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조승환 교수 연구팀, 화학 실험실 만능 일꾼, 100년 한계 넘었다
[그리냐르 시약 반응성 제어해 원하는 구조 분자만 선택적 합성] POSTECH 화학과 조승환 교수, 박사과정 이세민 씨, 한승철 박사, 통합과정 최조은 씨 연구팀이 신약 개발의 핵심으로 꼽히는 정밀 합성의 오랜 난제를 해결했다. 한 세기 넘게 화학 실험실의 ‘만능 일꾼’으로 불려 온 유기합성 대표 시약의 과도한 반응성을 제어하여 서로 다른 입체구조들이 섞인 물질에서도 원하는 구조의 유기 분자만 선택적으로 얻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합성화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신세시스(Nature Synthesis)’에 게재됐다. 신약 개발에서는 분자 '모양'이 약효를 좌우한다. 같은 원자로 이루어졌더라도 원자의 공간적 배열이 다르면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닮았지만 겹칠 수 없듯이 거울상 관계에 있는 분자는 전혀 다른 성질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하는 입체구조의 분자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비대칭 합성' 기술이 신약과 기능성 소재 개발에서 매우 중요하다. 1900년 프랑스 화학자인 빅토르 그리냐르(François Auguste Victor Grignard)가 개발한 '그리냐르 시약(Grignard reagent)'은 대표적인 유기마그네슘 시약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활용도가 높아 100년 넘게 유기합성 분야에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반응성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원치 않는 반응까지 일어나 비대칭 합성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여러 입체구조가 섞인 시약에서 원하는 구조만 선택적으로 반응시키는 일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 '만능 일꾼'의 반응성을 ‘붕소’로 해결했다. 마그네슘이 결합한 탄소 바로 옆에 ‘붕소’를 배치해, 이 ‘만능 일꾼’ 시약의 높은 반응성을 필요한 수준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붕소는 원자 구조상 전자를 받아들일 빈자리를 가진, '전자가 부족한' 원소로 주위에 있는 탄소가 전자를 지나치게 내어주며 날뛰려고 할 때, 붕소가 전자를 붙잡아 탄소를 차분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새로운 합성 전략도 개발했다. 연구팀은 탄소 하나에 붕소 두 개가 붙은 ‘1,1-이붕소알케인(gem-diborylalkane)에서 붕소 하나만 선택적으로 마그네슘으로 바꾸는 '붕소-마그네슘 금속 교환(boron-to-magnesium transmetalation)' 반응을 구현해, 붕소가 인접한 새로운 그리냐르 시약을 안정적으로 합성했다. 이렇게 만든 시약은 니켈 촉매를 사용한 반응에서 다양한 알킬 화합물과 높은 수율은 물론 뛰어난 입체선택성을 보였다. 서로 다른 입체구조들이 섞인 물질을 원하는 하나의 구조로 선택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연구팀은 붕소가 그리냐르 시약 반응성을 조절하는 과정과 높은 입체선택성이 형성되는 원리까지 밝혀 반응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생성된 유기 붕소 화합물은 붕소 부분을 다른 작용기로 쉽게 치환할 수 있어, 의약품과 천연물 합성에 활용될 '분자 조립용 블록'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조승환 교수는 "그리냐르 시약은 유기합성에서 널리 쓰이고 있지만, 높은 반응성 때문에 비대칭 합성에서는 활용이 제한적이었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한계를 넘어선 만큼 의약품과 기능성 소재를 비롯한 다양한 고부가가치 카이랄 분자 합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유형2) 및 우수선도연구센터 (SRC), 국가연구소 (NRL 2.0),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4160-026-01107-3
화공 조용준 교수 연구팀, 태양전지 효율 예측, 65년 만에 새 기준 세우다
[유기 태양전지 특성 반영 최대 효율 예측 이론 정립 및 20% 넘는 고효율 소재 개발]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유기 태양전지'를 효율적으로 만들 ‘설계 공식’이 나왔다. POSTECH 화학공학과 조용준 교수 연구팀은 UNIST 에너지공학과 양창덕 교수팀 연구팀과 함께 ‘유기 태양전지’ 특성을 반영한 최대 효율 예측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손실을 줄인 유기반도체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기 태양전지 설계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번 연구 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태양전지’는 햇빛 속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현재 널리 쓰이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갖췄지만, 두껍고 무거워 활용 분야가 제한적이다. 반면, 탄소를 기반으로 한 유기반도체를 사용하는 '유기 태양전지'는 얇고 가벼우며 유연하게 휘어지는 특성 덕분에 웨어러블 기기나 건물 외벽, 이동형 에너지 시스템 등에 쓰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전지 성능을 높이려면 이론적으로 구현 가능한 최대 효율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1961년 제안된 '쇼클리-퀘이서(Shockley-Queisser, 이하 SQ) 한계 이론1)'이 대표적인 기준으로 활용돼 왔다. 문제는 이 'SQ 한계 이론'이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무기반도체를 기반으로 정립돼 유기반도체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기반도체는 빛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거나, 흡수한 빛이 전기로 전환되지 못한 채 열과 빛으로 사라지는 등 무기반도체와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기존 이론만으로는 적합한 소재를 설계하거나 성능 한계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유기반도체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반영한 새로운 최대 효율 예측 이론을 개발했다. 