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전자 김광인 교수 연구팀, “데이터 열지 않고도 오류 찾아낸다” 프라이버시 시대 AI의 '족집게' 검수법
[원본 데이터 공유 없이 라벨 오류 찾아내는 분산 AI 기술 개발] POSTECH 인공지능대학원·전자전기공학과 김광인 교수 연구팀이 원본 데이터를 열어보지 않고도 문제 있는 데이터를 콕 집어내, 적은 비용으로 AI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 분야 국제학회 중 하나인 ’AAAI 2026(The Fortieth AAAI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에 메인 테크니컬 트랙 논문으로 게재됐다. AI를 잘 학습시키려면 데이터마다 '고양이', '강아지'라고 알려주는 ‘라벨(label)’이 필요하다. 라벨이 잘못 붙으면 AI는 엉뚱한 규칙을 배워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수많은 라벨을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기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고쳤을 때 효과가 클 데이터만 골라 재검수하는 '능동 오류 정정(Active Error Correction)' 기술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요즘처럼 데이터를 한곳에 모을 수 없는 환경이다. 병원이나 기업, 개인 기기는 개인정보 때문에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채 각자 가진 상태로 AI 학습에 참여한다. 이때 중앙 서버로 가는 것은 원본이 아니라, "내 데이터로 학습해 보니 이렇더라"는 학습 결과 요약본뿐이다. 서버가 원본도 정답표도 볼 수 없으니, 어느 곳에 잘못된 데이터가 숨어 있는지 짚어내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데이터를 직접 보는 대신, 이 요약본 속 '가중치 기울기(gradient)1)'라는 신호에 주목했다. 이 기울기는 각 데이터가 AI를 어느 방향으로 바꾸려 하는지 보여주는 지문 같은 정보로, 서버는 이것만 비교해도 원본 없이 학습 패턴을 읽어낼 수 있다. 연구팀은 여기에 ‘가우시안 프로세스(Gaussian Process)2)’라는 통계 기법을 적용한 ‘가우시안 프로세스 능동 오류 정정(이하 GPAEC, Gaussian Process Active Error Correction)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원리는 이렇다. 다른 데이터들과 견주어 봤을 때 유독 동떨어진 곳을 '수상한 데이터'로 지목하는 것이다. 반 전체가 비슷한 답을 냈는데 혼자만 엉뚱한 방향으로 간 학생의 답안부터 확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이 '튀는 정도'와 라벨 오류 확률의 상관관계는 0.86으로 잘 들어맞았다. 또한, ’GPAEC 알고리즘‘은 비슷한 오류끼리 겹쳐 뽑지 않도록 서로 다른 유형을 고르게 선택하고, 각 기관이 보고한 성적이 실제 기울기와 어긋나면, 믿기 어려운 보고로 판단해 걸러낸다. "시험을 망쳤다"라는 학생의 말이 사실인지 답안지로 대조하는 셈이다. 그 결과 논문에 제시된 36개 조건 중 34개에서 가장 높은 평균 정확도를 기록했고, 첫 검수 단계에서 제대로 짚어낸 비율이 88.9%로 무작위 선택(78.6%)이나 성적만 본 방식(42.2%)을 크게 앞섰다. 이 기술의 가치는 '데이터를 보지 않고 문제를 찾는다'라는 데 있다. 병원들이 환자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도 함께 진단 AI를 키우거나, 개인 정보 유출 없이 스마트폰으로 AI를 학습시키는 사례가 늘수록 이 기술의 활용 가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개인정보는 지키면서 더 믿을 수 있는 AI를 만드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김광인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가 더욱 중요해지는 의료·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신뢰 가능한 AI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No. RS-2024-00337559) 사업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No. RS-2019-II191906, RS-2022-II22029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609/aaai.v40i27.39419 1. 가중치 기울기(Weight Gradient): 현재 모델의 예측 오차를 줄이기 위해 신경망의 각 가중치를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바꿔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원본 데이터 대신 클라이언트의 학습 특성을 나타내는 대리 정보로 사용했다. 2. 가우시안 프로세스(Gaussian Process): 관측된 값들 사이의 유사성과 불확실성을 확률적으로 추정하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다른 클라이언트들의 기울기 패턴으로 특정 클라이언트를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는지 계산하는 데 사용했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구조물 안전 진단 위한 ‘진동의 길’, 메타표면으로 설계하다
[금속 구조물 내부 진동 모드 구분·에너지 집중 기술 개발] 건물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은 붕괴 전 미세한 진동으로 이상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구조물 내부 진동은 다양한 형태가 섞여 있고,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진동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특정 위치로 모아 선명하게 분석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이건 씨 연구팀이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비파괴측정그룹 승홍민 박사·김승일 씨 연구팀과 함께 ‘메타표면1)’을 활용해 금속 구조물 내부 진동 이동 경로를 제어하는 연구 논문 두 편을 기계공학 및 신호처리 분야의 권위지인 'Mechanical Systems and Signal Processing' 동일호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1일 나란히 게재했다. 