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감종훈 교수 연구팀, "가뭄 뉴스, 빠를수록 물 아낀다?" AI로 맞춤형 물 절약 신호 읽는다
[설명 가능한 AI로 뉴스 보도와 물 절약 행동 관계 규명] 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통합과정 이은미·최승희 씨 연구팀이 국토연구원 이상은 박사,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윤현철 박사, 스탠포드대 Newsha K. Ajami 박사, 싱가포르국립대(NUS) Xiaogang He 교수 연구팀과 함께 '설명 가능한 AI(XAI1))'를 이용해 가뭄 뉴스 보도가 물 절약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물 절약의 경제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수자원 분야 국제 학술지 ‘Water Resources Research’에 게재됐다.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이 반복되면서 수자원 확보와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뭄 발생 시 정부는 물 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지만, 이러한 메시지가 실제 가뭄 발생 지역별 물 절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측정하기 어렵다. 기존 수문학적 물리모델로는 미디어 보도나 시민 인식 같은 사회적 요인을 반영하지 못해 지역별로 현실적인 물 절약 목표치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먼저 5년간의 가정용 물 사용량 데이터를 분석해 월별 물 절약률을 산출하고, 지역별 물 사용 패턴을 비교했다. 그 결과, 2022~2023년 광주 전남 가뭄 기간 인구 밀도가 높고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일수록 가뭄 기간 자발적인 물 절약 비율이 더 크게 나타났다. 대도시 물 절약률은 최대 약 10%까지 증가한 반면, 농촌 지역은 약 3%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2022~2023년 광주·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 데이터와 당시 가정용 물 사용량, 가뭄 관련 뉴스 보도량, 뉴스 감성 분석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분석 결과, 모델 중 ‘N-BEATS’ 기반 모델이 대도시와 농촌 지역 모두에서 73%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물 절약률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 발생 초기와 ‘주의’ 단계에서 가뭄 관련 뉴스의 증가는 대도시(광주)에서는 가정용 물 절약률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어 약 11억 4천만 원의 수돗물 생산 비용 절감 효과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수돗물 생산 비용 절감 효과가 약 4억 6천만 원 수준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지역별 사회경제적 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대도시는 절약 가능한 생활용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정보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 미디어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반면, 농촌 지역은 기본 생활용수 비중이 높아 추가적인 절약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뉴스 보도 효과는 가뭄의 심각성 단계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이 심각해져 이미 물 절약이 상당 부분 이뤄진 ‘경계 단계’에서는 뉴스 보도를 늘려도 추가적인 절수 효과는 가뭄 ‘주의 단계’에 비해 크지 않았다. 이는 언론 홍보와 정책 메시지가 가뭄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일률적인 절수 목표가 아니라, 지역 특성과 가뭄 단계에 맞춘 현실적인 물 절약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1저자인 이은미 씨는 “기후위기 시대에 가뭄의 심각성과 함께 사회적 요인을 함께 고려한 분석이 보다 정교한 가뭄 대응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행정안전부 재난 안전 공동 연구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DOI: https://doi.org/10.1029/2025WR042406 1. XAI: 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을 말한다.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상온 단일양자광원, 초집속 빛으로 포획하고 양자상태까지 바꾼다
[카멜레온처럼 변모하는 양자나노광학 기반 포획·센싱·제어·분광 복합현미경 개발] 양자기술의 핵심 난제 중 하나는 단일양자광원을 원하는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만들고, 그 특성을 필요에 따라 바꿔 쓰는 것이다. 양자광원은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양자센싱의 핵심 구성요소로 꼽히지만, 지금까지는 나노미터 크기의 단일양자입자를 원하는 순간에 붙잡고, 정렬하고, 동시에 광학적 특성까지 능동적으로 바꾸는 데 큰 한계가 있었다.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물리학과 구연정 박사 연구팀은 상온 액체 환경에서 단일양자광원을 초집속 나노빛으로 포획하고, 밝기와 에너지, 양자결합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양자나노분광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일양자광원을 단순히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빛으로 붙잡고, 정렬하고, 원하는 특성으로 바꿔 쓸 수 있는 ‘능동형 양자나노현미경’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단일양자점은 상온에서 작동 가능한 양자광원으로 큰 잠재력을 지닌다. 그러나 크기가 매우 작고 외부 환경에 민감해 원하는 위치에 하나씩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그 광학적 특성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양자기술 상용화에 큰 제약이 있었다. 또한 단일양자광원의 밝기, 파장, 편광, 위치 등을 동시에 조절하는 것은 차세대 양자기술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지만, 기존 광변조 플랫폼에서는 구현이 제한적이었다.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탐침증강 나노광포획 분광법(TENT, tip-enhanced nano-optical trapping)’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단일양자점이 액체 속에 자유롭게 떠다니게 한 뒤, 금 탐침 끝에 빛을 나노미터 크기로 강하게 집중시켰다. 