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융합 임신혁 교수 연구팀, “면역 브레이크 찾았다” 염증 폭주 막는 B세포
[패혈증·자가면역질환 등 체내 ‘과열’을 식히는 스위치 정체 규명]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연구팀이 동국대 바이오제약공학과 소재선 교수 연구팀과 함께 체내 ‘면역의 과열’을 식히는 핵심 스위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염증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학계의 주목을 모으며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현지 기준 지난 24일 게재됐다. 우리 몸속에서 불이 났을 때 달려오는 소방관이 있다. 바로 면역조절 세포다. 그런데 소방관이 너무 열심히 일을 하다가 멀쩡한 건물까지 부수면 어떻게 될까. 실제 체내에서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오히려 정상인 조직까지 손상되고,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소방관을 제때 진정시키는 또 다른 세포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항염증 B세포'다. 항염증 B세포는 항염증 물질인 'IL-10(인터루킨-10)'을 만드는 핵심 면역세포다. IL-10은 지나친 면역 반응에 제동을 걸어 조직의 손상을 막는데, 아직 이 물질이 어떻한 조절 기작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연구는 다른 면역세포에 집중돼 있었고, B세포만의 조절 방식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최신 유전체 분석 기술(ATAC-seq, RNA-seq, ChIP-seq)을 총동원해 그 답을 찾았다. IL-10 유전자 주변을 정밀하게 들여다본 결과, IL-10 유전자 근처에 있는 'CNS-9'이라는 DNA 염기 서열이 핵심 스위치 역할을 하며, 이 구간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 대신, 유전자 발현을 켜고 끄는 면역 조절 ‘스위치’처럼 작동했다. 스위치를 발견했다면, 이제 스위치를 누르는 손가락을 찾을 차례다. 연구팀은 'NFATc1'이라는 단백질이 CNS-9과 결합해 IL-10 유전자의 작동을 활성화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둘이 손을 잡아야 비로소 항염증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구조다. 실험 결과, CNS-9이나 NFATc1이 없는 동물(쥐) 모델은 IL-10 생산이 눈에 띄게 줄었고, 패혈증과 같은 상황에서 생존율이 크게 떨어졌다. 폐와 간에는 심각한 손상이 나타났고, 염증성 물질(IL-6, IL-1β) 수치는 오히려 치솟았다. 반대로 정상 B세포를 다시 넣어주자 생존율이 회복됐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메커니즘이 사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IL-10 유전자에서도 동물 모델의 CNS-9에 해당하는 'CNS-12'라는 유전자 서열이 있었고, 이 부위를 제거하자 IL-10 생성이 감소했다. B세포가 만들어내는 IL-10이 실제로 몸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한 것이다. 우리 몸속 소방관을 제때 멈추게 하는 비밀 스위치가 밝혀진 만큼, 이 발견이 많은 염증성 질환 환자의 삶을 바꿀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신혁 교수는 “B세포에서 IL-10을 조절하는 핵심 경로를 처음 밝혀낸 연구”라며 “여러 염증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소재선 교수는 “면역 시스템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연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연구센터(IRC) 지원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POSTECH, 동국대), 글로벌박사양성사업(글로벌박사펠로우십)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ec7779
기계 김석 교수 연구팀, “쌓는 반도체 시대” 종이처럼 얇은 실리콘 앞뒤 모두 쓴다
[깨지기 쉬운 초박막 실리콘 양면에 소자 구현… 반도체 집적 한계 넘어] 갈수록 작은 기판 위에 더 많은 반도체를 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POSTECH 연구진이 종이 두께의 실리콘 앞면과 뒷면 모두에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평면에만 회로를 집적하던 기존 반도체 공정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과다. 최근 POSTECH 기계공학과 김석 교수, 통합과정 이상엽 씨 연구팀은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초박막 실리콘 양면에 핵심 반도체 공정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반도체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해법으로 평가받으며, 생산·제조 분야 최우수 학술지인 ‘인터네셔널 저널 오브 익스트림 매뉴팩쳐링 (International Journal of Extreme Manufacturing)’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반도체 산업은 지금까지 회로를 점점 더 작게 만들어 성능을 높여 왔다. 그러나 평평한 기판 위에 회로를 촘촘히 배치하는 방식은 물리적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 장의 종이에 글자를 끝없이 작게 쓰려다 더 이상 쓸 공간이 없어지는 상황과 같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위아래로 쌓는 3차원 집적 기술이 차세대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떠오르는 소재가 ‘초박막 실리콘(Ultrathin Silicon)’이다. 