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규·김종경 교수 공동 연구팀, “피부도 예습한다” 상처 전에 미리 재생 준비시키는 세포
[부분적·모자이크 리프로그래밍 전략으로 상처 회복 반응 증폭 원리 규명] ‘예습한 학생이 시험을 더 잘 본다’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제 피부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상처가 생기고 나서야 부랴부랴 회복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피부 세포 일부를 미리 '준비된 상태'로 바꿔 상처가 생기는 순간 곧바로 빠른 회복에 돌입할 수 있는 원리를 국내 연구팀이 밝혀냈다. 최근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최세규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곽민준·조예민 씨 연구팀,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 통합과정 최은준 씨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 가톨릭대, 미국 워싱턴대와 함께 피부 세포의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이 주변 세포와 조직 환경을 바꾸어 상처 회복을 촉진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바깥을 감싸는 조직으로, 크고 작은 상처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작은 상처는 며칠 안에 아물지만,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는 작은 상처 하나가 수개월씩 낫지 않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재생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세포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이다. 이 기술은 ’야마나카 인자(OSKM)’라고 불리는 네 가지 단백질(Oct4, Sox2, Klf4, c-Myc)을 세포 내에서 과발현 시켜 배아줄기세포 같은 초기 상태로 만든다. 다만, 세포를 완전히 초기화하면 강한 재생 능력이 생기는 대신 세포의 증식과 분화가 통제되지 않아 종양으로 자랄 위험이 있었고, 실제 치료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완전 초기화’ 대신에 ‘살짝 되감기’를 택했다. 무엇보다 이를 일부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했다. 전체 세포가 아닌 몇 개에만 야마나카 인자를 적용하되, 그 세포들조차 완전히 되돌리지 않고 ‘살짝 더 젊은 상태’로만 바꾸는 ‘부분적·모자이크 리프로그래밍’ 전략이다. 적용하는 세포 수도 줄이고, 되감는 정도도 약하게 하는, 이중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이다. 동물 실험 결과, 상처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도 피부 전체가 '재생 준비 모드'로 전환됐다. 리프로그래밍된 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인 세포, 면역세포, 피부를 둘러싼 미세환경 전체가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부 세포들이 'PI3K-AKT', 'EGFR', 'HIF-1α' 등 생체 신호를 활성화한 결과다. 이 신호들은 세포 성장과 생존, 산소 환경 적응과 관련된 핵심 경로로 세포들 사이에 ’우리 곧 상처가 생길 수도 있으니 미리 대비하자’라는 메시지가 퍼져나간 셈이다. 실제로 상처가 생겼을 때는 그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처 부위를 덮는 새로운 세포층이 빠르게 형성됐고, 혈관 형성과 면역 반응도 적절히 조절됐다. 그 결과, 치유 속도가 빨라지고 흉터도 줄었다. 특히, 당뇨 환경에서도 피부 재생 능력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최세규 교수는 “세포 하나하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 간 소통을 통해 피부 조직 전체 상태를 바꿀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제1저자인 곽민준 씨는 “상처 회복이 더딘 당뇨 환자나 고령자를 위한 치료는 물론, 항노화 기술과 만성 상처 치료용 의약품 및 기능성 소재 개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의 인공아체세포 기반 재생치료 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신진연구사업, 기초연구사업 (기초연구실), 면역기전제어기술개발 및 줄기세포 ATLAS 기반 난치성 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69047-2
화공 윤용주 교수 연구팀, 카이랄 분자 ‘골라 만드는’ 촉매 기술, 공정 효율 높인다
