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융합 이윤태 교수팀, 케이메디허브 지원으로 신경내분비성 전립선암 치료 전략 제시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사장 박구선)가 지원한 포스텍 이윤태 교수팀의 전립선암 치료 관련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 'PNAS' 최신호 게재됐다. 케이메디허브 전임상센터는 '혁신신약 기초기반기술 성과창출지원 사업'으로 이윤태 교수팀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물질 발굴 탐색을 지원해왔다. 이 교수팀은 'ETV5(과발현시 암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인자)' 저해제 개발을 통한 신경내분비성 전립선암(NEPC) 치료 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며 케이메디허브의 지원을 받아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AI 신약개발 기업 칼리시(Calici)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파마코-넷(Pharmaco-Net)' 활용이 주효했다. 칼리시 연구진은 단백질 3D 구조 정보를 기반으로 미 FDA 승인 약물 중 ETV5를 억제할 수 있는 최적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스크리닝했다. 이 교수팀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간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던 OCA(Obeticholic Acid)가 ETV5 DNA 결합 방해 및 암세포 성장 억제에 효과가 있음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박구선 케이메디허브 이사장은 “이번 포스텍, 칼리시와의 협력 성과는 산·학·연과 유의미한 성과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 값진 결실”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전자신문
기계/융합 김기현 교수팀, 눈물막 유지하는 ‘결막 술잔세포’, 일반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 가능
[POSTECH·연세대·서울대병원 연구팀, 형광 표지 없이 눈 표면 세포 관찰하는 현미경 기술 개발] 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기현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 기계공학과 주철민 교수 연구팀, 서울대병원 안과 윤창호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눈 건강에 핵심적인 세포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 국제 학술지 The Ocular Surface 최신호에 게재됐다. 눈의 건조를 방지하려면 눈물막이 고르게 분포되어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세포가 ‘결막 술잔세포(Conjunctival Goblet Cell)’다. 이 세포는 눈물막의 주요 성분인 점액(mucin)을 분비해 눈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눈을 보호한다. 술잔세포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점액 분비가 줄어 눈물막이 쉽게 붕괴되고, 이는 안구건조증이나 결막염 같은 안구표면질환에서 관찰된다. 따라서 이 세포의 상태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것은 안구표면질환 진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결막 술잔세포 관찰에는 연구팀이 개발해온 형광 영상법이 사용되었지만, 염색 과정이 필요하다는 제한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경사 후방조명 위상 현미경 (Oblique Back-illumination Microscopy, 이하 OBM)’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 OBM은 조명광을 현미경 주변에 위치 시키면 빛이 세포를 비스듬히 통과하고 세포는 그 빛을 굴절시켜 영상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형광 염색 없이도 조명 방식을 조절하면 일반 광학 현미경에서도 술잔세포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연구팀은 OBM 기술을 기존 형광 현미경과 결합해 실험을 진행했으며, 정상 쥐의 결막에서 OBM으로 관찰된 세포가 실제 술잔세포임을 형광 영상으로 확인해 기술의 정확성을 검증했다. 이어 연구팀은 고삼투압 환경에서 술잔세포의 반응을 관찰해, 건조 환경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눈물양이 부족하면 삼투압이 증가하는데, 이를 모사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농도의 소금물을 쥐의 눈에 투여해 인위적으로 고삼투압 상태를 유도한 후 시간에 따른 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정상 술잔세포는 점액으로 가득 차 영상 측정값이 높게 나타났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액을 방출하면서 측정값이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건조 환경에서 술잔세포가 점액을 분비하며 크기가 줄어드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정량적으로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기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현미경 기술 개발을 넘어, 안구표면질환의 정밀 진단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안구건조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안구건조증은 다원성 질환이어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이번에 개발한 결막 술잔세포 검사 기술은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 기초연구실, 그리고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수행되었다. DOI: https://doi.org/10.1016/j.jtos.2025.01.009
화학/융합 장영태 교수팀, “암은 초록빛, 간은 붉은빛” 형광의 마법이 시작됐다
