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상온에서 빛나는 양자 발광체 개발… 효율 130배 끌어올렸다
[간단한 열처리 공정으로 2차원 반도체 상온 발광 한계 극복] 최근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 박경덕 교수, 물리학과 박사과정 문태영 씨 연구팀은 UNIST 화학과 서영덕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일상적인 실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빛을 내는 고효율 양자 발광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구는 필라멘트가 달궈지며 빛을 내고, 형광등은 전기가 기체를 자극해 빛을 만든다. 반도체가 빛을 내는 방식은 또 다르다. '전자'와 '정공(빈자리)'이 만나 짝을 이루었다가 사라질 때 빛이 방출되는데, 이 짝을 '엑시톤(exiton)'이라 한다. 특히, 엑시톤이 특정 위치에 안정적으로 머물면 빛을 아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 통신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있었다. 실험실 밖, 즉 상온에서는 엑시톤이 쉽게 퍼지고 발광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반도체 내부에 남아 있는 잉여 전자가 엑시톤의 발광을 막아 에너지가 빛이 아닌 열로 소모됐다. 둘째, 엑시톤을 한 지점에 안정적으로 붙잡아 둘 구조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먼저 잉여 전자가 쌓이는 원인을 반도체와 금속 기판 사이에 생기는 ‘물 분자층’에서 찾았다. 원자 세 겹 두께의 2차원 반도체 ‘이황화 몰리브덴’을 금 기판 위에 올리면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아주 얇은 물 층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 층이 전자가 기판으로 이동하는 길을 막았고, 전자가 반도체 안에 과도하게 남아 발광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결 방법은 단순했다. 300℃ 진공 환경에서 한 시간 동안 열처리를 하자 물 분자층이 증발했고, 반도체 내부 잉여 전자들이 금 기판으로 빠져나갔다. 전자가 쌓이지 않게 되자 빛 대신 열로 새던 에너지 손실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엑시톤을 한 지점에 모으는 일이었다. 연구팀은 반도체 표면에 지름 500nm(나노미터) 크기의 ‘나노홀’을 만들었다. 이 구조는 주변보다 에너지가 낮은 영역을 형성해 빗물이 낮은 곳으로 모이듯 엑시톤을 한 지점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계산 결과 약 98%의 엑시톤이 나노홀 중심에 모여 사실상 한 곳에 갇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두 가지 전략을 결합하자, 상온에서 엑시톤 발광 세기가 기존 대비 약 15배 증가했고, 발광 효율은 0.076%에서 10%로 약 130배 뛰었다. 또, 원자간력현미경 탐침으로 압력을 가했을 때 발광 세기가 120% 강해지고, 압력을 제거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와 빛 세기를 물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도 확인됐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실험실 밖에서도 작동하는 양자 발광체를 구현했다는 것“이라며, ”열처리 공정은 대량 생산 가능성을 의미하며, 단일광자 광원, 초고효율 LED, 태양전지, 광 컴퓨팅 소자 등 분야 응용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서영덕 교수는 "전하 제어와 변형도 공학을 결합한 접근법이 2차원 소재 기반 양자 정보 플랫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 삼성과학기술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y2186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AI 전력난 뒤집을 빛의 혁신… 엑시톤 확산 8,300% 증폭 현상 최초 발견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 시대 ‘게임체인저’ 등장… 전자의 한계를 넘는 차세대 저전력 AI 반도체 핵심 원리 세계 최초 제시] 기초과학 연구가 인공지능(AI) 시대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인 전력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의 ‘엑시톤(exciton)’ 이동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간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고, 이를 기존 대비 최대 8,300%까지 증폭시키는 새로운 물리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물리 현상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과 반도체 발열 문제로 대표되는 AI 시대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정보전달 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현재 반도체는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전자가 이동할수록 필연적으로 열이 발생하고, 이는 곧 에너지 손실과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는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할 정도로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엑시톤’이다. 엑시톤은 반도체 내부에서 빛과 전자의 성질이 결합된 입자로,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이동 과정에서 열 발생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차세대 초저전력 정보 전달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엑시톤을 원하는 방식으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실제 소자 응용에 큰 제약이 있었다.