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진현규 교수 연구팀, 전류 대신 ‘온도 줄다리기’… 전력 66배 줄인다
[스핀트로닉스 기반 비휘발성 스위칭 기술로 최대 66배 에너지 절감] 전기를 거의 쓰지 않고도 정보를 저장하고 유지하는 메모리 기술이 등장했다. 온도 변화만으로 전자의 스핀 방향을 바꾸고, 전원 없이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 구현에 성공한 것이다. 이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최대 66배 이상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초저전력 메모리로 이어질 수 있어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POSTECH 기계공학과 진현규 교수, 통합과정 김준석 씨 연구팀이 충남대 신소재공학과 정종율 교수, 카오반 푸억 박사 연구팀과 수행한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앞속커버(Inside Front Cover) 논문으로 선정됐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력을 얼마나 줄이면서도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작은 도시 하나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새로운 메모리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스핀(spin)’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로, 전자의 스핀 방향이 ‘0’과 ‘1’의 정보가 된다. 특히, 전류가 흐르지 않는 ‘자기절연체’ 기반 스핀트로닉스 소자는 발열에 의한 에너지 손실도 적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 하지만 기존에는 대부분 강한 전류를 흘려야만 스핀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온도 변화를 이용한 방식이 대안으로 제안되었으나 온도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 스핀 방향도 함께 되돌아가, 전원이 꺼져도 상태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구현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열 이력(thermal hysteresis)’ 현상으로 해결했다. 열 이력은 온도를 올렸다가 내려도 바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일정 구간 동안 유지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가돌리늄 철 가넷(GdIG)1)’과 ‘홀뮴 철 가넷(HoIG)2)’ 두 종류의 희토류 철 가넷을 쌓아 이중층 구조를 제작했다. 두 물질은 모두 자석처럼 반응하지만 온도에 따라 스핀 방향이 변하는 방식이 달라, 특정 온도 구간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더 안정적으로 선호하게 된다. 여기에 두 층 사이 강한 결합과 각 물질이 가진 고유한 자기 방향성이 더해지면서, 특정 온도 범위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자석 방향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쌍안정성’이 구현됐다. 이 현상은 줄다리기에 비유할 수 있다. 두 물질은 서로 줄을 당기는 두 팀이고, 온도는 각 팀의 힘을 키우거나 약하게 만드는 응원이다. 한쪽이 우세해지면 줄은 그 방향으로 넘어가고, 바닥 마찰력 덕분에 응원이 줄어도 쉽게 다시 뒤집히지 않는다. 이처럼 한 번 바뀐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바로 비휘발성의 핵심이다. 외부 조건이 변하더라도 상태가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 ‘기억 가능한 상태’를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약 ±25 K(켈빈, 절대온도3)) 온도 변화와 약한 자기장만으로 스핀 방향을 안정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이 방식은 전류를 이용해 자석 방향을 바꾸는 기존 스핀궤도토크(SOT)4) 방식에 비해 최대 66배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조건에 따라서는 최대 452배까지 절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주도한 POSTECH 진현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온도 변화만으로 스핀 방향을 제어하고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AI 시대에 요구되는 초저전력 메모리 소자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27195 1. 가돌리늄 철 가넷(GdIG): 희토류 원소 가돌리늄(Gd), 철(Fe), 산소(O)로 이루어진 산화물 자성 물질로, 가넷 구조를 가지는 대표적인 페리자성 절연체다. 2. 홀뮴 철 가넷(HoIG): 희토류 원소인 홀뮴(Ho), 철(Fe), 산소(O)로 이루어진 산화물 자성 물질로, 가넷 구조를 가지는 자성 절연체다. 3. 절대온도(K): 물질 열역학적 상태를 나타내는 온도 척도로, 섭씨온도에 273.15를 더한 값이며 단위는 켈빈(K)을 사용한다. 0 K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저 온도(절대영도)이다. 4. 스핀궤도토크(SOT, Spin-Orbit Torque): 전류를 흐르게 할 때 전자 스핀과 궤도 운동이 결합되며 발생하는 토크를 이용해 자성 물질 스핀 방향을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현상으로, 차세대 저전력 자기 메모리 소자 구동 방식 중 하나이다.
