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배터리 김원배 교수 연구팀, 리튬황 배터리 속 에너지 도둑, 이원자 촉매 기술로 잡았다
[POSTECH, 망간·철 촉매로 전지 오래 쓰고 빠르게 충전… 전기차·드론·ESS 시대 앞당길까] 리튬-황(Li-S)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동시에 끌어올릴 기술이 나왔다. 이 기술은 전기차, 드론,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 등 차세대 친환경 배터리 개발에 큰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POSTECH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배터리공학과 석사과정 원상연,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지준혁 씨 연구팀은 망간(Mn)과 철(Fe) 두 금속 원자가 결합된 ‘이원자 촉매’를 설계해 반응 속도를 높이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와 재료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너지 화학 저널(Journal of Energy Chemistry)’에 게재됐다. ‘리튬황 배터리’는 이론상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를 많이 담을 수 있고, 값싸고 가벼운 황을 사용해 드론이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같은 경량 고에너지 배터리가 필요한 분야에 제격이다. 다만, 충·방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리튬 황화물(LiPSs)이 배터리 속을 돌아다니며 에너지를 빼앗은 ‘셔틀 현상(shuttle effect)’ 때문에 배터리 수명과 효율이 떨어졌다. 쉽게 말해, 배터리 속 에너지를 담은 작은 공이 제자리에서 뛰쳐나가 돌아다니며 효율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연구팀은 기존 단일원자 촉매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이원자 촉매(이하 DAC, Dual-Atom Catalyst)’를 적용했다. 두 금속 원자가 가까이 붙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배터리 내부에서 황을 잡아두고 반응을 빨리 진행하도록 만드는 원리다. 연구팀은 망간과 철로 구성된 DAC를 합성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두 금속이 결합할 때 전자 구조가 선택적으로 변화함을 확인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리튬 황화물을 단단히 잡으면서도 빠르게 반응시킬 수 있어, 배터리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중간 생성물 손실이 줄어드는 효과를 냈다. 또한, 리튬 금속 음극의 안정성에도 주목했다. 기존에는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 고르게 쌓이지 않아 표면이 거칠어지고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이 DAC를 적용하자 리튬이 균일하게 석출되며 안정적인 금속 표면이 형성되었고, 실제 실험에서도 초기 용량을 유지하면서 수백 회 충·방전 후에도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이번 연구는 DAC를 통해 황의 반응 속도와 리튬 금속 음극의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설계 원리를 제시한 것으로, 차세대 리튬황 배터리 상용화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POSTECH 김원배 교수는 “원자 단위에서 금속 간 전자 구조 변화를 밝혀, 배터리 속도를 높이면서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원리를 보여주었다”라며, “이러한 DAC 설계 전략이 차세대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ERC),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특성화대학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jechem.2025.11.009
화학 김경환 교수 연구팀, 영하 45도 물의 비밀, 30년 논쟁에 마침표를 찍다
[POSTECH·스톡홀름대 공동 연구팀, 영하 45도 물의 ‘끈적임 변화’ 첫 실험 관측] 영하 45도에서도 얼지 않은 물은 과연 어떻게 움직일까. 오랫동안 이론으로만 제기된 온 물의 움직임 변화가 POSTECH 연구진에 의해 처음 확인됐다. 최근 POSTECH 화학과 김경환 교수, 통합과정 신명식 씨 연구팀은 스웨덴 스톡홀름대 물리학과 앤더스 닐슨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영하 45도에서 얼지 않은 물에서 온도에 따른 끈적임의 경향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관측했다. 이번 성과는 물리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물은 일상생활은 물론 생명과 환경, 산업 전반에 깊이 관여하는 핵심 물질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물이 왜 여러 특이한 성질을 보이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물의 ‘끈적임’, 즉 점도 역시 대표적인 미해결 문제 중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액체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더 끈적해진다. 꿀이 차가워질수록 잘 흐르지 않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면 물이 영하 45도까지 얼지 않은 채로 냉각되면 얼마나 더 끈적이게 될까. 