두께가 수십 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이 실리콘은 잘 휘어지고 열 방출 특성도 뛰어나지만 너무 얇다는 점이 오히려 걸림돌이었다. 기판이 쉽게 깨지거나 뒤틀려 한쪽 면에만 소자를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고, 양면 활용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연구팀은 특정 용액과 중간 기판을 활용하여 초박막 실리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판 앞·뒷면에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이하 MOSFET, Metal–Oxide–Semiconductor Field-Effect Transistor)’를 정밀하게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MOSFET는 초박막 실리콘 기판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실험 결과, 기판 한쪽 면만 사용할 때보다 두 배 많은 반도체 소자를 집적할 수 있었으며, 실리콘이 휘어진 상태에서도 소자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특히 1만 회 이상 반복 굽힘 시험에서도 파손 없이 안정적으로 동작했다. 이번 성과는 반도체를 ‘쌓는’ 시대로 넘어가게 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다. 더 많은 연산을 더 작은 공간에 담을 수 있어 고성능 3차원 반도체 개발에 활용될 수 있고, 유연한 특성을 살려 접히는 스마트 기기, 웨어러블 전자기기, 차세대 의료 센서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 김석 교수는 “이번 기술은 고집적 반도체뿐 아니라 유연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전자소자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반도체 설계의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연구”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88/2631-7990/ae542f
기계 김석 교수 연구팀, 롤러 한 번이면 수많은 전자소자 ‘쓱’ 옮긴다
[대면적 전사 공정 한계 넘는 ‘롤-스탬프-플레이트(R2S2P)’ 기술 개발]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에는 수천만 개 초소형 소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소자들은 처음부터 스마트폰 안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각자의 기판 위에서 태어난 뒤, 이삿짐을 손으로 한 개씩 나르는 것처럼 하나하나 옮겨야 했다. 국내 연구진이 이 고질적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 김석 교수 연구팀은 전자 소자를 빠르고 정밀하게 옮길 수 있는 ‘롤-스탬프-플레이트(R2S2P)’ 기반 전사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 인터페이시즈(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온라인판 앞표지 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 태양광 전지나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센서 등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전자기기는 대부분 ‘전사(transfer printing)’라는 공정을 거친다. ‘전사’란 소자를 처음 만든 기판에서 떼어 내어 최종적으로 사용할 다른 기판 위에 옮겨 붙이는 과정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도장처럼 생긴 틀, 즉 '스탬프'로 소자를 찍어 옮기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넓은 면적에 소자를 골고루 옮기려면 스탬프를 수도 없이 반복해서 눌러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제시한 해결책은 ‘롤러’를 사용하는 것이다. 인쇄기 롤러가 종이 위를 굴러가며 글자를 찍어내듯, 롤러로 소자들을 연속으로 찍어서 옮기는 전사 기술인 '롤-스탬프-플레이트(Roll-to-Stamp-to-Plate, R2S2P)'을 고안했다. 여기에서 핵심은 소자를 떼어낼 때는 강하게 붙고, 옮긴 뒤에는 쉽게 떨어지도록 접착력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특수한 스탬프를 설계했다. 표면에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훨씬 가는 미세한 돌기들이 촘촘히 솟아 있고, 그 아래에는 잘 늘어나는 탄성층과 변형을 일정하게 제한해 주는 얇은 층이 차례로 쌓여 있다. 롤러로 이 스탬프를 꾹 누르면 돌기들이 납작하게 눌리면서 소자와 닿는 면적이 넓어지고 접착력이 강해진다. 반대로 롤러가 지나가고 압력이 사라지면 돌기들이 원래 모양으로 되살아나면서 접촉 면적이 줄어들고, 소자는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연구팀은 소자가 스탬프에서 분리되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에도 주목했다. 고속 카메라 촬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자가 떨어지는 속도와 방식이 전사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1㎠ 면적을 단 0.34초 만에 처리하는 빠른 전사 공정을 구현했다. 이번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빠르다'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차세대 전자기기는 다양한 소재를 한 기판 위에서 자유롭게 조합해야 하는데, 연구팀의 기술은 소재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소자를 넓은 면적에 균일하게 배치할 수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 태양광 패널, 피부에 붙이는 헬스 케어 센서 등 넓은 면적이 필요한 전자기기 제조 전반에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김석 교수는 “접착력을 상황에 따라 정밀하게 바꾸는 롤 기반 전사 플랫폼을 구현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대면적에서도 안정적으로 소자를 옮길 수 있어 기존 공정 생산성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ami.5c24113
