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한현, 이동화 교수 공동 연구팀, “나노입자들이 튀어나왔을 뿐인데...” 전기 안 통하던 절연체, 갑자기 금속 됐다
[상온 초상자성과 초고속 전기 전도 전환 메커니즘 규명] 영화 속에서 단단한 바위가 순식간에 녹아 금속으로 변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국내 연구진이 이로 구현했다. 산화물 박막이 ‘절연체’에서 ‘금속’으로 바뀌고, 동시에 새로운 자기적 성질까지 나타나는 놀라운 전환이 확인된 것이다. 최근 POSTECH 신소재공학과 한현 교수, 이동화 교수 연구팀, KENTECH 오상호 교수 연구팀은 엑솔루션(exsolution)’ 과정에서 산화물 내부 결함과 금속 나노입자의 형성을 정밀하게 제어해, 전기적·자기적 성질이 동시에 급격히 변하는 현상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되었다. ‘엑솔루션(exsolution)’은 산화물 안에 있던 금속 이온이 환원 환경에서 표면으로 이동해 나노입자로 ‘튀어나오듯’ 석출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입자는 산화물 표면에 반쯤 박혀 있어 일반적으로 증착된 나노입자보다 훨씬 안정하다. 이 때문에 연료전지나 촉매 같은 에너지 기술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그동안 엑솔루션이 단순히 ‘나노입자를 만드는 과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지, 특히 물질의 전기적·자기적 성질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엑솔루션 현상을 정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특이한 구조의 산화물 박막(La₀.₂Sr₀.₇Ni₀.₁Ti₀.₉O₃-δ1))을 모델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그리고, 이 물질은 여러 원소가 서로 자리를 바꾸고 빈자리(결함)도 존재하는 구조지만, 초기 상태에서는 이 요소들이 서로 전하를 보상하며 전체적으로는 ‘절연체’ 성질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실험과 계산을 통해 밝혀냈다. 이후 환원 조건에서 엑솔루션을 유도하자 성질은 완전히 달라졌다. 박막 내부와 표면에 니켈(Ni) 나노입자가 형성되며 결함 구조가 재배열됐고, 그 결과 전자 구조 역시 변화했다. 특히, 란타넘(La)이 도핑된 스트론튬 타이타네이트(SrTiO₃)와 유사한 형태의 전자 구조로 전환되면서, 원래의 절연체 상태에서 벗어나 전자가 풍부한 금속 상태로 변화했다. 실제 전기 저항은 1,000배 이상 감소하며 뚜렷한 ‘절연체→금속’ 전이 현상이 관찰됐다. 더 흥미로운 점은 자기적 성질의 변화다. 초기 상태에서는 반자성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엑솔루션 이후 생성된 니켈 나노입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상온에서 ‘초상자성(superparamagnetism)’이 나타났다. 이는 나노입자들이 외부 자기장에는 반응하지만, 자기장이 사라지면 다시 무질서하게 돌아가는 독특한 상태다. 이번 연구는 엑솔루션이 단순히 물질 표면에 금속 나노입자를 형성하는 기술을 넘어, 산화물 내부의 전자 구조와 결함 상태를 재구성해 전기적·자기적 특성을 동시에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POSTECH 한현 교수는 “이 기술은 향후 전자소자나 스핀트로닉스 소자 설계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천기술국제협력개발사업과 신진연구사업, Max Planck Partner Group 프로그램, 삼성전자 DS부문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600031 1. La₀.₂Sr₀.₇Ni₀.₁Ti₀.₉O₃-δ: 스트론튬(Sr)과 티타늄(Ti) 기반 산화물에 란타넘(La)과 니켈(Ni)이 일부 치환된 구조 박막으로 여러 금속 원소가 섞이고 일부 원자 자리가 비어 있는 복잡한 구조다.
