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감종훈 교수 연구팀, "가뭄 뉴스, 빠를수록 물 아낀다?" AI로 맞춤형 물 절약 신호 읽는다
[설명 가능한 AI로 뉴스 보도와 물 절약 행동 관계 규명] 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통합과정 이은미·최승희 씨 연구팀이 국토연구원 이상은 박사,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윤현철 박사, 스탠포드대 Newsha K. Ajami 박사, 싱가포르국립대(NUS) Xiaogang He 교수 연구팀과 함께 '설명 가능한 AI(XAI1))'를 이용해 가뭄 뉴스 보도가 물 절약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물 절약의 경제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수자원 분야 국제 학술지 ‘Water Resources Research’에 게재됐다.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이 반복되면서 수자원 확보와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뭄 발생 시 정부는 물 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지만, 이러한 메시지가 실제 가뭄 발생 지역별 물 절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측정하기 어렵다. 기존 수문학적 물리모델로는 미디어 보도나 시민 인식 같은 사회적 요인을 반영하지 못해 지역별로 현실적인 물 절약 목표치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먼저 5년간의 가정용 물 사용량 데이터를 분석해 월별 물 절약률을 산출하고, 지역별 물 사용 패턴을 비교했다. 그 결과, 2022~2023년 광주 전남 가뭄 기간 인구 밀도가 높고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일수록 가뭄 기간 자발적인 물 절약 비율이 더 크게 나타났다. 대도시 물 절약률은 최대 약 10%까지 증가한 반면, 농촌 지역은 약 3%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2022~2023년 광주·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 데이터와 당시 가정용 물 사용량, 가뭄 관련 뉴스 보도량, 뉴스 감성 분석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분석 결과, 모델 중 ‘N-BEATS’ 기반 모델이 대도시와 농촌 지역 모두에서 73%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물 절약률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 발생 초기와 ‘주의’ 단계에서 가뭄 관련 뉴스의 증가는 대도시(광주)에서는 가정용 물 절약률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어 약 11억 4천만 원의 수돗물 생산 비용 절감 효과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수돗물 생산 비용 절감 효과가 약 4억 6천만 원 수준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지역별 사회경제적 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대도시는 절약 가능한 생활용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정보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 미디어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반면, 농촌 지역은 기본 생활용수 비중이 높아 추가적인 절약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뉴스 보도 효과는 가뭄의 심각성 단계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이 심각해져 이미 물 절약이 상당 부분 이뤄진 ‘경계 단계’에서는 뉴스 보도를 늘려도 추가적인 절수 효과는 가뭄 ‘주의 단계’에 비해 크지 않았다. 이는 언론 홍보와 정책 메시지가 가뭄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일률적인 절수 목표가 아니라, 지역 특성과 가뭄 단계에 맞춘 현실적인 물 절약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1저자인 이은미 씨는 “기후위기 시대에 가뭄의 심각성과 함께 사회적 요인을 함께 고려한 분석이 보다 정교한 가뭄 대응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행정안전부 재난 안전 공동 연구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DOI: https://doi.org/10.1029/2025WR042406 1. XAI: 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을 말한다.
