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주·황동수 교수 공동 연구팀, 알츠하이머 단백질 ‘타우’, 세포 분열에도 관여할까
[타우–DNA 응축체 기반 염색체–미세소관 연결 메커니즘 제시] 상처가 아물고, 머리카락이 자라고, 오래된 세포가 새 세포로 교체되는 모든 과정이 '세포 분열' 덕분이다. 세포가 둘로 나뉠 때 안에 있는 염색체도 정확히 반씩 나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세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최근 POSTECH 연구진이 이 정교한 과정에 '타우(Tau)'라는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뇌세포 안에서 '미세소관'이라는 가느다란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붙잡아 주는데,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는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타우가 세포 내 여러 분자를 끌어모아 작은 '응축체(Condensate)'를 만든다고 보고됐지만 타우와 DNA 간 상호작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바로 이 미지의 영역에 주목했다.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 염색체는 '방추사'라고 불리는 미세소관 다발에 붙잡혀 양쪽으로 당겨지면서 두 개의 딸세포로 나뉜다. 이때 염색체와 방추사가 정확하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연구팀은 단일 DNA 분자를 이용해 타우 단백질이 이 연결을 돕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타우가 DNA에 달라붙어 응축체를 형성하고, DNA 가닥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주변 가닥들을 서로 끌어당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고분해능 형광 이미징 기술로 관찰한 결과, DNA 위의 타우 응축체가 미세소관을 끌어당기는 '접착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세 분자 간 상호작용은 시험관 실험뿐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세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타우의 화학적 변형인 '인산화(phosphorylation)'가 이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밝혀냈다. 특히, 알츠하이머에서 나타나는 방식으로 변형된 타우를 세포에 발현시키자 세포 분열 중 염색체가 제대로 정렬되지 않는 이상 현상이 관찰됐다. 타우 단백질의 미세한 변화 하나가 세포 분열 전체의 정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난임·선천성 질환 연구는 물론,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신경 퇴행성 질환 연구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를 이끈 POSTECH 손민주 교수는 "타우 단백질이 미세소관뿐 아니라 DNA와도 직접 상호작용하며 두 구조를 연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세포 분열 초기 단계에 타우가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설명했다. 한편, POSTECH 물리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손민주 교수, 물리학과 통합과정 박세린 ·정재훈 씨,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부·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 시스템생명공학부 홍유리 박사(現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기초연구실) 지원으로 수행됐다.
환경 민승기 교수 연구팀, 기후가 키운 산불, 탄소중립만으로는 못 막는다
[‘탄소중립’ vs ‘탄소감축’ 극한 산불기상의 미래 비교] 지금 당장 대기 중 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다가올 여름은 더욱 뜨겁고, 다음 산불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연구팀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탄소중립’만으로는 산불 위험을 충분히 낮출 수 없고, 대기 중에 쌓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탄소감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은 더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 매년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생태계가 파괴되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산불은 흔히 낙뢰나 담뱃불, 실화 등 ‘불씨’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기온, 습도, 바람이 만들어 낸 기후 조건이 대형 산불을 키운다. 기온이 올라가고, 공기가 건조해질수록 숲은 쉽게 타오르는 화약고가 되고, 불은 더 오래, 더 넓게 번진다. POSTECH 연구팀은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두 가지 미래를 비교했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다른 하나는 이미 대기를 떠도는 이산화탄소까지 줄이는 ‘탄소감축’ 시나리오다.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곳곳에서 산불 위험은 여전히 큰 상태를 유지했다. 북반구 저위도 지역에서는 오히려 위험이 커지기도 했다. 반면, ‘탄소감축’ 시나리오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면서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가 높아져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크게 완화됐다. 이러한 효과는 기존에 산불 위험이 큰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단순히 기온 변화 때문이 아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바다와 대기의 거대한 흐름을 바꾸고, 강수 패턴과 기온 분포를 바꾼다. 대서양 자오면 순환의 변화, 열대수렴대 위치 이동 등 대규모 기후 시스템의 재편이 지역별 산불 위험을 좌우한 것이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대응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만으로 이미 넘친 물을 치울 수 없듯, 탄소 배출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변해버린 기후를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탄소 포집·저장 기술, 탄소 제거 기술, 산림 복원 등 자연 기반 탄소 흡수 전략을 포함한 탄소감축은 필수다. 