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무질서 속 숨은 질서” 빛을 다루는 나노 소자, 설계 쉬워진다
[복잡한 메타표면 속 '숨은 주기'를 찾아내는 새 해석법 제시] 증강현실(AR) 안경, 머리카락보다 얇은 렌즈, 손끝에 떠오르는 홀로그램. SF 영화에서 보던 이 기술들에는 핵심은 '메타표면'이라는 나노 소자가 있다. 빛의 파장보다 작은 나노 구조물로 빛의 방향과 색을 마음대로 제어하는 마법 같은 기술이다. 이 강력한 기술에는 오랫동안 연구자들의 발목을 잡아 온 골칫거리가 있었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를 해결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김석우 박사 연구팀이 무질서한 나노 구조 속에 숨은 반복 규칙을 찾아내, 메타표면을 빠르고 정확하게 설계하는 길을 열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메타표면’으로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려면 구조물 크기와 방향을 조금씩 다르게 배치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구조물을 하나씩 다르게 배치할수록 전체 모양이 복잡해지고 표면을 규칙적으로 채우던 반복 패턴인 '주기성'이 깨져 소자가 빛을 어떻게 조절할지 계산하기 어려워졌다. 규칙성이 있다면 일부만 계산해도 전체 특성을 예측할 수 있지만, 구조가 제각각이면 수많은 구조물을 하나씩 계산해야 한다. 심지어, 가로세로 수 cm 크기의 메타표면에는 10억 개가 넘는 구조물이 들어가 이를 컴퓨터로 계산하려면 막대한 시간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기존에는 구조를 단순하게 가정하거나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했다. 연구팀은 ‘겉보기에는 복잡해도 그 안에 반복되는 규칙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무아레(Moiré) 무늬1)'에서 찾았다. ‘무아레 무늬’는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두 패턴이 조금 어긋나 겹칠 때 나타나는 커다란 물결 모양 무늬다. 얇은 모기장이나 커튼을 두 장 겹쳤을 때 어른거리는 무늬가 대표적인 예다. 연구팀은 메타표면을 이루는 기본적인 배열과 빛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더해진 변화를 서로 다른 두 패턴이 겹친 것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두 패턴의 각도와 간격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복잡해 보이던 구조 안에서도 큰 반복 패턴이 다시 나타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쉽게 말해, 겉으로 하나하나 다른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나노 구조물 속에서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작은 반복 단위’를 찾아낸 것이다. 그 덕분에 거대한 메타표면 전체를 일일이 계산할 필요가 없어졌다. 10억 개가 넘는 구조물로 이루어진 소자라도 수십 개의 나노 구조물로 구성된 작은 단위만 계산하면 전체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실제 메타표면 소자를 제작해 예측한 것과 같이 빛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빛과 원치 않는 방향으로 퍼지는 빛을 구분해 소자의 성능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원리는 빛뿐 아니라 소리, 전자, 진동처럼 '파동'으로 움직이는 모든 시스템에 두루 쓸 수 있어, AR·VR용 광학 소자나 고효율 나노 렌즈를 더 빠르고 정밀하게 설계하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노준석 교수는 "무질서해 보이는 구조 속에서 숨은 질서를 찾아내는 이 방법은 차세대 광학 소자 개발에 속도를 더할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4150-5 1. 무아레(Moiré) 무늬: 두 개의 규칙적인 패턴이 조금 어긋나 겹칠 때 나타나는 더 큰 물결 무늬를 말한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렌즈 두께는 얇게, 컬러는 선명하게” AR·VR 안경 두 마리 토끼, 연속으로 잡았다
[정밀 제작에서 대량생산까지... 메타렌즈 상용화 이끌 기술 Nature 자매지 연속 게재] 영화에서나 봤던 AR·VR 안경이 두꺼운 렌즈 뭉치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안경알 하나로 완성될 수 있다. 상상이 일상이 되는 순간이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 POSTECH 연구진이 '메타렌즈'로 선명한 풀 컬러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잇달아 개발하고, 이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연속 게재했다. 이번 성과는 성능과 대량생산이라는 메타렌즈 상용화의 두 숙제를 동시에 풀어낸 셈이라 더욱 주목을 모으고 있다. ‘메타렌즈’는 나노 구조들을 촘촘히 배열해 빛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모아주는 얇은 렌즈다. 유리 렌즈를 여러 장 겹쳐 쓰던 기존과 달리 렌즈 한 장으로 같은 역할을 해, AR이나 VR 안경처럼 가볍고 얇은 기기를 만들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문제는 RGB(빨강·초록·파랑) 빛을 한 점에 정확히 모으는 '무색수차' 성능이다. 이 성능을 값싸고 대량생산이 쉬운 저굴절률 소재로 구현하는 일이 매우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메타렌즈를 이루는 나노 기둥 '메타아톰'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지금까지는 메타아톰의 가로 폭만을 조절하여 빛을 다뤘다면, ‘높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더한 것이다. 같은 모양의 건물이라도 층수를 다르게 지어 도시 풍경을 다양하게 꾸미듯, 메타아톰마다 높이를 다르게 세워 RGB 빛을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모을 수 있게 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이광자 리소그래피(Two-photon Lithography)'라는 3D 정밀 인쇄 기술로 복잡한 입체 나노 기둥을 직접 찍어냈다. 연구팀은 미리 만들어둔 다양한 나노 기둥 설계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인공지능이 위치마다 가장 알맞은 설계를 자동으로 골라 배치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비교적 값싼 저굴절률 재료만으로도 색이 번지지 않는 풀 컬러 메타렌즈를 만들고, OLED 디스플레이와 결합한 실험에서 선명한 컬러 이미지를 확인했다. 