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융합 신희득 교수 연구팀, 어둠 속 숨은 표적, '빛의 쌍둥이'가 한눈에 찾아낸다
[잡음 1,000배 환경서도 여러 표적 한눈에 찾는 양자 LiDAR 개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만으로 여러 물체의 위치를 한꺼번에 알아낼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이 빛을 한 방향씩 훑어가며 찾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여러 표적의 거리와 방향을 한 번에 읽어내는 새로운 양자 LiDAR(라이다)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Laser & Photonics Reviews'에 최근 게재됐다.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빛을 쏜 뒤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물체의 거리·위치를 알아내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차가 주변을 인식하는 데는 물론, 지형 측량과 우주 탐사 등에도 두루 쓰인다. 하지만 상대방이 관측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스텔스형 탐지처럼 빛을 매우 약하게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표적에서 되돌아오는 빛이 주변의 배경광보다 약해서 원하는 신호를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기존 LiDAR는 대부분 공간을 한 방향씩 훑는 '순차 스캔' 방식이다. 손전등으로 어두운 방을 한 곳씩 비춰보는 것처럼 표적을 차례로 찾기 때문에 여러 방향의 정보를 한꺼번에 빠르게 얻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양자 광원에서 빛 알갱이인 '광자'가 쌍을 이루어 생성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광자쌍은 두 광자의 파장과 생성 시각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한 광자의 파장을 알면 그 짝 광자의 파장을 알 수 있다. 또 두 광자가 함께 만들어졌다는 시간 정보를 이용하면, 주변의 수많은 잡음 속에서도 진짜 표적 신호를 골라낼 수 있다. 이처럼 쌍둥이 광자들이 공유하는 파장과 시간 정보를 탐지에 활용한다는 점이 이번 ‘양자 라이다’ 기술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파장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광자쌍을 이용해 여러 방향을 병렬로 탐지하는 양자 라이다를 고안했다. 표적으로 보내는 광자는 만들어질 때마다 파장이 무작위로 정해지고, 회절격자를 통과하면서 파장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을 것 같지만, 짝 광자의 정보를 이용하면 표적 광자의 파장을 알아낼 수 있어 그 광자가 향한 방향을 알 수 있다. 기존 라이다가 빛의 방향을 하나씩 바꿔가며 주변을 훑었다면, 이번 기술은 광자의 무작위적인 파장과 광자쌍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여러 방향의 표적 정보를 한꺼번에 읽어낸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표적 신호보다 배경 잡음이 1,000배 강한 환경에서도 여러 표적의 거리와 방향을 측정 한 번으로 구분해 읽어냈다. 여기서 "한 번에 본다"라는 말은 카메라처럼 모든 방향을 순간적으로 찍는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방향의 통로를 열어둔 채 광자가 도착할 때마다 어느 방향의 신호인지 구분한다는 의미다. 이 기술은 몰래 관측해야 하는 저조도 환경에서 특히 중요하다. 빛을 강하게 쏠 수 없어 신호는 약하고 잡음은 커지는 상황에서도, 쌍둥이 광자 연결성이 진짜 표적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연구는 양자 라이다가 잡음에 강한 센싱을 넘어, 기존 순차 스캔과는 전혀 다른 병렬 탐지 구조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광원과 검출 효율, 시스템 집적도가 개선되면 양자 계측, 저조도 이미징, 원격탐사 등 분야로 응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신희득 교수는 "아직 원리 검증 단계지만, 저조도 환경에서 여러 표적 정보를 동시에 읽어내는 새로운 양자 라이다 구조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POSTECH 물리학과·융합대학원 신희득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대학ICT연구센터(ITRC) 지원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lpor.71592
물리/융합 서준호 교수, 이길호 교수 연구팀, 한국 첫 ‘QuantERA’ 나란히 선정
[총 287건 중 39건만 통과... 초전도 소자부터 나노 역학까지 양자 연구 저변 입증] 한국이 국제 양자기술 공동연구 프로그램인 ‘QuantERA(퀀테라)’에 처음 참여한 가운데, 국내에서 선정된 두 연구팀이 모두 POSTECH에서 나왔다. POSTECH 물리학과 서준호 교수팀은 ‘ENTUNE’, 이길호 교수팀은 ‘STAQuS’ 프로젝트에 각각 선정돼 유럽과 한국의 주요 양자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한국의 첫 QuantERA 공모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POSTECH 연구팀 두 곳이 각각 독립적인 국제 평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국내 양자과학 연구의 국제적 경쟁력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QuantERA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원 아래 각국 연구지원기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다자간 양자기술 연구지원 네트워크다. 