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반도체 황현상 교수 연구팀, '메모리 아파트' 길 잃은 결정에 내비게이션, 3D NAND 반도체 한계 넘는 기술 개발
[시드층 기반 방향 제어형 MILC로 155단 3D NAND 채널 균일 결정화] 스마트폰에 사진 수만 장을 담는 비결은 데이터 저장 공간을 아파트처럼 위로 쌓아 올리는 기술에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 ‘메모리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길을 방해하던 반도체 결정에 내비게이션을 달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성능을 높일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황현상 교수, 신소재공학과 통합과정 권오혁 씨 연구팀은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메모리사업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3D 낸드(NAND)’ 채널 내부 실리콘 결정의 성장 방향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반도체 분야 최고 권위 학회 ‘2026 IEEE 국제 VLSI 기술 및 회로 심포지엄(IEEE Symposium on VLSI Technology and Circuits)’에서 발표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의 ‘Research Highlights’에 선정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낸드(NAND)’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저장용 반도체로 스마트폰과 USB 메모리 등에 쓰인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정보를 저장하는 셀을 수백 층까지 쌓은 구조가 ‘3D 낸드’다. 층이 높아질수록 데이터를 전달하는 수직 통로인 ‘실리콘’ 채널도 길어진다. 문제는 채널을 이루는 실리콘 결정이다. 실리콘은 여러 개의 작은 결정이 모여 형성되는데, 결정과 결정 사이의 경계는 전류 흐름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채널이 길어질수록 이런 경계가 늘어나 전기 저항이 커지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떨어진다. 이 문제를 풀 열쇠로 주목받아 온 기술이 ‘금속 유도 측면 결정화(이하 MILC1))’다. 니켈(Ni)을 촉매로 사용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고품질 실리콘 결정을 만들 수 있지만 결정이 자라는 방향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MILC 과정에서 형성되는 바늘 모양 결정인 '위스커(whisker)'가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자라 서로 부딪히면 성장이 멈추고, 니켈이 채널 안에 남게 된다. 이 때문에 긴 채널 전체에 전류가 잘 흐를 수 있는 균일한 결정 통로를 만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결정이 자라기 시작하는 출발점에 주목했다. 먼저 실리콘 기판 위 니켈 박막에 ‘마이크로웨이브 어닐링(이하 MWA2))’을 적용해 결정 성장 방향을 유도하는 시드층(seed layer)을 만들었다. 전자레인지가 음식 속 물 분자에만 선택적으로 열을 전달하듯, MWA도 니켈과 실리콘이 맞닿은 부분에만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전달한다. 덕분에 기판 전체를 가열하지 않고도 결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균일하게 정렬된 시드층을 낮은 온도에서 형성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층을 3D 낸드 채널 표면에 적용했다. 그 결과, 결정은 방향이 정해진 시드층을 따라 성장했고, 위스커도 무작위로 퍼지지 않고 한 방향으로 길게 이어졌다. 연구팀은 이를 실제 155단 3D 낸드 구조(채널 깊이 약 6.5㎛)에 적용해 채널 위부터 아래 끝까지 균일하게 정렬된 결정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POSTECH 황현상 교수는 “적층 수가 늘어나는 차세대 3D 낸드에서도 채널 전체를 균일하게 결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제1저자인 권오혁 씨는 “무작위였던 결정 성장에 방향성을 부여해 위스커 충돌과 니켈 포획이라는 MILC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라며 “고단수 3D 낸드의 채널 저항 문제를 푸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주)의 산학 공동 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109/VLSITechnologyandCir65830.2026.11577362 1. MILC(Metal-Induced Lateral Crystallization, 금속 유도 측면 결정화): 니켈 등 금속 촉매를 이용해 비정질 실리콘을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결정질 실리콘으로 변환하는 결정화 기술이다. 2. MWA(Microwave Annealing, 마이크로웨이브 어닐링): 마이크로웨이브 에너지를 특정 화학 결합에 선택적으로 전달해 낮은 기판 온도에서도 반응을 촉진하는 열처리 기술이다.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상온 단일양자광원, 초집속 빛으로 포획하고 양자상태까지 바꾼다
