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융합 김동성 교수 연구팀, 장 조직 환경 구현한 차세대 오가노이드 배양막 개발
[돼지 대장에서 뽑아낸 성분으로 실제 장과 똑 닮은 배양막 개발] 우리 몸속 장은 부드럽고 유연한 조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장 세포를 키우는 배양 환경은 실제 장과는 크게 달랐다. 세포가 자라는 배양 플랫폼이 실제 장 조직보다 훨씬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였기 때문이다. 세포가 자라는 환경을 실제 장과 더 비슷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국내 연구진이 장 조직의 고유한 성분뿐 아니라 부드러운 물리적 환경까지 함께 구현한 새로운 세포 배양막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동성 교수, 기계공학과 김현지 박사 연구팀은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윤재승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실제 장 조직의 생화학적 성분과 물리적 특성을 동시에 모사한 새로운 세포 배양막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장 오가노이드(organoid)’는 줄기세포로 만든 일종의 ‘미니 장’이다. 실제 장의 다양한 세포와 기능을 재현할 수 있어 질환 연구와 약물 평가 등에 활용되며, 실험 편의를 위해 오가노이드에서 얻은 세포를 얇은 배양막 위에 펼쳐 키우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배양막이다. 기존에 사용되는 합성 고분자 막은 실제 장보다 훨씬 단단하고, 장 조직 고유의 세포외기질 성분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한다. 세포는 장을 모사했지만, 정작 세포가 자라는 환경은 실제 장과 달랐던 셈이다. 이는 단순히 배양막의 ‘촉감’만 다른 문제가 아니다. 세포는 성장인자나 단백질 같은 생화학적 신호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단단함과 구조 같은 물리적 신호도 감지한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은 세포의 증식과 분화, 조직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장과 유사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 조직의 성분과 물리적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조건을 하나의 배양막에 구현하는 데 주목했다. 먼저 ‘전기방사(electrospinning)1)’ 기술을 이용해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섬유로 이루어진 초박막 나노섬유 지지체를 제작했다. 여기에 돼지 대장 조직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 성분만 남긴 탈세포화 세포외기질(decellularized ECM, dECM)2)을 결합했다. 이렇게 개발된 C-NaDE3) membrane은 나노섬유 지지체의 안정적인 구조와 장 조직 유래 dECM의 조직 특이적 성분을 동시에 갖도록 설계됐다. 특히 기존 합성 배양막과 달리 장 조직에 가까운 부드러운 물리적 환경까지 구현함으로써, 세포가 실제 몸속에서 경험하는 미세환경을 보다 충실하게 재현했다. 효과는 세포 수준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이 사람 대장 오가노이드에서 얻은 상피세포를 새로운 배양막에서 키운 결과, 장 줄기세포 유지와 세포 증식에 관련된 특성이 향상됐다. 또한 기존 배양 조건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찰하기 어려웠던 일부 분비계열 세포(secretory cell lineage) 관련 유전적 마커가 증가했으며, 형성된 상피세포층 역시 실제 장 조직의 형태학적 특징을 보다 잘 나타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특정 단백질이나 성장인자를 추가하는 기존 접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세포가 살아가는 조직의 ‘성분’과 ‘물리적 환경’을 함께 재현했다는 점이다. 즉, 장 조직이 제공하는 생화학적 신호(biochemical cues)와 조직의 부드러움과 같은 물리적 신호(biophysical cues)를 동시에 구현해 기존 합성 배양막과 실제 생체조직 사이의 차이를 줄였다. 이번 기술은 기존 세포 배양 장치뿐 아니라 미세유체 기반의 organ-on-a-chip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장 질환 모델링과 약물 반응 평가, 장 장벽 기능 분석은 물론 장내 미생물과 장 상피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플랫폼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OSTECH 김동성 교수는 “기존 장 오가노이드 모델은 다양한 장 세포를 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평면 배양 과정에서는 실제 조직과 물리적·생화학적 특성이 다른 합성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장 조직 고유의 성분과 실제 조직에 가까운 물리적 환경을 하나의 배양막에서 함께 구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차의과학대학교 윤재승 교수는 “세포는 성장인자나 단백질뿐 아니라 주변 환경이 얼마나 단단한지와 같은 물리적 특성에도 반응한다”며 “이번 연구는 장 조직의 생화학적·물리적 미세환경을 동시에 재현함으로써 보다 생체와 유사한 장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배양 시스템이나 미세유체 칩에도 적용할 수 있어 향후 장 질환 연구와 약물 평가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과 장 조직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국가연구소(NRL)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사업과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hm.202501510 1. 