이는 에너지, 환경, 도시 계획, 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과 기술 개발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탄소중립 이후의 세계가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연구는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민승기 교수는 “탄소중립은 산불 위험 증가를 멈추는 단계일 뿐, 이미 커진 위험을 되돌리는 해법은 아니다”라며 “극한 산불로부터 사회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넘어서는 탄소감축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김유진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w4705 a) 탄소 강제력에 따른 40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점선) 및 농도(실선) 변화 탄소감축 시나리오(파랑): 탄소배출이 2050년까지 선형적으로 증가한 다음 다시 감소하여 2196년 최소값을 보인 후 탄소중립을 유지함. 탄소중립 시나리오(빨강): 탄소감축 시나리오와 같은 배출 경로를 보이다가 2123년에 탄소중립에 도달한 후 2400년까지 유지됨. (b) 현재 기후 대비 시나리오에 따른 극한 산불기상위험의 발생 빈도 변화 (좌)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우) 탄소감축 시나리오에 따른 극한 산불기상위험의 발생 빈도 변화의 공간 분포. 극한 산불기상위험 발생일은 현재 기간(P0: 2001-2031)에서 얻은 일별 산불기상지수(FWI) 지수의 95퍼센타일 기준값을 초과하는 날로 정의함. 현재 대비 변화값은 그림 (a)의 Z7/N7 지점과 P0 지점의 차이를 나타냄. (c) 현재 기후 대비 시나리오에 따른 극한 산불기상위험의 강도 변화 (좌)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우) 탄소감축 시나리오에 따른 극한 산불기상위험의 강도 변화의 공간 분포. 극한 산불기상위험 발생일의 산불기상지수(FWI) 값의 현재 대비 미래변화를 나타냄.
환경 감종훈 교수 연구팀, “전국일 때는 말하고, 지역일 때는 침묵했다” AI가 밝혀낸 ‘가뭄 앞에서 달라지는 사람들’
[POSTECH·국립재난연구원·국토연구원, AI로 ‘재난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분석] 전국적 가뭄이 이어질 때와 특정 지역에 가뭄이 집중될 때,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은 어떻게 달라질까. 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연구팀은 2022~2023년 가뭄 기간 동안 뉴스 보도, 소셜미디어, 인터넷 검색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재난을 바라보는 사회 시선이 ‘문제의 크기’와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휴매니티스 앤드 소셜 사이언시스 커뮤니케이션스(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가뭄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재난이 아니다. 비가 줄어드는 ‘기상학적 가뭄’에서 시작해 토양이 메마른 ‘농업적 가뭄’, 하천과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지는 ‘수문학적 가뭄’으로 확산된다. 이러한 물리적 가뭄이 장기화되면 산업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가뭄으로 이어진다. 자연환경 변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의 인식과 감정, 정보 탐색 방식 또한 함께 변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다. 연구팀은 2022년 전국적으로 확산된 가뭄이 2023년 광주·전남 지역으로 집중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이후 가뭄 기간 동안 생성된 언론 기사, 소셜미디어 게시물, 인터넷 검색 기록을 수집해 자연어 처리 기반 인공지능 분석을 수행했다. 재난의 범위가 바뀔 때 사회의 관심과 감정,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량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분석 결과, 2022년 6월 전국적 가뭄이 심각했던 시기에는 인터넷 검색량과 뉴스 기사 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모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2023년 3월 가뭄이 남서부 지역에 집중됐을 때는 지역 언론 보도와 검색 활동은 늘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발언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전국적 문제일 때는 사람들 목소리가 커졌지만, 지역 문제로 좁혀지자, 정보를 찾는 데 그친 셈이다. 뉴스 제목에 담긴 감정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패턴이 확인됐다. 연구 기간 내내 ‘기대’, ‘불안’, ‘실망’이라는 감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비 예보에 기대했다가 빗나가면 실망하는 감정이 가뭄 기간 내내 되풀이된 것이다. 이는 재난 상황에서 언론 보도와 대중의 감정이 긴밀히 맞물려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재난 대응이 단순히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적 접근을 넘어, 사회의 인식과 소통 방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사회적 반응을 미리 파악할 경우, 가뭄 경보, 정책 메시지, 대응 전략을 더욱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감종훈 교수는 “정형화되지 않은 언론 기사와 사람들의 글을 AI로 분석해 재난에 대한 사회적 감정과 행동을 살핀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며 “향후 가뭄 대응과 위험 소통 전략을 정교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공동연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DOI: https://doi.org/10.1057/s41599-025-06398-z
환경 권세윤 교수 연구팀, “참치 한 입에 담긴 아시아의 공장 굴뚝” 태평양 물고기 속 수은 ‘출처’ 드디어 밝혀졌다