[카멜레온처럼 변모하는 양자나노광학 기반 포획·센싱·제어·분광 복합현미경 개발] 양자기술의 핵심 난제 중 하나는 단일양자광원을 원하는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만들고, 그 특성을 필요에 따라 바꿔 쓰는 것이다. 양자광원은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양자센싱의 핵심 구성요소로 꼽히지만, 지금까지는 나노미터 크기의 단일양자입자를 원하는 순간에 붙잡고, 정렬하고, 동시에 광학적 특성까지 능동적으로 바꾸는 데 큰 한계가 있었다.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물리학과 구연정 박사 연구팀은 상온 액체 환경에서 단일양자광원을 초집속 나노빛으로 포획하고, 밝기와 에너지, 양자결합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양자나노분광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일양자광원을 단순히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빛으로 붙잡고, 정렬하고, 원하는 특성으로 바꿔 쓸 수 있는 ‘능동형 양자나노현미경’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단일양자점은 상온에서 작동 가능한 양자광원으로 큰 잠재력을 지닌다. 그러나 크기가 매우 작고 외부 환경에 민감해 원하는 위치에 하나씩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그 광학적 특성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양자기술 상용화에 큰 제약이 있었다. 또한 단일양자광원의 밝기, 파장, 편광, 위치 등을 동시에 조절하는 것은 차세대 양자기술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지만, 기존 광변조 플랫폼에서는 구현이 제한적이었다.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탐침증강 나노광포획 분광법(TENT, tip-enhanced nano-optical trapping)’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단일양자점이 액체 속에 자유롭게 떠다니게 한 뒤, 금 탐침 끝에 빛을 나노미터 크기로 강하게 집중시켰다. 이때 형성되는 초집속 나노빛은 단일양자입자를 탐침 끝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포획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초집속 나노빛이 만드는 돌림힘에 의해 포획된 양자점이 빛과 가장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정렬되는 현상도 확인했다. 이는 단일양자광원을 보다 안정적이고 재현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원리가 된다. 개발한 장비의 가장 큰 특징은 포획에 그치지 않고, 단일양자광원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탐침과 기판 사이의 간격을 정밀하게 조절해 빛이 갇히는 나노미터 공간의 크기를 변화시켰고, 이를 통해 방출되는 단일양자광의 밝기와 에너지, 양자결합 세기를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탐침이 단일양자입자에 가하는 초고압력을 이용해 추가적인 양자상태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 쉽게 말해, 이번 기술은 단일양자광원을 ‘찾아서 관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빛으로 불러오고 붙잡아 필요한 특성으로 바꿔 쓰는 새로운 방식이다. 하나의 입자가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양자광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멜레온처럼 변모 가능한 양자나노광학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TENT 플랫폼은 포획, 센싱, 제어, 분광 기능을 하나의 장치 안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일입자를 붙잡는 동시에 빛과 상호작용시키고, 그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며 제어할 수 있어, 양자광소자 연구는 물론 극미량 물질을 감지하는 초고감도 센싱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다. 향후 이 기술은 양자통신용 단일광자원, 양자 스위치 및 변조기, 나노양자센싱, 바이오메디컬 센싱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액체 환경에서 작동한다는 점은 바이러스, 단백질, 나노입자, 미세플라스틱 등 극미량 물질을 단일입자 수준에서 분석하는 차세대 바이오·환경 센싱 플랫폼으로의 가능성을 높인다. 논문의 제1저자인 구연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액체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단일양자광원을 안정적으로 포획하고, 그 방향과 양자광 특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한 사례”라며 “관찰조차 어려운 상온 단일양자광원을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적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성과는 양자현상을 수동적으로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금 탐침 끝에 맺힌 초집속 나노빛을 이용해 양자특성을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양자나노현미경을 개발한 것”이라며 “향후 초고감도 바이오메디컬 센싱, 나노양자센싱, 차세대 양자광소자, 양자정보과학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POSTECH 물리학과 신재훈, 통합과정 오현민·김수정 씨, 황종근 박사, 이형우 박사가 함께 연구를 수행했으며, IBS 서영덕 부연구단장, 충북대 이현석 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장정훈 박사가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600045
전자/반도체 이병훈 교수 연구팀, “반도체도 이제 ‘멀티플레이’ 시대” 필요한 소자 75% 줄이고, 속도 4배 높이고
