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융합 임신혁 교수 연구팀, 면역 균형 되찾는 '브레이크' 찾았다
[면역 유지·과도한 항체 반응 억제 Tfr 세포 분화 기전 규명]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체계가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면역 기능을 무작정 억누르면 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가 생긴다. 국내 연구진이 정상적인 면역은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면역반응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면역 브레이크’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이혜나 씨 연구팀이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여포 조절 T세포(이하 Tfr1) 세포)’가 만들어지는 핵심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면역억제제와 다른 차세대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자가면역질환은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겪을 만큼 흔한 병이다. ‘루푸스’,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질환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할 항체가 '자가항체'로 변해 자기 몸의 조직을 공격하면서 생긴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면역 기능 전반을 함께 억제하는 경우가 많아 자가면역질환은 잘 잡아도 감염병에 더 쉽게 걸리는 딜레마가 있었다. 연구팀은 과도한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Tfr 세포'에 주목했다. 이 세포는 면역계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Treg2))’에서 분화하는데, 어떤 신호를 통해 만들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다양한 면역 신호 물질(사이토카인)들을 비교해 '인터루킨-6(이하 IL-6)'가 Tfr 세포 분화를 가장 강하게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IL-6가 세포 안에서 'C/EBPα'라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켜고, 이 스위치가 Tfr 세포 형성에 필요한 유전자(Bcl6, Cxcr5) 발현을 유도해 조절 T세포를 최종적으로 Tfr세포로 만드는 전 과정을 규명했다. 실제로 동물실험에서 C/EBPα 유전자를 제거하자 Tfr 세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항체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 증상도 악화됐다. 이는 사람에게서도 확인됐다. 루푸스 환자 혈액 분석 결과, 조절 T세포에서 C/EBPα가 많이 발현될수록 질병 활성도 지표(SLEDAI3))는 낮게 나타났다. 동물실험에서 찾아낸 원리가 실제 환자의 질병 상태와도 일치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IL-6-C/EBPα' 조절 축이 Tfr 세포를 만드는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면역 기능 전체를 억제하는 기존 치료 방식과 달리, 이 경로를 표적으로 삼으면 면역계의 균형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정교한 세포치료제나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임신혁 교수(이뮤노바이옴 대표)는 "IL-6-C/EBPα를 조절해 Tfr 세포 생성과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를 더 정밀하게 치료하는 세포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가면역질환은 물론 알레르기와 암에서도 어떤 역할을 하는지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POSTECH, 이뮤노바이옴(주), 서울대 의대 연구진, 고려대 연구진, 아주대학교병원 연구진등 다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또한, 글로벌박사양성사업,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 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유형2) 및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B-IRC)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5308-x 1. Tfr: T follicular regulatory T cell, 여포 조절 T 세포의 영문명. 체액성 면역 반응을 감시하고 조절하여, 자가항체의 생성을 억제함과 동시에 외부 항원에만 특이적인 항체가 생성되도록 체액성 면역계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2. Treg: Regulatory T cell, 조절 T 세포의 영문법.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여 전반적인 면역계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3. SLEDAI: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Disease Activity Index의 약어.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환자의 질병 활성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임상 정수 지표를 의미한다.
