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 연구팀, “손이든 발이든 이어붙이기 없이 한 번에“ 몸속 혈관 '파노라마 모드'로 한 번에 찍는다
[넓은 부위 한 번에 찍는 3차원 광음향·초음파 통합 영상 시스템 개발] 여행지에서 풍경이 너무 넓어 사진 한 장에 다 담기지 않을 때, 보통 파노라마 모드를 쓴다. 이런 고민이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넓은 부위의 혈관을 살펴보려면 여러 번 나눠 찍은 뒤 이어 붙여야 했고, 이 과정에서 사진이 어색하게 이어지듯 영상도 왜곡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글로벌 헬스케어 의공학 연구소 박신영 박사,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성민식 씨, 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 김현희 씨 연구팀이 지멘스 헬시니어스 초음파 프로브 연구팀과 함께 손과 발처럼 넓은 부위를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3차원 광음향·초음파 통합 영상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Laser & Photonics Reviews)'에 현지 시각으로 지난 8일 게재됐다.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은 몸속 구조와 혈관 상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진단 기술이다. 혈관에서 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잡아내는 '광음향' 기술과 소리를 쏘아 반사되는 신호로 몸속 구조를 그려내는 '초음파' 기술을 합친 것이다. 문제는 촬영 부위가 넓어질수록 장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지고 복잡해진다. 결국 여러 번 나눠 찍은 다음 이어 붙여야 했고, 영상 왜곡을 피하기 힘들었다. 연구팀은 장비를 ‘똑똑하게 쓰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초음파 센서는 아주 작은 마이크와 스피커 역할을 하는 소자 수백 개가 일렬로 붙어 있는 형태인데, 이들을 한꺼번에 전부 다 켜서 쓰려면 그만큼 비싸면서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마치 콘서트장에서 관객들이 구역별로 순서대로 파도타기를 하듯 소자를 일부 구간씩 순서대로 빠르게 켰다가 끄는 ‘디지털 멀티플렉싱(Digital Multiplexing)’ 기술을 개발했다. 768개나 되는 소자가 달린 센서를 쓰면서도 파도타기 순서와 타이밍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반도체 칩 ‘FPGA’1) 덕분에 영상 선명도와 해상도는 유지하면서 한 번에 못 찍던 부위를, 이어 붙이지 않고 한 번의 스캔으로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로 연구팀은 손바닥, 손등, 팔뚝, 발 등을 단 한 번의 스캔으로 촬영했고, 미세한 혈관들이 3차원 입체 지도처럼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존에 손에 들고 쓰는 초음파 탐촉자(probe)는 소자가 128~192개 정도 붙어 있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폭이 약 38mm에 불과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768개 소자가 붙은 탐촉자를 활용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폭을 154mm까지 넓혔다. 또한, 여러 색 빛을 쏘아 혈액 산소 농도를 수치로 계산하고, 병원에서 쓰는 펄스옥시미터(pulse oximeter, 산소포화도 측정기) 측정값과 비교해 정확도도 검증했다. 지금까지는 부위를 나눠 찍고 이어 붙이며 어느 정도 오차를 감수해야 했지만, 이 기술이 실제 도입된다면 단 한 번의 스캔만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특히 혈액 순환 상태를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당뇨 환자나, 화상이나 상처 부위 혈류 회복 상태를 추적해야 하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김철홍 교수는 “대면적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 대중화를 가로막았던 하드웨어 확장성과 복잡도라는 장벽을 디지털 제어 기술로 넘어섰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지멘스 박성식 상무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POSTECH과 협력해 상용 하드웨어에 차세대 영상 구조를 구현했다”라며, “의료기기 분야에서 대학과 기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확장성의 좋은 사례”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 국가연구소 (NRL 2.0) 사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4단계 두뇌한국 21(BK21 FOUR)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lpor.71523 1.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용도에 맞게 하드웨어 기능을 반복해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이다. 이번 연구에서 고성능 센서 신호를 실시간으로 순차 제어하는 ‘디지털 멀티플렉싱’ 시퀀스를 실현하는 제어 장치로 사용하였다.
