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한세광 교수 연구팀, 근적외선►자외선 변환 시력 교정용 콘택트렌즈
[POSTECH, 원추각막병증 및 근시 교정 기반 기술 개발] ‘원추각막증’은 눈앞쪽 투명 막인 각막이 점점 얇아지고 앞으로 튀어나오는 병이다. 10대에 발생하여 점차 진행되며 사물이 번져 보이고,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진행을 막기 위한 기존의 치료방식은 치료수술 시간이 길고 수술 후 통증은 물론 세균 감염 위험도 컸다.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 연구팀이 부산대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기수 교수, 연세대 의대 안과학교실 김태임 교수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치료법을 개발했다. 각막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기존 방식인 ‘드레스덴 프로토콜’로 불리는 시술은 각막 상피를 제거한 뒤, 30분간 리보플라빈(비타민 B2)을 점안하고 30분 동안 자외선을 조사해 각막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효과는 입증됐지만, 상피를 제거하면서 생기는 극심한 통증과 감염 위험, 긴 회복 기간이 큰 부담이었다. 연구팀은 각막 상피를 그대로 둔 채 치료가 가능한 상피투과성 각막 교차가교술*1을 개발했다. 핵심은 ‘빛을 바꾸는 렌즈’와 ‘각막 투과 광염료’ 두 가지다. 먼저 근적외선 같은 인체에 비교적 안전한 낮은 에너지의 빛을 받아 자외선·청색광으로 바꾸는 상향변환 나노입자*2를 설계했다. 그리고, 이 나노입자를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든 콘택트렌즈 안에 균일하게 집어넣어, 렌즈 자체가 작은 ‘광원’처럼 빛을 내도록 만들었다. 이 렌즈는 가시광선 투과율이 88.7%에 달해 일반 시야 확보에도 무리가 없다. 겉으로는 평범한 렌즈지만, 근적외선이 들어오면 렌즈 안에서 자외선·청색광 등 필요한 빛만 골라 보내는 ‘빛 필터이자 빛을 만들어 내는 작은 공장’이 된 셈이다. 여기에 연구팀은 안구 표면에 접착력이 우수한 생체 고분자인 히알루론산*3에 리보플라빈을 결합한 ‘히알루론산-리보플라빈(HA-RF) 접합체’를 만들었다. 기존의 리보플라빈 용액은 각막 상피를 거의 통과하지 못해, 상피를 제거해야 했는데, 히알루론산은 눈물처럼 점성이 있어 눈 표면에 오래 머물고, 상피세포와도 상호작용이 우수해 리보플라빈이 각막 상피를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돕는다. 히알루론산-리보플라빈 접합체는 기존 리보플라빈 용액에 비해 각막 상피를 통과하는 약물 전달 효율이 약 3.7배 높았다. 동물실험에서도 치료 후 4주 동안 염증, 각막 혼탁, 내피세포 손상과 같은 주요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 상피를 보호하면서도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인한 것이다. 마치 피부를 베지 않고도 안쪽을 치료할 수 있는 ‘무절개 수술’에 가까운 개념을 눈에 옮겨온 셈이다. 한세광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각막 상피를 보존하면서 환자의 통증과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원추각막 치료 및 시력교정 플랫폼을 제시했다”라고 했고, 김태임 교수는 원추각막치료는 대개 어린 나이에 시행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본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통증과 감염 부담이 적어 환자 만족도가 높고, 치료시간이 단축되어 의료진의 부담이 적으며, 앞으로 각막이 약해지는 다른 질환의 치료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의 BRIDGE 연구 프로그램, 기초연구사업, B-IRC 사업과 (재)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Korea Medical Device Development Fund)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17654 1) 경상피성 각막 교차가교술(Transepithelial Corneal Crosslinking, TE-CXL): 기존 '상피 제거(Epi-off)' 방식과 달리, 각막의 가장 바깥쪽 보호층인 상피를 제거하지 않고 각막을 강화하는 시술법 2) 상향변환 나노입자 (Upconversion Nanoparticles, UCNPs): 저에너지의 빛(예: 근적외선)을 흡수하여 고에너지의 빛(예: 자외선 또는 가시광선)으로 상향 변환시키는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 3) 히알루론산(Hyaluronate, HA): 안구 표면에 대한 접착성이 우수하고 상피세포 수용체와 상호작용하여 약물의 상피 투과를 돕는 천연 생체 고분자
용기중·이동화 교수 공동 연구팀, 암모니아 전해로 여는 ‘저전력 그린수소 시대’