화공 이준구 교수 연구팀, '믹스커피' 시스템으로 신약 개발비 95% 줄인다
[자동화 장비로 단백질 합성 시스템 제작 비용 절감 성공] 국내 연구팀이 신약·진단·바이오소재 개발의 핵심인 단백질을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하는 자동화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존 대비 제작 비용은 95% 낮추고, 성능은 5배 높이는 동시에 준비 기간도 절반으로 줄인 이 기술은 향후 바이오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화학공학과 이준구 교수, 박사과정 채병민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합성생물학·생물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트렌즈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 온라인판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6일 게재됐다. 마트에서 파는 믹스커피를 생각해 보자. 커피, 설탕, 크림이 정해진 비율로 섞여 있어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바로 마실 수 있다. 단백질 합성 분야에도 이와 똑같은 개념이 있다. 세포 없이 시험관 안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무세포 단백질 합성 기술'이다.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생화학 재료를 미리 섞어 두고, 원하는 단백질의 설계도(DNA)만 넣으면 단백질이 뚝딱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믹스커피'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소수 기업만이 이 시스템을 판매할 수 있다 보니 가격이 치솟았고, 연구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만드는 방법이 알려져 있긴 했지만 공정이 지나치게 복잡해 일반 실험실에서 직접 구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자동화'다. 기존에는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구성 요소들을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하나하나 만들어야 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람이 직접 하는 작업인 만큼 실험자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들쭉날쭉했다. 연구팀은 대장균 세포 추출물을 활용해 시험관 안에서 필요한 효소들을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공정을 단순화하고, 여기에 자동 용액 분주기를 도입해 사람 손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시스템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4일에서 단 2일로 단축됐다. 더 놀라운 것은 비용이다. 연구팀의 시스템 제작 비용은 시중에 판매되는 상용 제품보다 95%나 낮다. 자동화 덕에 오류 발생 가능성도 크게 줄어, 단백질 합성 성능은 오히려 기존보다 5배 향상됐고 생산 제품 간 성능 편차도 거의 없었다. 또 다른 강점은 '모듈형 구조'다. 믹스커피에 설탕 대신 꿀을 넣거나 디카페인 커피로 바꾸듯, 필요한 구성 요소들을 자유롭게 넣고 뺄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 특성을 활용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비천연 아미노산'을 단백질 내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집어넣는 데도 성공했다. 이 기술은 항체에 약물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치료제인 항체-약물 접합체 개발 등에 바로 응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바이오파운드리1)'와의 연결 고리 때문이다. ‘바이오파운드리’란 자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많은 단백질 후보를 한꺼번에 설계·생산·분석하는 첨단 생명공학 인프라로 정부의 집중 육성 대상이기도 하다. 단백질 1종 생산 비용이 100원이라 해도 최소 10억 개의 후보를 검토하기 위해 1,000억 원이 필요한데, 연구팀의 기술은 이 병목을 해소할 열쇠가 될 수 있다. POSTECH 이준구 교수는 “무세포 단백질 합성 기술2)을 훨씬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고, 필요에 따라 구성 요소를 자유롭게 바꿔 쓸 수 있는 자동화 플랫폼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합성생물학 핵심기술개발사업, 한우물파기 개인기초연구, 및 과학기술혁신인재양성사업, 보건복지부 글로벌연구협력지원사업 및 보건의료 R&D 핵심기술 EarlyBoost 사업, 농림축산식품부와 포항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tibtech.2026.05.002 1. 바이오파운드리(Biofoundry):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하여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과정을 표준화, 자동화, 고속화한 플랫폼이다. 2. 무세포 단백질 합성 기술(Cell-free protein synthesis): 살아있는 세포가 아닌 시험관 내에서 펩타이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인공 생합성하는 기술이다.
친환경/물리/첨단재료 김지훈 교수 연구팀, 전류 방향 기억하는 초전도 소자 나왔다
[외부 자기장 없이 스스로 방향 기억하는 초전도 다이오드 개발] 국내 연구팀이 전류가 흐르는 방향을 스스로 ‘기억’하고 제어하는 초전도 소자를 개발했다. 한 번 방향을 설정하면 전원을 꺼도 유지되고, 외부 자기장 없이도 작동해 양자컴퓨터 회로를 더 작고 단순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물리학과·첨단재료과학부 김지훈 교수 연구팀은 아르헨티나 Instituto Balseiro, CNEA-CONICET 소속 네스토르 하베르코른(Nestor Haberkorn) 교수 연구팀과 이번 연구를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초전도 다이오드’는 전류가 한쪽으로는 잘 흐르고, 반대 방향으로는 잘 흐르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일방통행 장치다. 전류가 손실 없이 흐르는 초전도 환경에서 매우 중요하다. 양자컴퓨터나 초고속 초전도 회로에서는 전류 방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전체 동작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초전도 소자는 대부분 외부 자기장이 필요해 회로가 복잡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자석의 기억 성질’로 해결했다. 