이때 형성되는 초집속 나노빛은 단일양자입자를 탐침 끝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포획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초집속 나노빛이 만드는 돌림힘에 의해 포획된 양자점이 빛과 가장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정렬되는 현상도 확인했다. 이는 단일양자광원을 보다 안정적이고 재현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원리가 된다. 개발한 장비의 가장 큰 특징은 포획에 그치지 않고, 단일양자광원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탐침과 기판 사이의 간격을 정밀하게 조절해 빛이 갇히는 나노미터 공간의 크기를 변화시켰고, 이를 통해 방출되는 단일양자광의 밝기와 에너지, 양자결합 세기를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탐침이 단일양자입자에 가하는 초고압력을 이용해 추가적인 양자상태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 쉽게 말해, 이번 기술은 단일양자광원을 ‘찾아서 관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빛으로 불러오고 붙잡아 필요한 특성으로 바꿔 쓰는 새로운 방식이다. 하나의 입자가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양자광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멜레온처럼 변모 가능한 양자나노광학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TENT 플랫폼은 포획, 센싱, 제어, 분광 기능을 하나의 장치 안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일입자를 붙잡는 동시에 빛과 상호작용시키고, 그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며 제어할 수 있어, 양자광소자 연구는 물론 극미량 물질을 감지하는 초고감도 센싱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다. 향후 이 기술은 양자통신용 단일광자원, 양자 스위치 및 변조기, 나노양자센싱, 바이오메디컬 센싱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액체 환경에서 작동한다는 점은 바이러스, 단백질, 나노입자, 미세플라스틱 등 극미량 물질을 단일입자 수준에서 분석하는 차세대 바이오·환경 센싱 플랫폼으로의 가능성을 높인다. 논문의 제1저자인 구연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액체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단일양자광원을 안정적으로 포획하고, 그 방향과 양자광 특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한 사례”라며 “관찰조차 어려운 상온 단일양자광원을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적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성과는 양자현상을 수동적으로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금 탐침 끝에 맺힌 초집속 나노빛을 이용해 양자특성을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양자나노현미경을 개발한 것”이라며 “향후 초고감도 바이오메디컬 센싱, 나노양자센싱, 차세대 양자광소자, 양자정보과학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POSTECH 물리학과 신재훈, 통합과정 오현민·김수정 씨, 황종근 박사, 이형우 박사가 함께 연구를 수행했으며, IBS 서영덕 부연구단장, 충북대 이현석 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장정훈 박사가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600045
기계/IT융합/생명/융합 장진아 교수 연구팀, 매일 주삿바늘 대신 '내 몸속 인슐린 공장', 현실이 된다
[전기 자극 입힌 바이오프린팅 플랫폼 개발, 당뇨병 치료 상용화 앞당길까]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연구팀이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췌장 세포에 전기적 신호를 흘려보내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을 최대 4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생명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지환 씨, 미래IT융합연구원 용의중 박사 연구팀이 전도성 잉크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하는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췌장 조직에 균일한 전기 자극을 주는 전기 자극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 안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β(베타)세포가 면역 공격을 받아 사라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건강한 췌장은 혈당이 오르면 자동으로 인슐린을 내보내지만, 제1형 당뇨 환자는 이 기능 자체가 망가져 있다. 현재로서는 인슐린 주사나 펌프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로 췌도1) 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췌도 세포는 혈당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부족했다. 출고된 제품이 실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전기적 환경'에 주목했다. 실제 우리 몸속에 있는 췌도 세포는 끊임없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혈당을 조절하는데, 실험실 배양 환경에서는 이런 전기 활동이 전혀 재현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내놓은 해법은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전기 자극 플랫폼 'CoNECT(Conductive Electrode Navigating Electrical Cue to Tissue)'다. 이름처럼 세포와 전기를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플랫폼의 핵심은 특수 제작한 전도성 잉크에 있다. 생체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전기를 잘 흘릴 수 있도록, 기존 바이오프린팅 소재에 탄소나노소재를 섞어 만들었다. ‘CoNECT’는 전도성 잉크와 세포를 담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해 하나의 구조물로 완성된다. 마치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와 철근을 함께 쓰듯, 전극 역할을 하는 수직 구조물을 조직 안에 세우고 사이사이에 췌장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외기질(dECM2)) 기반 바이오 잉크를 정밀하게 배치했다. 그 결과, 바깥에서 전기를 단순히 흘려보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전극이 조직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자극이 조직 전체에 고르게 전달됐다. 