[저온 공정 가능한 이종접합 트랜지스터 개발… 복잡한 회로 단일 소자로 구현] 스마트폰이 손 안에 들어온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이제 AI까지 손목 위에서 돌아가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기기는 작아지는데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기능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POSTECH 연구팀이 이 모순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전자전기공학과 전재현 박사 연구팀이 하나의 반도체 소자만으로 여러 회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트랜지스터 기술을 개발했다. 회로는 훨씬 단순해지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기존 대비 4배 더 빨라졌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소자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반도체 산업의 과제 중 하나는 ‘더 작은 칩 안에 더 많은 기능을 넣는 것’이다. 기능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회로와 트랜지스터 수도 증가하는데 이미 만들어진 반도체 칩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는 기존 칩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 400도 이하 저온에서 후공정(BEOL)1)이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팀은 ‘산화아연(ZnO)’과 ‘텔루륨(Te)’에 주목했다. 두 물질은 200도 이하에서도 얇고 균일하게 제작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연구팀은 이 둘을 결합해 'ZnO-Te 이종접합2)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이 소자는 전류 흐름을 매우 독특하게 조절한다. 전압이 올라가면 전류도 함께 증가하는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특정 구간에서 오히려 전류가 감소하는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NDT)3)’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하나의 소자 안에서 이 현상을 두 번 연속 발생시키는 ‘이중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D-NDT)4)’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쉽게 말해, 여러 명이 나누어서 하던 일을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해 복잡한 회로를 줄이는 방법이다. 비결은 두 소재가 겹치는 길이를 정교하게 조절한 데 있다. 겹치는 구간이 짧을 때는 전류가 한 번만 변하지만, 구간이 길어지면 소자 안에서 가로·세로 방향 전류가 동시에 형성되면서 전류 피크가 두 번 만들어진다. 일직선으로 흐르던 전류가 입체 교차로를 만난 것처럼 더 복잡한 신호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이용하여 입력 신호 하나를 네 개의 신호로 바꿔주는 '주파수 4체배기5)'를 구현했다. 원래는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했던 기능이지만, 이번 기술은 단일 소자만으로 이를 구현했다. 필요한 트랜지스터 수를 75% 줄인 셈이다. 또한, 실제 회로 실험에서는 하나의 입력 신호 주기 안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4배 증가하는 것도 확인했다. POSTECH 이병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회로 기능을 단일 소자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초소형 AI 기기나 3차원 고집적 반도체 시스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국가반도체연구실 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74948 1. BEOL(Back-End-Of-Line): 칩 제조 과정 중 금속 배선을 연결하는 후공정. 이번 연구의 소자는 200℃ 이하 저온에서 제작되어 BEOL 공정 및 3차원 적층 집적(3D integration) 기술과 호환된다. 2. 이종접합(Heterojunction): 특성이 다른 두 개의 반도체(본 연구에서는 n형 ZnO와 p형 Te)를 결합한 소자로, 서로 다른 전하 수송 특성을 이용해 독특한 비선형 전기적 응답을 구현할 수 있다. 3.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NDT, 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게이트 전압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특정 구간 이후 전류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다. 일반 트랜지스터와 다른 비선형 응답을 보이기 때문에, 주파수 체배나 다치 로직 같은 특수 회로 응용에 유리하다. 4. 이중 부성 미분 트랜스컨덕턴스(D-NDT, Double Negative Differential Transconductance): 하나의 소자 전달 특성에서 NDT 피크가 두 번 나타나는 현상이다. 입력 신호가 이 두 피크를 순차적으로 통과하면서 한 주기 내 여러 번의 출력 응답을 만들 수 있어, 고차 주파수 변환에 활용된다. 5. 주파수 4체배기(Frequency Quadrupler): 입력 주파수를 4배로 변환해 출력하는 회로 또는 소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소자와 복잡한 회로 구성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단일 단계 소자 기반으로 구현됐다.