[용기중·이동화 교수팀, 장시간 안정 암모니아 전해 촉매 개발] 물보다 스무 배 적은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그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이 기술이 POSTECH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촉매 덕분에 현실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화학공학과 용기중 교수 연구팀, 신소재공학과·첨단재료과학부 이동화 교수 연구팀, KENTECH(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공학부 김우열 교수 공동 연구팀이 백금–텅스텐 아산화물(Pt–WOx) 기반의 새 암모니아 전해 촉매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최근 실렸다. 암모니아 전기 분해는 이론적으로 단 0.06V(볼트), 즉 건전지 한 개 수준의 아주 낮은 전압만으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반응속도가 느리고, 반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질소산화물(NOx)이 촉매 표면에 달라붙어 금세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해결하며 저전력 수소 생산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방식은 최소 1.23V가 필요하지만, 암모니아는 이론상 20분의 1 수준의 전압으로도 가능하다. 문제는 암모니아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질소산화물이 촉매를 막아 반응이 중단된다는 점이다. 마치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쌓이듯 촉매가 금세 막혀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텅스텐 아산화물(WOx) 나노선 위에 백금(Pt)을 빛으로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이 구조 덕분에 두 물질 사이에서 전자가 활발히 이동해 반응 속도가 빨라졌으며, 질소산화물 생성은 억제됐다. 실험 결과, 연구팀의 촉매는 120시간 넘게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기존 촉매가 수 시간 내에 성능을 잃는 한계를 완전히 넘어섰다. 암모니아 산화 반응에서는 약 50mA/cm2의 전류밀도를 기록했고, 수소 발생 반응에서는 26mV의 매우 낮은 전압만으로도 수소 생산이 가능했다. 이어, 이 촉매를 실사용 환경에 가까운 막전극조립체(MEA*1, 전해 시스템의 핵심 모듈) 기반 전해 장치에 적용했을 때도 500mA/cm² 이상의 높은 전류밀도를 구현했다. 해당 전해 장치를 통해 기존 물 전해 방식보다 1V 이상 낮은 전압으로도 같은 양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적외선 분광 분석과 전산 계산을 통해 성능 향상의 원리를 정밀하게 규명했다. 특히 암모니아가 분해되는 과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단계인 NH₂에서 NH로 전환되는 에너지 장벽을 크게 낮추고, 동시에 질소산화물이 촉매 표면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이 핵심 요인임을 확인했다. 용기중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물 전기 분해 방식보다 훨씬 낮은 전력으로 깨끗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라며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저탄소 수소 경제 실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탄소제로 그린 암모니아 사이클링 선도연구센터사업,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doi.org/10.1002/advs.202515944 1. MEA: Membrane Electrode Assembly
배터리공학/신소재 박규영 교수 연구팀, 빨리 늙는 배터리, 알루미늄이 막는다
[박규영 교수 연구팀, 고니켈계 양극재의 용량 저하의 원인 규명 및 차세대 고에너지밀도·장수명 배터리 설계를 위한 핵심 전략 제시] 전기차 배터리는 더 오래, 더 멀리 가기 위해 니켈이 많이 들어간 양극재를 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니켈이 많아질수록 충·방전 과정에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건물 기둥이 휘면서 벽에 균열이 생기듯, 배터리 내부 구조가 뒤틀리면서 생긴 ‘산소 구멍’이 수명 저하의 주범이었다. 친환경소재대학원 배터리공학과·신소재공학과 박규영 교수 연구팀은 이 구조 뒤틀림으로 ‘산소 이중 정공*1(산소 구멍)’이 생겨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고, 알루미늄(Al)을 소량 첨가해 산소 정공 생성을 막으면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담기 위해 니켈 함량을 높이는 추세다. 