전기방사(electrospinnin): 전기의 힘을 이용해 액체 상태 고분자를 아주 가느다란 실처럼 뽑아내는 기술이다. 솜사탕 기계가 설탕을 가는 실로 뽑아내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2. dECM(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 탈세포화 세포외기질로 조직에서 세포는 제거하고, 세포를 지탱하던 뼈대 성분(콜라겐, 단백질 등)만 남긴 물질이다. 세포가 자라던 원래 환경의 성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실제 조직과 비슷한 배양 환경을 만드는 데 쓰인다. 3. C-NaDE(colon-specific nanofiber-supported 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 대장 특이적 나노 섬유 지지 탈세포화 세포외기질로 돼지 대장에서 얻은 탈세포화 세포외기질을 초박막 나노 섬유 지지체와 결합해 만든 세포 배양막이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무질서 속 숨은 질서” 빛을 다루는 나노 소자, 설계 쉬워진다
[복잡한 메타표면 속 '숨은 주기'를 찾아내는 새 해석법 제시] 증강현실(AR) 안경, 머리카락보다 얇은 렌즈, 손끝에 떠오르는 홀로그램. SF 영화에서 보던 이 기술들에는 핵심은 '메타표면'이라는 나노 소자가 있다. 빛의 파장보다 작은 나노 구조물로 빛의 방향과 색을 마음대로 제어하는 마법 같은 기술이다. 이 강력한 기술에는 오랫동안 연구자들의 발목을 잡아 온 골칫거리가 있었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를 해결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김석우 박사 연구팀이 무질서한 나노 구조 속에 숨은 반복 규칙을 찾아내, 메타표면을 빠르고 정확하게 설계하는 길을 열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메타표면’으로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려면 구조물 크기와 방향을 조금씩 다르게 배치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구조물을 하나씩 다르게 배치할수록 전체 모양이 복잡해지고 표면을 규칙적으로 채우던 반복 패턴인 '주기성'이 깨져 소자가 빛을 어떻게 조절할지 계산하기 어려워졌다. 규칙성이 있다면 일부만 계산해도 전체 특성을 예측할 수 있지만, 구조가 제각각이면 수많은 구조물을 하나씩 계산해야 한다. 심지어, 가로세로 수 cm 크기의 메타표면에는 10억 개가 넘는 구조물이 들어가 이를 컴퓨터로 계산하려면 막대한 시간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기존에는 구조를 단순하게 가정하거나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했다. 연구팀은 ‘겉보기에는 복잡해도 그 안에 반복되는 규칙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무아레(Moiré) 무늬1)'에서 찾았다. ‘무아레 무늬’는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두 패턴이 조금 어긋나 겹칠 때 나타나는 커다란 물결 모양 무늬다. 얇은 모기장이나 커튼을 두 장 겹쳤을 때 어른거리는 무늬가 대표적인 예다. 연구팀은 메타표면을 이루는 기본적인 배열과 빛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더해진 변화를 서로 다른 두 패턴이 겹친 것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두 패턴의 각도와 간격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복잡해 보이던 구조 안에서도 큰 반복 패턴이 다시 나타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쉽게 말해, 겉으로 하나하나 다른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나노 구조물 속에서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작은 반복 단위’를 찾아낸 것이다. 그 덕분에 거대한 메타표면 전체를 일일이 계산할 필요가 없어졌다. 10억 개가 넘는 구조물로 이루어진 소자라도 수십 개의 나노 구조물로 구성된 작은 단위만 계산하면 전체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실제 메타표면 소자를 제작해 예측한 것과 같이 빛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빛과 원치 않는 방향으로 퍼지는 빛을 구분해 소자의 성능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원리는 빛뿐 아니라 소리, 전자, 진동처럼 '파동'으로 움직이는 모든 시스템에 두루 쓸 수 있어, AR·VR용 광학 소자나 고효율 나노 렌즈를 더 빠르고 정밀하게 설계하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노준석 교수는 "무질서해 보이는 구조 속에서 숨은 질서를 찾아내는 이 방법은 차세대 광학 소자 개발에 속도를 더할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4150-5 1. 무아레(Moiré) 무늬: 두 개의 규칙적인 패턴이 조금 어긋나 겹칠 때 나타나는 더 큰 물결 무늬를 말한다.
