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팀, 저사양 장비도 고급 장비처럼: AI광음향 융합 영상기술 개발
[POSTECH, Hybrid Diffusion 기술로 광음향 단층 촬영술 고해상도·고속 복원 시스템 개발] POSTECH 연구팀이 비싼 장비가 아니어도 실시간으로 몸속에 있는 장기와 종양의 변화를 3D(3차원)로 관찰하는 새 기술을 개발했다.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의과학전공) 김철홍 교수 연구팀 (인공지능대학원 박사과정 정현수 씨, 융합대학원(의과학전공) 석사과정 오승훈 씨,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지웅 씨, 최성욱 박사(現 미국 스탠포드대 박사), 징게 양(Jinge Yang) 박사(現 미국 Caltech 박사)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레이저를 비추면 몸속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나는데, ‘광음향 이미징’은 미세한 소리를 초음파 센서로 감지해 몸속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 원리를 활용한 ‘PACT(광음향 컴퓨터 단층 촬영 photoacoustic computed tomography)’ 기술은 반구형으로 배치된 센서들이 여러 방향에서 신호를 한꺼번에 받아들이기 때문에, 몸속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조영 정보까지 한 번에 보여줄 차세대 영상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고사양 PACT 장비는 센서 수가 많아 가격이 비싸고, 수집되는 데이터의 양이 너무 많아 처리 속도가 느리다 보니 몸속에서 빠르게 일어나는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적은 수의 센서만으로도 고해상도 영상을 만들 수 있는 PACT 기술을 개발했다. 그 핵심은 ‘하이브리드 확산(hybrid diffusion*1)’이라는 딥러닝 모델인데, 128개 센서만 가진 저사양 장비로 찍은 데이터를, 1,024개 센서를 쓰는 고급 장비 수준으로 보정해 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종양 내부의 혈관이 어떻게 자라는지, 산소는 얼마나 공급되는지, 또 약물이 어디로 이동하는지까지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연구팀의 모델은 광음향 잡음에 최적화된 diffusion 전뱡향 과정을 제시하고, 세부 특징을 뽑아내는 CNN*2, 전체 흐름을 읽는 self-attention*3, 멀리 떨어진 정보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Mamba*4 모듈을 함께 사용한다. 덕분에 기존 확산 모델은 수백 번 계산해야 했던 과정을 단 2번의 계산만으로 빠르게 영상화할 수 있는 것이 큰 강점이다 실험에서도 높은 성능이 확인됐다. 256개 센서만 있는 장비에서도 산소포화도와 헤모글로빈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고, 종양 주변의 혈관이 새로 생기거나 산소가 부족해지는 변화도 안정적으로 포착했다. 또한 ‘전이학습*5’을 적용한 결과, 128채널 장비에서도 심장·뇌·신장 등 주요 장기의 빠른 변화를 고속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특히, 조영제를 사용한 약물 추적 실험뿐 아니라 조영제를 쓰지 않은 경우에도 영상 품질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김철홍 교수는 “이번 기술의 핵심은 고가 장비 없이도 종양 변화를 안정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종양뿐만 아니라 심혈관·내분비 질환 등 여러 연구 및 임상 분야에서 장비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실질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교육부 지원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프로그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 한국연구재단 연구과제,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지원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인공지능대학원지원사업, BK21 FOUR 프로그램 및 Glocal 30 대학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13624 1. diffusion: 데이터를 노이즈화·복원하는 과정을 학습해 고품질 영상을 생성하는 딥러닝 기반 생성 모델이다. 2. CNN: 데이터의 작은 영역에 합성곱 필터를 적용해 국소 특징을 추출하는 신경망이다. 3 Self-attention: 입력의 모든 위치를 서로 비교해 중요한 부분에 더 집중하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4. Mamba: 시간에 따라 변하는 데이터를 읽어가며, 그중에서 중요한 정보만 골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5. 전이학습: 많은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의 능력을 이어받아, 적은 데이터로도 빠르게 좋은 성능을 내는 방법이다.