그러나 니켈이 많을수록 에너지 밀도는 올라가지만, 충전과 방전을 거듭할수록 용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용량 저하의 근본 원인이 충전·방전 과정에서 본질적으로 발생하는 격자 구조의 뒤틀림 현상임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구조가 뒤틀리면 산소 원자에 이중 정공이 생기고, 이것이 산소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배터리 수명을 단축한다. 연구팀이 니켈 일부를 소량의 알루미늄으로 치환한 결과, 산소 이중 정공 형성이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알루미늄이 산소 주변 전자 환경을 개선해 구조를 안정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수명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고니켈계 양극재*2의 수명 저하 원인을 원자 단위 수준에서 규명하고, 에너지 밀도와 수명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를 이끈 박규영 교수는 "전기차용 고니켈계 양극재의 구조 뒤틀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용량 저하 현상을 규명한 이번 연구는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의 설계 방향을 한층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성과는 수명 특성 향상은 물론, 고니켈 양극재에서 문제가 되는 열폭주 현상까지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이차전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12501 1) 이중 정공: 산소 원자에서 전자 두 개가 빠져나가면서 생긴 구멍.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2) 고니켈계 양극재: 니켈 함량을 높인 배터리 양극 소재.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수명이 짧아지는 단점이 있다.
물리/첨단원자력 윤건수 교수 연구팀, 번개가 치면? 공기로 ‘비료’ 만든다!
[POSTECH, 질소와 산소만으로 이산화질소 직접 합성 성공... 새로운 우주시대 기대] 공기 중 질소와 산소만으로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다면? 최근 POSTECH 연구팀이 레이저 한 방으로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물리학과·첨단원자력공학부 윤건수 교수, 이주호 박사, 물리학과 통합과정 조규상 씨, 첨단원자력공학부 박사과정 이승준 씨 연구팀이 질소와 산소 혼합물에 강력한 레이저를 쏘아 플라즈마*1 를 만들고, 이 환경에서 이산화질소가 생성되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암모니아 기반 공정을 거치지 않고 공기 성분만으로 NO2를 생성한 것으로, 번개가 대기 성분을 변환하는 현상을 실험실 규모에서 구현했다. 연구팀은 높은 압력(55기압 이상)에서 질소와 산소를 초임계 유체 상태로 만들었다. 초임계 유체*2는 기체도 액체도 아닌 특수한 상태로, 화학 반응에 훨씬 유리한 매질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고출력 나노초 펄스 레이저를 집광시키자 투명했던 반응기가 점차 이산화질소 특유의 갈색으로 변했고, 분광 및 화학 분석을 통해 이를 검증했다. 이산화질소 합성 조건을 분석하기 위해 레이저 에너지, 질소-산소 혼합 비율, 초임계유체 압력을 바꾸면서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레이저 에너지가 높을수록 플라즈마의 부피에 비례하여 이산화질소 생성량이 증가했다. 그러나 혼합 초임계 유체에서 산소 비율이 높아지면 이산화질소 합성량이 줄어들었다. 이는 플라즈마 내부 화학반응 조건에 있어서 기체의 조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저압 (~10기압) 질소-산소 혼합 가스와 고압 (~100 기압) 혼합 초임계 유체 매질에서 플라즈마에 의한 이산화질소 합성량을 비교한 결과 같은 조건에서도 초임계유체 환경이 저압 혼합 기체 대비 더 높은 생성량을 보였다. 이는 초임계유체 환경이 플라즈마 화학 반응을 촉진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NO2 직접 합성의 실험적 가능성과 조건을 제시한 연구 성과이다. 이 기술은 대규모 공정과 비교했을 때 촉매나 복잡한 설비 없이 이산화질소를 바로 합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형·분산형 화학 반응기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나아가 우주 환경과 같은 자원과 공간이 제한된 극한 환경에서 공기만으로 필요한 화학물질을 현장 생산하는 기술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건수 교수는 "공기 성분만으로 이산화질소를 합성한 이번 연구는 지속 가능한 화학 합성과 우주 자원 활용의 바탕을 마련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5-21381-z 1) 플라즈마(plasma): 기체가 매우 높은 에너지를 받아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흔히 ‘제4의 물질 상태’라고 불리며, 고체·액체·기체와는 다른 독특한 성질을 가진다. 