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IT융합 정성준 교수 연구팀, 비눗방울에서 찾은 ‘숨 쉬는 폐’의 해법
[폐포 움직임 그대로 재현…24만 번 호흡에도 안정적으로 작동] 누구나 한 번쯤 빨대로 비눗방울을 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얇은 막에서 착안해 실제 폐처럼 ‘숨 쉬는 인공 폐’가 개발됐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IT융합공학과 정성준 교수 연구팀이 폐 속에 있는 공기주머니인 폐포 움직임을 재현하면서 폐 세포의 반응까지 관찰할 수 있는 초박막 인공 폐를 개발했다. 약 24만 번의 호흡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폐의 반응까지 재현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사람의 폐는 하루에도 수천 번 움직인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부풀고, 내쉬면 다시 줄어든다. 폐 안쪽에 있는 작은 공기주머니인 폐포도 이 움직임을 반복한다. 폐포의 움직임은 단순히 공기를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폐 세포의 성장과 기능에 영향을 주고, 염증이나 질병이 진행되는 과정에도 중요한 신호가 된다. 폐 질환 원인을 밝히고 치료제 효과를 확인하려면 실험실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재현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하지만 기존 폐 세포 배양 기술로는 실제 폐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평평하고 움직이지 않는 바닥에서 세포를 키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칩 안에 폐의 구조와 움직임을 구현한 ‘폐-칩(lung-on-a-chip)’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PDMS1))를 사용해 실제 폐 조직의 특성을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말랑한 하이드로젤(hydrogel)을 쓰기에는 얇게 만들었을 때 쉽게 찢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비눗방울’에서 그 답을 찾았다. 비눗방울은 액체가 스스로 얇은 막을 만들면서도 쉽게 터지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연구팀은 이를 하이드로젤에 적용했다. 원하는 모양의 틀을 하이드로젤 용액에 담갔다가 꺼내는 방식으로 틀 표면에 매우 얇은 막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초박막은 실제 폐 속의 폐포처럼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반복적인 움직임을 견딜 만큼 튼튼했다. 연구팀은 여기에 실제 사람이 숨 쉬는 원리도 적용했다. 사람이 숨을 들이마실 때 횡격막이 아래로 움직이면 폐 안의 압력이 낮아지고, 바깥 공기가 들어온다. 연구팀은 초박막 아래에서 이와 같은 압력 변화를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는 ‘호흡 구동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결과 초박막이 실제 폐처럼 늘었다가 줄어들었고, 약 24만 번의 호흡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인공 폐 내부도 실제 폐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혈관세포층’, ‘기저막층’, ‘상피세포층’을 차례로 쌓아 폐포와 유사한 3층 구조를 구현했다. 이렇게 만든 인공 폐에서는 호흡에 따른 움직임이 세포에 전달됐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반응까지 진짜 폐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실험에서는 호흡 운동에 따라 폐의 염증 반응과 바이러스 대응 반응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단순 세포 배양이나 동물실험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약물의 반응을 사람의 폐와 아주 유사한 환경에서 살펴봤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성준 교수는 "‘숨 쉬는 인공 폐'는 호흡의 빠르기와 깊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정상적인 폐부터 여러 질병 상태까지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다“라며, ”이번 연구는 신약 개발과 폐 질환 연구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산업자원통상부 바이오산업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74372 1. PDMS: 폴리디메틸실록산(Polydimethylsiloxane)이라는 실리콘 계열의 말랑한 고분자 소재를 말한다.
