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박수진 교수 공동 연구팀, 배터리 속 ‘모래성 붕괴’ 막았다... 초박막 코팅으로 300회 충전에도 ‘끈끈’
[유기 용매·저압 구동 버티는 고체전해질 표면 설계로 배터리 '표면 분해' 해결] 불이 나지 않는 배터리.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이 오래 기다려 온 기술이다. 최근 그 기대에 응답하는 연구가 나왔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얇은 보호막 하나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전지의 난제를 풀어냈다. POSTECH 배터리공학과·신소재공학과 이상민 교수, 배터리공학과 통합과정 고수민 씨 연구팀과 화학과 박수진 교수, 화학과 통합과정 이형석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표지 논문(cover)으로 게재됐다. 전기차 화재 뉴스는 이제 낯설지 않다.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이유는 배터리 내부의 ‘액체 전해질’ 때문이다. 전기를 전달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불에 취약하다. 이를 고체로 바꾼 전고체전지는 화재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리튬이온 이동이 빠르고 전극과 잘 밀착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문제는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로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유기용매나 공기 중의 미량 수분만으로도 표면이 쉽게 분해됐기 때문이다. 마치 모래성이 물에 닿으면 무너지듯, 배터리를 완성하기도 전에 성능이 떨어졌다. 여기에 실제 구동 환경인 낮은 압력에서는 전극 내부 접촉이 점차 느슨해지며 성능 저하가 가속됐다. 재료는 뛰어나지만 제조 공정과 실제 작동 환경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초박막 보호막’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로 해결했다. 대표적인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인 LPSCl1) 표면에 플루오로카본(–CF₃) 말단을 가진 ‘자가조립 단분자층’을 형성해 두께는 약 1nm(나노미터) 수준의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 막은 유기용매와 수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이와 동시에 전해질 내부 구조와 리튬이온 전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이 보호막은 전기화학적 안정성도 크게 높였다. 분석 결과, 1.0C(C-rate)2)의 빠른 충·방전 조건에서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오래 작동했다. 코인 셀(coin cell) 수준의 낮은 압력(≈0.3 MPa)에서도 전극 내부 접촉 손실을 효과적으로 줄이며 성능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완전한 배터리 셀(full cell) 실험에서 300번의 충·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초기 용량의 90.5%를 유지했다. 에너지밀도와 장수명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전고체전지 상용화의 핵심 기준을 충족한 결과다. 이번 성과는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의 안전성과 수명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기술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상민 교수는 “고체전해질 표면 안정화가 전극 제작부터 실제 구동까지 이어지는 계면 안정성을 확보해 전고체전지 공정 신뢰성과 저압 구동 내구성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연구 의의를 전했다. 또, 박수진 교수는 “자가조립 단분자층 기반 표면처리는 공정이 단순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대면적 전극 제조로 확장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 혁신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사업과 산업혁신인재 성장지원(R&D)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3019 1. LPSCl(lithium phosphorous sulfur chloride, Li6PS5Cl) : 아지로다이트 계열(Argyrodite-type)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일종으로, 2020년 삼성전자 및 삼성SDI의 기술 개발 이후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고체전해질이다. 2. C(C-rate): 배터리 분야에서 쓰는 충·방전 속도 단위(C-rate)다. 예를 들어, 1C는 배터리를 한 시간에 완전히 충전/방전하는 속도를 말하며, 0.5C는 두 시간에 완전히 충·방전하는 속도다.
