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조길원 교수 연구팀, 몸에서 나오는 작은 떨림 놓치지 않는다!
[미세 진동을 정확하게 감지하는 웨어러블 진동센서 개발] 우리 몸에서는 끊임없이 다양한 진동이 발생한다. 숨을 쉬고 말을 하며 삼키는 순간에도 미세한 진동이 만들어진다. 이 작은 신호들은 몸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기존 웨어러블 센서로는 이를 정확하게 감지하기 어려웠다. POSTECH 화학공학과 조길원 교수, 박사과정 조강혁 씨, 이정훈 박사 연구팀이 외부 구동 전원 없이 작동하면서도 초미세 진동을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웨어러블 진동센서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의료·헬스케어는 물론 차세대 스마트 기기의 핵심 센서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며 ‘네이처(Nature)’의 2026년 신생 저널인 ‘네이처 센서스(Nature Sensors)’ 창간호에 게재됐다. 몸에서 나는 소리는 매우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 걸쳐 있다. 목소리, 호흡, 삼킴과 같은 생리적 신호는 낮은 주파수 영역에서 나타나며, 기침이나 신음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주파수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신호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소리를 만들어내는 미세한 진동을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웨어러블 진동 감지 기술은 미세한 진동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거나, 센서 구동을 위해 별도의 전원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피부나 땀과의 접촉으로 인해 성능이 저하되어 실제 웨어러블 응용에는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센서 구동과 민감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두 가지 원리를 사용했다. 힘이나 진동을 받으면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압전 물질’과, 전극 간 거리 변화로 신호를 감지하는 ‘정전용량형 센서’를 하나의 구조로 결합했다. 압전 물질이 만들어낸 전기를 정전용량형 센서의 구동 전력으로 활용함으로써, 연구팀은 외부 전원이 필요 없는 무전원 구동과 초고감도 측정을 동시에 만족하는 웨어러블 진동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센서 배열 또한 새롭게 설계했다. 진동판 아래에 별 모양의 마이크로 기둥을 배치하고, 네 개의 기둥이 맞물리는 중앙에 원형 진동판을 올리는 구조를 고안했다. 기둥 사이로 공기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설계함으로써, 진동판의 움직임이 방해받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센서를 촘촘히 배열하면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인 측정이 가능해졌다. 개발된 센서는 80~5,000Hz(헤르츠)에 이르는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0.01g (중력가속도) 수준의 초미세 진동까지 민감하게 감지했다. 사람의 목에 부착했을 때는 미세한 성대 움직임을 포착해 말소리와 호흡, 기침 같은 생체 신호를 정확히 구분해서 인식했으며, 소리가 나는 물체에 부착했을 때는 표면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정밀하게 감지해 진동형 마이크를 이용한 고음질 녹음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는 기존 진동 센서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미세 진동을 안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주도한 POSTECH 조길원 교수는 “개발한 진동 센서는 넓은 주파수 영역에서 매우 작은 크기의 진동까지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라며 “이를 피부에 부착하면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작은 신호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어 웨어러블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리가 발생하는 물체에 부착해 진동을 기록함으로써 고음질의 소리를 녹음할 수 있어, 매우 얇고 유연한 부착형 진동 마이크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릿지융합연구개발사업, 국가아젠다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4460-025-00003-1
화공 노용영 교수 연구팀, “반도체가 열받았다” 첨가제 없이 성능 높인 비결은?
