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규·김종경 교수 공동 연구팀, “피부도 예습한다” 상처 전에 미리 재생 준비시키는 세포
[부분적·모자이크 리프로그래밍 전략으로 상처 회복 반응 증폭 원리 규명] ‘예습한 학생이 시험을 더 잘 본다’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제 피부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상처가 생기고 나서야 부랴부랴 회복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피부 세포 일부를 미리 '준비된 상태'로 바꿔 상처가 생기는 순간 곧바로 빠른 회복에 돌입할 수 있는 원리를 국내 연구팀이 밝혀냈다. 최근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최세규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곽민준·조예민 씨 연구팀,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 통합과정 최은준 씨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 가톨릭대, 미국 워싱턴대와 함께 피부 세포의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이 주변 세포와 조직 환경을 바꾸어 상처 회복을 촉진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바깥을 감싸는 조직으로, 크고 작은 상처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작은 상처는 며칠 안에 아물지만,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는 작은 상처 하나가 수개월씩 낫지 않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재생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세포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이다. 이 기술은 ’야마나카 인자(OSKM)’라고 불리는 네 가지 단백질(Oct4, Sox2, Klf4, c-Myc)을 세포 내에서 과발현 시켜 배아줄기세포 같은 초기 상태로 만든다. 다만, 세포를 완전히 초기화하면 강한 재생 능력이 생기는 대신 세포의 증식과 분화가 통제되지 않아 종양으로 자랄 위험이 있었고, 실제 치료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완전 초기화’ 대신에 ‘살짝 되감기’를 택했다. 무엇보다 이를 일부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했다. 전체 세포가 아닌 몇 개에만 야마나카 인자를 적용하되, 그 세포들조차 완전히 되돌리지 않고 ‘살짝 더 젊은 상태’로만 바꾸는 ‘부분적·모자이크 리프로그래밍’ 전략이다. 적용하는 세포 수도 줄이고, 되감는 정도도 약하게 하는, 이중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이다. 동물 실험 결과, 상처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도 피부 전체가 '재생 준비 모드'로 전환됐다. 리프로그래밍된 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인 세포, 면역세포, 피부를 둘러싼 미세환경 전체가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부 세포들이 'PI3K-AKT', 'EGFR', 'HIF-1α' 등 생체 신호를 활성화한 결과다. 이 신호들은 세포 성장과 생존, 산소 환경 적응과 관련된 핵심 경로로 세포들 사이에 ’우리 곧 상처가 생길 수도 있으니 미리 대비하자’라는 메시지가 퍼져나간 셈이다. 실제로 상처가 생겼을 때는 그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처 부위를 덮는 새로운 세포층이 빠르게 형성됐고, 혈관 형성과 면역 반응도 적절히 조절됐다. 그 결과, 치유 속도가 빨라지고 흉터도 줄었다. 특히, 당뇨 환경에서도 피부 재생 능력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최세규 교수는 “세포 하나하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 간 소통을 통해 피부 조직 전체 상태를 바꿀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제1저자인 곽민준 씨는 “상처 회복이 더딘 당뇨 환자나 고령자를 위한 치료는 물론, 항노화 기술과 만성 상처 치료용 의약품 및 기능성 소재 개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의 인공아체세포 기반 재생치료 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신진연구사업, 기초연구사업 (기초연구실), 면역기전제어기술개발 및 줄기세포 ATLAS 기반 난치성 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69047-2
생명 김종민 교수 연구팀, DNA ‘설계도’ 벗어나 발로 뛰는 ‘현장 요원’ 되다