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빛과 전기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나노 공진 분광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빛과 전기장이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최소 선폭 정도의 초미세 공간에 모이면서, 반도체 내부의 ‘에너지 지형’을 나노 공간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고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연구팀의 이형우 박사는 이 방법을 통해 특정 영역에 엑시톤을 집중시켰고, 그 과정에서 기존 이론과는 다른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좁은 공간에 모인 엑시톤들이 서로 밀어내며, 오히려 더 빠르고 강하게 바깥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단순히 엑시톤의 개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엑시톤이 얼마나 가파르게 몰려 있는지를 나타내는 ‘밀도 기울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 대비 최대 8,300%에 달하는 엑시톤 확산 증폭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이 현상은 전압만으로 실시간 제어가 가능했다. 스위치를 켜고 끄듯, 전압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엑시톤의 이동 방향과 세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향후 반도체 칩 내부에서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존 전자 기반 회로를 넘어, 빛과 입자의 특성을 동시에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엑시톤 회로’ 구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시한다. AI 데이터센터의 초저전력 인터커넥트, 고효율 광전자 소자, 차세대 태양전지 등에서 엑시톤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미래 산업에서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그리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속적인 기초연구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나노광학 및 양자물성 연구를 꾸준히 지원한 결과,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 확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진행한 이형우 박사와 문태영 씨는 “이번 연구는 나노미터 공간에서 엑시톤의 이동을 직접 생성하고 관측한 첫 사례로,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이동 메커니즘을 확인했다”며 “엑시톤 기반 소자 설계의 핵심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성과는 기초물리 연구를 통해 산업기술 적용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향후 저전력 AI 반도체와 신개념 광소자 융합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3월 31일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63-026-02569-8
물리 김범준 교수 연구팀, 보이지 않던 전자의 ‘얽힘’, X선으로 풀었다
[고체 속 전자 얽힘 구조 최초 실험 규명… 차세대 반도체·양자컴퓨터 핵심 열쇠 기대] SNS 알고리즘부터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반도체까지 사람들의 일상은 ‘전자’의 움직임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그동안 한 번도 직접 관측된 적 없던 전자들 사이의 ‘숨은 연결’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POSTECH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연구팀은 KAIST 물리학과 조길영 교수, 서울대 김범현 박사와 함께 고체 물질 속 전자가 만드는 복잡한 양자 얽힘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네이처 머티어리얼스(Nature Materia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우리가 매일 쓰는 전자기기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전자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어떤 전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향을 주고받도록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양자 얽힘'이다. 두 개 이상의 입자들의 상태가 서로 독립적으로 기술될 수 없고 하나의 파동함수로만 설명되는 관계다. 이러한 현상은 양자 컴퓨팅이나 양자 암호학 등 차세대 양자 기술의 핵심적인 물리 현상이지만 실제 고체 내부에서 양자가 어떤 방식으로 얽혀있는지 실험으로 규명된 바는 없었다. 연구팀은 ‘이리듐 산화물(Nd₂Ir₂O₇)’에 주목했다. 이 물질은 금속과 비금속의 경계에 위치해 복잡한 얽힘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여기에 X선을 쏘아 튕겨 나오는 신호를 분석하는 ‘공명 비탄성 X선 분광법(RIXS)’이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핵심은 간섭 신호다. 일반적으로 에너지를 잃고 산란된 신호는 간섭이 일어나지 않지만 전자 상태가 얽혀있으면 간섭 무늬가 나타난다는 점에 점에 주목했다. 