[첨가제 없이 열만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 구현]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각종 첨가제를 넣는 것은 오랫동안 당연한 선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첨가제 없이, ‘열’만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이 등장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 노용영 교수, 양원렬·박완태 박사 연구팀은 열 증착 공정1)만으로 차세대 반도체 소자인 고성능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2) P형 트랜지스터3)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전자소자 분야 국제 학술지 ‘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 R’에 게재됐다. 반도체 성능은 ‘박막’이라 불리는 매우 얇은 재료층의 품질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박막이 얼마나 균일하고 안정적으로 형성되느냐에 따라 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 또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가 결정된다. 최근 실리콘을 넘어서는 차세대 소재로 페로브스카이트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주석(Sn)을 기반으로 한 페로브스카이트는 전자가 빠르게 이동하고 결함에 대한 내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 반도체 소자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양(+)전하를 띤 ‘정공’이 과도하게 생성되면서 전류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수도관 곳곳에 작은 구멍이 생겨 물이 새는 것처럼, 전기가 쉽게 새어나가, 균일하고 안정적인 박막을 만들기 힘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첨가제, 고온 처리, 용액 공정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들은 대면적의 박막을 균일하게 구현하기 어렵고, 휘어지는 기판에 적용하기 힘들며, 기존 반도체 공정과 호환성도 낮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던 이유다. 연구팀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열 증착 공정에 주목했다.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박막(FASnI₃, 포름아미디늄-주석-요오드)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재료를 동시에 증착하는 방식과 순차적으로 증착하는 방식을 비교한 결과, 특정한 조건에서는 첨가제가 없어도 결정 구조가 균일하게 정렬되고 결함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의 P형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정밀하게 켜고 끄면서 전자가 빠르게 이동하는 성능을 보였다. 전기가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를 나타내는 '정공 이동도'는 약 14 cm²/V·s, 전기를 켰을 때와 껐을 때 차이를 보여주는 '전류 점멸비'는 약 10⁸로 순수 FASnI₃(포름아미디늄-주석-요오드)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 중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 기존에는 용액 공정을 기반으로 한 0.61 cm²/V·s가 최고 수치였다. 이번 연구는 첨가물 없이, 산업 현장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열 증착 공정을 활용해 유기 양이온 기반 3차원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를 구현한 최초 사례다. 이 기술은 대면적 전자소자, 디스플레이 구동 회로,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선택지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노용영 교수는 "저온 공정 열 증착 기반 첨가제 없는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낮은 온도 공정이 필수인 차세대 전자 시스템에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 삼성디스플레이, 글로컬 대학 30 프로젝트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16/j.mser.2025.101141 1) 열 증착 공정: 물질을 가열해 증기로 만든 뒤 기판 위에 쌓아 얇은 막을 만드는 방법 2) 페로브스카이트: 특정한 결정 구조를 가진 물질로, 태양전지와 트랜지스터 등에 쓰이는 차세대 소재 3) P형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 전류를 움직이는 주요 매체가 (+) 전하를 띠는 정공일 경우
화공/융합 차형준 교수 연구팀, “이식 장기에 ‘착’ 달라붙는 스프레이 방패”, 평생 면역억제제 복용하는 환자 부담 줄인다
[이식 장기에 달라붙어 면역 거부 막는 스프레이형 코팅제 개발] 장기 이식의 가장 큰 난제였던 ‘면역 거부 반응’을 전신 부작용 없이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POSTECH·이화여대 연구팀은 홍합에서 유래한 접착 소재를 활용해 이식된 장기 표면에 면역억제제를 직접 뿌리는 ‘면역 방패(Immune-Shield)’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약리학·약물 전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즈(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최근 게재됐다. ‘장기 이식’은 사고나 질병으로 손상된 장기를 되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식이 가능한 장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이에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장기 이식’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동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식받은 경우 사람의 면역 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는 면역 거부 반응이 큰 문제였다. 