인문 정진호 교수 연구팀, “'착한 고기'는 제값 받고 있을까?” 지구 생각한 고기, 지갑도 알아봤다
[美 육류 판매 데이터 75만 건 분석… 지속가능성 라벨 프리미엄 확인] '유기농' 라벨이 붙은 고기는 대개 조금 더 비싸다. 그 뒤엔 환경을 위한 노력이 담겨 있는데, 시장은 이 노력에 제값을 매기고 있을까. POSTECH 정진호 교수 연구팀이 실제 미국 마트 판매 데이터로 답을 확인했다. POSTECH 인문사회학부 정진호 교수는 미국 농무부(USDA) 다니엘 우퍼(Danielle J. Ufer) 박사, 퍼듀대 농업경제학과 니콜 위드마르(Nicole O. Widmar) 교수, 마리아 베리코우(Maria Berikou) 연구원, 오클라호마주립대 농업경제학과 제이슨 러스크(Jayson L. Lusk) 교수 연구팀과 함께 75만 건의 실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마트 가격표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지속가능성 라벨'의 프리미엄을 데이터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현지 기준으로 지난 12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최근 게재됐다. ‘유기농’, ‘온실가스 저감’, ‘목초 사육’ 같은 '지속가능성 라벨'은 그 고기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 알려준다.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정보이면서 생산자에게는 친환경 생산에 더 든 비용을 값에 반영하고 제품을 차별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라벨이 실제 시장에서 그만큼 값을 인정받느냐다. 그간 연구는 '친환경 고기라면 돈을 더 낼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이 대부분이었고, 정말 얼마나 더 비싸게 팔리는지는 밝혀진 적이 없었다. 마트 가격표만으로는 이를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유기농 소고기가 비싼 이유가 라벨 덕인지, 부위가 좋아서인지, 비싼 매장이라서인지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웹스크래핑을 활용하여 미국 20개 주요 식료품 체인의 342개 온라인 매장에서 2022년 9월 한 달간 소·닭·돼지고기 판매 정보 약 75만 건을 모으고, 부위와 지역, 유통업체, 판촉 여부 등 조건을 걷어내고 오직 '라벨' 하나가 값을 얼마나 올리는지 분리해 냈다. 마트 몇 곳을 둘러봐선 알 수 없는, 전국 규모로 '라벨의 값'을 뽑아낸 것이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라벨 제품이 일반 고기보다 비쌌다. 소고기는 목초 사육과 유기농이 각각 약 33%, 닭고기는 목초 사육이 약 17% 더 비쌌고, 돼지고기는 유기농이 약 43%로 값이 가장 높았다. 눈여겨볼 점은 이 차이가 단순히 원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기농이나 목초 사육은 손이 더 가니 그렇다고 쳐도, '온실가스 저감', '비유전자변형(Non-GMO)'처럼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도, 원가와 딱 맞아떨어지지도 않는 라벨에도 더 높은 값이 매겨졌다. 시장 데이터로 값이 매겨진 적이 거의 없었던 '온실가스 저감' 라벨마저도 그랬다. 소비자들이 '환경을 위한 가치' 그 자체를 알아보고 값을 치른다는 뜻이다. 또한, 같은 라벨이라도 고기 종류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유기농 돼지고기는 프리미엄이 43%였지만 닭고기에선 7% 수준에 그쳤다. 이는 미국 양돈산업의 생산방식이 워낙 효율화되어 있어 특수한 방식으로 바꿀 때 비용이 크게 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시장은 '착한 생산방식'에 실제로 보답하되, 그 크기는 고기와 라벨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이번 연구는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으로 시도하는 생산자에게 실질적인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을 생각한 노력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친환경 생산방식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POSTECH 정진호 교수는 "이 방법은 다른 품목이나 국가로도 확장할 수 있어 한국 식품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라며 "다만 한 달간의 자료에 기반한 만큼, 계절과 판촉 주기를 반영한 시계열 분석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농무부(USDA) 국립식품농업연구소(NIFA) Hatch 사업과 미국 농무부(USDA) 경제조사국(ERS)의 협력연구 과제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53190
물리/융합 신희득 교수 연구팀, 어둠 속 숨은 표적, '빛의 쌍둥이'가 한눈에 찾아낸다
[잡음 1,000배 환경서도 여러 표적 한눈에 찾는 양자 LiDAR 개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만으로 여러 물체의 위치를 한꺼번에 알아낼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이 빛을 한 방향씩 훑어가며 찾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여러 표적의 거리와 방향을 한 번에 읽어내는 새로운 양자 LiDAR(라이다)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Laser & Photonics Reviews'에 최근 게재됐다.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빛을 쏜 뒤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물체의 거리·위치를 알아내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차가 주변을 인식하는 데는 물론, 지형 측량과 우주 탐사 등에도 두루 쓰인다. 