[유전정보와 분리된 ‘비유전성 DNA’로 세포 정밀 제어하는 플랫폼 개발] DNA가 수십억 년간 고수해 온 '설계도'라는 자리를 벗어나, 이제 세포 안에서 직접 발로 뛰는 ‘현장 요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POSTECH 생명과학과 김종민 교수, 박사과정 이건후 씨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세포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작은 공장이다. 이 공장 안에서 ‘단백질’과 ‘RNA’는 필요할 때 만들어지고, 역할을 다하면 사라지는 '현장 인력'이다. 반면 ‘DNA’는 이 모든 생산 활동의 근거가 되는 '설계 도면'이다. 도면은 공장 어딘가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꺼내 쓰거나 고치면 안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PCR 검사처럼, DNA를 설계도가 아닌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기술들은 세포 바깥에서만 작동한다. 살아있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DNA는 다시 '설계도'라는 본래 임무에 묶여 버렸다. 연구팀은 바로 이 한계에 주목했다. DNA를 세포 내부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 찾아낸 돌파구는 '레트론(Retron)1)'이라는 박테리아의 독특한 DNA 생산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DNA는 기존 DNA를 그대로 복사하는 방식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레트론’은 RNA라는 중간 물질을 거꾸로 읽어 새로운 DNA를 합성하는, 이른바 '역전사2)' 방식을 사용한다. 더 중요한 점은, 이렇게 만들어진 DNA가 세포 안에 있는 다른 유전자들과 섞이지 않고 독립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도면 보관함에 넣어두지 않아도 공장 바닥에서 멀쩡히 굴러다닐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레트론’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해, 원하는 기능을 가진 DNA 조각을 세포 안에서 직접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DNA 조각은 세포 유전정보에는 손 하나 대지 않은 채,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의 행동을 조종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세 가지 기능을 구현했다. ▲단백질을 유인하는 ‘미끼’로 DNA를 활용해 특정 유전자 발현 조절, ▲특정 신호를 감지해 세포 안에서 단백질 위치·활성 순간적 제어, ▲짧은 신호도 놓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저장 등이다. 마치 명령을 받자마자 즉각 행동을 바꾸고, 단 1분 이하의 짧은 순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기록하는 ‘현장 요원’을 만든 셈이다. 연구팀의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활용 가능성이 실험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암이나 염증처럼 세포 안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질병 신호를 ‘블랙박스’처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기록할 수 있고, 이 신호가 감지될 때 자동으로 치료 물질을 방출하는 '스마트 치료 시스템'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나 중금속 같은 오염물질을 감지하는 살아있는 바이오센서로도 응용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이건후 씨는 “그간 ‘유전물질’이라는 역할에 가려 다른 가능성이 충분히 탐구되지 못한 DNA의 새로운 활용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 김종민 교수는 “의학,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될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부 이공학학술연구기반구축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기초연구사업, 보건복지부 글로벌연구협력지원사업, 경상북도 푸드테크 지원센터 구축·운영 사업, 국립생물자원관 녹색융합기술 연구 전문인력 양성사업,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57-025-02049-7 1. 레트론(Retron): 박테리아 등에서 발견되는 역전사요소의 일종으로 특정 서열의 DNA-RNA 하이브리드 분자를 생산한다. 2. 역전사(Reverse transcription): RNA 유전정보가 역전사효소에 의해 DNA로 전달되는 과정이다.