화공/배터리 조창신 교수 연구팀, “전기차 배터리 속에도 내진 설계가 있다?“ 구조 무너뜨리는 충전, 원자 기둥이 막았다
[고니켈 양극재 내부에 구조 지지대 만드는 기술 개발] 지진이 나도 무너지지 않는 건물에는 비밀이 있다. 곳곳에 튼튼한 기둥을 세워 흔들림을 버티게 만든 구조다. 그런데 이런 원리를 전기차 배터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국내 연구진이 배터리 양극재 내부에 '원자 수준의 기둥'을 세워, 충전을 거듭해도 무너지지 않는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조창신 교수, 배터리공학과 박사과정 오지웅 씨 연구팀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고니켈 양극재의 구조를 안정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에너지 저장 분야 국제 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즈(Energy Storage Materials)'에 게재했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은 양극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고니켈 양극재'는 적은 양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전기차와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 핵심 소재로 꼽힌다. 문제는 니켈을 많이 넣을수록 충방전 과정에서 결정 구조가 불안정해지면서 배터리가 오히려 잘 망가진다는 점이다. 특히, 높은 전압으로 충전할 때 양극재 내부 원자 배열이 한쪽으로 수축하는데, 이때 산소가 빠져나오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겨 배터리 용량 감소와 안전성 저하를 유발했다. 기존에는 몰리브덴(Mo)처럼 강한 양전하를 띠는(산화수가 높은) 원소를 이용해 구조를 붙잡아 두려 했지만, 이러한 원소들이 주로 양극재 입자 가장자리에 몰려 있어, 정작 안쪽까지는 손을 쓰지 못했다. 건물 외벽만 보강하고 내부 골조는 손대지 못한 셈이다. 연구팀은 발상을 바꿔 특정 부위만 보강하는 대신, 양극재 입자 전체에 골고루 힘을 실어주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양이온 계면활성제인 ‘CTAB(세틸트라이메틸암모늄 브로마이드)’를 이용해 몰리브덴 이온(Mo⁶⁺)을 양극재 입자 구석구석까지 고르게 퍼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양극재 내부에서 니켈 이온이 리튬층 사이사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 잡는 '양이온 앵커링(cation anchoring)'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된 니켈 이온은 건물 곳곳에 세운 기둥처럼 배터리 충전 시 발생하는 격자 수축을 곳곳에서 붙잡아 줄 수 있다. 분석 결과, 이 '원자 기둥' 구조는 입자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걸쳐 고르게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만든 코발트 없는(Co-free) 고니켈 양극재는 높은 전압에서도 구조가 잘 무너지지 않았고, 300번을 충전하고 방전해도 처음 용량의 약 90%를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산소가 빠져나오면서 생기는 가스 발생량도 크게 줄어,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았다. 가격이 비싸고 자원 확보도 쉽지 않은 코발트를 빼고도 오래 버티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전기차 산업에 반가운 소식이다. 배터리 원가를 낮추면서도 수명과 안전성은 오히려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조창신 교수는 "새로운 원소를 무작정 추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양극재 내부의 원자 배열 자체를 정밀하게 제어해 소재의 안정성을 높였다"라며 "차세대 고에너지 밀도 전기차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새로운 설계 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산업통산부 AI 및 실시간 측정 기술 과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배터리특성화대학원 과제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ensm.2026.105271
친환경/물리/첨단재료 김지훈 교수 연구팀, 꿈의 자기 소용돌이 ‘스커미온’, 드디어 찾았다
[반강자성 물질 속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 '스커미온' 흔적 포착]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은 팽이를 돌려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과학계에서도 오랫동안 '팽이'처럼 존재는 알려졌지만 좀처럼 붙잡기 힘든 대상이 있었다. 바로 '꿈의 자기 소용돌이'라 불리는 '스커미온(skyrmion)'이다. 최근 POSTECH 연구팀이 미국 베일러대(Baylor University) 연구팀과 함께 그동안 관측하기 어려웠던 반강자성 물질에서 스커미온의 흔적을 처음으로 포착하며 차세대 저전력 반도체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물리학과·첨단재료과학부 김지훈 교수, 물리학과 이연규·윤진영 박사, 박사과정 이찬영 씨 연구팀, 미국 베일러대 루이스 발리카스(Luis Balicas) 교수 연구팀이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최근 게재됐다. ‘스커미온’은 전자의 자기 방향, 즉 스핀이 소용돌이처럼 꼬여 만들어진 나노미터 크기의 자기 구조다. 크기는 매우 작지만 안정성이 뛰어나고 적은 에너지로도 손쉽게 움직일 수 있어 초고밀도 메모리와 저전력 반도체를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그중에서도 '반강자성 스커미온'은 외부 자기장 영향을 덜 받아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정보를 저장·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 반강자성 스커미온이 실제 물질 속에 정말 존재하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는 점이다. 