하지만 상대방이 관측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스텔스형 탐지처럼 빛을 매우 약하게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표적에서 되돌아오는 빛이 주변의 배경광보다 약해서 원하는 신호를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기존 LiDAR는 대부분 공간을 한 방향씩 훑는 '순차 스캔' 방식이다. 손전등으로 어두운 방을 한 곳씩 비춰보는 것처럼 표적을 차례로 찾기 때문에 여러 방향의 정보를 한꺼번에 빠르게 얻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양자 광원에서 빛 알갱이인 '광자'가 쌍을 이루어 생성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광자쌍은 두 광자의 파장과 생성 시각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한 광자의 파장을 알면 그 짝 광자의 파장을 알 수 있다. 또 두 광자가 함께 만들어졌다는 시간 정보를 이용하면, 주변의 수많은 잡음 속에서도 진짜 표적 신호를 골라낼 수 있다. 이처럼 쌍둥이 광자들이 공유하는 파장과 시간 정보를 탐지에 활용한다는 점이 이번 ‘양자 라이다’ 기술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파장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광자쌍을 이용해 여러 방향을 병렬로 탐지하는 양자 라이다를 고안했다. 표적으로 보내는 광자는 만들어질 때마다 파장이 무작위로 정해지고, 회절격자를 통과하면서 파장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을 것 같지만, 짝 광자의 정보를 이용하면 표적 광자의 파장을 알아낼 수 있어 그 광자가 향한 방향을 알 수 있다. 기존 라이다가 빛의 방향을 하나씩 바꿔가며 주변을 훑었다면, 이번 기술은 광자의 무작위적인 파장과 광자쌍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여러 방향의 표적 정보를 한꺼번에 읽어낸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표적 신호보다 배경 잡음이 1,000배 강한 환경에서도 여러 표적의 거리와 방향을 측정 한 번으로 구분해 읽어냈다. 여기서 "한 번에 본다"라는 말은 카메라처럼 모든 방향을 순간적으로 찍는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방향의 통로를 열어둔 채 광자가 도착할 때마다 어느 방향의 신호인지 구분한다는 의미다. 이 기술은 몰래 관측해야 하는 저조도 환경에서 특히 중요하다. 빛을 강하게 쏠 수 없어 신호는 약하고 잡음은 커지는 상황에서도, 쌍둥이 광자 연결성이 진짜 표적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연구는 양자 라이다가 잡음에 강한 센싱을 넘어, 기존 순차 스캔과는 전혀 다른 병렬 탐지 구조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광원과 검출 효율, 시스템 집적도가 개선되면 양자 계측, 저조도 이미징, 원격탐사 등 분야로 응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신희득 교수는 "아직 원리 검증 단계지만, 저조도 환경에서 여러 표적 정보를 동시에 읽어내는 새로운 양자 라이다 구조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POSTECH 물리학과·융합대학원 신희득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대학ICT연구센터(ITRC) 지원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lpor.71592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렌즈 두께는 얇게, 컬러는 선명하게” AR·VR 안경 두 마리 토끼, 연속으로 잡았다
[정밀 제작에서 대량생산까지... 메타렌즈 상용화 이끌 기술 Nature 자매지 연속 게재] 영화에서나 봤던 AR·VR 안경이 두꺼운 렌즈 뭉치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안경알 하나로 완성될 수 있다. 상상이 일상이 되는 순간이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 POSTECH 연구진이 '메타렌즈'로 선명한 풀 컬러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잇달아 개발하고, 이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연속 게재했다. 이번 성과는 성능과 대량생산이라는 메타렌즈 상용화의 두 숙제를 동시에 풀어낸 셈이라 더욱 주목을 모으고 있다. ‘메타렌즈’는 나노 구조들을 촘촘히 배열해 빛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모아주는 얇은 렌즈다. 유리 렌즈를 여러 장 겹쳐 쓰던 기존과 달리 렌즈 한 장으로 같은 역할을 해, AR이나 VR 안경처럼 가볍고 얇은 기기를 만들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문제는 RGB(빨강·초록·파랑) 빛을 한 점에 정확히 모으는 '무색수차' 성능이다. 이 성능을 값싸고 대량생산이 쉬운 저굴절률 소재로 구현하는 일이 매우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메타렌즈를 이루는 나노 기둥 '메타아톰'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지금까지는 메타아톰의 가로 폭만을 조절하여 빛을 다뤘다면, ‘높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더한 것이다. 같은 모양의 건물이라도 층수를 다르게 지어 도시 풍경을 다양하게 꾸미듯, 메타아톰마다 높이를 다르게 세워 RGB 빛을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모을 수 있게 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이광자 리소그래피(Two-photon Lithography)'라는 3D 정밀 인쇄 기술로 복잡한 입체 나노 기둥을 직접 찍어냈다. 