두 연구는 모두 ‘메타표면’으로 진동이 이동하는 경로를 제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서로 다른 진동을 각기 다른 위치로 보내 종류를 구분하고, 다른 하나는 흩어지는 진동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 미세한 신호를 강화하는 기술이다. 첫 번째 연구는 진동 종류를 구분하는 기술이다. 진동은 흔들리는 방향과 형태에 여러 모드로 나뉜다. 같은 구조물에서도 위아래로 휘거나 앞뒤로 늘었다 줄어드는 등 모드가 다양해 기존에는 센서 여러 개로 넓은 영역을 측정한 뒤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했다. 연구팀은 진동의 이동 경로를 제어하는 메타표면을 정밀하게 설계해 ‘길 안내판’처럼 작동하게 했다. 이 구조는 진동 모드에 따라 진동이 다른 위치에 도달하도록 유도했고, 덕분에 진동이 도달한 위치만 확인해도 별도의 복잡한 계산 없이 어떤 모드인지 물리적으로 바로 판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분산된 진동 에너지를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기술이다. 실제 구조물의 진동은 다양한 주파수가 섞여 있어 특정 위치에 모으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진동 방향을 제어하는 '탄성 메타표면'에 진동 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해 자연스럽게 중심부로 진동을 유도하는 '경사굴절률 구조'를 결합했다. 그 결과, 블랙홀이 빛을 끌어당기듯 진동 에너지가 중심으로 모였고, 40kHz(킬로헤르츠)부터 100kHz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에서 진동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두 기술은 외부 전원 없이도 작동하며, 압전(눌리거나 흔들릴 때 전기를 만드는 원리) 소자와 결합하면 진동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할 수 있다. 이 기술들은 교량, 항공기, 배관, 저장탱크처럼 전원 공급이나 센서 교체가 어려운 대형 구조물 안전 진단에서 잠재력이 크다. 나아가 구조물 진동 에너지 자체를 이용해 저전력 무선 센서를 구동하는 자가발전형 모니터링 시스템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POSTECH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구조물 내부의 진동을 상태 정보를 담은 '숨은 언어'로 바라본 데서 연구를 출발했다"라며 "진동이 이동하는 길을 설계하는 이 기술이 미래 구조물 안전 진단의 새로운 감각기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주)포스코홀딩스(N.EX.T IMPACT) 메타표면 기반 평면광학기술 연구소,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중견연구사업, KRISS 기본사업(시설물 지능형 모니터링의 가용성 혁신을 위한 디지털 안전 측정 기술 개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ymssp.2026.114565 ▶️ DOI: https://doi.org/10.1016/j.ymssp.2026.114525 1. 메타표면(metasurface): 빛, 소리, 진동 등 파동 진행 방향과 특성을 제어하도록 설계한 인공 구조체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옆 사람은 못 듣고 나만 듣는 소리, 이제 현실이 된다
[단일 초음파 소자에 메타물질 결합한 초지향성 스피커 개발] 영화 속 첩보요원들처럼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POSTECH 연구진이 특정 사람에게만 말을 건넬 수 있는 스피커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1일 게재되었다. ‘빛’과 ‘소리’는 성질이 다르다. 손전등이나 레이저처럼 빛은 한 방향으로 곧게 뻗어 나가지만, 소리는 사방으로 잘 퍼진다. 담장 너머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소리도 빛처럼 원하는 곳으로만 보낼 수는 없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 ‘초지향성 스피커(MiPAL1))’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초음파에 실어 보내면, 원하는 공간에만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대표 기술이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PAL2))’다. 서로 다른 초음파를 공기 중에서 상호 작용 해 특정 방향으로 소리를 모으는 방식이다. 이러한 스피커는 일반 스피커에 비해 훨씬 좁은 범위에 소리를 모을 수 있지만 수십에서 수백 개의 초음파 부품을 정교하게 늘어놓고 하나하나 제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구조도 복잡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간단한 구조의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가 개발됐지만, 이번에는 스피커 진동판이 떨리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진동까지 함께 발생해 소리가 사방으로 새어 나가는 문제가 생겼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메타물질3)을 하나의 초음파 스피커에 결합하는 구조로 이를 해결했다. 먼저 장치 앞쪽에는 '음향 메타표면'을 붙였다. 말하자면 '소리의 렌즈' 같은 부품으로, 진동판에서 나오는 울퉁불퉁한 초음파를 가지런히 정리해, 레이저처럼 곧고 좁은 초음파 빔으로 만든다. 뒤쪽에는 '탄성 메타유닛'을 달았다. 이것은 '소리의 방음벽'에 가까운데, 특정 주파수에서 생기는 불필요한 진동을 눌러 소리가 옆으로 새는 걸 막는다. 앞에서는 소리를 모으고 뒤에서는 잡음을 막는, 말하자면 ‘이중 안전장치’를 단 셈이다. 그 결과, 부품 하나로 500Hz부터 10kHz까지, 4옥타브4)가 넘는 대역에서 원하는 방향으로만 소리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대부분을 아우르는 범위다. 연구팀은 비행기 좌석 상황을 가정한 실험도 진행했다.