이렇게 자극을 받은 췌도 세포는 세포 간 신호 전달이 활발해졌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향상됐다. 특히 혈당 변화에 따라 인슐린을 얼마나 잘 분비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index’는 전기 자극을 가한 경우 6.66으로 측정되었다. 실제 사람의 췌도에서 측정되는 GSIS3) index가 3-4 수준임을 고려하였을 때, 실험실에서 만든 췌도 세포가 실제 사람의 췌도에 가까운 수준으로 성숙했다는 뜻이다. 장진아 교수는 "전극과 조직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해 줄기세포 유래 췌도 세포 기능을 실제 치료 수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 기술은 당뇨 치료를 넘어 심장과 신경 같은 전기 신호가 중요한 다른 장기 조직 연구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산업기술개발사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600045 1. 췌도: 췌장 안에 섬처럼 흩어져 있는 작은 세포 덩어리로 'Islets of Langerhans(랑게르한스섬)'이라고도 부른다. 2. dECM(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 탈세포화된 세포외기질): 실제 조직에서 세포만 제거하고 남긴 세포 바깥의 구조물을 말한다. 3.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포도당 자극 인슐린 분비):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졌을 때 췌도 베타세포가 이를 감지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반응이다. GSIS 지수가 높을수록 혈당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으로, 췌도 세포 기능적 성숙도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
인공지능 이남훈 교수 연구팀, "질문 탓인가, AI 탓인가" AI 오류 원인 가려낸다
[AI 답변 오류 원인 구분·분석하는 기술 개발... ACL 2026 구두 발표 채택] 챗GPT에 같은 질문을 물어봐도 답이 조금씩 달라질 때가 있다. 정말 알고 답한 것일까, 잘 모르면서 그럴듯하게 말한 것일까? 국내 연구진이 AI의 '확신' 속에 숨겨진 불확실성 원인을 분석해, AI가 왜 틀렸는지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POSTECH 인공지능대학원 이남훈 교수, 통합과정 정진석 씨, 석사과정 송민경·정현지 씨 연구팀이 거대언어모델(LLM) 예측에 담긴 불확실성을 원인별로 분리해 측정하는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7월 2일부터 7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자연어처리 및 전산언어학 분야의 국제 학회인 ACL(Annual Meeting of the Association for Computational Linguistics) 2026에 구두 발표 논문으로 채택됐다.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은 몇 개의 예시만으로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는 '맥락 내 학습(In-Context Learning)1)' 능력이 있다. 하지만 같은 질문에도 답변이 달라지거나 틀린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경우가 있어, AI의 판단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의 불확실성은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질문이나 데이터 자체가 모호해 하나는 누구라도 답하기 어려운 경우(우연적 불확실성)와 AI가 관련 지식이나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한 경우(인식적 불확실성)다. 이 둘은 해결 방법이 완전히 다르지만 기존 방법으로는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POSTECH 연구팀은 입력 문장이나 출력 결과를 반복적으로 바꿔가며 추정하던 기존 방식 대신, AI 모델 내부를 직접 분석하는 접근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의 핵심은 '셀프-함수 벡터(Self-Function Vector)2)'라는 개념으로 모델 내부 활성값을 활용해 AI가 예시를 통해 학습한 핵심 개념을 벡터 형태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AI가 예시를 보고 머릿속에 형성한 '생각의 핵심 요약본'을 꺼내 보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 벡터를 활용해 데이터의 모호함에서 비롯된 불확실성과 모델의 지식 부족에서 발생한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분리해 측정했다. 이 과정에서 AI 내부 작동 원리를 분석하는 '기계론적 해석가능성(Mechanistic Interpretability)' 연구와 베이지안 추론 이론을 결합해 새로운 분석 틀도 함께 제시했다. 또한, 이 기술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평가 체계도 개발했다. 데이터 모호함과 모델의 지식 부족 정도를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환경을 설계해 불확실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의 방법은 70억~700억 개 규모 모델에서도 일관된 성능을 보였다. 두 종류의 불확실성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 패턴을 보이며, 기존보다 명확하게 분류함을 정량적으로 입증하였다. 특히, 이 기술은 AI 환각3) 탐지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이며,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남훈 교수는 "AI 내부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와 불확실성 측정을 연결한 새로운 시도"라며 "AI가 왜 확신하지 못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되면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공지능대학원 지원사업, '의사결정을 위한 비전·언어 인과추론 퓨샷 학습' 사업, '인간처럼 개념적으로 이해·추론하는 인공복합지능 개발' 사업,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고성능컴퓨팅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48550/arXiv.2606.19353 1. 맥락 내 학습(In-Context Learning, ICL): 거대언어모델이 별도 추가 학습 없이, 프롬프트에 주어진 소수의 예시만으로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이다. 2. 셀프-함수 벡터(Self-Function Vector): 모델 내부 특정 어텐션 헤드(attention head) 활성값에 압축적으로 담긴 작업 표현한다. 연구팀은 이를 변형해 개별 프롬프트의 잠재 개념을 직접 반영하는 '셀프-함수 벡터'를 새롭게 제안했다. 3. 환각(Hallucination): 거대언어모델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현상이다.
