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첨단재료 이동화 교수 연구팀 ”안 겪어봐도 알아요“ 반도체 성능·내구성 예측하는 AI
[전기장 속 원자 움직임 정밀 예측하는 AI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 보이지 않는 원자들의 움직임을 AI가 먼저 예측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첨단재료과학부 이동화 교수 연구팀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공동으로, 전기장이 가해진 환경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AI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기장이 없는 데이터만으로 전기장 속 물성 예측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도체 기술은 더 빠르고, 더 작고,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소재가 ‘비정질1) 하프늄 산화물’이다. 이 물질은 반도체 소자 내부에서 전류를 제어하는 핵심 절연층으로 강한 전기장이 가해지는 경우 내부 원자와 전하 움직임이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소자의 속도와 수명, 안정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기장 환경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차세대 반도체 설계의 출발점인 이유다. 문제는 ‘예측’이었다. 원자 단위의 거동을 계산하는 기존 ‘제일원리 분자동역학’2) 시뮬레이션 방식은 매우 정확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계산이 빠른 경험적 포텐셜 방법은 정밀도가 떨어진다. 최근 머신러닝 기술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전기장 효과를 반영하려면 실제 전기장을 가한 방대한 데이터를 별도로 구축해야 했다. 연구팀은 ‘전하 평형법3)’, ‘그래프 신경망’을 결합한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원자 간 상호작용을 학습해 전하와 에너지, 힘을 동시에 예측하며, 이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포텐셜4)’ 기술을 구현한다. 전기장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의 데이터만 학습했음에도 전기장이 있을 때 나타나는 원자 움직임과 전하의 변화를 정확히 재현했다. 기출문제만 공부했는데 전혀 다른 형태의 심화 문제까지 척척 풀어낸 셈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하프늄 산화물 내부 산소 이온 이동 경향과 반도체 소자의 절연 파괴 전압까지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이 단순 이론 검증을 넘어 실제 반도체 소자의 성능과 내구성을 평가하는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POSTECH 이동화 교수는 “기존에는 전기장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고비용의 추가 데이터를 구축해야 했지만, 이번 기술은 별도의 전기장 데이터 없이도 높은 정확도를 확보했다”라며 “차세대 메모리와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를 가속하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npj Computational Materials’의 머신러닝 포텐셜 분야(Machine Learning Interatomic Potentials in Computational Materials) 특별 컬렉션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24-025-01864-3 1. 비정질(Amorphous): 원자들이 규칙적인 결정 격자 구조를 이루지 않고 무질서하게 배열된 고체 상태이다. 2. 제일원리 분자동역학(Ab-initio Molecular Dynamics): 제일원리를 기반으로 전자와 원자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방법이다. 정확도는 높지만 가격이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려 수천 개 이상 원자를 다루는 대규모 연구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3. 전하 평형법(Charge Equilibration): 원자의 화학적 환경과 주변 원자들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각 원자가 띠는 전하량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 기법을 그래프 신경망 내부에 통합함으로써, 데이터 학습 없이도 외부 전기장에 의해 소재 내부 전하가 재배치되는 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4. 머신러닝 포텐셜(Machine Learning Potential): AI를 활용하여 물질 내 원자 간 상호작용 에너지와 힘을 학습하고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기존 ‘제일원리 분자동역학’의 양자역학적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계산 속도는 수천 배 이상 빨라 대규모 시스템 또는 복잡한 환경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용기중·이동화 교수 공동 연구팀, 암모니아 전해로 여는 ‘저전력 그린수소 시대’
[용기중·이동화 교수팀, 장시간 안정 암모니아 전해 촉매 개발] 물보다 스무 배 적은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그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이 기술이 POSTECH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촉매 덕분에 현실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화학공학과 용기중 교수 연구팀, 신소재공학과·첨단재료과학부 이동화 교수 연구팀, KENTECH(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공학부 김우열 교수 공동 연구팀이 백금–텅스텐 아산화물(Pt–WOx) 기반의 새 암모니아 전해 촉매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최근 실렸다. 암모니아 전기 분해는 이론적으로 단 0.06V(볼트), 즉 건전지 한 개 수준의 아주 낮은 전압만으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반응속도가 느리고, 반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질소산화물(NOx)이 촉매 표면에 달라붙어 금세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해결하며 저전력 수소 생산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방식은 최소 1.23V가 필요하지만, 암모니아는 이론상 20분의 1 수준의 전압으로도 가능하다. 문제는 암모니아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질소산화물이 촉매를 막아 반응이 중단된다는 점이다. 마치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쌓이듯 촉매가 금세 막혀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텅스텐 아산화물(WOx) 나노선 위에 백금(Pt)을 빛으로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이 구조 덕분에 두 물질 사이에서 전자가 활발히 이동해 반응 속도가 빨라졌으며, 질소산화물 생성은 억제됐다. 실험 결과, 연구팀의 촉매는 120시간 넘게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기존 촉매가 수 시간 내에 성능을 잃는 한계를 완전히 넘어섰다. 암모니아 산화 반응에서는 약 50mA/cm2의 전류밀도를 기록했고, 수소 발생 반응에서는 26mV의 매우 낮은 전압만으로도 수소 생산이 가능했다. 