서로 얽힌 전자가 만드는 간섭 패턴이 일종의 ‘지문’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양자 얽힘이 기존에 알려진 단순한 자기적 질서와는 전혀 다른, '스핀 사극자'라는 고차원 구조에 대응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아가, 이러한 사극자 질서가 기존 자기 질서와 하나의 물질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양자 얽힘을 ‘측정 가능한 대상’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얽힘 구조’를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양자 컴퓨터 성능을 높일 새로운 소재 설계나 적은 에너지로 더 빠르게 작동하는 초저전력 차세대 반도체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과 AI 서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는 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범준 교수는 “숨겨진 양자 질서를 찾아내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다양한 양자 물질 연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 ‘공명 비탄성 X-선 분광기’로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유럽 방사광가속기 시설과의 국제 연구를 통해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또한, 재단법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교육부의 기초과학연구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63-025-02475-5
손민주·황동수 교수 공동 연구팀, 알츠하이머 단백질 ‘타우’, 세포 분열에도 관여할까
[타우–DNA 응축체 기반 염색체–미세소관 연결 메커니즘 제시] 상처가 아물고, 머리카락이 자라고, 오래된 세포가 새 세포로 교체되는 모든 과정이 '세포 분열' 덕분이다. 세포가 둘로 나뉠 때 안에 있는 염색체도 정확히 반씩 나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세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최근 POSTECH 연구진이 이 정교한 과정에 '타우(Tau)'라는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뇌세포 안에서 '미세소관'이라는 가느다란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붙잡아 주는데,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는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타우가 세포 내 여러 분자를 끌어모아 작은 '응축체(Condensate)'를 만든다고 보고됐지만 타우와 DNA 간 상호작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바로 이 미지의 영역에 주목했다.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 염색체는 '방추사'라고 불리는 미세소관 다발에 붙잡혀 양쪽으로 당겨지면서 두 개의 딸세포로 나뉜다. 이때 염색체와 방추사가 정확하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연구팀은 단일 DNA 분자를 이용해 타우 단백질이 이 연결을 돕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타우가 DNA에 달라붙어 응축체를 형성하고, DNA 가닥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주변 가닥들을 서로 끌어당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고분해능 형광 이미징 기술로 관찰한 결과, DNA 위의 타우 응축체가 미세소관을 끌어당기는 '접착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세 분자 간 상호작용은 시험관 실험뿐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세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타우의 화학적 변형인 '인산화(phosphorylation)'가 이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밝혀냈다. 특히, 알츠하이머에서 나타나는 방식으로 변형된 타우를 세포에 발현시키자 세포 분열 중 염색체가 제대로 정렬되지 않는 이상 현상이 관찰됐다. 타우 단백질의 미세한 변화 하나가 세포 분열 전체의 정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난임·선천성 질환 연구는 물론,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신경 퇴행성 질환 연구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를 이끈 POSTECH 손민주 교수는 "타우 단백질이 미세소관뿐 아니라 DNA와도 직접 상호작용하며 두 구조를 연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세포 분열 초기 단계에 타우가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설명했다. 한편, POSTECH 물리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손민주 교수, 물리학과 통합과정 박세린 ·정재훈 씨,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부·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 시스템생명공학부 홍유리 박사(現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기초연구실) 지원으로 수행됐다.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사진 지울 필요 없다?” 한 칸에 수십만 배 더 담는 빛의 기술