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 연구팀, “손이든 발이든 이어붙이기 없이 한 번에“ 몸속 혈관 '파노라마 모드'로 한 번에 찍는다
[넓은 부위 한 번에 찍는 3차원 광음향·초음파 통합 영상 시스템 개발] 여행지에서 풍경이 너무 넓어 사진 한 장에 다 담기지 않을 때, 보통 파노라마 모드를 쓴다. 이런 고민이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넓은 부위의 혈관을 살펴보려면 여러 번 나눠 찍은 뒤 이어 붙여야 했고, 이 과정에서 사진이 어색하게 이어지듯 영상도 왜곡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글로벌 헬스케어 의공학 연구소 박신영 박사,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성민식 씨, 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 김현희 씨 연구팀이 지멘스 헬시니어스 초음파 프로브 연구팀과 함께 손과 발처럼 넓은 부위를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3차원 광음향·초음파 통합 영상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Laser & Photonics Reviews)'에 현지 시각으로 지난 8일 게재됐다.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은 몸속 구조와 혈관 상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진단 기술이다. 혈관에서 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잡아내는 '광음향' 기술과 소리를 쏘아 반사되는 신호로 몸속 구조를 그려내는 '초음파' 기술을 합친 것이다. 문제는 촬영 부위가 넓어질수록 장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지고 복잡해진다. 결국 여러 번 나눠 찍은 다음 이어 붙여야 했고, 영상 왜곡을 피하기 힘들었다. 연구팀은 장비를 ‘똑똑하게 쓰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초음파 센서는 아주 작은 마이크와 스피커 역할을 하는 소자 수백 개가 일렬로 붙어 있는 형태인데, 이들을 한꺼번에 전부 다 켜서 쓰려면 그만큼 비싸면서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마치 콘서트장에서 관객들이 구역별로 순서대로 파도타기를 하듯 소자를 일부 구간씩 순서대로 빠르게 켰다가 끄는 ‘디지털 멀티플렉싱(Digital Multiplexing)’ 기술을 개발했다. 768개나 되는 소자가 달린 센서를 쓰면서도 파도타기 순서와 타이밍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반도체 칩 ‘FPGA’1) 덕분에 영상 선명도와 해상도는 유지하면서 한 번에 못 찍던 부위를, 이어 붙이지 않고 한 번의 스캔으로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로 연구팀은 손바닥, 손등, 팔뚝, 발 등을 단 한 번의 스캔으로 촬영했고, 미세한 혈관들이 3차원 입체 지도처럼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존에 손에 들고 쓰는 초음파 탐촉자(probe)는 소자가 128~192개 정도 붙어 있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폭이 약 38mm에 불과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768개 소자가 붙은 탐촉자를 활용해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폭을 154mm까지 넓혔다. 또한, 여러 색 빛을 쏘아 혈액 산소 농도를 수치로 계산하고, 병원에서 쓰는 펄스옥시미터(pulse oximeter, 산소포화도 측정기) 측정값과 비교해 정확도도 검증했다. 지금까지는 부위를 나눠 찍고 이어 붙이며 어느 정도 오차를 감수해야 했지만, 이 기술이 실제 도입된다면 단 한 번의 스캔만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특히 혈액 순환 상태를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당뇨 환자나, 화상이나 상처 부위 혈류 회복 상태를 추적해야 하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김철홍 교수는 “대면적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 대중화를 가로막았던 하드웨어 확장성과 복잡도라는 장벽을 디지털 제어 기술로 넘어섰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지멘스 박성식 상무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POSTECH과 협력해 상용 하드웨어에 차세대 영상 구조를 구현했다”라며, “의료기기 분야에서 대학과 기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확장성의 좋은 사례”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 국가연구소 (NRL 2.0) 사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4단계 두뇌한국 21(BK21 FOUR)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lpor.71523 1.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용도에 맞게 하드웨어 기능을 반복해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이다. 이번 연구에서 고성능 센서 신호를 실시간으로 순차 제어하는 ‘디지털 멀티플렉싱’ 시퀀스를 실현하는 제어 장치로 사용하였다.