기계 임근배 교수 연구팀, “찌를 땐 바늘, 들어가면 말랑말랑” 몸이 거부하지 않는 전극 나왔다
[세포·조직 수준에서 면역 반응이 없는 생체 이식체 개발] 몸이 거부하지 않는 전극이 개발됐다. 이 전극은 웨어러블 기술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으로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POSTECH 기계공학과 임근배 교수, 이중호·윤가은 박사 연구팀은 박성민 교수, 김철홍 교수와 함께 통증과 염증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진피형 바이오 전극(Dermal electronics)’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표지 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측정하고 패치 하나로 혈당을 확인하는 시대가 되면서 웨어러블 기기는 일상 속 건강 관리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극 기술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피부 표면에 붙이는 ‘표피형 전극’은 사용은 간편하지만 땀이나 건조함, 움직임 등의 영향으로 신호가 쉽게 불안정해진다. 반면, 피부에 삽입하는 ‘미세침 전극’은 신호의 정확도는 높지만 단단한 구조로 인해 조직 자극과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편의성과 안정성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 왔던 셈이다. 연구팀이 만든 전극은 삽입 순간에는 바늘처럼 단단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고, 진피층에 도달하면 부드러운 구조로 변하는 ‘구조 변환형 전극’이다. 알루미늄이 항공기에서는 단단한 합금으로, 주방에서는 얇은 호일로 사용되는 것처럼 동일한 소재도 구조에 따라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질 수 있다는 원리에 착안한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은 극유연성 생체 소재의 초소형 정밀 가공과 발포성 구조 변환 설계다. 특히, 발포성 소재를 희생층으로 활용해 전극이 수 초 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한 뒤 진피층에 안정적으로 자리잡도록 했다. 진피층에서는 스스로 유연해져 주변 세포·조직에 가해지는 기계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몸이 전극을 ‘이물질’이 아닌 ‘공존 가능한 구조’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장기간 삽입 상태에서도 조직 손상이나 면역 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진피층에 안정적으로 위치한 전극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 땀이나 탈수 상태, 장시간 착용 조건에서도 신호 정확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웨어러블 전극의 개선을 넘어, 생체신호 측정 위치를 피부 표면에서 진피층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이끈 임근배 교수는 “이 기술은 의료 진단 기기뿐만 아니라, 생체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해 AI와 결합하는 차세대 ‘피지컬 AI’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다”라며 “단순한 건강 측정을 넘어 인간의 생체 정보를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데이터 기반 기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교육부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09719
화공 김영기 교수 연구팀, “6시간 기다릴 필요 없다”…1분 만에 식중독균 잡아내는 ‘액정 센서’ 나왔다
[아미노산-액정 상호작용으로 세균을 ‘빛’으로 감지하는 초고속 바이오센서 개발] 매년 여름이면 항상 반복되는 식중독 사고. 문제는 대표적인 원인균인 살모넬라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최소 6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그 사이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1분 만에 살모넬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초고속 바이오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POSTECH 화학공학과 김영기 교수 · 통합과정 최예나씨, 서울대 화학과 손창윤 교수 · 통합과정 이상민 씨, 국립군산대 이차전지에너지학부 이민재 교수 공동연구팀이 ‘아미노산’과 ‘액정’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고감도 광학 인식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계면’이다. 계면은 두 물질이 맞닿는 경계로, 세포막 반응이나 면역 작용처럼 중요한 생명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이 계면에서는 다양한 분자가 동시에 얽히고설키기 때문에 그 복잡한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내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주목한 소재는 ‘액정’이다. TV나 스마트폰 화면에 사용된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외부 작은 변화에도 분자 배열이 민감하게 바뀌고, 그 변화를 빛의 밝기나 색으로 나타내 바이오 센서 분야에서도 떠오르는 소재다. 