[빛과 엑시톤 기반으로 한 초집적 광 데이터 저장 기술 개발] 스마트폰 용량이 부족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진을 지워본 경험이 있는가. 그런데 앞으로는 추억을 지워야 하는 순간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최근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연구팀이 기존보다 수십만 배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광(光) 데이터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사진 한 장 용량은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커졌다. 초고화질 영상은 더하다. 여기에 AI 서비스 확산으로 생성·처리되는 데이터까지 늘어나면서, 저장 공간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든 USB든 기존 장치들은 전기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한 칸(셀, cell)에 ‘0’과 ‘1’ 두 가지 상태로 정보를 기록한다.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려면 정보 저장 칸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한 칸의 크기를 줄이다 보면 전기적 간섭과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빛을 활용한 광 저장 기술은 빛이 퍼지는 성질 때문에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수준까지 집적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었다. POSTECH 연구팀은 반도체 내부에서 빛과 전자가 결합해 형성되는 입자인 ‘엑시톤(exciton)’에 주목했다. 엑시톤은 빛의 특성과 전자의 특성을 모두 가진 입자로 이 입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하나의 저장 셀에서 여러 단계의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신호등이 빨강, 노랑, 초록 색깔에 따라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듯, 엑시톤 발광 밝기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하나의 셀에 두 가지 이상의 정보를 담는 방식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금속-절연체-반도체’를 쌓아 올린 나노 터널 접합 장치를 만들었다. 이 구조에서 전하 이동을 미세하게 조절하면 엑시톤이 또 다른 입자 상태로 변하면서 빛의 세기가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약 60nm 크기 단일 셀에서 세 단계 이상의 발광 상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저장층 두께를 15nm 이하(머리카락 굵기 약 5,000분의 1)로 얇게 만들어, 소자를 더욱 촘촘히 쌓을 수 있는 기반도 확보했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정보를 ‘빛의 세기’가 아니라 반도체 내부 입자의 ‘물리적 상태’로 저장한다는 점이다. 빛을 이용해 비접촉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어 장치의 마모와 손상을 줄일 수 있으며, 기존 광 데이터 저장 기술이 가진 근본적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 저장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논문 제1저자인 이형우 박사는 "기존 기술이 저장 공간의 확대에 의존했다면, 이번 연구는 빛의 세기가 아닌 반도체 내부 엑시톤의 상태 자체를 정보 단위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향후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서버,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스마트 기기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될 경우, 저장 기술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연구에 사용된 2차원 반도체 물질의 제작은 성균관대 김기강 교수팀, 결과 분석은 펜실베니아대 Deep Jariwala 교수팀이 참여했으며, POSTECH 주희태, 문태영, 구연정, 김수정 씨가 측정 연구를 함께 수행하였다.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15152
진현규·이현우 교수 공동 연구팀, 무질서 속에서 전자의 질서를 찾다
[비정질–결정 구조에서 가로 방향 전자 수송 증폭시키는 새로운 물리 발견] 물을 흘려보낼 때 파이프 내부가 매끄러울수록 물이 잘 흐르듯, 전자 역시 물질이 깨끗하고 질서정연할수록 더 잘 이동한다는 것이 오랫동안 과학계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 상식을 뒤집는 결과를 내놓았다. 오히려 특정하게 배열된 ‘무질서한 구조’가 전자의 흐름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POSTECH 기계공학과 진현규 교수, 박상준 박사(現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 NIMS 박사후연구원), 물리학과 이현우 교수, 이호준 연구원 연구팀이 서로 다른 구조가 섞인 자성 물질에서 전자 흐름이 예상보다 훨씬 강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물리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최근 실렸다. 연구진이 주목한 현상은 '가로 방향 전자 수송(transverse transport)'이다. 일반적으로 전류나 열은 가해준 방향을 따라 흐르지만, 자성을 띠는 물질이나 위상학적으로 특이한 성질을 가진 물질에서는 흐름이 옆 방향으로 휘어지기도 한다. 이는 북반구에서 북상하는 태풍이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인해 동쪽으로 휘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특성은 자기 센서, 차세대 전자소자,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 발전 기술 등에 활용될 수 있어 활발히 연구되어 왔다. 