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전압 하나로 현미경 모드 전환… ‘스위치형 메타렌즈’ 나왔다
[스위치 하나로 세 가지 관찰 모드를 넘나드는 이미징 기술 개발] 스마트폰 카메라는 버튼 하나로 일반 촬영과 야간 모드를 오간다. 현미경은 어떨까? 세포를 관찰하려면 관찰 방식을 바꿀 때마다 장비를 돌리고,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전압 하나만으로 현미경의 관찰 방식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렌즈가 등장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재경·김홍윤 씨 연구팀이 전기 신호만으로 ‘명시야’, ‘암시야’, 그리고 이 두 방식을 동시에 구현하는 ‘준암시야’ 이미징까지 가능한 메타렌즈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과 응용물리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게재됐다. 현미경으로 세포나 미생물을 관찰할 때, 크게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 하나는 '명시야(Bright-field)' 방식으로, 빛을 그대로 통과시켜 세포의 전체 모양을 밝고 선명하게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암시야(Dark-field)' 방식으로, 직접 통과한 빛은 걸러내고 세포 표면에서 튕겨 나온 빛만 모아 세포 내 작은 구조를 강조한다. 문제는 이 두 방식이 서로 다른 장비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초소형·휴대용 현미경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큰 장애물이었다. 연구팀은 초박형 ‘메타렌즈’에 주목했다. 메타렌즈는 나노미터(nm) 수준의 미세 구조로 빛을 제어하는 차세대 광학 소자다. 그러나 한 번 만들어지면 그 기능이 고정되는 한계가 있었다. 명시야용으로 만들면 명시야만, 암시야용으로 만들면 암시야만 관찰할 수 있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전압에 따라 빛 흡수 특성이 변하는 ‘전도성 고분자’를 내부에 도입했다. 금속과 절연체가 층층이 쌓인 메타렌즈 중심에 고분자 박막을 삽입해, 전압에 따라 렌즈 중심을 통과하는 빛의 양을 정밀하게 조절하도록 설계했다. 실험 결과, –0.2V(볼트) 전압에서는 렌즈 중심으로 빛이 자유롭게 통과해 세포 윤곽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명시야 이미징이 구현됐다. 전압을 0.8V까지 높이자, 렌즈의 중심을 통과하는 직진 빛이 차단되고 세포 표면에서 산란한 빛만 남아 세포핵과 내부가 또렷하게 부각되는 암시야 이미징으로 전환됐다. 특히, 두 전압의 중간 영역에서는 투과광과 산란광이 공존하는 '준암시야(quasi-dark-field)' 모드가 구현돼 세포의 전체 형태와 내부 구조를 한 번에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인간 심장 섬유아세포 촬영을 통해서도 성능을 검증했다. 명시야에서는 넓고 평평한 세포 전체 형태가, 암시야에서는 세포핵과 내부 구조가 강조됐으며, 준암시야 모드에서는 두 가지 정보가 하나의 이미지 안에 동시에 담겼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작동에 필요한 전압이 1V 이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향후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혈액 세포나 세균을 관찰할 수 있는 손바닥 크기 바이오 진단 기기나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광학 시스템, 자율주행차와 드론에 쓰이는 라이다(LiDAR) 센서에도 응용이 기대된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저전압으로 메타렌즈 이미징의 다기능성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라며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소형 광학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POSCO(포스코) 산학연융합연구소,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21163
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 연구팀, 태반을 읽는 새로운 방법… 빛과 소리로 ‘엄마와 아기의 비밀 통로’를 들여다보다
[태반 초음파·광음향 영상 기술의 현재와 미래 총망라]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연구팀이 가톨릭대의대 의공학교실·의과학과 최원석 교수, 허베이의대 산과 Zhifen Yang 교수 연구팀과 함께 빛과 소리를 활용해 태반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최신 의료영상 기술을 정리하고, 임신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리뷰 논문은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임신 기간에만 존재하는 장기가 있다. 바로 아기와 엄마를 이어 주는 태반이다. 태반은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호르몬을 분비하며 면역을 조절하는 등 임신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태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임신중독증, 태아 성장 제한, 조산, 반복 유산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임신 중 태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출산과 함께 사라지는 특성 때문에 연구가 쉽지 않아 오랫동안 ‘미지의 장기’로 남아있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초음파 검사다. 