[POSTECH·WHOI·KIOST 연구팀, 플랑크톤 동위원소 분석으로 태평양 수은 기원 추적] 세계인이 매년 약 300만 톤 섭취하는 ‘참치’를 비롯한 태평양 어류 속 수은이 아시아에서 온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 연구팀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강동진 박사 연구팀과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WHOI)의 로라 모타 박사 연구팀의 세계적인 해양연구기관과 함께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이동해 해양 생태계에 축적되는 경로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포트폴리오 저널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고, 글로벌 해양 커뮤니티 매체 ‘DeeperBlue’에도 소개됐다. 수은은 석탄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할 때 대기에 퍼져 나가고, 아주 먼 거리까지 이동한다. 바다에 도달한 수은은 ‘메틸수은’이라는 독성 물질로 변해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되고, 결국 참치처럼 인간이 많이 먹는 대형 어류에 고농도로 쌓인다. 1956년 수은 중독으로 인한 미나마타병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2017년 국제 수은 협약이 발효된 이후에도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 어류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오랫동안 숙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KIOST의 연구선 이사부호를 이용해 대한해협부터 뱅골만에 이르는 서태평양해역(북-남 축)과 필리핀해에서 하와이 근해까지 중앙 태평양(서-동 축)에서 플랑크톤을 채집해, 수은 안정 동위원소*1를 분석했다. 수은 안전 동위원소는 배출원마다 고유한 ‘지문’을 가지는데, 연구팀은 이런 과학적 특징을 이용해 플랑크톤 속 수은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추적했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유입되어 생물체에 축적된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또한, 바다로 유입되는 수은의 경로를 분석한 결과, 육지에 가까운 해역에서도 최소 60% 이상이 강이 아닌 대기를 통해 들어온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는 국제 수은 협약이 강조하는 대기 배출 감축 정책의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권세윤 교수는 “수은 연구가 시작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아시아 산업활동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 어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해 늘 아쉬움이 있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수은의 ‘출처’를 정량적으로 밝혀 세계 공중보건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WHOI 로라 모타(Laura Motta) 박사는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 가장 기본에 있는 생물로, 이를 통해 생물체에 흡수되는 수은의 양과 경로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라며 “해양 생태계와 인류를 위한 국제 정책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 해양수산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3247-025-02555-z 1. 안정동위원소 : 스스로 방사성 붕괴하지 않는 동위원소로 방사성을 띠지 않은 동위원소를 의미한다.
환경 이형주 교수팀, 기후변화 시대, 가뭄·산불 복합 재해가 초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 규명
[POSTECH, 가뭄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에 미치는 산불의 기여도 분석] 맑은 하늘이 갑자기 뿌옇게 변할 때, 우리는 보통 자동차 매연이나 공장 굴뚝을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또 다른 범인이 있다. 바로 가뭄과 산불이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이형주 교수, 통합과정 신민영 · 김나래 씨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상으로 15년간의 데이터를 활용해 가뭄과 산불이 복합적으로 초미세먼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인 ‘Environment International’ 온라인판에 실렸다. ‘초미세먼지(이하 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µm) 이하인 미세한 입자로 숨을 쉴 때 폐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주목한 이유는 이 지역의 특수한 기후 때문이다. 건조한 날씨로 가뭄이 잦고, 그로 인해 대형 산불이 빈번히 발생한다. 하지만 이 지역과 관련해 지금까지 가뭄과 산불이 복합적으로 대기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장기간·대규모로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의 대기질 관측 자료와 컴퓨터 모델링 데이터를 활용했다. 가뭄 정도를 ‘경미’, ‘중간’, ‘심각’, ‘극심’ 네 단계로 구분한 뒤, 단계별 PM2.5 농도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가뭄이 심해질수록(가뭄지수 SPEI 한 단계당) PM2.5 농도가 평균 1.5㎍/㎥씩 증가했다. 특히, 가뭄이 심할수록 산불 발생 위험도 커져 가뭄이 한 단계 심해질 때마다 산불 발생 확률은 약 90% 높아졌다.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산불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PM2.5 농도가 평소보다 평균 9.5㎍/㎥까지 높아졌다. 산불의 영향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도 눈에 띈다. 가뭄으로 인한 초미세먼지 증가는 대부분 산불 때문이었다. 실제로 가뭄 단계가 심해져도 산불이 발생하지 않으면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시대에 중요한 경고를 던진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가뭄과 산불이 더 잦아지고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국내 일부 지역에서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 사례가 늘고 있어, 깨끗한 공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배출원 관리를 넘어 산불 관리와 예방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형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뭄·산불·대기오염 사이의 복합적 관계를 장기간 자료로 정량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한국도 주기적으로 가뭄을 겪고 있고, 최근 대형 산불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이번 결과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산불 예방과 관리가 대기질 개선과 건강 보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OI: https://doi.org/10.1016/j.envint.2025.109678
환경 감종훈 교수팀, “15년마다 대홍수·가뭄 온다”…AI가 내다본 위기