[백금 촉매 표면 단계적 제어 통해 선택적 수소화 성능 향상] POSTECH 화학공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윤용주 교수, 시스템생명공학부 통합과정 윤민지 씨 연구팀이 최근 생김새는 같지만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카이랄(Chiral) 분자’를 정밀하게 선택·생산할 수 있는 백금(Pt) 촉매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불필요한 분리 공정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일 성과로 촉매 분야 국제 학술지 ‘ACS 카탈리시스(ACS Catalysi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카이랄 분자’는 왼손, 오른손처럼 서로 겹치지 않는 두 형태(거울상 이성질체)로 존재한다. 구성 성분이 똑같아도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1950년대 임산부에게 처방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례처럼 한쪽은 입덧을 완화하는 등 효과를 내지만, 다른 쪽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약 산업에서는 원하는 방향의 분자만 만드는 것이 안정성과 효능 모두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이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금속 촉매를 이용한 ‘수소화’ 반응이다. 크기가 작고 가벼운 수소를 이용해 분자 구조를 바꾸는 이 과정에서는 백금(Pt) 등 금속 촉매가 반응이 빨리 진행되도록 돕는다. 여기에 촉매 표면에 ‘카이랄 개질제(반응 방향을 조절하는 보조 물질)’를 더하면, 반응물이 특정한 방향으로만 접근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 원하는 형태의 분자를 선택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촉매 표면 성질을 바꾸는 ‘카이랄 개질제’가 촉매 표면에서 어디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촉매 표면에는 가장자리나 모서리처럼 이웃하는 원자들이 적은 ‘불안정한 자리(저배위 자리)’와 비교적 평탄하고 원자 배열이 정돈된 ‘안정적인 자리(잘 배위된 자리)’가 함께 존재한다. 카이랄 개질제가 안정적인 자리에 자리 잡을수록 원하는 거울상 이성질체가 선택적으로 생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조 유기물을 이용해 안정적인 자리만을 선택적으로 노출시키는 촉매 표면 제어 방식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보조 유기물을 단일 처리하는 기존 방식은 불안정한 자리뿐 아니라 안정적인 자리까지 함께 덮어버리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촉매 표면을 반복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에틸렌디아민(이하 EDA, Ethylenediamine)이라는 간단한 유기 분자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카이랄 개질제가 잘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불안정한 자리에는 EDA 잔여물이 채워지고, 카이랄 개질제가 자리 잡기 적합한 안정적인 자리는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백금 표면에도 전자를 덜 가진 상태의 백금(Ptδ+)이 늘어 카이랄 개질제가 보다 강하고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 마치 작업 공간을 조금씩 정리해 꼭 필요한 작업대만 남기게 된 셈이다. 실험 결과, 이렇게 설계된 촉매는 거울상 이성질체 선택도를 최대 96.5%까지 끌어올렸다. 반응 속도 역시 향상됐다. 연구팀의 기술은 두 형태가 섞인 상태로 생산된 뒤 원하는 것만 분리해야 했던 기존의 공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처음부터 원하는 형태의 분자를 높은 비율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분리·정제 과정이 줄고, 생산 비용과 에너지 사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의약품 품질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윤용주 교수는 “반복 공정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접근을 통해 촉매 표면의 전자 상태와 구조를 동시에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이 기술은 거울상 이성질체 선택적 수소화 반응을 넘어 다양한 선택적 반응에서 촉매 성능을 향상시키는 범용 설계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ERC)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catal.5c08078
화학 김경환 교수 연구팀, ‘물이 특별한 이유, 미스터리 드디어 풀렸다’ 10년간 뚝심 있는 연구로 교과서 바꿀 발견
[세계 최초 영하 60℃서 물의 임계점 실제 관측, 물의 비밀 풀 단서 규명] 인류가 수백 년간 풀지 못했던 물의 가장 깊은 비밀이 국내 연구진의 10년에 걸친 끈질긴 연구 끝에 마침내 밝혀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POSTECH 김경환 교수 연구팀이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물리학과 앤더스 닐슨 교수팀과 공동으로 물의 '액체-액체 임계점'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 및 선도연구센터)’과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誌에 게재1)됐다. 