이어 진행한 두 번째 연구는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그레이스케일 전자빔 리소그래피(Grayscale Electron-beam Lithography)'로 높이 정보가 새겨진 나노 틀(템플릿)을 만들고, 이를 도장처럼 찍어내는 '나노임프린트(nanoimprint)' 공정에 적용했다. 기존 나노임프린트는 같은 높이의 패턴만 반복해 찍어낼 수 있었지만, 이번 기술은 서로 다른 높이의 구조도 한 번에 찍어낼 수 있어 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두 연구는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저굴절률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험실에서 가능했던 3D 메타렌즈를 실제 산업현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기술로 끌어올린 것이다. 메타렌즈의 성능과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술을 나란히 확보하면서, 메타렌즈 상용화의 두 축을 동시에 세운 셈이다. 연구를 이끈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차원 나노 공정기술을 통해 AR·VR용 풀 컬러 무색수차 메타렌즈를 실제 산업에서 활용하기 위한 제조 기술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더 가볍고 얇은 AR·VR 안경과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물론, 이미징이나 광학센서 같은 다양한 광학 산업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POSCO 산학융합연구소, 한국연구재단 (초실감 나노 소재기술 개발, 한-영 과학기술협력창구사업, 글로벌융합연구지원, 개인기초연구,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연구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103-2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940-1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구조물 안전 진단 위한 ‘진동의 길’, 메타표면으로 설계하다
[금속 구조물 내부 진동 모드 구분·에너지 집중 기술 개발] 건물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은 붕괴 전 미세한 진동으로 이상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구조물 내부 진동은 다양한 형태가 섞여 있고,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진동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특정 위치로 모아 선명하게 분석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이건 씨 연구팀이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비파괴측정그룹 승홍민 박사·김승일 씨 연구팀과 함께 ‘메타표면1)’을 활용해 금속 구조물 내부 진동 이동 경로를 제어하는 연구 논문 두 편을 기계공학 및 신호처리 분야의 권위지인 'Mechanical Systems and Signal Processing' 동일호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1일 나란히 게재했다. 두 연구는 모두 ‘메타표면’으로 진동이 이동하는 경로를 제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서로 다른 진동을 각기 다른 위치로 보내 종류를 구분하고, 다른 하나는 흩어지는 진동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 미세한 신호를 강화하는 기술이다. 첫 번째 연구는 진동 종류를 구분하는 기술이다. 진동은 흔들리는 방향과 형태에 여러 모드로 나뉜다. 같은 구조물에서도 위아래로 휘거나 앞뒤로 늘었다 줄어드는 등 모드가 다양해 기존에는 센서 여러 개로 넓은 영역을 측정한 뒤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했다. 연구팀은 진동의 이동 경로를 제어하는 메타표면을 정밀하게 설계해 ‘길 안내판’처럼 작동하게 했다. 이 구조는 진동 모드에 따라 진동이 다른 위치에 도달하도록 유도했고, 덕분에 진동이 도달한 위치만 확인해도 별도의 복잡한 계산 없이 어떤 모드인지 물리적으로 바로 판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분산된 진동 에너지를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기술이다. 실제 구조물의 진동은 다양한 주파수가 섞여 있어 특정 위치에 모으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진동 방향을 제어하는 '탄성 메타표면'에 진동 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해 자연스럽게 중심부로 진동을 유도하는 '경사굴절률 구조'를 결합했다. 그 결과, 블랙홀이 빛을 끌어당기듯 진동 에너지가 중심으로 모였고, 40kHz(킬로헤르츠)부터 100kHz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에서 진동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두 기술은 외부 전원 없이도 작동하며, 압전(눌리거나 흔들릴 때 전기를 만드는 원리) 소자와 결합하면 진동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할 수 있다. 이 기술들은 교량, 항공기, 배관, 저장탱크처럼 전원 공급이나 센서 교체가 어려운 대형 구조물 안전 진단에서 잠재력이 크다. 나아가 구조물 진동 에너지 자체를 이용해 저전력 무선 센서를 구동하는 자가발전형 모니터링 시스템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POSTECH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구조물 내부의 진동을 상태 정보를 담은 '숨은 언어'로 바라본 데서 연구를 출발했다"라며 "진동이 이동하는 길을 설계하는 이 기술이 미래 구조물 안전 진단의 새로운 감각기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주)포스코홀딩스(N.EX.T IMPACT) 메타표면 기반 평면광학기술 연구소,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중견연구사업, KRISS 기본사업(시설물 지능형 모니터링의 가용성 혁신을 위한 디지털 안전 측정 기술 개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ymssp.2026.114565 ▶️ DOI: https://doi.org/10.1016/j.ymssp.2026.114525 1. 메타표면(metasurface): 빛, 소리, 진동 등 파동 진행 방향과 특성을 제어하도록 설계한 인공 구조체다.