환경 감종훈 교수 연구팀, 예보와 현실의 간극, 재난 속 시민 감정 바꾸다
[재난 예보 불확실성이 국민 감정에 미치는 영향 분석] "비가 많이 온다더니 생각보다 잠잠하네" 반대로 "조금 온다더니 왜 이렇게 많이 오는 거야?"라고 당황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같은 예보 오차라도 실제 상황이 예보보다 덜 심했는지, 더 심했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감정은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통합과정 김길우 씨 연구팀은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을 사례로 기상관측 및 온라인 재난 담론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기상예보 오차와 시민 감정 반응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환경과 건강 융합 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GeoHealth’에 게재됐다. 기상예보는 태풍, 집중호우 같은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보다. 사람들은 예보를 바탕으로 외출 계획을 바꾸고, 차량을 이동시키며, 때로는 대피를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발전한 예보 기술도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다. 실제 강수량과 예보 강수량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오차가 사람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연구팀은 주목했다. 연구팀은 2023년 8월,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통과했을 때 전국 613개 기상관측소 강수 관측자료와 기상청 강수예보 자료를 비교해 지역별 예보 오차를 분석했다. 이어 네이버 제보톡에 게시된 약 4만 3천 건의 온라인 게시글을 수집해 AI 기반 감정분석을 수행하고, 예보 오차와 시민들의 감정 반응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는 흥미로웠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관통하는 동안 동해안과 남동부 지역에서는 실제 비가 예보보다 많이 내리는 ‘과소예보’ 경향이, 수도권과 서부 지역에서는 많은 비를 예보하는 ‘과대예보’ 경향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예보 오차 경향에 따라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도 뚜렷하게 달랐다. 과대예보 지역에서는 '불안', '걱정', '피로감'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 반면, 과소예보 지역에서는 '당황', '혼란', '슬픔' 같은 감정이 두드러졌다. ‘걱정했는데 별일 없었다’라는 상황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심각했다’라는 상황이 다른 심리적 반응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시민들은 재난 자체보다 '예상했던 위험'과 '실제로 경험한 위험' 사이의 차이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태풍 상륙 전·중·후 시기를 비교한 결과, 온라인 담론의 약 55%가 부정 감정으로 분류됐으며, 태풍이 상륙하는 시점에는 게시글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시민들이 단순히 재난 정보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을 공유하며 정보 생산자로 역할을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연구는 정확한 예보 기술 개발 필요성을 보여주면서도 재난 대응에서 '비가 얼마나 오는냐'뿐 아니라 '강수 예보 정확성에 따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냐'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보 정확도 향상과 함께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통 체계가 마련될 때, 시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줄이고 사회의 재난 대응 역량이 높아질 것이다. 제1저자인 김길우 씨는 "연구를 통해 재난 상황에서는 예보 정확도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을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위험소통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감종훈 교수는 “AI로 대규모 온라인 담론 문자 데이터를 분석해 예보 오차와 시민 감정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규명했다"라며 "향후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 재해 대응 과정에서 시민의 심리적 반응까지 고려한 위험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9/2026GH001837
환경/시스템/융합 황동수 교수 연구팀, 멍게의 나노 포장 배달 시스템, 바다숲 되살릴까
[접착 물질을 나노입자로 포장·전달하는 해양생물 메커니즘 규명] 파도가 몰아치고 물살이 거센 바다에서 멍게는 어떻게 바위에 붙어 있을까. 최근 연구를 통해 멍게가 접착 물질을 단순히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노미터(nm) 크기 단단한 고체 입자에 담아 목적지까지 배달한 뒤 현장에서 풀어 사용하는 독창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POSTECH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부·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팀이 멍게의 부착기관인 가근1)을 연구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멍게의 체내 수중 접착 물질 전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지구 곳곳에서 수온 상승과 환경오염으로 해조류가 사라지는 이른바 ‘바다 사막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바닷속 바닥이 황폐해지면서 해조류를 인공적으로 양식해 다시 바다에 이식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해조류가 초기 단계에서 바위나 해저 표면에 제대로 부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해양 생물이 뿌리처럼 생긴 가근을 이용해 바위에 안정적으로 고정되는 원리가 연구되고 있지만 메커니즘이 매우 복잡해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멍게 가근에서 분비되는 접착 단백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멍게는 접착 단백질을 단순한 액체 상태로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금속 이온과 결합해 나노미터 크기의 고체 입자로 만든 다음 세포 안에서 단단히 포장해 운반하고 있었다. 