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 황인석 교수 연구팀, ‘곱하기’와 ‘빼기’로 만든 현실감 100% VR 아바타
[간단한 계산으로 상황·맥락 맞게 움직이는 시스템 ‘ArithMotion’ 개발] POSTECH 황인석 교수팀이 누구나 쉽게 아바타를 통해 다양한 동작과 표정을 표현하는 모바일 VR 시스템 ‘어리스모션(ArithMotion)1)’을 개발했다. 아바타는 ‘곱하기’, ‘빼기’ 연산만으로 상황과 상대방 행동에 반응하도록 해, 비싼 장비 없이도 자연스러운 비언어적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VR Chat’과 같은 소셜 VR 플랫폼에서는 아바타의 동작, 표정, 손짓 등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 특히, 몸짓은 사용자 간 감정적 연결을 만들고, 현실감과 주체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용자는 비싼 전신 추적 장비가 없어 미리 설정된 동작만 반복해야 했고, 자연스러운 소통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사회적 반응, 즉 ‘상호 상대성’에 주목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거나 반대로 반응하는 현상을 VR 아바타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상대방이 게임에서 승리해 크게 기뻐하면 나도 기뻐하고, 위협적인 행동에는 방어적으로 움직이는 현실 감각을 그대로 살렸다. 핵심은 ‘산술 연산’이라는 직관적 입력 방식이다. 상대방의 동작에 숫자 ‘2’를 곱하면 과장된 반응이, 마이너스를 적용하면 그와 반대되는 동작이 만들어진다. 계산기에서 ‘더하기’와 ‘빼기’ 버튼을 누르듯 사용자는 복잡한 조작 없이 간단한 입력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실제로 쓸 수 있도록 모바일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덕분에 모바일 VR처럼 ‘모션(motion)’ 입력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상황에 맞는 여러 동작 표현이 가능해졌다. 사용자는 더 이상 로봇처럼 같은 동작만 반복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도에 맞게 반응하며, 가상공간 속에서도 ‘나답게’ 존재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장비 차이로 발생하던 비언어적 표현의 격차를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이끈 황인석 교수는 “어리스모션(ArithMotion)은 아바타가 상대방의 행동에 맞춰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설계해 VR에서도 실제처럼 소통할 수 있게 했다”라며, “스마트폰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만들어 적용 범위를 넓혔다”라고 전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장재웅 씨는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훨씬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POSTECH 컴퓨터공학과 황인석 교수 연구팀(통합과정 장재웅 씨, 박사과정 조성재 씨, 학부과정 신예슬 씨)가 수행한 이 연구는 최근 VR 분야 국제 학술대회 ‘ACM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및 기술 학술대회(ACM VRST 2025)’에서 발표됐다. 또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미래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대학ICT연구센터사업,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스케일업기술사업화프로그램사업,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AI글로벌빅테크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145/3756884.3766039 1. 어리스모션(ArithMotion) : 산술(Arithmetic)과 동작(Motion)을 합친 말이다. 상대방의 동작에 곱하기, 빼기 같은 산술 연산을 적용해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뜻한다.
컴공 황인석 교수팀, 공감이 낯선 시대, 이제는 AI가 마음 번역한다
[POSTECH, 개인 맞춤형 감정 번역 AI 'EmoSync' 개발... 국제 학술대회서 상위 5% 수상] 점점 다양해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을까?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개인 성격과 가치관을 분석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 국제 학술대회인 ‘ACM CHI 2025’에서 실제 시스템을 시연한 Interactivity 트랙 74개 연구 중 상위 5%에게 수여되는 ‘Popular Choice Honorable Mention Award’를 받았다. 사회는 서로 다른 정체성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복잡한 공동체다.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공감'이라는 말조차 막막하게 느껴진다.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컴퓨터를 활용한 공감 기술은 단순했다. '똑같은 경험을 보여주면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가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의 성격, 과거 경험, 가치관에 따라 감정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EmoSync(이모싱크)'는 이러한 개인차를 인정하고 활용한다. AI가 각 사용자의 심리적 특성과 감정 반응 패턴을 꼼꼼히 분석한 후, 그 사람만의 경험 세계에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상황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직장에서의 은근한 차별이나 배제 상황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EmoSync는 그 사용자의 과거 경험을 분석해 ‘학창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순간’과 같은 연결고리를 만든다. 