생명 김종민 교수 연구팀, “버리지 말고 다시 쓰세요” 유전자도 ‘업사이클링’
[유전자 조절 장치 성능·안정성 높이는 ‘SUPER’ 플랫폼 개발] 성능이 떨어져 실험실 한편으로 밀려났던 유전자 부품을 다시 쓸 길이 열렸다. POSTECH 연구팀이 기존 유전자 조절 장치를 ‘업사이클링’해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 부품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분야다. 차세대 바이오 산업 핵심 분야로 꼽힌다. 특히, 유전자의 ‘ON(켜짐)’, 'OFF(꺼짐)'을 조절하는 RNA 기반 유전자 스위치는 크기가 작고 설계가 자유로워 차세대 바이오 센서, 세포 치료제, 생물 공장 등 응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유전자 스위치가 ‘정확하게 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꼭지를 잠가도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듯, 스위치를 꺼도 유전자가 미세하게 발현되는 ‘누출’ 현상이 반복되어 정확한 신호 구분이 어려웠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세포에 부담을 주고 스위치 자체의 안정성도 떨어져 결국 부품을 다시 설계해야 했다. 연구팀은 성능이 부족한 부품을 버리는 대신, 보완해 다시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SUPER(슈퍼, Synthetic Upcycling Platform for Engineering Regulators) 플랫폼’은 인공적으로 설계한 small RNA1)를 기존 유전자 스위치에 추가해, 불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수도꼭지에 패킹을 하나 더 끼워 물이 새지 않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방식의 핵심은 새 부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부품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있다. SUPER 플랫폼을 적용한 유전자 스위치는 기존 대비 성능이 최대 1,011% 향상됐고, 신호를 구분할 수 있는 동적 범위2)는 최대 22,000배까지 넓어졌다. small RNA의 양을 조절하면 하나의 유전자 부품으로도 다양한 반응 특성을 구현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세포 자살 스위치, 이른바 ‘킬 스위치(Kill Switch)’에도 적용했다. ‘킬 스위치’는 유전자 치료나 생물 공정에서 예기치 않은 확산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지만, 기존에는 미세한 발현 누출로 일부 세포가 살아남는 한계가 있었다. ‘SUPER 플랫폼’을 적용한 킬 스위치는 30일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화학 물질과 온도에 동시에 반응하는 이중 안전장치 구현에도 성공했다. 김종민 교수는 “SUPER는 기존 부품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업사이클링 기술”이라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유전자 스위치를 구현한 만큼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하는 바이오 의약, 생물 안전 기술, 산업용 미생물 설계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허태양·박동원 공동 제1저자와 신우섭 통합과정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경상북도·포항시 합성생물학 지원사업, 교육부 BK21 FOUR 사업, 경북테크노파크,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14653 1. small RNA(소형 RNA, sRNA,):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짧은 RNA로,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에서는 유전자 스위치의 '보조 브레이크'로 활용했다. 2. 동적 범위(Dynamic Range): 유전자 스위치가 '켜짐'과 '꺼짐' 상태에서 보이는 발현량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동적 범위가 넓을수록 신호를 더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생명/융합 임신혁 교수 연구팀, 장내 미생물이 백신 효과 키운다?
[POSTECH 임신혁 교수연구팀, 미생물 대사산물이 점막 면역 깨워 항체 반응 높이는 원리 규명]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고하은 씨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산물 ‘부티르산(butyrate)’이 점막 면역의 핵심 세포를 활성화해 항체 생성과 점막 백신의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장내 환경을 조절해 백신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제시한 성과로, 국제 학술지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21일 게재됐다. 감염병은 대부분 입이나 호흡기처럼 ‘점막’에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주사 대신 먹거나 뿌리는 방식의 점막 백신이 차세대 백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점막은 외부 물질에 둔감한 특성이 있어, 백신을 투여해도 충분한 면역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장 점막 면역 핵심 역할을 하는 T 여포 보조 T세포(이하 Tfh1) 세포)에 주목했다. Tfh 세포는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도와 면역 반응의 방향과 강도를 결정하는 일종의 ‘면역 지휘관’과 같은 존재다. 