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각자에게 다른 안내 방송이나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 방송과 음악을 틀어놓고 방향별 소리 세기를 측정했고, 탄성 메타유닛을 붙이기 전과 후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무엇보다 이 기술은 만들기도, 활용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물질 구조 자체가 3D 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는 조립식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좌석 간격이나 각도 등 사용 환경에 맞춰 손쉽게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비행기나 기차에서 옆 사람 방해 없이 각자 원하는 안내 방송이나 콘텐츠를 들을 수 있고,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도 특정 전시물 앞에 선 사람에게만 설명이 들리게 만들 수 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나만 듣는 소리'가 머지않아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노준석 교수는 "메타물질과 초음파 장치를 하나로 설계해 비용과 복잡성, 설계 자유도 한계를 동시에 풀어냈다"라며, "그동안 음향·탄성 메타물질 연구는 원리를 검증하고 개념을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이번 연구는 실제 장치에 메타물질을 녹여내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첫 사례"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문원규 교수, 김웅지 박사, 박사과정 오범석 씨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604-0 1. MiPAL: Metamaterials-integrated Parametric Array Loudspeakers 2.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Parametric Array Loudspeaker, PAL): 서로 가까운 주파수의 강한 초음파 두 개를 공기 중에 함께 방사하면, 공기의 비선형 성질에 의해 두 초음파의 차이 주파수에 해당하는 가청음이 새롭게 생성되는 현상을 이용한 스피커. 일반 스피커와 달리 소리를 좁은 빔 형태로 모아 고지향성 음원을 형성할 수 있다. 3. 메타물질(metamaterial):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미세 구조를 주기적으로 배열해, 일반 재료로는 얻을 수 없는 파동(빛·소리·진동) 제어 특성을 구현한 인공 물질. 본 연구에서는 소리를 다루는 음향 메타물질과 구조 진동을 다루는 탄성 메타물질이 모두 사용됐다. 4. 옥타브(octave): 음높이의 단위로, 한 옥타브는 주파수가 정확히 2배가 되는 음정 차이를 의미한다. 본 연구의 4옥타브 이상 대역(500 Hz~10 kHz)은 사람이 듣는 가청 음역의 대부분을 포함한다.
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 연구팀, “손이든 발이든 이어붙이기 없이 한 번에“ 몸속 혈관 '파노라마 모드'로 한 번에 찍는다
[넓은 부위 한 번에 찍는 3차원 광음향·초음파 통합 영상 시스템 개발] 여행지에서 풍경이 너무 넓어 사진 한 장에 다 담기지 않을 때, 보통 파노라마 모드를 쓴다. 이런 고민이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넓은 부위의 혈관을 살펴보려면 여러 번 나눠 찍은 뒤 이어 붙여야 했고, 이 과정에서 사진이 어색하게 이어지듯 영상도 왜곡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글로벌 헬스케어 의공학 연구소 박신영 박사,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성민식 씨, 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 김현희 씨 연구팀이 지멘스 헬시니어스 초음파 프로브 연구팀과 함께 손과 발처럼 넓은 부위를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3차원 광음향·초음파 통합 영상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Laser & Photonics Reviews)'에 현지 시각으로 지난 8일 게재됐다.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은 몸속 구조와 혈관 상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진단 기술이다. 혈관에서 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잡아내는 '광음향' 기술과 소리를 쏘아 반사되는 신호로 몸속 구조를 그려내는 '초음파' 기술을 합친 것이다. 문제는 촬영 부위가 넓어질수록 장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지고 복잡해진다. 결국 여러 번 나눠 찍은 다음 이어 붙여야 했고, 영상 왜곡을 피하기 힘들었다. 연구팀은 장비를 ‘똑똑하게 쓰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초음파 센서는 아주 작은 마이크와 스피커 역할을 하는 소자 수백 개가 일렬로 붙어 있는 형태인데, 이들을 한꺼번에 전부 다 켜서 쓰려면 그만큼 비싸면서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마치 콘서트장에서 관객들이 구역별로 순서대로 파도타기를 하듯 소자를 일부 구간씩 순서대로 빠르게 켰다가 끄는 ‘디지털 멀티플렉싱(Digital Multiplexing)’ 기술을 개발했다. 768개나 되는 소자가 달린 센서를 쓰면서도 파도타기 순서와 타이밍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반도체 칩 ‘FPGA’1) 덕분에 영상 선명도와 해상도는 유지하면서 한 번에 못 찍던 부위를, 이어 붙이지 않고 한 번의 스캔으로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로 연구팀은 손바닥, 손등, 팔뚝, 발 등을 단 한 번의 스캔으로 촬영했고, 미세한 혈관들이 3차원 입체 지도처럼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존에 손에 들고 쓰는 초음파 탐촉자(probe)는 소자가 128~192개 정도 붙어 있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폭이 약 38mm에 불과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768개 소자가 붙은 탐촉자를 활용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폭을 154mm까지 넓혔다. 