이를 막기 위해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경구 투여나 주사 방식은 약물이 온몸으로 퍼지는 전신 투여 방식이어서 신장 독성, 감염 위험 증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장기를 살리기 위한 약물이 오히려 환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POSTECH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의과학전공)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이상민·우현택 씨, 최근호 박사, 이화여대 화공신소재공학과 주계일 교수 연구팀은 약물을 ‘온몸’이 아니라 ‘이식 장기’에만 전달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홍합이 물속에서도 강하게 붙는 원리를 활용해, 면역억제제를 담은 미세한 하이드로젤 입자를 장기 표면에 직접 붙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접착성 마이크로젤(microgel)을 이용해 생체 조직의 표면을 코팅하는 방식이며, 연구팀은 이를 ‘면역 방패’라고 명명했다. ‘면역 방패’는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방식이다. 수분이 많은 장기의 표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코팅되며, 마이크로젤은 장기 표면에 머무르면서 면역억제제를 천천히 방출한다. 장기 표면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씌워 약물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대신 이식 부위에만 전달되는 구조다. 이종 장기 이식 실험 결과, ‘면역 방패’를 적용했을 때 면역 세포의 침투와 염증 반응이 크게 줄었고, 이식된 조직의 생존 기간이 현저히 늘어났다. 기존 약물 전달 방식보다 2배 이상의 높은 면역 억제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차형준 교수는 "우리나라 원천소재인 홍합 유래 접착단백질로 면역 억제의 오랜 난제를 해결할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라며 "스프레이 방식 특성상 복잡한 형태의 장기 표면에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어 향후 이종 장기 이식 분야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포스코홀딩스 창의혁신과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jconrel.2025.114468
화공/배터리 김원배 교수 연구팀, “배터리에 소금 한 꼬집” 성능·안전 모두 잡았다
[알루미늄염 첨가만으로 젤 전해질 형성·이온 통로 확보·보호막 생성] ‘소금 한 꼬집’이 음식 맛을 완전히 바꾸듯, 배터리 속에 아주 적은 양의 물질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안전성과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POSTECH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석사과정 유재형 씨, 통합과정 홍서찬 씨 연구팀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금속전지’ 내부에 미량의 알루미늄염을 사용해 최대 약점인 폭발 위험과 짧은 수명을 동시에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에너지·재료화학 분야 대표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실렸다. ‘리튬금속전지’는 지금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를 훨씬 많이 저장할 수 있다. 전기차 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고,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도 실용화할 수 있는 꿈의 전지다. 그러나 안전성이 문제다. 리튬금속전지는 충전 과정에서 금속 리튬이 표면에 쌓이면서 작은 불균형만 생겨도 뾰족한 가지 모양 결정인 ‘덴드라이트(dendrite)’가 자라 전지 내부를 찌른다. 마치 고드름처럼 전극 사이를 관통해 폭발 위험이 커지고, 이와 동시에 액체 전해질이 분해되면서 전지 수명도 급격히 줄어든다. 연구팀은 전지 내부 액체 전해질을 스스로 굳는 젤 형태로 바꾸는 전략에 주목했다. 전해질을 구성하는 용매 ‘1,3-다이옥솔레인(1,3-dioxolane)’에 알루미늄염(AlCl₃)을 소량 첨가하면, 내부에서 고분자 반응이 일어나 ‘젤’ 형태의 전해질로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형성된 젤 전해질은 안정적이면서도 배터리 작동에 필요한 리튬 이온 이동을 원활하게 유지했다. 알루미늄염은 젤 형성을 유도하는 ‘개시제’ 역할을 하고, 형성된 젤 구조를 촘촘하게 만들어 리튬 이온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정리했다. 또한, 리튬 표면에는 ‘고체 전해질 경계면(solid electrolyte interphase, SEI)’이라는 보호막을 만들어 뾰족한 덴드라이트가 자라는 것을 막았다. 전기화학 분석과 분자 수준 계산을 통해 알루미늄염이 ‘불화리튬’, ‘염화리튬’, ‘리튬-알루미늄 화합물’이 섞인 하이브리드 보호막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실제 전지 실험 결과, 젤 전해질을 적용한 리튬금속전지는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Li/LFP 풀셀(리튬-인산철 전지)의 경우 0.5C(표준 충전 속도) 조건에서 280사이클 충·방전 후에도 약 93%의 높은 용량 유지율을 보였다. 또한 10C(표준 대비 20배 빠른 고속 충전) 조건에서도 118.2mAh/g의 높은 용량을 확보하며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배 교수는 "미량의 알루미늄염 첨가로도 고분자 젤 전해질 형성과 계면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한 것이 핵심"이라며 "고에너지 리튬금속전지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특성화대학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19181
컴공 황인석 교수 연구팀, ‘곱하기’와 ‘빼기’로 만든 현실감 100% VR 아바타