연구 결과, 소장 면역 조직인 파이어패치(Peyer’s patch)에서 유래한 Tfh 세포는 전신 면역을 담당하는 비장 유래 Tfh 세포보다 점막 항체인 IgA를 훨씬 강하게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특정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쥐 모델에서는 Tfh 세포와 IgA 항체가 함께 감소했으나, 미생물을 다시 공급하자 면역 반응이 회복됐다. 분석 결과, 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물질은 장내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부티르산’으로 확인되었다. 부티르산은 Tfh 세포와 항체 생성을 담당하는 B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로 작용했다. 실제로 부티르산 전구체인 트리부티린(tributyrin)을 투여한 모델에서는 IgA 항체 생성이 증가하고 살모넬라 감염에 대한 방어력도 향상되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부티르산이 면역세포 표면의 수용체(GPR43)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며, 장내 미생물–면역세포–항체 반응을 하나로 잇는 새로운 면역 조절 축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과 면역세포, 항체 반응이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작동한다는 새로운 면역 조절 메커니즘을 제시했으며, 장내 환경 조절만으로 점막 백신의 효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임신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소화를 돕는 역할을 넘어, 면역계 핵심 세포의 기능과 백신 반응을 직접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장내 미생물 대사산물을 활용한 차세대 점막 백신과 면역 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연구진과 임신혁 교수가 대표로 있는 (주)이뮤노바이옴과의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이뮤노바이옴은 난치성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 치료를 위해 박테리아 등 생균 기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유형2) 사업 및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사업, 기초과학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186/s40168-025-02284-7 1. Tfh: T follicular helper cell, 여포성 보조 T 세포의 영문명. Tfh 세포는 B 세포의 활성화와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보조 T 세포로, 항체 반응 유지와 백신·자가면역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김철홍·장진아 교수 공동 연구팀, 염색 없이 중적외선으로 심장조직을 읽다!
[POSTECH, 중적외선 편광 조절 현미경으로 조직 섬유 정렬·손상 상태 정밀 분석] POSTECH 연구진이 조직을 절단하거나 염색하지 않아도 심장과 힘줄 같은 조직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단백질 섬유의 배열 방향과 밀집 정도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인공 장기 품질 검사나 질병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기계공학과·생명과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 박은우 씨,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 응용기술센터 황동규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연구 논문은 현지 기준으로 지난 4일 광학 분야 학술지인 ‘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 게재됐다. 심장 근육이나 힘줄 같은 조직들은 단백질 섬유가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마치 밧줄의 실이 한 방향으로 꼬여 있어야 단단한 것과 같다. 하지만 심근경색이나 섬유화, 암 같은 질병이 생기면 이 배열이 흐트러져 조직이 제 기능을 잃는다. 이런 변화를 확인하려면 조직을 떼어내 염색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도 연구자마다 달랐다. POSTECH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적외선 이색성 민감 광음향 현미경(MIR-DS-PAM*1)'을 개발했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중적외선 이색성 민감 광음향 현미경을 이용한 인공 심장 조직의 구조적 분석에 대한 모식도 조직에 중적외선 빛을 비추면 단백질이 이를 흡수하며 미세하게 팽창하고, 이때 발생한 초음파를 감지해 단백질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빛의 '편광(진동방향)'을 조절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단백질 섬유가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되면 해당 방향의 편광을 더 많이 흡수하는데, 그 차이를 분석하면 단백질 섬유가 얼마나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지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심장에 이 기술을 적용해, 조직이 성숙할수록 단백질이 쌓이고 섬유 배열이 정돈되는 과정을 염색 없이 관찰했다. 