화학 김경환 교수 연구팀, ‘물이 특별한 이유, 미스터리 드디어 풀렸다’ 10년간 뚝심 있는 연구로 교과서 바꿀 발견
[세계 최초 영하 60℃서 물의 임계점 실제 관측, 물의 비밀 풀 단서 규명] 인류가 수백 년간 풀지 못했던 물의 가장 깊은 비밀이 국내 연구진의 10년에 걸친 끈질긴 연구 끝에 마침내 밝혀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POSTECH 김경환 교수 연구팀이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물리학과 앤더스 닐슨 교수팀과 공동으로 물의 '액체-액체 임계점'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 및 선도연구센터)’과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誌에 게재1)됐다. 물은 가장 중요한 물질이자 인류가 가장 오래 연구해 온 대상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가장 특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물질로 꼽힌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액체는 얼기 직전까지 온도가 낮아질수록 무거워지지만, 물은 4℃에서 가장 무거워졌다가 그보다 차가워지면 오히려 가벼워지는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이 때문에 겨울에도 강이나 호수의 표면만 얼고 아래쪽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남아, 그 속에서 생명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왜 물이 다른 액체와 다르게 이러한 특징을 가지게 되었는지 근본적인 이유는 과학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 중 하나로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 가설은 물이 고밀도 물과 저밀도 물이라는 두 종류의 액체상으로 공존하며, 특정 온도(임계점)에 도달하면 그 구분이 사라져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물이 된다는 가정이다. 학계에서는 이 임계점이 존재한다면 영하 40℃에서 영하 70℃ 사이의 극저온 영역에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물은 영하 40℃ 이하로 내려가면 매우 빠르게 얼어버리기 때문에, 누구도 실험을 통해 임계점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으며, 수십 년 동안 논쟁으로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영하 70℃에서도 얼지 않은 물을 만들기 위해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은 빛을 내며 10조분의 1초 단위로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X선 자유전자레이저(PAL-XFEL)’를 활용하였고, 실험 끝에 ‘액체-액체 임계점’이 영하 60℃ 부근에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번 성과는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질이 고밀도 물과 저밀도 물의 경쟁에서 비롯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미 2017년에는 영하 45℃까지 얼지 않은 물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였으며, 2020년에는 영하 70℃까지 관측 범위를 넓혀 사이언스지에 두 차례 성과를 게재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연구팀은 물의 온도와 압력에 따른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하며 끈질기게 연구를 이어온 끝에, 임계점 관측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 성과가 다시 한번 사이언스지에 게재되면서 전 세계에 연구팀의 집념과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김경환 교수는 “물의 특별한 성질과 ‘액체-액체 임계점’을 둘러싼 오랜 세월 동안의 학계 논쟁이 마침내 매듭지어지게 됐다"라고 이번 성과의 의의를 밝히며, “이번 발견은 생명 현상을 비롯해 다양한 자연 현상에서 물이 갖는 필수적인 역할을 규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ec0018 1) 논문명 : Experimental evidence of a liquid-liquid critical point in supercooled water
화학/융합 김원종 교수 연구팀, 암과 싸우는 면역세포, 면역 ‘방해 분자’만 치워도 강해진다
[종양 환경에서 살아남는 차세대 T 세포 엔지니어링 기술 개발] 암과 싸우는 면역세포가 힘을 잃는 이유를 밝히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기술이 발표됐다. POSTECH 화학과·융합대학원 김원종 교수 연구팀은 종양 주변에서 면역세포 기능을 떨어뜨리는 일산화질소를 제거하는 ‘세포 표면 공학’ 전략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 추가 표지 논문(supplementary cover art)으로 게재됐다. 환자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을 공격하는 ‘T 세포 면역치료’가 차세대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를 꺼내 기능을 강화한 뒤 다시 주입해 암을 공격하게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부 혈액암에서는 놀라운 치료 효과가 확인되었다. 하지만 폐암이나 췌장암처럼 덩어리를 이루는 고형암에서는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암세포 주변에 형성되는 특수한 환경, 이른바 ‘종양 미세환경’이 면역세포의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종양 주변에서는 다양한 분자들이 만들어지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산화질소(이하 NO, Nitric oxide)’다. 