기계/IT융합/생명/융합 장진아 교수 연구팀, 매일 주삿바늘 대신 '내 몸속 인슐린 공장', 현실이 된다
[전기 자극 입힌 바이오프린팅 플랫폼 개발, 당뇨병 치료 상용화 앞당길까]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연구팀이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췌장 세포에 전기적 신호를 흘려보내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을 최대 4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생명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지환 씨, 미래IT융합연구원 용의중 박사 연구팀이 전도성 잉크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하는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췌장 조직에 균일한 전기 자극을 주는 전기 자극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 안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β(베타)세포가 면역 공격을 받아 사라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건강한 췌장은 혈당이 오르면 자동으로 인슐린을 내보내지만, 제1형 당뇨 환자는 이 기능 자체가 망가져 있다. 현재로서는 인슐린 주사나 펌프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로 췌도1) 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췌도 세포는 혈당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부족했다. 출고된 제품이 실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전기적 환경'에 주목했다. 실제 우리 몸속에 있는 췌도 세포는 끊임없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혈당을 조절하는데, 실험실 배양 환경에서는 이런 전기 활동이 전혀 재현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내놓은 해법은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전기 자극 플랫폼 'CoNECT(Conductive Electrode Navigating Electrical Cue to Tissue)'다. 이름처럼 세포와 전기를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플랫폼의 핵심은 특수 제작한 전도성 잉크에 있다. 생체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전기를 잘 흘릴 수 있도록, 기존 바이오프린팅 소재에 탄소나노소재를 섞어 만들었다. ‘CoNECT’는 전도성 잉크와 세포를 담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해 하나의 구조물로 완성된다. 마치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와 철근을 함께 쓰듯, 전극 역할을 하는 수직 구조물을 조직 안에 세우고 사이사이에 췌장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외기질(dECM2)) 기반 바이오 잉크를 정밀하게 배치했다. 그 결과, 바깥에서 전기를 단순히 흘려보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전극이 조직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자극이 조직 전체에 고르게 전달됐다. 이렇게 자극을 받은 췌도 세포는 세포 간 신호 전달이 활발해졌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향상됐다. 특히 혈당 변화에 따라 인슐린을 얼마나 잘 분비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index’는 전기 자극을 가한 경우 6.66으로 측정되었다. 실제 사람의 췌도에서 측정되는 GSIS3) index가 3-4 수준임을 고려하였을 때, 실험실에서 만든 췌도 세포가 실제 사람의 췌도에 가까운 수준으로 성숙했다는 뜻이다. 장진아 교수는 "전극과 조직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해 줄기세포 유래 췌도 세포 기능을 실제 치료 수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 기술은 당뇨 치료를 넘어 심장과 신경 같은 전기 신호가 중요한 다른 장기 조직 연구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산업기술개발사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600045 1. 췌도: 췌장 안에 섬처럼 흩어져 있는 작은 세포 덩어리로 'Islets of Langerhans(랑게르한스섬)'이라고도 부른다. 2. dECM(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 탈세포화된 세포외기질): 실제 조직에서 세포만 제거하고 남긴 세포 바깥의 구조물을 말한다. 3.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포도당 자극 인슐린 분비):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졌을 때 췌도 베타세포가 이를 감지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반응이다. GSIS 지수가 높을수록 혈당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으로, 췌도 세포 기능적 성숙도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
윤정빈·장진아 교수 공동 연구팀, “신약, 왜 항상 임상에서 실패하나…” 사람 장기 닮은 오가노이드칩 기술 총망라