물은 가장 중요한 물질이자 인류가 가장 오래 연구해 온 대상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가장 특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물질로 꼽힌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액체는 얼기 직전까지 온도가 낮아질수록 무거워지지만, 물은 4℃에서 가장 무거워졌다가 그보다 차가워지면 오히려 가벼워지는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이 때문에 겨울에도 강이나 호수의 표면만 얼고 아래쪽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남아, 그 속에서 생명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왜 물이 다른 액체와 다르게 이러한 특징을 가지게 되었는지 근본적인 이유는 과학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 중 하나로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 가설은 물이 고밀도 물과 저밀도 물이라는 두 종류의 액체상으로 공존하며, 특정 온도(임계점)에 도달하면 그 구분이 사라져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물이 된다는 가정이다. 학계에서는 이 임계점이 존재한다면 영하 40℃에서 영하 70℃ 사이의 극저온 영역에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물은 영하 40℃ 이하로 내려가면 매우 빠르게 얼어버리기 때문에, 누구도 실험을 통해 임계점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으며, 수십 년 동안 논쟁으로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영하 70℃에서도 얼지 않은 물을 만들기 위해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은 빛을 내며 10조분의 1초 단위로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X선 자유전자레이저(PAL-XFEL)’를 활용하였고, 실험 끝에 ‘액체-액체 임계점’이 영하 60℃ 부근에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번 성과는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질이 고밀도 물과 저밀도 물의 경쟁에서 비롯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미 2017년에는 영하 45℃까지 얼지 않은 물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였으며, 2020년에는 영하 70℃까지 관측 범위를 넓혀 사이언스지에 두 차례 성과를 게재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연구팀은 물의 온도와 압력에 따른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하며 끈질기게 연구를 이어온 끝에, 임계점 관측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 성과가 다시 한번 사이언스지에 게재되면서 전 세계에 연구팀의 집념과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김경환 교수는 “물의 특별한 성질과 ‘액체-액체 임계점’을 둘러싼 오랜 세월 동안의 학계 논쟁이 마침내 매듭지어지게 됐다"라고 이번 성과의 의의를 밝히며, “이번 발견은 생명 현상을 비롯해 다양한 자연 현상에서 물이 갖는 필수적인 역할을 규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ec0018 1) 논문명 : Experimental evidence of a liquid-liquid critical point in supercooled water
IT융합/기계/전자/융합 박성민 교수 연구팀, 몸속에서 스스로 부드러워진다? ‘변신 전극’ 나왔다
[가변 강성·액체 금속 적용 척수 신경 자극기 개발, 삽입 편의성·장기 안정성 확보] 약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성 질환을 전기로 다스릴 수 있다면 어떨까. 신경에 직접 신호를 보내 몸의 균형을 되돌리는 ‘신경 조절’ 기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 가능성을 한 단계 현실로 끌어당겼다. POSTECH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 기계공학과 홍성욱 박사 연구팀이 몸속에 삽입할 때는 단단하고, 몸 안에서 수분과 만나면 부드럽게 변하는 척수 신경 자극기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Nature) 파트너 저널이자 의공학 분야 학술지인 ‘npj 유연 전자소자(npj flexible electronics)’ 온라인판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4일 소개됐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은 흔히 생활 습관이나 유전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신경 불균형’이 근본 원인 중 하나라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약 대신 신경에 직접 전기 신호를 보내 몸의 조절 기능을 되살리는 ‘신경 조절1)’ 치료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신경 조절’ 치료 핵심은 신경과 밀착해 자극과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 자극기다. 문제는 이 자극기가 삽입 과정에서는 좁은 척수 공간을 정확하게 통과할 만큼 단단해야 하고, 자리 잡은 이후에는 주변 신경 조직처럼 부드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모순이 이 분야의 가장 큰 난제로 꼽혀왔다. 연구팀이 찾은 해법은 '변신'이다. 물에 녹는 ‘희생층’을 활용한 가변 강성 구조를 적용해, 삽입 시에는 단단함을 유지하고 체내 수분을 만나면 수 분 내에 부드럽게 변하도록 설계했다. 딱딱한 알약 캡슐이 위에서 녹아 약 성분을 내보내는 것처럼, 이 장치도 환경에 반응해 스스로 형태를 바꾼다. 부드러워진 장치는 척수에 밀착된 상태로 신경 조직과 함께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전기를 전달하는 방식도 개선했다.