익숙한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더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1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EmoSync를 사용한 참가자들은 기존에 공감하지 못했던 타인의 경험에 대한 감정 이해도와 공감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이는 개인 맞춤형 비유적 경험이 실제로 공감 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논문 1저자인 주효진 씨는 “이번 연구를 통해 AI가 사람들 간의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돕는 데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라며 “앞으로도 실생활에서 사람들 간의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돕는 AI 기술 개발에 계속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POSTECH 황인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성형 AI가 사용자 개개인의 감정 구조를 파악하고, 나아가 특정 감정을 유도하는 개인 맞춤형 경험을 생성할 수 있다는 기술적 잠재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한 사례"라며, "이는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공감을 유도하는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학문적, 사회적으로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컴퓨터공학과 황인석 교수, 통합과정 주효진 · 이정은 · 양승원 씨 연구팀이 컴퓨터공학과 옥정슬 교수와 함께 수행했으며,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미래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대학ICT연구센터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145/3706598.3714122
컴공 황인석 교수팀, 생성형 AI가 만드는 아동 언어 학습의 미래
[POSTECH · 이화여대, 아동 개인 맞춤형 어휘 발달 돕는 동화책 생성 시스템 개발] 컴퓨터공학과 황인석 교수, 통합과정 이정은, 윤수원, 이규식 씨 연구팀은 이화여대 언어병리학과 임동선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과 홈 IoT 기기 기반 기술로 아이의 언어 교육을 돕는 개인 맞춤형 동화책 생성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 최고 학술대회인 ‘ACM CHI(ACM SIG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에서 발표됐으며,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상위 5%의 논문에 주어지는 ‘우수논문상(Honorable Mention Award)’을 받았다. 아이들의 언어 능력은 인지와 학업 능력은 물론, 친구와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언어 능력이 시기에 맞춰 잘 발달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언어 중재*1를 통해 언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각자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저마다 자라면서 접하는 어휘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방법들은 표준화된 어휘 목록을 이용해 언어 능력을 평가하고, 기성 동화책과 장난감으로 어휘를 중재해 왔다. 연구팀은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도구에 의존하는 기존 방법이 아동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점에 주목하고, 아이들의 성장 환경을 고려한 효과적인 교육 시스템을 설계했다. 먼저, 연구팀은 홈 IoT 기기를 이용하여 평소 생활하는 집에서 아이들이 듣고 말하는 음성들을 수집하고, 모니터링했다. 연구팀은 화자 분리*2와 형태소 분석 기법*3을 이용해 아동에게 노출된 단어와 아동이 발화한 단어, 그리고 노출되었으나 발화하지 않은 단어 등을 분석했으며, 단어마다 언어병리학적으로 중요한 요소들에 대한 점수를 계산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거대언어모델(GPT-4)과 이미지 생성 모델(Stable Diffusion) 등 생성형 AI 기술로 아동별 목표 어휘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동화책이 생성되도록 했다. 언어병리학적 이론과 실제 전문가의 경험적인 노하우를 반영해 효과적인 개인 맞춤형 아동 언어 교육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아이들의 언어 능력 발달 편차를 고려하여 개인별 · 요소별 가중치를 다르게 설정하고, 어휘 선정 기준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개인별 목표 어휘 추출과 동화책 생성 과정을 모두 자동화하여 아이들의 어휘 발달과 언어환경 변화에 따라 목표 어휘 및 맞춤형 동화책을 지속적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4주 동안 9개의 가정에서 연구팀의 시스템을 사용한 결과, 아이들은 학습 목표 어휘를 효과적으로 학습했으며, 연구팀은 이 시스템이 치료실이 아닌 일상 가정에서도 적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논문 제1저자인 이정은 씨는 “기존의 획일화된 아동 언어 평가 및 중재 방식의 한계를 생성형 AI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해결했다”라며, “앞으로도 생성형 AI로 다양한 사람들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 맞춤형 가이드를 생성하고자 한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또, 교신저자인 황인석 교수는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생성형 AI 기술과 언어병리학적 이론을 융합하고, 맞춤형 언어 자극 · 발달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라며, “이번 연구 성과가 아이들의 성장 환경과 학습 목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는 말을 전했다. 공동저자인 이화여대 임동선 교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맞춤형 일상생활 언어 지원 서비스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라며, “다양한 환경과 언어에 노출된 아이들을 위한 목표 어휘 추출과 언어적 자극 전달 방식도 개인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한국사회과학연구,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대학ICT연구센터와 ICT R&D 혁신바우처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145/3613904.3642580 1. 언어 중재 언어발달, 의사소통, 발음 등 언어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동의 언어 수준을 파악하고 아동의 언어 능력 향상을 위한 적절한 치료 및 교육적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2. 화자 분리 하나의 오디오 녹음 파일에서 서로 다른 화자를 식별하고, 각 화자가 말한 구간을 분리해내는 기술이다. 3. 형태소 분석 기법 단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의미 단위인 형태소를 식별하고 분석하는 기법이다.