[간단한 계산으로 상황·맥락 맞게 움직이는 시스템 ‘ArithMotion’ 개발] POSTECH 황인석 교수팀이 누구나 쉽게 아바타를 통해 다양한 동작과 표정을 표현하는 모바일 VR 시스템 ‘어리스모션(ArithMotion)1)’을 개발했다. 아바타는 ‘곱하기’, ‘빼기’ 연산만으로 상황과 상대방 행동에 반응하도록 해, 비싼 장비 없이도 자연스러운 비언어적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VR Chat’과 같은 소셜 VR 플랫폼에서는 아바타의 동작, 표정, 손짓 등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 특히, 몸짓은 사용자 간 감정적 연결을 만들고, 현실감과 주체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용자는 비싼 전신 추적 장비가 없어 미리 설정된 동작만 반복해야 했고, 자연스러운 소통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사회적 반응, 즉 ‘상호 상대성’에 주목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거나 반대로 반응하는 현상을 VR 아바타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상대방이 게임에서 승리해 크게 기뻐하면 나도 기뻐하고, 위협적인 행동에는 방어적으로 움직이는 현실 감각을 그대로 살렸다. 핵심은 ‘산술 연산’이라는 직관적 입력 방식이다. 상대방의 동작에 숫자 ‘2’를 곱하면 과장된 반응이, 마이너스를 적용하면 그와 반대되는 동작이 만들어진다. 계산기에서 ‘더하기’와 ‘빼기’ 버튼을 누르듯 사용자는 복잡한 조작 없이 간단한 입력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실제로 쓸 수 있도록 모바일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덕분에 모바일 VR처럼 ‘모션(motion)’ 입력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상황에 맞는 여러 동작 표현이 가능해졌다. 사용자는 더 이상 로봇처럼 같은 동작만 반복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도에 맞게 반응하며, 가상공간 속에서도 ‘나답게’ 존재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장비 차이로 발생하던 비언어적 표현의 격차를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이끈 황인석 교수는 “어리스모션(ArithMotion)은 아바타가 상대방의 행동에 맞춰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설계해 VR에서도 실제처럼 소통할 수 있게 했다”라며, “스마트폰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만들어 적용 범위를 넓혔다”라고 전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장재웅 씨는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훨씬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POSTECH 컴퓨터공학과 황인석 교수 연구팀(통합과정 장재웅 씨, 박사과정 조성재 씨, 학부과정 신예슬 씨)가 수행한 이 연구는 최근 VR 분야 국제 학술대회 ‘ACM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및 기술 학술대회(ACM VRST 2025)’에서 발표됐다. 또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미래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대학ICT연구센터사업,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스케일업기술사업화프로그램사업,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AI글로벌빅테크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145/3756884.3766039 1. 어리스모션(ArithMotion) : 산술(Arithmetic)과 동작(Motion)을 합친 말이다. 상대방의 동작에 곱하기, 빼기 같은 산술 연산을 적용해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뜻한다.
환경 감종훈 교수 연구팀, “전국일 때는 말하고, 지역일 때는 침묵했다” AI가 밝혀낸 ‘가뭄 앞에서 달라지는 사람들’
[POSTECH·국립재난연구원·국토연구원, AI로 ‘재난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분석] 전국적 가뭄이 이어질 때와 특정 지역에 가뭄이 집중될 때,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은 어떻게 달라질까. 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연구팀은 2022~2023년 가뭄 기간 동안 뉴스 보도, 소셜미디어, 인터넷 검색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재난을 바라보는 사회 시선이 ‘문제의 크기’와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휴매니티스 앤드 소셜 사이언시스 커뮤니케이션스(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가뭄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재난이 아니다. 비가 줄어드는 ‘기상학적 가뭄’에서 시작해 토양이 메마른 ‘농업적 가뭄’, 하천과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지는 ‘수문학적 가뭄’으로 확산된다. 이러한 물리적 가뭄이 장기화되면 산업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가뭄으로 이어진다. 자연환경 변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의 인식과 감정, 정보 탐색 방식 또한 함께 변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다. 연구팀은 2022년 전국적으로 확산된 가뭄이 2023년 광주·전남 지역으로 집중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이후 가뭄 기간 동안 생성된 언론 기사, 소셜미디어 게시물, 인터넷 검색 기록을 수집해 자연어 처리 기반 인공지능 분석을 수행했다. 재난의 범위가 바뀔 때 사회의 관심과 감정,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량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분석 결과, 2022년 6월 전국적 가뭄이 심각했던 시기에는 인터넷 검색량과 뉴스 기사 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모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2023년 3월 가뭄이 남서부 지역에 집중됐을 때는 지역 언론 보도와 검색 활동은 늘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발언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전국적 문제일 때는 사람들 목소리가 커졌지만, 지역 문제로 좁혀지자, 정보를 찾는 데 그친 셈이다. 