기존에는 이 효과를 크게 만들려면 전자가 강하게 휘어지는 특이한 양자 물질이나, 결함이 거의 없는 고품질 단결정 소재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물질 내부가 최대한 ‘정돈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다른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두 종류의 자성 물질을 화학적으로 완전히 합치는 대신, 각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유지한 채 물리적으로 섞은 것이다. 그 결과, 비정질(무정형)과 결정 구조가 뒤섞인 복합 물질에서 전자가 옆 방향으로 흐르는 효과가 각 물질 단독일 때보다 훨씬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실험과 이론 계산 모두에서 확인됐다. 이러한 현상의 비밀은 전자 이동 경로에 있다. 복합 물질 내부에서 전자는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고, 서로 다른 물질 영역을 따라 구불구불한 경로를 그리며 이동한다. 마치 좁은 골목길과 넓은 대로를 번갈아 지날 때 이동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이 과정에서 전자의 흐름이 옆 방향으로 더 크게 휘어지면서 가로 방향 전자 수송이 증폭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 이론의 중요한 가정을 깨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복합 물질의 성질은 구성 물질들의 ‘평균값’ 정도로 나타난다고 여겨졌는데, 물질이 섞이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물리적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특정 희귀 물질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흔한 자성 물질 조합에서도 가능하다는 점도 입증했다. 실제로 철 기반 자성 물질을 이용한 실험에서 일부 고품질 양자 단결정 물질에 버금가는 성능이 나타났다. 이는 값비싼 특수 소재가 아니라도 높은 성능의 전자 수송 물질을 설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진현규 교수는 "희귀 물질에 의존하지 않고도 높은 성능을 내는 저비용 소재 설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스핀트로닉스 및 열전 에너지 변환 분야 응용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또한, 공동교신저자인 이현우 교수는 “무질서를 피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물질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연구”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본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프로테리얼 코리아에서 제공한 시료를 활용해 수행됐다. 한편, 해당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논문은 제30회 삼성휴먼테크논문대상 재료과학 및 공학 부문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 DOI: https://doi.org/10.1103/g18j-1h8w
물리/첨단원자력 윤건수 교수 연구팀, 번개가 치면? 공기로 ‘비료’ 만든다!
[POSTECH, 질소와 산소만으로 이산화질소 직접 합성 성공... 새로운 우주시대 기대] 공기 중 질소와 산소만으로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다면? 최근 POSTECH 연구팀이 레이저 한 방으로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물리학과·첨단원자력공학부 윤건수 교수, 이주호 박사, 물리학과 통합과정 조규상 씨, 첨단원자력공학부 박사과정 이승준 씨 연구팀이 질소와 산소 혼합물에 강력한 레이저를 쏘아 플라즈마*1 를 만들고, 이 환경에서 이산화질소가 생성되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암모니아 기반 공정을 거치지 않고 공기 성분만으로 NO2를 생성한 것으로, 번개가 대기 성분을 변환하는 현상을 실험실 규모에서 구현했다. 연구팀은 높은 압력(55기압 이상)에서 질소와 산소를 초임계 유체 상태로 만들었다. 초임계 유체*2는 기체도 액체도 아닌 특수한 상태로, 화학 반응에 훨씬 유리한 매질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고출력 나노초 펄스 레이저를 집광시키자 투명했던 반응기가 점차 이산화질소 특유의 갈색으로 변했고, 분광 및 화학 분석을 통해 이를 검증했다. 이산화질소 합성 조건을 분석하기 위해 레이저 에너지, 질소-산소 혼합 비율, 초임계유체 압력을 바꾸면서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레이저 에너지가 높을수록 플라즈마의 부피에 비례하여 이산화질소 생성량이 증가했다. 그러나 혼합 초임계 유체에서 산소 비율이 높아지면 이산화질소 합성량이 줄어들었다. 이는 플라즈마 내부 화학반응 조건에 있어서 기체의 조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저압 (~10기압) 질소-산소 혼합 가스와 고압 (~100 기압) 혼합 초임계 유체 매질에서 플라즈마에 의한 이산화질소 합성량을 비교한 결과 같은 조건에서도 초임계유체 환경이 저압 혼합 기체 대비 더 높은 생성량을 보였다. 이는 초임계유체 환경이 플라즈마 화학 반응을 촉진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NO2 직접 합성의 실험적 가능성과 조건을 제시한 연구 성과이다. 