또, 섬유화가 진행된 조직에서는 정상 조직과 달리 구조적 붕괴에 따른 배열의 불균일성을 정량적으로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형광 현미경 기술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은 인공 장기 품질 검사나 심근경색, 암 등 질병의 진행 상태를 조기에 파악하는 진단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복잡한 염색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연구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더 정확하고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POSTECH 김철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생의학과 병리 진단 분야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장진아 교수는 "심장뿐 아니라 힘줄, 각막 등 다양한 조직의 변화를 평가할 수 있어 인공 장기 개발과 질병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377-025-02117-0 1) MIR-DS-PAM : Mid-infrared dichroism-sensitive photoacoustic microscopy
생명 김민성 교수팀, 세균 DNA 복구 미스터리, 초저온현미경으로 풀다
[김민성 교수팀, 박테리아 DNA 손상 복구 과정 세계 최초로 시각화 성공] 세균도 스스로 상처를 치료한다. 사람이 다치면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물듯, 세균 역시 손상된 유전정보(DNA)를 고쳐 살아남는다.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이 과정의 비밀을 POSTECH 연구진이 풀어냈다. 생명과학과 김민성 교수, 통합과정 김환종 씨 연구팀이 최근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1)을 이용해 박테리아의 DNA가 끊어졌을 때 복구하는 분자적 기전을 밝혀내었다. 이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뉴클렉익 엑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DNA는 생명의 설계도라 불린다. 그런데 방사선, 독성물질, 자외선 등 여러 요인으로 DNA가 한 가닥이 아닌 두 가닥 모두가 끊어지는 '이중가닥 손상'을 입으면 세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와 세균 모두 이를 고치는 복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그 작동 원리는 서로 다르다. 포유류의 경우 여러 단백질이 복잡하게 협력해야 하지만, 박테리아는 훨씬 단순한 방식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 정교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수팀은 DNA 손상 복구의 시작점인 ‘Ku 단백질’에 주목했다. Ku 단백질은 끊어진 DNA 끝을 감지하고 다른 복구 단백질들을 불러 모으는 ‘현장 지휘관’ 같은 존재다. 연구팀은 Bacillus subtilis(고초균)에서 얻은 Ku 단백질과 손상된 DNA를 결합시켜 복합체를 만들고, POSTECH 세포막연구소의 초저온 전자현미경으로 그 3차원 구조를 분자 수준(2.74Å, 옹스트롬)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Ku 단백질은 단순히 손상 부위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DNA의 두 끝을 물리적으로 붙잡아 서로 연결하는 ‘분자 다리’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은 DNA의 손상 부위가 특정한 형태로 배열되어 있을 때만 작동하는 정교한 조절 메커니즘을 따른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이 발견은 포유류에서 관찰되지 않는 새로운 복구 방식으로, 박테리아만의 생존 전략을 세계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독특한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박테리아의 DNA 복구를 방해하거나 차단하는 새로운 방식의 항생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민성 교수는 “이 연구는 박테리아가 어떻게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유전적 손상을 고치는지 분자 수준에서 보여준 사례”라며 “항생제 내성 문제가 전 세계적 위협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발견은 '세균의 약점'을 정확히 겨냥한 차세대 항생제 개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향후 항생제 개발이나 유전자 교정 기술, 생명공학 분야 전반 등 새로운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93/nar/gkaf1036 1. cryo-EM: cryo-electron microscopy, 초저온 전자현미경