뉴스 제목에 담긴 감정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패턴이 확인됐다. 연구 기간 내내 ‘기대’, ‘불안’, ‘실망’이라는 감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비 예보에 기대했다가 빗나가면 실망하는 감정이 가뭄 기간 내내 되풀이된 것이다. 이는 재난 상황에서 언론 보도와 대중의 감정이 긴밀히 맞물려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재난 대응이 단순히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적 접근을 넘어, 사회의 인식과 소통 방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사회적 반응을 미리 파악할 경우, 가뭄 경보, 정책 메시지, 대응 전략을 더욱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감종훈 교수는 “정형화되지 않은 언론 기사와 사람들의 글을 AI로 분석해 재난에 대한 사회적 감정과 행동을 살핀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며 “향후 가뭄 대응과 위험 소통 전략을 정교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공동연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DOI: https://doi.org/10.1057/s41599-025-06398-z
전자/IT/반도체 김병섭 교수 연구팀, 스스로 배우는 AI, 사람 대신 반도체 설계한다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아날로그 반도체 자동화 난제 풀다] POSTECH 연구진이 사람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오던 반도체 설계 난제를 AI로 해결했다. 이번 연구는 자동화가 어려웠던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 한계를 극복하며, 반도체 회로 및 시스템 분야 국제 학술지인 ‘IEEE Transactions on Circuits and Systems(TCAS-I)’에 최근 게재됐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자동차, AI 서버 등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기술이지만, 이 가운데 사람의 손과 경험이 가장 많이 필요한 설계 영역은 자동화가 쉽지 않았다. 회로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구조를 수많은 규칙에 맞춰 사람이 직접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설계자의 감각과 노하우에 의존해 온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다.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는 자동화를 시도하기에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설계 방식도 회로마다 크게 달라 AI 적용도 쉽지 않았다. 또한, 반도체 설계 데이터는 기업 핵심 자산으로 외부 공개가 제한돼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도 극히 부족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김병섭 교수팀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념에 주목했다. 이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로 먼저 학습한 뒤, 소량의 추가 학습만으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AI 모델로, ChatGPT 기반 기술로도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개념을 아날로그 반도체 레이아웃 설계에 적용했다. 연구의 핵심은 사람이 정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설계 규칙을 익히는 ‘자기지도학습’ 방식이다. 연구팀은 아날로그 레이아웃1)을 작은 조각으로 나눈 뒤 일부를 가리고, 이를 다시 예측하도록 학습시켰다. 퍼즐 일부를 보고 전체 그림을 맞히도록 훈련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단 6개의 실제 반도체 설계 데이터로 약 32만 개의 학습 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전학습을 거친 AI는 아날로그 레이아웃에 공통으로 반복되는 구조와 패턴을 자연스럽게 익혔고, 이후 적은 양의 추가 데이터만으로 회로 연결과 구조 형성에 필요한 ‘접점(contact)’, ‘비아(via)’, ‘더미 패턴’, ‘N-웰’, ‘금속 배선’ 등 다섯 가지 설계 작업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AI가 생성한 레이아웃 96.6%가 설계 규칙과 회로 검증을 모두 통과했으며, 기존 방식에 비해 8분의 1 수준의 데이터만으로도 동일한 성능을 달성했다. 이번 연구는 작업마다 AI 모델을 새로 개발해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반도체 설계 작업을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다. 이는 설계 인력의 부담을 줄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해, 반도체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김병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데이터 부족으로 막혀 있던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 자동화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확장한 성과”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한, 제1저자인 정순규 씨는 “산업 현장 적용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김병섭 교수, 통합과정 정순규·최원준 씨, 박사과정 최준웅 씨, 어닉 비스와스(Anik Biswas) 석사(現 삼성전자)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BK21 교육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109/TCSI.2025.3615646 1. 아날로그 레이아웃(Analog Layout): 아날로그 회로를 물리적 반도체 칩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하학적 패턴 설계