기계 김석 교수 연구팀, "반도체도 초고층 시대" 아파트처럼 쌓아 성능 높인다
[초박형 반도체 칩 10층 이상 적층… 상용 HBM 대비 4배 높은 집적 밀도 구현] 국내 연구팀이 머리카락 굵기 5분의 1에 불과한 초박형 반도체 칩을 10층 이상 안정적으로 쌓는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 김석 교수, 통합과정 김우현 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금호현 박사 연구팀은 칩을 옮기는 동시에 금속 접합까지 가능한 새로운 공정을 통해 상용화된 고성능 메모리보다 약 4배 높은 집적 밀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다학제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Results in Engineering'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챗GPT, 이미지 생성 AI, 자율주행 자동차. 우리 일상을 파고드는 AI 서비스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갈수록 얇아지는데 반도체는 갈수록 강력해질 수 있는 비결은 칩을 옆으로 넓히는 게 아니라 위로 높이 쌓는 것이다. 도심 땅값이 오르면 단독주택 대신 아파트를 짓는 것과 같다. 특히, 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High Bandwidth Memory)’는 메모리 칩을 여러 개 층층이 쌓아 만드는 구조여서 얼마나 많은 칩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문제는 칩이 얇아질수록 다루기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수십 마이크로미터(㎛) 이하, 즉 머리카락 굵기보다 칩의 두께가 얇아지면 칩이 휘거나 깨지기 쉽다. 마치 두꺼운 도화지는 몇 장을 쌓아도 반듯하지만, 얇은 한지를 여러 장 겹치면 금세 구겨지고 어긋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층수가 늘어날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두 가지 기술을 하나로 합치는 전략을 세웠다. 칩을 원하는 위치에 정밀하게 옮겨 붙이는 '전사 프린팅(Transfer Printing)'과, 칩을 이송하는 바로 그 순간 금속 접합까지 동시에 완료하는 '실시간 본딩(In-situ Bonding)'을 통합한 것이다. 덕분에 칩을 옮기고, 붙이고, 연결하는 과정이 한 번에 이뤄진다. 새 공정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두께 약 14㎛의 초박형 실리콘 칩을 제작했다. 이 작디작은 칩 내부에는 전기 신호가 ‘위아래’로 오가는 통로와 ‘좌우’로 퍼지는 배선 구조가 함께 설계돼 있어, 다층 적층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췄다. 연구를 통해 개발한 공정을 이용해 연구팀은 180℃ 이하 저온, 20kPa(킬로파스칼) 이하 저압 조건에서 이 초박형 칩을 10층 넘게 안정적으로 적층하는 데 성공했다. 연속으로 쌓은 뒤에도 층간 정렬 오차는 작았고, 휨 현상도 최소화됐다. 전체 두께 대비 적층 수를 나타내는 ‘집적 밀도’는 기존의 HBM(12단 구조)보다 약 4배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같은 높이 안에 더 많은 칩을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같은 공간에서 훨씬 많은 칩을 쌓을 수 있게 되고, AI 반도체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나아가 이 기술은 여러 기능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묶는 '칩렛(Chiplet)' 기술이나 초소형 발광 소자를 활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LED'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어 파급 효과가 크다. POSTECH 김석 교수는 "기존 HBM 대비 약 4배 높은 집적 밀도를 구현한 만큼 고성능 AI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 시스템 개발의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금호현 박사는 "마이크로미터 수준 초정밀 정렬 및 접합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분야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PIM인공지능반도체핵심기술개발(소자)사업과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rineng.2026.111194
환경 감종훈 교수 연구팀, 예보와 현실의 간극, 재난 속 시민 감정 바꾸다
[재난 예보 불확실성이 국민 감정에 미치는 영향 분석] "비가 많이 온다더니 생각보다 잠잠하네" 반대로 "조금 온다더니 왜 이렇게 많이 오는 거야?"라고 당황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같은 예보 오차라도 실제 상황이 예보보다 덜 심했는지, 더 심했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감정은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통합과정 김길우 씨 연구팀은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을 사례로 기상관측 및 온라인 재난 담론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기상예보 오차와 시민 감정 반응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환경과 건강 융합 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GeoHealth’에 게재됐다. 기상예보는 태풍, 집중호우 같은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보다. 사람들은 예보를 바탕으로 외출 계획을 바꾸고, 차량을 이동시키며, 때로는 대피를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발전한 예보 기술도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다. 실제 강수량과 예보 강수량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오차가 사람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연구팀은 주목했다. 