안전하고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태반 미세혈관이나 구조나 기능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할 기술로 ‘광음향 영상(Photoacoustic imaging)’에 주목했다. 광음향 영상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빛을 흡수할 때 발생하는 초음파 신호를 활용해 혈관 구조와 산소 상태를 동시에 보여준다. 기존 초음파의 깊은 조직 관찰 능력과 결합하면 태반 구조, 혈류, 산소 공급 상태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초음파 기법과 광음향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동물 및 전임상 연구 사례를 통해 태반 혈관 재형성과 산소 변화의 영상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초음파 영상을 넘어 혈류 흐름을 매우 빠르게 포착하는 ‘초고속 도플러 영상’, 조직의 물리적 특성을 수치화하는 ‘정량 초음파’, 조직의 단단함을 측정하는 ‘전단파 탄성 영상’ 등 최신 초음파 기술을 활용해 태반 미세혈관의 혈류와 기능을 직접 평가하려는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연구팀은 향후 영상 지표 표준화, 반복 측정 신뢰성 확보, 인공지능 기반 분석 도입이 이루어진다면 임신 합병증 조기 진단과 예후 예측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 영상 기술 정리에서 나아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미래 의료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철홍 교수는 “빛과 소리를 활용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태반을 읽어낼 길이 열리고 있다”라며 “임신 합병증을 빨리 이해하고 예방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최원석 교수는 “초음파 기술 발전으로 태반 진단의 새로운 방법이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다”라며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POSTECH 김철홍 교수,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이동현 씨,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지웅 씨, 전자전기공학과 박사과정 허진석 씨,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전현서 씨, 가톨릭대의대 최원석 교수, 중국 허베이의대 Zhifen Yang 교수, 조직학·발생학과 Shiyang Chang 씨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BK21 FOUR 사업과 중국 국가 및 허베이성 연구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126/sciadv.aed2184
배터리 이민아 교수 연구팀, 불 안 나는 수계 배터리, 수명 문제도 해결했다
[아연 전착과 경쟁하는 수소 발생 잡아 수계배터리 상용화 난제 돌파] 전기차 화재, 스마트폰 발열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한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해질로 ‘물’을 쓰는 수계아연배터리는 그 유력한 대안이지만, 배터리를 사용할 때 물이 분해되며 원치 않는 수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고질적인 약점이 상용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단순한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 배터리공학과 이민아 교수, 권민형 박사 연구팀이 구리 집전체를 친환경 용액에 잠깐 담그는 표면 처리 공정으로, 수계아연배터리의 수소 발생을 억제하고, 아연이 안정적으로 충·방전되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 스토리지 머터리얼즈(Energy Storage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수계아연배터리는 쉽게 불이 붙는 유기 용매를 쓰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화재 위험이 낮고, 음극 소재인 아연 금속은 용량이 크고 경제적이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대형 에너지저장장치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이유다. 문제는 수계 전해질에서 아연 금속을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물 분자가 아연보다 먼저 분해되면서 수소 기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수소 기체는 아연이 전극에 고르게 쌓이는 것을 방해해, 금속이 나뭇가지처럼 들쭉날쭉하게 자라거나 원치않는 부산물을 만들고, 결국에는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기존 연구들이 대부분 수계전해질을 개량하여 수소 기체의 발생을 줄이는 것에 집중했다면 연구팀은 수소가 만들어지는 출발점, 즉 물과 아연이 동시에 환원되는 구리 집전체의 표면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선택한 방법은 구리 집전체를 ‘공융용매(Deep Eutectic Solvent)’라는 특수 용액에 담그는 것이다. 공정 자체는 단순하지만, 효과는 컸다. 이 과정에서 구리 표면에 자연적으로 생긴 산화막이 깨끗이 제거되는 동시에, 수 나노미터(nm) 두께의 얇은 유기 보호층이 새로 형성됐다. 이 보호층은 수소 이온이 구리의 표면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막아 수소 기체 생성을 원천 차단한다. 여기에 더해, 환원 초기 단계에서 자발적으로 구리와 아연으로 이루어진 합금층이 균일하게 형성되도록 해 아연이 판상형으로 촘촘하게 쌓이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 방식으로 성장한 아연은 이상적인 두께에 근접한 106% 수준으로 빽빽하게 쌓였으며, 결정립 크기도 2μm(마이크로미터) 이상으로 성장했다. 