기계·융합 김기훈 교수팀, 손목 회전 가능한 로봇, 환자에게 새 삶을 주다
[김기훈 교수팀, 손목 회전 모듈을 도입해 의수의 사용성과 효율성 향상] 최근 국내 한 기업이 국가유공자 50명에게 로봇 의수와 의족 등을 선물해 큰 주목을 받았다. 로봇 보조기구는 선천적으로 몸이 불편하거나 불의의 사고로 신체에 이상이 생긴 사람들의 일상 활동을 지원한다. 그러나 로봇 보조기구로 자연스러운 동작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기계공학과 · 융합대학원 김기훈 교수, 기계공학과 최서영 연구원 연구팀은 로봇 의수에 손목 회전 모듈을 도입해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신경공학 및 재활 저널’(Journal of NeuroEngineering and Rehabilitation)’에 게재됐다. 의수는 손 일부가 부분적으로 절단된 사람들의 ‘새로운 손’이다. 하지만 기존 의수의 경우 손상된 부위를 대체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져 의수와 이어지는 손목을 움직이는 데 제한이 있었다. 그로 인해 환자는 손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이에 대한 보상 행동 패턴을 반복하며 팔과 상반신을 과도하게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교통사고로 엄지와 검지를 잃은 환자용 의수를 새로 개발했다. 이 의수는 뇌에서 근육으로 보내는 신호를 센서로 감지해 움직이는데, 기존과 달리 손목 회전 모듈을 도입해 환자가 손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어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의수와 기존 의수, 그리고 정상인의 팔과 상반신 근육 움직임을 비교 분석했다. 근전도 신호*1와 모션 캡처 시스템으로 팔과 상반신 근육 활동을 측정한 결과, 손을 뻗어 물건을 잡는 동작에서 정상인과 기존 의수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또, 기존 의수 사용 시 어깨와 상반신 움직임이 정상인 대비 약 260%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의수를 사용할 때 손목 회전이 부자연스러워 팔과 상반신을 무리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의수를 사용한 경우, 상반신 움직임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으며,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했다. 근골격계에 2차 손상을 주지 않고,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의 의수는 손 기능 평가에서도 기존 의수 대비 기능이 30% 이상 향상됨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김기훈 교수는 “로봇 보조기구를 만들 때 단순히 특정 신체 부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연결된 부위도 고려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로봇 의수를 안전하고 오래 사용하며 사용자가 잃어버렸던 삶을 되찾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TEAM 사업(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 다수 사용자간 운동-감각 초연결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바이오닉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 지원으로 진행됐다. 1. 근전도 신호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근육 표면으로부터 근섬유를 따라 일어나는 전기적 신호로 팔과 상반신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데 사용됐다.