이상적인 태양전지를 가정한 기존 'SQ 한계 이론'과 달리, 유기반도체의 불완전한 빛 흡수 과정과 빛이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손실까지 고려해 유기 태양전지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효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어, 연구팀은 이론을 실제 소재 개발에도 적용했다. 빛을 받아 전자를 전달하는 '전자수용체' 소재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해 이론이 제시한 최적의 에너지 조건을 구현하고, 특히 분자 배열 방식을 제어해 전하 이동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손실을 줄였다. 그 결과 연구팀이 제작한 유기 태양전지는 20%가 넘는 높은 광-전 변환 효율을 기록했으며, 태양광 기반 수소 생산 시스템의 전극으로 활용한 실험에서도 수중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했다. 이번 연구는 경험과 반복 실험에 의존해 온 기존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원하는 성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차세대 태양에너지 변환 소재 개발이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조용준 교수는 “새로운 예측 이론을 실제 소재 개발과 성능 향상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유기 태양전지를 비롯한 차세대 태양에너지 변환 소재 설계를 위한 기준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UNIST 양창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성능 유기반도체 소재 개발에 필요한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가볍고 유연한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 구현을 앞당길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과 우수신진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jacs.6c08793 1. Shockley–Queisser(SQ) 한계이론: 태양전지가 도달할 수 있는 이론적 최대 에너지 변환효율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이상적인 반도체의 빛 흡수를 가정하여 최대 효율 한계를 제시한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구조물 안전 진단 위한 ‘진동의 길’, 메타표면으로 설계하다
[금속 구조물 내부 진동 모드 구분·에너지 집중 기술 개발] 건물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은 붕괴 전 미세한 진동으로 이상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구조물 내부 진동은 다양한 형태가 섞여 있고,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진동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특정 위치로 모아 선명하게 분석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이건 씨 연구팀이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비파괴측정그룹 승홍민 박사·김승일 씨 연구팀과 함께 ‘메타표면1)’을 활용해 금속 구조물 내부 진동 이동 경로를 제어하는 연구 논문 두 편을 기계공학 및 신호처리 분야의 권위지인 'Mechanical Systems and Signal Processing' 동일호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1일 나란히 게재했다. 두 연구는 모두 ‘메타표면’으로 진동이 이동하는 경로를 제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서로 다른 진동을 각기 다른 위치로 보내 종류를 구분하고, 다른 하나는 흩어지는 진동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 미세한 신호를 강화하는 기술이다. 첫 번째 연구는 진동 종류를 구분하는 기술이다. 진동은 흔들리는 방향과 형태에 여러 모드로 나뉜다. 같은 구조물에서도 위아래로 휘거나 앞뒤로 늘었다 줄어드는 등 모드가 다양해 기존에는 센서 여러 개로 넓은 영역을 측정한 뒤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했다. 연구팀은 진동의 이동 경로를 제어하는 메타표면을 정밀하게 설계해 ‘길 안내판’처럼 작동하게 했다. 이 구조는 진동 모드에 따라 진동이 다른 위치에 도달하도록 유도했고, 덕분에 진동이 도달한 위치만 확인해도 별도의 복잡한 계산 없이 어떤 모드인지 물리적으로 바로 판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분산된 진동 에너지를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기술이다. 실제 구조물의 진동은 다양한 주파수가 섞여 있어 특정 위치에 모으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진동 방향을 제어하는 '탄성 메타표면'에 진동 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해 자연스럽게 중심부로 진동을 유도하는 '경사굴절률 구조'를 결합했다. 그 결과, 블랙홀이 빛을 끌어당기듯 진동 에너지가 중심으로 모였고, 40kHz(킬로헤르츠)부터 100kHz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에서 진동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두 기술은 외부 전원 없이도 작동하며, 압전(눌리거나 흔들릴 때 전기를 만드는 원리) 소자와 결합하면 진동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할 수 있다. 이 기술들은 교량, 항공기, 배관, 저장탱크처럼 전원 공급이나 센서 교체가 어려운 대형 구조물 안전 진단에서 잠재력이 크다. 나아가 구조물 진동 에너지 자체를 이용해 저전력 무선 센서를 구동하는 자가발전형 모니터링 시스템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POSTECH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구조물 내부의 진동을 상태 정보를 담은 '숨은 언어'로 바라본 데서 연구를 출발했다"라며 "진동이 이동하는 길을 설계하는 이 기술이 미래 구조물 안전 진단의 새로운 감각기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주)포스코홀딩스(N.EX.T IMPACT) 메타표면 기반 평면광학기술 연구소,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중견연구사업, KRISS 기본사업(시설물 지능형 모니터링의 가용성 혁신을 위한 디지털 안전 측정 기술 개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ymssp.2026.114565 ▶️ DOI: https://doi.org/10.1016/j.ymssp.2026.114525 1. 메타표면(metasurface): 빛, 소리, 진동 등 파동 진행 방향과 특성을 제어하도록 설계한 인공 구조체다.