연구팀이 만든 소자는 ‘초전도층(NbN1))’, ‘절연층(AlN2))’, ‘자성 금속층(퍼멀로이, Permalloy3))’ 세 겹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자성 금속층으로 이 층은 한 번 자성 방향이 정해지면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성질 때문에 소자 안에서는 전류가 흐르는 환경이 양쪽에서 다르게 만들어진다. 쉽게 말하면 한쪽은 전류가 잘 지나가는 길이고, 반대 방향은 상대적으로 흐름이 방해받는 구조가 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보텍스(vortex)4)’라는 아주 작은 자기 소용돌이다. 보텍스는 초전도체 상태에서 생기는 미세한 자기 흐름이다. 평소에는 초전도 상태 안에 존재하지만 전류가 흐를 때 함께 움직이는데, 보텍스가 움직이면 초전도 상태가 깨지면서 전기 저항이 생긴다. 연구팀의 소자에서는 전류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보텍스 움직임이 달라졌다. 한쪽에서는 보텍스가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초전도 상태가 유지됐으며, 반대 방향에서는 보텍스가 서 쉽게 끌려 들어와 초전도 상태가 쉽게 깨졌다. 그 결과 한쪽은 강한 전류에서도 저항 없이 흐름이 유지됐고, 반대쪽은 비교적 약한 전류에서도 저항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외부 자기장 없이도 전류가 한쪽으로 더 잘 흐르는 ‘초전도 다이오드’ 구조가 구현된 것이다. 이 소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억 기능’이다. 자성층 방향을 한 번 설정하면 전류가 잘 흐르는 방향이 고정되며, 전원을 꺼도 상태가 유지된다. 반대로 자화 방향을 바꾸면 전류 방향도 함께 뒤집힌다. 실험 결과, 자성층 두께 89nm(나노미터) 소자에서 최대 40% 수준의 높은 정류 효율(한쪽으로 얼마나 더 잘 흐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 확인됐다. 이번 성과는 외부 자기장 장치 없이도 전류 방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POSTECH 김지훈 교수는 "비교적 단순한 재료 조합만으로 고효율 초전도 다이오드를 구현했다"라며 "양자컴퓨팅 회로와 극저온 초전도 전자소자에서 전류 방향성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CONICET,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SRC 사업 및 핵심연구, Brain Pool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75836 1. NbN: 니오븀 나이트라이드,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는 초전도 재료다. 2. AlN: 알루미늄 나이트라이드, 위아래 층을 분리해주는 얇은 절연막이다. 3. Permalloy(퍼멀로이): 자석처럼 방향을 기억하는 자성 금속이다. 4. 보텍스(vortex): 초전도체 내부에 자기선속이 양자화되어 침투한 구조. 보텍스가 움직이면 전기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전자 이남윤 교수 연구팀, AI가 필요한 정보만 골라 보낸다…차세대6G 시멘틱 통신 기술 개발
[LG전자와 산학협력… 통신분야 국제학술대회 'IEEE ICC 2026 기술데모'서 시연 및 발표] [지난해 시멘틱 통신 연구 잇는 후속 성과…국제표준 기반 기술로 상용화 가능성 높여]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이남윤 교수 연구팀(박찬호 박사후연구원, 박범수 박사과정)은 특정 태스크를 위해 사전학습된 트랜스포머에서 생성된 토큰 정보 중요도를 표준기술에 기반한 비트 단위의 정보 압축과 전송 과정 전반에 반영하는 새로운 시멘틱 통신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해 연구팀이 발표한 다중 정보타입·다중 태스크 시멘틱 통신 기술 후속 연구로, 최근 통신 분야 대표 국제학술대회인 'IEEE ICC 2026'에서 기술 데모 시연을 하였다. 기존 4G·5G 통신이 데이터를 원본 그대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시멘틱 통신은 정보의 의미와 중요도에 따라 필요한 정보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차세대 통신 기술이다. 인공지능이 영상 속 객체를 인식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인식에 필요한 핵심 정보에 통신 자원을 집중해 더 적은 데이터로도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비전 트랜스포머(Vision Transformer)를 활용해 이미지 내 객체 분류 태스크에 필요한 정보의 중요도를 토큰 단위로 분석하고, 이를 비트 단위로 동작하는 표준 압축과 오류 정정 과정에 반영했다. 이미지 압축 단계에서는 중요한 영역에 더 많은 정보를 할당하는 ‘어텐션 기반 JPEG(Attention JPEG)’ 기술을 개발했으며, 전송 단계에서는 중요한 정보에 더 강한 오류 보호를 적용하는 ‘차등 오류 보호(Unequal Error Protection) 폴라 코드’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적은 통신 자원과 낮은 지연 환경에서도 높은 인식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국제표준과 높은 호환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서 동작하는 트랜스포머 모델에서 추출한 토큰 단위의 정보 중요도를 비트 단위의 국제표준 이미지 압축 규격인 JPEG와 5G 표준 폴라 코드 구조에 통합 반영하는 방식을 고안해 별도의 대규모 인공지능 송수신기 없이도 기존 통신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SDR) 기반 시험 환경에서 실제 무선 전송 실험을 수행한 결과, 기존 방식보다 적은 통신 자원으로도 높은 이미지 분류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남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정보의 중요도를 압축부터 채널 부호화까지 일관되게 반영하면서도 기존 통신 표준과 호환되는 시멘틱 통신 프레임워크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향후 객체 검출과 의미론적 분할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영상 처리 분야는 물론, AI-RAN과 6G 이동통신, physical AI를 실현하기 위한 인공지능 로봇 간 통신 등 주파수 효율과 지연 성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차세대 응용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남윤 교수 연구팀과 LG전자 CTO부문 C&M 표준연구소(소장 제영호, 이상림 PL)의 산학협력을 통해 수행됐으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차세대 네트워크(6G) 산업기술개발사업(AI-Native 응용서비스 지원 AI-Native 무선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 보건복지부 재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지원으로 수행됐다.