자연계에서는 번개, 오로라, 태양에서 관찰되며, 인공적으로는 네온사인, 반도체 공정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2) 초임계 유체(supercritical fluid): 임계점 이상의 압력과 온도에 도달한 유체를 말한다. 유체의 종류에 따라 임계점은 다양한데, 이 연구에서 사용된 질소 및 산소의 경우 각각 상온 (300 K)에서 36.7 기압, 50.6 기압의 임계점을 가진다. 초임계 유체는 낮은 점성과 매우 높은 열전도율 및 화학적 활성도를 가진 것이 특징이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화학 이인수 교수 연구팀, 그물 같은 ‘미로 촉매’, 화학반응 한 번에 ‘척척’
[이인수 교수팀, 나노크기 튜링 패턴 금속 촉매 세계 최초 합성] 자연에서는 동물 피부 무늬나 화학 반응에서 저절로 규칙적인 패턴이 만들어진다. 이를 ‘튜링(Turing)’ 패턴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금속은 원래 둥근 공 모양으로 뭉치려는 성질이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에서 이런 무늬를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화학과 이인수 교수, 박사과정 홍유림 씨, 니티 쿠마리 연구교수, 앙쿠르 마지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이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그물 모양의 초소형 ‘튜링 패턴’ 금속 촉매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인 이 촉매는 여러 물질을 섞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복잡한 화학반응에서 99%까지 성공률을 보였다. 이 연구는 최근 미국화학회지(JACS)에 실렸다. 연구팀은 실리카로 된 매우 얇은 ‘속 빈 막’을 작은 방처럼 이용했다. 이 방 안에서 팔라듐(Pd) 이온과 계면활성제가 스스로 줄을 맞추며 자리를 잡도록 유도해, 주기적인 줄무늬가 있는 2차원 팔라듐 금속망을 완성했다. 이 구조는 ‘미로 지도’처럼 규칙적으로 연결돼 있어 반응물이 길을 잃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실리카 껍질이 금속망을 단단히 감싸고 있어 쉽게 뭉치거나 부서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화학 공장에서 여러 원료를 섞어 새로운 물질을 만들 때 원료가 세 가지 이상이면 반응이 복잡해져서 실패하기 쉽다. 각 원료가 제때 만나야 하는데, 기존 촉매로는 이를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든 팔라듐 나노 메쉬 촉매는 미로형 구조 덕분에 반응물과 중간체가 촉매 표면 안에서 잘 모이고, 이동 경로도 정리된다. 그 결과 결합을 형성하는 여러 반응에서 95~99%라는 매우 높은 수율을 기록했다. 되도록 잃지 않고 그대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셈이다. 반응성이 낮은 원료를 써도 60~70% 이상의 의미 있는 수율을 보이는 등 활용 범위도 넓다. 이 촉매는 한 단계 반응을 끝낸 뒤, 같은 장치에서 바로 다음 반응으로 넘어가는 ‘원팟(one-pot) 반응’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예를 들어 첫 단계에서 알키닐 케톤을 만들고, 이어 수소를 넣어 필요한 부분만 살짝 바꾸는 ‘부분 수소화’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불 세기와 시간을 조절해 스테이크를 레어·미디엄·웰던으로 나누듯, 촉매 표면 상태나 조건에 따라 어느 결합까지만 반응을 유도할지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정밀 화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자연에서 나타나는 무늬 생성 원리인 ‘반응–확산’을 나노 금속 성장에 그대로 옮겼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금속이 자랄 때의 활성–억제 균형을 조절해 규칙적인 패턴을 만들었고, 이를 실리카 껍질로 고정해 안정적인 촉매를 완성했다. 이 방식은 팔라듐(Pd)뿐 아니라 다른 금속에도 적용할 수 있고, 다성분 반응 외의 여러 정밀 합성에도 확장될 수 있는 설계 원리를 보여준다. 복잡한 화학 공정을 더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인수 교수는 "자연의 무늬 형성 원리를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금속에 만든 첫 사례"라며 "이 방법은 다른 금속에도 쓸 수 있어 더 좋은 촉매를 만드는 새 길을 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부의 자율중점 대학중점연구소 사업,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였다. DOI: https://doi.org/10.1021/jacs.5c15063