[POSTECH, 인공지능 모델로 파키스탄 미래 하천 전망 데이터 보정 기술 개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홍수와 가뭄 같은 극한 기상 재해가 더 빈번하고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고산지대는 가장 직접적으로 기후 변화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감종훈 교수팀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대형 홍수'와 '극심한 가뭄'이 앞으로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연구팀이 주목한 지역은 ‘파키스탄’이다. 인더스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이 국가의 생명줄 역할을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 적설량이 크게 변동하면서 수자원 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1 국가로 선진국에 비해 경제적·기술적 인프라가 부족하여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연구가 미흡했다. 감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를 활용했다. 기존 기후모델은 파키스탄 같은 고산지대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좁은 골짜기나 가파른 산맥 등 복잡한 지형의 변화를 과소평가하거나 강수량을 과대 추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과거 하천 유량 데이터를 실제 관측값과 비교하며 여러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동시에 적용해 과거 발생한 이상 기후 현상들의 예측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AI 모델이 보정한 데이터는 기존 모델보다 신뢰성이 훨씬 높았다. 분석 결과, 인더스강 상류에서는 약 15년마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대홍수와 극심한 가뭄이 반복될 수 있으며, 주변 하천은 그 주기가 약 11년으로 더 짧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으로 파키스탄 정부가 일괄적인 물 관리 정책에서 벗어나, 각 하천 유역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기후 위기 시대에 과학 기술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극한 홍수와 가뭄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기술은 결국 인류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감종훈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AI 기술은 기후모델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여줄 것”이라며,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고 관측데이터가 부족한 다른 고산지대나 물 부족 국가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기후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박사과정 라자 하산(Raza, Hassan) 씨 연구팀이 중국 쑨얀센대(Sun Yan-sen University) 왕다강 교수팀이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는 대기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과 BK21 FOUR Program 지원으로 수행됐다. 라자 하산은 Global Korean Scholarship의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088/1748-9326/adf130 1. Global South: 기후변화에 기여도가 낮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성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국가를 말한다.
첨단원자력/환경 엄우용 교수팀, 위험한 원전 폐수 속 삼중수소, 한 겹의 그래핀으로 안전하게 차단한다
[POSTECH, 액체상 수소 동위원소 분리 기술 개발 방사성 폐수에서 삼중수소 잡는다] 첨단원자력공학부·환경공학부 엄우용 교수 연구팀이 방사성 폐수 속 위험한 삼중수소를 액체 상태에서 분리할 수 있는 그래핀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 전 세계 방사성 폐수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을 모으며, 미국 화학회(ACS)에서 발간하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삼중수소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성되는 방사성 수소로, 대부분 물 분자 형태로 존재한다. 인체에 유입되면 내부에서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삼중수소를 기체 상태에서만 분리할 수 있을 뿐, 액체 상의 삼중수소 제거는 큰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그래핀(graphene)’에 주목했다. 원자 한 겹 두께의 그래핀은 양성자만을 통과시키고, 삼중수소를 포함한 다른 방사성핵종은 차단하는 특수한 분리 능력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고분자 전해질 막인 ‘나피온(Nafion)’의 수용액 상에서의 치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테플론(PTFE)’을 기반 멤브레인에 나피온을 합침시킨 후, 그 위에 그래핀을 전사하여 최종 분리막을 완성했다. 그 결과, 전기장을 가해주었을 때 가벼운 수소 이온(H⁺)은 막을 빠르게 통과하지만, 무거운 중수소(²H)와 삼중수소(³H)는 막을 통과하지 못하고 농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수소 동위원소는 이동 시 더 큰 에너지 장벽을 느껴 이동이 억제됨을 입증한 것이다. 이때 그래핀을 통한 수소와 중수소 간 분리 효율을 나타내는 분리계수는 6에 달했고, 농도 차이에 의한 확산 실험에서도 삼중수소가 양성자보다 멤브레인을 통해 3.1배 느리게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원전 폐수처럼 상온 액체 상태에서도 높은 수준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상용화된 기술인 극저온 증류 및 촉매 교환방식은 매우 낮은 분리계수를 나타내므로 높은 공정비용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polymer electrolyte membrane water electrolysis, PEMWE)’ 공정에 해당 멤브레인을 적용하여 물 상태 그대로 상온에서 삼중수소를 걸러낼 수 있다. 이를 적용하면 후쿠시마 오염수 등 글로벌 원자력 발전소 방사성 폐수를 효과적이고, 무엇보다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엄우용 교수는 “이번 기술은 원자력과 핵융합 산업의 방사성 폐수 문제 해결 및 삼중수소 활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제1저자인 김효주 씨는 “그래핀이 수소 동위원소 분리에 전기 이동과 확산 조건에서 각각 어떻게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했다”라며 “이차원 물질을 활용한 동위원소 분리 기술 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역원자력산업 기반 에너지기술공유대학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acsami.5c08414