생명 김민성 교수팀, 세균 DNA 복구 미스터리, 초저온현미경으로 풀다
[김민성 교수팀, 박테리아 DNA 손상 복구 과정 세계 최초로 시각화 성공] 세균도 스스로 상처를 치료한다. 사람이 다치면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물듯, 세균 역시 손상된 유전정보(DNA)를 고쳐 살아남는다.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이 과정의 비밀을 POSTECH 연구진이 풀어냈다. 생명과학과 김민성 교수, 통합과정 김환종 씨 연구팀이 최근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1)을 이용해 박테리아의 DNA가 끊어졌을 때 복구하는 분자적 기전을 밝혀내었다. 이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뉴클렉익 엑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DNA는 생명의 설계도라 불린다. 그런데 방사선, 독성물질, 자외선 등 여러 요인으로 DNA가 한 가닥이 아닌 두 가닥 모두가 끊어지는 '이중가닥 손상'을 입으면 세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와 세균 모두 이를 고치는 복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그 작동 원리는 서로 다르다. 포유류의 경우 여러 단백질이 복잡하게 협력해야 하지만, 박테리아는 훨씬 단순한 방식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 정교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수팀은 DNA 손상 복구의 시작점인 ‘Ku 단백질’에 주목했다. Ku 단백질은 끊어진 DNA 끝을 감지하고 다른 복구 단백질들을 불러 모으는 ‘현장 지휘관’ 같은 존재다. 연구팀은 Bacillus subtilis(고초균)에서 얻은 Ku 단백질과 손상된 DNA를 결합시켜 복합체를 만들고, POSTECH 세포막연구소의 초저온 전자현미경으로 그 3차원 구조를 분자 수준(2.74Å, 옹스트롬)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Ku 단백질은 단순히 손상 부위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DNA의 두 끝을 물리적으로 붙잡아 서로 연결하는 ‘분자 다리’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은 DNA의 손상 부위가 특정한 형태로 배열되어 있을 때만 작동하는 정교한 조절 메커니즘을 따른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이 발견은 포유류에서 관찰되지 않는 새로운 복구 방식으로, 박테리아만의 생존 전략을 세계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독특한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박테리아의 DNA 복구를 방해하거나 차단하는 새로운 방식의 항생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민성 교수는 “이 연구는 박테리아가 어떻게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유전적 손상을 고치는지 분자 수준에서 보여준 사례”라며 “항생제 내성 문제가 전 세계적 위협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발견은 '세균의 약점'을 정확히 겨냥한 차세대 항생제 개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향후 항생제 개발이나 유전자 교정 기술, 생명공학 분야 전반 등 새로운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93/nar/gkaf1036 1. cryo-EM: cryo-electron microscopy, 초저온 전자현미경
조창신·이상민 교수 공동 연구팀, 수분에 지친 고체전해질, PBA로 생기 되찾다!