양자컴퓨팅과 양자통신, 양자센싱·계측, 양자시뮬레이션 및 기초 양자과학 등 단일 국가나 기관만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도전적인 연구를 여러 국가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추진하도록 지원한다. QuantERA 과제는 여러 국가의 연구진이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제안서를 제출하고, 다국적 전문가 평가 패널이 연구의 탁월성과 독창성, 기술적 실현 가능성, 국제적 파급효과와 국가 간 협력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이번 ‘QuantERA 2025’ 공모에는 세계 각국 약 1,400개 연구팀이 참여해 총 287개의 국제 공동연구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이 가운데 39개 프로젝트가 최종 선정됐다. 초전도 양자소자부터 나노역학 양자시스템까지 서준호 교수가 총괄하는 ‘ENTUNE’은 나노역학 진동자의 양자상태와 얽힘을 제어해 양자정보의 저장·변환과 초정밀 센싱에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양자 플랫폼을 개발한다. 서 교수는 한국·크로아티아·스웨덴·체코 연구진으로 구성된 국제 컨소시엄을 이끌며, 총연구비는 약 23억3,000만 원이다. 이길호 교수팀이 참여하는 ‘STAQuS’는 초전도 나노소자의 안드레예프 양자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해 외부 잡음에 강한 보호형 큐비트와 양자시뮬레이터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헝가리·프랑스 연구진이 참여하며, 이 교수팀은 소자 제작과 극저온 양자수송 실험을 담당한다. 총연구비는 약 16억7,000만 원이다. 두 프로젝트는 2026년 9월부터 2029년 8월까지 3년간 수행된다. 연구 대상과 접근법은 서로 다르지만, 미래 양자기술의 기반이 될 새로운 양자현상과 양자자원을 탐구하는 원천연구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두 연구팀은 오는 9월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되는 QuantERA 10주년 컨퍼런스에서 킥오프 미팅을 갖고, 향후 유럽 연구진과 장기 공동연구와 연구인력 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의 QuantERA 첫 참여 기반 마련 한국의 QuantERA 참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NRF)이 양자정보과학 인적기반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은 QuantERA 회원기관들과의 협의를 거쳐 한국의 참여 기반을 마련했으며, 한국은 아시아 연구지원기관 가운데 선도적으로 QuantERA III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QuantERA 프로그램의 한국 참여를 총괄한 한국연구재단 백승욱 양자기술단장은 “양자기술단과 한-유럽양자과학기술협력센터는 오랜 기간 유럽 주요국과의 양자기술 다자간 협력 프로그램 참여를 준비해 왔다”며 “이번 성과는 유럽과의 양자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한국이 유럽 내 전략적 양자기술 중점 협력국으로 위상을 강화하는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친환경/물리/첨단재료 김지훈 교수 연구팀, 꿈의 자기 소용돌이 ‘스커미온’, 드디어 찾았다
[반강자성 물질 속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 '스커미온' 흔적 포착]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은 팽이를 돌려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과학계에서도 오랫동안 '팽이'처럼 존재는 알려졌지만 좀처럼 붙잡기 힘든 대상이 있었다. 바로 '꿈의 자기 소용돌이'라 불리는 '스커미온(skyrmion)'이다. 최근 POSTECH 연구팀이 미국 베일러대(Baylor University) 연구팀과 함께 그동안 관측하기 어려웠던 반강자성 물질에서 스커미온의 흔적을 처음으로 포착하며 차세대 저전력 반도체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물리학과·첨단재료과학부 김지훈 교수, 물리학과 이연규·윤진영 박사, 박사과정 이찬영 씨 연구팀, 미국 베일러대 루이스 발리카스(Luis Balicas) 교수 연구팀이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최근 게재됐다. ‘스커미온’은 전자의 자기 방향, 즉 스핀이 소용돌이처럼 꼬여 만들어진 나노미터 크기의 자기 구조다. 크기는 매우 작지만 안정성이 뛰어나고 적은 에너지로도 손쉽게 움직일 수 있어 초고밀도 메모리와 저전력 반도체를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그중에서도 '반강자성 스커미온'은 외부 자기장 영향을 덜 받아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정보를 저장·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 반강자성 스커미온이 실제 물질 속에 정말 존재하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는 점이다. 있다는 건 알겠는데 좀처럼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말 그대로 '꿈속의 존재'였던 셈이다. 