기계 김기현 교수 연구팀, 눈물 지키는 ‘술잔세포’, 이제 눈 표면에서 직접 본다
[눈에 살짝 대기만 하면 안구 표면 세포 촬영하는 기술 개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오래 쓰면 눈이 뻑뻑하고 불편해지기 쉽다. 눈 깜빡임이 줄면서 눈물막이 마르기 때문인데, 눈물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결막 술잔세포1)’가 부족하면 이 증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직접 관찰하기 어려웠던 술잔세포를 안구 표면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영상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 김기현 교수 연구팀이 안구 표면에 가볍게 접촉하는 것만으로 술잔세포를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관련 연구 결과를 안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오큘러 서피스(The Ocular Surface)'에 게재했다. ‘결막 술잔세포’는 점액 성분을 분비해 눈물막을 안정적으로 붙잡아주는 세포다. 이 세포가 줄면 눈물막이 쉽게 깨져 안구건조증이 악화되고, 염증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눈 건강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이 세포를 보려면 눈표면 조직을 일부 채취해야 하는데, 과정도 번거롭고 눈에도 부담이다. 술잔세포를 선명하게 관찰하기 위한 형광 영상 기술도 개발되고 있지만 눈에 닿지 않는 비접촉이라 비교적 평평하고 노출이 쉬운 눈 아래쪽 부위만 볼 수 있었다. 술잔세포 밀도와 분포가 다른 여러 부위를 살펴볼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눈에 가볍게 접촉하는 소형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은 투명한 플라스틱(PMMA2))으로 만든 손톱만 한 보호 캡이다. 지름 4.5mm, 두께 0.5mm 투명 창이 눈에 닿으면 초점이 자동으로 맞춰지면서 술잔세포가 찍힌다. 크기가 작아 눈 구석구석까지 촬영할 수 있고, 전기로 초점을 조절하는 렌즈(ETL3))를 더해 장비를 움직이지 않고 선명한 영상을 확보한다. 이 장비는 약 1.8×1.4mm 면적을 실시간 촬영할 수 있으며, 1.06 µm 수준의 높은 해상도로 개별 세포까지 구분할 수 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안구 표면에서 △눈 아래쪽 △눈꺼풀과 맞닿는 부위 △코 쪽 △귀 쪽 △위쪽 등 5개 부위를 촬영해 술잔세포 분포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사람마다 부위별 술잔세포 밀도·분포 양상이 뚜렷하게 달랐다. 눈꺼풀 안쪽 결막낭에서는 세포 밀도가 가장 높았고, 눈 아래쪽은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코 쪽은 밀도는 높지만 세포가 밀집된 영역과 거의 없는 영역이 함께 나타났고, 귀 쪽과 위쪽은 상대적으로 세포 수가 적고 듬성듬성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더해 영상 분석 과정도 자동화했다. 이미지 밝기를 균일하게 맞추고 잡티를 지운 뒤,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술잔세포를 자동 검출했다. 그 결과 정확도 0.93, 정밀도 0.94, 재현율 0.99의 성능을 보여 사람이 직접 세는 방식과 유사한 수준의 분석 결과를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실제 안구건조증 치료에 사용되는 점안액(2% 레바미피드) 투여 전후 술잔세포 변화도 관찰했다. 그 결과 촬영한 모든 부위에서 술잔세포 밀도가 증가했으며, 평균 밀도는 투약 전 250±430 cells/mm²에서 투약 후 480±540 cells/mm²로 약 두 배 증가했다. 특히 눈 아래쪽과 코 쪽에서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났다. 약물 치료 전후 술잔세포 변화와 부위별 치료 효과를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기현 교수는 "안구건조증을 비롯한 다양한 안구표면질환 지표인 술잔세포를 짧은 시간 안에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라며 “현재 (주)셀샤인과 병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의료기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안구표면질환 진단과 치료 효과 평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정부지원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jtos.2026.04.003 1. 결막 술잔세포(conjunctival goblet cell): 눈 표면 결막에 존재하는 점액 분비 세포로, 눈물막의 점액층 형성과 안구표면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PMMA: 투명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oly(methyl methacrylate)를 의미한다. 3. ETL: 전기 초점 가변 렌즈(electrically tunable lens)로 전기 신호를 이용해 렌즈 초점 위치를 빠르게 바꿀 수 있는 광학 부품이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옆 사람은 못 듣고 나만 듣는 소리, 이제 현실이 된다