연구팀은 미리 만들어둔 다양한 나노 기둥 설계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인공지능이 위치마다 가장 알맞은 설계를 자동으로 골라 배치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비교적 값싼 저굴절률 재료만으로도 색이 번지지 않는 풀 컬러 메타렌즈를 만들고, OLED 디스플레이와 결합한 실험에서 선명한 컬러 이미지를 확인했다. 이어 진행한 두 번째 연구는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그레이스케일 전자빔 리소그래피(Grayscale Electron-beam Lithography)'로 높이 정보가 새겨진 나노 틀(템플릿)을 만들고, 이를 도장처럼 찍어내는 '나노임프린트(nanoimprint)' 공정에 적용했다. 기존 나노임프린트는 같은 높이의 패턴만 반복해 찍어낼 수 있었지만, 이번 기술은 서로 다른 높이의 구조도 한 번에 찍어낼 수 있어 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두 연구는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저굴절률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험실에서 가능했던 3D 메타렌즈를 실제 산업현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기술로 끌어올린 것이다. 메타렌즈의 성능과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술을 나란히 확보하면서, 메타렌즈 상용화의 두 축을 동시에 세운 셈이다. 연구를 이끈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차원 나노 공정기술을 통해 AR·VR용 풀 컬러 무색수차 메타렌즈를 실제 산업에서 활용하기 위한 제조 기술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더 가볍고 얇은 AR·VR 안경과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물론, 이미징이나 광학센서 같은 다양한 광학 산업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POSCO 산학융합연구소, 한국연구재단 (초실감 나노 소재기술 개발, 한-영 과학기술협력창구사업, 글로벌융합연구지원, 개인기초연구,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연구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103-2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940-1
신소재/융합 한세광 교수 연구팀, 빛만 있으면 피부 상처 걱정 끝
[실내등·햇빛을 적색광으로 바꾸는 착용형 광치료 패치 개발]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이 영혼의 나무(Tree of Souls) 아래에서 빛으로 상처를 치료하듯, 이제 사람의 피부 상처도 일상의 빛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융합대학원 한세광 교수, 신소재공학과 석사과정 조경주 씨, 김성종 박사 연구팀이 건국대 김혜민 교수 연구팀과 함께 별도의 배터리나 전원 없이 실내등이나 햇빛만으로 상처 봉합과 조직 재생을 동시에 돕는 착용형 패치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최근 빛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특정 파장의 빛을 상처에 쬐면 경계면의 콜라겐이 서로 이어져 실이나 접착제 없이 상처가 봉합되고(광화학적 조직 접합1)), 세포 대사와 염증 반응이 조절되면서 새살이 빠르게 돋는다(광 생체 조절2)). 흉터를 줄일 수 있고 몸에 칼을 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치료법이다. 문제는 '빛을 어떻게 공급하느냐'다. 광 치료 장치는 LED나 레이저, 광섬유, 배터리 같은 외부 전원이 필요한데, 주렁주렁 매달린 장치를 얼굴처럼 눈에 띄는 부위에 오래 붙이고 다니기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실내등이나 햇빛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핵심은 이러한 일상속 빛을 치료에 필요한 적색광으로 전환하는 발광 입자(RSLP3))다. 칼슘-스트론튬 황화물 기반 소재에 유로퓸(Eu)과 툴륨(Tm)을 첨가하고, 결함과 이종접합 구조를 활용해 넓은 파장대의 빛을 흡수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자는 상처 치료에 적합한 640nm 부근의 적색광을 방출하며, 빛이 잠시 끊겨도 어둠 속 야광별처럼 잔광을 낸다. 이 입자가 내뿜는 적색광은 광감작제(Ce64))를 활성화해 상처 경계면의 콜라겐을 엮어 절개 부위를 봉합하고, 섬유아세포 증식과 세포 이동을 촉진하며 염증을 완화해 새살을 돋운다. 봉합과 재생이라는 두 가지 일을 빛 하나로 동시에 해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입자를 신축성이 좋은 실리콘 소재(Ecoflex)에 고르게 넣어 피부에 밀착되는 패치로 만들었다. 접착층으로 쓰인 하이드로젤 덕에 피부가 움직여도 잘 붙고, 늘리거나 접어도 발광 성능이 그대로 유지된다. 환자가 실내등 아래 있거나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 LED와 배터리 없이 치료용 빛이 공급되는 셈이다. 동물모델 실험 결과, 효과는 뚜렷했다. 절개 상처에 12시간 동안 패치를 붙였을 때, 상처가 빠르게 봉합되고 조직 재생이 촉진됐다. 원형 상처 역시 기존보다 빠르게 회복됐다. 그뿐 아니라 정상 성인의 얼굴 피부를 대상으로 한 예비 인체 평가에서도 9시간 동안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피부 탄력 회복이 개선되고 붉은 기가 완화됐다. 이 연구가 그리는 미래는 명확하다. 