생명/융합 김상욱 교수팀, 인공지능이 독성 약물 미리 골라낸다
[김상욱 교수팀, 동물과 사람 차이 학습한 AI 개발로 약물 독성 예측] 영국에서 면역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TGN1412’를 사람에게 투여했다가 몇 시간 만에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 여러 명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쓰러진 사례가 있었다. 또한 뇌졸중 치료제로 개발된 ‘아프티가넬(Aptiganel)’ 역시 동물에선 효과가 뛰어났지만, 사람에게선 환각·진정 등 부작용만 나타나 중단된 사례도 있다. 이처럼 동물 실험에선 멀쩡하던 약이 사람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차이를 AI로 학습시켜 임상시험 전에 위험 약물을 미리 골라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김상욱 교수, 생명과학과 박민혁 박사, 통합과정 송우민 씨, 인공지능대학원 통합과정 안현수 씨 연구팀이 AI를 이용해 사람에게 나타날 약물 부작용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의약 분야 국제 학술지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 온라인판에 현지시각으로 지난 28일 실렸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세포나 동물 실험 등의 전임상을 통과한 약물이 사람에게서 뜻밖의 독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람과 동물의 생물학적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콜릿이 사람에게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개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약물은 쥐에게 안전하다고 해서 사람에게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신약 개발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종(種) 간 차이'였다. 연구팀은 세포·쥐·사람 간 생물학적 차이인 'GPD(Genotype-Phenotype Difference, 유전형-표현형 차이)'에 주목해 약물이 겨냥하는 표적 유전자가 사람과 전임상 모델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세 가지 축으로 분석했다. 첫째, 유전자가 생존에 미치는 영향(필수성), 둘째, 조직별로 유전자가 발현되는 양상, 셋째, 생물학적 네트워크에서 유전자의 연결성이다. 위험 약물 434개와 승인 약물 790개 데이터로 검증한 결과, GPD 특성은 사람에서 독성으로 실패하는 약물과 유의하게 연관됐다. 화학 구조만 볼 때보다 예측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독성 물질을 실제로 잘 찾아내는 지표(AUPRC*1)가 0.35에서 0.63, 전체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AUROC*2)는 0.50에서 0.75로 높아졌다. 개발된 AI 모델은 기존의 최신모델들과 비교해 가장 우수한 예측 성능을 보였다. 나아가 독성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할 약물을 경고하는 ‘연대기적(chronological) 검증’에서도 실용성을 보였다. 1991년까지의 약물 정보만으로 AI를 학습시킨 뒤, 1991년 이후 시장에서 퇴출당할 약물을 예측한 결과 95%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세포와 전임상 동물 모델 그리고 사람의 생물학적 차이을 정량 지표로 끌어와 전임상–임상 사이 ‘번역의 벽’을 낮춘 점이 핵심이다. 제약사는 임상 전에 고위험 후보를 걸러 개발 비용과 시간을 아끼고, 환자 안전을 높일 수 있다. 관련 데이터와 주석이 쌓일수록 모델의 효용은 더 커질 전망이다. 김상욱 교수는 "전임상 모델과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을 수치로 반영한 첫 시도"라며, "AI와 생물정보학을 결합하면 신약 개발 '실패의 골짜기'를 크게 줄여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신약을 더 빠르게 개발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공동 제1저자인 박민혁 박사와 송우민 씨는 "사람 중심 독성 예측 모델은 신약 개발 현장에서 매우 실용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며 "제약사가 임상 전 단계에서 고위험 약물을 미리 걸러낼 수 있어 개발 효율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대학 중점연구소지원사업 의료기기 혁신센터와 합성생물학 인력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16/j.ebiom.2025.105994 1. AUPRC: Area Under the Precision-Recall Curve, 양성을 정확히 찾아내는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값이 높을수록 모델이 ‘진짜 위험한 약물’을 더 잘 찾아낸다는 의미다. 2. AUROC: Area Under the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curve. 모델이 ‘양성’과 ‘음성’을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범위는 0~1 사이이며, 1에 가까울수록 정확하다.
