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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hways to Progress] 대학의 OS를 바꾼다: AIR센터가 그리는 AI-Native University의 내일

  • 등록일2026.06.29
  • 조회수298

대학의 OS를 바꾼다:
AIR센터가 그리는 AI-Native University의 내일


글|AIR센터 한병욱 팀장 (전자전기공학과 동문 (학 00, 2012년 박사 졸업) & 대외협력팀



Editor’s Note


지난해 포스텍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데이터 주권을 지키며 누구나 평등하게 AI를 쓰는 공유 인프라 ‘POSTECH AI’를 선보였습니다. 당시 ‘AI-Native University’로의 청사진은 이제 인프라 구축 단계를 넘어, 대학의 체질을 바꾸는 대전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술을 단순히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대학의 행정과 성과관리(Institutional Research, IR)의 뼈대부터 AI 기반으로 재설계하기 위해 올해 3월 AIR센터(Center for AI & Institutional Research)가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교직원의 업무 환경을 혁신하고 대학의 조직 문화를 자율형 AI 구조로 바꾸어 가고 있는 AIR센터의 실무적인 노력과 미래 지향점을 담백하게 전해드립니다.



AI와 IR의 만남


Q. AIR센터라는 이름처럼 'AI(인공지능)'와 'IR(데이터 분석/성과관리)'이 한 부서로 통합된 점이 인상적입니다. 두 영역의 시너지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AI-Native University'는 어떤 모습일까요?


A. AI와 IR을 한 부서에 둔 것은 의도적인 설계였습니다. 저는 AI를 ‘수단이자 철학’으로, IR을 ‘목적’으로 바라봅니다. IR은 결국 대학을 데이터로 더욱 정확히 이해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사람의 시간과 손이 부족해서 정형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AI는 바로 그 한계를 풀어주는 엔진이자, 대학이 나아갈 방향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리는 ‘AI-Native University’는 화려한 AI 기능과 보여주기식 행사로 가득한 대학이 아닙니다. 적어도 대학 경영 관점에서는, AI를 활용해 사람의 개입 없이도 지식과 데이터가 스스로 흐르는 대학입니다. 질문을 던지면 근거가 즉시 준비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자료가 실시간으로 갱신되며, 이미 생산된 지식이 다른 곳에서 불필요하게 재생산되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핵심은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간을 반복적인 단순 취합·계산·전달 업무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판단과 전략 등 ‘사람을 향한, 가장 사람다운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AI와 IR이 만났을 때 도달하려는 지점입니다.



Q. AIR센터가 문을 연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기존 대학 행정 시스템이나 조직 문화에서 초기에 가장 먼저 보완하거나 해결하고 싶으셨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A.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지식이 흩어져 있고, 반드시 사람을 거쳐야만 흐른다'는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한 부서가 만든 자료를 다른 부서에서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도 하고, 20년 가까이 쌓인 방대한 회의 기록이 있어도 대부분 정제되지 않은 텍스트 형태로 묶여 있어 검색하거나 실무에 활용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많은 문서가 '보고용 2차 가공물'로만 존재했고, 원천 데이터는 정리되지 않은 채 AI가 읽기 어려운 형식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가장 먼저 손댄 것은 지식을 'AI와 협업할 수 있는 형태'로 적재하는 규칙과 기반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원천 문서를 일원화하고, 작성 부서·일자·이력을 남기고, 표준 형식을 정하는, 다소 지루해 보이지만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작업입니다.


조직 문화 측면에서 풀고 싶었던 것은 "AI는 IT 부서나 전문가의 일"이라는 인식이었습니다. 행정 직원 누구나 AI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드림으로써, 시스템보다 사람의 마음가짐을 먼저 바꾸고자 했습니다.