[POSTECH, 수분에 약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약점 ‘복구’까지 해내는 신소재 개발] 공기 중 아주 미세한 수분에도 쉽게 손상되던 전고체전지가, 다시 원래 성능을 되찾는 길이 열렸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배터리공학과·신소재공학과 이상민 교수, 배터리공학과 통합과정 고수민 씨,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조창신 교수,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정혜빈 씨 연구팀이 ‘프러시안 블루 유사체’를 활용해 손상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성능을 되살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평가받으며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불이 나지 않는 안전한 배터리, 바로 ‘전고체전지(All-solid-state battery)’다.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적고 수명이 길다. 특히 ‘황화물계 전해질’은 이온전도도가 높고 전극과의 접착력이 우수해 전고체전지의 유망한 소재로 꼽힌다. 하지만 이 전해질은 공기 중 극소량의 수분에도 쉽게 반응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그 과정에서 황화수소(H₂S)와 일산화탄소(CO) 같은 독성 가스가 발생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POSTECH 연구진은 황화물계 전해질 일종인 LPSCl*1에 ‘프러시안 블루 유사체(이하 PBA, Prussian Blue Analog)’를 첨가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PBA는 내부에 물과 기체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수분에 의한 손상을 막을 뿐 아니라 이미 열화된 전해질의 성능을 회복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망간(Mn) 기반 PBA(Mn-substituted PBA, MPB)를 황화물계 전해질인 LPSCl과 혼합하여 복합 전해질(MPB-LPSCl)을 제작하였다. 실험 결과, PBA를 4% 정도 첨가한 전해질은 기존과 유사한 수준의 높은 이온전도도를 유지하면서 수분에 노출됐을 때 황화수소 발생량이 1/4, 일산화탄소는 1/10 수준으로 줄었다. 또한 500회의 충·방전 이후에도 초기 용량의 85.4%를 유지하는 등 우수한 전기화학적 성능을 보였으며, 이는 동일한 노출 조건에서 기존 LPSCl이 100 사이클 이후 79.3%에 그친 것과 비교해 현저히 개선된 결과다. 더 주목할 점은, 이미 수분에 노출되어 손상된 전해질도 단순히 PBA를 섞는 것만으로 복구되었다는 사실이다. 5%의 상대습도 환경에서 6시간 노출된 LPSCl은 10사이클 후 급격히 용량이 감소했지만, MPB를 혼합한 경우 500사이클 동안 99.9%의 쿨롱 효율과 95.2%의 용량 유지율을 기록했다. 조창신 교수는 “PBA는 단순한 보호제를 넘어, 손상된 전해질을 ‘되살리는’ 새로운 역할을 한다”라며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상민 교수는 “이번 기술은 습도에 민감한 황화물계 소재의 생산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국제공동연구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사업과 산업혁신인재 성장지원(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6613 1. LPSCl(lithium phosphorous sulfur chloride, Li6PS5Cl) : 아지로다이트 계열(Argyrodite-type)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일종이다.
물리 송창용 교수팀, 빛으로 나노공간의 에너지 흐름 '방향' 바꾼다
[POSTECH, 빛 세기만 바꿔 금 나노막대 내부 에너지 경로 최초 제어] [초고속 엑스선으로 1000조분의 1초 단위 에너지 흐름 직접 포착] 빛 한 줄기가 물질 속을 지나갈 때, 그 안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파도가 일어난다. 이 파도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물질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POSTECH 연구팀이 빛을 이용해, 나노 세계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흐르고 변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조종하고 관찰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물리학과 송창용 교수, 통합과정 박은영 씨 연구팀은 빛의 세기를 조절해 나노입자 내부 초고속 에너지 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초고속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PAL-XFEL)를 이용해 에너지 전달 과정을 직접 영상으로 포착했으며, POSTECH 화학과 임영옥 박사의 이중온도 분자동역학 시늉내기(시뮬레이션) 협력으로 물리적 해석을 더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10일 실렸다. 금속 나노입자에 빛을 쏘면 내부 전자들이 집단으로 진동하는 '플라스몬(Plasmon)*1' 현상이 일어난다. 지금까지는 이 진동이 단순히 빛의 세기에 비례해 커지거나 작아질 뿐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연구팀은 같은 금 나노막대에 같은 파장의 빛을 쏘더라도, 빛의 세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동하면서 에너지가 흐르는 경로 자체가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1,000조 분의 1초(펨토초*2) 엑스선 장치를 활용해 지름 50nm(나노미터), 길이 145nm 크기의 금 나노막대 하나하나에 빛을 쏘고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영상화했다. 빛의 세기가 낮을 때는 나노막대의 짧은 방향을 따라 전자가 진동하는 '횡방향 플라스몬 모드'가 켜졌다. 