[단일 초음파 소자에 메타물질 결합한 초지향성 스피커 개발] 영화 속 첩보요원들처럼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POSTECH 연구진이 특정 사람에게만 말을 건넬 수 있는 스피커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1일 게재되었다. ‘빛’과 ‘소리’는 성질이 다르다. 손전등이나 레이저처럼 빛은 한 방향으로 곧게 뻗어 나가지만, 소리는 사방으로 잘 퍼진다. 담장 너머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소리도 빛처럼 원하는 곳으로만 보낼 수는 없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 ‘초지향성 스피커(MiPAL1))’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초음파에 실어 보내면, 원하는 공간에만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대표 기술이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PAL2))’다. 서로 다른 초음파를 공기 중에서 상호 작용 해 특정 방향으로 소리를 모으는 방식이다. 이러한 스피커는 일반 스피커에 비해 훨씬 좁은 범위에 소리를 모을 수 있지만 수십에서 수백 개의 초음파 부품을 정교하게 늘어놓고 하나하나 제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구조도 복잡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간단한 구조의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가 개발됐지만, 이번에는 스피커 진동판이 떨리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진동까지 함께 발생해 소리가 사방으로 새어 나가는 문제가 생겼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메타물질3)을 하나의 초음파 스피커에 결합하는 구조로 이를 해결했다. 먼저 장치 앞쪽에는 '음향 메타표면'을 붙였다. 말하자면 '소리의 렌즈' 같은 부품으로, 진동판에서 나오는 울퉁불퉁한 초음파를 가지런히 정리해, 레이저처럼 곧고 좁은 초음파 빔으로 만든다. 뒤쪽에는 '탄성 메타유닛'을 달았다. 이것은 '소리의 방음벽'에 가까운데, 특정 주파수에서 생기는 불필요한 진동을 눌러 소리가 옆으로 새는 걸 막는다. 앞에서는 소리를 모으고 뒤에서는 잡음을 막는, 말하자면 ‘이중 안전장치’를 단 셈이다. 그 결과, 부품 하나로 500Hz부터 10kHz까지, 4옥타브4)가 넘는 대역에서 원하는 방향으로만 소리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대부분을 아우르는 범위다. 연구팀은 비행기 좌석 상황을 가정한 실험도 진행했다.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각자에게 다른 안내 방송이나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 방송과 음악을 틀어놓고 방향별 소리 세기를 측정했고, 탄성 메타유닛을 붙이기 전과 후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무엇보다 이 기술은 만들기도, 활용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물질 구조 자체가 3D 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는 조립식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좌석 간격이나 각도 등 사용 환경에 맞춰 손쉽게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비행기나 기차에서 옆 사람 방해 없이 각자 원하는 안내 방송이나 콘텐츠를 들을 수 있고,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도 특정 전시물 앞에 선 사람에게만 설명이 들리게 만들 수 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나만 듣는 소리'가 머지않아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노준석 교수는 "메타물질과 초음파 장치를 하나로 설계해 비용과 복잡성, 설계 자유도 한계를 동시에 풀어냈다"라며, "그동안 음향·탄성 메타물질 연구는 원리를 검증하고 개념을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이번 연구는 실제 장치에 메타물질을 녹여내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첫 사례"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문원규 교수, 김웅지 박사, 박사과정 오범석 씨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604-0 1. MiPAL: Metamaterials-integrated Parametric Array Loudspeakers 2.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Parametric Array Loudspeaker, PAL): 서로 가까운 주파수의 강한 초음파 두 개를 공기 중에 함께 방사하면, 공기의 비선형 성질에 의해 두 초음파의 차이 주파수에 해당하는 가청음이 새롭게 생성되는 현상을 이용한 스피커. 일반 스피커와 달리 소리를 좁은 빔 형태로 모아 고지향성 음원을 형성할 수 있다. 3. 메타물질(metamaterial):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미세 구조를 주기적으로 배열해, 일반 재료로는 얻을 수 없는 파동(빛·소리·진동) 제어 특성을 구현한 인공 물질. 본 연구에서는 소리를 다루는 음향 메타물질과 구조 진동을 다루는 탄성 메타물질이 모두 사용됐다. 4. 옥타브(octave): 음높이의 단위로, 한 옥타브는 주파수가 정확히 2배가 되는 음정 차이를 의미한다. 본 연구의 4옥타브 이상 대역(500 Hz~10 kHz)은 사람이 듣는 가청 음역의 대부분을 포함한다.