과학자들의 초기 연구에서는 물은 영하 45도에서 무한히 끈적이게 되어 그 움직임이 완전히 멈출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그러나 이는 물의 다른 중요한 성질들과는 맞지 않는 결과였으며, 때문에 약 30년 전부터 물의 끈적임이 특정 온도에서 변할 것이란 가설이 제기 되었다. 그러나 이를 검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물은 영하 수십 도에 이르면 순식간에 얼어붙어, 얼기 직전 움직임을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진공 환경에서 물이 빠르게 증발하며 급격히 열을 빼앗는 현상을 이용해,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는 ‘얼지 않은 영하 45도의 물’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은 빛을 내며 분자 움직임을 10조 분의 1초 단위로 포착할 수 있는 X선 자유 전자 레이저*1를 활용해, 극저온 상태의 물 분자들의 움직임을 직접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물은 영하 40도 부근에서 끈적임 방식이 달라졌다. 물이 영하 45도에서 무한히 끈적해지며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움직임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전이점’이 실험 데이터로 입증된 성과이다. 이번 연구는 물이 왜 비정상적인 성질을 보이는지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극저온 냉각 기술, 항공우주·극지 연구, 생체 조직 보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김경환 교수는 “지금껏 실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에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연구가 남아있는 물에 관한 여러 중요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567-025-03112-3 1) X선 자유 전자 레이저: 태양보다 10경배 더 밝은 빛을 제공하여 꿈의 빛이라 불린다. 분자 단위에서 일어나는 10조분의 1초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스위스에 있는 시설이 사용되었으나, 한국에도 포항 가속기 연구소에 PAL-XFEL이 있으며, 많은 혁신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철홍·장진아 교수 공동 연구팀, 염색 없이 중적외선으로 심장조직을 읽다!
[POSTECH, 중적외선 편광 조절 현미경으로 조직 섬유 정렬·손상 상태 정밀 분석] POSTECH 연구진이 조직을 절단하거나 염색하지 않아도 심장과 힘줄 같은 조직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단백질 섬유의 배열 방향과 밀집 정도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인공 장기 품질 검사나 질병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기계공학과·생명과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 박은우 씨,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 응용기술센터 황동규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연구 논문은 현지 기준으로 지난 4일 광학 분야 학술지인 ‘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 게재됐다. 심장 근육이나 힘줄 같은 조직들은 단백질 섬유가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마치 밧줄의 실이 한 방향으로 꼬여 있어야 단단한 것과 같다. 하지만 심근경색이나 섬유화, 암 같은 질병이 생기면 이 배열이 흐트러져 조직이 제 기능을 잃는다. 이런 변화를 확인하려면 조직을 떼어내 염색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도 연구자마다 달랐다. POSTECH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적외선 이색성 민감 광음향 현미경(MIR-DS-PAM*1)'을 개발했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중적외선 이색성 민감 광음향 현미경을 이용한 인공 심장 조직의 구조적 분석에 대한 모식도 조직에 중적외선 빛을 비추면 단백질이 이를 흡수하며 미세하게 팽창하고, 이때 발생한 초음파를 감지해 단백질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빛의 '편광(진동방향)'을 조절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단백질 섬유가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되면 해당 방향의 편광을 더 많이 흡수하는데, 그 차이를 분석하면 단백질 섬유가 얼마나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지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심장에 이 기술을 적용해, 조직이 성숙할수록 단백질이 쌓이고 섬유 배열이 정돈되는 과정을 염색 없이 관찰했다. 또, 섬유화가 진행된 조직에서는 정상 조직과 달리 구조적 붕괴에 따른 배열의 불균일성을 정량적으로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형광 현미경 기술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은 인공 장기 품질 검사나 심근경색, 암 등 질병의 진행 상태를 조기에 파악하는 진단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복잡한 염색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연구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더 정확하고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POSTECH 김철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생의학과 병리 진단 분야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장진아 교수는 "심장뿐 아니라 힘줄, 각막 등 다양한 조직의 변화를 평가할 수 있어 인공 장기 개발과 질병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377-025-02117-0 1) MIR-DS-PAM : Mid-infrared dichroism-sensitive photoacoustic microscopy