신소재 조문호 교수 연구팀, 양자 기술용 원자층 반도체 대면적 합성
[조문호 교수팀, 양자 소자급 2차원 반도체 세계 최초 대면적 합성 성공] 최근 신소재공학과 조문호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반데르발스양자물질 연구단장) 연구팀이 결함이 거의 없는 ‘양자 등급(quantum grade)’의 2차원 반도체를 대면적 단결정 박막으로 합성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저전력 로직 반도체 칩과 양자 소자 개발을 앞당길 선행 기술로 평가받으며, 현지 기준으로 지난 27일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게재됐다. 원자 3층 두께의 ’2차원 반도체’는 그 독특한 구조 때문에 새로운 양자 현상을 탐구할 수 있는 차세대 물질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황화몰리브덴(이하 MoS₂)*1’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런 얇은 이차원 반도체를 웨이퍼 수준의 큰 면적에서 양자 수송 특성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결정성이 정제된 상태로 합성하는 것은 어려웠다. 반도체가 대면적으로 합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점 결함이나 경계 결함 등이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여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깨끗한 단결정 구조를 유지한 채 대면적으로 합성하는 것은 숙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독특한 방법을 썼다. 바로 ‘비스듬히 잘린 사파이어 기판’을 활용한 것이다. 사파이어 기판을 15도 기울여 자르면 표면에 아주 촘촘한 계단 모양이 무한히 반복되는 구조가 생기는데, 이 계단 모서리에서만 MoS2가 자라도록 유도하면, 모든 결정이 똑같은 방향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 결과, 경계 결함*2이 없는 매끈한 단결정 반도체 박막을 크게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연구팀은 온도와 압력 등 합성 조건을 세심하게 조절해 점 결함*3까지 최소화된 최고 품질의 MoS₂ 박막을 만들었고 이를 고해상도 투과전자현미경 등을 활용하여 직접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깨끗한 단결정 MoS2 박막으로 상온에서 약 100 cm2 V-1s-1의 평균 이동도와 65 mV dec-1 의 문턱전압 이하 스윙(subthreshold swing)을 기록하였고, 저온에서는 1200 cm2 V-1s-1의 이동도를 보고하였다. 이는 기존 방식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는 트랜지스터 성능이다.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온에서 전자의 수송이 양자적으로 거동되며 이는 외부 자기장하에서 양자 진동*4과 양자 간섭’ 현상에 의해 규명되었다. 대면적 2차원 반도체에서 이러한 양자 수송 현상을 관찰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조문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웨이퍼 크기에서도 양자 소자급 2차원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며, “이는 차세대 반도체 또는 양자 소자에서 활용될 기반 기술로서 다양한 후속 연구에서 활용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새로운 반데르발스 양자 물질 합성과 양자 소자 연구(IBS-R034-D1)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928-025-01496-x 1. 이황화몰리브덴: 몰리브덴(Mo) 원자 하나에 황(S) 원자가 두 개 들어있는 층상구조를 갖는 화합물로, 단일층에서 1.8 eV 정도의 밴드갭 에너지를 보이는 반도체이다. 2. 경계 결함: 서로 다른 배향의 두 결정이 만나 형성되는 경계로, 2차원 반도체의 경우 선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결정립계라고도 불린다. 3. 점 결함: 물질의 구조에서 원자나 이온이 결여된, 혹은 잘못 배열된 지점. 4. 양자 진동: 강한 자기장에서 전자의 에너지 상태가 양자화되면서, 채널 저항이 자기장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 Shubnikov-de Haas oscillation이라고도 불린다.