이 물질은 면역세포 신호 전달을 방해해 T 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마치 전투에 나선 병사가 짙은 연기와 독성 가스로 가득한 공간에서 시야와 호흡이 막혀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종양 근처에서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해 분자’를 치우는 데 집중했다. ‘NO를 선택적으로 붙잡아 제거하는 분자’를 T 세포 표면에 부착하는 전략을 고안했다. NO를 포획하는 분자를 ‘리포좀(liposome)’이라는 아주 작은 지질 입자에 담고, 이 입자가 T 세포의 세포막에 결합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T 세포는 암 주변에서 생성되는 NO가 세포 내로 들어오기 전에 붙잡아 제거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이 기술을 적용한 T 세포는 종양 환경을 모사한 조건에서도 활발하게 증식하며 면역세포 특유의 활성 상태를 유지했다. 동물 실험에서는 종양 내부로 더 많은 T 세포가 침투했고 면역 반응도 강화되면서 종양 성장 억제 효과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양 미세환경의 방해 요소만 제거해도 면역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연구는 면역세포 유전자를 직접 바꾸지 않고, 세포 표면을 간단히 개질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POSTECH 김원종 교수는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지 않고도 종양 환경에서의 기능을 보호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라며, “궁극적으로는 고형암 면역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면역세포가 더 강력하게 암을 공격할 기술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RC 연구사업, 미래개척융합과학기술개발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06907
서종철·신승구 교수 공동 연구팀, 반도체 나노 구슬, 몸집과 겉옷을 한 번에 재다
[전기음성 매트릭스 활용한 양자점의 표면유기분자 정밀 분석] '양자점(quantum dot)1)’ 세계에서는 그동안 옷을 입은 채 몸무게를 재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POSTECH 화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서종철 교수, 화학과 신승구 교수 연구팀, DGIST 나노기술연구부 임성준 박사 연구팀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번 연구는 최근 분석화학 분야 학술지 ‘애널리티컬 케미스트리(Analytical Chemistry)’에 게재됐다. 양자점은 수 나노미터(nm) 크기의 반도체 나노결정으로, 입자의 크기에 따라 빛의 색이 달라진다. 디스플레이나 태양전지, 암세포를 추적하는 생체 이미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데, 이 양자점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표면을 ‘리간드(ligand)’라는 분자로 감싸야 한다. 이 분자의 개수에 따라 발광 효율이나 화학적 반응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입자 ‘크기‘와 ‘리간드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문제는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측정하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크기는 ’광학적‘ 방법으로, 리간드 수는 별도의 ’화학 분석‘으로 따로 측정해야 했다. 마치 사람의 체형을 파악하려 할 때 체중은 저울로 재고, 입고 있는 옷의 치수는 다시 줄자로 재야 하는 것처럼 번거로운 과정이다. 무엇보다도 양자점 질량을 측정하기 위한 ‘매트릭스 보조 레이저 탈착 이온화 질량분석2)’ 방식은 강한 레이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리간드가 떨어져 나가는 문제가 있었다. 옷을 입은 채로 몸무게를 재야 하는데, 저울에 올라서는 순간 옷이 벗겨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연구팀은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 '전기음성도‘에서 해법을 찾았다. 전기음성도가 큰 매트릭스 물질을 활용해 양자점이 레이저에 의해 들뜬 상태가 되면 전자를 빠르게 받아들이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방식은 기존보다 훨씬 더 낮은 레이저 에너지에서도 안정적인 이온화를 가능하게 해 리간드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나아가 연구팀은 길이가 다른 리간드로 감싼 양자점의 질량 차이를 정밀하게 분석해 리간드의 개수와 양자점의 크기를 동시에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나노소재 분석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양자점을 활용한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개발 과정에서 소재의 특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적은 양의 시료만으로도 측정할 수 있어 희소하거나 고가의 나노소재 연구에도 유리하다. 또한 양자점 표면의 화학반응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어 신약 개발과 생체 진단용 나노소재 연구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종철 교수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고 리간드가 붙은 채로 양자점을 이온화해 질량 분석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양자동역학 연구센터), 개인기초연구 우수신진연구지원사업, 자율운영 대학 중점 연구소 지원사업(POSTECH 기초과학연구소),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 지원사업,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과 DGIST 기관 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analchem.5c06291 1. 양자점(quantum dot): 수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나노결정으로, 크기에 따라 광학적, 전자적 특성이 달라지는 물질이다. 2. 매트릭스 보조 레이저 탈착 이온화 질량분석(Matrix-Assisted Laser Desorption/Ionization, MALDI): 레이저와 매트릭스를 이용해 시료를 이온화한 다음 질량을 측정하는 분석 기법이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물에 녹는 스마트 라벨”… 위조 막고 환경도 살린다