또한, 여러 색 빛을 쏘아 혈액 산소 농도를 수치로 계산하고, 병원에서 쓰는 펄스옥시미터(pulse oximeter, 산소포화도 측정기) 측정값과 비교해 정확도도 검증했다. 지금까지는 부위를 나눠 찍고 이어 붙이며 어느 정도 오차를 감수해야 했지만, 이 기술이 실제 도입된다면 단 한 번의 스캔만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특히 혈액 순환 상태를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당뇨 환자나, 화상이나 상처 부위 혈류 회복 상태를 추적해야 하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김철홍 교수는 “대면적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 대중화를 가로막았던 하드웨어 확장성과 복잡도라는 장벽을 디지털 제어 기술로 넘어섰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지멘스 박성식 상무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POSTECH과 협력해 상용 하드웨어에 차세대 영상 구조를 구현했다”라며, “의료기기 분야에서 대학과 기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확장성의 좋은 사례”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 국가연구소 (NRL 2.0) 사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4단계 두뇌한국 21(BK21 FOUR)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lpor.71523 1.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용도에 맞게 하드웨어 기능을 반복해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이다. 이번 연구에서 고성능 센서 신호를 실시간으로 순차 제어하는 ‘디지털 멀티플렉싱’ 시퀀스를 실현하는 제어 장치로 사용하였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바닷속 소리, 40% 가벼워진 렌즈로 한 점에 모아라
[저주파 수중음 광대역으로 모으는 초경량 수중 음향 렌즈 개발] 바닷속에서는 ‘빛’ 대신 ‘소리’가 유일한 언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 소리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모을 수 있는 수중 음향 렌즈를 개발했다. 기존보다 무게는 40% 줄이면서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 핵심이다. 최근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오범석 씨 연구팀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김시문 박사와 수행한 이번 연구는 수중 통신, 해양 환경 모니터링 등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음향·진동 분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Sound and Vibration’에 최근 게재됐다. 영화를 보면 잠수함 승조원들이 늘 헤드폰을 끼고 바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빛은 수심 몇백 미터만 내려가도 금방 사라지지만, 소리는 수천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수중 세계에서 소리는 단순한 음파가 아니라, 거의 유일한 '언어'다. 문제는 이 소리를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모으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의 음향 렌즈는 단단한 고체 덩어리로 소리를 굴절시키는 방식인데, 낮은 주파수의 소리일수록 파장이 길어 소리를 한 점으로 집중시키려면 장치가 지나치게 커지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꽉 찬 구조’ 대신 물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 즉 ‘공동(cavity)’을 촘촘히 배치한 기반 메타구조를 활용했다. 각각의 빈 공간은 작은 공명기처럼 작동해 특정 주파수 소리를 강하게 잡아당기고, 이 공명기들이 모여 소리를 한 점으로 모으는 렌즈 역할을 한다. 기타 울림통이 특정한 음을 증폭하듯이 작은 '소리 공명방'들을 전략적으로 배열한 것이다. 연구팀은 지름 240mm 크기의 렌즈를 금속 3D 프린팅으로 제작하고 이를 통해 저주파 수중음을 넓은 범위(20~35kHz)에서 안정적으로 한 점에 모으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같은 직경(280mm) 조건에서 기존 고체 렌즈와 비교했을 때, 무게는 27.5kg에서 17.2kg으로 약 40% 줄었다. 또한, 실험 과정에서 '윌리스 결합(Willis coupling)1)'이라는 현상이 확인됐는데, 이 현상으로 인해 소리가 앞뒤 방향으로 서로 다르게 반사되는 비대칭 특성이 나타났다. 단순히 소리를 모으는 것을 넘어, 소리의 흐름 방향까지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해양 센서 네트워크와 수중 통신, 음향 에너지 전달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바닷속 여러 곳에 흩어진 센서들이 소리로 정보를 주고받는 해양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이 렌즈는 신호를 선명하게 모아주는 핵심 부품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노준석 교수는 "저주파, 광대역, 경량화라는 세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한 사례"라고 밝혔으며, 김시문 박사도 "이번 연구는 3차원 저주파 수중 음향 렌즈의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연구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POSCO 산학연 융합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jsv.2026.119919 1. 윌리스 결합(Willis coupling): 소리의 압력과 입자 운동이 서로 얽히며, 입사 방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반사·전달되는 비대칭 음향 결합 현상을 말한다.