이때 막대는 초당 420억 번(42GHz) 진동하며 옆으로 부풀었다. 에너지는 막대 양 끝에서 중심으로 흘러 들어갔다. 빛의 세기를 높이자 완전히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긴 방향을 따라 진동하는 '종방향 플라스몬 모드'가 켜지면서 막대는 초당 516억 번(51.6GHz) 진동하며 길이 방향으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내부에는 밀도가 높은 두 덩어리가 생겼다가 다시 합쳐지는 극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핵심은 두 경우 모두 최종 모양은 비슷한 타원형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흐른 경로와 내부 응력 분포는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이는 빛의 세기가 플라스몬의 진동 방향을 바꾸고, 이것이 에너지 흐름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빛의 세기뿐 아니라 나노막대를 빛에 대해 어떤 각도로 놓느냐에 따라서도 변형 속도가 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빛의 편광 방향과 막대가 나란할 때 가장 빠르게, 수직일 때 가장 느리게 변형됐다. 가장 빠른 경우는 가장 느린 경우보다 5배 빨랐다. 이는 빛과 나노입자의 상호작용이 단순한 가열 효과가 아니라 플라스몬이 격자 진동과 결합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빛을 이용한 나노 소자의 에너지 제어, 빛-물질 상호작용 기반 양자 제어, 태양에너지 수확 장치 개발 등에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송창용 교수는 "같은 물질에 같은 파장의 빛을 쏘더라도 세기만 바꾸면 나노입자 내부의 에너지 흐름 경로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눈으로 확인했다"라며 "이는 나노 크기에서 물질 반응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양자기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4853-6 1) 플라스몬(Plasmon): 금속 내부 자유전자들이 빛의 전기마당에 반응해 집단으로 진동하는 현상. 나노미터 크기 금속 입자에서는 국소 표면 플라스몬 떨림이 일어나 특정 파장 빛에 강하게 반응하며 전자기마당을 한곳에 모은다. 2) 펨토초(Femtosecond): 1,000조분의 1초. 빛이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거리를 가는 동안 걸리는 시간이다.
기계 임근배 교수팀, 물속 미세플라스틱과 세균, 햇빛과 전기로 정화한다
[임근배 교수팀, 태양광 기반 신개념 나노전기수력학적 여과 시스템 개발] 햇빛과 전기, 그리고 단순한 구조체만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해 안전한 식수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계공학과 임근배 교수, 박사과정 최운재 씨 연구팀이 ‘태양광’과 ‘전기’로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한 초미세 입자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복잡한 장비와 고압 펌프가 없어도 되는 이 기술은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이 심각한 지역 식수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며, ‘어드벤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안전한 식수 접근성은 전 세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인류의 약 4분의 1은 아직도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와 산업화로 수자원이 빠르게 오염되어 정수 시설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시는 일도 적지 않다. 최근 ‘막(membrane)’을 이용한 정수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으나, 고압 펌프와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나면 막이 막혀 효율이 떨어졌다. POSTECH 연구팀은 ‘나노전기수력학적 여과(nanoelectrokinetic filtration)’ 원리를 적용해 막이 필요 없는 전기 기반 정수 시스템을 새롭게 제안했다. 간단히 말해, 전기로 수 μm(마이크로미터)에서부터 10nm(나노미터) 이하에 이르는 물속 미세 입자들을 밀어내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셀룰로오스 스펀지와 면섬유로 만든 친환경 다공성 구조체에 특수 코팅을 입혀, 물이 통과할 때 내부에 자체적으로 전기장이 집중되도록 설계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 그물망처럼 미세플라스틱이나 세균처럼 음전하(-)를 띤 입자들을 효과적으로 밀어낸다. 복잡한 미세 가공이나 고도의 공정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특히, 기존 나노여과(Nanofiltration)나 한외여과(Ultrafiltration) 시스템은 수십에서 수백 kPa(킬로파스칼)의 고압 펌프가 필요하지만, 이 시스템은 단 1kPa 이하의 낮은 압력, 즉 중력만으로도 작동한다. 그럼에도 단위면적(m2) 및 시간당 400L(리터) 이상의 높은 처리량을 유지한다. 10nm(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 이하 초미세 입자들까지 99% 이상 제거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세척만으로도 성능이 회복돼 2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고, 외부 전원 없이 태양광 충전 배터리만으로 작동할 수 있어 유지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임근배 교수는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던 나노전기수력학 현상을 실제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태양광 기반의 단순하고 효율적인 정수 기술로, 물 부족 지역의 식수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기술은 식수를 정화하는 것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생산 과정에서의 입자 분리, 반도체 공정용 초순수 생산 등 초미세 오염 제어가 필요한 산업 전반에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15435