물리/융합 서준호 교수, 이길호 교수 연구팀, 한국 첫 ‘QuantERA’ 나란히 선정
[총 287건 중 39건만 통과... 초전도 소자부터 나노 역학까지 양자 연구 저변 입증] 한국이 국제 양자기술 공동연구 프로그램인 ‘QuantERA(퀀테라)’에 처음 참여한 가운데, 국내에서 선정된 두 연구팀이 모두 POSTECH에서 나왔다. POSTECH 물리학과 서준호 교수팀은 ‘ENTUNE’, 이길호 교수팀은 ‘STAQuS’ 프로젝트에 각각 선정돼 유럽과 한국의 주요 양자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한국의 첫 QuantERA 공모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POSTECH 연구팀 두 곳이 각각 독립적인 국제 평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국내 양자과학 연구의 국제적 경쟁력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QuantERA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원 아래 각국 연구지원기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다자간 양자기술 연구지원 네트워크다. 양자컴퓨팅과 양자통신, 양자센싱·계측, 양자시뮬레이션 및 기초 양자과학 등 단일 국가나 기관만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도전적인 연구를 여러 국가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추진하도록 지원한다. QuantERA 과제는 여러 국가의 연구진이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제안서를 제출하고, 다국적 전문가 평가 패널이 연구의 탁월성과 독창성, 기술적 실현 가능성, 국제적 파급효과와 국가 간 협력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이번 ‘QuantERA 2025’ 공모에는 세계 각국 약 1,400개 연구팀이 참여해 총 287개의 국제 공동연구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이 가운데 39개 프로젝트가 최종 선정됐다. 초전도 양자소자부터 나노역학 양자시스템까지 서준호 교수가 총괄하는 ‘ENTUNE’은 나노역학 진동자의 양자상태와 얽힘을 제어해 양자정보의 저장·변환과 초정밀 센싱에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양자 플랫폼을 개발한다. 서 교수는 한국·크로아티아·스웨덴·체코 연구진으로 구성된 국제 컨소시엄을 이끌며, 총연구비는 약 23억3,000만 원이다. 이길호 교수팀이 참여하는 ‘STAQuS’는 초전도 나노소자의 안드레예프 양자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해 외부 잡음에 강한 보호형 큐비트와 양자시뮬레이터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헝가리·프랑스 연구진이 참여하며, 이 교수팀은 소자 제작과 극저온 양자수송 실험을 담당한다. 총연구비는 약 16억7,000만 원이다. 두 프로젝트는 2026년 9월부터 2029년 8월까지 3년간 수행된다. 연구 대상과 접근법은 서로 다르지만, 미래 양자기술의 기반이 될 새로운 양자현상과 양자자원을 탐구하는 원천연구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두 연구팀은 오는 9월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되는 QuantERA 10주년 컨퍼런스에서 킥오프 미팅을 갖고, 향후 유럽 연구진과 장기 공동연구와 연구인력 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의 QuantERA 첫 참여 기반 마련 한국의 QuantERA 참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NRF)이 양자정보과학 인적기반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은 QuantERA 회원기관들과의 협의를 거쳐 한국의 참여 기반을 마련했으며, 한국은 아시아 연구지원기관 가운데 선도적으로 QuantERA III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QuantERA 프로그램의 한국 참여를 총괄한 한국연구재단 백승욱 양자기술단장은 “양자기술단과 한-유럽양자과학기술협력센터는 오랜 기간 유럽 주요국과의 양자기술 다자간 협력 프로그램 참여를 준비해 왔다”며 “이번 성과는 유럽과의 양자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한국이 유럽 내 전략적 양자기술 중점 협력국으로 위상을 강화하는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기계 김기현 교수 연구팀, 눈물 지키는 ‘술잔세포’, 이제 눈 표면에서 직접 본다