전자 이남윤 교수 연구팀, AI가 필요한 정보만 골라 보낸다…차세대6G 시멘틱 통신 기술 개발
[LG전자와 산학협력… 통신분야 국제학술대회 'IEEE ICC 2026 기술데모'서 시연 및 발표] [지난해 시멘틱 통신 연구 잇는 후속 성과…국제표준 기반 기술로 상용화 가능성 높여]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이남윤 교수 연구팀(박찬호 박사후연구원, 박범수 박사과정)은 특정 태스크를 위해 사전학습된 트랜스포머에서 생성된 토큰 정보 중요도를 표준기술에 기반한 비트 단위의 정보 압축과 전송 과정 전반에 반영하는 새로운 시멘틱 통신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해 연구팀이 발표한 다중 정보타입·다중 태스크 시멘틱 통신 기술 후속 연구로, 최근 통신 분야 대표 국제학술대회인 'IEEE ICC 2026'에서 기술 데모 시연을 하였다. 기존 4G·5G 통신이 데이터를 원본 그대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시멘틱 통신은 정보의 의미와 중요도에 따라 필요한 정보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차세대 통신 기술이다. 인공지능이 영상 속 객체를 인식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인식에 필요한 핵심 정보에 통신 자원을 집중해 더 적은 데이터로도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비전 트랜스포머(Vision Transformer)를 활용해 이미지 내 객체 분류 태스크에 필요한 정보의 중요도를 토큰 단위로 분석하고, 이를 비트 단위로 동작하는 표준 압축과 오류 정정 과정에 반영했다. 이미지 압축 단계에서는 중요한 영역에 더 많은 정보를 할당하는 ‘어텐션 기반 JPEG(Attention JPEG)’ 기술을 개발했으며, 전송 단계에서는 중요한 정보에 더 강한 오류 보호를 적용하는 ‘차등 오류 보호(Unequal Error Protection) 폴라 코드’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적은 통신 자원과 낮은 지연 환경에서도 높은 인식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국제표준과 높은 호환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서 동작하는 트랜스포머 모델에서 추출한 토큰 단위의 정보 중요도를 비트 단위의 국제표준 이미지 압축 규격인 JPEG와 5G 표준 폴라 코드 구조에 통합 반영하는 방식을 고안해 별도의 대규모 인공지능 송수신기 없이도 기존 통신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SDR) 기반 시험 환경에서 실제 무선 전송 실험을 수행한 결과, 기존 방식보다 적은 통신 자원으로도 높은 이미지 분류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남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정보의 중요도를 압축부터 채널 부호화까지 일관되게 반영하면서도 기존 통신 표준과 호환되는 시멘틱 통신 프레임워크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향후 객체 검출과 의미론적 분할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영상 처리 분야는 물론, AI-RAN과 6G 이동통신, physical AI를 실현하기 위한 인공지능 로봇 간 통신 등 주파수 효율과 지연 성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차세대 응용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남윤 교수 연구팀과 LG전자 CTO부문 C&M 표준연구소(소장 제영호, 이상림 PL)의 산학협력을 통해 수행됐으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차세대 네트워크(6G) 산업기술개발사업(AI-Native 응용서비스 지원 AI-Native 무선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 보건복지부 재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지원으로 수행됐다.