환경 민승기 교수팀, 2050년 탄소중립 달성해도 300년간 슈퍼태풍 습격한다
[민승기 교수팀, 400년 기후 시뮬레이션으로 탄소중립 정책의 한계 밝혀]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는 ‘탄소중립’만으로는 강력한 태풍과 폭우의 위험을 막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문민철 연구원 연구팀이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해도 강한 태풍과 극한 강수는 앞으로 수백 년 동안 계속될 수 있으며,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탄소감축’ 또는 ‘탄소 마이너스’ 전략이 필요하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파트너 저널 기후와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게재됐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태풍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고, 그 피해는 해안 도시와 농촌, 물류 산업 등 전방위적으로 커지고 있다.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탄소중립 이후에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POSTECH 연구팀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기후 모델을 이용해 ‘탄소중립’과 ‘탄소감축’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400년 동안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경우를 말하며, ‘탄소감축’은 이미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까지 제거하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태풍 위험은 줄지 않았다. 북반구에서는 태풍 갯수가 줄어든 반면, 남반구에서는 증가해 태풍 활동이 비대칭적으로 바뀌었고, 이러한 현상은 300년 동안 지속됐다. 더 큰 문제는 육지에 상륙하는 태풍 하나하나의 강도와 상륙 시 쏟아지는 비의 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태풍의 수는 줄어도, 한 번 발생하면 더 강력하고 위험한 형태로 변한 것이다. 반면, ‘탄소감축’ 시나리오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비대칭적인 태풍 분포는 200년 만에 해소됐고, 태풍의 강도와 극한 강수 현상도 눈에 띄게 완화됐다. 단순히 탄소 배출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미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기후 재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적 경고를 넘어 기후 정책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한다. 탄소중립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며, 이제 ‘탄소 마이너스’라는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기후 위기의 해법은 배출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의 숨통을 조이는 탄소를 직접 줄이는 데 있다. 민승기 교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강력한 태풍과 극한 강수 위험은 수 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감축과 같은 적극적인 기후 대응 전략과 지역 맞춤형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기상청 기후 및 기후변화 감시·예측정보 응용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612-025-01122-9
환경 민승기 교수팀, 8월 폭우가 7월로 온다…한 달 빨라진 재난
[POSTECH, 초고해상도 기후모델로 분석... 7월 폭우 빈도 최대 3.7배 증가 전망] 최근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서가영 박사 연구팀이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여름철 극한 폭우가 기존 8월에서 7월로 한 달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특히 시간당 30mm 이상 쏟아지는 극한 폭우의 7월 발생 빈도가 현재보다 최대 3.7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나, 여름철 재난 대응 계획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최근 ‘npj 기후와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게재됐다. 2022년 8월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겼던 사례부터 지난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집중호우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 강수가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단기적인 극한 강수의 빈도와 강도 모두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극한 폭우가 언제, 얼마나 자주 발생할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재난 대응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에 POSTECH 연구팀은 기존보다 훨씬 촘촘한 초고해상도(2.5km 해상도) 모델을 이용해 두 가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시간당 극한 강수 발생 빈도 변화를 월별로 분석했다. 하나는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배출 시나리오(SSP*1 )1-2.6)'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고배출 시나리오(SSP5-8.5)’다. 현재(2001~2005)와 미래(2091~2095) 기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시간당 30mm 이상 내리는 극한 폭우의 발생 시기가 한 달 앞당겨질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미래에는 이 폭우의 ‘최대 피크’가 한 달 앞당겨졌다. 