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저항이 변하면서 신호가 불안정할 수 있는 ‘고체 금속’ 대신 연구팀은 ‘액체 금속’을 사용했다. 액체 금속은 형태가 변해도 전기적 특성이 거의 유지돼, 자유롭게 움직이는 환경에서 안정적인 신호 전달이 가능하다. 비용도 줄였다. 기존 신경 자극기는 고가의 반도체 공정과 금 소재를 사용해 제작 비용이 비싸지만, 연구팀의 기술은 액체 금속과 레이저 가공 공정을 적용해 제조 단가를 크게 낮췄다. 쥐의 척수에 장치를 부착해 교감신경을 조절한 결과, 혈압을 낮추고, 발바닥 통증 자극에 따른 감각 신호를 안정적으로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 자극’과 ‘신호 측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양방향 신경 인터페이스’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 기술의 활용 범위는 넓다. 미주신경 자극을 통한 간질·우울증 치료, 척수 신경 자극을 활용한 고혈압 조절과 마비 재활, 경골 신경 자극을 이용한 과민성 방광 치료 등 약물 치료에 한계가 있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에게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박성민 교수는 "기계적·전기적 성능과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신경 자극기 기술"이라며, "만성 질환 치료를 위한 지능형 신경 조절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이공분야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교육부 박사과정연구장려금사업 중견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교육부의 국가연구소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28-026-00557-1 1. 신경 조절(Neuromodulation): 약물 중심의 기존 치료를 넘어, 전기적 자극, 자기장, 빛 등을 통해 중추·말초·자율신경계의 활동을 조절하여 우울증, 통증, 인지기능 저하 등을 치료하는 비침습적 또는 침습적 방법입니다.
물리 김범준 교수 연구팀, 보이지 않던 전자의 ‘얽힘’, X선으로 풀었다
[고체 속 전자 얽힘 구조 최초 실험 규명… 차세대 반도체·양자컴퓨터 핵심 열쇠 기대] SNS 알고리즘부터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반도체까지 사람들의 일상은 ‘전자’의 움직임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그동안 한 번도 직접 관측된 적 없던 전자들 사이의 ‘숨은 연결’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POSTECH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연구팀은 KAIST 물리학과 조길영 교수, 서울대 김범현 박사와 함께 고체 물질 속 전자가 만드는 복잡한 양자 얽힘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네이처 머티어리얼스(Nature Materia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우리가 매일 쓰는 전자기기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전자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어떤 전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향을 주고받도록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양자 얽힘'이다. 두 개 이상의 입자들의 상태가 서로 독립적으로 기술될 수 없고 하나의 파동함수로만 설명되는 관계다. 이러한 현상은 양자 컴퓨팅이나 양자 암호학 등 차세대 양자 기술의 핵심적인 물리 현상이지만 실제 고체 내부에서 양자가 어떤 방식으로 얽혀있는지 실험으로 규명된 바는 없었다. 연구팀은 ‘이리듐 산화물(Nd₂Ir₂O₇)’에 주목했다. 이 물질은 금속과 비금속의 경계에 위치해 복잡한 얽힘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여기에 X선을 쏘아 튕겨 나오는 신호를 분석하는 ‘공명 비탄성 X선 분광법(RIXS)’이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핵심은 간섭 신호다. 일반적으로 에너지를 잃고 산란된 신호는 간섭이 일어나지 않지만 전자 상태가 얽혀있으면 간섭 무늬가 나타난다는 점에 점에 주목했다. 서로 얽힌 전자가 만드는 간섭 패턴이 일종의 ‘지문’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양자 얽힘이 기존에 알려진 단순한 자기적 질서와는 전혀 다른, '스핀 사극자'라는 고차원 구조에 대응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아가, 이러한 사극자 질서가 기존 자기 질서와 하나의 물질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양자 얽힘을 ‘측정 가능한 대상’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얽힘 구조’를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양자 컴퓨터 성능을 높일 새로운 소재 설계나 적은 에너지로 더 빠르게 작동하는 초저전력 차세대 반도체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과 AI 서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는 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범준 교수는 “숨겨진 양자 질서를 찾아내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다양한 양자 물질 연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 ‘공명 비탄성 X-선 분광기’로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유럽 방사광가속기 시설과의 국제 연구를 통해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또한, 재단법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교육부의 기초과학연구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63-025-02475-5