연구팀은 코발트(Co)를 넣어 반강자성 상태를 만든 2차원 자성체(Fe₃GaTe₂)에 자기장을 걸어가며 물질 내부의 자기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 자기장이 특정 세기에 이르자 지름 약 100~200나노미터(nm) 크기 원형자기 구조가 나타났고, 동시에 전기 신호가 강하게 나타나는 '위상 홀 효과(Topological Hall Effect)1)'도 함께 커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자기력현미경2)로 들여다본 결과, 이 전기 신호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구간에서 실제로 원형 자기 구조가 형성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따로따로 연구되던 '위상 홀 효과'와 '실제 자기 구조'가 서로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보여준 중요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 원형 구조가 반강자성 스커미온일 가능성이 크며, 자기장이 더 강해지면 일반적인 스커미온으로 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코발트를 넣은 2차원 자성체가 그동안 붙잡기 어려웠던 반강자성 스커미온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 무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반강자성 스커미온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기술까지 이어진다면, 더 빠르고 안정적이면서도 전력 소모는 줄인 차세대 메모리와 정보처리 소자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김지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강자성 물질에서도 스커미온과 같은 복잡한 자기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그 과정이 전기 신호로도 확인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향후 반강자성 스커미온을 활용한 저전력 스핀전자소자와 차세대 정보처리 기술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제(RS-2024-00410027)와 미국 Department of Energy BES 프로그램(DE-SC0002613), Baylor University 지원, 미국 National High Magnetic Field Laboratory(NSF Cooperative Agreement Grant DMR-2128556 및 Florida 주 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6c00559 1. 위상 홀 효과: 전자들이 비공선 스핀 구조를 통과할 때 유효 자기장을 경험하면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홀 전압 신호. 스커미온과 같은 위상학적 자기 텍스처의 중요한 전기수송 지표로 사용된다. 2. 자기력현미경(Magnetic Force Microscopy, MFM): 시료 표면 위 국소 자기 stray field를 측정해 자기 도메인 구조를 시각화하는 현미경 기법이다.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상온 단일양자광원, 초집속 빛으로 포획하고 양자상태까지 바꾼다
[카멜레온처럼 변모하는 양자나노광학 기반 포획·센싱·제어·분광 복합현미경 개발] 양자기술의 핵심 난제 중 하나는 단일양자광원을 원하는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만들고, 그 특성을 필요에 따라 바꿔 쓰는 것이다. 양자광원은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양자센싱의 핵심 구성요소로 꼽히지만, 지금까지는 나노미터 크기의 단일양자입자를 원하는 순간에 붙잡고, 정렬하고, 동시에 광학적 특성까지 능동적으로 바꾸는 데 큰 한계가 있었다.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물리학과 구연정 박사 연구팀은 상온 액체 환경에서 단일양자광원을 초집속 나노빛으로 포획하고, 밝기와 에너지, 양자결합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양자나노분광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일양자광원을 단순히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빛으로 붙잡고, 정렬하고, 원하는 특성으로 바꿔 쓸 수 있는 ‘능동형 양자나노현미경’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단일양자점은 상온에서 작동 가능한 양자광원으로 큰 잠재력을 지닌다. 그러나 크기가 매우 작고 외부 환경에 민감해 원하는 위치에 하나씩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그 광학적 특성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양자기술 상용화에 큰 제약이 있었다. 또한 단일양자광원의 밝기, 파장, 편광, 위치 등을 동시에 조절하는 것은 차세대 양자기술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지만, 기존 광변조 플랫폼에서는 구현이 제한적이었다.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탐침증강 나노광포획 분광법(TENT, tip-enhanced nano-optical trapping)’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단일양자점이 액체 속에 자유롭게 떠다니게 한 뒤, 금 탐침 끝에 빛을 나노미터 크기로 강하게 집중시켰다. 이때 형성되는 초집속 나노빛은 단일양자입자를 탐침 끝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포획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초집속 나노빛이 만드는 돌림힘에 의해 포획된 양자점이 빛과 가장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정렬되는 현상도 확인했다. 이는 단일양자광원을 보다 안정적이고 재현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원리가 된다. 개발한 장비의 가장 큰 특징은 포획에 그치지 않고, 단일양자광원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탐침과 기판 사이의 간격을 정밀하게 조절해 빛이 갇히는 나노미터 공간의 크기를 변화시켰고, 이를 통해 방출되는 단일양자광의 밝기와 에너지, 양자결합 세기를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탐침이 단일양자입자에 가하는 초고압력을 이용해 추가적인 양자상태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 쉽게 말해, 이번 기술은 단일양자광원을 ‘찾아서 관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빛으로 불러오고 붙잡아 필요한 특성으로 바꿔 쓰는 새로운 방식이다. 