전자/반도체 이병훈 교수 연구팀, “얇을수록 불리하다는 딜레마 깨졌다” 반도체 저항 50배↓ , 전류 17배↑
[접촉부만 두껍게 하는 구조 설계로 초박막 반도체 성능 한계 극복] 반도체 칩이 점점 얇아지면서 칩에 들어가는 소자도 극한의 초박막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두께를 줄일수록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POSTECH 연구진이 ‘딱 필요한 부분만 두껍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연구팀은 초박막 텔루륨(Te) 트랜지스터에서 금속-반도체 간 접촉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접촉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최근 게재됐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 발전으로 반도체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산을 담당하는 ‘로직’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에너지 손실이 주요 병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직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는 3차원 집적 구조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 구조를 만들려면 400℃ 이하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소자가 필요하다. 텔루륨(Te)1)은 높은 전하 이동도와 상온 안정성, 저온 공정 가능성 덕분에 유력한 반도체 채널 소재로 꼽힌다. 그런데, 밴드갭(band gap)2)이 좁아 트랜지스터를 꺼도 전류가 새는 ‘누설전류’가 발생하기 쉽다. 이를 줄이려면 채널을 5nm(나노미터) 이하 초박막으로 만들어 전자를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데, 문제는 채널 두께가 지나치게 얇아지면 금속 전극과 반도체 경계에서 전자 이동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금속과 반도체 사이에는 전자가 넘어야 하는 일종의 ‘에너지 장벽’인 쇼트키 장벽(Schottky barrier)3)이 형성되는데, 채널이 얇아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누설전류는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접촉 저항이 증가해 소자 성능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 실리콘 공정에서 사용되는 '융기된 소스·드레인(Raised Source and Drain, RSD)' 구조를 적용했다. 핵심은 전류가 드나드는 전극과 직접 맞닿는 부분(소스, 드레인)만 텔루륨을 더 쌓아 두껍게 만드는 것이다. 전류가 흐르는 채널은 4nm로 유지해 누설전류를 억제하면서도, 금속 전극과 만나는 부분에는 텔루륨을 추가로 쌓아 전류가 더 쉽게 흐를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해당 구조를 적용한 소자는 접촉 저항이 기존 97.5kΩ·μm(킬로옴·마이크로미터)에서 1.7kΩ·μm로 약 50배 감소했으며, 영하 196℃ 환경에서 소자가 완전히 켜진 상태에서의 전류도 17배 이상 증가했다. 초박막 구조에서 ‘낮은 저항’과 ‘높은 성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이 기술은 스퍼터링(Sputtering)이라는 대면적 저온 증착 공정으로 구현할 수 있어 실제 반도체 양산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는다. POSTECH 이병훈 교수는 "얇을수록 저항이 커지는 초박막 반도체의 고질적인 딜레마를 '국소적 두께 제어'라는 새로운 밴드 엔지니어링 방식으로 돌파한 것"이라며, "텔루륨뿐 아니라 다양한 2차원 및 초박막 반도체 소자의 고성능화와 차세대 3차원 고집적 반도체 상용화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핵심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국가반도체연구실지원 핵심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18395 1. 텔루륨(Tellurium, Te): 1차원 나선형 사슬 구조를 가진 반도체 물질로, 상온 안정성이 뛰어나고 높은 정공 이동도를 보여 차세대 P 채널 소자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2. 밴드갭(band gap): 반도체에서 전자가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 사이 에너지 차이. 밴드갭이 좁을수록 전자가 쉽게 이동해 전류가 잘 흐르지만, 누설전류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3. 쇼트키 장벽(Schottky barrier): 금속과 반도체 경계면에 형성되는 에너지 장벽으로, 전자가 금속에서 반도체로 이동할 때 넘어야 하는 ‘장벽’ 역할을 한다. 이 장벽이 높을수록 전류 흐름이 어려워져 접촉 저항이 증가한다.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상온에서 빛나는 양자 발광체 개발… 효율 130배 끌어올렸다
[간단한 열처리 공정으로 2차원 반도체 상온 발광 한계 극복] 최근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 박경덕 교수, 물리학과 박사과정 문태영 씨 연구팀은 UNIST 화학과 서영덕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일상적인 실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빛을 내는 고효율 양자 발광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구는 필라멘트가 달궈지며 빛을 내고, 형광등은 전기가 기체를 자극해 빛을 만든다. 반도체가 빛을 내는 방식은 또 다르다. '전자'와 '정공(빈자리)'이 만나 짝을 이루었다가 사라질 때 빛이 방출되는데, 이 짝을 '엑시톤(exiton)'이라 한다. 특히, 엑시톤이 특정 위치에 안정적으로 머물면 빛을 아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 통신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있었다. 실험실 밖, 즉 상온에서는 엑시톤이 쉽게 퍼지고 발광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반도체 내부에 남아 있는 잉여 전자가 엑시톤의 발광을 막아 에너지가 빛이 아닌 열로 소모됐다. 둘째, 엑시톤을 한 지점에 안정적으로 붙잡아 둘 구조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먼저 잉여 전자가 쌓이는 원인을 반도체와 금속 기판 사이에 생기는 ‘물 분자층’에서 찾았다. 