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김연수 교수 연구팀, 자연의 ‘나선 비밀’ 풀었다… 스스로 움직이는 소프트 나선 로봇 탄생
[덩굴식물·미생물 움직임 모방한 자가 구동 하이드로겔 개발] 스스로 감기고 풀리며 움직이는 로봇이 현실이 되고 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김연수 교수, 정태훈 박사 연구팀이 자연의 나선 구조를 모방해 작은 변형을 큰 움직임으로 증폭시키는 생체 모사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덩굴식물이 지지대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단순히 감겨 올라가는 게 아니다. 나선형으로 몸을 비틀면서 작은 힘으로도 높이 올라간다. 짚신벌레 같은 단세포 생물은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스프링처럼 몸을 순식간에 움츠리는데, 이것도 나선 구조 덕분이다. 나선형은 작은 움직임을 크고 빠른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자연이 설계한 증폭 장치'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원리를 로봇에 적용하고 싶었다. 인공 근육이나 소프트 로봇에 나선 구조를 넣으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지만, 번번이 같은 벽에 막혔다. 서로 다른 소재를 복잡하게 이어 붙이거나 까다로운 제작 공정을 거쳐야 했고, 그렇게 만들어도 자연만큼 역동적인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찾은 해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여러 재료를 이어 붙이는 대신, 처음부터 나선형으로 굳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리 모세관 표면에 포토마스크를 나선형으로 감고, 내부에 자외선 흡수제를 넣은 뒤 빛으로 굳히는 ‘광중합’ 방식을 적용했다. 그러자 빛이 안쪽과 바깥쪽에 다르게 닿으면서 하나의 소재 안에 농도 차이가 생기고, 이 차이가 자연스럽게 나선형 구조를 만들었다. 복잡한 조립 과정 없이 단일 소재만으로도 자연의 움직임 설계를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선형 하이드로겔은 열, 빛, 산성 환경 등 다양한 자극에 반응해 수축한다. 특히, 열을 가했을 때 일반 구조보다 길이 방향 수축이 1.6배 더 크게 나타났다. 같은 힘을 주더라도 훨씬 더 멀리,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끈을 따라 자벌레처럼 한 방향으로 기어가는 소프트 로봇을 실제로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부 자극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기능까지 구현했다. 화학물질이 산화와 환원을 자동으로 반복하는 '벨루소프–자보틴스키 반응1)'을 결합해 전기나 배터리 없이도 주기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젤을 만들었다. 이 소재는 마치 심장이 뛰듯 스스로 감기고 풀리는 운동을 반복했으며, 기존 막대형 구조 대비 진동 폭은 4배, 수축 속도는 3.4배 빠른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소재 기술을 넘어, 자연의 기하학적 설계를 활용한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체내를 이동하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 스스로 작동하는 인공 근육, 웨어러블 소프트 기기 등 다양한 산업과 일상 속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기대된다. 작은 움직임을 크게 바꾸는 자연의 지혜가 미래 로봇 기술의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제1저자인 정태훈 박사는 “자연의 나선 구조가 만드는 움직임 증폭 원리에 주목했고, 이를 자가진동 화학 반응과 결합해 단일 소재만으로도 스스로 크게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수 교수는 “전력이나 복잡한 제어 없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마이크로 로봇과 인공근육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사업 및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부처협력 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21736 1. 벨루소프-자보틴스키 반응(Belousov-Zhabotinsky reaction, BZ 반응):일정 조건에서 금속 촉매가 산화와 환원 상태를 주기적으로 오가며 , 화학 에너지를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화학적 파동)으로 변환하는 대표적인 화학 진동 반응.