기계/IT융합/생명/융합 장진아 교수 연구팀, 매일 주삿바늘 대신 '내 몸속 인슐린 공장', 현실이 된다
[전기 자극 입힌 바이오프린팅 플랫폼 개발, 당뇨병 치료 상용화 앞당길까]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연구팀이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췌장 세포에 전기적 신호를 흘려보내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을 최대 4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생명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지환 씨, 미래IT융합연구원 용의중 박사 연구팀이 전도성 잉크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하는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췌장 조직에 균일한 전기 자극을 주는 전기 자극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 안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β(베타)세포가 면역 공격을 받아 사라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건강한 췌장은 혈당이 오르면 자동으로 인슐린을 내보내지만, 제1형 당뇨 환자는 이 기능 자체가 망가져 있다. 현재로서는 인슐린 주사나 펌프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로 췌도1) 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췌도 세포는 혈당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부족했다. 출고된 제품이 실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전기적 환경'에 주목했다. 실제 우리 몸속에 있는 췌도 세포는 끊임없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혈당을 조절하는데, 실험실 배양 환경에서는 이런 전기 활동이 전혀 재현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내놓은 해법은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전기 자극 플랫폼 'CoNECT(Conductive Electrode Navigating Electrical Cue to Tissue)'다. 이름처럼 세포와 전기를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플랫폼의 핵심은 특수 제작한 전도성 잉크에 있다. 생체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전기를 잘 흘릴 수 있도록, 기존 바이오프린팅 소재에 탄소나노소재를 섞어 만들었다. ‘CoNECT’는 전도성 잉크와 세포를 담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해 하나의 구조물로 완성된다. 마치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와 철근을 함께 쓰듯, 전극 역할을 하는 수직 구조물을 조직 안에 세우고 사이사이에 췌장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외기질(dECM2)) 기반 바이오 잉크를 정밀하게 배치했다. 그 결과, 바깥에서 전기를 단순히 흘려보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전극이 조직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자극이 조직 전체에 고르게 전달됐다. 이렇게 자극을 받은 췌도 세포는 세포 간 신호 전달이 활발해졌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향상됐다. 특히 혈당 변화에 따라 인슐린을 얼마나 잘 분비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index’는 전기 자극을 가한 경우 6.66으로 측정되었다. 실제 사람의 췌도에서 측정되는 GSIS3) index가 3-4 수준임을 고려하였을 때, 실험실에서 만든 췌도 세포가 실제 사람의 췌도에 가까운 수준으로 성숙했다는 뜻이다. 장진아 교수는 "전극과 조직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해 줄기세포 유래 췌도 세포 기능을 실제 치료 수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 기술은 당뇨 치료를 넘어 심장과 신경 같은 전기 신호가 중요한 다른 장기 조직 연구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산업기술개발사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202600045 1. 췌도: 췌장 안에 섬처럼 흩어져 있는 작은 세포 덩어리로 'Islets of Langerhans(랑게르한스섬)'이라고도 부른다. 2. dECM(decellularized Extracellular Matrix, 탈세포화된 세포외기질): 실제 조직에서 세포만 제거하고 남긴 세포 바깥의 구조물을 말한다. 3.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포도당 자극 인슐린 분비):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졌을 때 췌도 베타세포가 이를 감지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반응이다. GSIS 지수가 높을수록 혈당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으로, 췌도 세포 기능적 성숙도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
윤정빈·장진아 교수 공동 연구팀, “신약, 왜 항상 임상에서 실패하나…” 사람 장기 닮은 오가노이드칩 기술 총망라