하나의 입자가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양자광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멜레온처럼 변모 가능한 양자나노광학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TENT 플랫폼은 포획, 센싱, 제어, 분광 기능을 하나의 장치 안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일입자를 붙잡는 동시에 빛과 상호작용시키고, 그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며 제어할 수 있어, 양자광소자 연구는 물론 극미량 물질을 감지하는 초고감도 센싱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다. 향후 이 기술은 양자통신용 단일광자원, 양자 스위치 및 변조기, 나노양자센싱, 바이오메디컬 센싱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액체 환경에서 작동한다는 점은 바이러스, 단백질, 나노입자, 미세플라스틱 등 극미량 물질을 단일입자 수준에서 분석하는 차세대 바이오·환경 센싱 플랫폼으로의 가능성을 높인다. 논문의 제1저자인 구연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액체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단일양자광원을 안정적으로 포획하고, 그 방향과 양자광 특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한 사례”라며 “관찰조차 어려운 상온 단일양자광원을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적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성과는 양자현상을 수동적으로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금 탐침 끝에 맺힌 초집속 나노빛을 이용해 양자특성을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양자나노현미경을 개발한 것”이라며 “향후 초고감도 바이오메디컬 센싱, 나노양자센싱, 차세대 양자광소자, 양자정보과학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POSTECH 물리학과 신재훈, 통합과정 오현민·김수정 씨, 황종근 박사, 이형우 박사가 함께 연구를 수행했으며, IBS 서영덕 부연구단장, 충북대 이현석 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장정훈 박사가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600045
친환경/물리/첨단재료 김지훈 교수 연구팀, 전류 방향 기억하는 초전도 소자 나왔다
[외부 자기장 없이 스스로 방향 기억하는 초전도 다이오드 개발] 국내 연구팀이 전류가 흐르는 방향을 스스로 ‘기억’하고 제어하는 초전도 소자를 개발했다. 한 번 방향을 설정하면 전원을 꺼도 유지되고, 외부 자기장 없이도 작동해 양자컴퓨터 회로를 더 작고 단순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물리학과·첨단재료과학부 김지훈 교수 연구팀은 아르헨티나 Instituto Balseiro, CNEA-CONICET 소속 네스토르 하베르코른(Nestor Haberkorn) 교수 연구팀과 이번 연구를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초전도 다이오드’는 전류가 한쪽으로는 잘 흐르고, 반대 방향으로는 잘 흐르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일방통행 장치다. 전류가 손실 없이 흐르는 초전도 환경에서 매우 중요하다. 양자컴퓨터나 초고속 초전도 회로에서는 전류 방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전체 동작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초전도 소자는 대부분 외부 자기장이 필요해 회로가 복잡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자석의 기억 성질’로 해결했다. 연구팀이 만든 소자는 ‘초전도층(NbN1))’, ‘절연층(AlN2))’, ‘자성 금속층(퍼멀로이, Permalloy3))’ 세 겹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자성 금속층으로 이 층은 한 번 자성 방향이 정해지면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성질 때문에 소자 안에서는 전류가 흐르는 환경이 양쪽에서 다르게 만들어진다. 쉽게 말하면 한쪽은 전류가 잘 지나가는 길이고, 반대 방향은 상대적으로 흐름이 방해받는 구조가 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보텍스(vortex)4)’라는 아주 작은 자기 소용돌이다. 보텍스는 초전도체 상태에서 생기는 미세한 자기 흐름이다. 평소에는 초전도 상태 안에 존재하지만 전류가 흐를 때 함께 움직이는데, 보텍스가 움직이면 초전도 상태가 깨지면서 전기 저항이 생긴다. 연구팀의 소자에서는 전류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보텍스 움직임이 달라졌다. 한쪽에서는 보텍스가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초전도 상태가 유지됐으며, 반대 방향에서는 보텍스가 서 쉽게 끌려 들어와 초전도 상태가 쉽게 깨졌다. 그 결과 한쪽은 강한 전류에서도 저항 없이 흐름이 유지됐고, 반대쪽은 비교적 약한 전류에서도 저항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외부 자기장 없이도 전류가 한쪽으로 더 잘 흐르는 ‘초전도 다이오드’ 구조가 구현된 것이다. 이 소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억 기능’이다. 자성층 방향을 한 번 설정하면 전류가 잘 흐르는 방향이 고정되며, 전원을 꺼도 상태가 유지된다. 반대로 자화 방향을 바꾸면 전류 방향도 함께 뒤집힌다. 