기계 이안나 교수 연구팀, “플라즈마 한 스푼” 독한 연료 없이 우주 간다
[POSTECH·KIMM, 아산화질소 기반 추진기관 한계 극복한 차세대 친환경 추진 기술 실증] 독성이 강한 연료 없이도 우주에서 즉시 점화되고, 오랫동안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위성 추진 기술이 개발됐다. POSTECH 기계공학과 이안나 교수, 박사과정 이정락 씨 연구팀은 KIMM 강홍재 선임연구원과 함께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해 아산화질소(N₂O) 기반 추진기관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차세대 친환경 저장성 추진 시스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항공우주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Aerospace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되었다. 최근 스페이스X(SpaceX)를 비롯한 해외 발사체의 운용 효율이 크게 높아지고, 지난 11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국내외 우주 수송 능력이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발사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위성 군집 운용, 저궤도 위성 서비스, 달 탐사 등 우주 임무가 장기화·다양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필요할 때 바로 점화되고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저장성 추진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존 하이드라진(hydrazine) 연료는 강한 독성과 까다로운 취급 절차로 인해 환경·안전 문제를 안고 있어, 이를 대체할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추진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비교적 안전한 물질인 아산화질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물질은 치과 마취제로 사용될 만큼 취급하기 쉽지만, 이를 우주·항공 산업에 적용하기에는 안전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연료와 함께 태우는 방식은 소형 추진기에서 효율이 낮고, 촉매를 사용하는 방식은 구조가 복잡하며, 연료와 산화제를 미리 섞는 방식은 폭발 위험이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플라즈마(plasma)를 이용하여 이 딜레마를 해결했다. 플라즈마는 번개나 오로라처럼 에너지가 매우 높은 상태의 물질로, 연소 반응을 훨씬 쉽게 시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적용한 ‘회전 글라이딩 아크(RGA, Rotating Gliding Arc) 플라즈마’는 짧은 시간 안에 3차원 공간에서 플라즈마를 활성화해 기존에는 불이 붙지 않던 조건에서도 연소를 가능하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회전 글라이딩 아크 추력기에서의 플라즈마 보조 N₂O/CH₄ 추진실험 및 이의 결과 연구팀은 이 기술을 아산화질소 기반 이원추진제(N₂O/CH₄) 시스템에 적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30~100 W(와트) 수준의 낮은 전력만으로도 즉각적인 점화가 가능했으며, 기존 연소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초희박 조건’, 즉 연료가 극히 적은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연소가 유지됨을 확인했다. 특히 산화제 대 연료 질량 비율(O/F 비율)이 1,000에 달하는 극한 조건에서도 촉매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연소 효율은 87.8%에 달했다. 이는 플라즈마가 연소 반응의 문턱을 낮춰, 마치 젖은 장작에도 불씨를 살려주는 역할을 한 것과 같다. 나아가, 연료 비율이 이상적인 구간에서는 이론적 한계에 가까운 99.9%의 효율을 기록했다. 이번 성과는 복잡하고 무거운 촉매나 예열 장치를 덜어내 위성 무게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폭발 위험이 있는 예혼합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안전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POSTECH 이안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라즈마 기술을 톻해 차세대 친환경 추진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한 성과”라며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KIMM 강홍재 선임연구원은 “연구팀의 기술은 저전력에서도 높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어 소형 위성부터 장기 임무 추진체까지 폭넓게 활용될 잠재력이 크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사업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016/j.ast.2025.111256
화학/융합 김원종 교수 연구팀, 아픈 관절에만 ON... 이제는 관절염 치료도 ‘선택과 집중’