[동물실험 한계 넘어 인간 생리 재현하는 오가노이드칩 리뷰 논문 발표] POSTECH 기계공학과 윤정빈 연구조교수,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생명과학과 장진아 교수, 일본 교토대 류지 요코가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신장·방광 오가노이드-온-칩 기술 발전 흐름을 정리한 리뷰 논문을 국제 학술지 ‘Advanced Drug Delivery Reviews’에 ’발표했다. 신장과 방광은 약물의 체내 분포, 배설, 독성 반응을 결정하는 핵심 장기이지만, 기존 2D 세포배양이나 동물모델만으로는 사람에서의 반응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약물 유래 신독성은 임상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를 줄이기 위해 사람 생리와 더 가까운 예측 가능한 전임상 플랫폼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사람에게 실제로 투여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장 독성은 임상 실패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장기 기능을 실험실에서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논문은 새로운 기술을 직접 개발했다기보다는, 신장·방광 오가노이드 칩 기술이 현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특히, 사람 신장과 방광의 생리적인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미세생리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1)의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다뤘다. 연구팀은 신장과 방광 모델의 발전 과정을 초기 세포 배양 모델에서부터 오가노이드 통합 칩, 혈관화 기술, 실시간 센서, 3D 바이오프린팅,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술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세포 실험을 넘어, 유체 흐름과 물질 이동, 장벽 기능 등 실제 인체 환경을 점점 더 정밀하게 모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신장 오가노이드-온-칩과 방광 모델을 함께 다루며, 신장과 방광은 약물의 배설과 체내 노출을 결정하는 핵심 장기이기 때문에, 두 장기를 함께 고려한 평가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를 통해 신장 독성뿐 아니라 방광 내 약물 전달과 같은 특수한 투여 방식까지 평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또한, 오가노이드칩 데이터를 생리학 기반 약동학2) 모델이나 디지털 트윈3) 기술과 결합할 경우, 약물 반응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전임상 단계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윤정빈 연구조교수는 “이번 리뷰는 신장과 방광 장기칩 기술의 발전 흐름을 정리하고, 현재 기술이 어느 수준인지,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사람 중심의 전임상 평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세종과학펠로우십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교육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헬스케어 의공학 연구소(국가연구소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addr.2026.115887 1. 미세생리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 장기칩(organs-on-chips) 또는 조직칩(tissue chips)이라고도 불리며, 인간 장기의 구조, 기능 및 세포 미세환경을 모사하도록 설계된 첨단 바이오공학 플랫폼으로, 높은 생리학적 재현성을 바탕으로 생의학 연구와 신약 개발을 혁신하는 인간 유래 조직 모델 플랫폼이다. 2. 생리학 기반 약동학(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PBPK) 모델링: 화학물질 또는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ADME) 과정을 인체의 생리학적·해부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수학적으로 모사하여 예측하는 모델링 기법이다. 3.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현실 세계의 물리적 사물, 공간 또는 시스템을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시뮬레이션 및 분석을 수행하는 기술로, IoT (Internet of Things) 센서와 AI 기반 데이터 연계를 통해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최적의 운영 및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전자/IT융합 백창기 교수 연구팀, ‘나노튜브’로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기술의 한계를 넘다
[속 빈 나노튜브 구조 포논 국소화 현상으로 열전도 억제 원리 규명] 챗GPT에게 질문 하나를 던질 때마다 서버실 어딘가에서 열이 난다. 달리는 전기차 배터리가 열이나면 그 열을 멈출수가 없다, 또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면 언제나 열이 발생하나, 그 열은 그냥 공기 속으로 사라진다. 버려지는 이 열들을 다시 전기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국내 연구팀이 그 가능성을 한 단계 현실에 가깝게 끌어당겼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 백창기 교수,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기영 씨 연구팀이 ‘속이 빈 실리콘 나노튜브’ 구조를 이용해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소자의 효율 한계를 돌파할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에너지·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나노에너지(Nano Energy)’에 게재됐다. ‘열전소자’는 온도 차이만으로 전기를 만드는 소자다. 