실험 결과, 자성층 두께 89nm(나노미터) 소자에서 최대 40% 수준의 높은 정류 효율(한쪽으로 얼마나 더 잘 흐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 확인됐다. 이번 성과는 외부 자기장 장치 없이도 전류 방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POSTECH 김지훈 교수는 "비교적 단순한 재료 조합만으로 고효율 초전도 다이오드를 구현했다"라며 "양자컴퓨팅 회로와 극저온 초전도 전자소자에서 전류 방향성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CONICET,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SRC 사업 및 핵심연구, Brain Pool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75836 1. NbN: 니오븀 나이트라이드,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는 초전도 재료다. 2. AlN: 알루미늄 나이트라이드, 위아래 층을 분리해주는 얇은 절연막이다. 3. Permalloy(퍼멀로이): 자석처럼 방향을 기억하는 자성 금속이다. 4. 보텍스(vortex): 초전도체 내부에 자기선속이 양자화되어 침투한 구조. 보텍스가 움직이면 전기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물리/융합 이길호 교수 연구팀, 빛 알갱이 한 개의 흔적까지 읽는다… 그래핀으로 여는 ‘보이지 않는 빛’의 세계
[저에너지 광자 검출 위한 초고감도 센서 개발] 빛 알갱이 한 개가 지나간 흔적까지 읽어내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이제 과학자들은 더 어두운 우주와 더 미세한 신호 속에서도 새로운 정보를 포착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됐다. 최근 POSTECH 물리학과·융합대학원 이길호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단일 광자까지 검출할 수 있는 초고감도 양자 센서를 개발하며, ‘보이지 않던 빛의 세계’를 넓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빛은 ‘광자’라는 아주 작은 에너지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알갱이를 하나씩 검출하는 기술은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우주 관측 같은 첨단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기존의 단일 광자 검출 기술은 반도체 전자 구조나 초전도체의 에너지 틈을 이용하는데, 이 방식은 안정적이지만, 비교적 높은 에너지를 가진 빛에만 반응한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적외선이나 마이크로파처럼 에너지가 낮은 빛은 검출이 어려워 새로운 방식의 센서 기술이 필요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그래핀 속 ‘디랙(Dirac) 전자1)’의 독특한 열적 특성이다. 그래핀은 전자들이 매우 가볍게 움직이고 열을 거의 저장하지 않는 물질이다. 그만큼 아주 작은 에너지에도 쉽게 온도가 변하는, 일종의 ‘초민감 온도계’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그래핀 기반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2) 소자를 만들었다. 핵심은 빛을 전기 신호로 읽어내는 기존과 달리, 광자가 흡수되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열 변화’를 감지하는 데 있다. 마치 어두운 방에서 작은 촛불 자체는 보이지 않아도, 퍼져 나오는 열기로 존재를 알아채는 것과 비슷하다. 실험 결과, 광자가 한 개 흡수되었을 때 그래핀 전자 온도가 약 2K3)(캘빈)까지 상승했고, 그로 인해 초전도 상태가 깨지며 발생하는 변화를 전기 신호로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즉, ‘빛 알갱이 한 개가 지나갔다’라는 것을 전기적으로 확실하게 확인한 것이다. 성능도 뛰어났다. 87%의 높은 검출 효율을 보였으머, 잘못된 신호를 감지하는 오검출률은 초당 1회 이하, 조건에 따라 일주일에 1회 수준까지 낮췄다. 또한 기존 기술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초고감도(등가 잡음 전력: 2×10-22W/√Hz 수준)를 달성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에너지 문턱을 넘어야만 빛을 감지할 수 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극미세한 열 변화까지 읽어내는 광자 검출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길호 교수는 “기존 검출 기술은 일정한 에너지 문턱을 넘어야만 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훨씬 작은 에너지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라며 “적외선부터 마이크로파 영역까지 확장해 우주 관측, 양자통신, 암흑물질 탐색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이길호 교수 연구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삼성전자 등의 지원을 받아 미국 MIT, BBN, Washington University, NIMS 등 연구팀과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0252-2 1. 디랙(Dirac) 전자: 질량이 거의 없는 것처럼 행동하며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전자로, 그래핀 등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전자 상태로서 차세대 양자소자의 핵심 물리로 주목받는다. 2.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 두 초전도체 사이 전자가 저항 없이 양자 터널링하는 소자로, 양자컴퓨팅과 고감도 센서의 핵심 기술이다. 3. K(Kelvin): 아주 낮은 온도를 표현할 때 켈빈(K)을 사용한다. 0K는 약 –273.15℃에 해당하며, 2K는 약 -271℃ 정도다.