화학 이인수 교수팀, 정확하고 빠르게 도와주는 촉매, 빛으로 탄생했다
[이인수 교수팀, 다공성 유기층을 나노 입자에 증착한 금속 촉매 개발] 연못의 잔잔한 물결이 돌에 닿아 파도가 일어나듯 빛이 금속 입자를 만나면 입자 표면에 작은 물결이 생기는데, 이를 플라즈모닉(plasmonic)*1 현상이라고 한다. 이 물결은 금속 입자를 활성화하고, 화학 반응을 미세하게 제어할 수 있는데, 빛의 마법 같은 이 현상으로 금속 촉매 효율과 선택성을 동시에 높인 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화학과 이인수 교수 · Amit Kumar(아밋 쿠마르) 연구교수 · 박사과정 Anubhab Acharya(아눕합 아차르야) 씨 연구팀은 빛으로 다공성 유기층을 금속 촉매에 증착해 효율성과 선택성 모두 높였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에 게재됐다. 금속 촉매는 화합물 합성과 수소 생산, 연료전지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촉매 표면에는 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는 활성 부위가 있는데, 반응 중 생성된 중간체나 부산물이 의도치 않게 이를 막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반응에 참여하는 분자의 흡 · 탈착 조절이 어려워 촉매 활성과 효율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빛’을 이용한 전략을 세웠다. 금속의 전자와 빛의 상호작용인 플라즈모닉 현상을 이용하면 전자 활성도를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먼저 플라즈모닉 특성을 가진 금(Au) 나노 입자 표면의 전자를 빛으로 활성화했다. 그리고, 수 나노미터(nm) 두께를 지니는 팔라듐(Pd) 촉매 박막과 다공성 유기층(이하 pCOL, porous Covalent Organic OverLayer) 박막을 연속적으로 표면에 증착했다. pCOL의 다공성 구조는 촉매 표면에 불순물이 흡착되는 것을 막고, 반응에 필요한 분자들이 쉽게 흡 · 탈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pCOL이 증착된 금속 촉매로 반응 효율과 선택성 모두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이 촉매는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한 후에도 우수한 성능을 유지했다. 또, 연구팀은 이 촉매를 활용해 삼중결합이 있는 알킨(alkyne)에 수소를 첨가하는 기존 수소화(hydrogenation) 공정의 한계도 극복했다. 기존에는 반응 선택성을 제어하기 어려워 알킨이 수소와 과도하게 많이 결합했는데, pCOL이 증착된 촉매로 알킨과 결합하는 수소의 양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인수 교수는 ”촉매의 효율과 반응 선택성은 서로 상충되는 특성인데, 이번 연구를 통해 이 둘을 동시에 향상시켰다“며, ”금속과 유기물이 결합된 첨단 하이브리드 나노 촉매가 미세 화학 합성과 광(光)촉매, 에너지 저장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1. 플라즈모닉(plasmonic) 금속 입자의 전자들이 빛의 전기장과 상호작용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플라즈모닉 특성을 가진 금속 나노 입자는 특정 파장에서 높은 전자 활성화를 보여준다.
기계·IT융합·생명·융합 장진아 교수팀, 3D 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혈관, 구멍(기공)으로 더 완벽해지다
[POSTECH · 원광대 공동 연구팀, 내부 기공을 통한 자발적 세포 집합 유도 및 내피 형성] 인공 소구경 혈관1)(이하 SDV)에 대한 높은 임상적 수요로 인해 상용화 제품이 많이 개발된 상태다. 그러나 기존 인공 SDV는 대부분 내피가 없어 혈전2)을 유발한다는 한계가 있으며, 균일한 내피층을 가지면서 충분한 기계적 성질까지 갖춘 인공 SDV를 제작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 IT융합공학과 · 생명과학과 · 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IT융합공학과 남효영 연구교수, 원광대 기계공학부 이승재 교수, 기계공학과 정훈진 박사 공동 연구팀은 최첨단 드래깅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기공(구멍)이 있는 SDV를 만들고, 이를 통해 내피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액티브 머티리얼즈(Bioactive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추가 재료나 장치 없이 기공이 있는 구조체를 제작하면서 기공 크기까지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드래깅 3D 프린팅 기술(Dragging technique)3)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다공성 · 다층 구조를 갖는 인공 SDV를 제작하고, 인간 탯줄 정맥 내피 세포4)(이하 HUVECs)와 인간 대동맥 평활근세포5)(HAoSMCs)를 천연 고분자 바이오잉크(bio-ink)와 혼합해 내부에 주입했다. 그 결과, HUVECs은 기공을 통해 인공 SDV의 가장 안쪽 층으로 이동해 내피를 형성했으며, 이러한 결과는 기공 크기에 따라 달라졌다. 연구팀은 인공 SDV 내피 표면의 최대 97.68 ± 0.4%까지 덮는 데 성공했다. 또, 해당 내피가 혈소판 유착을 방지하는 것까지 확인했다. 추가 공정 없이 기공만으로 스스로 내피를 형성할 수 있는 인공 SDV를 개발한 것이다. 장진아 교수는 “첨단 드래깅 3D 프린팅 기술과 HUVECs이 가진 특성을 이용해 자발적인 세포 조립을 유도하는 SDV(Spontaneous cellular assembly SDV, S-SDV)를 제작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안정성과 기계적 특성이 보장되어 이식에도 적합할 뿐 아니라 향후 가지(branch)나 곡선(curve) 등 복잡한 모양의 혈관 구조체에서도 내피를 형성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의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산업통상자원부 및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S-SDV 제작 과정과 기공을 통한 HUVECs 의 이동 결과 (초록색) : HUVECs(인간 탯줄 정맥 내피 세포) (빨간색) : HAoSMCs(인간 대동맥 평활근세포) 1. 