환경 권세윤 교수 연구팀, “참치 한 입에 담긴 아시아의 공장 굴뚝” 태평양 물고기 속 수은 ‘출처’ 드디어 밝혀졌다
[POSTECH·WHOI·KIOST 연구팀, 플랑크톤 동위원소 분석으로 태평양 수은 기원 추적] 세계인이 매년 약 300만 톤 섭취하는 ‘참치’를 비롯한 태평양 어류 속 수은이 아시아에서 온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 연구팀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강동진 박사 연구팀과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WHOI)의 로라 모타 박사 연구팀의 세계적인 해양연구기관과 함께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이동해 해양 생태계에 축적되는 경로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포트폴리오 저널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고, 글로벌 해양 커뮤니티 매체 ‘DeeperBlue’에도 소개됐다. 수은은 석탄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할 때 대기에 퍼져 나가고, 아주 먼 거리까지 이동한다. 바다에 도달한 수은은 ‘메틸수은’이라는 독성 물질로 변해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되고, 결국 참치처럼 인간이 많이 먹는 대형 어류에 고농도로 쌓인다. 1956년 수은 중독으로 인한 미나마타병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2017년 국제 수은 협약이 발효된 이후에도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 어류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오랫동안 숙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KIOST의 연구선 이사부호를 이용해 대한해협부터 뱅골만에 이르는 서태평양해역(북-남 축)과 필리핀해에서 하와이 근해까지 중앙 태평양(서-동 축)에서 플랑크톤을 채집해, 수은 안정 동위원소*1를 분석했다. 수은 안전 동위원소는 배출원마다 고유한 ‘지문’을 가지는데, 연구팀은 이런 과학적 특징을 이용해 플랑크톤 속 수은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추적했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유입되어 생물체에 축적된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또한, 바다로 유입되는 수은의 경로를 분석한 결과, 육지에 가까운 해역에서도 최소 60% 이상이 강이 아닌 대기를 통해 들어온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는 국제 수은 협약이 강조하는 대기 배출 감축 정책의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권세윤 교수는 “수은 연구가 시작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아시아 산업활동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 어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해 늘 아쉬움이 있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수은의 ‘출처’를 정량적으로 밝혀 세계 공중보건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WHOI 로라 모타(Laura Motta) 박사는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 가장 기본에 있는 생물로, 이를 통해 생물체에 흡수되는 수은의 양과 경로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라며 “해양 생태계와 인류를 위한 국제 정책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 해양수산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3247-025-02555-z 1. 안정동위원소 : 스스로 방사성 붕괴하지 않는 동위원소로 방사성을 띠지 않은 동위원소를 의미한다.