[동물실험 한계 넘어 인간 생리 재현하는 오가노이드칩 리뷰 논문 발표] POSTECH 기계공학과 윤정빈 연구조교수,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생명과학과 장진아 교수, 일본 교토대 류지 요코가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신장·방광 오가노이드-온-칩 기술 발전 흐름을 정리한 리뷰 논문을 국제 학술지 ‘Advanced Drug Delivery Reviews’에 ’발표했다. 신장과 방광은 약물의 체내 분포, 배설, 독성 반응을 결정하는 핵심 장기이지만, 기존 2D 세포배양이나 동물모델만으로는 사람에서의 반응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약물 유래 신독성은 임상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를 줄이기 위해 사람 생리와 더 가까운 예측 가능한 전임상 플랫폼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사람에게 실제로 투여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장 독성은 임상 실패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장기 기능을 실험실에서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논문은 새로운 기술을 직접 개발했다기보다는, 신장·방광 오가노이드 칩 기술이 현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특히, 사람 신장과 방광의 생리적인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미세생리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1)의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다뤘다. 연구팀은 신장과 방광 모델의 발전 과정을 초기 세포 배양 모델에서부터 오가노이드 통합 칩, 혈관화 기술, 실시간 센서, 3D 바이오프린팅,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술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세포 실험을 넘어, 유체 흐름과 물질 이동, 장벽 기능 등 실제 인체 환경을 점점 더 정밀하게 모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신장 오가노이드-온-칩과 방광 모델을 함께 다루며, 신장과 방광은 약물의 배설과 체내 노출을 결정하는 핵심 장기이기 때문에, 두 장기를 함께 고려한 평가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를 통해 신장 독성뿐 아니라 방광 내 약물 전달과 같은 특수한 투여 방식까지 평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또한, 오가노이드칩 데이터를 생리학 기반 약동학2) 모델이나 디지털 트윈3) 기술과 결합할 경우, 약물 반응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전임상 단계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윤정빈 연구조교수는 “이번 리뷰는 신장과 방광 장기칩 기술의 발전 흐름을 정리하고, 현재 기술이 어느 수준인지,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사람 중심의 전임상 평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세종과학펠로우십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교육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헬스케어 의공학 연구소(국가연구소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addr.2026.115887 1. 미세생리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 장기칩(organs-on-chips) 또는 조직칩(tissue chips)이라고도 불리며, 인간 장기의 구조, 기능 및 세포 미세환경을 모사하도록 설계된 첨단 바이오공학 플랫폼으로, 높은 생리학적 재현성을 바탕으로 생의학 연구와 신약 개발을 혁신하는 인간 유래 조직 모델 플랫폼이다. 2. 생리학 기반 약동학(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PBPK) 모델링: 화학물질 또는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ADME) 과정을 인체의 생리학적·해부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수학적으로 모사하여 예측하는 모델링 기법이다. 3.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현실 세계의 물리적 사물, 공간 또는 시스템을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시뮬레이션 및 분석을 수행하는 기술로, IoT (Internet of Things) 센서와 AI 기반 데이터 연계를 통해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최적의 운영 및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생명 김종민 교수 연구팀, “단백질 공장의 일꾼이 '스위치'가 됐다” 세포 스스로 판단하는 유전자 회로 기술 개발
[세포 안에서 복잡한 계산 가능한 RNA 회로 ‘RATEX’ 개발]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기계가 이번엔 ‘스위치’ 역할까지 겸하게 됐다. 최근 POSTECH 연구팀이 세포 내부에서 여러 신호를 동시에 읽고 스스로 판단해 반응을 만들어내는 'RNA 기반 스마트 유전자 회로' 플랫폼을 새롭게 개발했다. 단순히 유전자를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자체가 일종의 '살아있는 컴퓨터'처럼 작동하는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POSTECH 생명과학과 김종민 교수, 강한솔 박사, 통합과정 고현섭· 김채리 씨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의 이름은 ‘RATEX1)’ 플랫폼으로,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최근 게재됐다 세포가 유전자를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DNA에 담긴 정보를 RNA로 옮기는 '전사(transcription)' 단계, 그리고 그 RNA를 읽어 단백질을 만드는 '번역(translation)' 단계다. 