친환경/신소재 김형섭 교수 연구팀, “보이지 않는 결함까지 읽어낸다”… AI가 완성한 ‘금속 3D 프린팅 신뢰의 공식’
[숨은 기공 반영한 예측, 항공·자동차 ‘꿈의 소재’ 상용화 앞당길까] 가볍고 복잡한 형상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 ‘제조업의 혁명’으로 불리는 금속 3D 프린팅.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결함’ 때문에 여전히 불안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AI’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금속 3D 프린팅 기술의 신뢰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통합과정 이정아 씨 연구팀이 한국재료연구원(KIMS) 박정민 박사 연구팀과 함께 금속 3D 프린팅 공정에서 생기는 미세 결함까지 반영해 소재의 강도를 예측하는 AI 기반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악타 머티리얼리아(Acta Materialia)’에 게재됐다. 금속 3D 프린팅은 레이저로 금속 분말을 녹여 쌓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내부에 기포처럼 작은 ‘기공(공간)’이 생기기 쉬운데, 이 결함은 부품 강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특히, 항공기나 자동차처럼 극한 환경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지금까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실험과 시간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발상을 전환했다. 결함을 제거하는 대신, 이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집중했다. 공정 조건과 미세 구조, 기계적 특성 데이터에 기공 정보까지 결합해 AI를 학습시키고, 중요한 변수만 골라내는 ‘데이터 선택형 머신러닝(DSML)1)’ 기법을 적용했다. 마치 의사가 CT 사진을 보며 병을 진단하듯, 금속 내부 미세 구조와 결함을 분석하게 한 것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결과만 제시하는 ‘블랙박스 AI’에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호 회귀2)(해석가능한 AI 방식)’를 활용해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수식 형태’의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수식은 기공이 많을수록 하중을 견디는 면적이 줄어 강도가 낮아지는 실제 물리 현상을 반영하여 AI가 ‘왜 그런 결과를 내는지’까지 설명한다. 연구팀은 항공기나 자동차에 쓰이는 대표적인 3D 프린팅 합금인 AlSi10Mg3)를 다양한 조건에서 제작해 검증한 결과, 복잡한 실험 없이도 수 초 만에 부품의 강도를 평균절대오차(MAE)4) 9.51MPa(메가파스칼) 수준으로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대비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번 연구는 공정 조건에 따른 소재의 성능을 미리 설계할 수 있는 ‘결함 고려 설계 지도’로 이어질 수 있어, 소재 개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보이지 않는 결함까지 읽어내는 ‘AI의 눈’. 설계와 신뢰까지 책임지는 진정한 미래 산업 기술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1저자인 이정아 씨는 "AI를 통해 결함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김형섭 교수는 “이번 기술은 금속 3D 프린팅 부품의 신뢰성을 높여, 항공과 자동차 같은 분야에서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사업, KIMS 기본사업, 현대자동차그룹 지원을 받았으며, 이정아 씨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진하는 학문후속세대 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였다. ▶️ DOI: https://doi.org/10.1016/j.actamat.2026.122101 1. 데이터 선택형 머신러닝(DSML, Data-Selective Machine Learning): 많은 데이터 중 결과에 중요한 정보만 골라내어 학습하는 인공지능 분석 방법이다. 불필요한 데이터를 줄이고 핵심 변수만 활용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2. 기호 회귀(Symbolic Regression): 유전 알고리즘을 활용해 데이터로부터 수학적 공식을 자동으로 도출하는 기계학습 기법. 블랙박스 모델과 달리 물리적으로 해석 가능한 형태의 방정식을 제공한다. 3. AlSi10Mg(Aluminum-Silicon-Magnesium alloy): 알루미늄에 실리콘과 마그네슘을 섞은 합금으로, 가볍고 강도가 높아 항공우주·자동차·3D 프린팅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경량 소재이다. 4. 평균절대오차(MAE, Mean Absolute Error): 예측값과 실제값의 차이를 절대값으로 계산해 평균을 낸 지표로, 값이 작을수록 예측이 정확하다는 의미이다.