철(Fe), 크롬(Cr), 바나듐(V) 등 금속 이온과 결합한 이 나노입자는 단백질이 체내를 이동하는 동안 단백질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 케이스'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 나노입자가 세포 밖으로 분비되어 가근 표면에 도달하는 순간, 입자 구조가 재편되면서 그 안에 있던 접착 단백질이 활성화된다. 특히, 이동 과정에서는 구조 안정화에 기여하던 금속 이온이 접착 단계에서는 분리되어 빠져나가는 등 역할이 전환되는 점도 확인됐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같은 해양 생물인 홍합의 접착 전략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홍합은 접착 단백질 속에 있는 '도파(DOPA)2)'라는 아미노산 성분이 금속 이온과 직접 결합해 강한 접착력을 만든다. 즉, 홍합에서는 금속 이온과의 결합 자체가 접착 핵심 원리인 반면, 멍게에서는 접착 물질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데 금속 이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멍게는 접착제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독창적으로 해결한 셈이다. 이번 연구는 해조류가 초기 단계에서 바위에 안정적으로 부착하지 못하는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조류 초기 부착을 보조하거나 수중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바이오 접착 소재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동수 교수는 “바다숲 조성이나 해조류 양식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초기 부착 문제였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가근 접착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게 됐다”라며 “기후변화 대응과 해양 생태계 복원, 나아가 식량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재원으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73/pnas.2526665123 1. 가근 (Rhizoid): 해조류, 멍게, 히드라충류에서 발견되는 뿌리 모양의 고정 구조물 2. DOPA: 3,4-dihydroxyphenylalanine, 홍합 접착 단백질에 포함된 아미노산 유도체로, 금속 이온과 결합해 강한 접착력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손민주·황동수 교수 공동 연구팀, 알츠하이머 단백질 ‘타우’, 세포 분열에도 관여할까
[타우–DNA 응축체 기반 염색체–미세소관 연결 메커니즘 제시] 상처가 아물고, 머리카락이 자라고, 오래된 세포가 새 세포로 교체되는 모든 과정이 '세포 분열' 덕분이다. 세포가 둘로 나뉠 때 안에 있는 염색체도 정확히 반씩 나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세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최근 POSTECH 연구진이 이 정교한 과정에 '타우(Tau)'라는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뇌세포 안에서 '미세소관'이라는 가느다란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붙잡아 주는데,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는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타우가 세포 내 여러 분자를 끌어모아 작은 '응축체(Condensate)'를 만든다고 보고됐지만 타우와 DNA 간 상호작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바로 이 미지의 영역에 주목했다.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 염색체는 '방추사'라고 불리는 미세소관 다발에 붙잡혀 양쪽으로 당겨지면서 두 개의 딸세포로 나뉜다. 이때 염색체와 방추사가 정확하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연구팀은 단일 DNA 분자를 이용해 타우 단백질이 이 연결을 돕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타우가 DNA에 달라붙어 응축체를 형성하고, DNA 가닥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주변 가닥들을 서로 끌어당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고분해능 형광 이미징 기술로 관찰한 결과, DNA 위의 타우 응축체가 미세소관을 끌어당기는 '접착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세 분자 간 상호작용은 시험관 실험뿐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세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타우의 화학적 변형인 '인산화(phosphorylation)'가 이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밝혀냈다. 특히, 알츠하이머에서 나타나는 방식으로 변형된 타우를 세포에 발현시키자 세포 분열 중 염색체가 제대로 정렬되지 않는 이상 현상이 관찰됐다. 타우 단백질의 미세한 변화 하나가 세포 분열 전체의 정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난임·선천성 질환 연구는 물론,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신경 퇴행성 질환 연구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를 이끈 POSTECH 손민주 교수는 "타우 단백질이 미세소관뿐 아니라 DNA와도 직접 상호작용하며 두 구조를 연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세포 분열 초기 단계에 타우가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설명했다. 한편, POSTECH 물리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손민주 교수, 물리학과 통합과정 박세린 ·정재훈 씨,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부·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 시스템생명공학부 홍유리 박사(現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기초연구실) 지원으로 수행됐다.