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 연구팀, “손이든 발이든 이어붙이기 없이 한 번에“ 몸속 혈관 '파노라마 모드'로 한 번에 찍는다
[넓은 부위 한 번에 찍는 3차원 광음향·초음파 통합 영상 시스템 개발] 여행지에서 풍경이 너무 넓어 사진 한 장에 다 담기지 않을 때, 보통 파노라마 모드를 쓴다. 이런 고민이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넓은 부위의 혈관을 살펴보려면 여러 번 나눠 찍은 뒤 이어 붙여야 했고, 이 과정에서 사진이 어색하게 이어지듯 영상도 왜곡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글로벌 헬스케어 의공학 연구소 박신영 박사,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성민식 씨, 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 김현희 씨 연구팀이 지멘스 헬시니어스 초음파 프로브 연구팀과 함께 손과 발처럼 넓은 부위를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3차원 광음향·초음파 통합 영상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Laser & Photonics Reviews)'에 현지 시각으로 지난 8일 게재됐다.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은 몸속 구조와 혈관 상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진단 기술이다. 혈관에서 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잡아내는 '광음향' 기술과 소리를 쏘아 반사되는 신호로 몸속 구조를 그려내는 '초음파' 기술을 합친 것이다. 문제는 촬영 부위가 넓어질수록 장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지고 복잡해진다. 결국 여러 번 나눠 찍은 다음 이어 붙여야 했고, 영상 왜곡을 피하기 힘들었다. 연구팀은 장비를 ‘똑똑하게 쓰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초음파 센서는 아주 작은 마이크와 스피커 역할을 하는 소자 수백 개가 일렬로 붙어 있는 형태인데, 이들을 한꺼번에 전부 다 켜서 쓰려면 그만큼 비싸면서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마치 콘서트장에서 관객들이 구역별로 순서대로 파도타기를 하듯 소자를 일부 구간씩 순서대로 빠르게 켰다가 끄는 ‘디지털 멀티플렉싱(Digital Multiplexing)’ 기술을 개발했다. 768개나 되는 소자가 달린 센서를 쓰면서도 파도타기 순서와 타이밍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반도체 칩 ‘FPGA’1) 덕분에 영상 선명도와 해상도는 유지하면서 한 번에 못 찍던 부위를, 이어 붙이지 않고 한 번의 스캔으로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로 연구팀은 손바닥, 손등, 팔뚝, 발 등을 단 한 번의 스캔으로 촬영했고, 미세한 혈관들이 3차원 입체 지도처럼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존에 손에 들고 쓰는 초음파 탐촉자(probe)는 소자가 128~192개 정도 붙어 있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폭이 약 38mm에 불과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768개 소자가 붙은 탐촉자를 활용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폭을 154mm까지 넓혔다. 또한, 여러 색 빛을 쏘아 혈액 산소 농도를 수치로 계산하고, 병원에서 쓰는 펄스옥시미터(pulse oximeter, 산소포화도 측정기) 측정값과 비교해 정확도도 검증했다. 지금까지는 부위를 나눠 찍고 이어 붙이며 어느 정도 오차를 감수해야 했지만, 이 기술이 실제 도입된다면 단 한 번의 스캔만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특히 혈액 순환 상태를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당뇨 환자나, 화상이나 상처 부위 혈류 회복 상태를 추적해야 하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김철홍 교수는 “대면적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 대중화를 가로막았던 하드웨어 확장성과 복잡도라는 장벽을 디지털 제어 기술로 넘어섰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지멘스 박성식 상무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POSTECH과 협력해 상용 하드웨어에 차세대 영상 구조를 구현했다”라며, “의료기기 분야에서 대학과 기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확장성의 좋은 사례”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 국가연구소 (NRL 2.0) 사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4단계 두뇌한국 21(BK21 FOUR)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lpor.71523 1.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용도에 맞게 하드웨어 기능을 반복해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이다. 이번 연구에서 고성능 센서 신호를 실시간으로 순차 제어하는 ‘디지털 멀티플렉싱’ 시퀀스를 실현하는 제어 장치로 사용하였다.