있다는 건 알겠는데 좀처럼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말 그대로 '꿈속의 존재'였던 셈이다. 연구팀은 코발트(Co)를 넣어 반강자성 상태를 만든 2차원 자성체(Fe₃GaTe₂)에 자기장을 걸어가며 물질 내부의 자기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 자기장이 특정 세기에 이르자 지름 약 100~200나노미터(nm) 크기 원형자기 구조가 나타났고, 동시에 전기 신호가 강하게 나타나는 '위상 홀 효과(Topological Hall Effect)1)'도 함께 커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자기력현미경2)로 들여다본 결과, 이 전기 신호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구간에서 실제로 원형 자기 구조가 형성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따로따로 연구되던 '위상 홀 효과'와 '실제 자기 구조'가 서로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보여준 중요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 원형 구조가 반강자성 스커미온일 가능성이 크며, 자기장이 더 강해지면 일반적인 스커미온으로 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코발트를 넣은 2차원 자성체가 그동안 붙잡기 어려웠던 반강자성 스커미온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 무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반강자성 스커미온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기술까지 이어진다면, 더 빠르고 안정적이면서도 전력 소모는 줄인 차세대 메모리와 정보처리 소자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김지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강자성 물질에서도 스커미온과 같은 복잡한 자기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그 과정이 전기 신호로도 확인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향후 반강자성 스커미온을 활용한 저전력 스핀전자소자와 차세대 정보처리 기술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제(RS-2024-00410027)와 미국 Department of Energy BES 프로그램(DE-SC0002613), Baylor University 지원, 미국 National High Magnetic Field Laboratory(NSF Cooperative Agreement Grant DMR-2128556 및 Florida 주 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6c00559 1. 위상 홀 효과: 전자들이 비공선 스핀 구조를 통과할 때 유효 자기장을 경험하면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홀 전압 신호. 스커미온과 같은 위상학적 자기 텍스처의 중요한 전기수송 지표로 사용된다. 2. 자기력현미경(Magnetic Force Microscopy, MFM): 시료 표면 위 국소 자기 stray field를 측정해 자기 도메인 구조를 시각화하는 현미경 기법이다.
인공지능/융합 김원화 교수 연구팀, “AI판 셜록 홈즈 나왔다” 틀린 단서 스스로 고치는 이미지 분할 기술 개발
[추가 학습 없이 AI 성능 높이는 ‘PR-MaGIC’ 개발… CVPR 2026 구두 발표 선정] 명탐정 셜록 홈즈는 누군가 건넨 제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반드시 현장에 나가 단서를 다시 확인하고, 필요하면 자신의 추리를 고쳐나간다. 그런데 이런 '탐정식 사고방식'을 닮은 AI 기술이 나왔다. 최근 POSTECH 연구진이 이처럼 AI 스스로 자신이 받은 단서를 점검하고 틀렸으면 고쳐가는 이미지 분할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컴퓨터비전 분야 권위 있는 국제 학회인 'CVPR 2026'에서 구두 발표 논문으로 선정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미지 분할'이란 사진이나 영상 속에서 원하는 물체가 있는 부분만 정확히 오려내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차가 보행자와 차량을 구분할 때, 의료 AI가 CT나 MRI 영상에서 병변 부위를 찾아낼 때, 사진 편집 앱에서 배경을 지우고 인물만 남길 때 모두 이 기술이 쓰인다. 최근에는 사람이 사진 위에 점 하나만 찍거나 상자를 그려주면, AI가 그 힌트를 보고 물체 전체 영역을 알아서 찾아주는 기술이 발전했다. 이 방식의 대표주자가 바로 'SAM(Segment Anything Model)'이다. 문제는 AI에게 주어지는 힌트가 항상 정확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사진 속 코끼리를 참고삼아 다른 사진 속 코끼리를 찾으라고 시켰을 때, 두 사진 촬영 각도나 배경이 다르면 AI는 엉뚱하게 코끼리 주변 배경을 선택하거나 코끼리 일부분만 찾아내는 실수를 저지른다. 참고 사진과 분석할 사진을 비교해 자동으로 힌트를 만드는 방법도 있었지만, 두 사진의 차이가 크면 여전히 부정확한 힌트가 만들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처음 받은 힌트를 그대로 믿는 대신 AI가 스스로 검증하고 다시 고쳐 쓰는 방법을 개발했다. 기술의 이름은 ‘PR-MaGIC(Prompt Refinement Via Mask Decoder Gradient Flow For In-Context Segmentation)’으로 기존 이미지 분할 AI가 가진 지식을 활용해 처음 만들어진 힌트를 자동으로 개선한다. 기존 방식이 “이 위치를 참고하면 된다”라는 정보를 그대로 사용했다면, PR-MaGIC은 “이 힌트가 정말로 내가 원하는 물체를 가리키고 있나?”를 다시 확인하는 셈이다. 