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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 Values] 40년의 기억을 걷다 – POSTECH 1986 역사미래관

  • 등록일2026.05.14
  • 조회수403

40년의 기억을 걷다 – POSTECH 1986 역사미래관


글|POSTECH Creators 김소현 (신소재공학과 24)



포항의 작은 황무지에서 시작된 꿈이 40년의 시간을 지나 하나의 공간으로 응축되었다. 2023년 1월, POSTECH 캠퍼스 안에 문을 연 'POSTECH 1986 역사미래관'의 이야기다. '1986'이라는 숫자는 개교 연도에서 비롯됐으며, 학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네 개의 Zone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공간이다. 설립자의 편지 한 통, 교수 명단이 빼곡한 수첩, 1기 입학생들의 수필집 등, 역사미래관에는 POSTECH 40년의 시간이 펼쳐져 있다. 


전시 기획을 담당한 학술정보팀 이동은 선생님은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록과 기억들을 정리해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외부에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올해 개교 40주년을 맞아, 그 바람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Zone 1. 교육보국의 건학정신을 만나다



전시관의 첫 공간은 두 인물에서 시작된다. 박태준 설립 이사장과 김호길 초대 총장. 각자의 자리에서 '나라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신념을 키워온 두 사람이 포항공대라는 하나의 꿈 앞에서 만났다.


박태준 이사장은 포스코 설립 이후 나라 발전에 이바지할 인재의 부족을 절감했다. 그 문제의식은 ‘제철보국’을 넘어 ‘교육보국’으로 확장되었고, 이는 포항공대 설립의 출발점이 되었다.



전시관에서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대학을 구상했던 대화를 AI 음성으로 재현해 들려준다. 실제 녹음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대화 내용이 기록된 책을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다. 그 짧은 대화 안에 포항공대의 출발점이 담겨 있다. 



한쪽 벽에는 한자 액자 하나가 걸려 있다. '옥불탁불성기(玉不琢不成器)'. 옥도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박태준 이사장이 학생들에게 남긴 글귀다. 그리고 그 곁에는 편지 한 통이 있다.



1995년, 병을 앓던 학생에게 보낸 박태준 이사장의 위로 편지다. 이동은 선생님은 "설립 이사장님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유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찾게 된 것"이라고 했다. 성과나 업적이 아닌, 한 사람을 향한 마음. 이 편지 한 통이 설립자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다.


김호길 초대 총장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독학으로 공부해 해외 유학까지 이어간 그는, 이후 포항공대 설립에 합류하며 교수 채용에 발 벗고 나섰다. 전시관에는 당시 김호길 총장이 직접 들고 다닌 수첩이 남아 있다. 각국 대학과 연구자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기록이다.



그는 미국, 프랑스, 독일을 오가며, “우리는 유학을 온 것이지, 이민을 온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며 해외 과학자들을 설득했다. 이 한 마디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덕분에 개교 당시 포항공대는 국내 최초로 전 교수진이 박사 학위 소지자인 대학이 됐다. 당시 기록으로 남은 교수 초청장, 해외 과학기술자 현황 자료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1985년 3월 설립이 결정된 후 불과 1년여 만인 1986년 12월, 포항공대는 개교했다. 당시 포항은 인구 20만이 넘는 도시 중 4년제 대학이 없는 유일한 도시였다. 학교 부지 약 6만 평은 지역 사업가 천신일 회장이 무상으로 기증했다. 4년제 대학 건립이 확정된 날, 포항 시내는 축제 분위기였다.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가두행진이 펼쳐졌으며, 광장에서 경축 대회가 열렸다.



Zone 2. 함께 이뤄낸 시간을 이야기하다



이 공간에서는 학교의 '공식 역사'만큼이나 사람 냄새나는 생생한 기록들이 눈길을 끈다. 1기 입학생들이 직접 쓴 수필 모음집이 그중 하나다. 



'나는 어떤 학생이 되고 싶다', '어떤 공부를 할 것이다' — 설레는 기대와 다짐이 담긴 글들이다. 저작권 문제로 홈페이지 업로드는 아직 준비 중이지만, 이 선생님은 "대학 아카이브에는 이런 수필집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대학 생활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글들이 많다"라고 귀띔했다.


초기 학생증, 밀플랜 식카드처럼 지금은 사라진 일상의 소품들도 전시되어 있으며, 포스텍만의 용어에 대한 지도도 등장한다. ‘장짤*’, ‘통집**’ 등 포스테키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러 재치 있는 단어들이 설명되어 있다. 특히 외부인이 방문했을 때 "등록금 안 내고 다니는 게 기본"이라는 설명에 눈이 커지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큼 반응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숫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POSTECH만의 분위기가 담긴 단어들이다.



*장짤: 대부분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포스텍에서 장학금 기급 기준에 미달되어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생. ‘장학금이 잘리다.’에서 유래된 표현.

**통집: 통나무집. 기숙사와 체육관 사이에 위치한 통나무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 교내 술집. 



Zone 3. 선도적 과학기술의 요람



세 번째 공간은 연구 성과를 다루는 리서치 아카이브다. 단순한 논문 목록이 아니라, 어렵고 낯선 연구 결과를 방문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주요 방문층이 중고등학생임을 고려해, 연구 내용을 터치 기반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풀어냈다. 예를 들어, 홍합 유래 접착단백질에 관한 연구의 경우, 홍합에서 생체접착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계별 터치를 통해 간단한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이 외에도 연구성과물과 그 모형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노 구조 기반 광학 연구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은 유리판 위의 점 하나에서, 빛이 꺾이며 로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동은 선생님은 "연구 성과가 왜 위대한지를 쉽게 이해하고,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40주년을 맞아 최신 연구 성과로의 업데이트도 진행 중이다.



Zone 4. POSTECH과 함께 미래를 열다


POSTECH은 스스로를 '젊은 대학'이라고 부른다. 40년밖에 안 됐지만, 그 시간 동안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택해온 학교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처음 도입한 것도, 입학 면접에 학생 한 명당 200분을 배정한 것도 POSTECH이 처음이었다.


현재도 그 정신은 이어진다. 학부생 1인당 약 1억 3천만 원에 달하는 교육비 지원, 전과의 자유, 정원 제한 없는 학과 선택, 학부생의 연구 참여 기회. 교환학생 역시 원하면 누구나 갈 수 있다. 규모가 작은 대학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밀도 있는 지원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어울리는 학과 추천 프로그램(시범 운영 중)도 있다. 기기 앞에 정면으로 서서 사진을 찍으면, AI가 얼굴의 특징을 분석해 캐리커처를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울리는 학과를 추천해 준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용자가 자신의 성향과 이미지를 색다른 방식으로 탐색해 볼 수 있도록 돕는 체험형 콘텐츠이다. 



Zone 4의 마지막은 방명록으로 마무리된다. 관람객은 소속과 이름을 적고, 박태준 설립 이사장이 강조했던 '시대적 좌표' — 내가 보탬이 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 메시지를 남긴다. 



이동은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립대이고 기업이 만든 대학이지만, 설립 취지 자체가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연구하고 도전하는 것들이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POSTECH1986 역사미래관은 과거를 기록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 질문이 이 전시의 끝이자,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POSTECH 1986 역사미래관은 모든 교내 구성원과 외부 방문객에게 열려 있다. 글로는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전시 곳곳에 남아 있는 만큼, 한 번쯤 직접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 POSTECH 1986 역사미래관: POSTECH 박태준학술정보관 2층에 위치하고,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이며, 주말 및 공휴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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