환경 민승기 교수 연구팀, 기후가 키운 산불, 탄소중립만으로는 못 막는다
[‘탄소중립’ vs ‘탄소감축’ 극한 산불기상의 미래 비교] 지금 당장 대기 중 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다가올 여름은 더욱 뜨겁고, 다음 산불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연구팀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탄소중립’만으로는 산불 위험을 충분히 낮출 수 없고, 대기 중에 쌓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탄소감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은 더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 매년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생태계가 파괴되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산불은 흔히 낙뢰나 담뱃불, 실화 등 ‘불씨’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기온, 습도, 바람이 만들어 낸 기후 조건이 대형 산불을 키운다. 기온이 올라가고, 공기가 건조해질수록 숲은 쉽게 타오르는 화약고가 되고, 불은 더 오래, 더 넓게 번진다. POSTECH 연구팀은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두 가지 미래를 비교했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다른 하나는 이미 대기를 떠도는 이산화탄소까지 줄이는 ‘탄소감축’ 시나리오다.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곳곳에서 산불 위험은 여전히 큰 상태를 유지했다. 북반구 저위도 지역에서는 오히려 위험이 커지기도 했다. 반면, ‘탄소감축’ 시나리오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면서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가 높아져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크게 완화됐다. 이러한 효과는 기존에 산불 위험이 큰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단순히 기온 변화 때문이 아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바다와 대기의 거대한 흐름을 바꾸고, 강수 패턴과 기온 분포를 바꾼다. 대서양 자오면 순환의 변화, 열대수렴대 위치 이동 등 대규모 기후 시스템의 재편이 지역별 산불 위험을 좌우한 것이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대응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만으로 이미 넘친 물을 치울 수 없듯, 탄소 배출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변해버린 기후를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탄소 포집·저장 기술, 탄소 제거 기술, 산림 복원 등 자연 기반 탄소 흡수 전략을 포함한 탄소감축은 필수다. 이는 에너지, 환경, 도시 계획, 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과 기술 개발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탄소중립 이후의 세계가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연구는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민승기 교수는 “탄소중립은 산불 위험 증가를 멈추는 단계일 뿐, 이미 커진 위험을 되돌리는 해법은 아니다”라며 “극한 산불로부터 사회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넘어서는 탄소감축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김유진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w4705 a) 탄소 강제력에 따른 40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점선) 및 농도(실선) 변화 탄소감축 시나리오(파랑): 탄소배출이 2050년까지 선형적으로 증가한 다음 다시 감소하여 2196년 최소값을 보인 후 탄소중립을 유지함. 탄소중립 시나리오(빨강): 탄소감축 시나리오와 같은 배출 경로를 보이다가 2123년에 탄소중립에 도달한 후 2400년까지 유지됨. (b) 현재 기후 대비 시나리오에 따른 극한 산불기상위험의 발생 빈도 변화 (좌)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우) 탄소감축 시나리오에 따른 극한 산불기상위험의 발생 빈도 변화의 공간 분포. 극한 산불기상위험 발생일은 현재 기간(P0: 2001-2031)에서 얻은 일별 산불기상지수(FWI) 지수의 95퍼센타일 기준값을 초과하는 날로 정의함. 현재 대비 변화값은 그림 (a)의 Z7/N7 지점과 P0 지점의 차이를 나타냄. (c) 현재 기후 대비 시나리오에 따른 극한 산불기상위험의 강도 변화 (좌)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우) 탄소감축 시나리오에 따른 극한 산불기상위험의 강도 변화의 공간 분포. 극한 산불기상위험 발생일의 산불기상지수(FWI) 값의 현재 대비 미래변화를 나타냄.