산업 현장의 폐열 회수부터 배터리 냉각, 우주 탐사선의 전원 공급을 위한 핵 전지까지 쓰임새는 다양하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 열 관리가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지금,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문제는 소재다. 열전소자 핵심 재료는 비스무트(Bi), 텔루륨(Te) 등 희소금속이다. 매장량이 적고 공급망이 불안정해,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가격과 수급이 요동쳤다. 반면 실리콘은 지구상에 풍부하고,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제조 공정과도 잘 맞는다. 그런데도 지금껏 실리콘 기반 열전소자가 상용화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열전소자 효율을 높이려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열은 최대한 막고, 전기는 잘 흐르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구조를 작게 만들수록 열 이동은 줄어드는 대신 전기 흐름까지 방해받는 딜레마가 생긴다. 소음 차단벽을 세우면 바람도 함께 막히는 것처럼, 이 두 가지 특성은 좀처럼 따로 제어하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이 딜레마를 '속 빈 구조'로 풀었다. 일반적인 나노선1)이 속이 꽉 찬 막대 모양이라면, 나노튜브는 내부가 비어 있는 대롱 형태다. 두 구조를 비교한 결과, 나노튜브에서 약 70% 낮은 열전도도가 확인됐다. 더 놀라운 것은 표면적 비율을 같은 조건으로 맞췄을 때의 결과다. 조건이 같으면 성능도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나노튜브는 약 33% 더 낮은 열전도도를 보였다. 속이 비어 있다는 구조 자체가 열을 추가로 막는 독자적인 효과를 낸다는 증거다. 그 원인을 연구팀은 '포논2) 국소화' 현상에서 찾았다. ‘포논’은 고체 안에서 열을 전달하는 진동을 입자처럼 표현한 개념이다. '포논 국소화'란 이 진동이 구조 전체로 퍼지지 못하고 일부 영역에 갇혀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파도가 방파제 안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기존에는 극저온이나 매우 특수한 구조에서만 나타난다고 알려진 이 현상이, 비교적 단순한 나노튜브 구조에서도 상온에 가까운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원리가 실용화된다면,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되돌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길이 열린다. 희소금속 없이 반도체 공정 기술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POSTECH 백창기 교수는 "국내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과의 호환성 덕분에, 희토류 재료에 의존하지 않는 차세대 열관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DOI: https://doi.org/10.1016/j.nanoen.2026.112007 1. 나노선(nanowire): 직경이 수 나노미터에 불과한 가느다란 원통형 구조체다. 2. 포논(phonon): 고체 내부에서 열을 전달하는 에너지 단위로,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진동할 때 생겨나는 파동을 입자처럼 표현한 개념이다.
인공지능/IT융합 한욱신 교수 연구팀, "관계도 읽고 통계도 척척” 데이터 분석 속도 184배 ↑
[차세대 그래프 분석 엔진 TurboLynx 개발] POSTECH 컴퓨터공학과·인공지능대학원 한욱신 교수, 컴퓨터공학과 통합과정 이태성 씨, 인공지능대학원 통합과정 하재현 씨 연구팀이 복잡하게 얽힌 데이터를 기존보다 최대 184배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엔진 '터보링크스(TurboLynx)'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데이터베이스 분야 국제 학술대회인 ‘VLDB 2026’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학회는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다. 넷플릭스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금융사가 수상한 거래를 찾아내며, 생성형 AI가 사람과 개념 사이의 연결을 이해하는 데 공통점이 있다. 바로 ‘관계’를 읽는 기술이다. 사람과 사람, 상품과 거래, 단어와 단어처럼 복잡하게 얽힌 연결 구조를 다루는 데이터를 ‘그래프 데이터’라고 한다.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이어진 정보의 망을 저장하고 분석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현실의 데이터가 워낙 다양하고 제멋대로라는 데 있다. 기업 환경에서는 데이터의 형태가 수시로 바뀌고, 새로운 항목이 언제든 추가된다. 이처럼 형식이 미리 정해지지 않은 '스키마 없는(schemaless)' 데이터1)는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시스템들은 이런 데이터를 집계하거나 통계를 내는 분석 작업에서는 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손님마다 주문서 양식이 제각각인 식당에서, 하루 매출을 집계하려면 하나하나 손으로 다시 읽어야 하는 상황과 같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부터 질의를 처리하고 최적화하는 방식까지 시스템 전체를 새롭게 설계했다. 핵심은 ‘비슷한 데이터끼리 모아 한 번에 처리하자’라는 아이디어다. 