분자의 신호를 빛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통역자’인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구조가 비슷한 두 아미노산, ‘글루탐산’과 ‘아스파트산’이 액정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아미노산은 액정 표면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흡착-탈착’ 과정을 반복하며 액정 배열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광학 신호를 만들어 냈다. 이 과정은 pH(용액의 산성도)에 따라 달라졌다. 아미노산 전하 상태가 바뀌면서 액정과의 결합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음전하 상태에서는 계면에 안정적으로 붙어 지속적인 신호를 만들었고, 중성일 상태에서는 일시적인 신호만 나타났고, 양전하 상태에서는 두 아미노산 간 신호 강도 차이가 뚜렷했다. 여기에 살모넬라, 포도상구균, 대장균 등 박테리아 부산물이 더해지자 변화가 더욱 뚜렷해진다. 아미노산과 이들 물질이 결합해 형성한 복합체는 액정 표면에 더 강하게 붙었다. 아미노산이 액정 표면에 훨씬 강하게, 안정적으로 달라붙어 광학 신호가 증폭되며 세균의 존재를 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극미량(100cfu/ml)의 살모넬라균도 1분 이내에 감지했다. 기존 검사법(PCR, ELISA)이 최소 6시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속도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살모넬라균 부산물의 특성(전하, 탄소 사슬 길이 등)에 따라 다른 신호 패턴을 보인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식품 공정이나 병원 진단, 환경 모니터링 등 분야에서 즉각적인 오염 감지가 가능해질 것이다. 특히, 복잡한 장비 없이 빛 변화만으로 세균을 확인할 수 있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잠재력이 크다. 김영기 교수는 "생체분자 간 복잡한 계면 상호작용을 즉각적인 광학 신호로 변환하고 증폭하는 액정 기반 시스템의 설계 원리를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세대 액정 기반 센서 분야 전반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미래융합파이오니어 사업, 글로벌 기초연구실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23658
전자 최수석 교수 연구팀, “OLED 한계 돌파, 초고순도 레이저 빛 색 마음대로 바꾼다” 저전압 색가변 수직 레이저 발광 기술 개발
OLED·액정 결합으로 기존 디스플레이 색 순도 수십 배 향상, 1.5V 급 저전압으로 135nm급의 다중 색 파장 범위 연속 색조절이 가능한 레이저 발광 구현 OLED 대비 수십 배 높은 색순도를 구현하는 초고순도 레이저 발광의 색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최수석 교수 연구팀(김혜린 석사, 박정우 통합과정, 정원태 박사과정 등외)은 건전지 한 개 수준의 저전압으로 초고색순도의 발광 빛의 색을 연속적으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차세대 가변색 레이저 발광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Laser & Photonics Reviews의 속표지(Inside Front Cover) 논문으로 선정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빛의 색 순도는 특정 파장의 빛이 얼마나 좁은 스펙트럼에 집중되어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여러 색이 섞일수록 탁해지는 물감과 같이, 발광 스펙트럼이 좁을수록 더욱 선명하고 순수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 이상적인 단일 색의 발광 폭은 약 1 nm 수준이지만, 현재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OLED는 약 40 nm, 양자점(Quantum Dot) 기반 소재도 약 30 nm 수준의 비교적 넓은 발광 폭을 가지며, 이는 색 순도와 표현력의 근본적 한계로 작용한다. 특히, 홀로그램 및 차세대 AR·VR 디스플레이와 같이 빛의 회절과 정밀한 광학적 위상 제어가 요구되는 시스템에서는 레이저 수준의 초협대역(≈1 nm) 광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존 OLED 기반 디스플레이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 적·녹·청(RGB) 광원을 혼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광효율 저하와 색 표현의 연속성 한계로 인해 이러한 응용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OLED 형광체와 카이랄 액정(Chiral Liquid Crystal, CLC)을 결합한 새로운 광구조를 제안했다. 카이랄 액정은 분자가 나선형으로 배열되어 특정 파장의 빛을 선택적으로 공진·증폭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를 활용해 OLED 형광체의 넓은 발광 스펙트럼을 공진 구조 내에서 재구성함으로써, 발광 폭을 약 1 nm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축소한 레이저 발광을 구현했다. 