[색·홀로그램·습도감지 한 번에 구현한 차세대 친환경 메타표면 개발] 제품 포장에 붙은 작은 라벨 하나가 색과 홀로그램으로 진짜 여부를 알려주고, 보관 중 습도가 높았는지를 기록하고, 물에 넣으면 흔적 없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POSTECH 노준석 교수팀이 이 모든 기능을 할 수 있는 ‘친환경 스마트 보안 라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포토닉스(Advanced Photonics)’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최근 식품, 의약품, 명품 등 다양한 제품에서 위조 방지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포장 기술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보안 라벨은 단순한 홀로그램 기능에 머무르거나 제작 비용이 상당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기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메타표면(metasurface)’이다. 메타표면은 나노 규모의 구조를 정교하게 배열해 빛의 색과 방향을 자유롭게 바꾸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구조로 ‘빛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메타표면 장치는 만드는 공정이 복잡해 가격 경쟁력이 낮고, 친환경 소재로는 빛을 정교하게 제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식물의 섬유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가공해 만든 ‘HPC(hydroxypropyl cellulose)’에 평균 4~6nm 크기의 이산화티타늄(TiO₂) 입자를 섞었다. HPC는 의약품 캡슐이나 식품 첨가제, 화장품 등에 사용될 만큼 안전성이 높은 친환경 소재다. 연구팀은 이 입자를 HPC 안에 최대 75wt%까지, 즉 소재 무게의 약 4분의 3 수준까지 분산시킨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이렇게 나노입자가 HPC 내부에 촘촘히 자리 잡으면서 빛을 더 강하게 굴절시키고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소재 굴절률을 약 1.9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소재로 만든 메타표면은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선명한 빨강·초록·파랑 색을 만들어 내고, 자외선 영역에서는 홀로그램 이미지를 나타낸다.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색 정보와 특정 장비에서만 확인되는 보안 정보를 모두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QR 코드 안에 서로 다른 홀로그램을 숨겨 세 개의 홀로그램이 동시에 확인될 때만 인증이 가능한 광학 보안 방식도 구현했다. 또 다른 특징은 ‘습도 기록’ 기능이다. HPC가 공기 중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해, 상대습도가 80% 이상인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내부 구조가 변형되면서 색과 홀로그램이 사라지도록 설계했다. 제품이 보관 중 습기에 노출됐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제작 방식도 간단하다. 전자빔으로 구조를 하나씩 새기는 공정이 아니라, 마치 도장을 찍듯 한 번에 넓은 면적을 복제하는 나노임프린트(nanoimprint) 공정을 적용해 플라스틱 필름 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연구는 POSCO 지원 POSCO-POSTECH-RIST 융합연구센터 프로그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미래융합파이오니어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강현정 씨는 교육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지원 박사과정생 연구장학금의 지원을 받았으며, 강현정·김홍윤 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대통령과학장학금의 지원을 받았다. 김홍윤 씨는 아산재단 의생명과학 장학금의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117/1.AP.8.1.016007
김연수·박수진 교수 공동 연구팀, 물 붓고 섞으면 끝, 스스로 굳는 배터리 전해질 개발
[개시제 없이 상온 자가중합 가능한 하이드로겔 전해질 소재 개발] 라면 수프를 물에 넣고 저으면 자연스럽게 퍼지듯, 배터리 전해질에 가루를 섞기만 하면 저절로 젤리처럼 굳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김연수 교수, 화학과 박수진 교수 연구팀이 부산대 나노융합기술학과 강준희 교수 연구팀과 함께 복잡한 화학 반응이나 고온 공정 없이도 스스로 단단해지는 전해질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안전하지만 수명이 짧았던 ‘수계 아연전지’ 한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스몰(Small)’에 게재됐다.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수계 아연(Zn) 전지’가 떠오르고 있다. 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불이 날 위험이 적고 원가 부담도 적다. 하지만 쓰다 보면 아연 전극 표면에 나뭇가지처럼 뾰족한 결정이 자라거나 부식이 발생해 수명이 짧아졌다. 대안으로 액체 전해질을 젤리처럼 굳히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지만, 화학 약품이나 열이 필요해 공정이 복잡하고 전극이 손상될 우려도 있었다. 무질서하게 얽힌 젤 구조가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하는 한계도 지적되어 왔다. 