[POSTECH, 염증 관절만 겨냥하는 반응형 류마티스 치료제 개발... 통증·부작용 다 잡는다] 화학과·융합대학원 김원종 교수팀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아픈 관절에서만 약효가 나타나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약물은 염증이 없는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 부작용을 줄이면서 통증과 염증은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Advanced Healthcare 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 안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면서 연골과 뼈를 서서히 망가뜨리는 만성 질환으로 심한 통증과 관절 기능 저하로 일상에 큰 불편함을 준다. 그동안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경구용 약물이 널리 사용됐다. 대표적인 약이 ‘토파시티닙(Tofacitinib)’이다. 이 치료제는 체내에서 면역 신호를 전달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야누스카이네이즈(Janus kinase, JAK)’를 꺼 염증을 가라앉힌다. 문제는 이 약이 몸 전체의 면역 스위치를 한꺼번에 끄다 보니 감염에 취약해지거나 백혈구 감소, 암 발생 위험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랐다. 이번 연구는 ‘약이 꼭 필요한 곳에서만 작동하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연구팀은 해답을 염증이 심한 류마티스 관절에서 유독 많이 생성되는 ’일산화질소(이하 NO)’에서 찾았다. 아픈 관절에서만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을 설계하자는 접근이다. 이렇게 개발된 치료제가 ‘NOR-Tofa’다. ‘NOR-Tofa’는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 염증 관절에서 NO를 감지하면 그때야 분해·활성화되며 약효가 발현되는 구조다. 쉽게 말하자면 불이 난 방에서만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소화기’처럼 아픈 관절에만 치료 효과를 내도록 만들었다. 동물 실험 결과, NOR-Tofa는 류마티스 관절염 모델에서 염증이 심한 관절에 집중적으로 작용해 부종과 연골 파괴를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반면, 간이나 신장 등 정상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 전신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안전성은 높인 것이다. 김원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효를 무작정 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장소에서만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라며 “기존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치료 선택이 제한됐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치료는 꼭 필요한 곳에서만, 나머지는 안전하게’라는 스마트 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NO 반응형 약물 설계는 류마티스 관절염뿐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및 암등의 다양한 염증성 질환 치료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부작용은 줄이는 차세대 치료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실제 신약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김원종 교수가 설립한 바이오벤처 ‘옴니아메드’가 신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전임상 독성시험을 거쳐, 내년 하반기 임상 1상 승인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이 연구는 리더연구사업과 IRC연구과제, 교육부 글로컬대학3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hm.202501603
학부 연구의 반란: POSTECH 학부생 논문, 반도체 신뢰성 ‘최고 권위’ 학회 구두발표 채택
[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연구팀, 고유전 절연막 고장 ‘사전 예측’ 기술 개발] 반도체공학과 학부생들이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가 반도체 신뢰성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IEEE International Reliability Physics Symposium(IRPS) 2026’ 구두 발표 논문으로 채택됐다. 학부생 주도 연구가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이번 성과를 통해 대학은 글로벌 연구·교육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근 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연구팀(학부생 홍준영·조재민)이 반도체가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어디서 고장이 날지 미리 짚어낼 수 있는 새로운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반도체 소자의 신뢰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연 연구로 평가된다. 