결정립이 클수록 아연 입자의 표면적이 줄어 충·방전 반복에도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성능 지표도 현재까지 보고된 수계아연배터리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아연 사용률 30% 조건에서 누적 용량 5.8Ah/cm²(암페어시 퍼 제곱센티미터), 50% 조건에서도 2.2Ah/cm²를 달성했다. 또한, 실험실 수준을 넘어 상용 파우치셀 형태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이 확인돼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POSTECH 이민아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간과된 집전체 표면에 반응 선택성을 부여하여 수계배터리의 효율 저하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라며,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대형 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인 수계아연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STEAM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업혁신인재성장지원사업 (배터리특성화대학원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ensm.2026.104960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AI 전력난 뒤집을 빛의 혁신… 엑시톤 확산 8,300% 증폭 현상 최초 발견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 시대 ‘게임체인저’ 등장… 전자의 한계를 넘는 차세대 저전력 AI 반도체 핵심 원리 세계 최초 제시] 기초과학 연구가 인공지능(AI) 시대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인 전력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의 ‘엑시톤(exciton)’ 이동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간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고, 이를 기존 대비 최대 8,300%까지 증폭시키는 새로운 물리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물리 현상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과 반도체 발열 문제로 대표되는 AI 시대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정보전달 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현재 반도체는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전자가 이동할수록 필연적으로 열이 발생하고, 이는 곧 에너지 손실과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는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할 정도로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엑시톤’이다. 엑시톤은 반도체 내부에서 빛과 전자의 성질이 결합된 입자로,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이동 과정에서 열 발생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차세대 초저전력 정보 전달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엑시톤을 원하는 방식으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실제 소자 응용에 큰 제약이 있었다.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빛과 전기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나노 공진 분광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빛과 전기장이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최소 선폭 정도의 초미세 공간에 모이면서, 반도체 내부의 ‘에너지 지형’을 나노 공간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고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연구팀의 이형우 박사는 이 방법을 통해 특정 영역에 엑시톤을 집중시켰고, 그 과정에서 기존 이론과는 다른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좁은 공간에 모인 엑시톤들이 서로 밀어내며, 오히려 더 빠르고 강하게 바깥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단순히 엑시톤의 개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엑시톤이 얼마나 가파르게 몰려 있는지를 나타내는 ‘밀도 기울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 대비 최대 8,300%에 달하는 엑시톤 확산 증폭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이 현상은 전압만으로 실시간 제어가 가능했다. 