이번에 개발한 엔진 '터보링크스(TurboLynx)'는 성격이 비슷한 데이터들을 자동으로 그룹화한 뒤, 분석에 유리한 열(column) 단위로 저장한다. 덕분에 컴퓨터가 데이터를 읽을 때마다 형태를 일일이 해석할 필요가 없어지고, 불필요한 메모리 낭비도 크게 줄었다. 또한,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탐색 과정에서 중간 결과가 불필요하게 커지는 문제를 줄였고, 분석 질의도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실제 성능은 숫자로 증명됐다. 국제 표준 벤치마크 평가에서 ‘터보링크스’는 기존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보다 약 184배,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방식 대비 최대 약 41배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특히 위키피디아 기반 대규모 지식그래프 데이터에서는 가장 성능이 좋은 경쟁 시스템보다 약 19배 높은 성능을 보이며 실제 산업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기술은 생성형 AI, 추천 시스템, 금융 보안, 바이오 데이터 분석처럼 복잡한 연결 관계를 다루는 분야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에 가깝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 영화 속 수사관이 거대한 범죄 조직의 관계망을 순식간에 추적하듯, 앞으로는 기업도 방대한 데이터 속 연결 구조를 훨씬 빠르게 읽고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욱신 교수는 "기업들이 보유한 복잡한 그래프 데이터를 실제 분석과 서비스에 더 폭넓게 활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향후 실시간 트랜잭션 처리와 에이전트용 장기 메모리로 활용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 시스템은 업계 표준 그래프 질의 언어인 Cypher를 지원하며, 일반 사용자도 자연어 질의로 시스템과 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s://turbolynx.io)를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빅그래프의 지능적 처리를 위한 분산 그래프 DBMS 개발' 사업,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자연어 질의 변환 지원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대화 가능하고 자동으로 튜닝하는 DBMS의 개발’ 스타랩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4778/3797919.3797932 1. 스키마 없는(Schemaless) 데이터: 데이터 항목 종류와 형식을 미리 고정하지 않고, 점이나 선마다 자유롭게 정보를 붙일 수 있는 표현 방식. 데이터가 자주 바뀌거나 새로운 항목이 계속 추가되는 환경에 유리하다.
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 연구팀, “빛과 초음파를 하나로”…투명 초음파 센서 개발 프로토콜 제시
[고정밀 바이오이미징 길 여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 제작법 발표] 국내 연구팀이 ‘빛’과 ‘소리(초음파)’를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통과시키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 표준 제작 프로토콜을 제시했다. 피부에 기기 하나만 올려도 몸속을 들여다보는 SF 영화 속 장면이 현실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동규·하민규 씨, 경북대학교 의생명융합공학과· 첨단바이오융합학과·바이오융합연구원 박정우 교수 연구팀이 빛과 소리를 하나의 경로로 정밀하게 통합하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transparent ultrasound transducer, TUT)’ 개발 기술을 체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현지 기준 지난 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프로토콜스(Nature Protocols)’에 게재됐다. ‘트랜스듀서(transducer)’는 에너지를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바꿔주는 장치를 말한다. 병원에서 피부에 젤을 바르고 탐촉자를 갖다 대 몸속을 확인하는 초음파 기기, 그 핵심 부품이 바로 트랜스듀서다. 전기 신호를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고주파 음파로 바꿔 몸속에 쏜 뒤, 돌아오는 신호를 다시 영상으로 만들어 낸다. 최근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는 이 초음파 기술에 광학 기술을 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초음파가 몸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데 강하다면, 빛을 이용한 광학 영상은 세포나 혈관처럼 작고 섬세한 구조를 선명하게 포착하는 데 장점이 있다. 두 기술을 합치면 더 정확한 진단, 더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기존 초음파 트랜스듀서는 불투명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어 빛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를 따로따로 비스듬히 배치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장비는 커지고 두 신호를 맞추기도 어려워 영상 품질도 떨어졌다. 