윤정빈·장진아 교수 공동 연구팀, “신약, 왜 항상 임상에서 실패하나…” 사람 장기 닮은 오가노이드칩 기술 총망라
[동물실험 한계 넘어 인간 생리 재현하는 오가노이드칩 리뷰 논문 발표] POSTECH 기계공학과 윤정빈 연구조교수,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생명과학과 장진아 교수, 일본 교토대 류지 요코가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신장·방광 오가노이드-온-칩 기술 발전 흐름을 정리한 리뷰 논문을 국제 학술지 ‘Advanced Drug Delivery Reviews’에 ’발표했다. 신장과 방광은 약물의 체내 분포, 배설, 독성 반응을 결정하는 핵심 장기이지만, 기존 2D 세포배양이나 동물모델만으로는 사람에서의 반응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약물 유래 신독성은 임상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를 줄이기 위해 사람 생리와 더 가까운 예측 가능한 전임상 플랫폼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사람에게 실제로 투여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장 독성은 임상 실패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장기 기능을 실험실에서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논문은 새로운 기술을 직접 개발했다기보다는, 신장·방광 오가노이드 칩 기술이 현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특히, 사람 신장과 방광의 생리적인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미세생리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1)의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다뤘다. 연구팀은 신장과 방광 모델의 발전 과정을 초기 세포 배양 모델에서부터 오가노이드 통합 칩, 혈관화 기술, 실시간 센서, 3D 바이오프린팅,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술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세포 실험을 넘어, 유체 흐름과 물질 이동, 장벽 기능 등 실제 인체 환경을 점점 더 정밀하게 모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신장 오가노이드-온-칩과 방광 모델을 함께 다루며, 신장과 방광은 약물의 배설과 체내 노출을 결정하는 핵심 장기이기 때문에, 두 장기를 함께 고려한 평가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를 통해 신장 독성뿐 아니라 방광 내 약물 전달과 같은 특수한 투여 방식까지 평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또한, 오가노이드칩 데이터를 생리학 기반 약동학2) 모델이나 디지털 트윈3) 기술과 결합할 경우, 약물 반응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전임상 단계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윤정빈 연구조교수는 “이번 리뷰는 신장과 방광 장기칩 기술의 발전 흐름을 정리하고, 현재 기술이 어느 수준인지,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사람 중심의 전임상 평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세종과학펠로우십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교육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헬스케어 의공학 연구소(국가연구소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addr.2026.115887 1. 미세생리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 장기칩(organs-on-chips) 또는 조직칩(tissue chips)이라고도 불리며, 인간 장기의 구조, 기능 및 세포 미세환경을 모사하도록 설계된 첨단 바이오공학 플랫폼으로, 높은 생리학적 재현성을 바탕으로 생의학 연구와 신약 개발을 혁신하는 인간 유래 조직 모델 플랫폼이다. 2. 생리학 기반 약동학(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PBPK) 모델링: 화학물질 또는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ADME) 과정을 인체의 생리학적·해부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수학적으로 모사하여 예측하는 모델링 기법이다. 3.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현실 세계의 물리적 사물, 공간 또는 시스템을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시뮬레이션 및 분석을 수행하는 기술로, IoT (Internet of Things) 센서와 AI 기반 데이터 연계를 통해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최적의 운영 및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전자/IT융합 백창기 교수 연구팀, ‘나노튜브’로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기술의 한계를 넘다