[눈에 살짝 대기만 하면 안구 표면 세포 촬영하는 기술 개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오래 쓰면 눈이 뻑뻑하고 불편해지기 쉽다. 눈 깜빡임이 줄면서 눈물막이 마르기 때문인데, 눈물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결막 술잔세포1)’가 부족하면 이 증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직접 관찰하기 어려웠던 술잔세포를 안구 표면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영상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 김기현 교수 연구팀이 안구 표면에 가볍게 접촉하는 것만으로 술잔세포를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관련 연구 결과를 안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오큘러 서피스(The Ocular Surface)'에 게재했다. ‘결막 술잔세포’는 점액 성분을 분비해 눈물막을 안정적으로 붙잡아주는 세포다. 이 세포가 줄면 눈물막이 쉽게 깨져 안구건조증이 악화되고, 염증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눈 건강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이 세포를 보려면 눈표면 조직을 일부 채취해야 하는데, 과정도 번거롭고 눈에도 부담이다. 술잔세포를 선명하게 관찰하기 위한 형광 영상 기술도 개발되고 있지만 눈에 닿지 않는 비접촉이라 비교적 평평하고 노출이 쉬운 눈 아래쪽 부위만 볼 수 있었다. 술잔세포 밀도와 분포가 다른 여러 부위를 살펴볼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눈에 가볍게 접촉하는 소형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은 투명한 플라스틱(PMMA2))으로 만든 손톱만 한 보호 캡이다. 지름 4.5mm, 두께 0.5mm 투명 창이 눈에 닿으면 초점이 자동으로 맞춰지면서 술잔세포가 찍힌다. 크기가 작아 눈 구석구석까지 촬영할 수 있고, 전기로 초점을 조절하는 렌즈(ETL3))를 더해 장비를 움직이지 않고 선명한 영상을 확보한다. 이 장비는 약 1.8×1.4mm 면적을 실시간 촬영할 수 있으며, 1.06 µm 수준의 높은 해상도로 개별 세포까지 구분할 수 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안구 표면에서 △눈 아래쪽 △눈꺼풀과 맞닿는 부위 △코 쪽 △귀 쪽 △위쪽 등 5개 부위를 촬영해 술잔세포 분포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사람마다 부위별 술잔세포 밀도·분포 양상이 뚜렷하게 달랐다. 눈꺼풀 안쪽 결막낭에서는 세포 밀도가 가장 높았고, 눈 아래쪽은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코 쪽은 밀도는 높지만 세포가 밀집된 영역과 거의 없는 영역이 함께 나타났고, 귀 쪽과 위쪽은 상대적으로 세포 수가 적고 듬성듬성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더해 영상 분석 과정도 자동화했다. 이미지 밝기를 균일하게 맞추고 잡티를 지운 뒤,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술잔세포를 자동 검출했다. 그 결과 정확도 0.93, 정밀도 0.94, 재현율 0.99의 성능을 보여 사람이 직접 세는 방식과 유사한 수준의 분석 결과를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실제 안구건조증 치료에 사용되는 점안액(2% 레바미피드) 투여 전후 술잔세포 변화도 관찰했다. 그 결과 촬영한 모든 부위에서 술잔세포 밀도가 증가했으며, 평균 밀도는 투약 전 250±430 cells/mm²에서 투약 후 480±540 cells/mm²로 약 두 배 증가했다. 특히 눈 아래쪽과 코 쪽에서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났다. 약물 치료 전후 술잔세포 변화와 부위별 치료 효과를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기현 교수는 "안구건조증을 비롯한 다양한 안구표면질환 지표인 술잔세포를 짧은 시간 안에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라며 “현재 (주)셀샤인과 병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의료기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안구표면질환 진단과 치료 효과 평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정부지원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jtos.2026.04.003 1. 결막 술잔세포(conjunctival goblet cell): 눈 표면 결막에 존재하는 점액 분비 세포로, 눈물막의 점액층 형성과 안구표면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PMMA: 투명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oly(methyl methacrylate)를 의미한다. 3. ETL: 전기 초점 가변 렌즈(electrically tunable lens)로 전기 신호를 이용해 렌즈 초점 위치를 빠르게 바꿀 수 있는 광학 부품이다.