스위치를 켜고 끄듯, 전압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엑시톤의 이동 방향과 세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향후 반도체 칩 내부에서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존 전자 기반 회로를 넘어, 빛과 입자의 특성을 동시에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엑시톤 회로’ 구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시한다. AI 데이터센터의 초저전력 인터커넥트, 고효율 광전자 소자, 차세대 태양전지 등에서 엑시톤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미래 산업에서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그리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속적인 기초연구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나노광학 및 양자물성 연구를 꾸준히 지원한 결과,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 확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진행한 이형우 박사와 문태영 씨는 “이번 연구는 나노미터 공간에서 엑시톤의 이동을 직접 생성하고 관측한 첫 사례로,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이동 메커니즘을 확인했다”며 “엑시톤 기반 소자 설계의 핵심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성과는 기초물리 연구를 통해 산업기술 적용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향후 저전력 AI 반도체와 신개념 광소자 융합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3월 31일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63-026-02569-8
IT융합/기계/전자/융합 박성민 교수 연구팀, “잃어버린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빛으로 읽고, AI로 되살린 '나의 목소리'
[목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음성 복원하는 기술 개발] 소리 없이 말해도 들린다. 목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빛으로 읽고, AI를 이용해 실제 목소리로 되살리는 기술이 발표됐다. POSTECH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 기계공학과 홍성욱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현지 기준 지난 3월 23일 사이언스(Science) 파트너 저널 의공학 분야 학술지인 ‘사이보그 및 바이오닉 시스템(Cyborg and Bionic Systems)’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연구의 출발점은 사람이 말할 때 목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에 있다. 소리를 만드는 건 성대만이 아니다. 발화할 때마다 목 주변 근육과 피부도 함께 움직이며, 그로 인해 피부 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 지도'가 그려진다. 연구팀은 바로 이 미세한 움직임 속에 사람이 말하려는 정보가 담겨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정보를 읽어내기 위해 연구팀은 ‘다축 변형 매핑(Multiaxial strain mapping)1) 센서’를 개발했다. 부드러운 실리콘 소재 위에 기준이 되는 작은 점들(marker)과 소형 카메라를 결합한 이 센서는 목에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고, 피부의 아주 미세한 움직임까지 정밀하게 포착한다. 착용 위치와 조임 정도를 개인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재착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자동으로 보정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일상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센서가 수집한 움직임 패턴은 AI가 분석한다. 사용자가 말하려는 단어나 문장을 추정하고, 개인의 음성 특징을 학습한 음성 합성 기술과 결합해 실제 목소리로 재생한다. 소리를 내지 않아도 '말'을 읽고 음성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기존의 음성 복원 기술은 ‘근전도’나 ‘뇌파’ 등 생체신호를 활용했지만, 장비가 복잡하고 착용이 불편해 일상생활에서 쓰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웨어러블(wearable) 형태의 센서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며, 주변 소음이 심한 공장과 같은 환경에서도 높은 정확도로 음성을 재구성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활용 범위도 넓다. 성대 질환이나 후두 수술로 목소리를 잃은 환자의 의사소통 보조는 물론, 마이크나 무전기 없이 소통이 가능한 산업 현장용 기술, 더 나아가 도서관이나 회의실에서 소리 없이 대화하는 '조용한 커뮤니케이션'까지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POSTECH 박성민 교수는 "이 기술로 발성 장애 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날을 앞당길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발성 장애 환자는 물론, 주변 소음이 심한 공장이나 산업 현장, 나아가 소리 없는 대화까지 응용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교육부 박사과정연구장려금사업, 중견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spj.science.org/doi/10.34133/cbsystems.0536 1. 다축 변형 매핑(Multiaxial strain mapping): 기존 변형률 센서가 1개 축의 움직임만 감지할 수 있었던 한계를 넘어, 2축 이상의 다각도 변형을 동시에 측정해 표면의 변화를 입체적인 '맵(Map)' 형태로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기계 안지환 교수 연구팀, “열에도 안 무너지는 촉매” 탄소중립 기술 약점 잡았다