탐정이 제보를 그대로 믿지 않고 현장 단서를 재차 확인하며 사건을 풀어가듯, PR-MaGIC도 힌트의 위치를 반복해서 조정해 나간다. 이 과정을 거치면 작은 점 하나에 불과했던 정보가 점점 물체 전체 영역으로 넓어지고, 그 결과 더 정확한 윤곽선과 세부 부분까지 찾아낼 수 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AI를 처음부터 다시 훈련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데이터를 잔뜩 모으고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들여 AI를 재교육하는 대신, 이미 학습이 끝난 모델에 약간의 추가 계산만 더해주면 성능이 올라간다. 연구팀은 여러 공개 이미지 데이터로 PR-MaGIC 성능을 검증했고, 다양한 환경에서 기존 방법보다 더 높은 정확도와 안정성을 확인했다. 또한 이 기술은 기존 이미지 분할 모델에 쉽게 결합할 수 있어, 정확한 물체 인식이 중요한 의료 영상 분석, 자율주행, 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김원화 교수는 "사전 학습된 AI 모델을 다시 훈련하지 않고 적은 추가 계산만으로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CVPR 구두 발표 논문으로 선정됐다"라며 "AI를 활용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기존 AI 기술이 쓰일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이민재 씨는 "기존 이미지 분할 모델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PR-MaGIC은 의료 영상, 자율주행, 로봇 등 높은 정확도의 객체 인식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인공지능대학원·융합대학원 김원화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과 한국연구재단, POSTECH 인공지능대학원 지원으로 진행됐다. ▶️ DOI: https://doi.org/10.48550/arXiv.2604.12113
화공/배터리 김원배 교수 연구팀, 배터리 속 ‘셔틀 효과’ 잡고 2,000번 충전도 거뜬
[코발트·철 공동 도핑으로 촉매 전자구조 정밀 제어… 반응 속도·수명 동시 향상]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황 전지 문제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수록 성능이 빠르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POSTECH 연구진이 배터리 안에 들어가는 촉매의 '전자 구조'를 정교하게 조절해, 리튬-황 전지의 반응 속도는 높이고 수명을 갉아먹던 고질적인 문제는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친환경소재대학원 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지준혁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리튬-황 전지는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전기차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꼽혀 왔다. 문제는 충방전을 반복하는 동안 만들어지는 중간물질인 '리튬 폴리설파이드(Li2S)’다. 이 물질이 전해액 속을 둥둥 떠다니며 양극과 음극 사이를 제멋대로 오가는 '셔틀 효과(Shuttle Effect)1)' 현상이 발생하는데, 정해진 노선만 오가야 할 셔틀버스가 갑자기 아무 데나 들쑤시고 다니는 것과 같다. 그로 인해 전기를 만드는 데 써야 할 활성 물질이 새어나가고, 배터리 수명은 빠르게 줄었다. 게다가 황은 전기가 잘 안 통해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상용화의 발목을 잡아 왔다. 연구팀은 촉매 '전자 구조'에서 이 셔틀을 노선안에 얌전히 붙잡아 둘 방법을 찾았다. 기존 이황화몰리브덴(MoS₂) 촉매에서 몰리브덴 일부를 코발트(Co)와 철(Fe)로 동시에 바꿔 넣는 '공동 도핑'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두 금속을 함께 넣자, 촉매 내부 전자 분포가 재배열되면서 리튬 폴리설파이드와 촉매가 서로 붙잡는 힘이 딱 적절한 상태가 만들어졌다. 너무 세게 붙잡으면 반응이 굼떠지고, 너무 약하게 붙잡으면 셔틀 효과를 막을 수 없는데, 그 균형점을 찾아낸 셈이다. 덕분에 황의 반응은 빨라지고, 전자와 리튬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면서 배터리 효율과 수명이 향상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연구팀이 만든 촉매를 적용한 리튬-황 전지는 고속 충방전 조건(10C2))에서 2,000번 충방전을 거치는 동안 사이클당 용량 감소율이 0.024%에 그쳤다. 특히, 높은 황 함량과 적은 전해액 등 실제 배터리와 비슷한 조건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유지해, 상용화 가능성도 확인했다.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이 한창인 요즘, '얼마나 멀리 가느냐'만큼이나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김원배 교수는 "촉매의 전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설계하면 배터리 충방전 성능과 수명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고성능 리튬-황 전지를 위한 새로운 촉매 설계 기준을 제시한 만큼 차세대 에너지저장 장치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특성화대학원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73445 1. 셔틀 효과 (Shuttle effect) : 리튬-황 전지의 방전 과정에서 생성된 다황화물(Polysulfides)이 전해액에 녹아 양극과 음극 사이를 왕복하며 반응하는 현상. 이로 인해 활물질이 손실되고 전지 수명이 크게 저하된다. 2. C(C-rate): 충·방전 속도를 의미한다. 1C는 배터리를 60분 만에 완전히 충전하거나 방전하는 속도를 의미하며, 2C는 30분, 5C는 12분, 10C는 약 6분 만에 충전·방전하는 매우 빠른 속도를 말한다.