생명/융합 임신혁 교수 연구팀, 면역 균형 되찾는 '브레이크' 찾았다
[면역 유지·과도한 항체 반응 억제 Tfr 세포 분화 기전 규명]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체계가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면역 기능을 무작정 억누르면 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가 생긴다. 국내 연구진이 정상적인 면역은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면역반응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면역 브레이크’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이혜나 씨 연구팀이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여포 조절 T세포(이하 Tfr1) 세포)’가 만들어지는 핵심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면역억제제와 다른 차세대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자가면역질환은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겪을 만큼 흔한 병이다. ‘루푸스’,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질환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할 항체가 '자가항체'로 변해 자기 몸의 조직을 공격하면서 생긴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면역 기능 전반을 함께 억제하는 경우가 많아 자가면역질환은 잘 잡아도 감염병에 더 쉽게 걸리는 딜레마가 있었다. 연구팀은 과도한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Tfr 세포'에 주목했다. 이 세포는 면역계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Treg2))’에서 분화하는데, 어떤 신호를 통해 만들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다양한 면역 신호 물질(사이토카인)들을 비교해 '인터루킨-6(이하 IL-6)'가 Tfr 세포 분화를 가장 강하게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IL-6가 세포 안에서 'C/EBPα'라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켜고, 이 스위치가 Tfr 세포 형성에 필요한 유전자(Bcl6, Cxcr5) 발현을 유도해 조절 T세포를 최종적으로 Tfr세포로 만드는 전 과정을 규명했다. 실제로 동물실험에서 C/EBPα 유전자를 제거하자 Tfr 세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항체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 증상도 악화됐다. 이는 사람에게서도 확인됐다. 루푸스 환자 혈액 분석 결과, 조절 T세포에서 C/EBPα가 많이 발현될수록 질병 활성도 지표(SLEDAI3))는 낮게 나타났다. 동물실험에서 찾아낸 원리가 실제 환자의 질병 상태와도 일치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IL-6-C/EBPα' 조절 축이 Tfr 세포를 만드는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면역 기능 전체를 억제하는 기존 치료 방식과 달리, 이 경로를 표적으로 삼으면 면역계의 균형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정교한 세포치료제나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임신혁 교수(이뮤노바이옴 대표)는 "IL-6-C/EBPα를 조절해 Tfr 세포 생성과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를 더 정밀하게 치료하는 세포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가면역질환은 물론 알레르기와 암에서도 어떤 역할을 하는지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POSTECH, 이뮤노바이옴(주), 서울대 의대 연구진, 고려대 연구진, 아주대학교병원 연구진등 다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또한, 글로벌박사양성사업,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 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유형2) 및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B-IRC)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5308-x 1. Tfr: T follicular regulatory T cell, 여포 조절 T 세포의 영문명. 체액성 면역 반응을 감시하고 조절하여, 자가항체의 생성을 억제함과 동시에 외부 항원에만 특이적인 항체가 생성되도록 체액성 면역계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2. Treg: Regulatory T cell, 조절 T 세포의 영문법.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여 전반적인 면역계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3. SLEDAI: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Disease Activity Index의 약어.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환자의 질병 활성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임상 정수 지표를 의미한다.
친환경/신소재 김형섭 교수 연구팀, “겉바속촉 대신 겉물속강” 수소도 못 뚫는 신소재
[‘역방향 기울기 설계’로 미세조직 차폐 효과 규명... 수소구조재 설계 새 방향 제시] 치킨이나 만두를 먹을 때 최고의 칭찬은 '겉바속촉'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야 맛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금속 재료 세계에서는 이 조합을 살짝 바꾼 '겉물속강'이 최고의 칭찬이 될 것 같다. ‘겉은 물러도 속은 강철처럼 단단한’ 금속, 이런 금속이 실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연구팀이 금속 미세조직을 '거꾸로' 설계하는 '역방향 기울기(Reverse-gradient) 구조'를 개발해, 높은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부식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Corrosion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금속은 강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수소 앞에서 더 쉽게 부서지는 얄궂은 성질을 갖고 있다. 이른바 '수소취성1)'이다. 