반도체가 점점 작아지고 복잡해질수록, 내부 절연막의 작은 결함 하나가 치명적인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유전율(high-k) 절연막은 필수 소재로 쓰이고 있지만, 랜덤하게 발생하는 결함 때문에 언제, 어디서 고장이 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기술은 대부분 소자가 거의 파괴된 뒤에야 결함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레이저를 활용해 절연막 내부의 누설 전류 분포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레이저 유도 누설 전류 매핑(Laser-Induced Leakage-Current Mapping)’ 기법을 제안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소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초기 단계에서도, 향후 고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취약 지점’을 미리 찾아낼 수 있다. 실험 결과, 초기에 확인된 취약 지점은 이후 전기적 스트레스를 가했을 때 실제 절연막이 파괴되는 위치와 일치했다. 연구팀은 전계(electric field) 강도와 스트레스 시간에 따른 변화를 분석해, 랜덤하게 발생한 결함이 시간이 지나며 고장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낮은 전계 조건에서도 고장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전계를 가한 뒤 결과를 분석하던 기존 신뢰성 평가 방식과 뚜렷이 구별된다. 반도체 공정 개발과 소재 평가, 신뢰성 스크리닝 과정에 활용될 경우, 고집적 반도체 소자의 수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1저자인 홍준영 학생은 “소자가 완전히 파괴되기 전 단계에서 고장 가능 지점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며 “다양한 소자 구조와 소재로 확장해 실용성을 높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공동 1저자인 조재민 학생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던 저전계 스트레스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는 원천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학생은 현재 반도체공학과 3+3 학사·석박사 연계 집중교육과정을 이수 중이며, 학부과정을 3년 만에 마치고 내년부터 석박사통합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교신저자인 이병훈 교수는 “학부생 연구가 국제 학회에서 구두 발표로 선정될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POSTECH의 교육·연구 시스템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내년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Tucson, AZ)에서 진행되는 ‘IRPS 2026’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팀, 머신러닝 기반 3D 광음향·초음파 유방 스캐너 개발… 진단 정확도 높이고 조직검사 감소
[POSTECH·지멘스 헬시니어스·세명기독병원, 3D 광음향·초음파 스캐너로 불필요한 생검 줄이고 진단 신뢰도 향상] 김철홍 교수팀이 지멘스 헬시니어스 초음파 프로브 연구팀과 함께 3차원 광음향 · 초음파 자동 유방 스캐너 시스템 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이어, 개발한 시스템의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포항세명기독병원 유방외과 의료진과 임상 연구 및 평가를 진행하였다. 이 기술은 유방암 진단 정확도를 높이면서 검사자 숙련도에 따른 결과 차이를 줄이고, 불필요한 조직 검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생존율과 직결된다. 특히 유방 조직이 치밀한 여성의 경우 기존 유방 촬영술만으로 암을 발견하기 어렵다. 초음파 검사는 실시간으로 조직을 확인할 수 있고, 비침습적이며 비용도 비교적 저렴해 임상에서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초음파는 검사자의 경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쉽고, 잘못된 양성 판정(위양성)으로 불필요하게 조직을 채취하는 검사가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이 개발한 3D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 시스템은 단순한 초음파 촬영을 넘어, 빛을 이용한 광음향 기술을 결합했다. 광음향 영상은 혈관 구조와 조직 내 산소 상태를 함께 보여주어 병변이 악성일 가능성을 더욱 정밀하게 판단한다. 또한, 자동 스캐너는 검사자가 직접 환자를 움직이지 않고 유방 전체를 스캔해 일관된 3D 영상을 제공하므로, 검사자 간 차이를 줄이고 진단 신뢰도를 높인다. 실제 임상 연구에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빛의 파장을 이용한 광음향 영상을 촬영해 혈관 생성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했다. 이후 이 데이터를 기존 초음파 평가와 결합한 새로운 점수 체계를 적용한 결과, 기존 초음파와 비교해 민감도는 유지하면서(96.7%) 특이도 (66.7%)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김철홍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3차원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 기술은 초음파 기술의 장점을 살리면서 진단 특이도를 크게 높이는 새로운 플랫폼”이라며, “정확하고 객관적인 영상 정보를 통해 유방 질환 진단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명기독병원 백남선 원장은 “이번 성과는 단순한 연구를 넘어 대학과 병원이 협력해 실제 환자의 데이터로 임상 적용 가능성까지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지멘스 헬시니어스 초음파 프로브 연구팀의 