수술 후 상처 관리나 피부 재생 치료를 병원에 매여 있지 않고 일상에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세광 교수는 "일상에서 쉽게 얻는 빛을 이용해 외부 전원 없이도 상처 봉합과 재생을 동시에 유도한 성과"라며 "환자가 병원 밖에서도 손쉽게 관리를 이어갈 수 있는 차세대 착용형 광의학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 한국연구재단 BRIDGE연구사업, KOBRA 프로젝트, 기초과학연구사업, 한국의료기기개발기금, B-IRC 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73965 1. 광화학적 조직 접합(PTB, Photochemical Tissue Bonding): 빛과 광감작제를 이용해 상처 경계면의 콜라겐 사이에 결합을 형성함으로써 조직을 붙이는 기술이다. 2. 광 생체 조절(PBM, Photobiomodulation): 낮은 세기의 특정 파장 빛으로 세포 대사, 염증 반응, 조직 재생을 조절하는 광치료 방식이다. 3. RSLP(Room light- and sunlight-activatable luminescent particles): 실내등과 햇빛을 흡수해 치료용 적색광을 방출하는 발광 입자. 이번 연구에서는 CaSr(S,SO4):Eu,Tm 기반 입자를 사용했다. 4. Ce6(Chlorin e6): 적색광에 반응하는 광감작제의 하나로, 빛을 받으면 콜라겐 교차결합을 유도하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구조물 안전 진단 위한 ‘진동의 길’, 메타표면으로 설계하다
[금속 구조물 내부 진동 모드 구분·에너지 집중 기술 개발] 건물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은 붕괴 전 미세한 진동으로 이상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구조물 내부 진동은 다양한 형태가 섞여 있고,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진동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특정 위치로 모아 선명하게 분석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이건 씨 연구팀이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비파괴측정그룹 승홍민 박사·김승일 씨 연구팀과 함께 ‘메타표면1)’을 활용해 금속 구조물 내부 진동 이동 경로를 제어하는 연구 논문 두 편을 기계공학 및 신호처리 분야의 권위지인 'Mechanical Systems and Signal Processing' 동일호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1일 나란히 게재했다. 두 연구는 모두 ‘메타표면’으로 진동이 이동하는 경로를 제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서로 다른 진동을 각기 다른 위치로 보내 종류를 구분하고, 다른 하나는 흩어지는 진동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 미세한 신호를 강화하는 기술이다. 첫 번째 연구는 진동 종류를 구분하는 기술이다. 진동은 흔들리는 방향과 형태에 여러 모드로 나뉜다. 같은 구조물에서도 위아래로 휘거나 앞뒤로 늘었다 줄어드는 등 모드가 다양해 기존에는 센서 여러 개로 넓은 영역을 측정한 뒤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했다. 연구팀은 진동의 이동 경로를 제어하는 메타표면을 정밀하게 설계해 ‘길 안내판’처럼 작동하게 했다. 이 구조는 진동 모드에 따라 진동이 다른 위치에 도달하도록 유도했고, 덕분에 진동이 도달한 위치만 확인해도 별도의 복잡한 계산 없이 어떤 모드인지 물리적으로 바로 판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분산된 진동 에너지를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기술이다. 실제 구조물의 진동은 다양한 주파수가 섞여 있어 특정 위치에 모으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진동 방향을 제어하는 '탄성 메타표면'에 진동 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해 자연스럽게 중심부로 진동을 유도하는 '경사굴절률 구조'를 결합했다. 그 결과, 블랙홀이 빛을 끌어당기듯 진동 에너지가 중심으로 모였고, 40kHz(킬로헤르츠)부터 100kHz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에서 진동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두 기술은 외부 전원 없이도 작동하며, 압전(눌리거나 흔들릴 때 전기를 만드는 원리) 소자와 결합하면 진동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할 수 있다. 이 기술들은 교량, 항공기, 배관, 저장탱크처럼 전원 공급이나 센서 교체가 어려운 대형 구조물 안전 진단에서 잠재력이 크다. 나아가 구조물 진동 에너지 자체를 이용해 저전력 무선 센서를 구동하는 자가발전형 모니터링 시스템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POSTECH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구조물 내부의 진동을 상태 정보를 담은 '숨은 언어'로 바라본 데서 연구를 출발했다"라며 "진동이 이동하는 길을 설계하는 이 기술이 미래 구조물 안전 진단의 새로운 감각기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주)포스코홀딩스(N.EX.T IMPACT) 메타표면 기반 평면광학기술 연구소,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중견연구사업, KRISS 기본사업(시설물 지능형 모니터링의 가용성 혁신을 위한 디지털 안전 측정 기술 개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ymssp.2026.114565 ▶️ DOI: https://doi.org/10.1016/j.ymssp.2026.114525 1. 메타표면(metasurface): 빛, 소리, 진동 등 파동 진행 방향과 특성을 제어하도록 설계한 인공 구조체다.