환경 감종훈 교수 연구팀, “전국일 때는 말하고, 지역일 때는 침묵했다” AI가 밝혀낸 ‘가뭄 앞에서 달라지는 사람들’
[POSTECH·국립재난연구원·국토연구원, AI로 ‘재난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분석] 전국적 가뭄이 이어질 때와 특정 지역에 가뭄이 집중될 때,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은 어떻게 달라질까. 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연구팀은 2022~2023년 가뭄 기간 동안 뉴스 보도, 소셜미디어, 인터넷 검색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재난을 바라보는 사회 시선이 ‘문제의 크기’와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휴매니티스 앤드 소셜 사이언시스 커뮤니케이션스(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가뭄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재난이 아니다. 비가 줄어드는 ‘기상학적 가뭄’에서 시작해 토양이 메마른 ‘농업적 가뭄’, 하천과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지는 ‘수문학적 가뭄’으로 확산된다. 이러한 물리적 가뭄이 장기화되면 산업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가뭄으로 이어진다. 자연환경 변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의 인식과 감정, 정보 탐색 방식 또한 함께 변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다. 연구팀은 2022년 전국적으로 확산된 가뭄이 2023년 광주·전남 지역으로 집중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이후 가뭄 기간 동안 생성된 언론 기사, 소셜미디어 게시물, 인터넷 검색 기록을 수집해 자연어 처리 기반 인공지능 분석을 수행했다. 재난의 범위가 바뀔 때 사회의 관심과 감정,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량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분석 결과, 2022년 6월 전국적 가뭄이 심각했던 시기에는 인터넷 검색량과 뉴스 기사 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모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2023년 3월 가뭄이 남서부 지역에 집중됐을 때는 지역 언론 보도와 검색 활동은 늘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발언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전국적 문제일 때는 사람들 목소리가 커졌지만, 지역 문제로 좁혀지자, 정보를 찾는 데 그친 셈이다. 뉴스 제목에 담긴 감정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패턴이 확인됐다. 연구 기간 내내 ‘기대’, ‘불안’, ‘실망’이라는 감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비 예보에 기대했다가 빗나가면 실망하는 감정이 가뭄 기간 내내 되풀이된 것이다. 이는 재난 상황에서 언론 보도와 대중의 감정이 긴밀히 맞물려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재난 대응이 단순히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적 접근을 넘어, 사회의 인식과 소통 방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사회적 반응을 미리 파악할 경우, 가뭄 경보, 정책 메시지, 대응 전략을 더욱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감종훈 교수는 “정형화되지 않은 언론 기사와 사람들의 글을 AI로 분석해 재난에 대한 사회적 감정과 행동을 살핀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며 “향후 가뭄 대응과 위험 소통 전략을 정교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공동연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DOI: https://doi.org/10.1057/s41599-025-06398-z
환경 권세윤 교수 연구팀, “참치 한 입에 담긴 아시아의 공장 굴뚝” 태평양 물고기 속 수은 ‘출처’ 드디어 밝혀졌다
[POSTECH·WHOI·KIOST 연구팀, 플랑크톤 동위원소 분석으로 태평양 수은 기원 추적] 세계인이 매년 약 300만 톤 섭취하는 ‘참치’를 비롯한 태평양 어류 속 수은이 아시아에서 온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 연구팀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강동진 박사 연구팀과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WHOI)의 로라 모타 박사 연구팀의 세계적인 해양연구기관과 함께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이동해 해양 생태계에 축적되는 경로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포트폴리오 저널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고, 글로벌 해양 커뮤니티 매체 ‘DeeperBlue’에도 소개됐다. 수은은 석탄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할 때 대기에 퍼져 나가고, 아주 먼 거리까지 이동한다. 바다에 도달한 수은은 ‘메틸수은’이라는 독성 물질로 변해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되고, 결국 참치처럼 인간이 많이 먹는 대형 어류에 고농도로 쌓인다. 1956년 수은 중독으로 인한 미나마타병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2017년 국제 수은 협약이 발효된 이후에도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 어류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오랫동안 숙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KIOST의 연구선 이사부호를 이용해 대한해협부터 뱅골만에 이르는 서태평양해역(북-남 축)과 필리핀해에서 하와이 근해까지 중앙 태평양(서-동 축)에서 플랑크톤을 채집해, 수은 안정 동위원소*1를 분석했다. 수은 안전 동위원소는 배출원마다 고유한 ‘지문’을 가지는데, 연구팀은 이런 과학적 특징을 이용해 플랑크톤 속 수은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추적했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유입되어 생물체에 축적된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또한, 바다로 유입되는 수은의 경로를 분석한 결과, 육지에 가까운 해역에서도 최소 60% 이상이 강이 아닌 대기를 통해 들어온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는 국제 수은 협약이 강조하는 대기 배출 감축 정책의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권세윤 교수는 “수은 연구가 시작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아시아 산업활동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 어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해 늘 아쉬움이 있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수은의 ‘출처’를 정량적으로 밝혀 세계 공중보건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WHOI 로라 모타(Laura Motta) 박사는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 가장 기본에 있는 생물로, 이를 통해 생물체에 흡수되는 수은의 양과 경로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라며 “해양 생태계와 인류를 위한 국제 정책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 해양수산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3247-025-02555-z 1. 안정동위원소 : 스스로 방사성 붕괴하지 않는 동위원소로 방사성을 띠지 않은 동위원소를 의미한다.