이상민·박수진 교수 공동 연구팀, 배터리 속 ‘모래성 붕괴’ 막았다... 초박막 코팅으로 300회 충전에도 ‘끈끈’
[유기 용매·저압 구동 버티는 고체전해질 표면 설계로 배터리 '표면 분해' 해결] 불이 나지 않는 배터리.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이 오래 기다려 온 기술이다. 최근 그 기대에 응답하는 연구가 나왔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얇은 보호막 하나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전지의 난제를 풀어냈다. POSTECH 배터리공학과·신소재공학과 이상민 교수, 배터리공학과 통합과정 고수민 씨 연구팀과 화학과 박수진 교수, 화학과 통합과정 이형석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표지 논문(cover)으로 게재됐다. 전기차 화재 뉴스는 이제 낯설지 않다.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이유는 배터리 내부의 ‘액체 전해질’ 때문이다. 전기를 전달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불에 취약하다. 이를 고체로 바꾼 전고체전지는 화재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리튬이온 이동이 빠르고 전극과 잘 밀착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문제는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로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유기용매나 공기 중의 미량 수분만으로도 표면이 쉽게 분해됐기 때문이다. 마치 모래성이 물에 닿으면 무너지듯, 배터리를 완성하기도 전에 성능이 떨어졌다. 여기에 실제 구동 환경인 낮은 압력에서는 전극 내부 접촉이 점차 느슨해지며 성능 저하가 가속됐다. 재료는 뛰어나지만 제조 공정과 실제 작동 환경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초박막 보호막’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로 해결했다. 대표적인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인 LPSCl1) 표면에 플루오로카본(–CF₃) 말단을 가진 ‘자가조립 단분자층’을 형성해 두께는 약 1nm(나노미터) 수준의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 막은 유기용매와 수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이와 동시에 전해질 내부 구조와 리튬이온 전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이 보호막은 전기화학적 안정성도 크게 높였다. 분석 결과, 1.0C(C-rate)2)의 빠른 충·방전 조건에서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오래 작동했다. 코인 셀(coin cell) 수준의 낮은 압력(≈0.3 MPa)에서도 전극 내부 접촉 손실을 효과적으로 줄이며 성능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완전한 배터리 셀(full cell) 실험에서 300번의 충·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초기 용량의 90.5%를 유지했다. 에너지밀도와 장수명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전고체전지 상용화의 핵심 기준을 충족한 결과다. 이번 성과는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의 안전성과 수명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기술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상민 교수는 “고체전해질 표면 안정화가 전극 제작부터 실제 구동까지 이어지는 계면 안정성을 확보해 전고체전지 공정 신뢰성과 저압 구동 내구성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연구 의의를 전했다. 또, 박수진 교수는 “자가조립 단분자층 기반 표면처리는 공정이 단순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대면적 전극 제조로 확장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 혁신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사업과 산업혁신인재 성장지원(R&D)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3019 1. LPSCl(lithium phosphorous sulfur chloride, Li6PS5Cl) : 아지로다이트 계열(Argyrodite-type)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일종으로, 2020년 삼성전자 및 삼성SDI의 기술 개발 이후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고체전해질이다. 2. C(C-rate): 배터리 분야에서 쓰는 충·방전 속도 단위(C-rate)다. 예를 들어, 1C는 배터리를 한 시간에 완전히 충전/방전하는 속도를 말하며, 0.5C는 두 시간에 완전히 충·방전하는 속도다.