[속 빈 나노튜브 구조 포논 국소화 현상으로 열전도 억제 원리 규명] 챗GPT에게 질문 하나를 던질 때마다 서버실 어딘가에서 열이 난다. 달리는 전기차 배터리가 열이나면 그 열을 멈출수가 없다, 또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면 언제나 열이 발생하나, 그 열은 그냥 공기 속으로 사라진다. 버려지는 이 열들을 다시 전기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국내 연구팀이 그 가능성을 한 단계 현실에 가깝게 끌어당겼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 백창기 교수,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기영 씨 연구팀이 ‘속이 빈 실리콘 나노튜브’ 구조를 이용해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소자의 효율 한계를 돌파할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에너지·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나노에너지(Nano Energy)’에 게재됐다. ‘열전소자’는 온도 차이만으로 전기를 만드는 소자다. 산업 현장의 폐열 회수부터 배터리 냉각, 우주 탐사선의 전원 공급을 위한 핵 전지까지 쓰임새는 다양하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 열 관리가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지금,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문제는 소재다. 열전소자 핵심 재료는 비스무트(Bi), 텔루륨(Te) 등 희소금속이다. 매장량이 적고 공급망이 불안정해,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가격과 수급이 요동쳤다. 반면 실리콘은 지구상에 풍부하고,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제조 공정과도 잘 맞는다. 그런데도 지금껏 실리콘 기반 열전소자가 상용화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열전소자 효율을 높이려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열은 최대한 막고, 전기는 잘 흐르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구조를 작게 만들수록 열 이동은 줄어드는 대신 전기 흐름까지 방해받는 딜레마가 생긴다. 소음 차단벽을 세우면 바람도 함께 막히는 것처럼, 이 두 가지 특성은 좀처럼 따로 제어하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이 딜레마를 '속 빈 구조'로 풀었다. 일반적인 나노선1)이 속이 꽉 찬 막대 모양이라면, 나노튜브는 내부가 비어 있는 대롱 형태다. 두 구조를 비교한 결과, 나노튜브에서 약 70% 낮은 열전도도가 확인됐다. 더 놀라운 것은 표면적 비율을 같은 조건으로 맞췄을 때의 결과다. 조건이 같으면 성능도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나노튜브는 약 33% 더 낮은 열전도도를 보였다. 속이 비어 있다는 구조 자체가 열을 추가로 막는 독자적인 효과를 낸다는 증거다. 그 원인을 연구팀은 '포논2) 국소화' 현상에서 찾았다. ‘포논’은 고체 안에서 열을 전달하는 진동을 입자처럼 표현한 개념이다. '포논 국소화'란 이 진동이 구조 전체로 퍼지지 못하고 일부 영역에 갇혀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파도가 방파제 안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기존에는 극저온이나 매우 특수한 구조에서만 나타난다고 알려진 이 현상이, 비교적 단순한 나노튜브 구조에서도 상온에 가까운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원리가 실용화된다면,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되돌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길이 열린다. 희소금속 없이 반도체 공정 기술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POSTECH 백창기 교수는 "국내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과의 호환성 덕분에, 희토류 재료에 의존하지 않는 차세대 열관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DOI: https://doi.org/10.1016/j.nanoen.2026.112007 1. 나노선(nanowire): 직경이 수 나노미터에 불과한 가느다란 원통형 구조체다. 2. 포논(phonon): 고체 내부에서 열을 전달하는 에너지 단위로,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진동할 때 생겨나는 파동을 입자처럼 표현한 개념이다.