생명 김종민 교수 연구팀, “버리지 말고 다시 쓰세요” 유전자도 ‘업사이클링’
[유전자 조절 장치 성능·안정성 높이는 ‘SUPER’ 플랫폼 개발] 성능이 떨어져 실험실 한편으로 밀려났던 유전자 부품을 다시 쓸 길이 열렸다. POSTECH 연구팀이 기존 유전자 조절 장치를 ‘업사이클링’해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 부품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분야다. 차세대 바이오 산업 핵심 분야로 꼽힌다. 특히, 유전자의 ‘ON(켜짐)’, 'OFF(꺼짐)'을 조절하는 RNA 기반 유전자 스위치는 크기가 작고 설계가 자유로워 차세대 바이오 센서, 세포 치료제, 생물 공장 등 응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유전자 스위치가 ‘정확하게 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꼭지를 잠가도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듯, 스위치를 꺼도 유전자가 미세하게 발현되는 ‘누출’ 현상이 반복되어 정확한 신호 구분이 어려웠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세포에 부담을 주고 스위치 자체의 안정성도 떨어져 결국 부품을 다시 설계해야 했다. 연구팀은 성능이 부족한 부품을 버리는 대신, 보완해 다시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SUPER(슈퍼, Synthetic Upcycling Platform for Engineering Regulators) 플랫폼’은 인공적으로 설계한 small RNA1)를 기존 유전자 스위치에 추가해, 불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수도꼭지에 패킹을 하나 더 끼워 물이 새지 않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방식의 핵심은 새 부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부품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있다. SUPER 플랫폼을 적용한 유전자 스위치는 기존 대비 성능이 최대 1,011% 향상됐고, 신호를 구분할 수 있는 동적 범위2)는 최대 22,000배까지 넓어졌다. small RNA의 양을 조절하면 하나의 유전자 부품으로도 다양한 반응 특성을 구현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세포 자살 스위치, 이른바 ‘킬 스위치(Kill Switch)’에도 적용했다. ‘킬 스위치’는 유전자 치료나 생물 공정에서 예기치 않은 확산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지만, 기존에는 미세한 발현 누출로 일부 세포가 살아남는 한계가 있었다. ‘SUPER 플랫폼’을 적용한 킬 스위치는 30일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화학 물질과 온도에 동시에 반응하는 이중 안전장치 구현에도 성공했다. 김종민 교수는 “SUPER는 기존 부품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업사이클링 기술”이라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유전자 스위치를 구현한 만큼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하는 바이오 의약, 생물 안전 기술, 산업용 미생물 설계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허태양·박동원 공동 제1저자와 신우섭 통합과정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경상북도·포항시 합성생물학 지원사업, 교육부 BK21 FOUR 사업, 경북테크노파크,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14653 1. small RNA(소형 RNA, sRNA,):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짧은 RNA로,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에서는 유전자 스위치의 '보조 브레이크'로 활용했다. 2. 동적 범위(Dynamic Range): 유전자 스위치가 '켜짐'과 '꺼짐' 상태에서 보이는 발현량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동적 범위가 넓을수록 신호를 더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생명/융합 임신혁 교수 연구팀, 장내 미생물이 백신 효과 키운다?
[POSTECH 임신혁 교수연구팀, 미생물 대사산물이 점막 면역 깨워 항체 반응 높이는 원리 규명]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고하은 씨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산물 ‘부티르산(butyrate)’이 점막 면역의 핵심 세포를 활성화해 항체 생성과 점막 백신의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장내 환경을 조절해 백신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제시한 성과로, 국제 학술지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21일 게재됐다. 감염병은 대부분 입이나 호흡기처럼 ‘점막’에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주사 대신 먹거나 뿌리는 방식의 점막 백신이 차세대 백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점막은 외부 물질에 둔감한 특성이 있어, 백신을 투여해도 충분한 면역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장 점막 면역 핵심 역할을 하는 T 여포 보조 T세포(이하 Tfh1) 세포)에 주목했다. Tfh 세포는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도와 면역 반응의 방향과 강도를 결정하는 일종의 ‘면역 지휘관’과 같은 존재다. 연구 결과, 소장 면역 조직인 파이어패치(Peyer’s patch)에서 유래한 Tfh 세포는 전신 면역을 담당하는 비장 유래 Tfh 세포보다 점막 항체인 IgA를 훨씬 강하게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특정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쥐 모델에서는 Tfh 세포와 IgA 항체가 함께 감소했으나, 미생물을 다시 공급하자 면역 반응이 회복됐다. 