수소가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지금, 이 딜레마는 수소경제로 가는 길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수소 저장탱크와 배관, 연료전지 같은 인프라를 지으려면 튼튼하면서도 수소에 잘 견디는 금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깨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연구팀은 금속 내부 구조 '순서'를 통째로 뒤집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역방향 기울기(Reverse-gradient)2) 구조'라 이름 붙였고, 이 구조를 적용한 고엔트로피 합금에서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금속 표면을 단단하게, 내부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설계하는 기존 정석을 뒤집고 연구팀은 표면에는 수소에 강한 '재결정 조직'을, 내부에는 강도를 끌어올리는 '냉간압연 조직'을 배치했다. 겉은 수소를 막아내는 역할을, 속은 힘을 내는 역할을 나눠 맡긴 셈이다. 이 설계의 핵심은 '구조적 차폐(Structural Shielding)3)'라는 개념이다. 수소에 강한 표면층이 외부 환경을 먼저 견뎌내면서, 안쪽 고강도 조직에는 수소가 아예 닿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별도 코팅이나 보호막을 덧씌우는 방식이 아니라, 금속 내부 미세조직의 배열 순서만 바꿔서 수소의 침투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조직이 함께 변형되면서 예상치 못한 시너지도 나타났다. 강도와 함께, 잘 늘어나는 성질인 연성까지 같이 좋아진 것이다. 실제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합금은 일반 열처리 합금보다 항복강도가 약 2.4배 높았다. 그런데도 수소를 주입한 뒤 나타나는 연성 감소 폭은 기존 합금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강도는 훌쩍 뛰었는데, 수소취성이라는 약점은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표면 코팅이나 복잡한 후처리 공정 없이도, 미세조직의 배열 순서를 바꾸는 설계만으로 수소취성을 줄일 수 있다는 원리를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 원리는 수소 저장탱크와 배관, 연료전지 등 수소경제 인프라뿐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 쓰이는 고강도 구조재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섭 교수는 "표면 코팅에 의존해 온 기존 수소취화 대응을 넘어, 미세조직 자체가 능동적으로 수소를 차폐하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라며 "수소 저장·운송용 차세대 합금 설계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논문 제1저자인 친환경소재학과 박사과정 김래언 씨는 “자연 계층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역방향 기울기 설계가 강도와 연성 상충 관계는 물론, 수소취성 같은 환경 취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과 기본연구사업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16/j.corsci.2026.113760 1. 수소취성(Hydrogen Embrittlement, HE) : 금속에 침투한 수소가 격자·입계·전위 등에 축적되며 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균열을 유발하는 현상. 강도가 높을수록 더 취약해 수소 환경 구조재 개발의 핵심 난제로 꼽힌다. 2. 역방향 기울기(Reverse-gradient): 표면을 강하고 내부를 부드럽게 두는 통상적 기울기 구조와 반대로, 변형·수소 침투가 집중되는 영역에 차폐 미세조직을 배치하는 설계 개념이다. 3. 구조적 차폐(Structural Shielding) : 코팅·표면처리 없이 미세조직 자체의 배치만으로 수소를 가두거나 분산시켜 균열 핵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옆 사람은 못 듣고 나만 듣는 소리, 이제 현실이 된다
[단일 초음파 소자에 메타물질 결합한 초지향성 스피커 개발] 영화 속 첩보요원들처럼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POSTECH 연구진이 특정 사람에게만 말을 건넬 수 있는 스피커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1일 게재되었다. ‘빛’과 ‘소리’는 성질이 다르다. 손전등이나 레이저처럼 빛은 한 방향으로 곧게 뻗어 나가지만, 소리는 사방으로 잘 퍼진다. 담장 너머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소리도 빛처럼 원하는 곳으로만 보낼 수는 없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 ‘초지향성 스피커(MiPAL1))’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초음파에 실어 보내면, 원하는 공간에만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대표 기술이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PAL2))’다. 서로 다른 초음파를 공기 중에서 상호 작용 해 특정 방향으로 소리를 모으는 방식이다. 이러한 스피커는 일반 스피커에 비해 훨씬 좁은 범위에 소리를 모을 수 있지만 수십에서 수백 개의 초음파 부품을 정교하게 늘어놓고 하나하나 제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구조도 복잡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간단한 구조의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가 개발됐지만, 이번에는 스피커 진동판이 떨리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진동까지 함께 발생해 소리가 사방으로 새어 나가는 문제가 생겼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메타물질3)을 하나의 초음파 스피커에 결합하는 구조로 이를 해결했다. 먼저 장치 앞쪽에는 '음향 메타표면'을 붙였다. 말하자면 '소리의 렌즈' 같은 부품으로, 진동판에서 나오는 울퉁불퉁한 초음파를 가지런히 정리해, 레이저처럼 곧고 좁은 초음파 빔으로 만든다. 뒤쪽에는 '탄성 메타유닛'을 달았다. 이것은 '소리의 방음벽'에 가까운데, 특정 주파수에서 생기는 불필요한 진동을 눌러 소리가 옆으로 새는 걸 막는다. 앞에서는 소리를 모으고 뒤에서는 잡음을 막는, 말하자면 ‘이중 안전장치’를 단 셈이다. 그 결과, 부품 하나로 500Hz부터 10kHz까지, 4옥타브4)가 넘는 대역에서 원하는 방향으로만 소리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대부분을 아우르는 범위다. 연구팀은 비행기 좌석 상황을 가정한 실험도 진행했다.