손가락 굵기의 내시경이나 피부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처럼 작은 공간에 여러 기능을 넣어야 하는 의료기기 개발에는 특히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이 제시한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는 말 그대로 빛이 통과할 수 있는 초음파 장치로 광학 장치와 초음파 장치를 하나의 축 위에 나란히 놓을 수 있다. 기존에는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가 옆으로 비켜 서 있었다면, 이제 하나의 '투명 창문'을 통해 두 신호가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나아가 이 기기를 처음 만드는 연구자도 따라 할 수 있는 '표준 제작 설명서'도 함께 내놨다. 재료 선택부터 설계 최적화, 전극 제작, 최종 성능 검증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했으며, 관련 경험이 있는 연구자라면 약 3주 안에 직접 만들고 검증까지 마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 자체뿐 아니라 '문턱을 낮췄다'라는 데 있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초소형 내시경, 실시간 영상 유도 치료 시스템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 암 진단과 치료, 혈관 모니터링, 생체신호 분석처럼 빛과 초음파를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정밀 의료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POSTECH 김철홍 교수는 “광학과 초음파를 하나의 축으로 정렬해 활용하는 다중 모드 바이오메디컬 시스템 개발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한, 경북대 박정우 교수는 ”연구자들이 응용 목적에 맞는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를 체계적으로 설계·제작하고 성능까지 검증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바이오 이미징 및 치료 융합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집단연구지원사업,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 연구개발특구육성사업, 보건복지부의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BK21,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96-026-01366-6
전자/IT융합/기계/융합 김철홍 교수 연구팀, 태반을 읽는 새로운 방법… 빛과 소리로 ‘엄마와 아기의 비밀 통로’를 들여다보다
[태반 초음파·광음향 영상 기술의 현재와 미래 총망라]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연구팀이 가톨릭대의대 의공학교실·의과학과 최원석 교수, 허베이의대 산과 Zhifen Yang 교수 연구팀과 함께 빛과 소리를 활용해 태반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최신 의료영상 기술을 정리하고, 임신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리뷰 논문은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임신 기간에만 존재하는 장기가 있다. 바로 아기와 엄마를 이어 주는 태반이다. 태반은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호르몬을 분비하며 면역을 조절하는 등 임신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태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임신중독증, 태아 성장 제한, 조산, 반복 유산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임신 중 태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출산과 함께 사라지는 특성 때문에 연구가 쉽지 않아 오랫동안 ‘미지의 장기’로 남아있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초음파 검사다. 안전하고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태반 미세혈관이나 구조나 기능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할 기술로 ‘광음향 영상(Photoacoustic imaging)’에 주목했다. 광음향 영상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빛을 흡수할 때 발생하는 초음파 신호를 활용해 혈관 구조와 산소 상태를 동시에 보여준다. 기존 초음파의 깊은 조직 관찰 능력과 결합하면 태반 구조, 혈류, 산소 공급 상태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초음파 기법과 광음향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동물 및 전임상 연구 사례를 통해 태반 혈관 재형성과 산소 변화의 영상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초음파 영상을 넘어 혈류 흐름을 매우 빠르게 포착하는 ‘초고속 도플러 영상’, 조직의 물리적 특성을 수치화하는 ‘정량 초음파’, 조직의 단단함을 측정하는 ‘전단파 탄성 영상’ 등 최신 초음파 기술을 활용해 태반 미세혈관의 혈류와 기능을 직접 평가하려는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연구팀은 향후 영상 지표 표준화, 반복 측정 신뢰성 확보, 인공지능 기반 분석 도입이 이루어진다면 임신 합병증 조기 진단과 예후 예측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 영상 기술 정리에서 나아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미래 의료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철홍 교수는 “빛과 소리를 활용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태반을 읽어낼 길이 열리고 있다”라며 “임신 합병증을 빨리 이해하고 