신소재 김종환·조문호 교수 공동 연구팀, 자외선 LED의 한계를 넘다...국내 연구진, 초고효율 심자외선 LED 소재 개발
[사이언스誌 논문 게재-기존 소재 대비 심자외선 방출 효율 20배 향상, 감염병 확산 억제하는 차세대 위생 기술로서 활용 기대] 기존 반도체 기술로는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심자외선1) 영역에서 고효율 빛을 방출하는 신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POSTECH 김종환·조문호 교수 공동 연구팀이 반데르발스 반도체 소재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양자우물 구조를 구현해, 기존 소재 대비 심자외선 방출 효율을 20배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기초과학연구원 지원사업’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3월 20일 게재2)됐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 영역의 반도체 광원 개발은 백색 LED 조명, 디스플레이, 레이저 광원 등 다양한 산업 발전을 이끌어 왔다. 최근에는 가시광 영역보다 더 짧은 파장과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 LED로 개발이 확장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균과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심자외선 광원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기존의 자외선 LED는 주로 질화갈륨(GaN) 기반 반도체를 사용하며, 갈륨(Ga)의 일부를 알루미늄(Al)으로 대체한 알루미늄질화갈륨(AlGaN) 반도체로 바꾸면, 발광 파장을 심자외선 영역까지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200~240nm 파장에 도달하면 광원 효율이 1%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져, 해당 영역은 여전히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은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반데르발스 층상 구조를 갖는 반도체를 활용하여 새로운 LED 나노소재를 개발했다. 반데르발스 층상 구조는 원자층 내부에서는 원자들이 강하게 결합되어 있지만, 층과 층 사이는 약한 인력(반데르발스 힘)을 가져 쉽게 떨어뜨릴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질화붕소(BN)는 원자층이 반데르발스 힘으로 적층된 반도체 소재로, 연구팀은 이 질화붕소의 층을 비틀어 쌓을 때, 전자를 강하게 가둘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양자우물 구조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를 ‘모아레 양자우물(moiré quantum well)’이라고 명명했다. 이 구조는 나노미터 크기의 공간에 전자를 가두어 심자외선 영역의 빛을 효율적으로 방출하는 데 유리하며, 기존 알루미늄질화갈륨 반도체 대비 20배 이상 향상된 발광 효율을 나타냈다. 그간, 반데르발스 물질의 양자현상 연구는 그래핀과 같은 원자층 두께의 박막 구조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질화붕소 3차원 결정을 단순히 비틀어 적층하는 것만으로도 독특한 2차원 양자우물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성과는 또한, 공중 보건 및 환경 위생 분야에서도 중요한 활용 가능성을 지닌다. 강력한 소독 효과를 발휘하는 심자외선 중에서도 현재 상용화된 260nm 파장 대역은 인체의 피부나 눈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200~230nm 파장 대역의 심자외선은 피부 최외곽인 각질층을 통과하지 못해 인체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기술적 난제로 여겨졌던 해당 파장 대역의 '고효율' 발광 한계를 극복함에 따라, 향후 200~230nm 심자외선 LED 광원이 상용화되면 기존 자외선 방역의 잠재적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병원, 학교, 대중교통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실내 공간에서 공기와 표면을 상시 지속적으로 살균하는 차세대 위생 기술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환 교수는 “반데르발스 물질에서 나타나는 고유한 모아레 양자물리 현상을 2차원에서 3차원 물질로 확장하는 개념적 전환”이라며, “이 연구는 향후 새로운 양자물질 설계와 차세대 광소자 개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구혁채 제1차관은 “김종환 교수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 사업을 통해 지난 10년 간 한 분야를 꾸준하게 연구해 온 연구자”라며, “연구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간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을 바탕으로 고효율 심자외선 광원 소자 개발과 다양한 차세대 양자 광소자 응용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 DOI: science.org/doi/10.1126/science.aeb2095 1)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 중에서도 파장이 200~280nm 범위에 해당 2) 논문명 : Highly efficient, deep-ultraviolet luminescence in hBN moire quantum wells