연구팀은 기존 수계 아연전지에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인 ‘황산아연(ZnSO₄) 수용액’에 ‘SBMA(Sulfobetaine Methacrylate, 설포베타인 메타크릴레이트)’라는 특수 분자를 섞기만 해도 상온에서 저절로 젤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황산아연은 물에 녹아 아연 이온을 제공하는 물질이다. 이 아연 이온이 분자 구조를 자극해 반응을 시작하도록 돕고, 분자들이 서로 촘촘히 연결되게 만든다. 우유에 식초를 넣으면 자연스럽게 굳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약 30분이면 단단한 젤이 완성된다. 이 전해질은 초기에는 액체처럼 전극 사이를 빈틈없이 채우다가, 조립 이후 자연스럽게 굳어 안정적인 내부 구조를 형성한다. 추가 열처리나 특수 환경이 필요 없어 제조 공정이 단순해지고, 전극 손상 가능성도 낮다. 실험 결과, 이 전해질을 적용한 전지는 4,10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영하 10℃에서도 문제없이 구동됐다. 100번 충·방전 뒤에도 처음 용량의 96%를 유지했다. 불필요한 화학 반응이 줄고 이온 이동 통로가 균일하게 형성된 덕분이다. 이번 성과는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계 아연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기술로 평가된다. 공정이 단순해지면 대량 생산과 비용 절감이 가능해지고,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김연수 교수는 "화학 개시제나 열처리, 특수 환경 없이 상온·대기에서 구현되는 이 전략은 배터리 성능과 공정 효율을 동시에 잡은 새로운 설계"라며 "아연 이온이 단량체의 전자구조를 바꿔 반응성을 높이는 동시에 뭉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 핵심"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는 "안전성과 비용 경쟁력이 중요한 수계 아연 전지의 실용화를 앞당기기를 바란다"라며 "다양한 단량체에 적용하고 다른 수계 금속 전지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영커넥트, ERC,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과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smll.202511783
화학 박수진 교수 연구팀, “두꺼울수록 불안하다?” 배터리 상식 뒤집혔다
[POSTECH·서울대 연구팀, 전극 두께 늘려도 안정성 유지하는 기능성 탄소나노튜브 기술 개발] 전기차가 한 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배터리 안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아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배터리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것이지만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배터리는 불안정해지고 수명이 급격히 짧아진다. 그런데 최근 POSTECH·서울대 연구팀이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 박사과정 정재호 씨, 김성호 박사 연구팀은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기능성 ‘탄소나노튜브1)(이하 CNT)’를 활용해 두꺼운 배터리 전극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재료과학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전극을 두껍게 만들면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는 늘어나지만, 이온이 이동해야 할 거리가 길어지면서 내부 저항이 커지고 성능 저하가 빠르게 나타난다. 전극과 전해질이 만나는 경계면 역시 불안정해진다. 도로는 넓어졌지만, 교차로가 막혀 차량 흐름이 멈춘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의 해답을 전기가 잘 통하는 CNT에서 찾았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1에 불과한 이 소재는 배터리 전극에서 전자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한다. 다만 서로 뭉치는 성질 탓에 두꺼운 전극에서는 고르게 퍼지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CNT 표면에 이온과 친한 고분자 기능기를 붙여 전극 내부에 균일하게 퍼지도록 설계했다. 이 기능성 CNT는 전극 안에 촘촘한 전자·통로를 형성해 전극이 두꺼워져도 충전과 방전 속도가 느려지지 않고, 성능 저하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냈다. 특히 이번 기술의 핵심은 전극 내부뿐 아니라 양극과 음극 경계면까지 동시에 안정화했다는 점이다. 배터리 수명을 떨어뜨리던 충·방전 과정 중 화학 반응을 정교하게 조절해 양극에서 구조 붕괴를 막고 음극에서는 균일한 보호막이 형성되도록 유도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전극 간 반응을 상호 조율하는 개념을 ‘화학적 소통(crosstalk)’이라 명명했다. 그동안 문제로 여겨졌던 반응을 오히려 배터리를 보호하는 장치로 전환한 것이다. 실험 결과, 이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 전극은 기존 CNT 전극(두께 약 98 µm)보다 두 배 가까이 두꺼운 전극(약 190 µm)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유지했다 박수진 교수는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것은 고용량 배터리의 필수 조건이지만, 계면 불안정이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차세대 대형 배터리의 설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미래방사선 강점기술 고도화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6395 1.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머리카락 굵기 수만 분의 1에 불과한 원통형 탄소 소재로,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배터리 전극에서 전자의 이동 통로로 활용된다.