화학 박수진 교수 연구팀, “분자 한 겹 차이” 리튬전지 폭발 위험 ↓, 수명 두 배 ↑
[POSTECH·경상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분자 조절 멤브레인으로 양극·음극 동시 안정화] 국내 연구팀이 전기차 배터리 폭발 위험을 막고 수명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다. 마치 얇은 방탄조끼가 앞뒤 양쪽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듯, 분자 한 겹 두께의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을 동시에 보호하는 원리다. 화학과 박수진 교수, 한동엽 박사, 경상국립대 이태경 교수, 이지윤 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규진 박사로 이루어진 공동연구팀은 '분자조절 멤브레인(molecularly engineered membrane)' 기술을 개발해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 앤 인바이런먼털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최근 발표했다. 리튬이온전지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 널리 쓰인다. 하지만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같은 크기에서 약 1.5배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리튬금속전지가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로 치면 한 번 충전해 400km를 달리던 것을 650~700km까지 늘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안전이다. 리튬금속전지를 충·방전할 때, 리튬이 전극 표면에 고르게 쌓이지 않고 나뭇가지처럼 삐죽삐죽 자란다. 이를 ‘덴드라이트(dendrite)’라 부른다. 동굴에서 종유석이 자라듯, 자란 이 가시가 전극 사이 분리막을 뚫고 반대편까지 닿으면, 배터리 안에서 합선이 일어나고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끼워진 분리막에 분자 수준 기능을 넣었다. 단순한 분리막 표면에 플루오린(-F)과 산소(-O) 기반 극성 작용기를 화학적으로 붙여, 전극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리튬 금속이 쌓이는 음극에서는 리튬 플루오라이드(LiF) 보호층이 고르게 만들어져 덴드라이트 생성을 막았다. 양극에서는 해로운 불화수소(HF) 생성을 차단해 전극이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 한 장의 얇은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을 동시에 안정화하는 '이중 보호막' 역할을 한 것이다. 실제 전기차 구동 환경에 가까운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높은 온도(55°C)와 적은 전해액, 얇은 리튬 음극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208회 충·방전 후 처음 용량의 80%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파우치형 전지로 만든 셀은 무게당 385.1Wh/kg, 부피당 1135.6Wh/L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기록했다. 지금 쓰이는 리튬이온전지(250Wh/kg, 650Wh/L)보다 각각 약 1.5배와 1.7배 높은 수치다. 연구를 주도한 박수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자 한 겹 설계만으로 리튬금속전지 양극과 음극을 동시에 안정화한 혁신적 사례"라며 "수명과 안정성, 에너지 밀도를 모두 높이면서 지금 있는 리튬이온전지 공정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성과"라고 밝혔다. 경상국립대 이태경 교수는 "밀도 범함수 이론 계산과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으로 분리막 안 작용기의 전자구조와 경계면 반응을 원자 수준에서 밝혔다"라며 "이론적으로도 분자조절 멤브레인 안정화 효과를 입증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규진 박사는 "이번 기술은 에너지 저장장치 등 대형 전력망에도 쓸 수 있는 높은 내구성과 안전성을 갖춘 실용 기술"이라며 "친환경 고에너지 전지 상용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9/D5EE04968G
김진곤·조창신 교수 공동 연구팀, 배터리 성능 업그레이드? 단 5초면 가능하다
[POSTECH 초고속 나노 복합 기술로 차세대 리튬배터리 음극 소재 설계 난제 해결] ‘리튬이온배터리’는 스마트폰,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 등 일상을 움직이는 핵심 기술이다. 배터리의 용량과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음극 소재로 넓은 표면적과 높은 전기전도성을 동시에 가진 소재가 필요한데, POSTECH 연구팀이 새로운 나노 복합소재 제조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넓은 표면적을 가진 ‘메조 다공성 금속산화물(이하 MMOs, mesoporous metal oxides)’을 만들기 위해 ‘블록공중합체(BCP*1) 자기조립’이라는 방법이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 방식은 유독성 용매를 사용해야 하고 합성 시간이 매우 길어 산업 적용이 쉽지 않았다. 여기에 높은 전도성을 가진 나노물질을 MMOs 내부에 균일하게 섞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 배터리 성능 향상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공학과 김진곤 교수, 김건우 박사, 조항준 석사,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조창신 교수 공동연구팀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손 소독제나 매니큐어 제거제로 알려진 친환경 용매 ‘아세톤’이 금속 알콕사이드(금속 산화물 전구체)를 빠르게 반응·경화하는 특성에 주목했다. 