지금까지 RNA 기반 유전자 회로 기술은 신호의 감지와 처리가 주로 번역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문제는 세포가 처리해야 할 신호가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마치 여러 신호등이 동시에 깜빡이는 복잡한 교차로처럼, 세포도 수많은 분자 신호를 한꺼번에 통합해 판단해야 한다. 기존 기술로는 이 복잡한 계산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ribosome)'이다. 리보솜은 RNA를 읽으며 묵묵히 단백질을 찍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연구팀은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리보솜이 유전자 위 특정 지점에서 멈추도록 설계했다. 이 '멈춤' 자체가 신호가 되어 유전자 발현의 시작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리보솜이 단순한 생산 기계에서 '스위치'로 직급이 바뀐 셈이다. 번역 단계에서 얻은 계산 결과가 전사 단계의 작동 여부로 즉시 이어지는 이 구조가 바로 RATEX 플랫폼의 핵심으로, 연구팀은 이를 '번역-전사 전환 기술(TTC2))'이라고 부른다. 기존 유전자 회로에서 검증된 번역 단계의 논리 스위치들을 레고 블록처럼 조합해 전사 과정을 직접 제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기존 합성생물학 유전자회로의 설계 한계를 극복하고 확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최대 1,492배에 달하는 유전자 조절 능력을 확인하였고, 최대 6개의 RNA 신호를 동시에 처리하는 복잡한 논리 연산 회로도 구현했다. 여기에 RNA 신호뿐만 아니라 아미노산이나 비타민 같은 대사물질까지 함께 인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하이브리드(hybrid) 논리 게이트도 만들었다. 세포가 단순히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종류의 정보를 동시에 '계산'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이 기술을 CRISPR3) 유전자 제어 시스템과 결합해, 특정 조건이 모두 충족될 때만 세포의 형태를 바꾸거나 세포 내부 구조를 새롭게 재배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세포를 정밀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준 것이다. 이 기술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신호를 감지해 그 자리에서 치료 물질을 생산하는 스마트 치료제나, 특정 오염물질이 감지될 때만 반응하는 환경 바이오센서도 발전할 수 있다. 김종민 교수는 "번역 단계에서 일어나는 정교한 판단 과정을 전사 제어로 연결한 것이 연구의 핵심"이라며, "RNA와 대사물질처럼 서로 다른 신호를 하나의 RNA 설계 안에서 통합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본연구사업, POSTECH 기초과학연구원 지원사업,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센터,경북테크노파크 푸드테크 연구개발거점센터 사업, 농림축산식품부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nie.202520600 1. RATEX: Ribosome-Assisted Transcriptional EXpression controller 2. TTC: Translation-to-Transcription Converter 3. 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DNA를 원하는 위치에서 정밀하게 편집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
생명/융합 임신혁 교수 연구팀, “면역 브레이크 찾았다” 염증 폭주 막는 B세포
[패혈증·자가면역질환 등 체내 ‘과열’을 식히는 스위치 정체 규명]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연구팀이 동국대 바이오제약공학과 소재선 교수 연구팀과 함께 체내 ‘면역의 과열’을 식히는 핵심 스위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염증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학계의 주목을 모으며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현지 기준 지난 24일 게재됐다. 우리 몸속에서 불이 났을 때 달려오는 소방관이 있다. 바로 면역조절 세포다. 그런데 소방관이 너무 열심히 일을 하다가 멀쩡한 건물까지 부수면 어떻게 될까. 실제 체내에서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오히려 정상인 조직까지 손상되고,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소방관을 제때 진정시키는 또 다른 세포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항염증 B세포'다. 항염증 B세포는 항염증 물질인 'IL-10(인터루킨-10)'을 만드는 핵심 면역세포다. IL-10은 지나친 면역 반응에 제동을 걸어 조직의 손상을 막는데, 아직 이 물질이 어떻한 조절 기작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연구는 다른 면역세포에 집중돼 있었고, B세포만의 조절 방식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최신 유전체 분석 기술(ATAC-seq, RNA-seq, ChIP-seq)을 총동원해 그 답을 찾았다. IL-10 유전자 주변을 정밀하게 들여다본 결과, IL-10 유전자 근처에 있는 'CNS-9'이라는 DNA 염기 서열이 핵심 스위치 역할을 하며, 이 구간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 대신, 유전자 발현을 켜고 끄는 면역 조절 ‘스위치’처럼 작동했다. 