[POSTECH 장영태 교수팀, 색으로 간암 경계를 그리는 진단·수술 혁신 기술] 간은 영양소를 저장하고 해독 작용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간세포암은 이런 중요한 간을 공격하는 질병으로, 매년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POSTECH 연구팀이 간암을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하게 제거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해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다. 그동안 MRI, CT 같은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간암을 진단해 왔으나 한계가 있었다. 특히, 수술할 때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암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필요 이상의 건강한 조직까지 제거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색깔로 간암을 찾아내는 특별한 방법을 찾았다. 연구팀은 8,000개가 넘는 형광 물질을 조사해 간암 세포에만 달라붙어 초록색 빛을 내는 'cLG(cancerous Liver Green)‘와 건강한 간세포에만 빨간색 빛을 내는 ’hLR(healthy Liver Red)‘을 찾아냈다. 이 두 물질을 함께 사용하면 간암 조직과 정상 조직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지도에서 국가별로 색을 다르게 칠해 경계를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이 기술의 핵심은 각각의 형광 물질이 특정 표적을 찾아 달라붙도록 설계된 데 있다. 최신 유전자 기술과 열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cLG는 간암 세포에 풍부한 ’FATP2‘라는 지방산 운반 단백질과 결합하며, hLR은 건강한 간세포에 많은 ’SMPD1‘이라는 효소를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두 형광 물질을 함께 활용하자 간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경계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기존 MRI나 CT로는 발견이 어려웠던 작은 크기의 초기 간암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장영태 교수는 "연구팀의 기술은 간암 진단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뿐만 아니라 수술 중 빛(형광)을 따라가며 암 조직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혁신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과·융합대학원 장영태 교수, 중국 린이대학(Linyi University) 밍 가오(Min Gao) 교수, 중국 난방과기대(Souther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크리스 순 헝 탄(Chris Soon Heng Tan) 교수, 순천대 약대 하형호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최근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게재됐다. 또,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중국 국가 자연과학기금(NSFC)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acscentsci.4c01822
화학 박수진 교수팀, “충전은 더 빠르게, 수명은 더 길게” 배터리의 진화
[POSTECH-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나노 주석 입자와 하드카본으로 고출력·고에너지밀도 전극 구현] 전기차에서부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빠른 충전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배터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POSTECH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 리튬이온전지에서 흔히 사용되는 흑연(graphite) 음극은 내구성은 뛰어나지만, 낮은 이론 용량과 느린 충·방전 속도가 한계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하드카본(hard carbon)’과 ‘주석’을 결합한 새로운 전극 설계 전략을 제안했다. ‘하드카본’은 탄소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얽힌 구조로 내부에 크고 작은 통로가 많아 리튬이나 나트륨 이온의 이동이 쉬워 빠른 충전과 높은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며, 구조적으로도 단단해 반복적인 충·방전에도 잘 견딘다. 하지만 주석과 결합할 때는 문제가 있었다. 주석 입자는 작을수록 충·방전 중 발생하는 부피 팽창이 줄어 안정성이 높아지지만, 주석의 낮은 녹는점(약 230°C) 탓에 매우 작은 입자로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솔-젤(sol–gel) 공정과 열 환원 과정을 도입해, 수 나노미터 크기의 주석 입자를 하드카본 내부에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복합 구조의 특징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기능적 시너지다. 주석 나노입자는 활물질로 작용함과 동시에 하드카본 결정화를 유도하는 ‘촉매’ 역할도 수행한다. 덕분에 낮은 온도에서도 고결정질 카본이 형성되며, 충·방전 과정에서는 리튬 이온과의 반응을 통해 Sn–O(주석-산소) 결합을 재형성하여 배터리 용량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한다. 개발된 전극은 리튬이온전지에서 20분 급속 충전 조건에서도 1,500사이클 이상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며, 기존 흑연 음극 대비 약 1.5배 높은 부피 에너지 밀도를 기록했다. 고출력과 고에너지 특성을 동시에 구현하며, 수명 안정성까지 확보한 셈이다. 특히, 이번 전극은 리튬이온전지뿐만 아니라 나트륨이온전지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나트륨 이온은 흑연이나 실리콘과의 전기화학 반응성이 낮아 기존 음극 소재와는 잘 반응하지 않지만, 하드카본-주석 나노 복합 구조는 나트륨 환경에서도 높은 안정성과 빠른 반응성을 유지해 다양한 전지 시스템에의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박수진 교수는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라며, ”전기차, 대규모 에너지저장시스템 등 응용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규진 박사는 “고출력·고안정성·고에너지밀도를 동시에 구현 가능한 복합 전극개발과 나트륨이온전지로의 확장성은 이차전지 음극 시장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 첨단재료과학부 최성호 박사, 화학과 한동엽 박사 연구팀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규진 박사 연구팀과 함께 진행했으며,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 나노(ACS Nano)’에 최근 게재됐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00528
POSTECH 임현석·서종철 교수 공동 연구팀, “물 만난 DNA-화합물 라이브러리” 신약 개발 연구의 게임체인저될까