소구경 혈관(Small Diameter Vascular) 인공 혈관 중 지름의 길이가 5mm 이하인 경우를 소구경 혈관이라고 한다. 2. 혈전 혈관 내에서 혈액 성분이 국소적으로 응고해서 생기는 덩어리를 말한다. 3. 드래깅 기술(Dragging technique) 별도의 회전축이 필요하지 않아 나선형과 지그재그형, 별 모양, Y자형 등 자유롭게 모양을 형성하는 3D 프린팅 기술이다. 4. 인간 탯줄 정맥 내피 세포(HUVECs) Human umbilical vein endothelial cells 5. 인간 대동맥 평활근세포(HAoSMCs) Human Aortic Smooth Muscle Cells
환경 이기택 교수팀, 북극 한파, 이제는 동장군 아닌 ‘축복’
[POSTECH · 부산대 공동 연구팀, 북극 찬 공기가 동해 이산화탄소 흡수량에 미치는 영향 분석] 한파로 인해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국립공원 247개소가 출입 통제됐으며, 국내 항공기 14편과 여객선 107척이 결항했다. 한편으로는 이 한파가 반갑기도 하다. 시야를 뿌옇게 가리던 미세먼지가 한파로 인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한파가 미세먼지를 줄일 뿐 아니라 동해가 빨아들이는 이산화탄소량을 늘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이기택 교수, 부산대 해양학과 이동섭 교수, 김소윤 씨 연구팀은 북극의 찬 대기가 동해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미국 지구물리학회(AGU)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인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1992년, 1999년, 2007년, 2019년에 총 네 차례 관측된 자료를 바탕으로 동해 표층부 · 심층부 순환과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 간 관계를 분석했다. 첫 번째 구간(1992~1999)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2천만 톤 흡수했으며, 두 번째 구간에서(1999~2007)는 그 양이 연간 1천만 톤 이하로 감소했다. 또, 마지막 구간(2007~2019)에서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다시 연간 3천만 톤으로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동해안 내부 순환이 북극 한파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북극에서 내려온 찬 공기 중 일부는 동해로 유입되는데, 그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머금은 표층수가 무거워져 중층이나 심해로 내려가면서 수직 환기가 발생했다. 결국, 북극에 있던 차가운 공기가 많이 내려올수록 내부 순환이 활발해지고, 동해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기택 교수는 “해양은 거대한 이산화탄소 저장고로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며, ”미래 기후 변동에 따라 전 지구적 대양의 탄소 제거 능력을 예측하고, 적절한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 중 절반은 대기에 머물러 있고, 나머지 절반은 해양과 육지 생태계로 유입되고 있다. 이미 대기보다 40만 배 이상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해양은 이산화탄소 저장에 있어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해양-육상-대기 탄소순환 시스템 연구사업,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용역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북극 공기 남하에 따른 동해 이산화탄소 흡수 변화>
기계 김석 교수팀, 미세 액적 조작: 분석부터 실험까지
[POSTECH · 美 UIUC, 특성 표면과 탄성 구조체로 액적 양방향 이동 제어 성공] 액적(droplet) 제어는 바이오, 약물 전달, 물질 합성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다. 현재 여러 응용 분야를 고려해 효과적인 액적 제어를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액적 제어 플랫폼의 해석과 최적화가 이루어진다면, 약물 전달, 물질 합성, 바이오 분야 등에서 즉각적이고 정확한 발전이 기대된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김석 교수 · 통합과정 김승범 씨,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너-섐페인 캠퍼스(UIUC) 기계공학과 손창희 박사 · 플라시드 페레이라(Placid Ferreira) · 지에 펭(Jie Feng) 씨 공동 연구팀은 외부 자기장으로 랫칫(ratchet) 표면1)을 조절해 액체 방울을 양방향으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나노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 나노(ACS Nano)’ 표지 논문으로 최근 게재됐다. 액적은 미세한 크기의 액체 방울이다. 액적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입자 이동과 배치를 효과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자성을 띠는 입자를 액적 내부에 삽입하거나 전압을 가하는 등 액적을 움직이는 여러 방법 중 연구팀은 액적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액적과 맞닿는 기판 표면에 초점을 맞췄다. 