환경/시스템/융합 황동수 교수 연구팀, 멍게의 나노 포장 배달 시스템, 바다숲 되살릴까
[접착 물질을 나노입자로 포장·전달하는 해양생물 메커니즘 규명] 파도가 몰아치고 물살이 거센 바다에서 멍게는 어떻게 바위에 붙어 있을까. 최근 연구를 통해 멍게가 접착 물질을 단순히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노미터(nm) 크기 단단한 고체 입자에 담아 목적지까지 배달한 뒤 현장에서 풀어 사용하는 독창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POSTECH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부·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팀이 멍게의 부착기관인 가근1)을 연구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멍게의 체내 수중 접착 물질 전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지구 곳곳에서 수온 상승과 환경오염으로 해조류가 사라지는 이른바 ‘바다 사막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바닷속 바닥이 황폐해지면서 해조류를 인공적으로 양식해 다시 바다에 이식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해조류가 초기 단계에서 바위나 해저 표면에 제대로 부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해양 생물이 뿌리처럼 생긴 가근을 이용해 바위에 안정적으로 고정되는 원리가 연구되고 있지만 메커니즘이 매우 복잡해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멍게 가근에서 분비되는 접착 단백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멍게는 접착 단백질을 단순한 액체 상태로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금속 이온과 결합해 나노미터 크기의 고체 입자로 만든 다음 세포 안에서 단단히 포장해 운반하고 있었다. 철(Fe), 크롬(Cr), 바나듐(V) 등 금속 이온과 결합한 이 나노입자는 단백질이 체내를 이동하는 동안 단백질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 케이스'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 나노입자가 세포 밖으로 분비되어 가근 표면에 도달하는 순간, 입자 구조가 재편되면서 그 안에 있던 접착 단백질이 활성화된다. 특히, 이동 과정에서는 구조 안정화에 기여하던 금속 이온이 접착 단계에서는 분리되어 빠져나가는 등 역할이 전환되는 점도 확인됐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같은 해양 생물인 홍합의 접착 전략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홍합은 접착 단백질 속에 있는 '도파(DOPA)2)'라는 아미노산 성분이 금속 이온과 직접 결합해 강한 접착력을 만든다. 즉, 홍합에서는 금속 이온과의 결합 자체가 접착 핵심 원리인 반면, 멍게에서는 접착 물질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데 금속 이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멍게는 접착제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독창적으로 해결한 셈이다. 이번 연구는 해조류가 초기 단계에서 바위에 안정적으로 부착하지 못하는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조류 초기 부착을 보조하거나 수중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바이오 접착 소재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동수 교수는 “바다숲 조성이나 해조류 양식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초기 부착 문제였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가근 접착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게 됐다”라며 “기후변화 대응과 해양 생태계 복원, 나아가 식량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재원으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73/pnas.2526665123 1. 가근 (Rhizoid): 해조류, 멍게, 히드라충류에서 발견되는 뿌리 모양의 고정 구조물 2. DOPA: 3,4-dihydroxyphenylalanine, 홍합 접착 단백질에 포함된 아미노산 유도체로, 금속 이온과 결합해 강한 접착력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계 진현규 교수 연구팀, 전류 대신 ‘온도 줄다리기’… 전력 66배 줄인다