화공/융합 차형준 교수 연구팀, "혈관에선 ‘보호막’, 암 조직에선 해제"...홍합 단백질로 췌장암 치료 새 길 열어
['숨었다가 암에서만 공격'… 홍합 접착단백질로 만든 스텔스 항암 나노입자 개발] 췌장암은 발견이 늦고 치료도 쉽지 않아 '치명적인 암'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정상 조직에서는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암 조직에 도달하면 보호막을 벗고 항암제를 방출하는 '지능형 나노입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항암 치료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크게 높일 약물 전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POSTECH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이혁준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생체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췌장암은 몸속 깊숙한 곳에 있어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주변 장기로 빠르게 전이되는 대표적인 난치성 암이다. 항암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치료법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지만, 대표적인 치료제인 '젬시타빈(Gemcitabine)'은 혈액 속에서 빠르게 분해돼 암 조직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다. 더욱이 정상 세포까지 함께 공격해 심각한 전신 부작용을 일으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홍합이 젖은 바위에도 단단히 달라붙는 원리에서 착안했다. 분자합성생명공학 기술로 대량생산한 ‘홍합 접착단백질’을 나노입자로 만든 뒤 내부에 젬시타빈을 담고, 표면에 생체적합성 고분자 '폴리에틸렌 글리콜(PEG1))' 보호막을 씌웠다. 이 보호막 덕분에 나노입자는 혈액 속을 이동할 때는 접착력을 숨긴 채 면역세포 공격을 피하며 몸속을 안정적으로 순환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암 조직에서만 보호막이 벗겨지도록 설계한 '공간 제어형 자극 반응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췌장암 조직에서 특히 많이 분비되는 효소인 'MMP22)'에 의해서만 끊어지는 특수 펩타이드를 보호막의 연결고리로 사용했다. 그로 인해 나노입자는 혈액 속에서는 보호막을 유지하지만 암 조직에 도달하면 MMP2 효소에 의해 보호막이 제거된다. 이처럼 보호막을 벗은 스텔스 나노입자는 홍합 접착단백질 강한 접착력을 되찾아 암 조직에 단단히 달라붙고,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 항암제를 지속적으로 방출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실제 췌장암 동물 모델에 이 나노입자를 정맥 투여한 결과, 효과는 뚜렷했다. 기존 항암제를 단독으로 투여하거나 일반 나노입자를 사용한 경우보다 암 조직 내 나노입자 축적과 유지 시간이 60% 이상 크게 증가됐다. 전신 독성은 나타나지 않았고 종양 부피와 무게는 기존 항암제 단독 투여군보다 2배 이상 감소했다. 조직 분석에서도 암세포가 광범위하게 사멸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기술은 약물을 암 조직에 오래 머물게 해 치료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정상 조직으로 전달되는 약물의 양을 줄여 항암 치료의 대표적인 문제인 전신 부작용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플랫폼을 췌장암뿐 아니라 약물 전달이 어려운 다양한 난치성 고형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표적 약물 전달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차형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약물 전달 플랫폼은 정맥 주사를 하더라도 암 조직에서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돼 약물을 방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신 투여 치료법"이라며 "항암 치료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여 췌장암을 비롯한 난치성 고형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연구재단(NRF) 국가연구실(NRL) 2.0사업과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COMPA) 국가연구개발 우수연구성과 확산촉진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biomaterials.2026.124384 1. PEG: Polyethylene glycol(폴리에틸렌 글리콜)의 약자로, 생체적합성이 뛰어나 의약품 및 화장품 등에 널리 쓰이는 고분자 물질이다. 약물 전달체 표면에 부착하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해 혈액 속에서 오랫동안 순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스텔스(보호막)' 역할을 수행한다. 2. MMP2 : Matrix Metalloproteinase-2(기질 금속 단백질분해효소 2)의 약자로,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침윤하고 성장하기 위해 과도하게 분비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의 일종이다. 본 연구에서는 나노입자가 췌장암 조직(종양 미세환경)에 도달했을 때만 선택적으로 보호막(PEG)을 벗겨내도록 유도하는 ‘화학적 스위치(트리거)’로 활용되었다.