박성식 상무는 “시스템 개발 단계부터 POSTECH과 긴밀하게 협력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지역 기반 산‧학‧병 협력 모델이 의료기기 분야 혁신을 이끌어갈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전자전기공학과 박사과정 박신영 씨,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성민식 씨, 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 김현희 씨 연구팀과 지멘스 헬시니어스 초음파 프로브 연구팀, 포항 대표 종합병원인 세명기독병원 유방외과 의료진(백남선 원장, 조용석 부장, 이준경 과장)이 함께 진행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원, 보건복지부 재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시행된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교육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지원되는 한국연구재단 연구과제, BK21 FOUR 사업 및 Glocal 30 대학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z8585
기계 강대식 교수 연구팀, 숨결까지 읽는 센서, 몸의 미세 신호 포착한다
[강대식 교수팀, 머리카락보다 작은 움직임 감지하는 초고감도 센서 개발] 사람이 숨을 들이마실 때 콧등 피부가 아주 미세하게 안쪽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일반 센서로 알아채기 어렵다. 너무 작아서 ‘움직였다’고 말하기도 힘든 변화다. 그런데 최근 POSTECH 연구팀이 이처럼 거의 느껴지지 않는 움직임까지 정확히 포착하는 초고감도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는 호흡처럼 미세한 신체 신호를 정확히 읽어내, 웨어러블(werable) 기기와 로봇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의 몸이나 구조물의 표면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늘어남과 움직임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심장 박동, 호흡, 맥박 같은 생체 신호는 물론 아주 약한 힘이나 진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작은 움직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는 건강 관리 기기, 로봇 공학, 사람과 기계가 소통하는 기술에서 핵심 부품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기존 센서는 변화가 클 때는 잘 반응하다가도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움직임에는 반응이 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계공학과 강대식 교수, 박지은 박사 연구팀은 아주대 김민호 박사, 김태위 박사와 함께 이 한계를 넘는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만든 센서는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금으로 만든 매우 얇고 잘 휘는 센서로 금 표면에 생기는 ‘나노 크랙’, 즉 미세한 금의 균열을 정교하게 조절해 감도를 크게 높였다. 이 센서의 핵심은 금에 생기는 균열의 ‘깊이’다. 유리창에 금이 깊이 갈수록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지는 것처럼, 센서 전극의 금이 깊을수록 아주 작은 변화에도 전기 신호가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균열이 지나치게 깊어지면 전기가 끊겨 센서로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전극 아래에 ‘반경화 폴리이미드(Semi-cured Polyimide)’ 중간층을 넣었다. 이 층은 낮은 온도(섭씨 200도)에서 절반만 굳힌 상태로, 금이 자라는 과정에서 저항을 줄여 금이 더 깊숙이 자라면서 끊어지지 않도록 돕는다. 쉽게 말해, 잘 부러지지 않으면서도 작은 변화에는 극도로 예민한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설계 덕분에 센서는 늘어남이 2%에 불과한 상황에서 ‘게이지 팩터*1’ 10만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금 기반 센서보다 약 50배 이상 민감한 수치다. 연구팀은 이 센서를 사람 콧등에 붙여 호흡 실험을 했다. 숨을 쉴 때 코 내부의 압력이 바뀌며 콧등 피부가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데, 이는 기존 센서로는 측정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연구팀의 센서는 이 움직임을 또렷하게 감지했고, 측정된 신호는 실제 호흡 패턴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센서는 매우 얇고 잘 휘어져 피부에 밀착되기 때문에 착용 시 불편함이 거의 없다. 이에 따라 마스크형이나 벨트 형태의 기존 호흡 측정 장비를 대신할 새로운 신체 신호 감지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강대식 교수는 “금의 미세한 성장을 정밀하게 조절해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하면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센서를 구현했다”라며 “웨어러블 기기와 소프트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사업, 기초연구실사업,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DOI: http://doi.org/10.1002/adfm.202516625 1) 게이지 팩터(GF): 센서가 인장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센서의 전기적 출력 변화량을 기계적 변형률로 나누어 계산함.