이 기술은 대규모 공정과 비교했을 때 촉매나 복잡한 설비 없이 이산화질소를 바로 합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형·분산형 화학 반응기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나아가 우주 환경과 같은 자원과 공간이 제한된 극한 환경에서 공기만으로 필요한 화학물질을 현장 생산하는 기술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건수 교수는 "공기 성분만으로 이산화질소를 합성한 이번 연구는 지속 가능한 화학 합성과 우주 자원 활용의 바탕을 마련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5-21381-z 1) 플라즈마(plasma): 기체가 매우 높은 에너지를 받아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흔히 ‘제4의 물질 상태’라고 불리며, 고체·액체·기체와는 다른 독특한 성질을 가진다. 자연계에서는 번개, 오로라, 태양에서 관찰되며, 인공적으로는 네온사인, 반도체 공정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2) 초임계 유체(supercritical fluid): 임계점 이상의 압력과 온도에 도달한 유체를 말한다. 유체의 종류에 따라 임계점은 다양한데, 이 연구에서 사용된 질소 및 산소의 경우 각각 상온 (300 K)에서 36.7 기압, 50.6 기압의 임계점을 가진다. 초임계 유체는 낮은 점성과 매우 높은 열전도율 및 화학적 활성도를 가진 것이 특징이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물리 송창용 교수팀, 빛으로 나노공간의 에너지 흐름 '방향' 바꾼다
[POSTECH, 빛 세기만 바꿔 금 나노막대 내부 에너지 경로 최초 제어] [초고속 엑스선으로 1000조분의 1초 단위 에너지 흐름 직접 포착] 빛 한 줄기가 물질 속을 지나갈 때, 그 안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파도가 일어난다. 이 파도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물질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POSTECH 연구팀이 빛을 이용해, 나노 세계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흐르고 변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조종하고 관찰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물리학과 송창용 교수, 통합과정 박은영 씨 연구팀은 빛의 세기를 조절해 나노입자 내부 초고속 에너지 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초고속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PAL-XFEL)를 이용해 에너지 전달 과정을 직접 영상으로 포착했으며, POSTECH 화학과 임영옥 박사의 이중온도 분자동역학 시늉내기(시뮬레이션) 협력으로 물리적 해석을 더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10일 실렸다. 금속 나노입자에 빛을 쏘면 내부 전자들이 집단으로 진동하는 '플라스몬(Plasmon)*1' 현상이 일어난다. 지금까지는 이 진동이 단순히 빛의 세기에 비례해 커지거나 작아질 뿐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연구팀은 같은 금 나노막대에 같은 파장의 빛을 쏘더라도, 빛의 세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동하면서 에너지가 흐르는 경로 자체가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1,000조 분의 1초(펨토초*2) 엑스선 장치를 활용해 지름 50nm(나노미터), 길이 145nm 크기의 금 나노막대 하나하나에 빛을 쏘고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영상화했다. 빛의 세기가 낮을 때는 나노막대의 짧은 방향을 따라 전자가 진동하는 '횡방향 플라스몬 모드'가 켜졌다. 이때 막대는 초당 420억 번(42GHz) 진동하며 옆으로 부풀었다. 에너지는 막대 양 끝에서 중심으로 흘러 들어갔다. 빛의 세기를 높이자 완전히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긴 방향을 따라 진동하는 '종방향 플라스몬 모드'가 켜지면서 막대는 초당 516억 번(51.6GHz) 진동하며 길이 방향으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내부에는 밀도가 높은 두 덩어리가 생겼다가 다시 합쳐지는 극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핵심은 두 경우 모두 최종 모양은 비슷한 타원형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흐른 경로와 내부 응력 분포는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이는 빛의 세기가 플라스몬의 진동 방향을 바꾸고, 이것이 에너지 흐름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빛의 세기뿐 아니라 나노막대를 빛에 대해 어떤 각도로 놓느냐에 따라서도 변형 속도가 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빛의 편광 방향과 막대가 나란할 때 가장 빠르게, 수직일 때 가장 느리게 변형됐다. 가장 빠른 경우는 가장 느린 경우보다 5배 빨랐다. 이는 빛과 나노입자의 상호작용이 단순한 가열 효과가 아니라 플라스몬이 격자 진동과 결합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빛을 이용한 나노 소자의 에너지 제어, 빛-물질 상호작용 기반 양자 제어, 태양에너지 수확 장치 개발 등에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송창용 교수는 "같은 물질에 같은 파장의 빛을 쏘더라도 세기만 바꾸면 나노입자 내부의 에너지 흐름 경로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눈으로 확인했다"라며 "이는 나노 크기에서 물질 반응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양자기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4853-6 1) 플라스몬(Plasmon): 금속 내부 자유전자들이 빛의 전기마당에 반응해 집단으로 진동하는 현상. 나노미터 크기 금속 입자에서는 국소 표면 플라스몬 떨림이 일어나 특정 파장 빛에 강하게 반응하며 전자기마당을 한곳에 모은다. 2) 펨토초(Femtosecond): 1,000조분의 1초. 빛이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거리를 가는 동안 걸리는 시간이다.