원자 세 겹 두께의 2차원 반도체 ‘이황화 몰리브덴’을 금 기판 위에 올리면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아주 얇은 물 층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 층이 전자가 기판으로 이동하는 길을 막았고, 전자가 반도체 안에 과도하게 남아 발광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결 방법은 단순했다. 300℃ 진공 환경에서 한 시간 동안 열처리를 하자 물 분자층이 증발했고, 반도체 내부 잉여 전자들이 금 기판으로 빠져나갔다. 전자가 쌓이지 않게 되자 빛 대신 열로 새던 에너지 손실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엑시톤을 한 지점에 모으는 일이었다. 연구팀은 반도체 표면에 지름 500nm(나노미터) 크기의 ‘나노홀’을 만들었다. 이 구조는 주변보다 에너지가 낮은 영역을 형성해 빗물이 낮은 곳으로 모이듯 엑시톤을 한 지점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계산 결과 약 98%의 엑시톤이 나노홀 중심에 모여 사실상 한 곳에 갇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두 가지 전략을 결합하자, 상온에서 엑시톤 발광 세기가 기존 대비 약 15배 증가했고, 발광 효율은 0.076%에서 10%로 약 130배 뛰었다. 또, 원자간력현미경 탐침으로 압력을 가했을 때 발광 세기가 120% 강해지고, 압력을 제거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와 빛 세기를 물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도 확인됐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실험실 밖에서도 작동하는 양자 발광체를 구현했다는 것“이라며, ”열처리 공정은 대량 생산 가능성을 의미하며, 단일광자 광원, 초고효율 LED, 태양전지, 광 컴퓨팅 소자 등 분야 응용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서영덕 교수는 "전하 제어와 변형도 공학을 결합한 접근법이 2차원 소재 기반 양자 정보 플랫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 삼성과학기술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y2186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AI 전력난 뒤집을 빛의 혁신… 엑시톤 확산 8,300% 증폭 현상 최초 발견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 시대 ‘게임체인저’ 등장… 전자의 한계를 넘는 차세대 저전력 AI 반도체 핵심 원리 세계 최초 제시] 기초과학 연구가 인공지능(AI) 시대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인 전력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의 ‘엑시톤(exciton)’ 이동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간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고, 이를 기존 대비 최대 8,300%까지 증폭시키는 새로운 물리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물리 현상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과 반도체 발열 문제로 대표되는 AI 시대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정보전달 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현재 반도체는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전자가 이동할수록 필연적으로 열이 발생하고, 이는 곧 에너지 손실과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는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할 정도로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엑시톤’이다. 엑시톤은 반도체 내부에서 빛과 전자의 성질이 결합된 입자로,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이동 과정에서 열 발생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차세대 초저전력 정보 전달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엑시톤을 원하는 방식으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실제 소자 응용에 큰 제약이 있었다.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빛과 전기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나노 공진 분광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빛과 전기장이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최소 선폭 정도의 초미세 공간에 모이면서, 반도체 내부의 ‘에너지 지형’을 나노 공간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고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연구팀의 이형우 박사는 이 방법을 통해 특정 영역에 엑시톤을 집중시켰고, 그 과정에서 기존 이론과는 다른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좁은 공간에 모인 엑시톤들이 서로 밀어내며, 오히려 더 빠르고 강하게 바깥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단순히 엑시톤의 개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엑시톤이 얼마나 가파르게 몰려 있는지를 나타내는 ‘밀도 기울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 대비 최대 8,300%에 달하는 엑시톤 확산 증폭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이 현상은 전압만으로 실시간 제어가 가능했다. 