랫칫 표면은 나노 기둥 구조체 위에 한쪽으로 기울어진 판을 올려 방울을 이동시킬 때 유용하지만 오직 한 방향으로만 액적이 움직인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소수성2) 실리콘에 연자성3) 층을 증착한 상판을 만든 다음, 탄성 구조체 기둥 위에 고정했다. 이 구조체는 외부 자기장을 조절해 강판을 양방향으로 기울임으로써 기존과 달리 두 종류의 랫칫 표면을 형성한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액적을 양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또, 히스테리시스4)이론과 양방향 기울기 개념을 반영한 모델을 개발해 랫칫 표면 기울기를 예측하는 데도 성공했다. 외부 자기장으로 인한 랫칫 표면 기울기 변화를 이론적 · 실험적으로 모두 확인한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바이오 센싱(Bio-sensing)이나 물질 합성, 세포 배양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두 방향을 넘어 여러 방향으로 액적 이동을 제어하는 랫칫 표면 설계 · 최적화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PIM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실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1. 랫칫(ratchet) 표면 미세한 구조물이나 패턴을 이용해 물체가 특정 방향으로만 이동하게 하는 표면이다. 2. 소수성(hydrophobicity) 물과 친화력이 낮아 쉽게 결합하지 않는 성질이다. 3. 연자성(soft magnetism) 외부 자기장을 가해주면 자성을 띠고, 자기장을 제거하면 자성을 잃는 특성이다. 4.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외부 변화에 따라 그 특성이 과거의 상태에 의존하는 현상이다. 자성 물질이 외부 자기장이 변해도 이전 상태를 기억하고 일정 정도의 지연이 발생하는 특성이다.
환경 감종훈 교수팀, 무인 보트를 이용한 저수지 물 건강 상태 진단
[POSTECH 감종훈 교수팀, 무인 보트로 수심과 수질 이중 모니터링 성공] 얼마 전 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 100여 마리가 마실 물이 부족해 집단 폐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5년 약 25억 명이 물이 부족해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 위기로 인간과 동물을 위한 물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이와 같은 참사를 막으려면 수질과 수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무인 기기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박사과정 이광훈 씨 연구팀은 무인 보트를 활용한 첨단 기술로 저수지 수심과 저수지 표층 질산염(NO₃⁻) 농도를 동시에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수자원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인 ‘수자원 연구 (Water Resources Research)’지(誌)에 게재됐다. 수심과 질산염 농도는 사용 가능한 물의 양과 수질을 모니터링 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다. 대기와 토양 영양분이 축적된 질산염은 여러 경로로 하천에 유입되는데, 지나치게 많아지는 경우 수생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위협할 수 있다. 또, 수질은 강수량과 물 사용량 등의 영향도 받으며, 수온이 상승하는 경우 용존 산소량이 줄어 수질이 떨어진다. 수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면 질산염 농도와 수심을 동시에 측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 둘은 측정 시기와 장소에 따라 편차가 크고, 기존에는 한 지점에서만 수심을 측정하는 경우가 많아 저수지에 저장된 물의 총량에 대한 산정값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다. 최근에는 무인 장치 또는 기기를 활용해 이를 보완하고 있지만, 질산염 농도와 수심을 동시에 측정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무인 보트를 이용해 질산염 농도와 수심을 함께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부터 1년 동안 전기화학 센서가 장착된 보트를 통해 경상북도 포항시에 있는 저수지(달전지)의 질산염 농도와 수심을 동시에 측정한 것이다. 총 30회에 걸쳐 측정한 결과, 질산염의 양은 계절에 따라 1톤에서 최대 4톤까지 증가했으며, 강한 강우 이후에는 물이 급격하게 불어나 그 양이 기존 관측 방식과 비교했을 때, 최대 17% 적게 계산됐다. 측정 시기나 특정 기상에 따라 수질이 과대 · 과소 평가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또, 연구팀은 무인 보트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달전지에 축적된 질산염 총량을 보여주는 고해상도 지도 제작에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측정 기간이 1년으로 길지 않고, 포항이라는 지역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질산염 농도와 수심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연구를 이끈 감종훈 교수는 “수자원 환경 연구에서 무인 로봇 기술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했다”며, “무인항공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차세대 한국형 수자원 관리 시스템에 대한 청사진이 될 것이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집단연구사업과 해양-육상-대기 탄소순환시스템 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좌) 무인 보트를 활용한 달전지 수심과 질산염 농도 관측 모습 (우) 보트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제작한 고해상도 질산염 총량 지도 (2021년 11월 26일)>