특히, 7월 극한 폭우의 빈도는 저배출 시나리오에서 현재보다 약 2배,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약 3.7배나 크게 늘었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한반도 북쪽 저기압과 남쪽 고기압 사이에 거의 정체된 전선이 형성되면서, 이 경계 지역에 폭우가 장시간 머무는 기상 패턴이 뚜렷하게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북태평양 고기압과 중위도 기압골이 온난화에 따라 더 강하게 발달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우리나라에 수증기를 공급하는 기압계의 특성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승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극한 폭우가 여름철 중 어느 달에 집중될지를 고해상도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폭우가 앞당겨질 가능성에 대비해, 재난 대응 계획을 월별로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기상청 기후 및 기후변화 감시·예측정보 응용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612-025-01067-z 1.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 미래 사회·경제적 변화를 나타내는 시나리오다. 첫 번째 숫자는 탄소배출 수준을 의미하며, 1은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한 경로, 5는 화석연료 의존으로 탄소배출이 계속 증가하는 경로를 뜻한다. 두 번째 숫자는 2100년 기준 복사강제력(단위: W/m²)을 나타내며, 값이 클수록 지구 온난화 정도가 크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SSP1-2.6은 낮은 탄소배출과 2.6 W/m²의 온난화 정도를, SSP5-8.5는 높은 탄소배출과 8.5 W/m²의 온난화 정도를 의미한다.
환경 감종훈 교수팀, AI가 그린 홍수 위험지도… 대도시가 더 위험하다?
[POSTECH·경북대 공동 연구팀, 우리나라 시군구 단위 AI 홍수 위험도 지도 개발]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가 잦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홍수 피해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POSTECH과 경북대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역별 홍수 위험도를 예측하고 전국의 ‘홍수 위험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최근 환경과학 분야 저널인 ‘환경관리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에 게재됐다. 기후변화와 급속한 도시화로 홍수 피해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콘크리트 도로와 건물이 늘어나면서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다. 홍수 위험을 예측할 때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계층화 분석법(AHP)'을 주로 사용했지만, 이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예측 결과의 신뢰도를 수치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웠다. POSTECH 연구팀은 AI를 활용해 이를 해결했다. 먼저, 최근 20년간(2002~2021년) 행정안전부가 기록한 전국 시군구별 홍수 피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홍수 위험을 결정하는 네 가지 핵심 요소인 '위해성'(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노출성'(위험에 노출된 인구와 시설), '취약성'(피해를 받기 쉬운 정도), '대응력'(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을 세분화하고, 이를 AI에게 학습시켰다. 여러 AI 모델 중에서 'XGBoost'와 'Random Forest' 두 모델이 77%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홍수 피해를 예측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모델이 각각 다른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는 것이다. XGBoost는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포장면 비율(불투수면 비율)'을, Random Forest는 '하천 면적'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두 AI 모델 모두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를 '홍수 고위험 지역'으로 평가했다. 이는 인구 밀도가 높고 콘크리트 포장 면적이 넓으며, 하천 주변에 건물과 기반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피해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홍수 위험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을 수치로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러 AI 모델이 공통으로 위험하다고 평가한 지역은 방재 정책의 우선순위로, 모델 간 평가가 엇갈리는 지역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곳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한정된 예산으로 효과적인 홍수 대책을 세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어, 연구팀은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했다. AI 분석을 통해 '불투수면 비율'과 '하천 면적'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확인된 만큼,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빗물이 자연스럽게 땅으로 흡수될 수 있는 녹지 공간 확보와 하천 주변 개발 제한 등 자연 친화적 도시 개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문 제1저자인 이은미 씨는 “AI를 활용해 환경 변화와 실제 피해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라며, “실질적인 홍수 대응 전략 마련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감종훈 교수는 "AI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판단할 수는 없으므로, 아직까지는 전문가의 판단과 함께 활용해야 보다 정확한 침수범람 지도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북대 정영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홍수 관련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지역별 침수범람 위험지도를 생성하여 미래 지역맞춤형 홍수 및 침수 범람 대책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jenvman.2025.125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