이어, 이 촉매를 실사용 환경에 가까운 막전극조립체(MEA*1, 전해 시스템의 핵심 모듈) 기반 전해 장치에 적용했을 때도 500mA/cm² 이상의 높은 전류밀도를 구현했다. 해당 전해 장치를 통해 기존 물 전해 방식보다 1V 이상 낮은 전압으로도 같은 양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적외선 분광 분석과 전산 계산을 통해 성능 향상의 원리를 정밀하게 규명했다. 특히 암모니아가 분해되는 과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단계인 NH₂에서 NH로 전환되는 에너지 장벽을 크게 낮추고, 동시에 질소산화물이 촉매 표면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이 핵심 요인임을 확인했다. 용기중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물 전기 분해 방식보다 훨씬 낮은 전력으로 깨끗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라며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저탄소 수소 경제 실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탄소제로 그린 암모니아 사이클링 선도연구센터사업,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doi.org/10.1002/advs.202515944 1. MEA: Membrane Electrode Assembly
화학/첨단재료 황승준 교수팀, 비슷하지만 달랐다… 주족원소 삼형제의 반응성 퍼즐
[황승준 교수팀, 주기율표 15족 원소로 산소 활성 반응 메커니즘 규명] 최근 화학과·첨단재료과학부 황승준 교수 연구팀이 값싸고 흔한 주족원소들로도 전이금속 촉매 못지않은 산소 활성화 반응이 가능함을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잭스 골드(JACS Au)’에 실리며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 속 산소는 단순히 생명 유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연료의 연소 같은 에너지 변환 반응은 물론, 생명체 내 대사 작용, 그리고 다양한 화학 변환을 이끄는 촉매 반응에서도 산소 활성화 반응은 핵심적인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전이금속 촉매에 의존해 왔는데 이들은 성능은 좋지만 인체 유해성과 비싼 가격, 한정된 자연계 매장량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또한 이런 전이금속을 이용하더라도 산소를 원하는 정도로 조절해서 활성화시키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런 고민에 대해 연구팀은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전이금속보다 흔하고 저렴한 주족원소인 인(P), 안티모니(Sb), 비스무트(Bi)를 활용해 산소 반응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세 원소는 모두 주기율표 15족에 속하는 '형제' 같은 존재다. 연구팀은 이들을 중심에 둔 특수한 분자를 만들어 실험했다. 마치 평면 모양의 무대 위에 배우들을 올려놓듯, 이 분자들을 평평한 구조로 만들어 전자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흥미롭게도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이 세 분자가 산소를 만났을 때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가장 가벼운 인(P)은 산소 원자 두 개와 한꺼번에 반응하는 가장 활발한 반응성을 보였다. 반면 더 무거운 안티모니(Sb)와 비스무트(Bi)는 오직 산소 원자 하나에만 반응하며 선택적인 반응성을 보였다. 마치 가벼운 인(P)은 활발한 어린이처럼 주변 사람들(전자들)과 쉽게 어울리며 큰 놀이(반응)를 벌이는 반면, 무거운 비스무트(Bi)는 점잖은 어른처럼 자신만의 공간에서 차분하게 작은 활동만 했다. 이 결과는 원소가 무거워질수록 전자들이 중심 원자 주변에 더 강하게 뭉쳐 안정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Hammett 분석'과 'pKa 계산'을 통해 각 원소 반응성을 숫자로 정확히 표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마치 운동선수의 기록을 정확히 재는 것과 같아서, 앞으로 비슷한 연구를 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승준 교수는 “주기율표상 원소 특성이 반응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값싼 원소로도 고성능 산소활성 촉매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이번 연구가 화학, 환경 산업의 비용 절감과 친환경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과 삼성미래기술 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jacsau.5c00371
POSTECH 임현석·서종철 교수 공동 연구팀, “물 만난 DNA-화합물 라이브러리” 신약 개발 연구의 게임체인저될까
[POSTECH, 기존 기술 한계 뛰어넘은 ‘NanoDEL’로 항암제·난치병 치료제 개발 속도↑] 화학과·첨단재료과학부·융합대학원 임현석 교수, 서종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신약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나노 기술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부표지(supplementary cover)로 선정됐다. 신약 개발 과정은 보통 하나의 화합물을 한 번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수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DNA-암호화 라이브러리(DNA-encoded library, DEL)’ 기술은 개별 화합물이 고유한 암호화 DNA 태그와 연결된 형태로 수만, 수억 개의 화합물을 동시에 스크리닝할 수 있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DNA의 용해도 문제로 모든 반응이 반드시 물에서만 진행되어야 하고, DNA가 다양한 화학반응 조건에서 쉽게 손상되어 활용 가능한 반응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나노입자 표면에 DNA와 화합물을 결합해 새로운 플랫폼인 ‘NanoDEL (Nanoparticle-Based DNA-Encoded Library)’을 개발했다. 나노입자는 물뿐 아니라 유기용매에서도 안정적으로 분산될 수 있어 기존 라이브러리 기술로 불가능했던 ‘무수반응(moisture-sensitive reactions)*1 ’ 등 용매 종류에 상관없이 다양한 화학 반응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 또, NanoDEL 기술은 DNA 손상 문제도 해결했다. 기존 기술에서는 DNA가 쉽게 손상되어 활용이 어려웠지만, 이번 기술에서는 한 나노입자에 여러 개의 DNA 태그를 부착함으로써 일부 DNA가 손상되더라도 남아 있는 태그를 통해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백업 USB가 여러 개 있어 더욱 안정적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진 셈이다. 논문 제1저자인 왕희명 박사는 “NanoDEL 기술은 기존보다 100배 이상 다양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제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유전자암호화라이브러리 코어뱅크구축사업(사업단장: 한국화학연구원 허정녕 박사)의 재정적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jacs.4c13487 1. 무수반응(moisture-sensitive reactions): 수분에 민감한 시약을 사용하는 화학 반응으로 신약 후보물질 합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존 DNA-암호화 라이브러리 기술은 수용액에서만 반응이 가능하여 무수반응을 구현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