스위치를 발견했다면, 이제 스위치를 누르는 손가락을 찾을 차례다. 연구팀은 'NFATc1'이라는 단백질이 CNS-9과 결합해 IL-10 유전자의 작동을 활성화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둘이 손을 잡아야 비로소 항염증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구조다. 실험 결과, CNS-9이나 NFATc1이 없는 동물(쥐) 모델은 IL-10 생산이 눈에 띄게 줄었고, 패혈증과 같은 상황에서 생존율이 크게 떨어졌다. 폐와 간에는 심각한 손상이 나타났고, 염증성 물질(IL-6, IL-1β) 수치는 오히려 치솟았다. 반대로 정상 B세포를 다시 넣어주자 생존율이 회복됐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메커니즘이 사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IL-10 유전자에서도 동물 모델의 CNS-9에 해당하는 'CNS-12'라는 유전자 서열이 있었고, 이 부위를 제거하자 IL-10 생성이 감소했다. B세포가 만들어내는 IL-10이 실제로 몸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한 것이다. 우리 몸속 소방관을 제때 멈추게 하는 비밀 스위치가 밝혀진 만큼, 이 발견이 많은 염증성 질환 환자의 삶을 바꿀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신혁 교수는 “B세포에서 IL-10을 조절하는 핵심 경로를 처음 밝혀낸 연구”라며 “여러 염증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소재선 교수는 “면역 시스템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연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연구센터(IRC) 지원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POSTECH, 동국대), 글로벌박사양성사업(글로벌박사펠로우십)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ec7779
최세규·김종경 교수 공동 연구팀, “피부도 예습한다” 상처 전에 미리 재생 준비시키는 세포
[부분적·모자이크 리프로그래밍 전략으로 상처 회복 반응 증폭 원리 규명] ‘예습한 학생이 시험을 더 잘 본다’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제 피부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상처가 생기고 나서야 부랴부랴 회복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피부 세포 일부를 미리 '준비된 상태'로 바꿔 상처가 생기는 순간 곧바로 빠른 회복에 돌입할 수 있는 원리를 국내 연구팀이 밝혀냈다. 최근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최세규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곽민준·조예민 씨 연구팀,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 통합과정 최은준 씨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 가톨릭대, 미국 워싱턴대와 함께 피부 세포의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이 주변 세포와 조직 환경을 바꾸어 상처 회복을 촉진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바깥을 감싸는 조직으로, 크고 작은 상처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작은 상처는 며칠 안에 아물지만,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는 작은 상처 하나가 수개월씩 낫지 않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재생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세포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이다. 이 기술은 ’야마나카 인자(OSKM)’라고 불리는 네 가지 단백질(Oct4, Sox2, Klf4, c-Myc)을 세포 내에서 과발현 시켜 배아줄기세포 같은 초기 상태로 만든다. 다만, 세포를 완전히 초기화하면 강한 재생 능력이 생기는 대신 세포의 증식과 분화가 통제되지 않아 종양으로 자랄 위험이 있었고, 실제 치료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완전 초기화’ 대신에 ‘살짝 되감기’를 택했다. 무엇보다 이를 일부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했다. 전체 세포가 아닌 몇 개에만 야마나카 인자를 적용하되, 그 세포들조차 완전히 되돌리지 않고 ‘살짝 더 젊은 상태’로만 바꾸는 ‘부분적·모자이크 리프로그래밍’ 전략이다. 적용하는 세포 수도 줄이고, 되감는 정도도 약하게 하는, 이중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이다. 동물 실험 결과, 상처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도 피부 전체가 '재생 준비 모드'로 전환됐다. 리프로그래밍된 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인 세포, 면역세포, 피부를 둘러싼 미세환경 전체가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부 세포들이 'PI3K-AKT', 'EGFR', 'HIF-1α' 등 생체 신호를 활성화한 결과다. 이 신호들은 세포 성장과 생존, 산소 환경 적응과 관련된 핵심 경로로 세포들 사이에 ’우리 곧 상처가 생길 수도 있으니 미리 대비하자’라는 메시지가 퍼져나간 셈이다. 실제로 상처가 생겼을 때는 그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처 부위를 덮는 새로운 세포층이 빠르게 형성됐고, 혈관 형성과 면역 반응도 적절히 조절됐다. 그 결과, 치유 속도가 빨라지고 흉터도 줄었다. 