[고온에서도 버티는 ‘금속-금속 촉매’ 원천기술 개발]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수소로 깨끗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의 핵심은 ‘촉매’다. 하지만 고온에서 작동해야 하는 차세대 에너지 장치 안에서 촉매가 쉽게 망가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를 해결할 새로운 촉매 설계법이 발표됐다. POSTECH 기계공학과 안지환 교수, 김현민 박사 연구팀은 중국 난징정보과학기술대(NUIST) 윤페이부(Yunfei Bu) 교수, UNIST 조승호 교수, 서울대 한정우 교수와 함께 고온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금속-금속’ 구조 촉매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고체 산화물 전지(Solid Oxide Cell)1)’는 700℃ 이상 고온에서 수소로 전기를 만들거나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바꾸는 친환경 에너지 장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촉매가 쉽게 망가진다는 점이다. 기존 촉매는 ‘금속’과 ‘산화물’이 맞닿은 구조인데, 두 물질의 ‘결’이 맞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틈이 생기고, 결국 나노입자들이 뭉치거나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 마치 서로 다른 재질의 퍼즐을 억지로 끼워 맞춰 금이 가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촉매의 구조 자체를 바꿨다. ‘금속’과 ‘산화물’을 붙이는 대신, ‘금속’과 ‘금속’을 연결한 ‘금속-금속’ 계면2)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이중층 수산화물(Layered double hydroxide, 이하 LDH)3)’에 주목했다. 이 소재는 열을 가하면 구조가 재배열되는 특성이 있는데,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금속 지지체와 나노입자가 하나로 결합된 안정적인 ‘금속-금속’ 계면이 형성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코발트와 철이 결합된 합금 촉매를 구현했다. 이렇게 형성된 구조는 서로 다른 물질을 억지로 붙인 기존 방식과 달리, 금속끼리 단단하게 맞물려 고온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 촉매는 600℃ 이상 고온에서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으며, 800℃에서는 단위 면적당 1.57W의 높은 출력 성능을 기록했다. 또한 산소 이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재와 결합했을 때 성능과 내구성이 동시에 향상되는 것도 확인됐다. 이는 장시간 운전에도 성능 저하가 적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저온 소재에 머물렀던 기술의 한계를 넘어, 고온 전기화학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용화될 경우 수소 연료전지의 효율을 끌어올리고, 이산화탄소를 다시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등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김현민 박사는 “이 기술은 수소 연료전지를 넘어 이산화탄소 전환과 합성연료 생산 등 다양한 차세대 에너지 변환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적 설계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안지환 교수는 “고체산화물전지를 포함한 고온 전기화학 시스템에서 촉매 활성·내구성·연료 다양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수소 경제와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 경쟁에서 국내 원천 소재·공정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지원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 DOI: https://advanced.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dfm.202526545 1. 고체 산화물 전지(Solid Oxide Cell, SOC) : 고온에서 연료전지 모드를 통해 연료 (예시: 수소, 탄화수소 등)의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직접 변환하거나 전해 모드를 통해 전기 에너지를 연료 (예시: 수소, 일산화탄소, 합성 가스 등)으로 직접 변화하는 고체 전해질 기반 전기화학적 에너지 변환 장치를 말한다. 2. 금속-금속 계면(Metal-Metal Junction) : 금속 지지체와 표면에 분포한 금속 나노입자가 맞닿는 계면을 의미한다. 3. 이중층 수산화물(Layered Double Hydroxide, LDH) : 원자 수준에서 다양한 금속을 균일하게 배치할 수 있는 2차원 층상 구조체로, 정교한 촉매 설계를 위한 혁신적인 ‘프레임워크(Framework)’ 역할을 한다.
최세규·김종경 교수 공동 연구팀, “피부도 예습한다” 상처 전에 미리 재생 준비시키는 세포
[부분적·모자이크 리프로그래밍 전략으로 상처 회복 반응 증폭 원리 규명] ‘예습한 학생이 시험을 더 잘 본다’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제 피부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상처가 생기고 나서야 부랴부랴 회복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피부 세포 일부를 미리 '준비된 상태'로 바꿔 상처가 생기는 순간 곧바로 빠른 회복에 돌입할 수 있는 원리를 국내 연구팀이 밝혀냈다. 