생명 김종민 교수 연구팀, DNA ‘설계도’ 벗어나 발로 뛰는 ‘현장 요원’ 되다
[유전정보와 분리된 ‘비유전성 DNA’로 세포 정밀 제어하는 플랫폼 개발] DNA가 수십억 년간 고수해 온 '설계도'라는 자리를 벗어나, 이제 세포 안에서 직접 발로 뛰는 ‘현장 요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POSTECH 생명과학과 김종민 교수, 박사과정 이건후 씨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세포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작은 공장이다. 이 공장 안에서 ‘단백질’과 ‘RNA’는 필요할 때 만들어지고, 역할을 다하면 사라지는 '현장 인력'이다. 반면 ‘DNA’는 이 모든 생산 활동의 근거가 되는 '설계 도면'이다. 도면은 공장 어딘가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꺼내 쓰거나 고치면 안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PCR 검사처럼, DNA를 설계도가 아닌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기술들은 세포 바깥에서만 작동한다. 살아있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DNA는 다시 '설계도'라는 본래 임무에 묶여 버렸다. 연구팀은 바로 이 한계에 주목했다. DNA를 세포 내부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 찾아낸 돌파구는 '레트론(Retron)1)'이라는 박테리아의 독특한 DNA 생산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DNA는 기존 DNA를 그대로 복사하는 방식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레트론’은 RNA라는 중간 물질을 거꾸로 읽어 새로운 DNA를 합성하는, 이른바 '역전사2)' 방식을 사용한다. 더 중요한 점은, 이렇게 만들어진 DNA가 세포 안에 있는 다른 유전자들과 섞이지 않고 독립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도면 보관함에 넣어두지 않아도 공장 바닥에서 멀쩡히 굴러다닐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레트론’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해, 원하는 기능을 가진 DNA 조각을 세포 안에서 직접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DNA 조각은 세포 유전정보에는 손 하나 대지 않은 채,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의 행동을 조종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세 가지 기능을 구현했다. ▲단백질을 유인하는 ‘미끼’로 DNA를 활용해 특정 유전자 발현 조절, ▲특정 신호를 감지해 세포 안에서 단백질 위치·활성 순간적 제어, ▲짧은 신호도 놓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저장 등이다. 마치 명령을 받자마자 즉각 행동을 바꾸고, 단 1분 이하의 짧은 순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기록하는 ‘현장 요원’을 만든 셈이다. 연구팀의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활용 가능성이 실험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암이나 염증처럼 세포 안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질병 신호를 ‘블랙박스’처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기록할 수 있고, 이 신호가 감지될 때 자동으로 치료 물질을 방출하는 '스마트 치료 시스템'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나 중금속 같은 오염물질을 감지하는 살아있는 바이오센서로도 응용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이건후 씨는 “그간 ‘유전물질’이라는 역할에 가려 다른 가능성이 충분히 탐구되지 못한 DNA의 새로운 활용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 김종민 교수는 “의학,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될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부 이공학학술연구기반구축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기초연구사업, 보건복지부 글로벌연구협력지원사업, 경상북도 푸드테크 지원센터 구축·운영 사업, 국립생물자원관 녹색융합기술 연구 전문인력 양성사업,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57-025-02049-7 1. 레트론(Retron): 박테리아 등에서 발견되는 역전사요소의 일종으로 특정 서열의 DNA-RNA 하이브리드 분자를 생산한다. 2. 역전사(Reverse transcription): RNA 유전정보가 역전사효소에 의해 DNA로 전달되는 과정이다.