특히, 당뇨 환경에서도 피부 재생 능력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최세규 교수는 “세포 하나하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 간 소통을 통해 피부 조직 전체 상태를 바꿀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제1저자인 곽민준 씨는 “상처 회복이 더딘 당뇨 환자나 고령자를 위한 치료는 물론, 항노화 기술과 만성 상처 치료용 의약품 및 기능성 소재 개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의 인공아체세포 기반 재생치료 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신진연구사업, 기초연구사업 (기초연구실), 면역기전제어기술개발 및 줄기세포 ATLAS 기반 난치성 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69047-2
생명 김종민 교수 연구팀, DNA ‘설계도’ 벗어나 발로 뛰는 ‘현장 요원’ 되다
[유전정보와 분리된 ‘비유전성 DNA’로 세포 정밀 제어하는 플랫폼 개발] DNA가 수십억 년간 고수해 온 '설계도'라는 자리를 벗어나, 이제 세포 안에서 직접 발로 뛰는 ‘현장 요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POSTECH 생명과학과 김종민 교수, 박사과정 이건후 씨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세포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작은 공장이다. 이 공장 안에서 ‘단백질’과 ‘RNA’는 필요할 때 만들어지고, 역할을 다하면 사라지는 '현장 인력'이다. 반면 ‘DNA’는 이 모든 생산 활동의 근거가 되는 '설계 도면'이다. 도면은 공장 어딘가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꺼내 쓰거나 고치면 안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PCR 검사처럼, DNA를 설계도가 아닌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기술들은 세포 바깥에서만 작동한다. 살아있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DNA는 다시 '설계도'라는 본래 임무에 묶여 버렸다. 연구팀은 바로 이 한계에 주목했다. DNA를 세포 내부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 찾아낸 돌파구는 '레트론(Retron)1)'이라는 박테리아의 독특한 DNA 생산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DNA는 기존 DNA를 그대로 복사하는 방식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레트론’은 RNA라는 중간 물질을 거꾸로 읽어 새로운 DNA를 합성하는, 이른바 '역전사2)' 방식을 사용한다. 더 중요한 점은, 이렇게 만들어진 DNA가 세포 안에 있는 다른 유전자들과 섞이지 않고 독립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도면 보관함에 넣어두지 않아도 공장 바닥에서 멀쩡히 굴러다닐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레트론’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해, 원하는 기능을 가진 DNA 조각을 세포 안에서 직접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DNA 조각은 세포 유전정보에는 손 하나 대지 않은 채,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의 행동을 조종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세 가지 기능을 구현했다. ▲단백질을 유인하는 ‘미끼’로 DNA를 활용해 특정 유전자 발현 조절, ▲특정 신호를 감지해 세포 안에서 단백질 위치·활성 순간적 제어, ▲짧은 신호도 놓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저장 등이다. 마치 명령을 받자마자 즉각 행동을 바꾸고, 단 1분 이하의 짧은 순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기록하는 ‘현장 요원’을 만든 셈이다. 연구팀의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활용 가능성이 실험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암이나 염증처럼 세포 안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질병 신호를 ‘블랙박스’처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기록할 수 있고, 이 신호가 감지될 때 자동으로 치료 물질을 방출하는 '스마트 치료 시스템'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나 중금속 같은 오염물질을 감지하는 살아있는 바이오센서로도 응용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이건후 씨는 “그간 ‘유전물질’이라는 역할에 가려 다른 가능성이 충분히 탐구되지 못한 DNA의 새로운 활용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 김종민 교수는 “의학,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될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부 이공학학술연구기반구축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기초연구사업, 보건복지부 글로벌연구협력지원사업, 경상북도 푸드테크 지원센터 구축·운영 사업, 국립생물자원관 녹색융합기술 연구 전문인력 양성사업,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57-025-02049-7 1. 레트론(Retron): 박테리아 등에서 발견되는 역전사요소의 일종으로 특정 서열의 DNA-RNA 하이브리드 분자를 생산한다. 2. 역전사(Reverse transcription): RNA 유전정보가 역전사효소에 의해 DNA로 전달되는 과정이다.