최근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최세규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곽민준·조예민 씨 연구팀,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 통합과정 최은준 씨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 가톨릭대, 미국 워싱턴대와 함께 피부 세포의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이 주변 세포와 조직 환경을 바꾸어 상처 회복을 촉진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바깥을 감싸는 조직으로, 크고 작은 상처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작은 상처는 며칠 안에 아물지만,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는 작은 상처 하나가 수개월씩 낫지 않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재생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세포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이다. 이 기술은 ’야마나카 인자(OSKM)’라고 불리는 네 가지 단백질(Oct4, Sox2, Klf4, c-Myc)을 세포 내에서 과발현 시켜 배아줄기세포 같은 초기 상태로 만든다. 다만, 세포를 완전히 초기화하면 강한 재생 능력이 생기는 대신 세포의 증식과 분화가 통제되지 않아 종양으로 자랄 위험이 있었고, 실제 치료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완전 초기화’ 대신에 ‘살짝 되감기’를 택했다. 무엇보다 이를 일부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했다. 전체 세포가 아닌 몇 개에만 야마나카 인자를 적용하되, 그 세포들조차 완전히 되돌리지 않고 ‘살짝 더 젊은 상태’로만 바꾸는 ‘부분적·모자이크 리프로그래밍’ 전략이다. 적용하는 세포 수도 줄이고, 되감는 정도도 약하게 하는, 이중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이다. 동물 실험 결과, 상처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도 피부 전체가 '재생 준비 모드'로 전환됐다. 리프로그래밍된 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인 세포, 면역세포, 피부를 둘러싼 미세환경 전체가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부 세포들이 'PI3K-AKT', 'EGFR', 'HIF-1α' 등 생체 신호를 활성화한 결과다. 이 신호들은 세포 성장과 생존, 산소 환경 적응과 관련된 핵심 경로로 세포들 사이에 ’우리 곧 상처가 생길 수도 있으니 미리 대비하자’라는 메시지가 퍼져나간 셈이다. 실제로 상처가 생겼을 때는 그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처 부위를 덮는 새로운 세포층이 빠르게 형성됐고, 혈관 형성과 면역 반응도 적절히 조절됐다. 그 결과, 치유 속도가 빨라지고 흉터도 줄었다. 특히, 당뇨 환경에서도 피부 재생 능력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최세규 교수는 “세포 하나하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 간 소통을 통해 피부 조직 전체 상태를 바꿀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제1저자인 곽민준 씨는 “상처 회복이 더딘 당뇨 환자나 고령자를 위한 치료는 물론, 항노화 기술과 만성 상처 치료용 의약품 및 기능성 소재 개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의 인공아체세포 기반 재생치료 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신진연구사업, 기초연구사업 (기초연구실), 면역기전제어기술개발 및 줄기세포 ATLAS 기반 난치성 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69047-2
화공 윤용주 교수 연구팀, 카이랄 분자 ‘골라 만드는’ 촉매 기술, 공정 효율 높인다
[백금 촉매 표면 단계적 제어 통해 선택적 수소화 성능 향상] POSTECH 화학공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윤용주 교수, 시스템생명공학부 통합과정 윤민지 씨 연구팀이 최근 생김새는 같지만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카이랄(Chiral) 분자’를 정밀하게 선택·생산할 수 있는 백금(Pt) 촉매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불필요한 분리 공정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일 성과로 촉매 분야 국제 학술지 ‘ACS 카탈리시스(ACS Catalysi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카이랄 분자’는 왼손, 오른손처럼 서로 겹치지 않는 두 형태(거울상 이성질체)로 존재한다. 구성 성분이 똑같아도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1950년대 임산부에게 처방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례처럼 한쪽은 입덧을 완화하는 등 효과를 내지만, 다른 쪽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약 산업에서는 원하는 방향의 분자만 만드는 것이 안정성과 효능 모두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이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금속 촉매를 이용한 ‘수소화’ 반응이다. 크기가 작고 가벼운 수소를 이용해 분자 구조를 바꾸는 이 과정에서는 백금(Pt) 등 금속 촉매가 반응이 빨리 진행되도록 돕는다. 여기에 촉매 표면에 ‘카이랄 개질제(반응 방향을 조절하는 보조 물질)’를 더하면, 반응물이 특정한 방향으로만 접근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 원하는 형태의 분자를 선택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촉매 표면 성질을 바꾸는 ‘카이랄 개질제’가 촉매 표면에서 어디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촉매 표면에는 가장자리나 모서리처럼 이웃하는 원자들이 적은 ‘불안정한 자리(저배위 자리)’와 비교적 평탄하고 원자 배열이 정돈된 ‘안정적인 자리(잘 배위된 자리)’가 함께 존재한다. 