연구팀은 2023년 8월,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통과했을 때 전국 613개 기상관측소 강수 관측자료와 기상청 강수예보 자료를 비교해 지역별 예보 오차를 분석했다. 이어 네이버 제보톡에 게시된 약 4만 3천 건의 온라인 게시글을 수집해 AI 기반 감정분석을 수행하고, 예보 오차와 시민들의 감정 반응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는 흥미로웠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관통하는 동안 동해안과 남동부 지역에서는 실제 비가 예보보다 많이 내리는 ‘과소예보’ 경향이, 수도권과 서부 지역에서는 많은 비를 예보하는 ‘과대예보’ 경향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예보 오차 경향에 따라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도 뚜렷하게 달랐다. 과대예보 지역에서는 '불안', '걱정', '피로감'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 반면, 과소예보 지역에서는 '당황', '혼란', '슬픔' 같은 감정이 두드러졌다. ‘걱정했는데 별일 없었다’라는 상황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심각했다’라는 상황이 다른 심리적 반응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시민들은 재난 자체보다 '예상했던 위험'과 '실제로 경험한 위험' 사이의 차이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태풍 상륙 전·중·후 시기를 비교한 결과, 온라인 담론의 약 55%가 부정 감정으로 분류됐으며, 태풍이 상륙하는 시점에는 게시글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시민들이 단순히 재난 정보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을 공유하며 정보 생산자로 역할을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연구는 정확한 예보 기술 개발 필요성을 보여주면서도 재난 대응에서 '비가 얼마나 오는냐'뿐 아니라 '강수 예보 정확성에 따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냐'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보 정확도 향상과 함께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통 체계가 마련될 때, 시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줄이고 사회의 재난 대응 역량이 높아질 것이다. 제1저자인 김길우 씨는 "연구를 통해 재난 상황에서는 예보 정확도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을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위험소통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감종훈 교수는 “AI로 대규모 온라인 담론 문자 데이터를 분석해 예보 오차와 시민 감정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규명했다"라며 "향후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 재해 대응 과정에서 시민의 심리적 반응까지 고려한 위험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9/2026GH001837
화공 노용영 교수 연구팀, 고성능·고안정성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 세계 최초 ‘Nature’ 보고
[p형 반도체 '10대 미래 난제' 풀고 세계 최고 성능·안정성 구현] [현지 기준 지난 7월 1일,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 분야 최초 학술지 ‘Nature’ 게재] 사람에게는 공기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어떤 반도체에게는 치명적인 독이다. 공기와 맞닿는 순간 표면에 있던 이온이 산화되며 결함이 생겨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POSTECH 노용영 교수 연구팀이 이 골칫거리를 해결하고, 성능·안정성을 끌어올린 차세대 반도체를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 노용영 교수 연구팀(박건웅·노유진 박사, 통합과정 이동현) 주도로 성균관대 박지상 교수 연구팀, 중국 전자과학기술대(UESTC) 아오 리우(Ao Liu) 교수 및 휘휘 주(Huihui Zhu)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현지 시각 기준으로 지난 1일 오후 4시에 게재됐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트랜지스터 연구 분야에서 ‘Nature’에 발표된 첫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 속에는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있다. ‘트랜지스터’는 전기 신호를 켜고 끄는 작은 스위치로, 전자를 나르는 'n형'과 정공(전자가 빠져나가 생긴 자리)을 나르는 'p형'으로 나뉜다. 두 종류의 트랜지스터가 균형을 이뤄야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데, p형 트랜지스터 성능을 끌어올리기가 유독 까다로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선정 '반도체 분야 10대 미래 난제'로 꼽히기도 했다.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는 바로 이 난제를 풀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아 왔다. 정공이 매끄럽게 흐르는 데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고성능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저온 다결정 실리콘(LTPS)1) 나 산화물 반도체에 맞먹는 성능을 낼 수 있다. 문제는 공기에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표면에 남아 있던 미반응 주석 이온(Sn2+)이 공기와 만나 산화되면서, 전하 흐름을 막는 결함이 잔뜩 생겨났고, 그로 인해 반도체 성능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연구팀의 해법은 '휘발성 표면 재구축(Volatile Surface Reconstruction)'이라는 전략이다. 