생명 김종민 교수 연구팀, “버리지 말고 다시 쓰세요” 유전자도 ‘업사이클링’
[유전자 조절 장치 성능·안정성 높이는 ‘SUPER’ 플랫폼 개발] 성능이 떨어져 실험실 한편으로 밀려났던 유전자 부품을 다시 쓸 길이 열렸다. POSTECH 연구팀이 기존 유전자 조절 장치를 ‘업사이클링’해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 부품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분야다. 차세대 바이오 산업 핵심 분야로 꼽힌다. 특히, 유전자의 ‘ON(켜짐)’, 'OFF(꺼짐)'을 조절하는 RNA 기반 유전자 스위치는 크기가 작고 설계가 자유로워 차세대 바이오 센서, 세포 치료제, 생물 공장 등 응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유전자 스위치가 ‘정확하게 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꼭지를 잠가도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듯, 스위치를 꺼도 유전자가 미세하게 발현되는 ‘누출’ 현상이 반복되어 정확한 신호 구분이 어려웠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세포에 부담을 주고 스위치 자체의 안정성도 떨어져 결국 부품을 다시 설계해야 했다. 연구팀은 성능이 부족한 부품을 버리는 대신, 보완해 다시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SUPER(슈퍼, Synthetic Upcycling Platform for Engineering Regulators) 플랫폼’은 인공적으로 설계한 small RNA1)를 기존 유전자 스위치에 추가해, 불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수도꼭지에 패킹을 하나 더 끼워 물이 새지 않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방식의 핵심은 새 부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부품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있다. SUPER 플랫폼을 적용한 유전자 스위치는 기존 대비 성능이 최대 1,011% 향상됐고, 신호를 구분할 수 있는 동적 범위2)는 최대 22,000배까지 넓어졌다. small RNA의 양을 조절하면 하나의 유전자 부품으로도 다양한 반응 특성을 구현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세포 자살 스위치, 이른바 ‘킬 스위치(Kill Switch)’에도 적용했다. ‘킬 스위치’는 유전자 치료나 생물 공정에서 예기치 않은 확산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지만, 기존에는 미세한 발현 누출로 일부 세포가 살아남는 한계가 있었다. ‘SUPER 플랫폼’을 적용한 킬 스위치는 30일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화학 물질과 온도에 동시에 반응하는 이중 안전장치 구현에도 성공했다. 김종민 교수는 “SUPER는 기존 부품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업사이클링 기술”이라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유전자 스위치를 구현한 만큼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하는 바이오 의약, 생물 안전 기술, 산업용 미생물 설계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허태양·박동원 공동 제1저자와 신우섭 통합과정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경상북도·포항시 합성생물학 지원사업, 교육부 BK21 FOUR 사업, 경북테크노파크,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14653 1. small RNA(소형 RNA, sRNA,):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짧은 RNA로,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에서는 유전자 스위치의 '보조 브레이크'로 활용했다. 2. 동적 범위(Dynamic Range): 유전자 스위치가 '켜짐'과 '꺼짐' 상태에서 보이는 발현량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동적 범위가 넓을수록 신호를 더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생명/융합 임신혁 교수 연구팀, 장내 미생물이 백신 효과 키운다?