손민주·황동수 교수 공동 연구팀, 알츠하이머 단백질 ‘타우’, 세포 분열에도 관여할까
[타우–DNA 응축체 기반 염색체–미세소관 연결 메커니즘 제시] 상처가 아물고, 머리카락이 자라고, 오래된 세포가 새 세포로 교체되는 모든 과정이 '세포 분열' 덕분이다. 세포가 둘로 나뉠 때 안에 있는 염색체도 정확히 반씩 나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세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최근 POSTECH 연구진이 이 정교한 과정에 '타우(Tau)'라는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뇌세포 안에서 '미세소관'이라는 가느다란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붙잡아 주는데,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는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타우가 세포 내 여러 분자를 끌어모아 작은 '응축체(Condensate)'를 만든다고 보고됐지만 타우와 DNA 간 상호작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바로 이 미지의 영역에 주목했다.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 염색체는 '방추사'라고 불리는 미세소관 다발에 붙잡혀 양쪽으로 당겨지면서 두 개의 딸세포로 나뉜다. 이때 염색체와 방추사가 정확하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연구팀은 단일 DNA 분자를 이용해 타우 단백질이 이 연결을 돕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타우가 DNA에 달라붙어 응축체를 형성하고, DNA 가닥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주변 가닥들을 서로 끌어당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고분해능 형광 이미징 기술로 관찰한 결과, DNA 위의 타우 응축체가 미세소관을 끌어당기는 '접착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세 분자 간 상호작용은 시험관 실험뿐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세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타우의 화학적 변형인 '인산화(phosphorylation)'가 이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밝혀냈다. 특히, 알츠하이머에서 나타나는 방식으로 변형된 타우를 세포에 발현시키자 세포 분열 중 염색체가 제대로 정렬되지 않는 이상 현상이 관찰됐다. 타우 단백질의 미세한 변화 하나가 세포 분열 전체의 정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난임·선천성 질환 연구는 물론,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신경 퇴행성 질환 연구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를 이끈 POSTECH 손민주 교수는 "타우 단백질이 미세소관뿐 아니라 DNA와도 직접 상호작용하며 두 구조를 연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세포 분열 초기 단계에 타우가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설명했다. 한편, POSTECH 물리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손민주 교수, 물리학과 통합과정 박세린 ·정재훈 씨,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부·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 시스템생명공학부 홍유리 박사(現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기초연구실) 지원으로 수행됐다.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사진 지울 필요 없다?” 한 칸에 수십만 배 더 담는 빛의 기술
[빛과 엑시톤 기반으로 한 초집적 광 데이터 저장 기술 개발] 스마트폰 용량이 부족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진을 지워본 경험이 있는가. 그런데 앞으로는 추억을 지워야 하는 순간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최근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연구팀이 기존보다 수십만 배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광(光) 데이터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사진 한 장 용량은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커졌다. 초고화질 영상은 더하다. 여기에 AI 서비스 확산으로 생성·처리되는 데이터까지 늘어나면서, 저장 공간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든 USB든 기존 장치들은 전기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한 칸(셀, cell)에 ‘0’과 ‘1’ 두 가지 상태로 정보를 기록한다.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려면 정보 저장 칸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한 칸의 크기를 줄이다 보면 전기적 간섭과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빛을 활용한 광 저장 기술은 빛이 퍼지는 성질 때문에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수준까지 집적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었다. POSTECH 연구팀은 반도체 내부에서 빛과 전자가 결합해 형성되는 입자인 ‘엑시톤(exciton)’에 주목했다. 엑시톤은 빛의 특성과 전자의 특성을 모두 가진 입자로 이 입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하나의 저장 셀에서 여러 단계의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신호등이 빨강, 노랑, 초록 색깔에 따라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듯, 엑시톤 발광 밝기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하나의 셀에 두 가지 이상의 정보를 담는 방식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금속-절연체-반도체’를 쌓아 올린 나노 터널 접합 장치를 만들었다. 