물리/융합 서준호 교수, 이길호 교수 연구팀, 한국 첫 ‘QuantERA’ 나란히 선정
[총 287건 중 39건만 통과... 초전도 소자부터 나노 역학까지 양자 연구 저변 입증] 한국이 국제 양자기술 공동연구 프로그램인 ‘QuantERA(퀀테라)’에 처음 참여한 가운데, 국내에서 선정된 두 연구팀이 모두 POSTECH에서 나왔다. POSTECH 물리학과 서준호 교수팀은 ‘ENTUNE’, 이길호 교수팀은 ‘STAQuS’ 프로젝트에 각각 선정돼 유럽과 한국의 주요 양자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한국의 첫 QuantERA 공모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POSTECH 연구팀 두 곳이 각각 독립적인 국제 평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국내 양자과학 연구의 국제적 경쟁력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QuantERA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원 아래 각국 연구지원기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다자간 양자기술 연구지원 네트워크다. 양자컴퓨팅과 양자통신, 양자센싱·계측, 양자시뮬레이션 및 기초 양자과학 등 단일 국가나 기관만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도전적인 연구를 여러 국가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추진하도록 지원한다. QuantERA 과제는 여러 국가의 연구진이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제안서를 제출하고, 다국적 전문가 평가 패널이 연구의 탁월성과 독창성, 기술적 실현 가능성, 국제적 파급효과와 국가 간 협력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이번 ‘QuantERA 2025’ 공모에는 세계 각국 약 1,400개 연구팀이 참여해 총 287개의 국제 공동연구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이 가운데 39개 프로젝트가 최종 선정됐다. 초전도 양자소자부터 나노역학 양자시스템까지 서준호 교수가 총괄하는 ‘ENTUNE’은 나노역학 진동자의 양자상태와 얽힘을 제어해 양자정보의 저장·변환과 초정밀 센싱에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양자 플랫폼을 개발한다. 서 교수는 한국·크로아티아·스웨덴·체코 연구진으로 구성된 국제 컨소시엄을 이끌며, 총연구비는 약 23억3,000만 원이다. 이길호 교수팀이 참여하는 ‘STAQuS’는 초전도 나노소자의 안드레예프 양자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해 외부 잡음에 강한 보호형 큐비트와 양자시뮬레이터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헝가리·프랑스 연구진이 참여하며, 이 교수팀은 소자 제작과 극저온 양자수송 실험을 담당한다. 총연구비는 약 16억7,000만 원이다. 두 프로젝트는 2026년 9월부터 2029년 8월까지 3년간 수행된다. 연구 대상과 접근법은 서로 다르지만, 미래 양자기술의 기반이 될 새로운 양자현상과 양자자원을 탐구하는 원천연구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두 연구팀은 오는 9월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되는 QuantERA 10주년 컨퍼런스에서 킥오프 미팅을 갖고, 향후 유럽 연구진과 장기 공동연구와 연구인력 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의 QuantERA 첫 참여 기반 마련 한국의 QuantERA 참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NRF)이 양자정보과학 인적기반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은 QuantERA 회원기관들과의 협의를 거쳐 한국의 참여 기반을 마련했으며, 한국은 아시아 연구지원기관 가운데 선도적으로 QuantERA III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QuantERA 프로그램의 한국 참여를 총괄한 한국연구재단 백승욱 양자기술단장은 “양자기술단과 한-유럽양자과학기술협력센터는 오랜 기간 유럽 주요국과의 양자기술 다자간 협력 프로그램 참여를 준비해 왔다”며 “이번 성과는 유럽과의 양자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한국이 유럽 내 전략적 양자기술 중점 협력국으로 위상을 강화하는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생명/융합 임신혁 교수 연구팀, 면역 균형 되찾는 '브레이크' 찾았다
[면역 유지·과도한 항체 반응 억제 Tfr 세포 분화 기전 규명]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체계가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면역 기능을 무작정 억누르면 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가 생긴다. 국내 연구진이 정상적인 면역은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면역반응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면역 브레이크’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이혜나 씨 연구팀이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여포 조절 T세포(이하 Tfr1) 세포)’가 만들어지는 핵심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면역억제제와 다른 차세대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자가면역질환은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겪을 만큼 흔한 병이다. ‘루푸스’,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질환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할 항체가 '자가항체'로 변해 자기 몸의 조직을 공격하면서 생긴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면역 기능 전반을 함께 억제하는 경우가 많아 자가면역질환은 잘 잡아도 감염병에 더 쉽게 걸리는 딜레마가 있었다. 연구팀은 과도한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Tfr 세포'에 주목했다. 이 세포는 면역계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Treg2))’에서 분화하는데, 어떤 신호를 통해 만들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다양한 면역 신호 물질(사이토카인)들을 비교해 '인터루킨-6(이하 IL-6)'가 Tfr 세포 분화를 가장 강하게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IL-6가 세포 안에서 'C/EBPα'라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켜고, 이 스위치가 Tfr 세포 형성에 필요한 유전자(Bcl6, Cxcr5) 발현을 유도해 조절 T세포를 최종적으로 Tfr세포로 만드는 전 과정을 규명했다. 실제로 동물실험에서 C/EBPα 유전자를 제거하자 Tfr 세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항체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 증상도 악화됐다. 이는 사람에게서도 확인됐다. 루푸스 환자 혈액 분석 결과, 조절 T세포에서 C/EBPα가 많이 발현될수록 질병 활성도 지표(SLEDAI3))는 낮게 나타났다. 