기계 강대식 교수팀, ‘숨 쉬는 피부 센서’로 피부 정보 읽는다
[POSTECH·아주대·연세대, 장기간 피부 건강 정밀 측정하는 ‘호흡하는 피부 분석기(BSA)’ 개발] 피부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첫 번째 방패다. 그동안 미세먼지, 온도 변화, 습도 등 요인이 피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간 정밀하게 측정하기 어려웠는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이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했다. 기계공학과 강대식 교수 연구팀이 아주대 기계공학과 한승용, 고제성 교수 연구팀, 연세대 홍인식 박사와 함께 피부 건강을 오랫동안 정확하게 측정할 ‘숨 쉬는 피부 분석기(Breathable Skin Analyzer, BSA)’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피부 건강과 환경 요인의 상관관계를 밝혀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피부의 건강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는 ‘피부 수분 함량(SH, Skin Hydration)’과 ‘경피 수분 손실(TEWL, Transepidermal Water Loss)’이다. 수분이 충분하고 수분 손실이 적을수록 피부 장벽이 건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존의 측정 장비들은 단기간 측정에 그쳐 하루 주기나 생활 습관에 따른 변화를 포착하기 어려웠고, 장시간 착용 시 땀이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정확도가 떨어졌다. 연구팀은 공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와, 온도 변화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형상기억합금’을 기반으로 한 이중안정 구동기를 결합해 ‘숨 쉬는 피부 분석기’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측정할 때는 피부에 밀착해 정확한 데이터를 얻고, 측정이 끝나면 센서를 자동으로 띄워 땀을 증발시킨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장시간 착용해도 피부 자극이 적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28일간의 임상시험 결과, 미세먼지 농도 변화가 피부 장벽 손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피부 수분이 줄고 수분 손실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마스크 착용이나 세안 습관 개선이 피부 손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음도 입증됐다. 더불어 연구팀은 군집 기반 이상치 제거 알고리즘(DBSCAN*1)을 적용해 샤워나 땀 등으로 인한 비정상 데이터를 자동으로 걸러내, 일상생활에서도 정밀한 피부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게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숨 쉬는 피부 분석기’는 ▲개인 맞춤형 피부 건강관리 ▲환경 오염의 인체 영향 평가 ▲장기 임상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13g의 초소형·경량 설계와 블루투스 무선 통신 기능을 갖춰 일상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POSTECH 강대식 교수는 “향후 영유아나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기기의 범용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이 기술이 발전하면, 피부뿐만 아니라 공기 질, 생활 습관, 질병 징후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맞춤형 헬스 케어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환경산업기술원(KEITI) 환경보건 디지털 조사 기반 구축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4207-2 1. DBSCAN: Density-Based Spatial Clustering of Applications with Noise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팀, 렌즈 하나로 세상을 더 넓게, 더 가볍게 담아낸다
[노준석 교수팀, '단일층 메타렌즈 180도 초광각 시야' 구현] 세상을 더 넓고 선명하게 담기 위한 과학자들의 도전이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최근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이은지 씨 연구팀은 180도에 가까운 초광각 시야를 구현하면서도 기존 카메라 시스템과 결합할 수 있는 단일층 메타렌즈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초소형 카메라의 핵심 부품을 한층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되며, 광학 및 포토닉스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Laser & Photonics Reviews’에 게재됐다. 