화학 박수진 교수 연구팀, 음극 없앤 배터리, 전기차 두 배 더 달린다
[POSTECH·KAIST·경상대, 세계 최고 수준의 1,270 Wh/L 에너지밀도 구현]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 충전으로 왕복할 수 있을까? 겨울에도 배터리 걱정 없이 전기차를 탈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이 음극을 없앤 배터리 기술로 이 질문에 답을 내놓았다. 같은 크기의 배터리로 두 배 더 달릴 수 있는 기술이다. 화학과 박수진 교수·한동엽 박사, KAIST(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최남순 교수·김세훈 박사(現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경상국립대 재료공학과 이태경 교수·손준수 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최근 ‘무음극(anode-free) 리튬금속전지’에서 부피 에너지 밀도 1,270Wh/L(와트시/리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현재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약 650Wh/L) 약 두 배 수준이다. 이번 성과는 국제 재료 과학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실렸다. ‘무음극 리튬금속전지’는 말 그대로 음극이 없다. 대신 충전할 때 양극에 있던 리튬이 이동해 구리판 위에 직접 쌓인다. 불필요한 부품을 덜어낸 만큼, 배터리 내부 공간을 에너지 저장에 더 많이 쓸 수 있다. 같은 크기의 연료탱크에 더 많은 연료를 담는 셈이다. 문제는 안전성과 수명이다. 리튬이 고르게 쌓이지 않으면 덴드라이트(바늘처럼 뾰족한 결정, dendrite)가 자라 폭발 위험이 있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수록 표면이 갈라지며 수명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튬 호스트(Reversible Host, RH)’와 ‘설계형 전해질(Designed Electrolyte, DEL)’을 함께 사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리튬 호스트’는 고분자 틀 안에 은(Ag) 나노입자를 고르게 배치해 리튬이 아무 데나 쌓이지 않고 정해진 자리로 모이도록 유도한다. 리튬이 질서 있게 자리 잡을 수 있는 ‘리튬 전용 주차장’을 만든 셈이다. 여기에 ‘설계형 전해질’을 더했다. 전해질은 배터리 안에서 리튬이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액체로 연구팀이 설계한 전해질은 리튬과 반응해 Li₂O, Li₃N로 이뤄진 얇고 단단한 보호막을 형성한다. 이 보호막은 피부에 밴드를 붙인 것처럼 리튬 표면을 감싸, 덴드라이트 성장을 막으면서 리튬 이동 통로는 열어 둔다. 이 둘을 결합한 RH-DEL 시스템은 높은 용량(4.6mAh/㎠)과 전류 밀도(2.3mA/㎠) 조건에서 1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81.9%를 유지했고, 평균 99.6%의 높은 에너지 효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안정적인 성능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무음극 리튬금속전지에서 부피 에너지 밀도 1,270Wh/L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실험실용 작은 전지가 아니라, 파우치형 전지에서도 검증됐다. 전해액을 최소한만 사용(E/C=2.5 g/Ah)하고, 배터리를 꽉 누르지 않은 낮은 압력 조건(20kPa)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이는 실제 차량에 적용할 경우 무게와 부피를 줄이면서도 제조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로,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리튬 호스트 구조 설계와 성능 검증을 맡았던 박수진 교수는 "음극이 없는 리튬금속전지에서 전성과 수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한, 이론·계산 연구로 실험 결과의 근거를 더한 이태경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상용 용매 기반 전해질 설계를 통해 리튬이온 이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5906