이 구조에서 전하 이동을 미세하게 조절하면 엑시톤이 또 다른 입자 상태로 변하면서 빛의 세기가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약 60nm 크기 단일 셀에서 세 단계 이상의 발광 상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저장층 두께를 15nm 이하(머리카락 굵기 약 5,000분의 1)로 얇게 만들어, 소자를 더욱 촘촘히 쌓을 수 있는 기반도 확보했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정보를 ‘빛의 세기’가 아니라 반도체 내부 입자의 ‘물리적 상태’로 저장한다는 점이다. 빛을 이용해 비접촉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어 장치의 마모와 손상을 줄일 수 있으며, 기존 광 데이터 저장 기술이 가진 근본적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 저장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논문 제1저자인 이형우 박사는 "기존 기술이 저장 공간의 확대에 의존했다면, 이번 연구는 빛의 세기가 아닌 반도체 내부 엑시톤의 상태 자체를 정보 단위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향후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서버,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스마트 기기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될 경우, 저장 기술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연구에 사용된 2차원 반도체 물질의 제작은 성균관대 김기강 교수팀, 결과 분석은 펜실베니아대 Deep Jariwala 교수팀이 참여했으며, POSTECH 주희태, 문태영, 구연정, 김수정 씨가 측정 연구를 함께 수행하였다.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15152
김철홍·안용주 교수 공동 연구팀, 혈관 좁아진 뒤 ‘혈류 정체’, 뇌졸중 재발 위험 높인다
[초고속 초음파로 혈류 정체 및 뇌졸중 재발 위험도 간 연관성 규명] 뇌졸중 환자 중 일부는 치료 이후에도 병이 다시 찾아온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누구는 재발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연구진이 그 단서를 혈관 속 ‘혈류 흐름’에서 찾아냈다. POSTECH 김철홍·안용주 교수 연구팀과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김범준 교수 공동 연구팀이 혈관이 좁아지면 혈류가 일시적으로 정체되고, 이러한 환경이 혈전 형성을 촉진해 뇌졸중 재발과 뇌 손상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뇌졸중 분야 국제 학술지 ‘스트로크(Stroke)’에 게재됐다. 뇌졸중은 재발 위험이 매우 큰 질환이다. 특히, 혈관 벽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쌓여 생긴 덩어리(플라크)가 원인인 경우, 항혈소판제를 복용해도 재발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통과한 뒤쪽에서 흐름이 일시적으로 느려지거나 머무는 구간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강물이 바위를 지나간 뒤 물이 잠시 맴도는 소용돌이와 비슷한 현상이다. 연구팀은 환자마다 재발 여부가 달라지는 이유가 혈관 내부 환경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료받은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분석했다. 일부 환자의 CT나 MRI 영상에서 고음영 동맥 징후(hyperdense artery sign)1) ‘블루밍 아티팩트(blooming artifact)2)가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이를 ‘clot sign(혈전 징후)’으로 정의하고, 혈전에 적혈구가 많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상 단서로 활용했다. 분석 결과, ‘clot sign’이 나타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뇌졸중 재발 위험이 약 2.76배 높았다. 특히, 1년 이내 재발 위험은 3.5배 더 높았으며, 뇌경색으로 손상된 뇌 조직 부피도 약 3배 정도 컸다. (부피 중앙값 10.17cc vs 3.59cc) 연구팀은 혈관 협착 주변 혈류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도 진행했다. 쥐 혈관에 협착을 만든 뒤 ‘협착 앞쪽’, ‘협착 정점’, ‘협착 뒤쪽’로 구간을 나누고, 초고속 초음파로 혈류 흐름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협착 뒤쪽 구간에서 혈액이 머무르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RRT3))가 ‘협착 정점’보다 약 3배 높게 나타났다. 이 구간에서는 혈전 속 적혈구 비율도 높았다. 이는 혈관이 좁아진 뒤쪽에서 혈류가 오래 머무는 환경이 적혈구가 많이 포획된 혈전을 만들고, 이러한 혈전이 뇌졸중 재발과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뇌졸중 재발 위험을 더욱 정밀하게 평가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논문 공동1저자인 POSTECH 정동영 박사는 “향후 다기관 전향적 연구를 통해 혈류 정체 지표의 임상적 기준을 정립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재발 고위험 환자를 선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발전시키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융합대학원 정동영 박사, 전자전기공학과 통합과정 안준호 씨, IT융합공학과 ·융합대학원 안용주 교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 등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및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지원 프로그램, BK21, Glocal 30 대학 프로젝트, 대한신경초음파학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지원 등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161/STROKEAHA.125.053896 1. 고음영 동맥 징후(hyperdense artery sign): 비조영 CT에서 혈관이 정상보다 더 밝게 보이는 소견으로, 혈관 안에 적혈구가 많은 급성 혈전이 형성되면서 헤모글로빈 농도가 증가해 X선이 더 많이 흡수되어 되어 나타나는 영상 소견이다. 2. 블루밍 아티팩트(blooming artifact): MRI 영상에서 혈액 성분이나 금속 성분이 실제보다 더 크게 번져 보이는 현상으로, 혈관 안에 혈전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다. 3. RRT: Relative Residence Time, 혈관 내에서 혈액이 특정 구간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를 나타내는 혈류 지표로 값이 높을수록 혈류가 정체되는 경향이 크다는 뜻이다.