동시에, AI로 실현 가능한 사례를 빠르게 보여주는 'Quick-Win(단기적 성과)'에도 관심을 두었습니다. 단기 성과에 급급해 보일까 봐 염려도 되었지만, 조직의 체질 전환을 위한 동력을 얻는 지름길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꽤 쓸 만한 성공 사례를 빠르게 만들고 전파하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영감을 얻고 호기심을 가져, 자발적으로 AX(AI 전환)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AIR센터에 합류한 직후 다양한 부서의 동료 직원분들을 빠르게 만났고, 자체 개발 환경을 구축함과 동시에 여러 PoC(Proof of Concept, 시범 프로젝트) 단계를 다각도로 시도했습니다. 이 중 일부는 연내 배포까지 염두에 두고 다듬어 나가고 있습니다.



대학의 ‘제도적 기억’을 확보하다


Q. 시중의 AI를 단순히 가져다 쓰는 것을 넘어 대학 행정 체질에 맞춘 'AI 자율형 업무 플랫폼(Autonomous AI Engineering Platform, AAEP)'의 뼈대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이를 추진하게 된 실무적인 배경과 기대 효과가 궁금합니다.


A. 우리 대학만의 고유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저희도 최근에 갖게 되었습니다. 다만 실무적인 이유는 분명합니다. 상용 AI나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그대로 쓰려면 우리 내부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야 하는데, 대학의 폐쇄망과 보안 정책상 그럴 수 없습니다. 게다가 대학마다 규정·절차·데이터가 모두 달라서, '딱 맞는' 기성품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남의 옷을 빌려 입는 셈이고, 라이선스와 토큰 비용에 계속 종속될 뿐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외부 의존성이 커질수록 내부 역량은 그에 반비례하여 감소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의 자생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AI를 활용하는 방식 자체가 바뀐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AI에게 단발성 지시를 내려 결과를 얻는 정도였다면, 이제 AI는 구상부터 개발·검증까지 스스로 반복하며 일을 끝까지 '신뢰할 수 있게' 끌고 갑니다. 덕분에 소수의 인력으로도 외주 없이 내부에서 규모 있는 개발을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체 개발'이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 된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일반적인 표준 설계 위에 우리 행정 체질에 맞춘 표준 플랫폼(POSTECH Agentic AI Institute Platform, PAAIP)을 직접 세우고, 그 위에서 각 부서 솔루션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기대 효과는 단순한 비용 절감만이 아닙니다. 지식과 경험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자산으로 쌓이고, 입찰·계약·외주 같은 복잡한 단계가 사라지며, 무엇보다 '필요하면 우리 손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자율성을 갖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또, 대학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내부 인력이 직업적 소명과 책임감을 가지고 개발하기에, 외부 개발에 비해 훨씬 나은 품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2007년부터 약 20년간 축적된 방대한 주간업무회의·경영회의 자료(약 2.2만 건)를 로컬 AI로 분석해 대학의 성과지표(KPI)와 매칭하는 작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대학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질까요?


A. 20년 치 회의 기록에 접근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그것이 가장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대학의 '의사결정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논의가 있었고, 왜 그런 판단을 내렸으며, 그 결과가 어땠는지가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AI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기에,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을 담당자의 경험과 기억에만 의존해 왔습니다. 사람이 바뀌면 그 기억도 함께 사라지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 자료를 AI로 깨워 성과지표와 연결하면, 지표 하나가 움직였을 때 "왜 이렇게 됐는가"에 대한 맥락과 이력을 추적할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결정을 앞두고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판단을 했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즉시 참조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직관과 기억에 기대던 의사결정이, 근거와 이력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바뀝니다. 동시에 제도적 기억이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남게 되어, 담당자가 바뀌어도 지식이 끊기지 않습니다.


이 작업을 굳이 로컬(자체 인프라) AI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민감한 내부 기록이라 외부로 보낼 수 없기에, 폐쇄망 안에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자체 인프라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연내에 행정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컬 AI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인사팀, 기획팀, 발전기금팀 등 학내 여러 부서의 맞춤형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고 계십니다. 현업 부서들과 소통하며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부서가 매일 겪는 진짜 불편'을 듣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업무 프로세스상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소통 단계를 없애는 데 집중했습니다. 도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목표였으니까요.


