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21세기의 엑셀입니다.”
산경 모상우 교수가 학부생 인공지능 스터디를 만든 이유
글|POSTECH Creators 지은수 (산업경영공학과 24)

취재에 흔쾌히 응해주신 모상우 교수님.
"교수님이 직접 학부생 인공지능 스터디원을 모집하신다고요?"
2025학년도 2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산업경영공학과에 새로 부임한 모상우 교수님이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인공지능 스터디를 꾸리신다는 것이었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학생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며 AI를 독학했던 'AI 1세대' 연구자에서, 이제는 후배들의 셰르파를 자처한 산업경영공학과 모상우 교수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2014년, POSTECH에서 수학과와 산업경영공학과를 전공하던 시절에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UC Berkeley로 단기 유학을 갔던 때가 기억나네요. 당시 실리콘밸리는 2012년 등장한 AlexNet 모델로 인해 인공지능 혁명이 막 시작되던 참이었어요. 어디를 가든 AI 이야기뿐이었죠.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은 제게 큰 충격이었고, 곧 "인공지능이 미래다"라는 확신을 갖게 했습니다. 2015년도에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관련 수업을 찾아 들었고, 더 자세하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죠. 처음엔 가벼운 호기심이었어요. 그게 박사와 교수의 길로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더 깊이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무'에서 시작하는 기분이었어요. 전 세계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혼돈의 시기였거든요. 지금처럼 잘 정리된 자료나 코드 베이스는 상상도 못 했죠. 환경과 자료가 갖추어지지 않은 시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PyTorch가 나오기 전이었기에 불편한 언어로 코딩하며 파편화된 지식들을 하나하나 직접 메꾸어 나가야 했습니다. 당연히 앞서간 선배들의 노하우도 없으니 모든 과정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했죠. 특히 한국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글로벌하게는 인공지능을 했지만 한국에서는 인공지능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어서 도움받을 곳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경험들이 오히려 지금의 저를 만든 단단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은 인공지능이 많이 발전한 나라가 되었죠.
연구의 주도권이 '학계'에서 '산업계'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제가 석사를 하던 2016년만 해도 연구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중요했지만, 2020년 이후로는 거대 기업의 대규모 자본과 큰 팀이 만든 모델들이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요.
연구실 안에만 갇혀 있으면 제약이 커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대학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Small-scale 모델 개발과 기업의 Large-scale 모델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그 안에서 학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Google, Meta 등의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개발은 자본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교 측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죠. 하지만 큰 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를 장악하게 되었냐고 물어보신다면 절대 아니라고 답을 드릴 수 있어요. 인공지능 연구가 양극화 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Large-scale 모델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나만의 도메인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는 Small-scale에서 진행되기 때문이죠.
우리 모두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고 있지만 해당 프로그램들을 직접 구현하지 않는 것이랑 같은 맥락이에요.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연구를 할 것인지 혹은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활용하는 연구를 할 것인지 잘 고민하고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먼저 던져보세요. "나는 AI를 '만드는' 사람인가, 아니면 '툴로 사용하는' 사람인가?"
앞서 들었던 엑셀과 파워포인트의 비유를 여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누구나 엑셀을 쓰지만, 엑셀 자체를 코딩해서 만드는 사람은 극소수죠. 본인이 Core AI(개발)를 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전공에 AI를 접목하는 AI+X(활용)를 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과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 선택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싶으면 컴퓨터공학과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산업경영공학과가 오히려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수학/통계, 컴퓨터, 비즈니스의 3가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죠.
엑셀이 이제는 모두가 사용하는 도구가 되었듯이 간단한 인공지능은 모두가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심화된 인공지능은 통계학이나 코딩처럼 모든 공대생들이 알아야할 필수 소양이자 무기가 될 거예요. 이제 인공지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맞습니다. 연구실로 찾아오는 학부생들을 상담해보니, 연구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열정은 가득하지만 기초적인 배경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럼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나랑 같이 공부부터 해보자!"라는 생각에 스터디를 만들었습니다.
타 대학들은 이미 학생 주도 AI 스터디가 활발한데, 포스텍에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아쉬웠어요. 학부생 때부터 몇 년씩 학회 활동을 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 연구도 경험하는 친구들을 보며, 우리 포스테키안 후배들에게도 그런 판을 깔아주고 싶었죠. 신임 교수로서 열정 넘치는 학생들과 미리 소통하고 싶은 사심도 조금 섞여 있었습니다.
"저의 꿈을 펼칠 수 있었던 포스텍에서 여러분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두려워하기보다, 이를 도구 삼아 항해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모상우 교수님.
교수님이 직접 가이드하는 스터디를 통해 탄생할 포스테키안 AI 인재들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포스테키안 AI 인재들이 탄생하는 순간. 스터디가 한창인 세미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