생명 김종민 교수 연구팀, “단백질 공장의 일꾼이 '스위치'가 됐다” 세포 스스로 판단하는 유전자 회로 기술 개발
[세포 안에서 복잡한 계산 가능한 RNA 회로 ‘RATEX’ 개발]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기계가 이번엔 ‘스위치’ 역할까지 겸하게 됐다. 최근 POSTECH 연구팀이 세포 내부에서 여러 신호를 동시에 읽고 스스로 판단해 반응을 만들어내는 'RNA 기반 스마트 유전자 회로' 플랫폼을 새롭게 개발했다. 단순히 유전자를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자체가 일종의 '살아있는 컴퓨터'처럼 작동하는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POSTECH 생명과학과 김종민 교수, 강한솔 박사, 통합과정 고현섭· 김채리 씨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의 이름은 ‘RATEX1)’ 플랫폼으로,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최근 게재됐다 세포가 유전자를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DNA에 담긴 정보를 RNA로 옮기는 '전사(transcription)' 단계, 그리고 그 RNA를 읽어 단백질을 만드는 '번역(translation)' 단계다. 지금까지 RNA 기반 유전자 회로 기술은 신호의 감지와 처리가 주로 번역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문제는 세포가 처리해야 할 신호가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마치 여러 신호등이 동시에 깜빡이는 복잡한 교차로처럼, 세포도 수많은 분자 신호를 한꺼번에 통합해 판단해야 한다. 기존 기술로는 이 복잡한 계산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ribosome)'이다. 리보솜은 RNA를 읽으며 묵묵히 단백질을 찍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연구팀은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리보솜이 유전자 위 특정 지점에서 멈추도록 설계했다. 이 '멈춤' 자체가 신호가 되어 유전자 발현의 시작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리보솜이 단순한 생산 기계에서 '스위치'로 직급이 바뀐 셈이다. 번역 단계에서 얻은 계산 결과가 전사 단계의 작동 여부로 즉시 이어지는 이 구조가 바로 RATEX 플랫폼의 핵심으로, 연구팀은 이를 '번역-전사 전환 기술(TTC2))'이라고 부른다. 기존 유전자 회로에서 검증된 번역 단계의 논리 스위치들을 레고 블록처럼 조합해 전사 과정을 직접 제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기존 합성생물학 유전자회로의 설계 한계를 극복하고 확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최대 1,492배에 달하는 유전자 조절 능력을 확인하였고, 최대 6개의 RNA 신호를 동시에 처리하는 복잡한 논리 연산 회로도 구현했다. 여기에 RNA 신호뿐만 아니라 아미노산이나 비타민 같은 대사물질까지 함께 인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하이브리드(hybrid) 논리 게이트도 만들었다. 세포가 단순히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종류의 정보를 동시에 '계산'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이 기술을 CRISPR3) 유전자 제어 시스템과 결합해, 특정 조건이 모두 충족될 때만 세포의 형태를 바꾸거나 세포 내부 구조를 새롭게 재배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세포를 정밀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준 것이다. 이 기술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신호를 감지해 그 자리에서 치료 물질을 생산하는 스마트 치료제나, 특정 오염물질이 감지될 때만 반응하는 환경 바이오센서도 발전할 수 있다. 김종민 교수는 "번역 단계에서 일어나는 정교한 판단 과정을 전사 제어로 연결한 것이 연구의 핵심"이라며, "RNA와 대사물질처럼 서로 다른 신호를 하나의 RNA 설계 안에서 통합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본연구사업, POSTECH 기초과학연구원 지원사업,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센터,경북테크노파크 푸드테크 연구개발거점센터 사업, 농림축산식품부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nie.202520600 1. RATEX: Ribosome-Assisted Transcriptional EXpression controller 2. TTC: Translation-to-Transcription Converter 3. 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DNA를 원하는 위치에서 정밀하게 편집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
신소재/배터리 강병우 교수 연구팀, 전해질 내부의 이온 고속도로로 ‘꿈의 배터리’ 전고체전지 한계 넘는다
[게르마늄 도입으로 리시콘(LISICON)형 고체전해질 이온 전도도 5배 향상]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무엇일까. 더 복잡한 구조나 새로운 소재가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이 담는 것’일지도 모른다. POSTECH 연구팀이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전극을 두껍게 만들수록 성능이 떨어진다는 기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고, 기존보다 수십 배 두꺼운 전극도 거뜬히 버티는 차세대 배터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배터리공학과 강병우 교수, 신소재공학과 우승준 박사(現 LG에너지솔루션), 신소재공학과 통합과정 박준형 씨 연구팀은 기존보다 수십 배 두꺼운 양극을 사용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전고체 배터리 플랫폼 구현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영국왕립화학협회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에 게재됐다.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를 사용하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이 붙을 위험이 낮고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그런데 꿈에도 약점은 있었다. 