환경 이형주 교수팀, 기후변화 시대, 가뭄·산불 복합 재해가 초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 규명
[POSTECH, 가뭄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에 미치는 산불의 기여도 분석] 맑은 하늘이 갑자기 뿌옇게 변할 때, 우리는 보통 자동차 매연이나 공장 굴뚝을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또 다른 범인이 있다. 바로 가뭄과 산불이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이형주 교수, 통합과정 신민영 · 김나래 씨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상으로 15년간의 데이터를 활용해 가뭄과 산불이 복합적으로 초미세먼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인 ‘Environment International’ 온라인판에 실렸다. ‘초미세먼지(이하 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µm) 이하인 미세한 입자로 숨을 쉴 때 폐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주목한 이유는 이 지역의 특수한 기후 때문이다. 건조한 날씨로 가뭄이 잦고, 그로 인해 대형 산불이 빈번히 발생한다. 하지만 이 지역과 관련해 지금까지 가뭄과 산불이 복합적으로 대기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장기간·대규모로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의 대기질 관측 자료와 컴퓨터 모델링 데이터를 활용했다. 가뭄 정도를 ‘경미’, ‘중간’, ‘심각’, ‘극심’ 네 단계로 구분한 뒤, 단계별 PM2.5 농도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가뭄이 심해질수록(가뭄지수 SPEI 한 단계당) PM2.5 농도가 평균 1.5㎍/㎥씩 증가했다. 특히, 가뭄이 심할수록 산불 발생 위험도 커져 가뭄이 한 단계 심해질 때마다 산불 발생 확률은 약 90% 높아졌다.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산불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PM2.5 농도가 평소보다 평균 9.5㎍/㎥까지 높아졌다. 산불의 영향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도 눈에 띈다. 가뭄으로 인한 초미세먼지 증가는 대부분 산불 때문이었다. 실제로 가뭄 단계가 심해져도 산불이 발생하지 않으면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시대에 중요한 경고를 던진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가뭄과 산불이 더 잦아지고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국내 일부 지역에서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 사례가 늘고 있어, 깨끗한 공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배출원 관리를 넘어 산불 관리와 예방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형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뭄·산불·대기오염 사이의 복합적 관계를 장기간 자료로 정량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한국도 주기적으로 가뭄을 겪고 있고, 최근 대형 산불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이번 결과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산불 예방과 관리가 대기질 개선과 건강 보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OI: https://doi.org/10.1016/j.envint.2025.109678
환경 감종훈 교수팀, “15년마다 대홍수·가뭄 온다”…AI가 내다본 위기
[POSTECH, 인공지능 모델로 파키스탄 미래 하천 전망 데이터 보정 기술 개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홍수와 가뭄 같은 극한 기상 재해가 더 빈번하고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고산지대는 가장 직접적으로 기후 변화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감종훈 교수팀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대형 홍수'와 '극심한 가뭄'이 앞으로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연구팀이 주목한 지역은 ‘파키스탄’이다. 인더스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이 국가의 생명줄 역할을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 적설량이 크게 변동하면서 수자원 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1 국가로 선진국에 비해 경제적·기술적 인프라가 부족하여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연구가 미흡했다. 감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를 활용했다. 기존 기후모델은 파키스탄 같은 고산지대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좁은 골짜기나 가파른 산맥 등 복잡한 지형의 변화를 과소평가하거나 강수량을 과대 추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과거 하천 유량 데이터를 실제 관측값과 비교하며 여러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동시에 적용해 과거 발생한 이상 기후 현상들의 예측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AI 모델이 보정한 데이터는 기존 모델보다 신뢰성이 훨씬 높았다. 분석 결과, 인더스강 상류에서는 약 15년마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대홍수와 극심한 가뭄이 반복될 수 있으며, 주변 하천은 그 주기가 약 11년으로 더 짧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으로 파키스탄 정부가 일괄적인 물 관리 정책에서 벗어나, 각 하천 유역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기후 위기 시대에 과학 기술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극한 홍수와 가뭄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기술은 결국 인류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감종훈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AI 기술은 기후모델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여줄 것”이라며,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고 관측데이터가 부족한 다른 고산지대나 물 부족 국가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기후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박사과정 라자 하산(Raza, Hassan) 씨 연구팀이 중국 쑨얀센대(Sun Yan-sen University) 왕다강 교수팀이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는 대기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과 BK21 FOUR Program 지원으로 수행됐다. 라자 하산은 Global Korean Scholarship의 지원을 받았다. DOI: https://doi.org/10.1088/1748-9326/adf130 1. Global South: 기후변화에 기여도가 낮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성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국가를 말한다.