기존 외주 방식의 가장 큰 비용은 사실 '소통'입니다. 외주사가 우리 업무를 이해하는 데만 많은 시간이 들고, 그 과정에서 의도가 어긋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학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부 인력이 솔루션을 직접 만들면, 수시로 마주 앉아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빠르게 개발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현업 부서를 '요구사항을 던지는 발주처'로 보지 않습니다. 또한, 현업 부서 역시 스스로를 시스템 구축의 주체이자 ‘공동 파트너’로 인식하고 함께 고민해 주셔야 합니다. 양측이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파트너십을 발휘할 때 비로소 완성도 높은 솔루션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방법론적으로도 '한 번의 완제품'보다 '빠른 시제품으로 먼저 보여드리고 같이 고쳐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이는 팔란티어(Palantir) 등 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핵심 인재인 FDE(Forward-Deployed Engineer, 전방 배치 엔지니어)가 일하는 방식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AIR센터를 통해 다양한 문제 해결 경험을 쌓고, 대학 곳곳에서 도전적이고 개방적인 철학 아래 지식 기반의 혁신을 다룰 '사내 FDE'가 많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내 업무는 내가 바꿀 수 있다


Q. 14개 부서가 참여하는 ‘자율학습형 워킹그룹’을 운영하며 생성형 AI를 활용한 실무 코딩 교육을 진행하셨고, 8월에는 직원 대상 AI 경진대회와 AI WEEK를 준비 중이십니다. 행정 직원이 직접 AI 활용 역량을 갖추는 것이 센터가 지향하는 조직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희가 가진 가장 분명한 철학 하나는, AI 전환은 소수 전문가가 시스템을 만들어 위에서 내려주는 방식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AI와 일하는 법을 직접 체득해야 비로소 조직이 바뀝니다.


직원이 직접 코딩까지 해본다는 것은 모두가 개발자가 되라는 뜻이 아닙니다. 핵심은 "내 업무는 내가 바꿀 수 있다"는 자율성과 효능감, 그리고 자신감입니다. 예전에는 넘기 어려웠던 기술의 문턱을 AI가 크게 낮춰 주었기 때문에, 행정 직원도 자기 손으로 작은 도구를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 한 번이 "AI는 남의 일"이라는 생각을 "AI는 내 동료"라는 인식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워킹그룹(WG)이나 경진대회, AI WEEK 등은 이러한 문화를 전파하는 장치입니다. 위에서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자율학습형으로, 동료끼리 가르치고 실전 과제로 역량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조직문화는 결국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한 도구를 스스로 만들어 쓰는 조직"으로 귀결됩니다.



Q. 법무팀과 협력하여 교육·연구·행정을 아우르는 ‘통합 AI 가이드라인을 작성 중이신 것으로 압니다. 대학 행정에 AI를 전면 도입하기에 앞서 안전하고 윤리적인 활용 체계를 미리 다져놓는 것은 어떤 취지인지 궁금합니다.


AI를 깊고 넓게 도입할수록 따라오는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교육·연구 윤리 위반, 결과물에 섞일 수 있는 오류와 편향,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의 책임 소재 등을 미리 정리해 두지 않으면 사고는 반드시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드는 이유는 그것이 브레이크가 아니라, 오히려 액셀을 안심하고 밟기 위한 안전벨트이기 때문입니다. 규칙이 없으면 구성원들은 불안해서 AI를 아예 쓰지 못하거나, 반대로 분별없이 쓰다가 사고를 냅니다.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사람들이 마음 놓고, 그러면서도 책임감을 갖고 AI를 쓸 수 있습니다.


교육·연구·행정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묶는 통합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같습니다. 분야마다 제각각 만들면 원칙이 충돌하거나 공백이 생기기 쉬우므로, 대학 전체가 자율·책임·투명성이라는 일관된 원칙 위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본질적인 질문은 'AI를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신뢰성을 확보하며 안전하게 활용할 것인가'이며, 그 신뢰가 전제될 때만 대학 전반의 AI 도입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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