고체 안에서 리튬 이온이 느리게 움직이는 탓에 전극을 두껍게 만들수록 내부 저항이 커지고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소재 자체를 뜯어고치는 대신, 리튬 이온이 지나가는 '길'을 바꾸는 전략을 선택했다. 기존 리시콘형1) 산화물 고체 전해질(Li3.5Si0.5P0.5O4, 이하 LSPO) 소재에서 규소(Si)와 인(P)의 일부를 게르마늄(Ge)으로 바꾼 것이다. 마치 좁은 골목길이 얽히고설킨 구도심을 고속도로망으로 재편한 것처럼,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훨씬 넓어지고, 통로도 서로 촘촘하게 연결됐다. 그 결과, 이온 전도도가 기존 대비 약 5배 향상됐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소재가 양·음극 소재와의 접촉성도 매우 좋다는 것이다. 양극 소재와는 단순한 가열만으로 단단하게 결합하는 공소결2)이 가능하며, 음극으로는 리튬 금속을 사용하여 별도 외부 압력 없이 안정적인 배터리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약 14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초두꺼운 양극(Ultra-thick electrode)’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보고되는 전극보다 수십 배 두꺼운 수준으로, 그동안 ‘두꺼우면 작동하지 않는다’라는 전고체 배터리의 한계를 정면으로 넘어선 결과다. 이렇게 제작된 배터리는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부피 기준 에너지 밀도는 841Wh/L(와트시퍼리터, 1L 안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양)에 달했다. 더 작고 가벼운 배터리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구조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성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의 방향을 한 단계 앞당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POSTECH 강병우 교수는 “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에서 두꺼운 전극을 도입해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며,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만족하는 차세대 리튬 금속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이차전지 첨단전략산업 글로벌 지원 사업‘, ’기판실장용 산화물계 초소형 적층 전고체전지개발 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9/D6TA00467A 1. 리시콘형(Lithium Superionic Conductor type): 리튬 이온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2. 공소결(co-sintering) : 둘 이상의 물질을 고온에서 구워 하나의 입자로 만드는 공정
화공/융합 차형준 교수 연구팀, “단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홍합에서 힌트 얻은 백신, 접종 사각지대 없앤다
[홍합접착단백질 활용해 ‘지속형 면역’ 구현… 반복 접종 부담 줄일 기술 제시] 국내 연구팀이 홍합의 강한 수중 접착 원리를 응용해, 단 한 번의 접종으로 장기간 면역 효과를 내는 백신 기술을 개발했다. 반복 접종 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백신 접근 자체가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POSTECH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시스템생명공학부 박사과정 정석원 씨,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우현택 씨 연구팀이, 인천대 생명공학부 황병희 교수 연구팀과 함께 수행한 이 연구는 최근 생체소재 분야 국제학술지인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독감, 코로나19 등 감염병 백신은 한 번 맞는다고 끝이 아니다. 충분한 면역 효과를 얻으려면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차례 추가 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는 시간과 비용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여러 나라에서는 아예 접종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왜 반복 접종이 필요할까. 현재 대부분의 백신은 바이러스 일부 성분만 사용하는 방식이라 안전하지만,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힘이 약하다. 게다가 백신 성분이 몸속에서 빠르게 사라지면서 면역 반응이 충분히 유지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친 파도에도 바위에 찰싹 잘 달라붙어 있는 홍합에 주목했다. 홍합이 만드는 접착단백질에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면역증강 펩타이드를 결합해 백신 성분을 몸속 특정 위치에 오랫동안 붙잡아 둘 수 있는 '접착성 어주번트 단백질(AAP, Adhesive Adjuvant Protein)'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쉽게 말해, ‘백신용 접착제’를 만든 셈이다. 접착성 어주번트 단백질은 백신의 핵심 성분인 항원과 함께 나노입자 형태로 뭉쳐, 체내에 부착하여 머물면서 항원과 면역증강제를 천천히 내보낸다. 자연 감염이 지속적으로 면역계를 훈련하는 것처럼, 면역세포를 오랫동안 자극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그 결과, 알루미늄염(Alum)을 기반으로 한 기존 면역증강제보다 백신 성분이 체내에 오래 머물렀으며, 단 한 번의 접종만으로 기존 대비 3배 이상 지속되는 면역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면역증강 펩타이드로서 'PADRE1)'를 사용해 면역 반응을 한층 강화했다. PADRE는 사람들의 면역 유형과 관계없이 폭넓게 작용하는 범용 면역 강화 물질로, 특정 개인에게 효과가 한정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면역반응 핵심 경로(MHC Class II)를 활성화한 결과, 항체 생성을 돕는 도움 T세포와 장기 면역 기억을 형성하는 기억 T세포가 늘었다. 