신소재 이병주 교수 연구팀, "몇백 시간 걸리던 계산, 하루 이틀 내에" 3D 프린팅, 금속 제조 '가상 실험실' 열다
[금속 응고 빠르게 예측하는 기술 개발... 3D 프린팅·주조 공정 설계 혁신 기대] 새로운 금속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성능이 나올 때까지 공정 조건을 바꿔가며 수없이 실험해야 한다. POSTECH 연구팀이 이 과정을 컴퓨터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이병주 교수, 오상호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금속 소재와 제조 공정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액체 상태인 금속이 굳는 과정에서 내부에는 결정립과 미세조직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응고 과정 중 형성된 미세조직은 제품의 강도와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주조 공정은 물론, 금속 분말을 레이저로 녹였다가 빠르게 굳히는 3D 프린팅 공정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3D 프린팅은 복잡한 열 이력에 따라 미세조직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널리 사용된 ‘상장(Phase-field)1)’ 모델 같은 정밀 시뮬레이션은 계산량이 매우 많다는 한계가 있었다.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 영역을 분석하는 데 고성능 컴퓨터로도 수백 시간이 필요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통계역학을 기반으로 한 ‘몬테카를로 포츠(Monte Carlo Potts)2)’ 모델에 주목했다. 금속 내부 결정립 성장 과정을 계산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이 모델은 알고리즘이 간단해 계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응고 현상까지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모델에 실제 물리적 단위를 연결하는 방법과 응고 역학 이론을 접목해, 금속이 굳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동시에 계산하는 모델을 구현했다. 여기에는 결정립이 자라는 과정, 새 결정이 생겨나는 과정, 그리고 기존 결정 방향을 따라 이어 자라는 현상까지 포함된다. 이를 통해 응고 속도와 미세조직을 정확하게 재현했으며, 기존에는 계산이 어려웠던 수십 밀리미터 규모의 실제 제조 공정도 일반 데스크탑 수준의 컴퓨터로 수십 시간 안에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모델은 정밀 시뮬레이션 방식 한계를 뛰어넘는 계산 효율성을 보이면서도 응고와 결정립 성장 현상을 하나의 알고리즘 안에서 동시에 다룰 수 있어 ‘계산 효율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속 제품을 실제 만들기 전에 컴퓨터에서 여러 공정 조건을 미리 시험해 볼 수 있어 시행착오를 줄이고, 원하는 성능을 갖는 합금과 제조 공정을 더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주조와 용접은 물론,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금속 3D 프린팅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연구를 이끈 POSTECH 이병주 교수는 “이 기술은 적은 계산 비용만으로 금속 제조 공정 설계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가이드가 될 것”이라며, “원하는 미세조직과 성능을 얻기 위한 합금 및 공정 설계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ERC)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2512-7 1. 상장(Phase-field) 모델: 금속이 녹고 굳는 과정에서 미세조직이 어떻게 변하는지 매우 정밀하게 계산하는 대표적인 시뮬레이션 기법. 정확도는 높지만 계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2. 몬테카를로 포츠(Monte Carlo Potts) 모델: 확률 계산을 이용해 금속 내부 결정립 성장 과정을 빠르게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기법. 계산 속도가 빠르지만 응고 현상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환경 감종훈 교수 연구팀, "가뭄 뉴스, 빠를수록 물 아낀다?" AI로 맞춤형 물 절약 신호 읽는다
[설명 가능한 AI로 뉴스 보도와 물 절약 행동 관계 규명] 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통합과정 이은미·최승희 씨 연구팀이 국토연구원 이상은 박사,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윤현철 박사, 스탠포드대 Newsha K. Ajami 박사, 싱가포르국립대(NUS) Xiaogang He 교수 연구팀과 함께 '설명 가능한 AI(XAI1))'를 이용해 가뭄 뉴스 보도가 물 절약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물 절약의 경제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수자원 분야 국제 학술지 ‘Water Resources Research’에 게재됐다.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이 반복되면서 수자원 확보와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뭄 발생 시 정부는 물 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지만, 이러한 메시지가 실제 가뭄 발생 지역별 물 절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측정하기 어렵다. 기존 수문학적 물리모델로는 미디어 보도나 시민 인식 같은 사회적 요인을 반영하지 못해 지역별로 현실적인 물 절약 목표치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먼저 5년간의 가정용 물 사용량 데이터를 분석해 월별 물 절약률을 산출하고, 지역별 물 사용 패턴을 비교했다. 그 결과, 2022~2023년 광주 전남 가뭄 기간 인구 밀도가 높고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일수록 가뭄 기간 자발적인 물 절약 비율이 더 크게 나타났다. 