기존처럼 용매를 천천히 증발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재료가 순식간에 반응하며 스스로 응축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구현한 것이다. 그 결과, ‘카본나노튜브’(1차원)와 ‘MXene’(2차원) 같은 고전도성 나노 소재가 단 5초 만에 MMOs 내부에 골고루 분산된 나노 복합체 제조에 성공했다. 수 시간에서 며칠 이상 걸리던 공정을 대폭 단축했을 뿐 아니라, 균일성과 재현성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기술로 만든 나노 복합체는 넓은 표면적과 높은 전도성을 동시에 달성하며,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소재로 사용한 결과 기존 MMOs 소재보다 뛰어난 에너지 저장 성능을 입증했다. 실험 결과, 0.05 A/g의 낮은 전류밀도에서는 복합체가 275mAh/g로, MMO 단일 소재(224 mAh/g) 대비 약 23% 향상된 용량을 보였고, 1.0 A/g의 높은 전류밀도에서는 복합체가 108 mAh/g로, 단일 소재(46 mAh/g)보다 약 135% 향상됐다. 또한 공정에 사용된 아세톤을 정제해 다시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생산 공정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김진곤 교수는 “이번 기술은 기존 대비 합성 속도를 혁신적으로 단축할 뿐만 아니라 유독성 용매가 필요하지 않아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것이 큰 차별점”이라며 “배터리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고기능성 소재 개발로 응용 범위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창의후속연구사업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국제공동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재료·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최근 게재됐다. DOI: https://doi.org/10.1016/j.nanoen.2025.111518 1. BCP: Block Copolymer 약자로,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 고분자가 하나의 사슬에 블록(block) 형태로 연결된 고분자를 말합니다.
김원배·조창신 교수 공동 연구팀, 새는 배터리, ‘주석’으로 막는다
[POSTECH, 리튬-황 배터리 약점 해결할 신소재 개발... 셔틀링 효과 억제 성공]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이 있다. 구멍이 난 항아리에 아무리 물을 채워도 새는 물 때문에 항아리는 가득 차지 않는다. 배터리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최근 POSTECH에서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막는 ‘마개’ 촉매를 개발했다.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조창신 교수 연구,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박관현 씨, 산디아 라니 망기셰티 박사 연구팀이 주석 금속-카본 복합 촉매를 개발, 이를 리튬-황 전지 양극 촉매로 적용해 높은 에너지 저장 성능과 효율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 학술지 ‘스몰(Small)’ 겉표지(front cover) 논문으로 현지 기준으로 지난 13일 게재됐다. 리튬-황 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밀도가 높아 훨씬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하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황이 전해질 속으로 녹아 사라지는 ‘셔틀링 효과1)’ 때문에 전지의 성능과 수명을 동시에 떨어지는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 마치 연료가 새는 자동차가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이는 차세대 전지의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석 금속과 탄소를 결합한 새로운 촉매를 만들었다. 질소·붕소가 동시에 도핑된 그래핀 나노시트와 탄소 나노튜브를 합성해, 이를 주석 미세 입자와 결합시킨 ‘주석-카본 복합 촉매’다. 이 촉매는 전자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반응이 잘 일어나는 표면을 제공해, 배터리 내부에서 황 성분이 안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결과, 전해질-촉매-도전재 간의 ‘3상 계면(three-phase interface)2)’이 효과적으로 구축되어, 용해성 폴리설파이드의 전환 반응과 리튬 설파이드(Li₂S) 증착 반응이 크게 개선됐다.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실험적 검증과 더불어 수학적 모델링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리튬 설파이드(Li₂S)가 형성되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촉매의 성능을 정량적으로 평가했으며, 이를 실험 결과와 비교·분석함으로써 촉매 성능 판단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원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튬-황 전지의 핵심 문제인 셔틀링 효과를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을 뿐 아니라, 촉매 성능을 수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까지 마련했다”며 “차세대 고용량 이차전지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첨단산업특성화대학원지원(배터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smll.202503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