[POSTECH, 기존 기술 한계 뛰어넘은 ‘NanoDEL’로 항암제·난치병 치료제 개발 속도↑] 화학과·첨단재료과학부·융합대학원 임현석 교수, 서종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신약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나노 기술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부표지(supplementary cover)로 선정됐다. 신약 개발 과정은 보통 하나의 화합물을 한 번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수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DNA-암호화 라이브러리(DNA-encoded library, DEL)’ 기술은 개별 화합물이 고유한 암호화 DNA 태그와 연결된 형태로 수만, 수억 개의 화합물을 동시에 스크리닝할 수 있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DNA의 용해도 문제로 모든 반응이 반드시 물에서만 진행되어야 하고, DNA가 다양한 화학반응 조건에서 쉽게 손상되어 활용 가능한 반응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나노입자 표면에 DNA와 화합물을 결합해 새로운 플랫폼인 ‘NanoDEL (Nanoparticle-Based DNA-Encoded Library)’을 개발했다. 나노입자는 물뿐 아니라 유기용매에서도 안정적으로 분산될 수 있어 기존 라이브러리 기술로 불가능했던 ‘무수반응(moisture-sensitive reactions)*1 ’ 등 용매 종류에 상관없이 다양한 화학 반응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 또, NanoDEL 기술은 DNA 손상 문제도 해결했다. 기존 기술에서는 DNA가 쉽게 손상되어 활용이 어려웠지만, 이번 기술에서는 한 나노입자에 여러 개의 DNA 태그를 부착함으로써 일부 DNA가 손상되더라도 남아 있는 태그를 통해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백업 USB가 여러 개 있어 더욱 안정적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진 셈이다. 논문 제1저자인 왕희명 박사는 “NanoDEL 기술은 기존보다 100배 이상 다양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제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유전자암호화라이브러리 코어뱅크구축사업(사업단장: 한국화학연구원 허정녕 박사)의 재정적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jacs.4c13487 1. 무수반응(moisture-sensitive reactions): 수분에 민감한 시약을 사용하는 화학 반응으로 신약 후보물질 합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존 DNA-암호화 라이브러리 기술은 수용액에서만 반응이 가능하여 무수반응을 구현할 수 없었다.
신소재 오승수·우성욱 교수 연구팀, 바이러스의 ‘약점’을 노린 혁신적 진단 센서 탄생
[POSTECH 연구팀, 모든 코로나 변이 감지 가능한 현장 진단 센서 기술 개발] 코로나바이러스의 끊임없는 변이로 기존 진단 기술의 한계가 드러나는 가운데, POSTECH·아산병원 공동연구팀이 협력하여 모든 주요 바이러스 변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진단 센서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신소재공학과 오승수 교수, 우성욱 교수, 이민종 박사팀과 아산병원 김성한 교수 연구팀이 함께 진행했으며, 분석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확산 예방의 핵심은 감염자를 신속하게 식별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기존 진단법으로는 새로운 변이를 제때 감지할 수 없다. 기존 진단 기술은 바이러스 특정 부위를 인식하는 항체를 주로 활용하는데, 바이러스가 변이하면 이 항체가 더 이상 바이러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진단 방법이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약점에 주목했다.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하려면 반드시 우리 몸속에 있는 특정 수용체(이하 ACE2)와 결합해야 하는데, 이 결합 방식은 변이가 일어나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활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ACE2 수용체를 모방한 분자 인식 물질을 개발하고, 이 물질을 간편하고 휴대하기 쉬운 전기화학센서에 접목했다. 이 센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사용 편의성이다. 기존의 PCR 검사나 신속 항원 검사 키트는 바이러스를 분해하는 복잡한 전처리 과정이 필요했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환자의 침(타액)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현장 검사가 가능하다. 또한, 연구팀은 분자 인식 물질을 전극에 붙일 때 피라미드 모양의 DNA 나노구조체를 활용함으로써 센서의 정확도를 더욱 높였다. 바이러스를 잡을 그물망을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만든 셈이다. 아산병원 감염병관리센터와 함께 실제 코로나 환자의 침으로 진단시험을 진행한 결과, 연구팀의 센서는 오미크론을 포함한 지금까지의 주요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들을 매우 정확하게 감지했으며, 독감 등 다른 바이러스와도 확실히 구별되어 오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승수 교수는 "계속해서 등장하는 코로나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진단 기술로 새로운 변이에도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앞으로 감염병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POSTECH 이민종 박사는 “이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다른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변이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센서 개발 연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산업통산자원부 한국산업기술기획 평가원의 시장주도형K-센서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STEAM연구사업,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bios.2025.117311
신소재/친환경소재/기계 김형섭 교수팀, 극한 온도에서도 끄떡없는 슈퍼 금속 나왔다