그 결과, 기존 OLED 대비 수십 배 높은 색순도를 갖는 초고순도 광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등에서 사용되는 전기열 구동(electrothermal actuation) 방식을 도입해 레이저 발광 파장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소자에 전류를 인가해 발생한 미세한 열 변화가 카이랄 액정의 나선 피치를 조절하고, 이에 따라 공진 파장이 변하면서 발광 색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원리다. 특히 1.5 V 이하의 저전압에서 가시광 전 영역에 근접한 약 135 nm의 파장 변조를 구현해, 기존 레이저 기술 대비 실용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기존 디스플레이가 RGB 개별 화소를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본 기술은 단일 픽셀 내에서 전 영역의 색을 연속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혁신성을 갖는다. 별도의 색 조합 없이 하나의 소자에서 모든 색을 구현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디스플레등의 적용에서 중요한 초발광 특성과 함께 수직형 발광 레이징을 저전압에서 색가변을 모두 구현 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기존 디스플레이 기술의 핵심 한계였던 ▲낮은 색순도 ▲복잡한 다중 광원 구조 ▲제한된 색 제어성을 동시에 극복한 차세대 발광 기술로 평가된다. 향후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AR·VR 기기, 광통신, 바이오 센서, 차세대 광전자 반도체 등 다양한 첨단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최수석 교수는 “디스플레이 소재인 OLED와 카이랄 액정을 결합해 초고색순도의 레이저 발광을 구현하고, 이를 저전압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했다”며 “향후 디스플레이와 광전자 소자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핵심 플랫폼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디스플레이지정테마 연구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02/lpor.202502740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상온에서 빛나는 양자 발광체 개발… 효율 130배 끌어올렸다
[간단한 열처리 공정으로 2차원 반도체 상온 발광 한계 극복] 최근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 박경덕 교수, 물리학과 박사과정 문태영 씨 연구팀은 UNIST 화학과 서영덕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일상적인 실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빛을 내는 고효율 양자 발광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구는 필라멘트가 달궈지며 빛을 내고, 형광등은 전기가 기체를 자극해 빛을 만든다. 반도체가 빛을 내는 방식은 또 다르다. '전자'와 '정공(빈자리)'이 만나 짝을 이루었다가 사라질 때 빛이 방출되는데, 이 짝을 '엑시톤(exiton)'이라 한다. 특히, 엑시톤이 특정 위치에 안정적으로 머물면 빛을 아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 통신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있었다. 실험실 밖, 즉 상온에서는 엑시톤이 쉽게 퍼지고 발광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반도체 내부에 남아 있는 잉여 전자가 엑시톤의 발광을 막아 에너지가 빛이 아닌 열로 소모됐다. 둘째, 엑시톤을 한 지점에 안정적으로 붙잡아 둘 구조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먼저 잉여 전자가 쌓이는 원인을 반도체와 금속 기판 사이에 생기는 ‘물 분자층’에서 찾았다. 원자 세 겹 두께의 2차원 반도체 ‘이황화 몰리브덴’을 금 기판 위에 올리면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아주 얇은 물 층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 층이 전자가 기판으로 이동하는 길을 막았고, 전자가 반도체 안에 과도하게 남아 발광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결 방법은 단순했다. 300℃ 진공 환경에서 한 시간 동안 열처리를 하자 물 분자층이 증발했고, 반도체 내부 잉여 전자들이 금 기판으로 빠져나갔다. 전자가 쌓이지 않게 되자 빛 대신 열로 새던 에너지 손실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엑시톤을 한 지점에 모으는 일이었다. 연구팀은 반도체 표면에 지름 500nm(나노미터) 크기의 ‘나노홀’을 만들었다. 이 구조는 주변보다 에너지가 낮은 영역을 형성해 빗물이 낮은 곳으로 모이듯 엑시톤을 한 지점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계산 결과 약 98%의 엑시톤이 나노홀 중심에 모여 사실상 한 곳에 갇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두 가지 전략을 결합하자, 상온에서 엑시톤 발광 세기가 기존 대비 약 15배 증가했고, 발광 효율은 0.076%에서 10%로 약 130배 뛰었다. 또, 원자간력현미경 탐침으로 압력을 가했을 때 발광 세기가 120% 강해지고, 압력을 제거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와 빛 세기를 물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도 확인됐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실험실 밖에서도 작동하는 양자 발광체를 구현했다는 것“이라며, ”열처리 공정은 대량 생산 가능성을 의미하며, 단일광자 광원, 초고효율 LED, 태양전지, 광 컴퓨팅 소자 등 분야 응용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서영덕 교수는 "전하 제어와 변형도 공학을 결합한 접근법이 2차원 소재 기반 양자 정보 플랫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 삼성과학기술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y2186