세슘-주석-아이오딘(CsSnI₃) 반도체 표면에 칼륨 아세테이트(KAc)라는 물질을 처리하자, 성능 저하의 원인이었던 미반응 주석 이온이 휘발성 화합물인 주석 아세테이트(Sn(Ac)₂)로 바뀌어 공기 중으로 깔끔히 날아가 버렸다. 게다가, 주석 이온이 빠져나간 자리에 칼륨 아이오다이드(KI)가 자연스럽게 생성되며, 외부 환경으로부터 반도체를 지키는 '자가방어층(self-protective layer)'이 형성되었다. 골칫거리는 증발시켜 없애고 빈자리는 보호막으로 메운, 일석이조 묘수였다. 그 결과, 소자를 켜는 데 필요한 문턱전압(threshold voltage)이 낮아졌고, 정공 이동도2)는 50cm²/V·s를 넘어섰으며, 전류를 켜고 끌 때의 차이를 보여주는 전류 점멸비3)는 1억(10⁸) 이상을 기록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p형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 성능을 달성했다. 주목할 부분은 공기 안정성이다. 기존 소자가 공기 중에서 몇 분 만에 무너졌다면, 새 소자는 4시간 넘게 거뜬히 버텼다. 100℃의 가속 열화 조건에서도 한 달 이상 초기 성능을 유지했다. 연구팀이 확보한 높은 환경·열 안정성은 소자를 여러 층으로 쌓고 넓은 면적에 만드는 공정의 기반 기술이 될 전망이다. 노용영 교수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주제를 믿고, 지난 6년간 꾸준히 지원해 준 삼성디스플레이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덕분에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Nature에 보고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Al 연산용 수직 적층형 DRAM 메모리 소자, 차세대 디스플레이 구동 회로를 비롯해 웨어러블 기기, 고집적 반도체 소자 등 폭넓은 미래 전자산업 분야 핵심 기술로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하는 리더연구사업, 중견연구자사업, 삼성디스플레이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714-1 1) 저온 다결정 실리콘(LTPS, Low-Temperature Polycrystalline Silicon): 고성능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데 널리 쓰이는 실리콘 박막 기술이다. 전하가 빠르게 이동해 화면을 정밀하고 빠르게 켤 수 있어, 현재 고성능 디스플레이의 대표 기술로 꼽힌다. 2) 정공 이동도(hole mobility): 반도체 안에서 정공(전자가 빠져나가 생긴 양(+)의 빈자리)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값이 클수록 전류가 잘 흘러 트랜지스터의 성능이 좋아진다. 3) 전류 점멸비(on/off ratio): 트랜지스터를 켰을 때 흐르는 전류와 껐을 때 흐르는 전류 비율이다. 값이 클수록 켜짐과 꺼짐이 또렷하게 구분돼 신호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전력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바닷속 소리, 40% 가벼워진 렌즈로 한 점에 모아라
[저주파 수중음 광대역으로 모으는 초경량 수중 음향 렌즈 개발] 바닷속에서는 ‘빛’ 대신 ‘소리’가 유일한 언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 소리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모을 수 있는 수중 음향 렌즈를 개발했다. 기존보다 무게는 40% 줄이면서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 핵심이다. 최근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오범석 씨 연구팀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김시문 박사와 수행한 이번 연구는 수중 통신, 해양 환경 모니터링 등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음향·진동 분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Sound and Vibration’에 최근 게재됐다. 영화를 보면 잠수함 승조원들이 늘 헤드폰을 끼고 바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빛은 수심 몇백 미터만 내려가도 금방 사라지지만, 소리는 수천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수중 세계에서 소리는 단순한 음파가 아니라, 거의 유일한 '언어'다. 문제는 이 소리를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모으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의 음향 렌즈는 단단한 고체 덩어리로 소리를 굴절시키는 방식인데, 낮은 주파수의 소리일수록 파장이 길어 소리를 한 점으로 집중시키려면 장치가 지나치게 커지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꽉 찬 구조’ 대신 물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 즉 ‘공동(cavity)’을 촘촘히 배치한 기반 메타구조를 활용했다. 각각의 빈 공간은 작은 공명기처럼 작동해 특정 주파수 소리를 강하게 잡아당기고, 이 공명기들이 모여 소리를 한 점으로 모으는 렌즈 역할을 한다. 기타 울림통이 특정한 음을 증폭하듯이 작은 '소리 공명방'들을 전략적으로 배열한 것이다. 연구팀은 지름 240mm 크기의 렌즈를 금속 3D 프린팅으로 제작하고 이를 통해 저주파 수중음을 넓은 범위(20~35kHz)에서 안정적으로 한 점에 모으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같은 직경(280mm) 조건에서 기존 고체 렌즈와 비교했을 때, 무게는 27.5kg에서 17.2kg으로 약 40% 줄었다. 또한, 실험 과정에서 '윌리스 결합(Willis coupling)1)'이라는 현상이 확인됐는데, 이 현상으로 인해 소리가 앞뒤 방향으로 서로 다르게 반사되는 비대칭 특성이 나타났다. 