[POSTECH 연구팀, -196 ℃~600 ℃ 강도와 유연성 유지하는 새로운 금속 소재 개발] 최근 신소재공학과·철강대학원·기계공학과 김형섭 교수 연구팀이 고온에서도, 저온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유지하는 혁신적인 금속 소재를 개발해 우주·항공·자동차 산업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머티리얼즈 리서치 레터스(Materials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금속은 대부분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추운 겨울날 금속 문고리가 차갑게 느껴지고, 반대로 여름에는 뜨겁게 달궈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로 인해 기존 금속 소재들은 특정한 온도 범위에서만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되어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하는 소재는 거의 없었다. POSTECH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퍼어댑터(Hyperadaptor)' 개념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니켈(Ni) 기반의 ‘고엔트로피 합금(High entropy alloy, 이하 HEA)*1 ’을 개발했다. 이 새로운 합금은 영하 196도(77K)부터 600도(873K)까지 넓은 온도 범위에서도 강도와 유연성을 거의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합금의 비밀은 나노 크기의 L1₂ 석출상*2 ’이다. 이 물질은 합금 내부에 고르게 퍼져 있는 아주 미세한 입자로, 금속이 쉽게 찌그러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 금속이 변형될 때 내부 구조가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특성이 온도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이 합금은 극한의 온도 변화가 일어나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로켓이나 항공기 엔진처럼 짧은 시간에 급격한 온도 변화가 발생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자동차의 엔진이나 배기 시스템, 발전소의 터빈과 파이프라인 등 고온 부품이 필요한 분야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김형섭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HEA는 기존 합금의 한계를 뛰어넘어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하는 신개념 소재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하이퍼어댑터 개념은 극한 환경에서도 일관된 기계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080/21663831.2025.2457346 1. 고엔트로피 합금(HEA, High-Entropy Alloy): 기존의 전통적인 합금과 달리, 하나의 주 원소가 아닌 5개 이상의 원소가 유사한 원자비로 혼합된 합금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성으로 인해 높은 혼합 엔트로피를 가지며, 독특한 미세구조와 우수한 기계적 성질을 나타낸다. 2. L1₂ 석출상: FCC 기반 합금에서 생성되는 석출상으로,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질서 구조를 가지며 대표적으로 Ni₃Al, Ni₃Ti으로 나타난다. 전위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방해하여 재료의 강도 및 연신율 향상에 기여하는 강화상이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팀, “단순한 원통으로 푸는 100년 된 물리학 퍼즐: 완벽한 파동 가두기”
[POSTECH·전북대, 단일 입자 구조에서 연속체 속 속박 상태(BIC)의 비밀을 풀다] 최근 POSTECH·전북대 연구팀이 기존 이론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파동을 완벽하게 가두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지난 3일 물리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스마트폰, 라디오, 초음파 장비 등 우리 주변의 많은 기술은 '공진(resonance)' 현상을 활용한다. 공진이란 그네를 탈 때 적절한 타이밍에 밀어주면 더 높이 올라가듯, 특정 주파수에서 파동이 증폭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기존의 시스템은 파동 에너지가 조금씩 새어나가는 문제가 있어 에너지를 계속 보충해야 했다. 약 100년 전 노벨상 수상자 '존 폰 노이만'과 '유진 위그너'는 특정 조건에서 에너지 손실 없이 파동을 가둘 수 있는 '연속체 내 속박 상태(Bound States in the Continuum, BIC)' 이론을 제시했다. 이는 마치 강물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지점에 소용돌이가 생겨 물이 계속 그 자리에서 맴도는 현상과 유사하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이 현상이 단일 입자 수준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왔다. 연구팀은 이 오래된 이론적 한계를 깨고, 단일 입자 내에서도 BIC를 실현할 수 있음을 이론적·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원통형 고체 입자로 구성된 과립 결정(granualr crystal)을 만들고, 입자 간 접촉면을 정밀하게 조절해 파동의 결합 정도를 조정했다. 그 결과, 특정 조건에서 외부로의 에너지 방출이 차단되는 '편광 보호 BIC'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준(quasi)-BIC 상태에서 1,000 이상의 품질 계수(Q-factor)를 기록했다. 품질 계수는 공진기가 에너지를 얼마나 잘 가두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에너지 손실이 적다는 의미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특성을 가진 원통형 물체들을 여러 개 연결했을 때 모든 물체에서 동시에 파동이 갇히는 '평탄 밴드(Flat Bands)*1 '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마치 얕은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멀리 퍼지지 않고 얇은 수면 위에 머물며 그 자리에서만 진동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파동이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도, 공간적으로 퍼지지 않고 한 지점에 국한되는 것이 평탄 밴드의 특징이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는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이론적 한계를 깼다"라며, ”아직 물리 현상에 대한 기초연구 단계지만, 에너지 수확 기술 및 초고감도 센서, 통신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34.136901 1. 평탄 밴드(Flat Bands): 특정 주파수에서 파동의 그룹 속도가 0이 되어 에너지가 구조 내에 고립된 채로 머무르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는 높은 상태 밀도와 강한 국소화를 가진다.