첨단원자력/물리 윤건수 교수팀, 균일하다던 초임계 유체, 알고 보니 액체 덩어리 가득
[POSTECH, 초임계 유체 비평형 상 분리 관측, 한 시간 동안 살아남는 나노 클러스터 존재 입증] ‘초임계 유체*1’란 물질의 온도와 압력이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로, 더 이상 액체와 기체 같은 상의 구분이 없는 단일상의 상태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그런데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초임계 유체 내부에서 나노미터 크기의 ‘액체 덩어리’가 최대 한 시간 동안 존재한다는 사실을 관측하여, 초임계 유체에서의 비평형 상 분리 현상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POSTECH 첨단원자력공학부·물리학과 윤건수 교수 연구팀이 한국원자력연구원 장종대 박사팀, 경희대 하민영 교수,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도창우 박사팀과 함께 지금까지 단일상으로 여겨졌던 초임계 유체에서 액체와 유사한 상태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나노 클러스터들의 실체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이 실험은 우리나라의 중성자 연구 시설인 ‘하나로(HANARO)’의 ‘중성자 소각 산란’*2 장치를 활용했다. 온도 및 압력을 임계점 이상으로 높였을 때 나타나는 특수한 상태인 초임계 유체는 액체와 기체의 경계가 사라져 상 분리가 발생하지 않는 하나의 균일한 상태라고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최근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초임계 유체가 평형 상태, 즉 온도·압력·농도 등이 일정한 상황에서는 ‘기체에 가까운 상’과 ‘액체에 가까운 상’으로 구분되는 세부 영역이 있다는 결과도 제시되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초임계 유체는 대부분 압력과 온도가 변화하는 비평형 상태에서 사용되는데, 이러한 조건에서의 상 분리 현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크립톤 기체를 고압력으로 압축하여 초임계 유체를 만들고, 시간에 따른 중성자 산란 신호의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 초임계 유체 내부에 액체상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평균 1.3 나노미터 크기의 클러스터가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 이는 크립톤 원자 약 30개가 뭉쳐진 크기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클러스터들이 약 1시간 이상의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로써 연구팀은 초임계 유체가 단상으로만 존재한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깨고, 동적 환경에서는 상 분리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이 입증한 비평형 상 분리 현상을 진단하고 제어한다면, 초임계 유체를 활용하는 공정을 더욱 정밀하게 설계하고 제어할 수 있다. 실제 산업에 쓰이는 초임계 유체는 대부분 비평형 흐름 상태이다. 이때 나타나는 미세 액체 클러스터는 세정력, 용해력, 열전달 효율 등에 큰 영향을 준다. 이는 반도체 세정 공정, 제약 공정과 식품 가공, 발전소 열유체 시스템, 로켓 엔진 개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초임계 유체 상태로 존재하는 금성의 대기나 지구 지각 내부의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비슷한 유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건수 교수는 “중성자 산란을 이용해 초임계 유체의 비평형 상 분리 현상을 실험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산업 공정뿐 아니라 행성 대기, 지각 내부 유체 등 자연계의 극한 환경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커뮤니케이션스 피직스(Communications Physics)’에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038/s42005-025-02263-2 1. 초임계 유체(supercritical fluid): 임계점 이상의 압력과 온도에 도달한 유체를 말한다. 유체의 종류에 따라 임계점은 다양한데, 이 연구에서 사용된 크립톤의 경우 임계점은 약 섭씨 영하 60도, 55기압이다. 초임계 유체는 낮은 점성과 매우 높은 열전도율 및 화학적 활성도를 가진 것이 특징이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2. 중성자 소각 산란(small-angle neutron scattering, SANS): 시료에 중성자를 쏘아 아주 작은 각도로 산란되는 신호를 측정하여, 나노미터 크기 구조 및 물질 특성을 분석하는 실험 기법이다.