신소재 김연수 교수 연구팀, 자연의 ‘나선 비밀’ 풀었다… 스스로 움직이는 소프트 나선 로봇 탄생
[덩굴식물·미생물 움직임 모방한 자가 구동 하이드로겔 개발] 스스로 감기고 풀리며 움직이는 로봇이 현실이 되고 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김연수 교수, 정태훈 박사 연구팀이 자연의 나선 구조를 모방해 작은 변형을 큰 움직임으로 증폭시키는 생체 모사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덩굴식물이 지지대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단순히 감겨 올라가는 게 아니다. 나선형으로 몸을 비틀면서 작은 힘으로도 높이 올라간다. 짚신벌레 같은 단세포 생물은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스프링처럼 몸을 순식간에 움츠리는데, 이것도 나선 구조 덕분이다. 나선형은 작은 움직임을 크고 빠른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자연이 설계한 증폭 장치'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원리를 로봇에 적용하고 싶었다. 인공 근육이나 소프트 로봇에 나선 구조를 넣으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지만, 번번이 같은 벽에 막혔다. 서로 다른 소재를 복잡하게 이어 붙이거나 까다로운 제작 공정을 거쳐야 했고, 그렇게 만들어도 자연만큼 역동적인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찾은 해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여러 재료를 이어 붙이는 대신, 처음부터 나선형으로 굳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리 모세관 표면에 포토마스크를 나선형으로 감고, 내부에 자외선 흡수제를 넣은 뒤 빛으로 굳히는 ‘광중합’ 방식을 적용했다. 그러자 빛이 안쪽과 바깥쪽에 다르게 닿으면서 하나의 소재 안에 농도 차이가 생기고, 이 차이가 자연스럽게 나선형 구조를 만들었다. 복잡한 조립 과정 없이 단일 소재만으로도 자연의 움직임 설계를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선형 하이드로겔은 열, 빛, 산성 환경 등 다양한 자극에 반응해 수축한다. 특히, 열을 가했을 때 일반 구조보다 길이 방향 수축이 1.6배 더 크게 나타났다. 같은 힘을 주더라도 훨씬 더 멀리,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끈을 따라 자벌레처럼 한 방향으로 기어가는 소프트 로봇을 실제로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부 자극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기능까지 구현했다. 화학물질이 산화와 환원을 자동으로 반복하는 '벨루소프–자보틴스키 반응1)'을 결합해 전기나 배터리 없이도 주기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젤을 만들었다. 이 소재는 마치 심장이 뛰듯 스스로 감기고 풀리는 운동을 반복했으며, 기존 막대형 구조 대비 진동 폭은 4배, 수축 속도는 3.4배 빠른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소재 기술을 넘어, 자연의 기하학적 설계를 활용한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체내를 이동하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 스스로 작동하는 인공 근육, 웨어러블 소프트 기기 등 다양한 산업과 일상 속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기대된다. 작은 움직임을 크게 바꾸는 자연의 지혜가 미래 로봇 기술의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제1저자인 정태훈 박사는 “자연의 나선 구조가 만드는 움직임 증폭 원리에 주목했고, 이를 자가진동 화학 반응과 결합해 단일 소재만으로도 스스로 크게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수 교수는 “전력이나 복잡한 제어 없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마이크로 로봇과 인공근육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사업 및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부처협력 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21736 1. 벨루소프-자보틴스키 반응(Belousov-Zhabotinsky reaction, BZ 반응):일정 조건에서 금속 촉매가 산화와 환원 상태를 주기적으로 오가며 , 화학 에너지를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화학적 파동)으로 변환하는 대표적인 화학 진동 반응.