대도시 물 절약률은 최대 약 10%까지 증가한 반면, 농촌 지역은 약 3%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2022~2023년 광주·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 데이터와 당시 가정용 물 사용량, 가뭄 관련 뉴스 보도량, 뉴스 감성 분석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분석 결과, 모델 중 ‘N-BEATS’ 기반 모델이 대도시와 농촌 지역 모두에서 73%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물 절약률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 발생 초기와 ‘주의’ 단계에서 가뭄 관련 뉴스의 증가는 대도시(광주)에서는 가정용 물 절약률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어 약 11억 4천만 원의 수돗물 생산 비용 절감 효과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수돗물 생산 비용 절감 효과가 약 4억 6천만 원 수준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지역별 사회경제적 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대도시는 절약 가능한 생활용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정보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 미디어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반면, 농촌 지역은 기본 생활용수 비중이 높아 추가적인 절약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뉴스 보도 효과는 가뭄의 심각성 단계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이 심각해져 이미 물 절약이 상당 부분 이뤄진 ‘경계 단계’에서는 뉴스 보도를 늘려도 추가적인 절수 효과는 가뭄 ‘주의 단계’에 비해 크지 않았다. 이는 언론 홍보와 정책 메시지가 가뭄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일률적인 절수 목표가 아니라, 지역 특성과 가뭄 단계에 맞춘 현실적인 물 절약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1저자인 이은미 씨는 “기후위기 시대에 가뭄의 심각성과 함께 사회적 요인을 함께 고려한 분석이 보다 정교한 가뭄 대응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행정안전부 재난 안전 공동 연구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DOI: https://doi.org/10.1029/2025WR042406 1. XAI: 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을 말한다.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상온 단일양자광원, 초집속 빛으로 포획하고 양자상태까지 바꾼다
[카멜레온처럼 변모하는 양자나노광학 기반 포획·센싱·제어·분광 복합현미경 개발] 양자기술의 핵심 난제 중 하나는 단일양자광원을 원하는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만들고, 그 특성을 필요에 따라 바꿔 쓰는 것이다. 양자광원은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양자센싱의 핵심 구성요소로 꼽히지만, 지금까지는 나노미터 크기의 단일양자입자를 원하는 순간에 붙잡고, 정렬하고, 동시에 광학적 특성까지 능동적으로 바꾸는 데 큰 한계가 있었다.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물리학과 구연정 박사 연구팀은 상온 액체 환경에서 단일양자광원을 초집속 나노빛으로 포획하고, 밝기와 에너지, 양자결합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양자나노분광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일양자광원을 단순히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빛으로 붙잡고, 정렬하고, 원하는 특성으로 바꿔 쓸 수 있는 ‘능동형 양자나노현미경’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단일양자점은 상온에서 작동 가능한 양자광원으로 큰 잠재력을 지닌다. 그러나 크기가 매우 작고 외부 환경에 민감해 원하는 위치에 하나씩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그 광학적 특성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양자기술 상용화에 큰 제약이 있었다. 또한 단일양자광원의 밝기, 파장, 편광, 위치 등을 동시에 조절하는 것은 차세대 양자기술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지만, 기존 광변조 플랫폼에서는 구현이 제한적이었다.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탐침증강 나노광포획 분광법(TENT, tip-enhanced nano-optical trapping)’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단일양자점이 액체 속에 자유롭게 떠다니게 한 뒤, 금 탐침 끝에 빛을 나노미터 크기로 강하게 집중시켰다. 이때 형성되는 초집속 나노빛은 단일양자입자를 탐침 끝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포획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초집속 나노빛이 만드는 돌림힘에 의해 포획된 양자점이 빛과 가장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정렬되는 현상도 확인했다. 이는 단일양자광원을 보다 안정적이고 재현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원리가 된다. 개발한 장비의 가장 큰 특징은 포획에 그치지 않고, 단일양자광원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탐침과 기판 사이의 간격을 정밀하게 조절해 빛이 갇히는 나노미터 공간의 크기를 변화시켰고, 이를 통해 방출되는 단일양자광의 밝기와 에너지, 양자결합 세기를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탐침이 단일양자입자에 가하는 초고압력을 이용해 추가적인 양자상태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 쉽게 말해, 이번 기술은 단일양자광원을 ‘찾아서 관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빛으로 불러오고 붙잡아 필요한 특성으로 바꿔 쓰는 새로운 방식이다. 하나의 입자가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양자광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멜레온처럼 변모 가능한 양자나노광학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TENT 플랫폼은 포획, 센싱, 제어, 분광 기능을 하나의 장치 안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일입자를 붙잡는 동시에 빛과 상호작용시키고, 그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며 제어할 수 있어, 양자광소자 연구는 물론 극미량 물질을 감지하는 초고감도 센싱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다. 향후 이 기술은 양자통신용 단일광자원, 양자 스위치 및 변조기, 나노양자센싱, 바이오메디컬 센싱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액체 환경에서 작동한다는 점은 바이러스, 단백질, 나노입자, 미세플라스틱 등 극미량 물질을 단일입자 수준에서 분석하는 차세대 바이오·환경 센싱 플랫폼으로의 가능성을 높인다. 