스마트폰, 드론, 자율주행차 등에서 더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구현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한 번에 더 넓은 장면을 담을 수 있는 ‘초광각 렌즈’는 상업용 이미징 시스템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기존 렌즈는 여러 유리나 플라스틱 렌즈를 겹겹이 쌓아야 해 부피가 크고 무게가 무거우며, 색이 번지거나 초점이 흐려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수십만 개의 미세한 나노 구조로 빛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메타렌즈’에 주목해 왔다. 여러 개를 쌓는 대신, 단 하나의 메타렌즈 안에 빛의 흐름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이차 위상 프로파일(quadratic phase profile)’을 설계한 것이다. 이 설계 덕분에 단일층 메타렌즈로, 시야각 약 176도에 달하는 ‘반구형(hemispherical)’ 수준의 초광각 이미징을 구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전자빔 리소그래피(EBL*1)와 증착, 리프트오프(lift-off*2) 등 첨단 나노 공정을 통해 이 메타렌즈를 실제로 제작했다. 실험 결과, 가시광선 영역의 빨강(635nm), 초록(532nm), 파랑(450nm) 빛에서도 메타렌즈는 최대 88도의 입사각에서도 초점을 정확히 모으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즉, 일반 카메라처럼 다양한 색의 빛을 받으면서도 왜곡 없이 선명한 영상을 구현한 것이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는 이 메타렌즈가 기존 카메라에 쓰이는 컬러 필터와 호환된다는 점이다. 이는 상용화의 문턱을 크게 낮추는 결과로, 스마트폰이나 드론 등 기존 제품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광학계를 단순화하면서도 고성능을 유지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웨어러블 카메라, 자율주행차의 광학 센서, 그리고 초소형 의료 내시경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글로벌융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lpor.202500098 1. EBL: Electron-Beam Lithography, 전자빔을 이용해 나노 규모의 미세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공정으로, 반도체나 메타렌즈 제작에 사용된다. 빛 대신 전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훨씬 정밀한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2. lift-off: 리소그래피로 형성된 패턴 위에 금속 등을 증착한 뒤,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원하는 나노 구조만 남기는 공정이다. 말 그대로 ‘필요 없는 부분을 들어올려(lift-off) 떨어내는’ 방식으로 미세한 구조를 형성한다.
생명/융합 김상욱 교수팀, 인공지능이 독성 약물 미리 골라낸다
[김상욱 교수팀, 동물과 사람 차이 학습한 AI 개발로 약물 독성 예측] 영국에서 면역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TGN1412’를 사람에게 투여했다가 몇 시간 만에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 여러 명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쓰러진 사례가 있었다. 또한 뇌졸중 치료제로 개발된 ‘아프티가넬(Aptiganel)’ 역시 동물에선 효과가 뛰어났지만, 사람에게선 환각·진정 등 부작용만 나타나 중단된 사례도 있다. 이처럼 동물 실험에선 멀쩡하던 약이 사람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차이를 AI로 학습시켜 임상시험 전에 위험 약물을 미리 골라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김상욱 교수, 생명과학과 박민혁 박사, 통합과정 송우민 씨, 인공지능대학원 통합과정 안현수 씨 연구팀이 AI를 이용해 사람에게 나타날 약물 부작용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의약 분야 국제 학술지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 온라인판에 현지시각으로 지난 28일 실렸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세포나 동물 실험 등의 전임상을 통과한 약물이 사람에게서 뜻밖의 독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람과 동물의 생물학적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콜릿이 사람에게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개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약물은 쥐에게 안전하다고 해서 사람에게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신약 개발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종(種) 간 차이'였다. 연구팀은 세포·쥐·사람 간 생물학적 차이인 'GPD(Genotype-Phenotype Difference, 유전형-표현형 차이)'에 주목해 약물이 겨냥하는 표적 유전자가 사람과 전임상 모델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세 가지 축으로 분석했다. 첫째, 유전자가 생존에 미치는 영향(필수성), 둘째, 조직별로 유전자가 발현되는 양상, 셋째, 생물학적 네트워크에서 유전자의 연결성이다. 위험 약물 434개와 승인 약물 790개 데이터로 검증한 결과, GPD 특성은 사람에서 독성으로 실패하는 약물과 유의하게 연관됐다. 화학 구조만 볼 때보다 예측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독성 물질을 실제로 잘 찾아내는 지표(AUPRC*1)가 0.35에서 0.63, 전체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AUROC*2)는 0.50에서 0.75로 높아졌다. 개발된 AI 모델은 기존의 최신모델들과 비교해 가장 우수한 예측 성능을 보였다. 