단순히 소리를 모으는 것을 넘어, 소리의 흐름 방향까지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해양 센서 네트워크와 수중 통신, 음향 에너지 전달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바닷속 여러 곳에 흩어진 센서들이 소리로 정보를 주고받는 해양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이 렌즈는 신호를 선명하게 모아주는 핵심 부품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노준석 교수는 "저주파, 광대역, 경량화라는 세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한 사례"라고 밝혔으며, 김시문 박사도 "이번 연구는 3차원 저주파 수중 음향 렌즈의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연구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POSCO 산학연 융합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jsv.2026.119919 1. 윌리스 결합(Willis coupling): 소리의 압력과 입자 운동이 서로 얽히며, 입사 방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반사·전달되는 비대칭 음향 결합 현상을 말한다.
배터리/화공 조창신 교수 연구팀, "물만 빼면 된다?" 배터리 망친 진짜 범인 찾았다
[프러시안 블루 성능 저하 원인 규명… 결정수 아닌 표면 산화가 핵심 요인] 젖은 옷을 말리려다 옷감이 상하는 것처럼, 차세대 배터리 소재도 배터리 성능 저하의 주범인 ‘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배터리 수명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표면 산화’가 진짜 범인임을 밝히고, 이를 해결할 새로운 탈수 공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POSTECH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조창신 교수, 배터리공학과 박사과정 장승혜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터리 원료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나트륨 이온전지는 리튬보다 원료가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해 차세대 배터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철을 기반으로 한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는 제조 비용이 저렴하고,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양도 많아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프러시안 블루’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내부에 ‘결정수1)’를 상당량 품게 된다는 점이다. 이 물은 전해액 분해, 가스 발생, 철 용출 같은 부반응을 일으켜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떨어뜨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온 열처리를 통해 물을 제거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어 왔지만, 오히려 배터리 성능이 더 나빠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그 원인은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온 열처리를 통해 결정수를 제거한 이후에도 배터리 성능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에 열처리 전후의 표면 화학 상태를 정밀 분석한 결과, 성능 저하의 원인이 결정수 자체가 아니라 열처리 과정에서 프러시안 블루 표면에 형성되는 철-산소(Fe–O) 결합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 결합은 표면 산화를 유도해 전해액 분해와 가스 발생을 촉진하고, 결국 배터리 성능과 안정성을 저하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비수계 용매 안에서 질소 기체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액상 버블링 탈수 공정’이다. 질소 기포가 용액 속을 통과하면서 결정수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동시에 산소와 접촉을 최소화해 표면 산화를 억제한다. 젖은 옷을 뜨거운 열로 말리는 대신 부드러운 바람으로 건조해 손상을 줄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 공정을 적용한 프러시안 블루는 결정수 함량을 약 12wt.%(웨이트 퍼센트, 전체 무게 대비 비율)에서 1wt.% 수준까지 낮추면서도 표면 산화를 크게 줄였다. 또한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감소했고, 100회 충·방전 이후에도 기존 열처리 방식보다 높은 용량 유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공정은 전극 제조에 사용되는 용매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탈수와 전극 제조를 하나의 과정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에는 어렵게 제거한 수분이 전극 제조 과정에서 다시 흡수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연구팀의 통합 공정은 이러한 재흡착을 원천적으로 줄여 장기 안정성을 더 높였다. 이번 연구는 프러시안 블루 성능을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을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POSTECH 조창신 교수는 “액상 버블링 탈수 공정은 탈수와 전극 제조를 하나로 통합해 수분 재흡착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 차세대 나트륨 이온전지 상용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첨단특성화대학원 지원사업(배터리),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혁신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73507 1) 결정수(crystal water): 물 분자가 물질의 결정 구조 내부에 포함되어 있는 형태로, 화학 반응 없이 구조 내에 존재하는 수분을 의미한다.