친환경소재/신소재 김형섭 교수 연구팀, 금속의 ‘헤테로’ 구조, 강도와 연성 동시에 높였다
[고엔트로피 합금 속 ‘경한 영역과 연한 영역 비율’ 조절해 강도·연성 향상] 금속은 강하게 만들면 깨지기 쉽고, 유연하게 만들면 약해진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이 딜레마에 POSTECH 연구진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연구팀은 합금 내부에 ‘헤테로’ 미세 구조를 만드는 전략으로 금속의 ‘강도’와 ‘연성’을 동시에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학술지 중 하나인 ‘머터리얼즈 리서치 레터스(Materials Research Letter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항공우주와 에너지, 국방 분야에서는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소재가 필수다. 이러한 요구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소재가 바로 ‘고엔트로피 합금’이다. 일반 합금이 철이나 알루미늄처럼 한 가지 금속을 중심으로 다른 원소를 소량 섞는 방식이라면, ‘고엔트로피 합금’은 여러 금속 원소를 거의 같은 비율로 섞어 만든다. 다양한 원소가 뒤섞이면서 독특한 결정 구조가 형성되고, 그 결과 강도, 내구성, 내식성에서 기존 합금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인다. 연구자들은 고엔트로피 합금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석출 강화’라는 방법을 활용해 왔다. 금속 내부에 작은 입자들을 고르게 분산시켜 외부 힘이 가해졌을 때 쉽게 변형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미끄러운 바닥에 작은 돌멩이를 흩어 놓으면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하지만 금속 강도를 높일수록 잘 늘어나지 못하는 ‘강도-연성 딜레마’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연구팀은 기존의 ‘균일 강화’ 접근에서 벗어나 ‘구조적 대비’를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금속 전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대신, 경한 영역과 상대적으로 연한 영역을 공존시키는 ‘헤테로’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연구팀은 고엔트로피 합금 내부에서 형성되는 두 가지 석출 방식에 주목했다. 결정 내부에 고르게 형성되는 ‘연속 석출’과, 결정 경계 주변에서 비교적 거칠게 형성되는 ‘불연속 석출’이다. 연구팀은 열처리와 기계적 가공 조건을 정밀하게 조절해 이 두 구조의 비율을 다르게 설계한 합금을 만들고, 실험을 통해 기계적 특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불연속 석출이 더 많이 형성된 헤테로 합금에서 ‘항복 강도’(더 큰 힘을 견디는 능력)와 ‘변형 경화 능력’(변형될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성질)이 모두 높아졌다. 이는 단순히 경한 영역인 불연속 석출 영역이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단단한 영역과 상대적으로 연한 영역이 함께 존재하면, 힘을 받을 때 두 영역은 서로 다른 속도로 변형된다. 이 과정에서 내부에 추가적인 저항이 형성되고, 금속은 변형될수록 스스로 더 단단해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헤테로 변형 강화효과’로 설명했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영역 간의 변형 차이가 추가적인 가공경화를 유도해, 기존 합금보다 더 높은 강도와 우수한 변형 안정성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새로운 제조 설비나 복잡한 공정 없이 이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열처리·기계 가공 공정만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어 실제 산업 적용 가능성이 높다. POSTECH 김형섭 교수는 “차세대 고강도 구조용 합금이 필요한 분야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논문 제1저자인 이재흥 씨는 한국연구재단 2025년도 이공분야 학문후속세대 지원사업(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80/21663831.2026.2615167
김연수·박수진 교수 공동 연구팀, 물 붓고 섞으면 끝, 스스로 굳는 배터리 전해질 개발