나아가 독성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할 약물을 경고하는 ‘연대기적(chronological) 검증’에서도 실용성을 보였다. 1991년까지의 약물 정보만으로 AI를 학습시킨 뒤, 1991년 이후 시장에서 퇴출당할 약물을 예측한 결과 95%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세포와 전임상 동물 모델 그리고 사람의 생물학적 차이을 정량 지표로 끌어와 전임상–임상 사이 ‘번역의 벽’을 낮춘 점이 핵심이다. 제약사는 임상 전에 고위험 후보를 걸러 개발 비용과 시간을 아끼고, 환자 안전을 높일 수 있다. 관련 데이터와 주석이 쌓일수록 모델의 효용은 더 커질 전망이다. 김상욱 교수는 "전임상 모델과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을 수치로 반영한 첫 시도"라며, "AI와 생물정보학을 결합하면 신약 개발 '실패의 골짜기'를 크게 줄여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신약을 더 빠르게 개발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공동 제1저자인 박민혁 박사와 송우민 씨는 "사람 중심 독성 예측 모델은 신약 개발 현장에서 매우 실용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며 "제약사가 임상 전 단계에서 고위험 약물을 미리 걸러낼 수 있어 개발 효율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대학 중점연구소지원사업 의료기기 혁신센터와 합성생물학 인력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ebiom.2025.105994 1. AUPRC: Area Under the Precision-Recall Curve, 양성을 정확히 찾아내는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값이 높을수록 모델이 ‘진짜 위험한 약물’을 더 잘 찾아낸다는 의미다. 2. AUROC: Area Under the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curve. 모델이 ‘양성’과 ‘음성’을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범위는 0~1 사이이며, 1에 가까울수록 정확하다.
화학 박수진 교수팀, ‘스스로 쌓이는 리튬’ 전기차 폭발 위험 잡는다
[POSTECH·중앙대, 굴곡 낮추고 친화도 높이는 다공성 구조체 개발로 덴드라이트 억제] 국가소방청에 따르면, 연간 전기차 화재 건수가 2018년 3건에서 2023년 72건으로 5년 새 24배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 중이던 전기차가 폭발하면서 차량 87대가 타고 793대가 그을렸으며,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최대 난제는 ‘폭발 위험’인데, 국내 연구팀이 이를 해결할 새로운 전극 구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리튬이 안전한 경로를 따라 차곡차곡 쌓이게 만드는 기술이다. 화학과·배터리공학과 박수진 교수, 한동엽 박사, 배터리공학과 이가영 석사,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문장혁 교수, 박성수 연구원 공동연구팀이 리튬금속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3차원 다공성 구조체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리튬금속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가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지만, 치명적 약점이 있다.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면 리튬이 뾰족한 바늘 모양으로 자라는 '가지돌기(덴드라이트·dendrite*1)' 현상이 일어난다. 이 바늘이 배터리 내부를 뚫으면 단락(합선)이 일어나 폭발할 수 있다. 연구팀의 해결책은 간단하지만 효과적이다. 전극 내부에 구불구불하지 않은 곧은 통로를 만들고, 아래로 갈수록 리튬이 더 잘 달라붙도록 설계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떠올려 보자. 입구가 좁고 통로가 복잡하면 차들이 제대로 주차하지 못하고 입구에 뒤엉킨다. 하지만 넓고 곧은 진입로를 만들고, 지하층일수록 주차 공간을 넓게 배치하면 차들이 자연스럽게 아래층부터 질서정연하게 주차한다. 연구팀이 만든 전극 구조가 바로 이런 원리다. 연구팀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고 분리되는 원리를 활용한 '비용매 유도 상분리' 공정으로 이 구조를 구현했다. 고분자에 탄소나노튜브와 은 나노입자를 섞어 전기가 잘 통하게 만들고, 구리 기판 위에 은층을 입혀 리튬이 바닥부터 자라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리튬이 아래에서 위로 차곡차곡 쌓이는 '상향식(bottom-up)' 증착이 이뤄졌고, 위험한 가지돌기 발생이 완전히 억제됐다. 이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는 무게 기준 398.1Wh/kg, 부피 기준 1516.8Wh/L의 높은 에너지 밀도도 달성했다. 현재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NCM811, LFP 양극재와 결합한 파우치형 전지에서도 적은 양의 전해액과 낮은 음극-양극 비율이라는 까다로운 상용 조건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박수진 교수는 "복잡한 공정 없이 전극 내부 이온 이동 통로와 리튬 쌓임 방식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라며 "전극 내부의 ‘길’과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전략이 리튬금속전지 실용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대 문장혁 교수는 "단순한 공정으로 전극의 미세 구조와 화학적 구배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어 대량생산에 최적화됐다"라고 연구의 의미를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0919 1. 덴드라이트(dendrite) : 나뭇가지 모양 결정, 전기화학에서는 리튬금속전지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금속 결정
기계 이안나 교수팀, 플라즈마로 불붙은 암모니아, 탄소 없이 우주로!