물리 김범준 교수팀, 양자 세계서 제4의 상 ‘네마틱’ 최초 관측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고온 초전도체 후보물질서 새로운 물질상 발견] [반세기 넘도록 이론으로만 예측돼 온 상태 양자 간섭 신호 포착 … Nature誌 게재] 스마트폰 화면 등에 쓰이는 액정(Liquid Crystal)은 액체도 아니고, 고체도 아닌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와 같은 상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김범준 부연구단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양자 물질에서 액정과 유사한 물질 상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 대부분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으로 존재한다. 액정을 포함한 제4의 상인 ‘네마틱’은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 액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고체처럼 분자의 배열이 규칙적이다. 네마틱 상이 양자역학적인 스핀1) 계에서도 존재할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은 반세기 전부터 있었지만, 실제 물질에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석은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고체 상태다. 자석에서 스핀은 자석의 N극과 S극이라는 두 개의 극으로 이뤄진 자기 쌍극자를 형성한다. 반면, 스핀 네마틱은 자성은 없지만 네 개의 극으로 이뤄진 사극자가 정렬되어 있는 상태다. 기존 개발된 중성자 산란 등 대부분의 실험 도구는 쌍극자에만 민감하게 설계되어 스핀 네마틱을 검출하기 어려웠다.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연구진은 사극자의 존재를 빛(X선)을 이용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장비를 설계했다. 우선, 연구진은 미국 아르곤연구소와 협업하여 공명 비탄성 X선 산란 장비(RIXS)를 4년여에 걸쳐 개발했다. 이후 포항가속기연구소 등 가속기 빔라인에 개발한 분광기를 구축하여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연구진은 유력 고온 초전도체 후보물질로 꼽히는 이리듐 산화물(Sr2IrO4)에 X선을 조사하며 스핀의 거동을 관찰했다. 이리듐 산화물은 230K(-43.15℃) 이하의 저온에서는 쌍극자와 사극자가 공존했지만, 260K(-13.15℃)의 온도까지는 쌍극자가 사라져도 사극자가 남아있었다. 230~260K의 온도 범위에서 스핀 네마틱 상태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스핀 네마틱 상의 발견은 물리학자들의 숙원 과제인 스핀 액체 탐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동 저자인 조길영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컴퓨터 등 양자 정보 기술에 활용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스핀 액체를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며 “스핀 네마틱은 스핀 액체와 공통적인 물리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스핀 액체 탐색의 핵심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이번 연구는 이리듐 산화물에서 고온 초전도 상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론적으로 스핀 네마틱 상도 스핀 액체처럼 스핀 양자 얽힘을 통해 고온 초전도 현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에서 이리듐 산화물의 전자 농도를 변화시켜가며 고온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지 조사해 볼 계획이다. 김범준 부연구단장은 “RIXS는 양자 간섭을 통해 스핀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엑스선 과학 분야에서 지난 10년 간 가장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라며 “이번 연구는 국내 방사광 X선 실험 인프라 및 활용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12월 14일(한국시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IF 64.8) 온라인판에 실렸다. [그림1] 사각격자 이리듐 산화물에서 쌍극자와 사극자 질서 사각격자 이리듐 산화물 Sr2IrO4는 저온에서 자기 쌍극자 질서를 가짐은 잘 알려져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저온(오른쪽)에서 이 쌍극자(화살표)가 사극자(도넛) 질서와 공존하며, 자기 전이온도 230 K 위에서 쌍극자가 사라져도 사극자가 여전히 임계온도 263 K까지 남아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쌍극자 없이 사극자가 존재하면 스핀 네마틱이라고 할 수 있다. 사극자의 스핀 확률 밀도함수는 도넛 모양이 된다. [그림2] 사각격자에서의 자기구조 사각격자 위에서 스핀들은 단순한 자기구조(Classical AF) 뿐만 아니라, 양자효과를 통해 단일항 중첩상태(Resonant Valence Bond; RVB) 및 양자 요동 자기구조(Quantum AF) 등의 다양한 상태를 가질 수 있다. 이 중 스핀 쌍극자와 사극자가 공존하는 상태(Canted AF + Quadrupoles)를 직접 관측해 낸 것은 본 연구가 최초다. 1. 스핀 전자의 각운동량. 전자의 운동을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에 비유할 때, 스핀은 자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