논문의 제1저자인 구연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액체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단일양자광원을 안정적으로 포획하고, 그 방향과 양자광 특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한 사례”라며 “관찰조차 어려운 상온 단일양자광원을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적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성과는 양자현상을 수동적으로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금 탐침 끝에 맺힌 초집속 나노빛을 이용해 양자특성을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양자나노현미경을 개발한 것”이라며 “향후 초고감도 바이오메디컬 센싱, 나노양자센싱, 차세대 양자광소자, 양자정보과학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POSTECH 물리학과 신재훈, 통합과정 오현민·김수정 씨, 황종근 박사, 이형우 박사가 함께 연구를 수행했으며, IBS 서영덕 부연구단장, 충북대 이현석 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장정훈 박사가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600045
기계/IT융합/생명/융합 장진아 교수 연구팀, 매일 주삿바늘 대신 '내 몸속 인슐린 공장', 현실이 된다
[전기 자극 입힌 바이오프린팅 플랫폼 개발, 당뇨병 치료 상용화 앞당길까]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연구팀이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췌장 세포에 전기적 신호를 흘려보내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을 최대 4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생명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지환 씨, 미래IT융합연구원 용의중 박사 연구팀이 전도성 잉크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하는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췌장 조직에 균일한 전기 자극을 주는 전기 자극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 안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β(베타)세포가 면역 공격을 받아 사라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건강한 췌장은 혈당이 오르면 자동으로 인슐린을 내보내지만, 제1형 당뇨 환자는 이 기능 자체가 망가져 있다. 현재로서는 인슐린 주사나 펌프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로 췌도1) 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췌도 세포는 혈당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부족했다. 출고된 제품이 실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전기적 환경'에 주목했다. 실제 우리 몸속에 있는 췌도 세포는 끊임없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혈당을 조절하는데, 실험실 배양 환경에서는 이런 전기 활동이 전혀 재현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내놓은 해법은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전기 자극 플랫폼 'CoNECT(Conductive Electrode Navigating Electrical Cue to Tissue)'다. 이름처럼 세포와 전기를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플랫폼의 핵심은 특수 제작한 전도성 잉크에 있다. 생체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전기를 잘 흘릴 수 있도록, 기존 바이오프린팅 소재에 탄소나노소재를 섞어 만들었다. ‘CoNECT’는 전도성 잉크와 세포를 담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해 하나의 구조물로 완성된다. 마치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와 철근을 함께 쓰듯, 전극 역할을 하는 수직 구조물을 조직 안에 세우고 사이사이에 췌장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외기질(dECM2)) 기반 바이오 잉크를 정밀하게 배치했다. 그 결과, 바깥에서 전기를 단순히 흘려보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전극이 조직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자극이 조직 전체에 고르게 전달됐다. 이렇게 자극을 받은 췌도 세포는 세포 간 신호 전달이 활발해졌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향상됐다. 특히 혈당 변화에 따라 인슐린을 얼마나 잘 분비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index’는 전기 자극을 가한 경우 6.66으로 측정되었다. 실제 사람의 췌도에서 측정되는 GSIS3) index가 3-4 수준임을 고려하였을 때, 실험실에서 만든 췌도 세포가 실제 사람의 췌도에 가까운 수준으로 성숙했다는 뜻이다. 장진아 교수는 "전극과 조직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해 줄기세포 유래 췌도 세포 기능을 실제 치료 수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 기술은 당뇨 치료를 넘어 심장과 신경 같은 전기 신호가 중요한 다른 장기 조직 연구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산업기술개발사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600045 1. 췌도: 췌장 안에 섬처럼 흩어져 있는 작은 세포 덩어리로 'Islets of Langerhans(랑게르한스섬)'이라고도 부른다. 2. dECM(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 탈세포화된 세포외기질): 실제 조직에서 세포만 제거하고 남긴 세포 바깥의 구조물을 말한다. 3.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포도당 자극 인슐린 분비):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졌을 때 췌도 베타세포가 이를 감지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반응이다. GSIS 지수가 높을수록 혈당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으로, 췌도 세포 기능적 성숙도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