신소재 김종환·조문호 교수 공동 연구팀, 자외선 LED의 한계를 넘다...국내 연구진, 초고효율 심자외선 LED 소재 개발
[사이언스誌 논문 게재-기존 소재 대비 심자외선 방출 효율 20배 향상, 감염병 확산 억제하는 차세대 위생 기술로서 활용 기대] 기존 반도체 기술로는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심자외선1) 영역에서 고효율 빛을 방출하는 신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POSTECH 김종환·조문호 교수 공동 연구팀이 반데르발스 반도체 소재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양자우물 구조를 구현해, 기존 소재 대비 심자외선 방출 효율을 20배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기초과학연구원 지원사업’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3월 20일 게재2)됐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 영역의 반도체 광원 개발은 백색 LED 조명, 디스플레이, 레이저 광원 등 다양한 산업 발전을 이끌어 왔다. 최근에는 가시광 영역보다 더 짧은 파장과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 LED로 개발이 확장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균과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심자외선 광원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기존의 자외선 LED는 주로 질화갈륨(GaN) 기반 반도체를 사용하며, 갈륨(Ga)의 일부를 알루미늄(Al)으로 대체한 알루미늄질화갈륨(AlGaN) 반도체로 바꾸면, 발광 파장을 심자외선 영역까지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200~240nm 파장에 도달하면 광원 효율이 1%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져, 해당 영역은 여전히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은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반데르발스 층상 구조를 갖는 반도체를 활용하여 새로운 LED 나노소재를 개발했다. 반데르발스 층상 구조는 원자층 내부에서는 원자들이 강하게 결합되어 있지만, 층과 층 사이는 약한 인력(반데르발스 힘)을 가져 쉽게 떨어뜨릴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질화붕소(BN)는 원자층이 반데르발스 힘으로 적층된 반도체 소재로, 연구팀은 이 질화붕소의 층을 비틀어 쌓을 때, 전자를 강하게 가둘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양자우물 구조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를 ‘모아레 양자우물(moiré quantum well)’이라고 명명했다. 이 구조는 나노미터 크기의 공간에 전자를 가두어 심자외선 영역의 빛을 효율적으로 방출하는 데 유리하며, 기존 알루미늄질화갈륨 반도체 대비 20배 이상 향상된 발광 효율을 나타냈다. 그간, 반데르발스 물질의 양자현상 연구는 그래핀과 같은 원자층 두께의 박막 구조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질화붕소 3차원 결정을 단순히 비틀어 적층하는 것만으로도 독특한 2차원 양자우물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성과는 또한, 공중 보건 및 환경 위생 분야에서도 중요한 활용 가능성을 지닌다. 강력한 소독 효과를 발휘하는 심자외선 중에서도 현재 상용화된 260nm 파장 대역은 인체의 피부나 눈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200~230nm 파장 대역의 심자외선은 피부 최외곽인 각질층을 통과하지 못해 인체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기술적 난제로 여겨졌던 해당 파장 대역의 '고효율' 발광 한계를 극복함에 따라, 향후 200~230nm 심자외선 LED 광원이 상용화되면 기존 자외선 방역의 잠재적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병원, 학교, 대중교통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실내 공간에서 공기와 표면을 상시 지속적으로 살균하는 차세대 위생 기술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환 교수는 “반데르발스 물질에서 나타나는 고유한 모아레 양자물리 현상을 2차원에서 3차원 물질로 확장하는 개념적 전환”이라며, “이 연구는 향후 새로운 양자물질 설계와 차세대 광소자 개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구혁채 제1차관은 “김종환 교수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 사업을 통해 지난 10년 간 한 분야를 꾸준하게 연구해 온 연구자”라며, “연구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간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을 바탕으로 고효율 심자외선 광원 소자 개발과 다양한 차세대 양자 광소자 응용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 DOI: science.org/doi/10.1126/science.aeb2095 1)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 중에서도 파장이 200~280nm 범위에 해당 2) 논문명 : Highly efficient, deep-ultraviolet luminescence in hBN moire quantum we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