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 같은 마법의 신소재,
금속유기골격체(MOF)가 노벨상을 받기까지
글. 포스텍 환경공학부 송우철 교수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작년 2025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을 때, 화학 및 환경공학 분야의 수많은 연구자가 동시에 떠올린 생각일 것입니다.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Susumu Kitagawa (교토대학교), Richard Robson (멜버른대학교), Omar M. Yaghi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교수님이었습니다.

그림 1. 2025 노벨 화학상 수상자. Susumu Kitagawa (좌), Richard Robson (중간), Omar M. Yaghi (우)
최근 노벨상의 수상 흐름을 보면, 인공지능(AI) 분야처럼 세상을 휩쓸며 수상의 영예를 안는 이례적인 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금속유기골격체(MOF) 수상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었을지 몰라도, 관련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벨상을 타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다”라고 입을 모아 말해왔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박사후연구원 시절 Omar M. Yaghi 교수님 연구실에서 이 놀라운 소재를 직접 연구하며 그 압도적인 잠재력을 체감했었기에 감회가 더욱 남달랐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과학자들은 왜 이토록 오랜 기간 MOF에 열광해 온 것일까요?
1그램으로 축구장을 덮을 수 있는 마법의 나노 스펀지
MOF(Metal-Organic Framework, 금속유기골격체)라는 이름은 다소 어렵게 들리지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단어 그대로 ‘금속(Metal)’ 이온과 ‘유기물(Organic)’을 연결하여 만든 ‘뼈대(Framework)’ 구조의 물질입니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놀던 정글짐을 떠올려 볼까요? 정글짐의 쇠구슬(꼭짓점)을 금속이라고 하고, 쇠구슬 사이를 잇는 막대를 유기물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이것들을 끊임없이 이어 붙이면 그물망처럼 텅 빈 공간(기공)이 무수히 많은 입체 구조물이 완성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 세계에서 화학 결합을 통해 이런 정글짐을 만든 것이 바로 MOF입니다.

그림 2. 정글짐 구조를 분자 레벨에서 구현한 금속 유기 골격체 (MOF)
이렇게 내부에 텅 빈 방이 많다 보니, MOF는 스펀지처럼 다양한 분자를 내부 기공에 흡착하고 저장하는 데 엄청난 능력을 발휘합니다. 놀랍게도 일부 MOF는 단 1그램의 내부 표면적을 모두 펼치면 축구장 하나에 이를 정도로 매우 넓습니다. 현존하는 다공성 소재 가운데 매우 높은 표면적을 갖는 대표적인 물질인 셈입니다.
분자를 낚는 맞춤형 그물, 망상 화학(Reticular Chemistry)의 탄생
MOF가 단순히 구멍만 많은 물질이었다면 최고의 찬사를 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 신소재의 진정한 위력은 바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설계하고 조립할 수 있다’라는 점에 있습니다. 기존의 다공성 물질은 구조와 기공을 원하는 대로 설계하는 데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MOF는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금속과 유기물의 종류를 바꿔가며 구멍의 크기와 모양, 화학적 성질을 폭넓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만 쏙쏙 골라내고 싶다면, 이산화탄소 분자 크기에 딱 맞고 이산화탄소가 좋아하는 성질을 띠도록 조립하면 됩니다. 특정한 분자만 낚을 수 있는 ‘맞춤형 분자 뜰채’를 인간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것입니다.

인류의 위기를 구원할 신소재: 기후 변화 대응부터 기적의 물 확보까지
현재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은 MOF를 활용해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같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MOF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핵심 열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탄소 포집(Carbon Capture)’ 기술입니다. 화력발전소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매연에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섞여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분자만 쏙쏙 골라내어 가두는 특수한 MOF 필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굴뚝 끝에 이 필터를 장착해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죠. 기존의 흡착제보다 수천 배 강한 능력 덕분에, 기후 변화를 막을 강력한 무기로 꼽힙니다.
또 다른 기적 같은 응용 분야는 미래의 생존과 직결된 ‘수자원(Water resources)’ 확보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물 부족 현상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나 서서히 다가오는 위협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실제로 최근 전남 지역에서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원이 고갈될 위기에 처하면서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건의될 만큼 심각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최근 강릉 지역을 덮친 ‘돌발 가뭄’입니다. 비가 내리지 않고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불과 몇 주 만에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고, 결국 공식적인 가뭄 재난 사태가 선포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후위기에 따른 돌발 가뭄은 전 세계 육지의 70% 이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이처럼 물이 메말라가는 극한의 건조 지역이나 재난 상황 속에서도, MOF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수분을 모아 식수로 바꾸는 혁신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밤사이에 건조한 공기 속 수분을 스펀지처럼 흡착했다가, 낮에 태양열을 받으면 머금고 있던 깨끗한 물을 뿜어내게 하는 방식입니다. 전력 공급마저 끊긴 재난 현장이나 오지에서도 햇빛과 MOF만 있으면 매일 신선한 물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수소 자동차의 핵심인 ‘수소 에너지 저장’, 그리고 차세대 배터리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에너지 소자’ 연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과 에너지 전 분야에서 MOF의 무대는 상상 그 이상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이 그리는 무한한 미래
Omar M. Yaghi 교수님이 MOF라는 이름의 물질을 처음 발표했을 때, 그것이 당장 지구의 기후 위기를 구하고 사막에서 물을 만들어낼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분자들을 내 마음대로 조립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화학자로서의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초과학의 씨앗은 수십 년간 수많은 연구자의 노력이 더해져, 이제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강력한 무기로 자라났습니다. 여러분, 교과서에서 배우는 딱딱한 화학식 뒤에는 이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마법이 숨어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쌓아가는 과학적 지식이, 훗날 인류를 위한 혁신의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그림 출처 ]
그림 1. The Nobel Prize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2025/summary/)
그림 2. UC San Diego Today (https://today.ucsd.edu/story/metal-organic-frameworks-jungle-gyms-chem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