동물실험에서 찾아낸 원리가 실제 환자의 질병 상태와도 일치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IL-6-C/EBPα' 조절 축이 Tfr 세포를 만드는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면역 기능 전체를 억제하는 기존 치료 방식과 달리, 이 경로를 표적으로 삼으면 면역계의 균형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정교한 세포치료제나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임신혁 교수(이뮤노바이옴 대표)는 "IL-6-C/EBPα를 조절해 Tfr 세포 생성과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를 더 정밀하게 치료하는 세포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가면역질환은 물론 알레르기와 암에서도 어떤 역할을 하는지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POSTECH, 이뮤노바이옴(주), 서울대 의대 연구진, 고려대 연구진, 아주대학교병원 연구진등 다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또한, 글로벌박사양성사업,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 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유형2) 및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B-IRC)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5308-x 1. Tfr: T follicular regulatory T cell, 여포 조절 T 세포의 영문명. 체액성 면역 반응을 감시하고 조절하여, 자가항체의 생성을 억제함과 동시에 외부 항원에만 특이적인 항체가 생성되도록 체액성 면역계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2. Treg: Regulatory T cell, 조절 T 세포의 영문법.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여 전반적인 면역계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3. SLEDAI: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Disease Activity Index의 약어.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환자의 질병 활성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임상 정수 지표를 의미한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옆 사람은 못 듣고 나만 듣는 소리, 이제 현실이 된다
[단일 초음파 소자에 메타물질 결합한 초지향성 스피커 개발] 영화 속 첩보요원들처럼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POSTECH 연구진이 특정 사람에게만 말을 건넬 수 있는 스피커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1일 게재되었다. ‘빛’과 ‘소리’는 성질이 다르다. 손전등이나 레이저처럼 빛은 한 방향으로 곧게 뻗어 나가지만, 소리는 사방으로 잘 퍼진다. 담장 너머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소리도 빛처럼 원하는 곳으로만 보낼 수는 없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 ‘초지향성 스피커(MiPAL1))’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초음파에 실어 보내면, 원하는 공간에만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대표 기술이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PAL2))’다. 서로 다른 초음파를 공기 중에서 상호 작용 해 특정 방향으로 소리를 모으는 방식이다. 이러한 스피커는 일반 스피커에 비해 훨씬 좁은 범위에 소리를 모을 수 있지만 수십에서 수백 개의 초음파 부품을 정교하게 늘어놓고 하나하나 제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구조도 복잡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간단한 구조의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가 개발됐지만, 이번에는 스피커 진동판이 떨리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진동까지 함께 발생해 소리가 사방으로 새어 나가는 문제가 생겼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메타물질3)을 하나의 초음파 스피커에 결합하는 구조로 이를 해결했다. 먼저 장치 앞쪽에는 '음향 메타표면'을 붙였다. 말하자면 '소리의 렌즈' 같은 부품으로, 진동판에서 나오는 울퉁불퉁한 초음파를 가지런히 정리해, 레이저처럼 곧고 좁은 초음파 빔으로 만든다. 뒤쪽에는 '탄성 메타유닛'을 달았다. 이것은 '소리의 방음벽'에 가까운데, 특정 주파수에서 생기는 불필요한 진동을 눌러 소리가 옆으로 새는 걸 막는다. 앞에서는 소리를 모으고 뒤에서는 잡음을 막는, 말하자면 ‘이중 안전장치’를 단 셈이다. 그 결과, 부품 하나로 500Hz부터 10kHz까지, 4옥타브4)가 넘는 대역에서 원하는 방향으로만 소리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대부분을 아우르는 범위다. 연구팀은 비행기 좌석 상황을 가정한 실험도 진행했다.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각자에게 다른 안내 방송이나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 방송과 음악을 틀어놓고 방향별 소리 세기를 측정했고, 탄성 메타유닛을 붙이기 전과 후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무엇보다 이 기술은 만들기도, 활용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물질 구조 자체가 3D 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는 조립식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좌석 간격이나 각도 등 사용 환경에 맞춰 손쉽게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비행기나 기차에서 옆 사람 방해 없이 각자 원하는 안내 방송이나 콘텐츠를 들을 수 있고,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도 특정 전시물 앞에 선 사람에게만 설명이 들리게 만들 수 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나만 듣는 소리'가 머지않아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노준석 교수는 "메타물질과 초음파 장치를 하나로 설계해 비용과 복잡성, 설계 자유도 한계를 동시에 풀어냈다"라며, "그동안 음향·탄성 메타물질 연구는 원리를 검증하고 개념을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이번 연구는 실제 장치에 메타물질을 녹여내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첫 사례"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문원규 교수, 김웅지 박사, 박사과정 오범석 씨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604-0 1. MiPAL: Metamaterials-integrated Parametric Array Loudspeakers 2.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Parametric Array Loudspeaker, PAL): 서로 가까운 주파수의 강한 초음파 두 개를 공기 중에 함께 방사하면, 공기의 비선형 성질에 의해 두 초음파의 차이 주파수에 해당하는 가청음이 새롭게 생성되는 현상을 이용한 스피커. 일반 스피커와 달리 소리를 좁은 빔 형태로 모아 고지향성 음원을 형성할 수 있다. 3. 메타물질(metamaterial):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미세 구조를 주기적으로 배열해, 일반 재료로는 얻을 수 없는 파동(빛·소리·진동) 제어 특성을 구현한 인공 물질. 본 연구에서는 소리를 다루는 음향 메타물질과 구조 진동을 다루는 탄성 메타물질이 모두 사용됐다. 4. 옥타브(octave): 음높이의 단위로, 한 옥타브는 주파수가 정확히 2배가 되는 음정 차이를 의미한다. 본 연구의 4옥타브 이상 대역(500 Hz~10 kHz)은 사람이 듣는 가청 음역의 대부분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