카이랄 개질제가 안정적인 자리에 자리 잡을수록 원하는 거울상 이성질체가 선택적으로 생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조 유기물을 이용해 안정적인 자리만을 선택적으로 노출시키는 촉매 표면 제어 방식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보조 유기물을 단일 처리하는 기존 방식은 불안정한 자리뿐 아니라 안정적인 자리까지 함께 덮어버리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촉매 표면을 반복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에틸렌디아민(이하 EDA, Ethylenediamine)이라는 간단한 유기 분자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카이랄 개질제가 잘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불안정한 자리에는 EDA 잔여물이 채워지고, 카이랄 개질제가 자리 잡기 적합한 안정적인 자리는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백금 표면에도 전자를 덜 가진 상태의 백금(Ptδ+)이 늘어 카이랄 개질제가 보다 강하고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 마치 작업 공간을 조금씩 정리해 꼭 필요한 작업대만 남기게 된 셈이다. 실험 결과, 이렇게 설계된 촉매는 거울상 이성질체 선택도를 최대 96.5%까지 끌어올렸다. 반응 속도 역시 향상됐다. 연구팀의 기술은 두 형태가 섞인 상태로 생산된 뒤 원하는 것만 분리해야 했던 기존의 공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처음부터 원하는 형태의 분자를 높은 비율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분리·정제 과정이 줄고, 생산 비용과 에너지 사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의약품 품질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윤용주 교수는 “반복 공정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접근을 통해 촉매 표면의 전자 상태와 구조를 동시에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이 기술은 거울상 이성질체 선택적 수소화 반응을 넘어 다양한 선택적 반응에서 촉매 성능을 향상시키는 범용 설계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ERC)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catal.5c08078
화학 김경환 교수 연구팀, ‘물이 특별한 이유, 미스터리 드디어 풀렸다’ 10년간 뚝심 있는 연구로 교과서 바꿀 발견
[세계 최초 영하 60℃서 물의 임계점 실제 관측, 물의 비밀 풀 단서 규명] 인류가 수백 년간 풀지 못했던 물의 가장 깊은 비밀이 국내 연구진의 10년에 걸친 끈질긴 연구 끝에 마침내 밝혀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POSTECH 김경환 교수 연구팀이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물리학과 앤더스 닐슨 교수팀과 공동으로 물의 '액체-액체 임계점'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 및 선도연구센터)’과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誌에 게재1)됐다. 물은 가장 중요한 물질이자 인류가 가장 오래 연구해 온 대상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가장 특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물질로 꼽힌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액체는 얼기 직전까지 온도가 낮아질수록 무거워지지만, 물은 4℃에서 가장 무거워졌다가 그보다 차가워지면 오히려 가벼워지는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이 때문에 겨울에도 강이나 호수의 표면만 얼고 아래쪽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남아, 그 속에서 생명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왜 물이 다른 액체와 다르게 이러한 특징을 가지게 되었는지 근본적인 이유는 과학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 중 하나로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 가설은 물이 고밀도 물과 저밀도 물이라는 두 종류의 액체상으로 공존하며, 특정 온도(임계점)에 도달하면 그 구분이 사라져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물이 된다는 가정이다. 학계에서는 이 임계점이 존재한다면 영하 40℃에서 영하 70℃ 사이의 극저온 영역에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물은 영하 40℃ 이하로 내려가면 매우 빠르게 얼어버리기 때문에, 누구도 실험을 통해 임계점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으며, 수십 년 동안 논쟁으로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영하 70℃에서도 얼지 않은 물을 만들기 위해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은 빛을 내며 10조분의 1초 단위로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X선 자유전자레이저(PAL-XFEL)’를 활용하였고, 실험 끝에 ‘액체-액체 임계점’이 영하 60℃ 부근에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번 성과는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질이 고밀도 물과 저밀도 물의 경쟁에서 