기계/IT융합/생명/융합 장진아 교수 연구팀, 매일 주삿바늘 대신 '내 몸속 인슐린 공장', 현실이 된다
[전기 자극 입힌 바이오프린팅 플랫폼 개발, 당뇨병 치료 상용화 앞당길까]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연구팀이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췌장 세포에 전기적 신호를 흘려보내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을 최대 4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생명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지환 씨, 미래IT융합연구원 용의중 박사 연구팀이 전도성 잉크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하는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췌장 조직에 균일한 전기 자극을 주는 전기 자극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 안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β(베타)세포가 면역 공격을 받아 사라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건강한 췌장은 혈당이 오르면 자동으로 인슐린을 내보내지만, 제1형 당뇨 환자는 이 기능 자체가 망가져 있다. 현재로서는 인슐린 주사나 펌프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로 췌도1) 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췌도 세포는 혈당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부족했다. 출고된 제품이 실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전기적 환경'에 주목했다. 실제 우리 몸속에 있는 췌도 세포는 끊임없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혈당을 조절하는데, 실험실 배양 환경에서는 이런 전기 활동이 전혀 재현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내놓은 해법은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전기 자극 플랫폼 'CoNECT(Conductive Electrode Navigating Electrical Cue to Tissue)'다. 이름처럼 세포와 전기를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플랫폼의 핵심은 특수 제작한 전도성 잉크에 있다. 생체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전기를 잘 흘릴 수 있도록, 기존 바이오프린팅 소재에 탄소나노소재를 섞어 만들었다. ‘CoNECT’는 전도성 잉크와 세포를 담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해 하나의 구조물로 완성된다. 마치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와 철근을 함께 쓰듯, 전극 역할을 하는 수직 구조물을 조직 안에 세우고 사이사이에 췌장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외기질(dECM2)) 기반 바이오 잉크를 정밀하게 배치했다. 그 결과, 바깥에서 전기를 단순히 흘려보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전극이 조직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자극이 조직 전체에 고르게 전달됐다. 이렇게 자극을 받은 췌도 세포는 세포 간 신호 전달이 활발해졌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향상됐다. 특히 혈당 변화에 따라 인슐린을 얼마나 잘 분비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index’는 전기 자극을 가한 경우 6.66으로 측정되었다. 실제 사람의 췌도에서 측정되는 GSIS3) index가 3-4 수준임을 고려하였을 때, 실험실에서 만든 췌도 세포가 실제 사람의 췌도에 가까운 수준으로 성숙했다는 뜻이다. 장진아 교수는 "전극과 조직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해 줄기세포 유래 췌도 세포 기능을 실제 치료 수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 기술은 당뇨 치료를 넘어 심장과 신경 같은 전기 신호가 중요한 다른 장기 조직 연구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산업기술개발사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600045 1. 췌도: 췌장 안에 섬처럼 흩어져 있는 작은 세포 덩어리로 'Islets of Langerhans(랑게르한스섬)'이라고도 부른다. 2. dECM(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 탈세포화된 세포외기질): 실제 조직에서 세포만 제거하고 남긴 세포 바깥의 구조물을 말한다. 3.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포도당 자극 인슐린 분비):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졌을 때 췌도 베타세포가 이를 감지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반응이다. GSIS 지수가 높을수록 혈당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으로, 췌도 세포 기능적 성숙도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
기계 김석 교수 연구팀, "반도체도 초고층 시대" 아파트처럼 쌓아 성능 높인다
[초박형 반도체 칩 10층 이상 적층… 상용 HBM 대비 4배 높은 집적 밀도 구현] 국내 연구팀이 머리카락 굵기 5분의 1에 불과한 초박형 반도체 칩을 10층 이상 안정적으로 쌓는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 김석 교수, 통합과정 김우현 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금호현 박사 연구팀은 칩을 옮기는 동시에 금속 접합까지 가능한 새로운 공정을 통해 상용화된 고성능 메모리보다 약 4배 높은 집적 밀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다학제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Results in Engineering'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챗GPT, 이미지 생성 AI, 자율주행 자동차. 우리 일상을 파고드는 AI 서비스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갈수록 얇아지는데 반도체는 갈수록 강력해질 수 있는 비결은 칩을 옆으로 넓히는 게 아니라 위로 높이 쌓는 것이다. 도심 땅값이 오르면 단독주택 대신 아파트를 짓는 것과 같다. 특히, 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High Bandwidth Memory)’는 메모리 칩을 여러 개 층층이 쌓아 만드는 구조여서 얼마나 많은 칩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문제는 칩이 얇아질수록 다루기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수십 마이크로미터(㎛) 이하, 즉 머리카락 굵기보다 칩의 두께가 얇아지면 칩이 휘거나 깨지기 쉽다. 