스위치를 켜고 끄듯, 전압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엑시톤의 이동 방향과 세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향후 반도체 칩 내부에서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존 전자 기반 회로를 넘어, 빛과 입자의 특성을 동시에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엑시톤 회로’ 구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시한다. AI 데이터센터의 초저전력 인터커넥트, 고효율 광전자 소자, 차세대 태양전지 등에서 엑시톤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미래 산업에서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그리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속적인 기초연구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나노광학 및 양자물성 연구를 꾸준히 지원한 결과,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 확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진행한 이형우 박사와 문태영 씨는 “이번 연구는 나노미터 공간에서 엑시톤의 이동을 직접 생성하고 관측한 첫 사례로,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이동 메커니즘을 확인했다”며 “엑시톤 기반 소자 설계의 핵심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경덕 교수는 “이번 성과는 기초물리 연구를 통해 산업기술 적용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향후 저전력 AI 반도체와 신개념 광소자 융합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3월 31일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63-026-02569-8
물리/반도체/융합 박경덕 교수 연구팀, “사진 지울 필요 없다?” 한 칸에 수십만 배 더 담는 빛의 기술
[빛과 엑시톤 기반으로 한 초집적 광 데이터 저장 기술 개발] 스마트폰 용량이 부족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진을 지워본 경험이 있는가. 그런데 앞으로는 추억을 지워야 하는 순간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최근 POSTECH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융합대학원·반도체대학원 박경덕 교수 연구팀이 기존보다 수십만 배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광(光) 데이터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사진 한 장 용량은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커졌다. 초고화질 영상은 더하다. 여기에 AI 서비스 확산으로 생성·처리되는 데이터까지 늘어나면서, 저장 공간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든 USB든 기존 장치들은 전기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한 칸(셀, cell)에 ‘0’과 ‘1’ 두 가지 상태로 정보를 기록한다.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려면 정보 저장 칸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한 칸의 크기를 줄이다 보면 전기적 간섭과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빛을 활용한 광 저장 기술은 빛이 퍼지는 성질 때문에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수준까지 집적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었다. POSTECH 연구팀은 반도체 내부에서 빛과 전자가 결합해 형성되는 입자인 ‘엑시톤(exciton)’에 주목했다. 엑시톤은 빛의 특성과 전자의 특성을 모두 가진 입자로 이 입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하나의 저장 셀에서 여러 단계의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신호등이 빨강, 노랑, 초록 색깔에 따라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듯, 엑시톤 발광 밝기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하나의 셀에 두 가지 이상의 정보를 담는 방식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금속-절연체-반도체’를 쌓아 올린 나노 터널 접합 장치를 만들었다. 이 구조에서 전하 이동을 미세하게 조절하면 엑시톤이 또 다른 입자 상태로 변하면서 빛의 세기가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약 60nm 크기 단일 셀에서 세 단계 이상의 발광 상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저장층 두께를 15nm 이하(머리카락 굵기 약 5,000분의 1)로 얇게 만들어, 소자를 더욱 촘촘히 쌓을 수 있는 기반도 확보했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정보를 ‘빛의 세기’가 아니라 반도체 내부 입자의 ‘물리적 상태’로 저장한다는 점이다. 빛을 이용해 비접촉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어 장치의 마모와 손상을 줄일 수 있으며, 기존 광 데이터 저장 기술이 가진 근본적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 저장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논문 제1저자인 이형우 박사는 "기존 기술이 저장 공간의 확대에 의존했다면, 이번 연구는 빛의 세기가 아닌 반도체 내부 엑시톤의 상태 자체를 정보 단위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향후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서버,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스마트 기기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될 경우, 저장 기술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연구에 사용된 2차원 반도체 물질의 제작은 성균관대 김기강 교수팀, 결과 분석은 펜실베니아대 Deep Jariwala 교수팀이 참여했으며, POSTECH 주희태, 문태영, 구연정, 김수정 씨가 측정 연구를 함께 수행하였다.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15152