[스핀트로닉스 기반 비휘발성 스위칭 기술로 최대 66배 에너지 절감] 전기를 거의 쓰지 않고도 정보를 저장하고 유지하는 메모리 기술이 등장했다. 온도 변화만으로 전자의 스핀 방향을 바꾸고, 전원 없이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 구현에 성공한 것이다. 이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최대 66배 이상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초저전력 메모리로 이어질 수 있어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POSTECH 기계공학과 진현규 교수, 통합과정 김준석 씨 연구팀이 충남대 신소재공학과 정종율 교수, 카오반 푸억 박사 연구팀과 수행한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앞속커버(Inside Front Cover) 논문으로 선정됐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력을 얼마나 줄이면서도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작은 도시 하나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새로운 메모리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스핀(spin)’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로, 전자의 스핀 방향이 ‘0’과 ‘1’의 정보가 된다. 특히, 전류가 흐르지 않는 ‘자기절연체’ 기반 스핀트로닉스 소자는 발열에 의한 에너지 손실도 적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 하지만 기존에는 대부분 강한 전류를 흘려야만 스핀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온도 변화를 이용한 방식이 대안으로 제안되었으나 온도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 스핀 방향도 함께 되돌아가, 전원이 꺼져도 상태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구현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열 이력(thermal hysteresis)’ 현상으로 해결했다. 열 이력은 온도를 올렸다가 내려도 바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일정 구간 동안 유지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가돌리늄 철 가넷(GdIG)1)’과 ‘홀뮴 철 가넷(HoIG)2)’ 두 종류의 희토류 철 가넷을 쌓아 이중층 구조를 제작했다. 두 물질은 모두 자석처럼 반응하지만 온도에 따라 스핀 방향이 변하는 방식이 달라, 특정 온도 구간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더 안정적으로 선호하게 된다. 여기에 두 층 사이 강한 결합과 각 물질이 가진 고유한 자기 방향성이 더해지면서, 특정 온도 범위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자석 방향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쌍안정성’이 구현됐다. 이 현상은 줄다리기에 비유할 수 있다. 두 물질은 서로 줄을 당기는 두 팀이고, 온도는 각 팀의 힘을 키우거나 약하게 만드는 응원이다. 한쪽이 우세해지면 줄은 그 방향으로 넘어가고, 바닥 마찰력 덕분에 응원이 줄어도 쉽게 다시 뒤집히지 않는다. 이처럼 한 번 바뀐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바로 비휘발성의 핵심이다. 외부 조건이 변하더라도 상태가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 ‘기억 가능한 상태’를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약 ±25 K(켈빈, 절대온도3)) 온도 변화와 약한 자기장만으로 스핀 방향을 안정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이 방식은 전류를 이용해 자석 방향을 바꾸는 기존 스핀궤도토크(SOT)4) 방식에 비해 최대 66배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조건에 따라서는 최대 452배까지 절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주도한 POSTECH 진현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온도 변화만으로 스핀 방향을 제어하고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AI 시대에 요구되는 초저전력 메모리 소자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27195 1. 가돌리늄 철 가넷(GdIG): 희토류 원소 가돌리늄(Gd), 철(Fe), 산소(O)로 이루어진 산화물 자성 물질로, 가넷 구조를 가지는 대표적인 페리자성 절연체다. 2. 홀뮴 철 가넷(HoIG): 희토류 원소인 홀뮴(Ho), 철(Fe), 산소(O)로 이루어진 산화물 자성 물질로, 가넷 구조를 가지는 자성 절연체다. 3. 절대온도(K): 물질 열역학적 상태를 나타내는 온도 척도로, 섭씨온도에 273.15를 더한 값이며 단위는 켈빈(K)을 사용한다. 0 K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저 온도(절대영도)이다. 4. 스핀궤도토크(SOT, Spin-Orbit Torque): 전류를 흐르게 할 때 전자 스핀과 궤도 운동이 결합되며 발생하는 토크를 이용해 자성 물질 스핀 방향을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현상으로, 차세대 저전력 자기 메모리 소자 구동 방식 중 하나이다.