화공/융합 차형준 교수팀, 멈추지 않는 내부 출혈, 홍합 단백질과 세포외기질 복합소재에서 답을 찾다
[POSTECH 연구팀, 접착단백질과 세포외기질 성분으로 내부출혈 지혈 및 조직회복 유도 지혈제 개발] 수술 중 가장 치명적인 상황 중 하나는 멈추지 않는 출혈이다. 특히 간이나 비장 같은 내부 장기에서 피가 계속 흐르면 지혈이 어렵고,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그런데 최근 POSTECH 연구팀이 바닷속 홍합의 강력한 접착력과 생체조직 성분에서 영감을 받아, 내부 장기 출혈을 신속히 막을 수 있는 ‘지혈 스펀지’를 개발했다. 현재 널리 쓰이는 의료용 지혈제는 출혈 부위에 잘 달라붙지 않거나,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아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홍합의 접착단백질에 돼지의 간조직에서 추출한 ‘탈세포화된 세포외기질(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 이하 dECM)’을 결합해, 생체 흡수성과 조직 접착성을 동시에 갖춘 복합 지혈 스펀지를 만들어냈다. 이 스펀지는 출혈 부위에 닿으면 즉시 부풀어 혈액을 흡수하고, 강력한 접착력으로 조직에 단단히 붙어 지혈 효과를 높인다. 그리고, 지혈이 끝난 후에는 체내에서 완전히 분해·흡수되며, 노출된 dECM이 상처 회복을 촉진한다. dECM은 체내 고유의 지혈 기전을 활성화해 빠른 혈액 응고와 조직 재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항응고제를 투여한 동물 간 출혈 모델에 개발한 스펀지를 사용한 결과, 출혈이 발생한 장기 조직 표면에 강하게 고정되어 효과적인 지혈 효과를 보였다. 그로 인해 출혈 시간이 크게 줄었고, 혈액 손실도 현저히 감소했다. 임상에 사용하고 있는 기존 지혈제 대비 염증과 조직 손상도 적었으며, 초기 상처 안정화가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기존 의료용 지혈제가 가진 ‘조직 접착력 부족’ 문제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출혈 부위에 단단히 달라붙어 지혈과 초기 상처 회복을 동시에 돕고, 체내에서 안전하게 분해되는 지혈제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이끈 POSTECH 차형준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복합 지혈 스펀지는 지금까지 지혈이 어려웠던 내부 장기 출혈에도 신속하고 안전하게 출혈을 막을 수 있다”라며, “추가 수술로 인한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회복 과정을 빠르게 돕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차혜교 석사,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터리얼즈(Advanced Healthcare 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되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hm.202502994
생명 고아라 교수팀, 구강세균의 장 정착이 파킨슨병을 유도한다?
[POSTECH·성균관대 의대, 구강세균이 장에서 만든 대사산물이 뇌까지 침투하는 발병 경로 규명] 매일 양치질을 깨끗이 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국내 연구진이 입 속에 사는 세균이 장에 정착할 경우, 뇌의 신경세포에 영향을 줘서 파킨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최근 생명과학과 고아라 교수, 박사과정 박현지 씨, 성균관대 의대 이연종 교수, 박사과정 천지원 씨 공동 연구팀이 서울대 의대 김한준 교수 연구팀과 구강세균이 장에서 만든 대사산물이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 5일 게재됐다.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손발이 떨리고 몸동작이 느려지는 대표적인 뇌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2%가 앓고 있는 흔한 병이기도 하다. 그동안 파킨슨병 환자의 장에 있는 세균들이 건강한 사람과는 다르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세균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그 세균이 만든 어떤 물질이 뇌까지 가서 병을 일으키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충치를 유발하는 구강세균 중 하나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가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세균이 생산하는 효소인 ‘우로카네이터 환원효소(Urocanate reductase, 이하 UrdA)’와 ‘이미다졸 프로피오네이트(Imidazole Propionate, 이하 ImP))’이라는 효소 대사산물 역시 다량으로 발견됐다. 이 물질은 실제 파킨슨병 환자 혈액에서 그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어, 실험용 동물 모델 장에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를 정착시키거나, UrdA를 발현하도록 조작한 대장균을 주입한 결과, 동물 모델 혈액과 뇌 조직에서 ImP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장에서 만들어진 ImP가 혈액을 타고 뇌까지 이동해 축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들도 나타났다. 도파민 신경세포 파괴, 신경 염증, 운동 기능 저하 등이 확인됐으며,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리 단백질인 ‘알파 시누클레인(α-synuclein)’ 응집도 촉진돼 병의 진행이 더 빨라졌다. 이는 특정 장내 미생물이 생산한 대사체가 파킨슨병의 루이소체 뇌병리 발달에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루이소체가 파킨슨병의 핵심 병리임을 고려할 때, 본 연구진이 규명한 이미다졸 프로피오네이트 대사 경로는 분자 진단을 통한 파킨슨병 조기 예방과 예방 치료제 개발의 유망한 타겟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또한, 연구팀은 이러한 병리 과정이 세포 내 신호 단백질인 mTORC1*1 활성에 의존하며, mTORC1 억제제를 투여할 경우, 이 같은 현상들이 억제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구강세균과 장내 미생물 및 대사체에 의해 교란되는 뇌 병리 분자기작을 표적으로 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어, 향후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아라 교수는 “구강–장–뇌를 연결하는 새로운 파킨슨병 발병 경로를 밝혀냈다”라며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마이크로바이옴 핵심연구지원센터, 그리고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3473-4 1. mTORC1(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Complex 1): 세포 내에서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적인 단백질 복합체이다.