첨단원자력/물리 정모세 교수팀, 가속기 가동중에도 중단없이 이온 빔 변형연구 가능해진다
[POSTECH·IBS·KAERI 공동 연구팀, 빔 진행방향 형태 측정 위한 비파괴적 진단 방법 개발] 이온 가속기에서의 입자 빔 진단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POSTECH,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첨단방사선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저에너지 이온빔의 진행방향 다발 형태(longitudinal bunch shape)를 비파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정전용량식 이온 빔 번치 형태 모니터(CPU-BSM: Capacitive Pick-Up type Bunch Shape Monitor)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첨단원자력공학부·물리학과 정모세 교수 연구팀,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연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정훈 실장(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 연구진이 참여했다. 공동 연구팀은 비상대론적 이온 빔에서 방출되는 전기장을 이용해 빔을 파괴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빔의 진행방향 형태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지금까지 가속기 교과서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저에너지 이온 빔의 진행방향 다발 형태를 비파괴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연구 성과로서, 향후 가속기 분야의 빔 진단 기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속기를 이용한 성공적인 실험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밀한 빔 진단 기술이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가속기에서는 빔을 직접적으로 간섭하여 측정하는 빔 진단 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경우 이온 빔 입자의 일부 혹은 전체의 손실을 유발하여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 도중에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IBS-KAERI-POSTECH 공동 연구팀은 신호를 왜곡하지 않고 빔을 비파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빔 진단장치 개발과 동시에, 측정된 신호를 기반으로 이온 빔의 진행방향 형태를 재구성하는 알고리즘 또한 개발하였다. 합성곱(convolution) 원리가 적용된 재구성 알고리즘은 전극이 포함된 이온 빔 진단장치의 내부에 이온 빔이 통과할 때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온 빔의 진행방향 형태를 역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RFT-30 사이클로트론 가속기를 이용한 실증 실험에서 CPU-BSM을 통해 양성자 이온 빔 다발의 진행방향 형태를 측정하였으며, 이를 파괴적 빔 진단장치와 비교하여 그 정확성을 검증하였다. 또한 실증 실험에서 빔 다발이 정규 분포를 벗어난 임의의 형태를 가질 때에도 CPU-BSM이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논문 제1저자인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곽동현 박사는 “CPU-BSM을 활용한다면 비교적 간단한 장치를 통해 빔 실험 중 빔 진행방향 다발 형태 측정이 가능하다. 또한 중이온가속기연구소의 RAON 가속기와 같은 직선형 가속기 뿐만 아니라 사이클로트론과 같은 나선형 가속기에서도 빔 손실 없이 활용이 가능하다”라며 “여러 대의 CPU-BSM을 통하여 빔 진행방향 다발 형태뿐 아니라 빔의 에너지, 빔 입자들 간의 에너지 차이 등 다양한 빔 정보를 측정하여 안정적인 가속기 운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교신저자인 함철민 박사와 정모세 교수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연구의 핵심기반이 되는 가속기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연구소 간의 유기적인 협력, 그리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학교와의 인력교류가 결실을 맺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물리학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Progress of Theoretical and Experimental Physics(PTEP, JCR 상위 10%, IF 8.3)’에 지난 7월 15일 게재되었고(D. Kwak et al., PTEP 2025, 073G01), 국내 특허가 출원되었다(출원 번호: 10-2025-0092626).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중이온가속기 장치구축사업(2013M7A1A1075764)’, ‘미래원자력기술 시설장비구축활용사업(RS-2023-00282876)’, ‘미래기반 가속기 전문인력양성사업(RS-2022-00154676)’, ‘중이온가속기 선행R&D사업(RS-2022-00214790)’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DOI: https://doi.org/10.1093/ptep/ptaf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