마치 두꺼운 도화지는 몇 장을 쌓아도 반듯하지만, 얇은 한지를 여러 장 겹치면 금세 구겨지고 어긋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층수가 늘어날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두 가지 기술을 하나로 합치는 전략을 세웠다. 칩을 원하는 위치에 정밀하게 옮겨 붙이는 '전사 프린팅(Transfer Printing)'과, 칩을 이송하는 바로 그 순간 금속 접합까지 동시에 완료하는 '실시간 본딩(In-situ Bonding)'을 통합한 것이다. 덕분에 칩을 옮기고, 붙이고, 연결하는 과정이 한 번에 이뤄진다. 새 공정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두께 약 14㎛의 초박형 실리콘 칩을 제작했다. 이 작디작은 칩 내부에는 전기 신호가 ‘위아래’로 오가는 통로와 ‘좌우’로 퍼지는 배선 구조가 함께 설계돼 있어, 다층 적층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췄다. 연구를 통해 개발한 공정을 이용해 연구팀은 180℃ 이하 저온, 20kPa(킬로파스칼) 이하 저압 조건에서 이 초박형 칩을 10층 넘게 안정적으로 적층하는 데 성공했다. 연속으로 쌓은 뒤에도 층간 정렬 오차는 작았고, 휨 현상도 최소화됐다. 전체 두께 대비 적층 수를 나타내는 ‘집적 밀도’는 기존의 HBM(12단 구조)보다 약 4배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같은 높이 안에 더 많은 칩을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같은 공간에서 훨씬 많은 칩을 쌓을 수 있게 되고, AI 반도체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나아가 이 기술은 여러 기능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묶는 '칩렛(Chiplet)' 기술이나 초소형 발광 소자를 활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LED'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어 파급 효과가 크다. POSTECH 김석 교수는 "기존 HBM 대비 약 4배 높은 집적 밀도를 구현한 만큼 고성능 AI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 시스템 개발의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금호현 박사는 "마이크로미터 수준 초정밀 정렬 및 접합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분야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PIM인공지능반도체핵심기술개발(소자)사업과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rineng.2026.111194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바닷속 소리, 40% 가벼워진 렌즈로 한 점에 모아라
[저주파 수중음 광대역으로 모으는 초경량 수중 음향 렌즈 개발] 바닷속에서는 ‘빛’ 대신 ‘소리’가 유일한 언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 소리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모을 수 있는 수중 음향 렌즈를 개발했다. 기존보다 무게는 40% 줄이면서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 핵심이다. 최근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오범석 씨 연구팀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김시문 박사와 수행한 이번 연구는 수중 통신, 해양 환경 모니터링 등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음향·진동 분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Sound and Vibration’에 최근 게재됐다. 영화를 보면 잠수함 승조원들이 늘 헤드폰을 끼고 바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빛은 수심 몇백 미터만 내려가도 금방 사라지지만, 소리는 수천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수중 세계에서 소리는 단순한 음파가 아니라, 거의 유일한 '언어'다. 문제는 이 소리를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모으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의 음향 렌즈는 단단한 고체 덩어리로 소리를 굴절시키는 방식인데, 낮은 주파수의 소리일수록 파장이 길어 소리를 한 점으로 집중시키려면 장치가 지나치게 커지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꽉 찬 구조’ 대신 물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 즉 ‘공동(cavity)’을 촘촘히 배치한 기반 메타구조를 활용했다. 각각의 빈 공간은 작은 공명기처럼 작동해 특정 주파수 소리를 강하게 잡아당기고, 이 공명기들이 모여 소리를 한 점으로 모으는 렌즈 역할을 한다. 기타 울림통이 특정한 음을 증폭하듯이 작은 '소리 공명방'들을 전략적으로 배열한 것이다. 연구팀은 지름 240mm 크기의 렌즈를 금속 3D 프린팅으로 제작하고 이를 통해 저주파 수중음을 넓은 범위(20~35kHz)에서 안정적으로 한 점에 모으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같은 직경(280mm) 조건에서 기존 고체 렌즈와 비교했을 때, 무게는 27.5kg에서 17.2kg으로 약 40% 줄었다. 또한, 실험 과정에서 '윌리스 결합(Willis coupling)1)'이라는 현상이 확인됐는데, 이 현상으로 인해 소리가 앞뒤 방향으로 서로 다르게 반사되는 비대칭 특성이 나타났다. 단순히 소리를 모으는 것을 넘어, 소리의 흐름 방향까지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해양 센서 네트워크와 수중 통신, 음향 에너지 전달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바닷속 여러 곳에 흩어진 센서들이 소리로 정보를 주고받는 해양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이 렌즈는 신호를 선명하게 모아주는 핵심 부품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노준석 교수는 "저주파, 광대역, 경량화라는 세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한 사례"라고 밝혔으며, 김시문 박사도 "이번 연구는 3차원 저주파 수중 음향 렌즈의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연구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POSCO 산학연 융합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jsv.2026.119919 1. 윌리스 결합(Willis coupling): 소리의 압력과 입자 운동이 서로 얽히며, 입사 방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반사·전달되는 비대칭 음향 결합 현상을 말한다.