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각자에게 다른 안내 방송이나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 방송과 음악을 틀어놓고 방향별 소리 세기를 측정했고, 탄성 메타유닛을 붙이기 전과 후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무엇보다 이 기술은 만들기도, 활용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물질 구조 자체가 3D 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는 조립식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좌석 간격이나 각도 등 사용 환경에 맞춰 손쉽게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비행기나 기차에서 옆 사람 방해 없이 각자 원하는 안내 방송이나 콘텐츠를 들을 수 있고,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도 특정 전시물 앞에 선 사람에게만 설명이 들리게 만들 수 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나만 듣는 소리'가 머지않아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노준석 교수는 "메타물질과 초음파 장치를 하나로 설계해 비용과 복잡성, 설계 자유도 한계를 동시에 풀어냈다"라며, "그동안 음향·탄성 메타물질 연구는 원리를 검증하고 개념을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이번 연구는 실제 장치에 메타물질을 녹여내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첫 사례"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문원규 교수, 김웅지 박사, 박사과정 오범석 씨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604-0 1. MiPAL: Metamaterials-integrated Parametric Array Loudspeakers 2.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Parametric Array Loudspeaker, PAL): 서로 가까운 주파수의 강한 초음파 두 개를 공기 중에 함께 방사하면, 공기의 비선형 성질에 의해 두 초음파의 차이 주파수에 해당하는 가청음이 새롭게 생성되는 현상을 이용한 스피커. 일반 스피커와 달리 소리를 좁은 빔 형태로 모아 고지향성 음원을 형성할 수 있다. 3. 메타물질(metamaterial):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미세 구조를 주기적으로 배열해, 일반 재료로는 얻을 수 없는 파동(빛·소리·진동) 제어 특성을 구현한 인공 물질. 본 연구에서는 소리를 다루는 음향 메타물질과 구조 진동을 다루는 탄성 메타물질이 모두 사용됐다. 4. 옥타브(octave): 음높이의 단위로, 한 옥타브는 주파수가 정확히 2배가 되는 음정 차이를 의미한다. 본 연구의 4옥타브 이상 대역(500 Hz~10 kHz)은 사람이 듣는 가청 음역의 대부분을 포함한다.
화공 정대성 교수 연구팀, 절반만 일하던 이온, 이제는 100% 일한다
[바이오센서 약점 최초 규명… 이온과 반도체 거리 조절로 도핑 효율 100% 구현] POSTECH 화학공학과 정대성 교수, 박사과정 표원준 씨 연구팀이 서울대 화학과 손창윤 교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화학과 Wei You 교수, 경기대 화학과 정경준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미래형 바이오센서 핵심 부품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제한하는 원인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극복한 고성능 소자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트랜지스터’는 스마트폰, 컴퓨터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서 전류를 조절한다.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는 여기에 이온의 움직임을 전류 신호로 바꾸는 기능을 더한 소자다. 몸에 붙이거나 몸속에 삽입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해 심장 박동이나 뇌파, 땀이나 혈액 속 생체 신호를 정밀하게 감지하는 차세대 웨어러블 바이오센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땀이나 혈액 속에 있는 이온들이 반도체 얇은 막 안으로 들어가면, 그 움직임이 전류 신호로 바뀌어 신호를 감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안으로 들어온 이온 모두 전기 신호 생성에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분광학 분석으로 확인해 본 결과, 전기 신호 생성에 기여하는 이온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이온은 반도체 안으로 들어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이것이 센서 감도를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문제는 이온과 고분자 반도체 주쇄(몸통) 간 거리였다. 전기 신호는 반도체 주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온들이 이 주쇄에 가까이 접근해야 전하가 잘 생성된다. 그러나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올리고에틸렌글라이콜(OEG1)) 측쇄는 이온을 잘 끌어들이면서도, 정작 전하가 생성되는 주쇄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방해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반도체 박막이 형성된 다음에 스스로 구조가 바뀌는 고분자 반도체를 설계했다. 박막이 만들어지면 긴 측쇄는 제거되고 짧은 카복실산기만 남도록 설계해, 이온을 끌어들이는 성질은 유지하면서도 주쇄 바로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험 결과, 투입된 이온이 모두 전기 신호 생성에 참여하는 100%의 도핑 효율을 달성했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 기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온과 주쇄 간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도핑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원리도 확인했다. 특히, 이를 적용한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는 지금까지 보고된 소자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280S/cm2) 트랜스컨덕턴스(transconductance)‘를 기록했다. ’트랜스컨덕턴스‘는 이온 움직임을 전류 신호로 얼마나 민감하게 바꿀 수 있는지 나타내는 성능 지표다. 이번 연구는 훨씬 더 민감하고 정확한 웨어러블 바이오센서와 의료 진단 기기 개발에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정대성 교수는 “전기화학 바이오센서용 고분자 반도체 설계에서 도핑 효율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성과”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 분자동역학 연구를 주도한 손창윤 교수는 “생체 이온 신호가 전류 신호로 바뀌는 효율을 분자 차원에서 규명했다”라며 “차세대 생체 전자소자 개발을 위한 소재 설계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5568-7 1. OEG(oligoethylene glycol, 올리고에틸렌글라이콜): 고분자 반도체 측쇄DP 사용되는 친수성 소재로, 이온을 잘 끌어들여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2. S/cm(Siemens per centimeter, 지멘스/센티미터): 전기 전도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값이 높을수록 전류가 잘 흐르는 것을 의미한다.