첨단원자력/환경 엄우용 교수팀, 위험한 원전 폐수 속 삼중수소, 한 겹의 그래핀으로 안전하게 차단한다
[POSTECH, 액체상 수소 동위원소 분리 기술 개발 방사성 폐수에서 삼중수소 잡는다] 첨단원자력공학부·환경공학부 엄우용 교수 연구팀이 방사성 폐수 속 위험한 삼중수소를 액체 상태에서 분리할 수 있는 그래핀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 전 세계 방사성 폐수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을 모으며, 미국 화학회(ACS)에서 발간하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삼중수소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성되는 방사성 수소로, 대부분 물 분자 형태로 존재한다. 인체에 유입되면 내부에서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삼중수소를 기체 상태에서만 분리할 수 있을 뿐, 액체 상의 삼중수소 제거는 큰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그래핀(graphene)’에 주목했다. 원자 한 겹 두께의 그래핀은 양성자만을 통과시키고, 삼중수소를 포함한 다른 방사성핵종은 차단하는 특수한 분리 능력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고분자 전해질 막인 ‘나피온(Nafion)’의 수용액 상에서의 치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테플론(PTFE)’을 기반 멤브레인에 나피온을 합침시킨 후, 그 위에 그래핀을 전사하여 최종 분리막을 완성했다. 그 결과, 전기장을 가해주었을 때 가벼운 수소 이온(H⁺)은 막을 빠르게 통과하지만, 무거운 중수소(²H)와 삼중수소(³H)는 막을 통과하지 못하고 농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수소 동위원소는 이동 시 더 큰 에너지 장벽을 느껴 이동이 억제됨을 입증한 것이다. 이때 그래핀을 통한 수소와 중수소 간 분리 효율을 나타내는 분리계수는 6에 달했고, 농도 차이에 의한 확산 실험에서도 삼중수소가 양성자보다 멤브레인을 통해 3.1배 느리게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원전 폐수처럼 상온 액체 상태에서도 높은 수준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상용화된 기술인 극저온 증류 및 촉매 교환방식은 매우 낮은 분리계수를 나타내므로 높은 공정비용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polymer electrolyte membrane water electrolysis, PEMWE)’ 공정에 해당 멤브레인을 적용하여 물 상태 그대로 상온에서 삼중수소를 걸러낼 수 있다. 이를 적용하면 후쿠시마 오염수 등 글로벌 원자력 발전소 방사성 폐수를 효과적이고, 무엇보다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엄우용 교수는 “이번 기술은 원자력과 핵융합 산업의 방사성 폐수 문제 해결 및 삼중수소 활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제1저자인 김효주 씨는 “그래핀이 수소 동위원소 분리에 전기 이동과 확산 조건에서 각각 어떻게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했다”라며 “이차원 물질을 활용한 동위원소 분리 기술 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역원자력산업 기반 에너지기술공유대학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21/acsami.5c08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