윤정빈·장진아 교수 공동 연구팀, “신약, 왜 항상 임상에서 실패하나…” 사람 장기 닮은 오가노이드칩 기술 총망라
[동물실험 한계 넘어 인간 생리 재현하는 오가노이드칩 리뷰 논문 발표] POSTECH 기계공학과 윤정빈 연구조교수,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생명과학과 장진아 교수, 일본 교토대 류지 요코가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신장·방광 오가노이드-온-칩 기술 발전 흐름을 정리한 리뷰 논문을 국제 학술지 ‘Advanced Drug Delivery Reviews’에 ’발표했다. 신장과 방광은 약물의 체내 분포, 배설, 독성 반응을 결정하는 핵심 장기이지만, 기존 2D 세포배양이나 동물모델만으로는 사람에서의 반응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약물 유래 신독성은 임상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를 줄이기 위해 사람 생리와 더 가까운 예측 가능한 전임상 플랫폼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사람에게 실제로 투여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장 독성은 임상 실패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장기 기능을 실험실에서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논문은 새로운 기술을 직접 개발했다기보다는, 신장·방광 오가노이드 칩 기술이 현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특히, 사람 신장과 방광의 생리적인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미세생리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1)의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다뤘다. 연구팀은 신장과 방광 모델의 발전 과정을 초기 세포 배양 모델에서부터 오가노이드 통합 칩, 혈관화 기술, 실시간 센서, 3D 바이오프린팅,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술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세포 실험을 넘어, 유체 흐름과 물질 이동, 장벽 기능 등 실제 인체 환경을 점점 더 정밀하게 모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신장 오가노이드-온-칩과 방광 모델을 함께 다루며, 신장과 방광은 약물의 배설과 체내 노출을 결정하는 핵심 장기이기 때문에, 두 장기를 함께 고려한 평가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를 통해 신장 독성뿐 아니라 방광 내 약물 전달과 같은 특수한 투여 방식까지 평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또한, 오가노이드칩 데이터를 생리학 기반 약동학2) 모델이나 디지털 트윈3) 기술과 결합할 경우, 약물 반응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전임상 단계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윤정빈 연구조교수는 “이번 리뷰는 신장과 방광 장기칩 기술의 발전 흐름을 정리하고, 현재 기술이 어느 수준인지,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사람 중심의 전임상 평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세종과학펠로우십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교육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헬스케어 의공학 연구소(국가연구소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addr.2026.115887 1. 미세생리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 장기칩(organs-on-chips) 또는 조직칩(tissue chips)이라고도 불리며, 인간 장기의 구조, 기능 및 세포 미세환경을 모사하도록 설계된 첨단 바이오공학 플랫폼으로, 높은 생리학적 재현성을 바탕으로 생의학 연구와 신약 개발을 혁신하는 인간 유래 조직 모델 플랫폼이다. 2. 생리학 기반 약동학(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PBPK) 모델링: 화학물질 또는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ADME) 과정을 인체의 생리학적·해부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수학적으로 모사하여 예측하는 모델링 기법이다. 3.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현실 세계의 물리적 사물, 공간 또는 시스템을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시뮬레이션 및 분석을 수행하는 기술로, IoT (Internet of Things) 센서와 AI 기반 데이터 연계를 통해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최적의 운영 및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