화학 박수진 교수 연구팀, ‘춤추는 음이온 배터리’로 빠르고 오래 가는 비결 찾았다
POSTECH, 초고속 충·방전 및 전 온도 구동 가능한 듀얼이온배터리 전해액 개발 배터리는 지금까지 양이온인 리튬(Li+)만 잘 움직이면 된다고 여겨졌다. 국내 연구진이 이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보이지 않던 ‘음이온(-)의 움직임’을 설계해, 빠르면서 오래 가는 배터리의 길을 열었다.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 김성호 박사 연구팀이 음이온과 희석제의 상호작용을 조절해 초고속 충·방전과 전 온도 구동이 가능한 듀얼 이온배터리(이하 DIB, Dual ion battery) 전해액을 개발했다. 서강대, 서울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과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지금까지는 양이온인 리튬이온이 배터리 성능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DIB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리튬이온은 음극으로, 음이온은 양극의 흑연 층 사이로 동시에 들어간다. 두 이온이 함께 움직여야 에너지가 저장된다. 음이온의 이동 방식이 성능을 좌우하는 이유다. 연구팀은 전해액 속에서 음이온과 불소화 에테르계 희석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주목했다. 컴퓨터 모사와 핵자기공명 분석 결과, 음이온은 주 용매보다 희석제와 더 강하게 상호작용하지만 오래 붙어있지 않고 짧게 붙었다가 곧바로 떨어지는 '순간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퇴근길 도로에 비유할 수 있다. 막히지 않고 유연하게 흐르는 교통망이 있으면 차들이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한다. 느슨하면서도 계속 재구성되는 이 네트워크는 음이온이 전해액 안을 이동할 때 저항을 낮추고, 전극 표면에서 용매가 떨어지는 과정을 빠르게 하며, 흑연 층 사이로 들어갈 때 필요한 구조 조정 부담을 줄여준다. 이렇게 개발된 전해액을 적용한 배터리는 극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매우 높은 전류로 충·방전을 수천 번 반복해도 용량을 유지했다. 0℃ 부근 저온부터 60℃ 고온까지 폭넓은 온도 범위에서 정상 작동했다. 전극 표면에는 얇고 고른 보호막이 만들어져 입자가 갈라지거나 저항이 늘어나는 것을 막았다. 연구팀은 실험실용 동전 모양 전지를 넘어 전기차용과 비슷한 구조의 파우치형 전지에서도 같은 경향을 확인해 실용화 가능성을 함께 입증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리튬이온 중심의 전통적 전해액 설계에서 벗어나, 음이온과 희석제를 포함한 전체 조성의 움직임을 함께 설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이 개념은 DIB를 넘어 리튬 금속 배터리, 나트륨 이온전지 등 다양한 차세대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연구를 주도한 POSTECH 박수진 교수는 "초고속 충전, 장수명, 넓은 온도 범위를 동시에 만족하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분자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RS-2023-NR077019(과제명: 계면 안정화를 통한 전기운송수단용 맞춤형 고에너지밀도 및 고안전성 전지 시스템 개발) 과제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3832
화학 김경환 교수 연구팀, 영하 45도 물의 비밀, 30년 논쟁에 마침표를 찍다
[POSTECH·스톡홀름대 공동 연구팀, 영하 45도 물의 ‘끈적임 변화’ 첫 실험 관측] 영하 45도에서도 얼지 않은 물은 과연 어떻게 움직일까. 오랫동안 이론으로만 제기된 온 물의 움직임 변화가 POSTECH 연구진에 의해 처음 확인됐다. 최근 POSTECH 화학과 김경환 교수, 통합과정 신명식 씨 연구팀은 스웨덴 스톡홀름대 물리학과 앤더스 닐슨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영하 45도에서 얼지 않은 물에서 온도에 따른 끈적임의 경향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관측했다. 이번 성과는 물리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물은 일상생활은 물론 생명과 환경, 산업 전반에 깊이 관여하는 핵심 물질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물이 왜 여러 특이한 성질을 보이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물의 ‘끈적임’, 즉 점도 역시 대표적인 미해결 문제 중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액체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더 끈적해진다. 꿀이 차가워질수록 잘 흐르지 않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면 물이 영하 45도까지 얼지 않은 채로 냉각되면 얼마나 더 끈적이게 될까. 과학자들의 초기 연구에서는 물은 영하 45도에서 무한히 끈적이게 되어 그 움직임이 완전히 멈출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그러나 이는 물의 다른 중요한 성질들과는 맞지 않는 결과였으며, 때문에 약 30년 전부터 물의 끈적임이 특정 온도에서 변할 것이란 가설이 제기 되었다. 그러나 이를 검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물은 영하 수십 도에 이르면 순식간에 얼어붙어, 얼기 직전 움직임을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진공 환경에서 물이 빠르게 증발하며 급격히 열을 빼앗는 현상을 이용해,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는 ‘얼지 않은 영하 45도의 물’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은 빛을 내며 분자 움직임을 10조 분의 1초 단위로 포착할 수 있는 X선 자유 전자 레이저*1를 활용해, 극저온 상태의 물 분자들의 움직임을 직접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물은 영하 40도 부근에서 끈적임 방식이 달라졌다. 