[개시제 없이 상온 자가중합 가능한 하이드로겔 전해질 소재 개발] 라면 수프를 물에 넣고 저으면 자연스럽게 퍼지듯, 배터리 전해질에 가루를 섞기만 하면 저절로 젤리처럼 굳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김연수 교수, 화학과 박수진 교수 연구팀이 부산대 나노융합기술학과 강준희 교수 연구팀과 함께 복잡한 화학 반응이나 고온 공정 없이도 스스로 단단해지는 전해질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안전하지만 수명이 짧았던 ‘수계 아연전지’ 한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스몰(Small)’에 게재됐다.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수계 아연(Zn) 전지’가 떠오르고 있다. 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불이 날 위험이 적고 원가 부담도 적다. 하지만 쓰다 보면 아연 전극 표면에 나뭇가지처럼 뾰족한 결정이 자라거나 부식이 발생해 수명이 짧아졌다. 대안으로 액체 전해질을 젤리처럼 굳히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지만, 화학 약품이나 열이 필요해 공정이 복잡하고 전극이 손상될 우려도 있었다. 무질서하게 얽힌 젤 구조가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하는 한계도 지적되어 왔다. 연구팀은 기존 수계 아연전지에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인 ‘황산아연(ZnSO₄) 수용액’에 ‘SBMA(Sulfobetaine Methacrylate, 설포베타인 메타크릴레이트)’라는 특수 분자를 섞기만 해도 상온에서 저절로 젤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황산아연은 물에 녹아 아연 이온을 제공하는 물질이다. 이 아연 이온이 분자 구조를 자극해 반응을 시작하도록 돕고, 분자들이 서로 촘촘히 연결되게 만든다. 우유에 식초를 넣으면 자연스럽게 굳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약 30분이면 단단한 젤이 완성된다. 이 전해질은 초기에는 액체처럼 전극 사이를 빈틈없이 채우다가, 조립 이후 자연스럽게 굳어 안정적인 내부 구조를 형성한다. 추가 열처리나 특수 환경이 필요 없어 제조 공정이 단순해지고, 전극 손상 가능성도 낮다. 실험 결과, 이 전해질을 적용한 전지는 4,10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영하 10℃에서도 문제없이 구동됐다. 100번 충·방전 뒤에도 처음 용량의 96%를 유지했다. 불필요한 화학 반응이 줄고 이온 이동 통로가 균일하게 형성된 덕분이다. 이번 성과는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계 아연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기술로 평가된다. 공정이 단순해지면 대량 생산과 비용 절감이 가능해지고,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김연수 교수는 "화학 개시제나 열처리, 특수 환경 없이 상온·대기에서 구현되는 이 전략은 배터리 성능과 공정 효율을 동시에 잡은 새로운 설계"라며 "아연 이온이 단량체의 전자구조를 바꿔 반응성을 높이는 동시에 뭉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 핵심"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는 "안전성과 비용 경쟁력이 중요한 수계 아연 전지의 실용화를 앞당기기를 바란다"라며 "다양한 단량체에 적용하고 다른 수계 금속 전지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영커넥트, ERC,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과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smll.202511783
신소재/첨단재료 이동화 교수 연구팀 ”안 겪어봐도 알아요“ 반도체 성능·내구성 예측하는 AI
[전기장 속 원자 움직임 정밀 예측하는 AI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 보이지 않는 원자들의 움직임을 AI가 먼저 예측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첨단재료과학부 이동화 교수 연구팀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공동으로, 전기장이 가해진 환경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AI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기장이 없는 데이터만으로 전기장 속 물성 예측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도체 기술은 더 빠르고, 더 작고,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소재가 ‘비정질1) 하프늄 산화물’이다. 이 물질은 반도체 소자 내부에서 전류를 제어하는 핵심 절연층으로 강한 전기장이 가해지는 경우 내부 원자와 전하 움직임이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소자의 속도와 수명, 안정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기장 환경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차세대 반도체 설계의 출발점인 이유다. 문제는 ‘예측’이었다. 원자 단위의 거동을 계산하는 기존 ‘제일원리 분자동역학’2) 시뮬레이션 방식은 매우 정확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계산이 빠른 경험적 포텐셜 방법은 정밀도가 떨어진다. 최근 머신러닝 기술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전기장 효과를 반영하려면 실제 전기장을 가한 방대한 데이터를 별도로 구축해야 했다. 