전자/IT융합 백창기 교수 연구팀, ‘나노튜브’로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기술의 한계를 넘다
[속 빈 나노튜브 구조 포논 국소화 현상으로 열전도 억제 원리 규명] 챗GPT에게 질문 하나를 던질 때마다 서버실 어딘가에서 열이 난다. 달리는 전기차 배터리가 열이나면 그 열을 멈출수가 없다, 또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면 언제나 열이 발생하나, 그 열은 그냥 공기 속으로 사라진다. 버려지는 이 열들을 다시 전기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국내 연구팀이 그 가능성을 한 단계 현실에 가깝게 끌어당겼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 백창기 교수,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기영 씨 연구팀이 ‘속이 빈 실리콘 나노튜브’ 구조를 이용해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소자의 효율 한계를 돌파할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에너지·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나노에너지(Nano Energy)’에 게재됐다. ‘열전소자’는 온도 차이만으로 전기를 만드는 소자다. 산업 현장의 폐열 회수부터 배터리 냉각, 우주 탐사선의 전원 공급을 위한 핵 전지까지 쓰임새는 다양하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 열 관리가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지금,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문제는 소재다. 열전소자 핵심 재료는 비스무트(Bi), 텔루륨(Te) 등 희소금속이다. 매장량이 적고 공급망이 불안정해,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가격과 수급이 요동쳤다. 반면 실리콘은 지구상에 풍부하고,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제조 공정과도 잘 맞는다. 그런데도 지금껏 실리콘 기반 열전소자가 상용화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열전소자 효율을 높이려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열은 최대한 막고, 전기는 잘 흐르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구조를 작게 만들수록 열 이동은 줄어드는 대신 전기 흐름까지 방해받는 딜레마가 생긴다. 소음 차단벽을 세우면 바람도 함께 막히는 것처럼, 이 두 가지 특성은 좀처럼 따로 제어하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이 딜레마를 '속 빈 구조'로 풀었다. 일반적인 나노선1)이 속이 꽉 찬 막대 모양이라면, 나노튜브는 내부가 비어 있는 대롱 형태다. 두 구조를 비교한 결과, 나노튜브에서 약 70% 낮은 열전도도가 확인됐다. 더 놀라운 것은 표면적 비율을 같은 조건으로 맞췄을 때의 결과다. 조건이 같으면 성능도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나노튜브는 약 33% 더 낮은 열전도도를 보였다. 속이 비어 있다는 구조 자체가 열을 추가로 막는 독자적인 효과를 낸다는 증거다. 그 원인을 연구팀은 '포논2) 국소화' 현상에서 찾았다. ‘포논’은 고체 안에서 열을 전달하는 진동을 입자처럼 표현한 개념이다. '포논 국소화'란 이 진동이 구조 전체로 퍼지지 못하고 일부 영역에 갇혀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파도가 방파제 안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기존에는 극저온이나 매우 특수한 구조에서만 나타난다고 알려진 이 현상이, 비교적 단순한 나노튜브 구조에서도 상온에 가까운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원리가 실용화된다면,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되돌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길이 열린다. 희소금속 없이 반도체 공정 기술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POSTECH 백창기 교수는 "국내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과의 호환성 덕분에, 희토류 재료에 의존하지 않는 차세대 열관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DOI: https://doi.org/10.1016/j.nanoen.2026.112007 1. 나노선(nanowire): 직경이 수 나노미터에 불과한 가느다란 원통형 구조체다. 2. 포논(phonon): 고체 내부에서 열을 전달하는 에너지 단위로,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진동할 때 생겨나는 파동을 입자처럼 표현한 개념이다.
전자/반도체 이병훈 교수 연구팀, “반도체도 이제 ‘멀티플레이’ 시대” 필요한 소자 75% 줄이고, 속도 4배 높이고
[저온 공정 가능한 이종접합 트랜지스터 개발… 복잡한 회로 단일 소자로 구현] 스마트폰이 손 안에 들어온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이제 AI까지 손목 위에서 돌아가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기기는 작아지는데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기능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POSTECH 연구팀이 이 모순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전자전기공학과 전재현 박사 연구팀이 하나의 반도체 소자만으로 여러 회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트랜지스터 기술을 개발했다. 회로는 훨씬 단순해지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기존 대비 4배 더 빨라졌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소자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반도체 산업의 과제 중 하나는 ‘더 작은 칩 안에 더 많은 기능을 넣는 것’이다. 기능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회로와 트랜지스터 수도 증가하는데 이미 만들어진 반도체 칩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는 기존 칩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 400도 이하 저온에서 후공정(BEOL)1)이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팀은 ‘산화아연(ZnO)’과 ‘텔루륨(Te)’에 주목했다. 두 물질은 200도 이하에서도 얇고 균일하게 제작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연구팀은 이 둘을 결합해 'ZnO-Te 이종접합2)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이 소자는 전류 흐름을 매우 독특하게 조절한다. 