친환경/신소재 김형섭 교수 연구팀, "철강의 딜레마 깼다"… 3D 프린팅으로 더 강하고 더 잘 늘어나는 합금 개발
세계 최고 수준 강도·연성 조합 갖춘 3D 프린팅용 초고강도 철계 합금 개발 우주선과 전투기는 극한 환경에서 버텨야 한다. 하지만 금속은 강도가 높으면 깨지기 쉽고, 잘 늘어나는 경우 강도가 떨어진다. 그런데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이 ‘강도와 연성의 딜레마’를 해결할 새로운 초고강도 철계 합금이 나왔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연구팀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기존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초고강도 철계 합금보다 강도와 연성의 조합이 뛰어난 철계 합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제조·공정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Extreme Manufacturing (Impact Factor: 25.1)’에 최근 게재됐다. 초고강도 철계 합금은 항공우주, 자동차, 방위 산업 장비처럼 극한의 힘을 견뎌야 하는 구조 부품에 널리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마레이징 강(Maraging steel)1)’은 열처리를 통해 높은 강도를 내는 대표적인 초고강도 합금이다. 최근에는 금속 3D 프린팅 기술과 결합하면서 복잡한 형상의 부품 제작도 가능해졌지만, 높은 강도에 비해 잘 늘어나지 못해 충격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3D 프린팅 공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아주 작은 내부 구조에서 찾았다. 금속 분말이 레이저에 의해 순식간에 녹고 다시 굳는 과정에서 수백 나노미터(nm) 크기 벌집 모양 ‘셀(cell) 구조2)’가 형성되는데, 연구팀은 이를 단순한 부산물이 아닌 소재 설계의 핵심 요소로 활용했다. 연구팀은 철(Fe), 코발트(Co), 니켈(Ni), 몰리브덴(Mo)을 조합한 새로운 마레이징 중엔트로피3) 합금 분말을 만들고, 3D 프린팅으로 내부 기공이 거의 없는 합금을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몰리브덴이 셀 경계에 집중된 구조가 형성됐고, 연구팀은 열처리를 통해 이 구조를 정교하게 제어했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열처리하면 강도는 높아졌지만(항복강도 1,840MPa), 셀 경계에 딱딱하고 취약한 막 형태의 조직이 생겨 잘 늘어나지 못했다. 반면, 더 높은 온도에서 열처리하자 이러한 취약한 조직은 크게 줄어들고, 대신 부드러운 성질을 가진 결정립이 최대 27.8%까지 소재 전체에 매우 고르게 분포했다. 작고 고르게 분포한 연한 결정립은 단단한 기지 재료 속에 안정적으로 분산되어 높은 항복강도를 유지했다. 동시에 이 결정립들은 외부 힘을 받을 때 더 단단한 조직으로 바뀌며 변형을 흡수한다. 덕분에 소재는 높은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쉽게 깨지지 않고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 단단한 철골 구조물 사이에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를 촘촘히 배치한 것과 같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제작한 합금은 항복강도 1,484 MPa, 인장강도 1,750 MPa, 균일 연신율 10%를 달성했다. 이는 지금까지 동일한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된 18Ni 마레이징 강, AerMet100 등 기존 초고강도 철계 합금과 비교해도 가장 뛰어난 수준의 강도와 연성 조합이다. POSTECH 김형섭 교수는 “3D프린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나노 크기 셀 구조를 적극 활용해 초고강도와 높은 연성을 모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이번 연구는 고성능 금속 부품의 3D프린팅 활용 범위를 크게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 지원을 받았으며, 일본 J-PARC 중성자 가속기 시설 빔라인(BL19 TAKUMI)을 활용한 실시간 인장 실험이 병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88/2631-7990/ae6f56 1. 마레이징 강(Maraging steel): 탄소를 거의 넣지 않은 마르텐사이트 기지에 열처리로 금속간화합물을 미세하게 석출시켜 매우 높은 강도를 내는 합금이다. 2. 셀(cell) 구조: 금속 3D프린팅의 급격한 냉각 과정에서 형성되는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조직. 경계부에 특정 원소가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3. 중엔트로피 합금(Medium-Entropy Alloy, MEA): 세 가지 이상의 원소를 고농도로 혼합한 다원계 합금으로, 단일 원소 합금보다 더 다양한 특성을 발현할 수 있다. 다섯 가지 이상의 원소를 고농도로 혼합한 고엔트로피 합금(High-Entropy Alloy, HEA) 보다는 혼합도가 덜한 합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