물이 영하 45도에서 무한히 끈적해지며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움직임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전이점’이 실험 데이터로 입증된 성과이다. 이번 연구는 물이 왜 비정상적인 성질을 보이는지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극저온 냉각 기술, 항공우주·극지 연구, 생체 조직 보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김경환 교수는 “지금껏 실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에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연구가 남아있는 물에 관한 여러 중요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567-025-03112-3 1) X선 자유 전자 레이저: 태양보다 10경배 더 밝은 빛을 제공하여 꿈의 빛이라 불린다. 분자 단위에서 일어나는 10조분의 1초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스위스에 있는 시설이 사용되었으나, 한국에도 포항 가속기 연구소에 PAL-XFEL이 있으며, 많은 혁신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화학/융합 김원종 교수 연구팀, 아픈 관절에만 ON... 이제는 관절염 치료도 ‘선택과 집중’
[POSTECH, 염증 관절만 겨냥하는 반응형 류마티스 치료제 개발... 통증·부작용 다 잡는다] 화학과·융합대학원 김원종 교수팀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아픈 관절에서만 약효가 나타나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약물은 염증이 없는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 부작용을 줄이면서 통증과 염증은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Advanced Healthcare 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 안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면서 연골과 뼈를 서서히 망가뜨리는 만성 질환으로 심한 통증과 관절 기능 저하로 일상에 큰 불편함을 준다. 그동안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경구용 약물이 널리 사용됐다. 대표적인 약이 ‘토파시티닙(Tofacitinib)’이다. 이 치료제는 체내에서 면역 신호를 전달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야누스카이네이즈(Janus kinase, JAK)’를 꺼 염증을 가라앉힌다. 문제는 이 약이 몸 전체의 면역 스위치를 한꺼번에 끄다 보니 감염에 취약해지거나 백혈구 감소, 암 발생 위험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랐다. 이번 연구는 ‘약이 꼭 필요한 곳에서만 작동하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연구팀은 해답을 염증이 심한 류마티스 관절에서 유독 많이 생성되는 ’일산화질소(이하 NO)’에서 찾았다. 아픈 관절에서만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을 설계하자는 접근이다. 이렇게 개발된 치료제가 ‘NOR-Tofa’다. ‘NOR-Tofa’는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 염증 관절에서 NO를 감지하면 그때야 분해·활성화되며 약효가 발현되는 구조다. 쉽게 말하자면 불이 난 방에서만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소화기’처럼 아픈 관절에만 치료 효과를 내도록 만들었다. 동물 실험 결과, NOR-Tofa는 류마티스 관절염 모델에서 염증이 심한 관절에 집중적으로 작용해 부종과 연골 파괴를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반면, 간이나 신장 등 정상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 전신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안전성은 높인 것이다. 김원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효를 무작정 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장소에서만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라며 “기존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치료 선택이 제한됐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치료는 꼭 필요한 곳에서만, 나머지는 안전하게’라는 스마트 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NO 반응형 약물 설계는 류마티스 관절염뿐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및 암등의 다양한 염증성 질환 치료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부작용은 줄이는 차세대 치료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실제 신약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김원종 교수가 설립한 바이오벤처 ‘옴니아메드’가 신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전임상 독성시험을 거쳐, 내년 하반기 임상 1상 승인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이 연구는 리더연구사업과 IRC연구과제, 교육부 글로컬대학3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hm.20250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