생명/융합 임신혁·김태경 교수팀, 자폐증 치료할 새로운 열쇠, ‘장내 세균’에서 찾았다
[POSTECH·이뮤노바이옴 연구팀, 유전적 요인 넘어 장-면역-뇌 축 연결 고리 밝혀]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김태경 교수, 생명과학과 박철훈(John Chulhoon Park) 박사 연구팀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이하 ASD*1 ) 발병에 관여하는 장내 미생물과 면역 반응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했다. 장내 환경 조절을 통한 자폐증 치료 가능성에 새로운 길을 연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ASD는 사회성, 의사소통, 행동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발달장애로, 최근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미국질병관리청(CDC)에 따르면, 2025년 미국에서는 어린이 31명 중 1명이 ASD를 앓을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유사한 유병률이 보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근본적인 치료법도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ASD는 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장내 미생물과 면역 반응이 뇌 기능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장-뇌 축’ 이론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 몸속에는 인간 세포보다 10배 많은 박테리아가 존재하는데, 임상 연구에 따르면 ASD 환자가 일반인과 다른 장내 미생물 구성을 가진 경우가 많다. 특히 환자의 약 90%는 위장관 질환을 함께 겪어 장내 환경과 증상 간 연관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세계 최초로 무균 상태에서 자란 유전자 변형 ASD 동물(쥐) 모델을 제작했다. 분석 결과, 장내 미생물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ASD 특유 행동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연구팀은 이를 통해 장내 미생물이 자폐증 증상 발현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한, 장내 미생물이 뇌 속 면역세포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특정 염증성 T세포가 자폐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염증성 면역 경로를 차단하자 신경 염증이 줄고 행동 이상이 완화되어, 장-면역-뇌를 잇는 새로운 메커니즘임을 입증했다. 정밀 분석 결과, 장내 미생물이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glutamate)’와 ‘가바(GABA)’의 균형을 변화시켜 뇌 기능에 영향을 미쳤다. 이 균형은 뇌의 흥분과 억제 신호 조화에 필수적이며, 균형이 깨지면 행동 및 인지 기능 이상이 나타난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 후보 유전체를 분석해 대사산물 생성 및 흡수 능력을 예측하는 AI 기반 대사산물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글루타메이트를 흡수하고 가바를 생성하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인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균(L. reuteri IMB015)을 발굴했다. IMB015 투여 결과, 대사 균형이 회복되고 신경 염증이 감소했으며, ASD 관련 행동 이상이 예방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임신혁 교수는 “자폐증을 단순한 유전 질환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 조절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면역-신경계 질환으로 바라보게 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연구진과 임신혁 교수가 대표로 있는 ㈜이뮤노바이옴 간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이 기업은 난치성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 치료를 위해 박테리아 등 생균 기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임상 독성시험과 임상 연구를 통해 자폐증 증상 개선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 및 생균제 치료제 개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뮤노바이옴,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유형2)사업 및 기초과학연구소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1544-0 1. ASD: Autism Spectrum Disorder,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영문명.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초기 아동기부터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지속적인 장애를 보이며 행동 패턴, 관심사 및 활동의 범위가 한정되고 반복적인 것이 특징인 신경 발달 장애의 한 범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