전압이 올라가면 전류도 함께 증가하는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특정 구간에서 오히려 전류가 감소하는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NDT)3)’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하나의 소자 안에서 이 현상을 두 번 연속 발생시키는 ‘이중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D-NDT)4)’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쉽게 말해, 여러 명이 나누어서 하던 일을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해 복잡한 회로를 줄이는 방법이다. 비결은 두 소재가 겹치는 길이를 정교하게 조절한 데 있다. 겹치는 구간이 짧을 때는 전류가 한 번만 변하지만, 구간이 길어지면 소자 안에서 가로·세로 방향 전류가 동시에 형성되면서 전류 피크가 두 번 만들어진다. 일직선으로 흐르던 전류가 입체 교차로를 만난 것처럼 더 복잡한 신호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이용하여 입력 신호 하나를 네 개의 신호로 바꿔주는 '주파수 4체배기5)'를 구현했다. 원래는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했던 기능이지만, 이번 기술은 단일 소자만으로 이를 구현했다. 필요한 트랜지스터 수를 75% 줄인 셈이다. 또한, 실제 회로 실험에서는 하나의 입력 신호 주기 안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4배 증가하는 것도 확인했다. POSTECH 이병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회로 기능을 단일 소자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초소형 AI 기기나 3차원 고집적 반도체 시스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국가반도체연구실 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74948 1. BEOL(Back-End-Of-Line): 칩 제조 과정 중 금속 배선을 연결하는 후공정. 이번 연구의 소자는 200℃ 이하 저온에서 제작되어 BEOL 공정 및 3차원 적층 집적(3D integration) 기술과 호환된다. 2. 이종접합(Heterojunction): 특성이 다른 두 개의 반도체(본 연구에서는 n형 ZnO와 p형 Te)를 결합한 소자로, 서로 다른 전하 수송 특성을 이용해 독특한 비선형 전기적 응답을 구현할 수 있다. 3.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NDT, 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게이트 전압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특정 구간 이후 전류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다. 일반 트랜지스터와 다른 비선형 응답을 보이기 때문에, 주파수 체배나 다치 로직 같은 특수 회로 응용에 유리하다. 4. 이중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D-NDT, Double 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하나의 소자 전달 특성에서 NDT 피크가 두 번 나타나는 현상이다. 입력 신호가 이 두 피크를 순차적으로 통과하면서 한 주기 내 여러 번의 출력 응답을 만들 수 있어, 고차 주파수 변환에 활용된다. 5. 주파수 4체배기(Frequency Quadrupler): 입력 주파수를 4배로 변환해 출력하는 회로 또는 소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소자와 복잡한 회로 구성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단일 단계 소자 기반으로 구현됐다.
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 연구팀, “빛과 초음파를 하나로”…투명 초음파 센서 개발 프로토콜 제시
[고정밀 바이오이미징 길 여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 제작법 발표] 국내 연구팀이 ‘빛’과 ‘소리(초음파)’를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통과시키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 표준 제작 프로토콜을 제시했다. 피부에 기기 하나만 올려도 몸속을 들여다보는 SF 영화 속 장면이 현실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동규·하민규 씨, 경북대학교 의생명융합공학과· 첨단바이오융합학과·바이오융합연구원 박정우 교수 연구팀이 빛과 소리를 하나의 경로로 정밀하게 통합하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transparent ultrasound transducer, TUT)’ 개발 기술을 체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현지 기준 지난 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프로토콜스(Nature Protocols)’에 게재됐다. ‘트랜스듀서(transducer)’는 에너지를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바꿔주는 장치를 말한다. 병원에서 피부에 젤을 바르고 탐촉자를 갖다 대 몸속을 확인하는 초음파 기기, 그 핵심 부품이 바로 트랜스듀서다. 전기 신호를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고주파 음파로 바꿔 몸속에 쏜 뒤, 돌아오는 신호를 다시 영상으로 만들어 낸다. 최근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는 이 초음파 기술에 광학 기술을 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초음파가 몸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데 강하다면, 빛을 이용한 광학 영상은 세포나 혈관처럼 작고 섬세한 구조를 선명하게 포착하는 데 장점이 있다. 두 기술을 합치면 더 정확한 진단, 더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기존 초음파 트랜스듀서는 불투명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어 빛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를 따로따로 비스듬히 배치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장비는 커지고 두 신호를 맞추기도 어려워 영상 품질도 떨어졌다. 손가락 굵기의 내시경이나 피부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처럼 작은 공간에 여러 기능을 넣어야 하는 의료기기 개발에는 특히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이 제시한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는 말 그대로 빛이 통과할 수 있는 초음파 장치로 광학 장치와 초음파 장치를 하나의 축 위에 나란히 놓을 수 있다. 