기계 임근배 교수 연구팀, “찌를 땐 바늘, 들어가면 말랑말랑” 몸이 거부하지 않는 전극 나왔다
[세포·조직 수준에서 면역 반응이 없는 생체 이식체 개발] 몸이 거부하지 않는 전극이 개발됐다. 이 전극은 웨어러블 기술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으로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POSTECH 기계공학과 임근배 교수, 이중호·윤가은 박사 연구팀은 박성민 교수, 김철홍 교수와 함께 통증과 염증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진피형 바이오 전극(Dermal electronics)’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표지 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측정하고 패치 하나로 혈당을 확인하는 시대가 되면서 웨어러블 기기는 일상 속 건강 관리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극 기술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피부 표면에 붙이는 ‘표피형 전극’은 사용은 간편하지만 땀이나 건조함, 움직임 등의 영향으로 신호가 쉽게 불안정해진다. 반면, 피부에 삽입하는 ‘미세침 전극’은 신호의 정확도는 높지만 단단한 구조로 인해 조직 자극과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편의성과 안정성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 왔던 셈이다. 연구팀이 만든 전극은 삽입 순간에는 바늘처럼 단단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고, 진피층에 도달하면 부드러운 구조로 변하는 ‘구조 변환형 전극’이다. 알루미늄이 항공기에서는 단단한 합금으로, 주방에서는 얇은 호일로 사용되는 것처럼 동일한 소재도 구조에 따라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질 수 있다는 원리에 착안한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은 극유연성 생체 소재의 초소형 정밀 가공과 발포성 구조 변환 설계다. 특히, 발포성 소재를 희생층으로 활용해 전극이 수 초 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한 뒤 진피층에 안정적으로 자리잡도록 했다. 진피층에서는 스스로 유연해져 주변 세포·조직에 가해지는 기계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몸이 전극을 ‘이물질’이 아닌 ‘공존 가능한 구조’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장기간 삽입 상태에서도 조직 손상이나 면역 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진피층에 안정적으로 위치한 전극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 땀이나 탈수 상태, 장시간 착용 조건에서도 신호 정확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웨어러블 전극의 개선을 넘어, 생체신호 측정 위치를 피부 표면에서 진피층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이끈 임근배 교수는 “이 기술은 의료 진단 기기뿐만 아니라, 생체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해 AI와 결합하는 차세대 ‘피지컬 AI’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다”라며 “단순한 건강 측정을 넘어 인간의 생체 정보를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데이터 기반 기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교육부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09719
화공 김영기 교수 연구팀, “6시간 기다릴 필요 없다”…1분 만에 식중독균 잡아내는 ‘액정 센서’ 나왔다
[아미노산-액정 상호작용으로 세균을 ‘빛’으로 감지하는 초고속 바이오센서 개발] 매년 여름이면 항상 반복되는 식중독 사고. 문제는 대표적인 원인균인 살모넬라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최소 6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그 사이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1분 만에 살모넬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초고속 바이오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POSTECH 화학공학과 김영기 교수 · 통합과정 최예나씨, 서울대 화학과 손창윤 교수 · 통합과정 이상민 씨, 국립군산대 이차전지에너지학부 이민재 교수 공동연구팀이 ‘아미노산’과 ‘액정’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고감도 광학 인식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계면’이다. 계면은 두 물질이 맞닿는 경계로, 세포막 반응이나 면역 작용처럼 중요한 생명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이 계면에서는 다양한 분자가 동시에 얽히고설키기 때문에 그 복잡한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내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주목한 소재는 ‘액정’이다. TV나 스마트폰 화면에 사용된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외부 작은 변화에도 분자 배열이 민감하게 바뀌고, 그 변화를 빛의 밝기나 색으로 나타내 바이오 센서 분야에서도 떠오르는 소재다. 