[POSTECH 임신혁 교수연구팀, 미생물 대사산물이 점막 면역 깨워 항체 반응 높이는 원리 규명]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고하은 씨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산물 ‘부티르산(butyrate)’이 점막 면역의 핵심 세포를 활성화해 항체 생성과 점막 백신의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장내 환경을 조절해 백신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제시한 성과로, 국제 학술지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21일 게재됐다. 감염병은 대부분 입이나 호흡기처럼 ‘점막’에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주사 대신 먹거나 뿌리는 방식의 점막 백신이 차세대 백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점막은 외부 물질에 둔감한 특성이 있어, 백신을 투여해도 충분한 면역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장 점막 면역 핵심 역할을 하는 T 여포 보조 T세포(이하 Tfh1) 세포)에 주목했다. Tfh 세포는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도와 면역 반응의 방향과 강도를 결정하는 일종의 ‘면역 지휘관’과 같은 존재다. 연구 결과, 소장 면역 조직인 파이어패치(Peyer’s patch)에서 유래한 Tfh 세포는 전신 면역을 담당하는 비장 유래 Tfh 세포보다 점막 항체인 IgA를 훨씬 강하게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특정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쥐 모델에서는 Tfh 세포와 IgA 항체가 함께 감소했으나, 미생물을 다시 공급하자 면역 반응이 회복됐다. 분석 결과, 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물질은 장내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부티르산’으로 확인되었다. 부티르산은 Tfh 세포와 항체 생성을 담당하는 B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로 작용했다. 실제로 부티르산 전구체인 트리부티린(tributyrin)을 투여한 모델에서는 IgA 항체 생성이 증가하고 살모넬라 감염에 대한 방어력도 향상되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부티르산이 면역세포 표면의 수용체(GPR43)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며, 장내 미생물–면역세포–항체 반응을 하나로 잇는 새로운 면역 조절 축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과 면역세포, 항체 반응이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작동한다는 새로운 면역 조절 메커니즘을 제시했으며, 장내 환경 조절만으로 점막 백신의 효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임신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소화를 돕는 역할을 넘어, 면역계 핵심 세포의 기능과 백신 반응을 직접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장내 미생물 대사산물을 활용한 차세대 점막 백신과 면역 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연구진과 임신혁 교수가 대표로 있는 (주)이뮤노바이옴과의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이뮤노바이옴은 난치성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 치료를 위해 박테리아 등 생균 기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유형2) 사업 및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사업, 기초과학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186/s40168-025-02284-7 1. Tfh: T follicular helper cell, 여포성 보조 T 세포의 영문명. Tfh 세포는 B 세포의 활성화와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보조 T 세포로, 항체 반응 유지와 백신·자가면역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김철홍·장진아 교수 공동 연구팀, 염색 없이 중적외선으로 심장조직을 읽다!
[POSTECH, 중적외선 편광 조절 현미경으로 조직 섬유 정렬·손상 상태 정밀 분석] POSTECH 연구진이 조직을 절단하거나 염색하지 않아도 심장과 힘줄 같은 조직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단백질 섬유의 배열 방향과 밀집 정도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인공 장기 품질 검사나 질병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기계공학과·생명과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 박은우 씨,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 응용기술센터 황동규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연구 논문은 현지 기준으로 지난 4일 광학 분야 학술지인 ‘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 게재됐다. 심장 근육이나 힘줄 같은 조직들은 단백질 섬유가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마치 밧줄의 실이 한 방향으로 꼬여 있어야 단단한 것과 같다. 하지만 심근경색이나 섬유화, 암 같은 질병이 생기면 이 배열이 흐트러져 조직이 제 기능을 잃는다. 이런 변화를 확인하려면 조직을 떼어내 염색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도 연구자마다 달랐다. POSTECH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적외선 이색성 민감 광음향 현미경(MIR-DS-PAM*1)'을 개발했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중적외선 이색성 민감 광음향 현미경을 이용한 인공 심장 조직의 구조적 분석에 대한 모식도 조직에 중적외선 빛을 비추면 단백질이 이를 흡수하며 미세하게 팽창하고, 이때 발생한 초음파를 감지해 단백질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빛의 '편광(진동방향)'을 조절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단백질 섬유가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되면 해당 방향의 편광을 더 많이 흡수하는데, 그 차이를 분석하면 단백질 섬유가 얼마나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지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심장에 이 기술을 적용해, 조직이 성숙할수록 단백질이 쌓이고 섬유 배열이 정돈되는 과정을 염색 없이 관찰했다. 또, 섬유화가 진행된 조직에서는 정상 조직과 달리 구조적 붕괴에 따른 배열의 불균일성을 정량적으로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형광 현미경 기술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은 인공 장기 품질 검사나 심근경색, 암 등 질병의 진행 상태를 조기에 파악하는 진단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복잡한 염색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연구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더 정확하고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POSTECH 김철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생의학과 병리 진단 분야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장진아 교수는 "심장뿐 아니라 힘줄, 각막 등 다양한 조직의 변화를 평가할 수 있어 인공 장기 개발과 질병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377-025-02117-0 1) MIR-DS-PAM : Mid-infrared dichroism-sensitive photoacoustic microsco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