이상민·박수진 교수 공동 연구팀, 배터리 속 ‘모래성 붕괴’ 막았다... 초박막 코팅으로 300회 충전에도 ‘끈끈’
[유기 용매·저압 구동 버티는 고체전해질 표면 설계로 배터리 '표면 분해' 해결] 불이 나지 않는 배터리.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이 오래 기다려 온 기술이다. 최근 그 기대에 응답하는 연구가 나왔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얇은 보호막 하나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전지의 난제를 풀어냈다. POSTECH 배터리공학과·신소재공학과 이상민 교수, 배터리공학과 통합과정 고수민 씨 연구팀과 화학과 박수진 교수, 화학과 통합과정 이형석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표지 논문(cover)으로 게재됐다. 전기차 화재 뉴스는 이제 낯설지 않다.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이유는 배터리 내부의 ‘액체 전해질’ 때문이다. 전기를 전달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불에 취약하다. 이를 고체로 바꾼 전고체전지는 화재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리튬이온 이동이 빠르고 전극과 잘 밀착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문제는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로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유기용매나 공기 중의 미량 수분만으로도 표면이 쉽게 분해됐기 때문이다. 마치 모래성이 물에 닿으면 무너지듯, 배터리를 완성하기도 전에 성능이 떨어졌다. 여기에 실제 구동 환경인 낮은 압력에서는 전극 내부 접촉이 점차 느슨해지며 성능 저하가 가속됐다. 재료는 뛰어나지만 제조 공정과 실제 작동 환경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초박막 보호막’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로 해결했다. 대표적인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인 LPSCl1) 표면에 플루오로카본(–CF₃) 말단을 가진 ‘자가조립 단분자층’을 형성해 두께는 약 1nm(나노미터) 수준의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 막은 유기용매와 수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이와 동시에 전해질 내부 구조와 리튬이온 전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이 보호막은 전기화학적 안정성도 크게 높였다. 분석 결과, 1.0C(C-rate)2)의 빠른 충·방전 조건에서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오래 작동했다. 코인 셀(coin cell) 수준의 낮은 압력(≈0.3 MPa)에서도 전극 내부 접촉 손실을 효과적으로 줄이며 성능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완전한 배터리 셀(full cell) 실험에서 300번의 충·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초기 용량의 90.5%를 유지했다. 에너지밀도와 장수명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전고체전지 상용화의 핵심 기준을 충족한 결과다. 이번 성과는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의 안전성과 수명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기술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상민 교수는 “고체전해질 표면 안정화가 전극 제작부터 실제 구동까지 이어지는 계면 안정성을 확보해 전고체전지 공정 신뢰성과 저압 구동 내구성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연구 의의를 전했다. 또, 박수진 교수는 “자가조립 단분자층 기반 표면처리는 공정이 단순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대면적 전극 제조로 확장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 혁신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사업과 산업혁신인재 성장지원(R&D)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3019 1. LPSCl(lithium phosphorous sulfur chloride, Li6PS5Cl) : 아지로다이트 계열(Argyrodite-type)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일종으로, 2020년 삼성전자 및 삼성SDI의 기술 개발 이후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고체전해질이다. 2. C(C-rate): 배터리 분야에서 쓰는 충·방전 속도 단위(C-rate)다. 예를 들어, 1C는 배터리를 한 시간에 완전히 충전/방전하는 속도를 말하며, 0.5C는 두 시간에 완전히 충·방전하는 속도다.