전자/IT/반도체 김병섭 교수 연구팀, 스스로 배우는 AI, 사람 대신 반도체 설계한다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아날로그 반도체 자동화 난제 풀다] POSTECH 연구진이 사람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오던 반도체 설계 난제를 AI로 해결했다. 이번 연구는 자동화가 어려웠던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 한계를 극복하며, 반도체 회로 및 시스템 분야 국제 학술지인 ‘IEEE Transactions on Circuits and Systems(TCAS-I)’에 최근 게재됐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자동차, AI 서버 등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기술이지만, 이 가운데 사람의 손과 경험이 가장 많이 필요한 설계 영역은 자동화가 쉽지 않았다. 회로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구조를 수많은 규칙에 맞춰 사람이 직접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설계자의 감각과 노하우에 의존해 온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다.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는 자동화를 시도하기에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설계 방식도 회로마다 크게 달라 AI 적용도 쉽지 않았다. 또한, 반도체 설계 데이터는 기업 핵심 자산으로 외부 공개가 제한돼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도 극히 부족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김병섭 교수팀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념에 주목했다. 이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로 먼저 학습한 뒤, 소량의 추가 학습만으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AI 모델로, ChatGPT 기반 기술로도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개념을 아날로그 반도체 레이아웃 설계에 적용했다. 연구의 핵심은 사람이 정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설계 규칙을 익히는 ‘자기지도학습’ 방식이다. 연구팀은 아날로그 레이아웃1)을 작은 조각으로 나눈 뒤 일부를 가리고, 이를 다시 예측하도록 학습시켰다. 퍼즐 일부를 보고 전체 그림을 맞히도록 훈련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단 6개의 실제 반도체 설계 데이터로 약 32만 개의 학습 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전학습을 거친 AI는 아날로그 레이아웃에 공통으로 반복되는 구조와 패턴을 자연스럽게 익혔고, 이후 적은 양의 추가 데이터만으로 회로 연결과 구조 형성에 필요한 ‘접점(contact)’, ‘비아(via)’, ‘더미 패턴’, ‘N-웰’, ‘금속 배선’ 등 다섯 가지 설계 작업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AI가 생성한 레이아웃 96.6%가 설계 규칙과 회로 검증을 모두 통과했으며, 기존 방식에 비해 8분의 1 수준의 데이터만으로도 동일한 성능을 달성했다. 이번 연구는 작업마다 AI 모델을 새로 개발해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반도체 설계 작업을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다. 이는 설계 인력의 부담을 줄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해, 반도체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김병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데이터 부족으로 막혀 있던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 자동화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확장한 성과”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한, 제1저자인 정순규 씨는 “산업 현장 적용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김병섭 교수, 통합과정 정순규·최원준 씨, 박사과정 최준웅 씨, 어닉 비스와스(Anik Biswas) 석사(現 삼성전자)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BK21 교육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109/TCSI.2025.3615646 1. 아날로그 레이아웃(Analog Layout): 아날로그 회로를 물리적 반도체 칩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하학적 패턴 설계
학부 연구의 반란: POSTECH 학부생 논문, 반도체 신뢰성 ‘최고 권위’ 학회 구두발표 채택
[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연구팀, 고유전 절연막 고장 ‘사전 예측’ 기술 개발] 반도체공학과 학부생들이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가 반도체 신뢰성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IEEE International Reliability Physics Symposium(IRPS) 2026’ 구두 발표 논문으로 채택됐다. 학부생 주도 연구가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이번 성과를 통해 대학은 글로벌 연구·교육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근 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 연구팀(학부생 홍준영·조재민)이 반도체가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어디서 고장이 날지 미리 짚어낼 수 있는 새로운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반도체 소자의 신뢰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연 연구로 평가된다. 