구조의 변형을 넘어 유체의 흐름과 에너지 전달까지 설계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즈마 전기추진 연구에서는 공기의 흐름을 회전시키고 플라즈마를 안정화하여 추진 성능을 높이는 방식을 탐구합니다. 여기서도 핵심은 같습니다. 힘, 변형, 흐름, 에너지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고, 그 연결을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림 3. Lab-on-PCB 기반 마이크로 추력기 개념도. 추력기는 가스나 플라즈마를 분사해 물체를 밀어내는 장치로, 작은 위성의 방향과 궤도를 조절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작은 추진 시스템은 나노위성과 우주 탐사를 위한 핵심 기술로 이어진다. 그림 출처: POSTECH 극한역학 연구실, Lab on a Chip 게재 논문 이미지
기초 역학에서 미래 기술로: 극한역학 연구실이 바라보는 미래 기술은 정교한 부품을 설계하고 조립하는 일을 넘어, 구조 자체가 변형되고 움직이며 기능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를 설계하려면 기초 역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새로운 응용을 상상하는 능력이 함께 필요합니다. 극한역학 연구실은 휘고 찌그러지는 현상 속에서 실패가 아니라 가능성을 보고, 극한의 변형으로 미래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이 글을 통해 기초 역학의 질문이 우주와 로봇,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연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느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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