분자의 신호를 빛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통역자’인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구조가 비슷한 두 아미노산, ‘글루탐산’과 ‘아스파트산’이 액정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아미노산은 액정 표면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흡착-탈착’ 과정을 반복하며 액정 배열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광학 신호를 만들어 냈다. 이 과정은 pH(용액의 산성도)에 따라 달라졌다. 아미노산 전하 상태가 바뀌면서 액정과의 결합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음전하 상태에서는 계면에 안정적으로 붙어 지속적인 신호를 만들었고, 중성일 상태에서는 일시적인 신호만 나타났고, 양전하 상태에서는 두 아미노산 간 신호 강도 차이가 뚜렷했다. 여기에 살모넬라, 포도상구균, 대장균 등 박테리아 부산물이 더해지자 변화가 더욱 뚜렷해진다. 아미노산과 이들 물질이 결합해 형성한 복합체는 액정 표면에 더 강하게 붙었다. 아미노산이 액정 표면에 훨씬 강하게, 안정적으로 달라붙어 광학 신호가 증폭되며 세균의 존재를 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극미량(100cfu/ml)의 살모넬라균도 1분 이내에 감지했다. 기존 검사법(PCR, ELISA)이 최소 6시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속도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살모넬라균 부산물의 특성(전하, 탄소 사슬 길이 등)에 따라 다른 신호 패턴을 보인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식품 공정이나 병원 진단, 환경 모니터링 등 분야에서 즉각적인 오염 감지가 가능해질 것이다. 특히, 복잡한 장비 없이 빛 변화만으로 세균을 확인할 수 있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잠재력이 크다. 김영기 교수는 "생체분자 간 복잡한 계면 상호작용을 즉각적인 광학 신호로 변환하고 증폭하는 액정 기반 시스템의 설계 원리를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세대 액정 기반 센서 분야 전반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미래융합파이오니어 사업, 글로벌 기초연구실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23658
전자 최수석 교수 연구팀, “OLED 한계 돌파, 초고순도 레이저 빛 색 마음대로 바꾼다” 저전압 색가변 수직 레이저 발광 기술 개발
OLED·액정 결합으로 기존 디스플레이 색 순도 수십 배 향상, 1.5V 급 저전압으로 135nm급의 다중 색 파장 범위 연속 색조절이 가능한 레이저 발광 구현 OLED 대비 수십 배 높은 색순도를 구현하는 초고순도 레이저 발광의 색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최수석 교수 연구팀(김혜린 석사, 박정우 통합과정, 정원태 박사과정 등외)은 건전지 한 개 수준의 저전압으로 초고색순도의 발광 빛의 색을 연속적으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차세대 가변색 레이저 발광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Laser & Photonics Reviews의 속표지(Inside Front Cover) 논문으로 선정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빛의 색 순도는 특정 파장의 빛이 얼마나 좁은 스펙트럼에 집중되어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여러 색이 섞일수록 탁해지는 물감과 같이, 발광 스펙트럼이 좁을수록 더욱 선명하고 순수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 이상적인 단일 색의 발광 폭은 약 1 nm 수준이지만, 현재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OLED는 약 40 nm, 양자점(Quantum Dot) 기반 소재도 약 30 nm 수준의 비교적 넓은 발광 폭을 가지며, 이는 색 순도와 표현력의 근본적 한계로 작용한다. 특히, 홀로그램 및 차세대 AR·VR 디스플레이와 같이 빛의 회절과 정밀한 광학적 위상 제어가 요구되는 시스템에서는 레이저 수준의 초협대역(≈1 nm) 광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존 OLED 기반 디스플레이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 적·녹·청(RGB) 광원을 혼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광효율 저하와 색 표현의 연속성 한계로 인해 이러한 응용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OLED 형광체와 카이랄 액정(Chiral Liquid Crystal, CLC)을 결합한 새로운 광구조를 제안했다. 카이랄 액정은 분자가 나선형으로 배열되어 특정 파장의 빛을 선택적으로 공진·증폭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를 활용해 OLED 형광체의 넓은 발광 스펙트럼을 공진 구조 내에서 재구성함으로써, 발광 폭을 약 1 nm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축소한 레이저 발광을 구현했다. 그 결과, 기존 OLED 대비 수십 배 높은 색순도를 갖는 초고순도 광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등에서 사용되는 전기열 구동(electrothermal actuation) 방식을 도입해 레이저 발광 파장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소자에 전류를 인가해 발생한 미세한 열 변화가 카이랄 액정의 나선 피치를 조절하고, 이에 따라 공진 파장이 변하면서 발광 색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원리다. 