물리/융합 이길호 교수 연구팀, “구리에선 불가능” 수십 년 상식 뒤집어… 전자 충돌 없이 달리는 '탄도 전도' 실험 성공
[단결정 구리 박막서 '음의 굽힘 저항' 신호 첫 관측]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손이 뜨거워질 만큼 열이 난다. 이 열의 상당 부분은 칩 안을 달리는 전자들이 서로, 혹은 장애물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생겨난다. 회로가 작아질수록 이 '교통 체증'은 심해지고, 속도는 느려지며 전력 소모는 늘어난다. 반도체 업계가 수십 년째 풀지 못한 이 문제에 최근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POSTECH 물리학과·융합대학원 이길호 교수팀, 물리학과 박사과정 조용진 씨 연구팀이 최근 부산대 첨단융합학부 정세영 명예교수 연구팀,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물리천문학과 김성곤 교수 연구팀은 실제 반도체 배선과 비슷한 크기의 구리 박막에서 반도체 속 전자 '교통 체증'을 없앨 핵심 현상인 ‘탄도 전도(ballistic transport)1)’ 현상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 연구 성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탄도 전도’란 전자가 어딘가에 거의 부딪히지 않고 직선에 가깝게 쭉 달려가는 현상이다. 당구공이 다른 공과 충돌 없이 테이블 끝까지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전자가 이렇게 이동하면 에너지 손실과 발열이 줄고, 신호 전달 속도도 빨라진다. 반도체 속에 전자를 위한 '고속도로'가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지금껏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같은 특수한 소재에서만 주로 관측됐다. 반도체 배선에 가장 널리 쓰이는 구리는 전자가 쉽게 산란되는 금속이라, 탄도 전도는 사실상 불가능한 물질로 여겨져 왔다. 연구진은 'ASE(Atomic Sputtering Epitaxy)2)' 기술을 이용했다. 일반 금속 박막은 작은 결정 알갱이들이 불규칙하게 이어 붙은 구조라 전자가 경계마다 부딪힌다. 연구진은 이 경계를 없앤 '단결정 구리(Cu(111)) 박막'을 만들고, 표면 거칠기도 0.2nm(나노미터) 수준으로 매우 매끄럽게 다듬었다. 그런 다음 두께 약 90nm, 선폭 150nm의 구리 배선을 십자 형태로 제작해 전자 이동 특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영하 188도(85K) 이하 저온 환경에서, 전자가 충돌 없이 이동할 때만 나타나는 '음의 굽힘저항(negative bend resistance)' 신호를 관측했다. 일반 구리 도체에서는 전자가 반복적으로 산란되는 ‘확산 전도3)’가 나타나 저항은 항상 양의 값을 갖는데, 이러한 신호는 배선에서 ‘탄도 전도’가 일어났다는 강력한 증거다. 무엇보다 이번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는 특수 구조가 아니라, 지금 실제 공장에서 쓰이는 반도체 배선과 비슷한 크기에서 이 현상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신호 지연 감소, 발열 감소, 저전력·고속 회로 구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POSTECH 이길호 교수는 "탄도 전도는 전자소자 전력 소모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이상적인 방식"이라며 "산업 표준 금속인 구리에서, 실제 배선 크기로 이 현상이 가능함을 보인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6-70252-2 1. 탄도 전도(Ballistic Transport): 전자가 이동 중 다른 입자나 불순물과 거의 충돌하지 않고 직선으로 통과하는 현상이다. 총알이 공기 저항 없이 날아가듯, 전자가 배선 안을 방해 없이 가로지른다고 이해하면 쉽다. 충돌이 없으니 에너지 손실이 적고 발열도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그래핀·탄소나노튜브 같은 특수 소재에서만 주로 관측됐다. 2. ASE(Atomic Sputtering Epitaxy): 원자 단위로 물질을 한 층씩 쌓아올리는 박막 제조 기술이다. 레고 블록을 한 칸 한 칸 정밀하게 쌓듯, 원자를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히 배열해 결정 구조가 완벽하게 균일한 박막을 만들어 낸다. 3. 확산 전도(Diffusive Transport): 전자가 이동하는 도중 원자 진동이나 불순물, 결정 경계 등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방향을 바꾸어 나아가는 방식이다. 만원인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겨우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일반적인 금속 도선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전자 이동 방식으로, 충돌이 반복될수록 저항과 열이 증가한다.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상온에서 빛나는 양자 발광체 개발… 효율 130배 끌어올렸다
[간단한 열처리 공정으로 2차원 반도체 상온 발광 한계 극복] 최근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 박경덕 교수, 물리학과 박사과정 문태영 씨 연구팀은 UNIST 화학과 서영덕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일상적인 실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빛을 내는 고효율 양자 발광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구는 필라멘트가 달궈지며 빛을 내고, 형광등은 전기가 기체를 자극해 빛을 만든다. 반도체가 빛을 내는 방식은 또 다르다. '전자'와 '정공(빈자리)'이 만나 짝을 이루었다가 사라질 때 빛이 방출되는데, 이 짝을 '엑시톤(exiton)'이라 한다. 특히, 엑시톤이 특정 위치에 안정적으로 머물면 빛을 아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 통신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있었다. 실험실 밖, 즉 상온에서는 엑시톤이 쉽게 퍼지고 발광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반도체 내부에 남아 있는 잉여 전자가 엑시톤의 발광을 막아 에너지가 빛이 아닌 열로 소모됐다. 