연구팀은 ‘전하 평형법3)’, ‘그래프 신경망’을 결합한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원자 간 상호작용을 학습해 전하와 에너지, 힘을 동시에 예측하며, 이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포텐셜4)’ 기술을 구현한다. 전기장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의 데이터만 학습했음에도 전기장이 있을 때 나타나는 원자 움직임과 전하의 변화를 정확히 재현했다. 기출문제만 공부했는데 전혀 다른 형태의 심화 문제까지 척척 풀어낸 셈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하프늄 산화물 내부 산소 이온 이동 경향과 반도체 소자의 절연 파괴 전압까지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이 단순 이론 검증을 넘어 실제 반도체 소자의 성능과 내구성을 평가하는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POSTECH 이동화 교수는 “기존에는 전기장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고비용의 추가 데이터를 구축해야 했지만, 이번 기술은 별도의 전기장 데이터 없이도 높은 정확도를 확보했다”라며 “차세대 메모리와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를 가속하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npj Computational Materials’의 머신러닝 포텐셜 분야(Machine Learning Interatomic Potentials in Computational Materials) 특별 컬렉션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24-025-01864-3 1. 비정질(Amorphous): 원자들이 규칙적인 결정 격자 구조를 이루지 않고 무질서하게 배열된 고체 상태이다. 2. 제일원리 분자동역학(Ab-initio Molecular Dynamics): 제일원리를 기반으로 전자와 원자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방법이다. 정확도는 높지만 가격이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려 수천 개 이상 원자를 다루는 대규모 연구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3. 전하 평형법(Charge Equilibration): 원자의 화학적 환경과 주변 원자들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각 원자가 띠는 전하량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 기법을 그래프 신경망 내부에 통합함으로써, 데이터 학습 없이도 외부 전기장에 의해 소재 내부 전하가 재배치되는 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4. 머신러닝 포텐셜(Machine Learning Potential): AI를 활용하여 물질 내 원자 간 상호작용 에너지와 힘을 학습하고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기존 ‘제일원리 분자동역학’의 양자역학적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계산 속도는 수천 배 이상 빨라 대규모 시스템 또는 복잡한 환경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신소재/융합 한세광 교수 연구팀, “빛으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빛이 바꾸는 미래 의료
POSTECH 신소재공학과·융합대학원 한세광 교수팀이 영국 옥스퍼드대 데임 몰리 스티븐스(Dame Molly Stevens) 교수팀, 미국 노스웨스턴대 존 로저스(John Rogers) 교수팀과 함께 기획한 ‘Advanced Materials Special Issue’의 Editorial(서문 논문)이 최근 ‘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커버 이미지 논문으로도 선정된 이번 Editorial은 광나노소재와 광 기반 디바이스 분야 최첨단 기술 현황과 향후 연구 방향을 체계적으로 조망한다. 빛은 파장·세기·주파수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세포와 조직을 섬세하게 다루는 데 효과적이다. 형광 영상과 광음향 영상, 광열·광역학 치료, 광생체조절, 광유전학 등 다양한 의료 기술이 빛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초소형 LED, 신축성·유연 전자소자, 무선 통신 기술이 결합되면서 범위가 웨어러블·생체이식형 의료기기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스페셜 이슈는 이러한 연구 흐름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담아냈다. Perspective 1편, Review 9편, Research Article 7편 등 총 17편의 논문을 통해 광기술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를 ▲진단·치료용 나노소재 ▲웨어러블 광 디바이스 ▲이식형 광 디바이스 ▲디지털 헬스케어로의 융합 등 네 가지 세부 주제로 제시했다. 연구 성과의 나열이 아니라, 분야 전반 기술 현황과 발전 방향을 조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다. Editorial에서는 광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활용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도 함께 짚었다. 