기존에는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가 옆으로 비켜 서 있었다면, 이제 하나의 '투명 창문'을 통해 두 신호가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나아가 이 기기를 처음 만드는 연구자도 따라 할 수 있는 '표준 제작 설명서'도 함께 내놨다. 재료 선택부터 설계 최적화, 전극 제작, 최종 성능 검증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했으며, 관련 경험이 있는 연구자라면 약 3주 안에 직접 만들고 검증까지 마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 자체뿐 아니라 '문턱을 낮췄다'라는 데 있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초소형 내시경, 실시간 영상 유도 치료 시스템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 암 진단과 치료, 혈관 모니터링, 생체신호 분석처럼 빛과 초음파를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정밀 의료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POSTECH 김철홍 교수는 “광학과 초음파를 하나의 축으로 정렬해 활용하는 다중 모드 바이오메디컬 시스템 개발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한, 경북대 박정우 교수는 ”연구자들이 응용 목적에 맞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를 체계적으로 설계·제작하고 성능까지 검증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바이오 이미징 및 치료 융합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집단연구지원사업,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 연구개발특구육성사업, 보건복지부의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BK21,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96-026-01366-6
전자/반도체 이병훈 교수 연구팀, “얇을수록 불리하다는 딜레마 깨졌다” 반도체 저항 50배↓ , 전류 17배↑
[접촉부만 두껍게 하는 구조 설계로 초박막 반도체 성능 한계 극복] 반도체 칩이 점점 얇아지면서 칩에 들어가는 소자도 극한의 초박막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두께를 줄일수록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POSTECH 연구진이 ‘딱 필요한 부분만 두껍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연구팀은 초박막 텔루륨(Te) 트랜지스터에서 금속-반도체 간 접촉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접촉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최근 게재됐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 발전으로 반도체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산을 담당하는 ‘로직’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에너지 손실이 주요 병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직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는 3차원 집적 구조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 구조를 만들려면 400℃ 이하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소자가 필요하다. 텔루륨(Te)1)은 높은 전하 이동도와 상온 안정성, 저온 공정 가능성 덕분에 유력한 반도체 채널 소재로 꼽힌다. 그런데, 밴드갭(band gap)2)이 좁아 트랜지스터를 꺼도 전류가 새는 ‘누설전류’가 발생하기 쉽다. 이를 줄이려면 채널을 5nm(나노미터) 이하 초박막으로 만들어 전자를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데, 문제는 채널 두께가 지나치게 얇아지면 금속 전극과 반도체 경계에서 전자 이동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금속과 반도체 사이에는 전자가 넘어야 하는 일종의 ‘에너지 장벽’인 쇼트키 장벽(Schottky barrier)3)이 형성되는데, 채널이 얇아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누설전류는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접촉 저항이 증가해 소자 성능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 실리콘 공정에서 사용되는 '융기된 소스·드레인(Raised Source and Drain, RSD)' 구조를 적용했다. 핵심은 전류가 드나드는 전극과 직접 맞닿는 부분(소스, 드레인)만 텔루륨을 더 쌓아 두껍게 만드는 것이다. 전류가 흐르는 채널은 4nm로 유지해 누설전류를 억제하면서도, 금속 전극과 만나는 부분에는 텔루륨을 추가로 쌓아 전류가 더 쉽게 흐를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해당 구조를 적용한 소자는 접촉 저항이 기존 97.5kΩ·μm(킬로옴·마이크로미터)에서 1.7kΩ·μm로 약 50배 감소했으며, 영하 196℃ 환경에서 소자가 완전히 켜진 상태에서의 전류도 17배 이상 증가했다. 초박막 구조에서 ‘낮은 저항’과 ‘높은 성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이 기술은 스퍼터링(Sputtering)이라는 대면적 저온 증착 공정으로 구현할 수 있어 실제 반도체 양산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는다. POSTECH 이병훈 교수는 "얇을수록 저항이 커지는 초박막 반도체의 고질적인 딜레마를 '국소적 두께 제어'라는 새로운 밴드 엔지니어링 방식으로 돌파한 것"이라며, "텔루륨뿐 아니라 다양한 2차원 및 초박막 반도체 소자의 고성능화와 차세대 3차원 고집적 반도체 상용화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핵심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국가반도체연구실지원 핵심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18395 1. 텔루륨(Tellurium, Te): 1차원 나선형 사슬 구조를 가진 반도체 물질로, 상온 안정성이 뛰어나고 높은 정공 이동도를 보여 차세대 P 채널 소자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2. 밴드갭(band gap): 반도체에서 전자가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 사이 에너지 차이. 밴드갭이 좁을수록 전자가 쉽게 이동해 전류가 잘 흐르지만, 누설전류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3. 쇼트키 장벽(Schottky barrier): 금속과 반도체 경계면에 형성되는 에너지 장벽으로, 전자가 금속에서 반도체로 이동할 때 넘어야 하는 ‘장벽’ 역할을 한다. 이 장벽이 높을수록 전류 흐름이 어려워져 접촉 저항이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