둘째, 엑시톤을 한 지점에 안정적으로 붙잡아 둘 구조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먼저 잉여 전자가 쌓이는 원인을 반도체와 금속 기판 사이에 생기는 ‘물 분자층’에서 찾았다. 원자 세 겹 두께의 2차원 반도체 ‘이황화 몰리브덴’을 금 기판 위에 올리면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아주 얇은 물 층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 층이 전자가 기판으로 이동하는 길을 막았고, 전자가 반도체 안에 과도하게 남아 발광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결 방법은 단순했다. 300℃ 진공 환경에서 한 시간 동안 열처리를 하자 물 분자층이 증발했고, 반도체 내부 잉여 전자들이 금 기판으로 빠져나갔다. 전자가 쌓이지 않게 되자 빛 대신 열로 새던 에너지 손실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엑시톤을 한 지점에 모으는 일이었다. 연구팀은 반도체 표면에 지름 500nm(나노미터) 크기의 ‘나노홀’을 만들었다. 이 구조는 주변보다 에너지가 낮은 영역을 형성해 빗물이 낮은 곳으로 모이듯 엑시톤을 한 지점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계산 결과 약 98%의 엑시톤이 나노홀 중심에 모여 사실상 한 곳에 갇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두 가지 전략을 결합하자, 상온에서 엑시톤 발광 세기가 기존 대비 약 15배 증가했고, 발광 효율은 0.076%에서 10%로 약 130배 뛰었다. 또, 원자간력현미경 탐침으로 압력을 가했을 때 발광 세기가 120% 강해지고, 압력을 제거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와 빛 세기를 물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도 확인됐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실험실 밖에서도 작동하는 양자 발광체를 구현했다는 것“이라며, ”열처리 공정은 대량 생산 가능성을 의미하며, 단일광자 광원, 초고효율 LED, 태양전지, 광 컴퓨팅 소자 등 분야 응용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서영덕 교수는 "전하 제어와 변형도 공학을 결합한 접근법이 2차원 소재 기반 양자 정보 플랫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 삼성과학기술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y2186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AI 전력난 뒤집을 빛의 혁신… 엑시톤 확산 8,300% 증폭 현상 최초 발견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 시대 ‘게임체인저’ 등장… 전자의 한계를 넘는 차세대 저전력 AI 반도체 핵심 원리 세계 최초 제시] 기초과학 연구가 인공지능(AI) 시대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인 전력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의 ‘엑시톤(exciton)’ 이동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간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고, 이를 기존 대비 최대 8,300%까지 증폭시키는 새로운 물리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물리 현상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과 반도체 발열 문제로 대표되는 AI 시대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정보전달 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현재 반도체는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전자가 이동할수록 필연적으로 열이 발생하고, 이는 곧 에너지 손실과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는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할 정도로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엑시톤’이다. 엑시톤은 반도체 내부에서 빛과 전자의 성질이 결합된 입자로,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이동 과정에서 열 발생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차세대 초저전력 정보 전달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엑시톤을 원하는 방식으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실제 소자 응용에 큰 제약이 있었다.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빛과 전기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나노 공진 분광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빛과 전기장이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최소 선폭 정도의 초미세 공간에 모이면서, 반도체 내부의 ‘에너지 지형’을 나노 공간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고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연구팀의 이형우 박사는 이 방법을 통해 특정 영역에 엑시톤을 집중시켰고, 그 과정에서 기존 이론과는 다른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좁은 공간에 모인 엑시톤들이 서로 밀어내며, 오히려 더 빠르고 강하게 바깥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단순히 엑시톤의 개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엑시톤이 얼마나 가파르게 몰려 있는지를 나타내는 ‘밀도 기울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 대비 최대 8,300%에 달하는 엑시톤 확산 증폭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이 현상은 전압만으로 실시간 제어가 가능했다. 