화공 전상민 교수 연구팀, 김밥처럼 말았을 뿐인데, 바닷물 ‘식수’ 됐다
[낮에는 태양열로 밤에는 공기열로... 24시간 멈추지 않는 나무 증발기 개발] 사막 한복판에서 목이 마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속 주인공이라면 태양광 정수기를 꺼내겠지만, 현실에서는 해가 없으면 힘을 못 쓰고 오래 쓰면 잔고장이 생기기 일쑤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나무판을 김밥처럼 돌돌 말아 밤에도 마르지 않는 담수화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 전상민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전기 공급이 어려운 지역이나 재난 현장에서 밤낮없이 물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물·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npj Clean Water’에 게재됐다. 태양광을 이용한 해수 담수화 기술은 전기가 없어도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어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온 친환경 기술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검은 소재가 햇빛을 흡수해 해수를 데우면, 물은 증발해 소금기를 남기고 순수한 수증기만 빠져나가 물로 응축된다. 문제는 증발 면적을 넓히기 위해 증발기를 높이 쌓을수록 물을 꼭대기까지 끌어올리기가 어려워지고,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소금 결정이 쌓여 물길을 막아버린다는 점이다. 그 해답은 '나무를 마는 방식'에 있었다. 연구팀은 원목을 종이처럼 얇게 켜낸 나무판(베니어, veneer)을 김밥처럼 돌돌 말아 '우드 스크롤(Wood Scroll)'이라는 원통형 증발기를 만들었다. 나무를 말면 층과 층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기는데, 이 틈이 바로 물이 다니는 새로운 통로가 된다. 물은 이 통로를 타고 증발기의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증발하고 남은 소금기 역시 이 통로를 따라 다시 바닷물 쪽으로 흘러 내려가 녹아 없어진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통로가 좁을수록 ‘모세관 현상’으로 인해 물이 더 잘 빨려 올라갈 거라는 상식과 달리, 실제로는 통로가 어느 정도 넓어야 물도 잘 오르고 소금도 잘 녹아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밝혀냈다는 것이다. 이는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면서 소금이 한곳에 쌓이지 않으려면 충분한 공간을 가진 물길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만든 높이 40cm 우드 스크롤 증발기는 태양광 1개 조건(1 sun, 맑은 날 정오 햇빛 세기)에서 시간당 35.8kg/㎡의 물을 증발시켰다. 이는 기존 태양광 증발기들과 비교해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더 놀라운 건 밤에도 증발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통 모양 긴 옆면이 마치 라디에이터처럼 주변에 있는 열을 계속 흡수해, 해가 없어도 그 열을 이용해 물을 계속 증발했다. 바닷물과 비슷한 3.5w%(무게 기준 농도) 염도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 낮 동안 표면에 쌓였던 소금이 밤사이 자연스럽게 다시 녹아 사라지는 '자가 염 제거' 현상도 확인됐다. 사람이 청소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끗해지는 셈이다. 실제 야외에서도 우드 스크롤 증발기를 여러 대 세워 담수화 성능을 검증했다. 생산된 물은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을 충족했고, 이 물로 보리를 직접 키워보는 데도 성공해 농업용수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전기나 복잡한 장비 없이 나무판 하나로 마실 물과 농업용수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상민 교수는 "기존 연구들은 태양광을 얼마나 잘 흡수하느냐에 집중했지만, 우리는 구조 자체를 바꿔 주변의 열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다 쓰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라며 "간단한 목재 구조만으로 하루 종일 안정적으로 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물 부족 지역을 위한 차세대 친환경 담수화 기술의 실용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45-026-006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