장기 안정성, 면역 적합성, 제조 신뢰성, 의료 규제 등이 공통 과제로 꼽혔으며,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착용감과 데이터 보안, 이식형 기기에서는 무선 에너지 전송과 이물 반응 문제가 핵심 난제로 제시됐다. 이 같은 기술적 도전이 해결된다면 의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몸에 부착한 소형 장치가 질병 신호를 미리 감지하고, 빛을 활용한 치료가 약물·수술을 보완하며,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가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 병원 중심이던 의료가 일상생활로 확장되는 변화의 핵심 기술로 광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한세광 교수는 "광 나노소재와 디지털 디바이스의 결합은 진단과 치료 경계를 허물고, 사람 중심 정밀 의료로 가는 중요한 흐름"이라며 "이번 스페셜 이슈가 광 기술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연구를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기준점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Editorial 관련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연구재단 BRIDGE 연구사업, 기초과학연구사업, 범부처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B-IRC사업,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8886
배터리/신소재 박규영 교수 연구팀, “빵 반죽처럼 치대는 배터리” 속도 4배↑, 강도 3배↑
[POSTECH·UNIST·KIST, 활물질 표면에 탄소나노튜브 도입해 건식 전극 제조 난제 해결] 최근 POSTECH·UNIST·KIST 연구팀이 마치 빵 반죽을 짧은 시간에 치대면서도 더 쫄깃하게 만드는 것처럼, 친환경 배터리를 만드는 데 걸리던 시간을 4분의 1로 줄이면서도 강도는 3배 더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배터리 전극을 만들 때 보통 물이나 화학 용액을 사용하지만, 이를 쓰지 않고도 전극을 만드는 ‘건식 전극(dry electrode)’이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기술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전극을 더 두껍게 만들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테슬라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이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러나 산업화 단계에서 한계가 분명했다. 전극 제조에 시간이 걸리고, 만들어진 전극은 쉽게 부서졌다. 특히,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배터리를 지탱하는 접착제(binder)와 도전재(conductive additive, 전도성 물질)를 줄이면 에너지 밀도는 높아지지만, 전극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성능이 급격히 떨어졌다. 연구팀은 재료를 섞는 ‘니딩(kneading)’ 공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니딩’은 밀가루 반죽을 치대듯 배터리 재료를 섞는 과정으로, 전극 구조와 물성이 결정되는 단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활물질 표면에 탄소나노튜브1)를 입혔다. 그러자 활물질 표면이 미세하게 울퉁불퉁해져 재료들이 서로 잘 엉기고 바인더가 그 사이사이를 촘촘하게 연결했다. 덕분에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던 니딩 공정은 75% 이상 단축됐고, 전극 강도는 최대 3배 이상 향상됐다. 특히, 바인더 사용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는데, 바인더가 줄어들면 전극 내부의 공간이 더 확보되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나아가 연구팀은 1Ah(암페어시) 파우치형 배터리까지 제작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양산 가능성도 확인했다. 박규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건식 전극 제조의 가장 큰 난제로 꼽혀온 ‘공정 속도’와 ‘구조적 취약성’을 동시에 해결했다“라며, 차세대 고에너지 배터리 생산을 앞당길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신소재공학과·배터리공학과 박규영 교수, 배터리공학과 통합과정 박조규 씨,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정경민 교수, 통합과정 오혜성 씨,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유정근 박사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및 삼성SDI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4005 1.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인 탄소 섬유다.