화공/배터리공학 김원배 교수 연구팀, 자석으로 리튬 제어, 폭발 없는 꿈의 배터리 개발
[POSTECH, 자기장으로 리튬 흐름 제어해 폭발 막고 용량 4배 높인 배터리 개발] 전기차 한 번 충전에 ‘주행거리 걱정’을 덜 만큼 많은 에너지를 담으면서도, 폭발 위험은 더 낮춘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나왔다. POSTECH 연구진이 고에너지밀도 전극 소재에 자기장으로 리튬 이온 흐름을 제어해 덴드라이트(dendrite)*1 형성을 억제하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음극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최근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화학공학과 강송규 박사, 통합과정 김민호 씨 연구팀이 ‘망간-철(Mn-Fe)’ 산화물 기반의 강자성 전환형 음극재에 외부 자기장을 적용해 리튬 이온의 이동 경로를 자기적으로 제어하는 마그네토-컨버전(Magneto-conversion)*2 방식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소개됐다. 전기차와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 시장이 성장하면서, ‘더 많이 저장하면서도 안전한 배터리’가 업계의 가장 큰 과제가 되어왔다. 리튬 금속 음극은 이론상 에너지 저장 용량이 매우 크지만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바늘처럼 자라나는 덴드라이트가 합선을 일으켜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현재 널리 쓰이는 흑연 음극은 용량 한계가 뚜렷해 차세대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자석이 쇳가루를 줄 세우듯 리튬 이온 흐름을 정돈하자”. 망간–철 산화물 전환형 음극재*3 안에 리튬이 들어가면 강자성을 띠는 나노입자가 생기는데, 여기에 자기장을 걸면 이 입자들이 작은 자석처럼 배열된다. 이렇게 되면 리튬 이온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고 넓게 퍼져 흐른다. 이 과정에서 로렌츠 힘(자기장 속에서 전하가 받을 수 있는 힘)*4이 작용해 리튬 이온을 넓게 분산시켜, 덴드라이트 대신 매끈하고 균일한 리튬 금속층이 쌓인다. 또, 이 음극은 리튬 이온을 산화물 안에 저장하는 방식과 표면에 금속 형태로 쌓는 방식이 동시에 일어나는 '하이브리드형 음극'이다. 덕분에 상용화된 흑연 음극보다 약 4배 높은 저장 용량을 구현했고, 덴드라이트 없이 안정적으로 충·방전이 가능했다. 특히, 300회 이상 충·방전 후에도 배터리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쿨롱 효율’이 99% 이상을 기록했다. 연구를 이끈 김원배 교수는 "이번 방식은 리튬 금속 음극의 가장 큰 약점인 불안정성과 덴드라이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새로운 접근"이라며 "차세대 배터리 용량·수명·충전속도를 모두 개선할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중견 연구자지원사업, 첨단산업특성화대학원지원(배터리)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1) 덴드라이트(Dendrite): 리튬 금속이 충·방전 과정에서 바늘 모양으로 자라나는 수지상 결정 구조를 말한다. 덴드라이트가 전극 표면을 뚫고 자라면 내부 단락과 폭발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는 것이 리튬 금속 배터리의 핵심 과제다. 2) 마그네토-컨버전(Magneto-conversion): 외부 자기장을 인가한 상태에서 강자성 전이금속 산화물을 전환형 음극재로 사용해, 전극 내 리튬 이온 플럭스와 핵생성을 자기적으로 제어하는 하이브리드 음극 설계 기술이다. 3) 전환형(Conversion-type) 음극재: 충전 시 금속 산화물이 금속과 리튬 산화물로 ‘전환’되는 반응을 통해 리튬 이온을 저장하는 고용량 음극 소재를 의미한다. 4) 로렌츠 힘(Lorentz force): 로렌츠 힘은 전하를 띤 입자가 전기장이나 자기장 속을 이동할 때 받는 힘을 말한다. 특히 자기장 속에서 움직이는 이온은, 이동 방향과 자기장의 방향에 각각 수직한 방향으로 힘을 받게 되며, 전극 내 리튬 이온의 흐름을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