화공 손재성 교수 연구팀, 컴퓨터 혼자 설계한 열전 발전기, 효율 여덟 배 뛰었다
[열전발전기 효율 극대화를 위한 최적 설계 기법 제시] 컴퓨터에 조건만 입력했더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모양의 열전 발전기가 나왔다. 심지어 효율도 기존보다 8배 이상 뛰었다. 인간의 감이나 경험이 아니라, 수많은 계산이 만든 성과다. 최근 POSTECH 화학공학과 손재성 교수·이정수 박사 연구팀은 UNIST 기계공학과 정하영 교수와 함께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발전기 구조를 컴퓨터 스스로 설계하게 하는 ‘범용 설계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자동차 배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제철소와 반도체 공장에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산업 폐열, 손목에서 느껴지는 체온까지.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아무 쓸모 없이 공기 중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 낭비를 막을 기술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열전 발전'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온도 차이만 있으면 전기를 만들 수 있어, 별도의 연료 없이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할 수 있다. 나사(NASA)가 우주 탐사선에 전력을 공급할 때 쓰는 바로 그 원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연구를 통해 열전 소재 자체의 성능은 꾸준히 좋아졌지만, 막상 현장에 적용하면 기대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 문제는 재료가 아니라 발전기 '구조'다. 열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고 나가는지, 전기적 저항은 어떻게 분포하는지 등 복잡한 요소들이 한꺼번에 맞물려야 비로소 제 성능을 낸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대부분 직관과 반복 실험에 의존해 구조를 설계해 왔다. 연구팀은 컴퓨터에 이를 맡겼다. 연구팀이 활용한 '토폴로지 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1)' 기법은 사람이 “이 모양이 좋겠다”라고 추측하는 대신, 컴퓨터가 조건을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3차원 구조를 직접 그려내는 방식이다. 열 환경, 재료 물성, 접촉저항, 전기 부하 조건 등 실제로 영향을 주는 요소를 다 고려해 발전 효율을 최대화하도록 설계한 ‘범용 설계 프레임워크’를 만든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열전 발전기 기본 형태는 단순한 직육면체, 네모반듯한 벽돌 모양이 전부였다. 사람이 설계하면 자연스럽게 익숙하고 만들기 편한 형태로 수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내놓은 구조는 'I자형', '비대칭 모래시계형' 같은, 인간의 직관으로는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였다. 이 구조들은 열의 흐름을 정교하게 조절해 발전기 위아래 온도 차이를 최대로 키우고, 전기 저항과 접촉 손실을 동시에 줄이며, 연결된 전기 부하 조건까지 고려해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끌어올리도록 설계된 형태였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실제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설계된 구조를 제작하고 성능을 검증했다. 기존 직육면체 구조와 비교해 최대 8.2배 높은 발전 효율을 기록했으며, 컴퓨터가 예측한 값과 실제 실험 결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열이 낭비되는 시대에서, 열이 다시 전기가 되는 시대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손재성 교수는 “‘좋은 재료를 찾는 경쟁’을 넘어, 실제 열 환경에 맞춰 형상을 자동 설계하는 ‘설계 기반 성능 향상’이라는 새로운 경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또한, 정하영 교수는 “사람의 시행착오 없이 입력 조건만으로 최적 구조를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AI와의 융합을 통해 적용 범위와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국가전략기술소재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69901-3 1. 토폴로지 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 TO): 주어진 하중·경계조건·제약(부피, 열·전기 조건 등) 하에서 목표 성능을 최대화(또는 최소화)하도록 재료의 분포와 구조 형상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결정하는 수치 최적화 설계 기법이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국내 최초‘ Nature 동일 발간호에 2편 동시 게재