접종 6주 후에도 면역 반응이 유지됐으며,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독성 T세포 활성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면역세포가 지쳐 기능이 떨어지는 '면역 고갈' 현상 없이 건강한 면역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점도 확인됐다. 접종 단 한 번으로 충분한 면역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이 기술은 많은 사람을 위한 현실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콜드 튜머(cold tumor)2)‘처럼 치료 효과가 낮았던 난치성 암 백신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차형준 교수는 “홍합접착단백질 기반 백신 전달시스템은 생체적합성이 뛰어나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실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반복 접종 부담을 줄이고, 세계 백신 접근성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글로벌연구네트워크확산사업과 국가연구실(NRL) 2.0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biomaterials.2026.124253 1. PADRE: Pan HLA-DR binding Epitope 약자로 '범용 HLA-DR에 결합할 수 있는 에피토프'를 의미한다. 사람마다 다른 면역 유형에 관계없이 대부분 사람에게 폭넓게 작용하도록 인공 합성된 면역증강 펩타이드 물질이다. 2. 콜드 튜머(cold tumor) : 면역세포(T세포)가 종양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거나 암세포 주위의 면역 억제 환경으로 인해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낮은 종양을 의미
물리/융합 이길호 교수 연구팀, 빛 알갱이 한 개의 흔적까지 읽는다… 그래핀으로 여는 ‘보이지 않는 빛’의 세계
[저에너지 광자 검출 위한 초고감도 센서 개발] 빛 알갱이 한 개가 지나간 흔적까지 읽어내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이제 과학자들은 더 어두운 우주와 더 미세한 신호 속에서도 새로운 정보를 포착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됐다. 최근 POSTECH 물리학과·융합대학원 이길호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단일 광자까지 검출할 수 있는 초고감도 양자 센서를 개발하며, ‘보이지 않던 빛의 세계’를 넓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빛은 ‘광자’라는 아주 작은 에너지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알갱이를 하나씩 검출하는 기술은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우주 관측 같은 첨단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기존의 단일 광자 검출 기술은 반도체 전자 구조나 초전도체의 에너지 틈을 이용하는데, 이 방식은 안정적이지만, 비교적 높은 에너지를 가진 빛에만 반응한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적외선이나 마이크로파처럼 에너지가 낮은 빛은 검출이 어려워 새로운 방식의 센서 기술이 필요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그래핀 속 ‘디랙(Dirac) 전자1)’의 독특한 열적 특성이다. 그래핀은 전자들이 매우 가볍게 움직이고 열을 거의 저장하지 않는 물질이다. 그만큼 아주 작은 에너지에도 쉽게 온도가 변하는, 일종의 ‘초민감 온도계’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그래핀 기반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2) 소자를 만들었다. 핵심은 빛을 전기 신호로 읽어내는 기존과 달리, 광자가 흡수되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열 변화’를 감지하는 데 있다. 마치 어두운 방에서 작은 촛불 자체는 보이지 않아도, 퍼져 나오는 열기로 존재를 알아채는 것과 비슷하다. 실험 결과, 광자가 한 개 흡수되었을 때 그래핀 전자 온도가 약 2K3)(캘빈)까지 상승했고, 그로 인해 초전도 상태가 깨지며 발생하는 변화를 전기 신호로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즉, ‘빛 알갱이 한 개가 지나갔다’라는 것을 전기적으로 확실하게 확인한 것이다. 성능도 뛰어났다. 87%의 높은 검출 효율을 보였으머, 잘못된 신호를 감지하는 오검출률은 초당 1회 이하, 조건에 따라 일주일에 1회 수준까지 낮췄다. 또한 기존 기술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초고감도(등가 잡음 전력: 2×10-22W/√Hz 수준)를 달성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에너지 문턱을 넘어야만 빛을 감지할 수 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극미세한 열 변화까지 읽어내는 광자 검출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길호 교수는 “기존 검출 기술은 일정한 에너지 문턱을 넘어야만 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훨씬 작은 에너지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라며 “적외선부터 마이크로파 영역까지 확장해 우주 관측, 양자통신, 암흑물질 탐색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이길호 교수 연구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삼성전자 등의 지원을 받아 미국 MIT, BBN, Washington University, NIMS 등 연구팀과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0252-2 1. 디랙(Dirac) 전자: 질량이 거의 없는 것처럼 행동하며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전자로, 그래핀 등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전자 상태로서 차세대 양자소자의 핵심 물리로 주목받는다. 2.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 두 초전도체 사이 전자가 저항 없이 양자 터널링하는 소자로, 양자컴퓨팅과 고감도 센서의 핵심 기술이다. 3. K(Kelvin): 아주 낮은 온도를 표현할 때 켈빈(K)을 사용한다. 0K는 약 –273.15℃에 해당하며, 2K는 약 -271℃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