특히 1.5 V 이하의 저전압에서 가시광 전 영역에 근접한 약 135 nm의 파장 변조를 구현해, 기존 레이저 기술 대비 실용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기존 디스플레이가 RGB 개별 화소를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본 기술은 단일 픽셀 내에서 전 영역의 색을 연속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혁신성을 갖는다. 별도의 색 조합 없이 하나의 소자에서 모든 색을 구현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디스플레등의 적용에서 중요한 초발광 특성과 함께 수직형 발광 레이징을 저전압에서 색가변을 모두 구현 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기존 디스플레이 기술의 핵심 한계였던 ▲낮은 색순도 ▲복잡한 다중 광원 구조 ▲제한된 색 제어성을 동시에 극복한 차세대 발광 기술로 평가된다. 향후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AR·VR 기기, 광통신, 바이오 센서, 차세대 광전자 반도체 등 다양한 첨단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최수석 교수는 “디스플레이 소재인 OLED와 카이랄 액정을 결합해 초고색순도의 레이저 발광을 구현하고, 이를 저전압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했다”며 “향후 디스플레이와 광전자 소자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핵심 플랫폼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디스플레이지정테마 연구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02/lpor.202502740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상온에서 빛나는 양자 발광체 개발… 효율 130배 끌어올렸다
[간단한 열처리 공정으로 2차원 반도체 상온 발광 한계 극복] 최근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 박경덕 교수, 물리학과 박사과정 문태영 씨 연구팀은 UNIST 화학과 서영덕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일상적인 실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빛을 내는 고효율 양자 발광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구는 필라멘트가 달궈지며 빛을 내고, 형광등은 전기가 기체를 자극해 빛을 만든다. 반도체가 빛을 내는 방식은 또 다르다. '전자'와 '정공(빈자리)'이 만나 짝을 이루었다가 사라질 때 빛이 방출되는데, 이 짝을 '엑시톤(exiton)'이라 한다. 특히, 엑시톤이 특정 위치에 안정적으로 머물면 빛을 아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 통신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있었다. 실험실 밖, 즉 상온에서는 엑시톤이 쉽게 퍼지고 발광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반도체 내부에 남아 있는 잉여 전자가 엑시톤의 발광을 막아 에너지가 빛이 아닌 열로 소모됐다. 둘째, 엑시톤을 한 지점에 안정적으로 붙잡아 둘 구조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먼저 잉여 전자가 쌓이는 원인을 반도체와 금속 기판 사이에 생기는 ‘물 분자층’에서 찾았다. 원자 세 겹 두께의 2차원 반도체 ‘이황화 몰리브덴’을 금 기판 위에 올리면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아주 얇은 물 층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 층이 전자가 기판으로 이동하는 길을 막았고, 전자가 반도체 안에 과도하게 남아 발광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결 방법은 단순했다. 300℃ 진공 환경에서 한 시간 동안 열처리를 하자 물 분자층이 증발했고, 반도체 내부 잉여 전자들이 금 기판으로 빠져나갔다. 전자가 쌓이지 않게 되자 빛 대신 열로 새던 에너지 손실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엑시톤을 한 지점에 모으는 일이었다. 연구팀은 반도체 표면에 지름 500nm(나노미터) 크기의 ‘나노홀’을 만들었다. 이 구조는 주변보다 에너지가 낮은 영역을 형성해 빗물이 낮은 곳으로 모이듯 엑시톤을 한 지점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계산 결과 약 98%의 엑시톤이 나노홀 중심에 모여 사실상 한 곳에 갇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두 가지 전략을 결합하자, 상온에서 엑시톤 발광 세기가 기존 대비 약 15배 증가했고, 발광 효율은 0.076%에서 10%로 약 130배 뛰었다. 또, 원자간력현미경 탐침으로 압력을 가했을 때 발광 세기가 120% 강해지고, 압력을 제거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와 빛 세기를 물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도 확인됐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실험실 밖에서도 작동하는 양자 발광체를 구현했다는 것“이라며, ”열처리 공정은 대량 생산 가능성을 의미하며, 단일광자 광원, 초고효율 LED, 태양전지, 광 컴퓨팅 소자 등 분야 응용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서영덕 교수는 "전하 제어와 변형도 공학을 결합한 접근법이 2차원 소재 기반 양자 정보 플랫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 삼성과학기술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y2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