[2주 연속 네이처誌 게재] POSTECH 기계공학과 · 화학공학과 · 전자전기공학과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Nature)’의 한 호 (Issue)에 교신 저자로서 두 편의 논문을 게재하는 기록을 세웠다. 연구팀은 메타표면 기술의 최대 난제로 꼽히던 ‘상업적 레벨의 메타렌즈 대량생산 공정 기술’과, 메타표면을 실제 기기에 적용한 ‘차세대 2D·3D 스위칭 디스플레이 기술’을 각각 별개의 논문으로 네이처의 한 호(issue)에 발표하며 전세계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노준석 교수는 2주 연속으로 네이처지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얻었다. 두 논문은 4월 30일 발행되는 네이처 발간호에 동시에 실릴 예정으로, 국내 연구자가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 교신저자로서 서로 다른 두 연구를 동시 게재한 최초 사례이다. 연구를 주도한 POSTECH 노준석 교수는 “처음 메타물질의 원리가 발견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과학을 기술로 변환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대량생산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였고, 미래 디스플레이 등 미래 주요 산업에서의 획기적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 원문 기사 더보기: https://buly.kr/74YZLGi https://buly.kr/15QnzQt ▶️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369-y https://doi.org/10.1038/s41586-026-10318-9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전압 하나로 현미경 모드 전환… ‘스위치형 메타렌즈’ 나왔다
[스위치 하나로 세 가지 관찰 모드를 넘나드는 이미징 기술 개발] 스마트폰 카메라는 버튼 하나로 일반 촬영과 야간 모드를 오간다. 현미경은 어떨까? 세포를 관찰하려면 관찰 방식을 바꿀 때마다 장비를 돌리고,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전압 하나만으로 현미경의 관찰 방식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렌즈가 등장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재경·김홍윤 씨 연구팀이 전기 신호만으로 ‘명시야’, ‘암시야’, 그리고 이 두 방식을 동시에 구현하는 ‘준암시야’ 이미징까지 가능한 메타렌즈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과 응용물리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게재됐다. 현미경으로 세포나 미생물을 관찰할 때, 크게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 하나는 '명시야(Bright-field)' 방식으로, 빛을 그대로 통과시켜 세포의 전체 모양을 밝고 선명하게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암시야(Dark-field)' 방식으로, 직접 통과한 빛은 걸러내고 세포 표면에서 튕겨 나온 빛만 모아 세포 내 작은 구조를 강조한다. 문제는 이 두 방식이 서로 다른 장비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초소형·휴대용 현미경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큰 장애물이었다. 연구팀은 초박형 ‘메타렌즈’에 주목했다. 메타렌즈는 나노미터(nm) 수준의 미세 구조로 빛을 제어하는 차세대 광학 소자다. 그러나 한 번 만들어지면 그 기능이 고정되는 한계가 있었다. 명시야용으로 만들면 명시야만, 암시야용으로 만들면 암시야만 관찰할 수 있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전압에 따라 빛 흡수 특성이 변하는 ‘전도성 고분자’를 내부에 도입했다. 금속과 절연체가 층층이 쌓인 메타렌즈 중심에 고분자 박막을 삽입해, 전압에 따라 렌즈 중심을 통과하는 빛의 양을 정밀하게 조절하도록 설계했다. 실험 결과, –0.2V(볼트) 전압에서는 렌즈 중심으로 빛이 자유롭게 통과해 세포 윤곽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명시야 이미징이 구현됐다. 전압을 0.8V까지 높이자, 렌즈의 중심을 통과하는 직진 빛이 차단되고 세포 표면에서 산란한 빛만 남아 세포핵과 내부가 또렷하게 부각되는 암시야 이미징으로 전환됐다. 특히, 두 전압의 중간 영역에서는 투과광과 산란광이 공존하는 '준암시야(quasi-dark-field)' 모드가 구현돼 세포의 전체 형태와 내부 구조를 한 번에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인간 심장 섬유아세포 촬영을 통해서도 성능을 검증했다. 명시야에서는 넓고 평평한 세포 전체 형태가, 암시야에서는 세포핵과 내부 구조가 강조됐으며, 준암시야 모드에서는 두 가지 정보가 하나의 이미지 안에 동시에 담겼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작동에 필요한 전압이 1V 이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향후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혈액 세포나 세균을 관찰할 수 있는 손바닥 크기 바이오 진단 기기나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광학 시스템, 자율주행차와 드론에 쓰이는 라이다(LiDAR) 센서에도 응용이 기대된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저전압으로 메타렌즈 이미징의 다기능성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라며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소형 광학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POSCO(포스코) 산학연융합연구소,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21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