비롯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미 2017년에는 영하 45℃까지 얼지 않은 물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였으며, 2020년에는 영하 70℃까지 관측 범위를 넓혀 사이언스지에 두 차례 성과를 게재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연구팀은 물의 온도와 압력에 따른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하며 끈질기게 연구를 이어온 끝에, 임계점 관측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 성과가 다시 한번 사이언스지에 게재되면서 전 세계에 연구팀의 집념과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김경환 교수는 “물의 특별한 성질과 ‘액체-액체 임계점’을 둘러싼 오랜 세월 동안의 학계 논쟁이 마침내 매듭지어지게 됐다"라고 이번 성과의 의의를 밝히며, “이번 발견은 생명 현상을 비롯해 다양한 자연 현상에서 물이 갖는 필수적인 역할을 규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ec0018 1) 논문명 : Experimental evidence of a liquid-liquid critical point in supercooled water
IT융합/기계/전자/융합 박성민 교수 연구팀, 몸속에서 스스로 부드러워진다? ‘변신 전극’ 나왔다
[가변 강성·액체 금속 적용 척수 신경 자극기 개발, 삽입 편의성·장기 안정성 확보] 약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성 질환을 전기로 다스릴 수 있다면 어떨까. 신경에 직접 신호를 보내 몸의 균형을 되돌리는 ‘신경 조절’ 기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 가능성을 한 단계 현실로 끌어당겼다. POSTECH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 기계공학과 홍성욱 박사 연구팀이 몸속에 삽입할 때는 단단하고, 몸 안에서 수분과 만나면 부드럽게 변하는 척수 신경 자극기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Nature) 파트너 저널이자 의공학 분야 학술지인 ‘npj 유연 전자소자(npj flexible electronics)’ 온라인판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4일 소개됐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은 흔히 생활 습관이나 유전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신경 불균형’이 근본 원인 중 하나라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약 대신 신경에 직접 전기 신호를 보내 몸의 조절 기능을 되살리는 ‘신경 조절1)’ 치료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신경 조절’ 치료 핵심은 신경과 밀착해 자극과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 자극기다. 문제는 이 자극기가 삽입 과정에서는 좁은 척수 공간을 정확하게 통과할 만큼 단단해야 하고, 자리 잡은 이후에는 주변 신경 조직처럼 부드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모순이 이 분야의 가장 큰 난제로 꼽혀왔다. 연구팀이 찾은 해법은 '변신'이다. 물에 녹는 ‘희생층’을 활용한 가변 강성 구조를 적용해, 삽입 시에는 단단함을 유지하고 체내 수분을 만나면 수 분 내에 부드럽게 변하도록 설계했다. 딱딱한 알약 캡슐이 위에서 녹아 약 성분을 내보내는 것처럼, 이 장치도 환경에 반응해 스스로 형태를 바꾼다. 부드러워진 장치는 척수에 밀착된 상태로 신경 조직과 함께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전기를 전달하는 방식도 개선했다.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저항이 변하면서 신호가 불안정할 수 있는 ‘고체 금속’ 대신 연구팀은 ‘액체 금속’을 사용했다. 액체 금속은 형태가 변해도 전기적 특성이 거의 유지돼, 자유롭게 움직이는 환경에서 안정적인 신호 전달이 가능하다. 비용도 줄였다. 기존 신경 자극기는 고가의 반도체 공정과 금 소재를 사용해 제작 비용이 비싸지만, 연구팀의 기술은 액체 금속과 레이저 가공 공정을 적용해 제조 단가를 크게 낮췄다. 쥐의 척수에 장치를 부착해 교감신경을 조절한 결과, 혈압을 낮추고, 발바닥 통증 자극에 따른 감각 신호를 안정적으로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 자극’과 ‘신호 측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양방향 신경 인터페이스’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 기술의 활용 범위는 넓다. 미주신경 자극을 통한 간질·우울증 치료, 척수 신경 자극을 활용한 고혈압 조절과 마비 재활, 경골 신경 자극을 이용한 과민성 방광 치료 등 약물 치료에 한계가 있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에게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박성민 교수는 "기계적·전기적 성능과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신경 자극기 기술"이라며, "만성 질환 치료를 위한 지능형 신경 조절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이공분야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교육부 박사과정연구장려금사업 중견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교육부의 국가연구소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28-026-00557-1 1. 신경 조절(Neuromodulation): 약물 중심의 기존 치료를 넘어, 전기적 자극, 자기장, 빛 등을 통해 중추·말초·자율신경계의 활동을 조절하여 우울증, 통증, 인지기능 저하 등을 치료하는 비침습적 또는 침습적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