[POSTECH·기계연, 암모니아와 아산화질소로 탄소 없는 우주추진체 개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025년에 네 번째 발사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누리호를 비롯한 대부분 로켓은 탄화수소계 연료를 사용해 그을음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환경적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이안나 교수, 박사과정 이정락 씨 연구팀이 한국기계연구원(KIMM, 이하 기계연) 강홍재 선임 연구원과 함께 ‘탄소 배출 제로’ 암모니아 추진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로켓 연료의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 우주 추진 기술의 친환경 전환을 앞당길 핵심 기술로 주목받으며, 추진제 및 연소 분야 국제 학술지 ‘연료(Fuel)’에 게재됐다. 최근 위성 군집 운용, 달 탐사 등 장기간 수행되는 우주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추진제의 ‘저장성(storable capability)’이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오랜 시간 보관한 뒤에도 바로 시동이 걸리고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오랫동안 세워둔 자동차가 한 번에 시동이 걸려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나 그을음을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보관과 취급이 쉬운 암모니아에 주목했다. 암모니아는 수소 저장 효율이 높고 장기 보관이 가능하지만, 불이 잘 붙지 않는 낮은 점화성이 실용화를 막는 걸림돌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아산화질소(N₂O)를 산화제로 쓰고, 여기에 ‘회전 활주 아크(이하 RGA, Rotating Gliding Arc) 플라즈마 점화 기술’을 접목했다. RGA 플라즈마는 3차원 공간에서 플라즈마를 활성화해 암모니아에 확실하게 불을 붙이고, 연소를 안정적으로 지속시킨다. 실험 결과, ‘암모니아–아산화질소’ 추진계는 기존의 ‘아산화질소–탄화수소’ 조합보다 비추력(추진 효율)이 높고 연소 온도는 낮아, 성능과 열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당량비*1 0.33~3.0의 넓은 범위에서도 화염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특히, 플라즈마 시동 가스로 암모니아와 아산화질소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재시동성과 운용 유연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번 성과는 ‘탄소 배출 없는 우주 추진’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저장이 쉬운 연료, 단순한 산화제 조합, 안정적인 플라즈마 점화를 결합함으로써 ‘탄소 중립·저열 부하·재시동 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안나 교수, 박사과정 이정락 씨는 “암모니아의 낮은 점화성과 연소 안정성 문제를 혁신적인 플라즈마 기술로 극복했다”라며, “저장성까지 갖춘 친환경 추진체 개발의 방향을 제시한 셈”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기계연 강홍재 선임연구원은 “RGA 기반 플라즈마 점화 기술은 재시동이 요구되는 발사체 및 탐사선 등 다양한 우주 임무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라며, “탄소 배출 없는 추진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fuel.2025.136893 1. 당량비(Equivalence ratio): 연료와 산화제가 혼합된 비율로 얼마나 연료가 많은지 또는 얼마나 적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