스위치를 켜고 끄듯, 전압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엑시톤의 이동 방향과 세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향후 반도체 칩 내부에서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존 전자 기반 회로를 넘어, 빛과 입자의 특성을 동시에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엑시톤 회로’ 구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시한다. AI 데이터센터의 초저전력 인터커넥트, 고효율 광전자 소자, 차세대 태양전지 등에서 엑시톤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미래 산업에서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그리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속적인 기초연구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나노광학 및 양자물성 연구를 꾸준히 지원한 결과,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 확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진행한 이형우 박사와 문태영 씨는 “이번 연구는 나노미터 공간에서 엑시톤의 이동을 직접 생성하고 관측한 첫 사례로,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이동 메커니즘을 확인했다”며 “엑시톤 기반 소자 설계의 핵심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성과는 기초물리 연구를 통해 산업기술 적용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향후 저전력 AI 반도체와 신개념 광소자 융합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3월 31일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63-026-02569-8
물리 김범준 교수 연구팀, 보이지 않던 전자의 ‘얽힘’, X선으로 풀었다
[고체 속 전자 얽힘 구조 최초 실험 규명… 차세대 반도체·양자컴퓨터 핵심 열쇠 기대] SNS 알고리즘부터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반도체까지 사람들의 일상은 ‘전자’의 움직임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그동안 한 번도 직접 관측된 적 없던 전자들 사이의 ‘숨은 연결’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POSTECH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연구팀은 KAIST 물리학과 조길영 교수, 서울대 김범현 박사와 함께 고체 물질 속 전자가 만드는 복잡한 양자 얽힘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네이처 머티어리얼스(Nature Materia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우리가 매일 쓰는 전자기기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전자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어떤 전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향을 주고받도록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양자 얽힘'이다. 두 개 이상의 입자들의 상태가 서로 독립적으로 기술될 수 없고 하나의 파동함수로만 설명되는 관계다. 이러한 현상은 양자 컴퓨팅이나 양자 암호학 등 차세대 양자 기술의 핵심적인 물리 현상이지만 실제 고체 내부에서 양자가 어떤 방식으로 얽혀있는지 실험으로 규명된 바는 없었다. 연구팀은 ‘이리듐 산화물(Nd₂Ir₂O₇)’에 주목했다. 이 물질은 금속과 비금속의 경계에 위치해 복잡한 얽힘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여기에 X선을 쏘아 튕겨 나오는 신호를 분석하는 ‘공명 비탄성 X선 분광법(RIXS)’이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핵심은 간섭 신호다. 일반적으로 에너지를 잃고 산란된 신호는 간섭이 일어나지 않지만 전자 상태가 얽혀있으면 간섭 무늬가 나타난다는 점에 점에 주목했다. 서로 얽힌 전자가 만드는 간섭 패턴이 일종의 ‘지문’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양자 얽힘이 기존에 알려진 단순한 자기적 질서와는 전혀 다른, '스핀 사극자'라는 고차원 구조에 대응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아가, 이러한 사극자 질서가 기존 자기 질서와 하나의 물질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양자 얽힘을 ‘측정 가능한 대상’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얽힘 구조’를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양자 컴퓨터 성능을 높일 새로운 소재 설계나 적은 에너지로 더 빠르게 작동하는 초저전력 차세대 반도체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과 AI 서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는 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범준 교수는 “숨겨진 양자 질서를 찾아내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다양한 양자 물질 연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 ‘공명 비탄성 X-선 분광기’로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유럽 방사광가속기 시설과의 국제 연구를 통해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또한, 재단법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교육부의 기초과학연구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63-025-024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