신소재/반도체 최시영 교수 연구팀, “살짝 비틀었을 뿐인데?” 원자 위치가 전자 바꿨다
[POSTECH·위스콘신대·도쿄대, ‘모아레 계면 국소 원자 배열’로 산화물 전자 구조 제어] 산화물 결정 두 층을 비틀어 쌓기만 해도 원자 배열 자체가 전자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 장의 그물망을 겹쳐 돌릴 때 새로운 무늬가 생기듯 뒤틀린 산화물 계면에서 특정 원자 배열이 전자를 가두거나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은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의 창범 엄(Chang-Beom Eom) 교수, 이경준 박사후연구원, 일본 도쿄대 료 이시카와(Ryo Ishikawa)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산화물 두 층을 특정 각도로 비틀어 쌓은 계면에서 이러한 현상이 형성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표지논문(Supplementary Cover)으로 실렸다. 연구의 핵심 개념은 ‘모아레 무늬1)’다. 벌집 모양 격자 두 개를 겹쳐 한쪽을 살짝 회전시키면 기존과는 다른 큰 주기의 무늬가 새롭게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뒤틀린 이중 층2) 구조’ 연구는 그동안 그래핀 같은 2차원 소재에서 주로 이뤄져 왔다. 산화물은 단단한 3차원 결정이라 뒤틀린 계면을 만들기도 어렵고, 계면만 골라서 분석하기도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두 결정을 특정 각도로 맞췄을 때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일치하는 ‘겹침 자리 격자(Coincidence Site Lattice, CSL)’ 조건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방식을 스트론튬 타이타네이트(SrTiO₃) 산화물 결정에 적용한 결과, 뒤틀린 산화물 계면에는 네 가지 서로 다른 원자 배열이 반복되는 모아레 초격자가 형성됐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배열 가운데 특정 구조에서만 전자 분포가 뚜렷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산소 원자 여섯 개가 타이타늄 원자를 둘러싼 ‘산소 팔면체’ 구조가 미세하게 찌그러지면서 타이타늄이 결합하는 산소 개수가 달라졌다. 이는 마치 방 안 가구 배치에 따라 사람이 움직이는 동선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원자 배치 차이만으로 전자가 모이거나 흩어지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으로, 연구팀은 이를 ‘전하 불균형’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전하 불균형이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옹스트롬(Å, 1억 분의 1센티미터) 수준으로 초점을 조절할 수 있는 ‘심도 단층(Depth sectioning)’ 현미경 기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계면 전체에서 원자 배열과 전자 거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실험적으로도 규명했다. 최시영 교수는 "2차원 소재에서만 다루어지던 뒤틀린 이중 층 연구 분야를 3차원 산화물 분야로 넓힌 중요한 성과"라며 "향후 전자소자와 기능성 소재에서 원자-전자 구조를 제어하는 데 뒤틀림 각도가 중요한 변수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doi.org/10.1021/acsnano.5c11685 1. 모아레 무늬(Moiré pattern): 두 개의 주기적인 구조가 약간 어긋나 겹칠 때 눈에 보이거나 측정되는 간섭 패턴을 말한다. 2. 뒤틀린 이중 층(Twisted Bilayers): 뒤틀림 각도를 주어 적층된 결정 시스템이다.
POSTECH 컨소시엄, “상온 보관 mRNA 백신 길 열린다” 한국형 ARPA-H 2단계 선정
[mRNA 백신 상온 장기 보관 기술 개발로 2027년까지 70억 원 추가 지원] POSTECH 신소재공학과 오승수 교수가 주도하는 ‘POSTECH 컨소시엄(고려대, 이화여대, 광주과학기술원, 서울아산병원, Dx&Vx 등)’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2024년 제1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2단계 계속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 ARPA-H1)를 모델로 한 국가 연구사업으로 기존 연구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보건·의료 분야 난제를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단계 수행 기관 중 단 두 곳만이 2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POSTECH 컨소시엄은 이번 선정으로 2027년까지 총 7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추가로 지원받아 mRNA 백신을 상온에서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mRNA’는 우리 몸이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유전 정보로 코로나19 백신을 계기로 활용 범위가 급격히 확대됐다. 다만 열과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해 극저온 보관이 필수라는 한계가 있다. POSTECH 컨소시엄은 ‘상온 초장기 비축 mRNA 백신 소재 및 대량 생산 공정 기술 개발(STOREx, Stockpile Technology to Omit Repeated Entity for Vx)’을 목표로 2024년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체에도 존재하는 이온성 액체(Ionic liquids)를 활용해 mRNA를 별도 변형 없이 안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mRNA 안정성을 기존 대비 최대 600만 배 이상 높일 수 있으며, 냉동 설비 없이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진다.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백신과 핵산 기반 의약품의 보관·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냉동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도 백신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총괄하는 POSTECH 오승수 교수는 “이번 선정을 계기로 감염병 대응과 차세대 핵산 치료제 유통의 한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1. ARPA-H(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Health): 미국 보건 분야 ‘고위험·고성과 연구 전담 기관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