분석 결과, 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물질은 장내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부티르산’으로 확인되었다. 부티르산은 Tfh 세포와 항체 생성을 담당하는 B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로 작용했다. 실제로 부티르산 전구체인 트리부티린(tributyrin)을 투여한 모델에서는 IgA 항체 생성이 증가하고 살모넬라 감염에 대한 방어력도 향상되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부티르산이 면역세포 표면의 수용체(GPR43)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며, 장내 미생물–면역세포–항체 반응을 하나로 잇는 새로운 면역 조절 축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과 면역세포, 항체 반응이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작동한다는 새로운 면역 조절 메커니즘을 제시했으며, 장내 환경 조절만으로 점막 백신의 효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임신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소화를 돕는 역할을 넘어, 면역계 핵심 세포의 기능과 백신 반응을 직접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장내 미생물 대사산물을 활용한 차세대 점막 백신과 면역 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연구진과 임신혁 교수가 대표로 있는 (주)이뮤노바이옴과의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이뮤노바이옴은 난치성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 치료를 위해 박테리아 등 생균 기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유형2) 사업 및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사업, 기초과학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186/s40168-025-02284-7 1. Tfh: T follicular helper cell, 여포성 보조 T 세포의 영문명. Tfh 세포는 B 세포의 활성화와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보조 T 세포로, 항체 반응 유지와 백신·자가면역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계 임근배 교수 연구팀, “mRNA 살려야 사람도 살린다” 치료제 성능 높이는 농축 기술 개발
[전기장 기반 미세유체 플랫폼으로 안정성·효율 동시에 잡아] mRNA를 활용한 치료제는 만들기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 제조 직후 구조가 불안정해지는 탓에 후처리 과정에서 전달체가 손상되면 치료제 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POSTECH 기계공학과 임근배 교수, 박사과정 윤승빈 씨 연구팀이 ㈜인벤티지랩과 함께 이 병목을 정면으로 해결했다. mRNA는 DNA의 유전 정보를 세포로 전달해 단백질 생성을 지시하는 물질이다. 하지만 체내 효소에 매우 취약해, 그대로는 치료제로 쓰기 어렵다. 이 mRNA를 감싸 보호하고 세포 안까지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지질 나노입자(이하 LNP, Lipid Nanoparticles)’다. 결국 치료제 성능은 LNP를 얼마나 온전히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는 제조 이후 후처리 공정이다. mRNA와 지질 용액이 혼합되며 형성되는 mRNA-LNP는 제조 직후 구조가 불안정하며, 기존 후처리 방식으로는 입자 농도가 크게 낮아지고, 용액 부피가 증가하여, 처리 시간 증가와 입자 손상, 수율 감소 등의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해법을 ‘비접촉 방식의 농축’에서 찾았다. 전기장과 미세 채널을 이용해 LNP를 건드리지 않고 이동·집중시키는 방식이다. 나피온(Nafion)1)을 통해 형성된 이온 결핍 영역에서 ‘이온 농도 분극(Ion Concentration Polarization, ICP2))’ 현상을 유도함으로써 구조 손상 없이 농축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평균 크기 80nm 이하, 분산도 0.2 미만의 균일한 LNP를 유지한 채 mRNA 포획 효율 94% 이상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농축 이후에도 세포 실험에서 정상적인 단백질 발현이 확인돼, 기능적 안정성까지 검증됐다. 여기에 여러 층을 적층한 스택형 미세유체 칩을 적용함으로써 단일 채널 기반 시스템의 처리량 한계를 구조적으로 보완하였다. 이를 통해 공정 시간은 줄이고,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향후 대량 처리를 고려한 확장형 플랫폼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 기술은 mRNA–LNP 손실과 공정 병목을 동시에 줄여, 항암·희귀질환·감염병 치료제 등 mRNA 치료제의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주목된다. 연구를 이끈 임근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mRNA 전달체를 손상 없이 다룰 수 있는 공정 기술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대량 생산 공정과 연계해 차세대 mRNA 치료제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이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인벤티지랩과의 공동연구로 수행된 이 연구는 최근 바이오·센서 분야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bios.2025.118226 1. 나피온(Nafion): 양이온 선택성을 가지는 고분자 이온교환막으로, 이온 농도 분극 현상을 발생시키는 핵심 소재이다. 2. ICP(Ion concentration polarization) : 이온 선택성 나노채널(예: 나피온)을 통해 전기장을 인가할 때 발생하는 전기화학적 현상으로, 채널 주변에 이온이 부족한 영역(이온 결핍 영역)을 형성한다. 이 영역에서 생성되는 국소 전기장을 이용해 나노입자의 이동, 분리, 농축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