반도체가 점점 작아지고 복잡해질수록, 내부 절연막의 작은 결함 하나가 치명적인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유전율(high-k) 절연막은 필수 소재로 쓰이고 있지만, 랜덤하게 발생하는 결함 때문에 언제, 어디서 고장이 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기술은 대부분 소자가 거의 파괴된 뒤에야 결함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레이저를 활용해 절연막 내부의 누설 전류 분포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레이저 유도 누설 전류 매핑(Laser-Induced Leakage-Current Mapping)’ 기법을 제안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소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초기 단계에서도, 향후 고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취약 지점’을 미리 찾아낼 수 있다. 실험 결과, 초기에 확인된 취약 지점은 이후 전기적 스트레스를 가했을 때 실제 절연막이 파괴되는 위치와 일치했다. 연구팀은 전계(electric field) 강도와 스트레스 시간에 따른 변화를 분석해, 랜덤하게 발생한 결함이 시간이 지나며 고장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낮은 전계 조건에서도 고장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전계를 가한 뒤 결과를 분석하던 기존 신뢰성 평가 방식과 뚜렷이 구별된다. 반도체 공정 개발과 소재 평가, 신뢰성 스크리닝 과정에 활용될 경우, 고집적 반도체 소자의 수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1저자인 홍준영 학생은 “소자가 완전히 파괴되기 전 단계에서 고장 가능 지점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며 “다양한 소자 구조와 소재로 확장해 실용성을 높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공동 1저자인 조재민 학생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던 저전계 스트레스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는 원천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학생은 현재 반도체공학과 3+3 학사·석박사 연계 집중교육과정을 이수 중이며, 학부과정을 3년 만에 마치고 내년부터 석박사통합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교신저자인 이병훈 교수는 “학부생 연구가 국제 학회에서 구두 발표로 선정될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POSTECH의 교육·연구 시스템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내년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Tucson, AZ)에서 진행되는 ‘IRPS 2026’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신소재/반도체 김세영 교수팀, 사람 뇌 닮은 AI 반도체, 전력 줄이고 성능 높였다
[POSTECH, 단결정 나노와이어 기반 ECRAM 소자로 신경세포 통합·발화 모사 성공] 사람의 뇌처럼 적은 에너지로 학습하고 스스로 반응하는 AI 반도체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만든 이 소자는 기존 AI 칩보다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이면서 더 정교하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어 차세대 AI 기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막대한 전력 소비가 큰 문제다. 예를 들어 ChatGPT 운영에 필요한 전력은 일반 가정 수백 가구의 하루 사용량과 맞먹는다. 반면 사람의 뇌는 전구 한 개 수준인 20와트로 복잡한 사고와 학습을 수행하는데, 이는 뉴런과 시냅스가 촘촘히 연결되어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착안해 최근에는 실제 뇌의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ECRAM*1 ’ 소자는 재료가 무질서하게 배열된 비정질 구조를 주로 사용해 실제 뇌신경처럼 정밀하게 동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POSTECH 연구팀은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육방정계 텅스텐 산화물(h-WO₃) 단결정 나노와이어(nanowire)를 활용했다. 머리카락보다 수백 배 가늘면서 전류가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흐르는 이 소재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3단자 ECRAM 소자’를 제작했다. 전류를 조절하고 흐르게 하는 전극을 세 개 만들어 실제 뇌의 신경세포처럼 신호를 다방향으로 주고받으며 학습하는 방식을 구현한 것이다. 특히, 이 소자는 반복적인 전기 자극(펄스)을 받으면 전도도가 스스로 증가하는데 이는 뉴런이 일정한 자극 이상에서 정보를 발화하는 ‘통합·발화(integrate-and-fire)’ 메커니즘과 매우 유사하다. 기존에는 신호를 통합·발화하는 ‘뉴런’의 기능과 신호 강도를 조절하며 학습하는 ‘시냅스’의 기능을 별도의 회로로 구현해야 했는데, 이들을 단일 ECRAM 소자에서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뉴로모픽 하드웨어 집적도와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AI 반도체의 회로 복잡도를 줄이고 뇌처럼 효율적인 컴퓨팅 시스템 구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김세영 교수, 신소재공학과 석사과정 이준용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전자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스몰(Small)’에 게재됐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민관공동투자반도체고급인력양성사업의 고집적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 및 딥러닝 가속기 구현을 위한 CMOS 공정 호환 고성능 ECRAM 개발 및 티키타카 알고리즘과 고성능 시냅스 소자의 co-optimization을 통한 뉴로모픽/인메모리 연산 칩 구현기술 개발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smll.202504071 1. ECRAM(Electro-chemical Random Access Memory): 전기 신호로 이온을 움직이는 화학 반응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새로운 방식의 메모리 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