환경 이형주 교수팀, 위성으로 본 공기, 부자 동네가 더 오염됐다?
[POSTECH 이형주 교수팀, 인공위성으로 전국 이산화질소 농도 500m 단위로 정밀 분석] 최근 환경공학부 이형주 교수, 통합과정 김나래 씨 연구팀은 인공위성 자료를 활용해 우리나라 전역의 이산화질소(NO2) 농도를 500m 고해상도 분석하고,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차이 분석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인 ‘환경과학 &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이산화질소(NO₂)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발전소에서 주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로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이 물질은 다른 대기오염물질보다 반응성이 크고, 대기 중 체류 시간이 짧아 지역별로 농도 차이가 크다. 하지만 지상 측정소의 수가 제한적이고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아 그동안은 수 킬로미터(km) 단위의 넓은 지역 평균값만 추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트로포미(TROPOMI) 위성에서 수집한 이산화질소 데이터와 교통 관련 토지이용 정보를 결합하여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전역의 이산화질소 농도를 500미터(m) 단위로 정밀하게 추정했다. 이 고해상도 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17개 시도의 지상 측정망이 실제 인구 노출 수준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 분석한 결과, 지역에 따라 측정소 데이터가 실제 이산화질소 노출 수준을 최대 11%까지 과소평가하거나 61%까지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인구 대비 측정소 수가 많다고 해서 측정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측정소 위치 및 분포가 단순한 수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이산화질소 노출 차이도 분석했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한국에서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이산화질소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독특한 경제발전 역사와 관련이 있다. 1970~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형 도로와 주택단지가 함께 개발되고, 산업단지 주변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지역이 오히려 더 높은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는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이형주 교수는 “이산화질소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오존 등 다양한 대기오염물질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기오염 노출과 건강 영향 사이의 관계를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지역의 의료 인프라, 근린 환경, 건강 행태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종합적인 연구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DOI: https://doi.org/10.1021/acs.est.4c10996
화학 이인수 교수팀, 나노세계 '원자촉매 호텔', 화학 산업 패러다임 바꾼다
[POSTECH, 원자 정확히 배치하는 '2D 나노공간 한정' 기술로 차세대 초고효율 촉매 개발] 최근 화학과 이인수 교수, 심지훈 교수 공동연구팀이 화학 반응의 효율을 높이는 나노 세계의 '원자촉매 호텔'을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연구는 화학 분야 권위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게재됐다. 화학 산업에서는 오래전부터 '단일 원자 촉매'(Single-Atomic Catalyst)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촉매는 백금(Pt), 팔라듐(Pd) 등 귀금속 원자가 개별적으로 고르게 분포해 있어 화학 반응을 매우 효율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넓은 공간에서 일꾼들이 한데 모여 있으면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는 것처럼 귀금속 원자들은 서로 뭉치는 성질이 강해 촉매의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2D-나노공간 한정' 전략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두 개의 얇은 실리카(silica, 유리 주성분)층 사이에 금속 원자를 가두어 원자들이 위아래로 뭉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실리카층 사이의 공간이 매우 좁아 원자들은 수직 이동이 제한되고, 옆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이 제한된 공간에서 원자들은 1나노미터(nm, 머리카락 두께 약 10만분의 1) 두께의 금속 산화물 시트 위에 고르게 배열된다. 각 촉매 원자가 자기 방을 가진 호텔에 머무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촉매는 기존 촉매들보다 알코올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반응에서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이 반응은 알코올을 유용한 화학물질로 바꾸는 과정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기존보다 에너지를 더 적게 사용하면서도 불필요한 부산물을 줄일 수 있어 정밀화학이나 제약, 석유화학 등 산업에서 제품을 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인수 교수는 “단순한 합성 공정을 통해 촉매를 만들 수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실리카처럼 비교적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 경제성까지 확보한 친환경 기술”이라며 “이 촉매는 재활용할 수 있어 실제 산업에 적용되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화학 공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nie.202423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