예방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최원석 교수는 “초음파 기술 발전으로 태반 진단의 새로운 방법이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다”라며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POSTECH 김철홍 교수,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이동현 씨,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김지웅 씨, 전자전기공학과 박사과정 허진석 씨,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전현서 씨, 가톨릭대의대 최원석 교수, 중국 허베이의대 Zhifen Yang 교수, 조직학·발생학과 Shiyang Chang 씨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BK21 FOUR 사업과 중국 국가 및 허베이성 연구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126/sciadv.aed2184
IT융합/기계/전자/융합 박성민 교수 연구팀, “잃어버린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빛으로 읽고, AI로 되살린 '나의 목소리'
[목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음성 복원하는 기술 개발] 소리 없이 말해도 들린다. 목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빛으로 읽고, AI를 이용해 실제 목소리로 되살리는 기술이 발표됐다. POSTECH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 기계공학과 홍성욱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현지 기준 지난 3월 23일 사이언스(Science) 파트너 저널 의공학 분야 학술지인 ‘사이보그 및 바이오닉 시스템(Cyborg and Bionic Systems)’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연구의 출발점은 사람이 말할 때 목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에 있다. 소리를 만드는 건 성대만이 아니다. 발화할 때마다 목 주변 근육과 피부도 함께 움직이며, 그로 인해 피부 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 지도'가 그려진다. 연구팀은 바로 이 미세한 움직임 속에 사람이 말하려는 정보가 담겨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정보를 읽어내기 위해 연구팀은 ‘다축 변형 매핑(Multiaxial strain mapping)1) 센서’를 개발했다. 부드러운 실리콘 소재 위에 기준이 되는 작은 점들(marker)과 소형 카메라를 결합한 이 센서는 목에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고, 피부의 아주 미세한 움직임까지 정밀하게 포착한다. 착용 위치와 조임 정도를 개인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재착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자동으로 보정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일상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센서가 수집한 움직임 패턴은 AI가 분석한다. 사용자가 말하려는 단어나 문장을 추정하고, 개인의 음성 특징을 학습한 음성 합성 기술과 결합해 실제 목소리로 재생한다. 소리를 내지 않아도 '말'을 읽고 음성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기존의 음성 복원 기술은 ‘근전도’나 ‘뇌파’ 등 생체신호를 활용했지만, 장비가 복잡하고 착용이 불편해 일상생활에서 쓰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웨어러블(wearable) 형태의 센서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며, 주변 소음이 심한 공장과 같은 환경에서도 높은 정확도로 음성을 재구성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활용 범위도 넓다. 성대 질환이나 후두 수술로 목소리를 잃은 환자의 의사소통 보조는 물론, 마이크나 무전기 없이 소통이 가능한 산업 현장용 기술, 더 나아가 도서관이나 회의실에서 소리 없이 대화하는 '조용한 커뮤니케이션'까지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POSTECH 박성민 교수는 "이 기술로 발성 장애 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날을 앞당길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발성 장애 환자는 물론, 주변 소음이 심한 공장이나 산업 현장, 나아가 소리 없는 대화까지 응용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교육부 박사과정연구장려금사업, 중견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spj.science.org/doi/10.34133/cbsystems.0536 1. 다축 변형 매핑(Multiaxial strain mapping): 기존 변형률 센서가 1개 축의 움직임만 감지할 수 있었던 한계를 넘어, 2축 이상의 다각도 변형을 동시에 측정해 표면의 변화를 입체적인 '맵(Map)' 형태로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IT융합/기계/전자/융합 박성민 교수 연구팀, 몸속에서 스스로 부드러워진다? ‘변신 전극’ 나왔다
[가변 강성·액체 금속 적용 척수 신경 자극기 개발, 삽입 편의성·장기 안정성 확보] 약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성 질환을 전기로 다스릴 수 있다면 어떨까. 신경에 직접 신호를 보내 몸의 균형을 되돌리는 ‘신경 조절’ 기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 가능성을 한 단계 현실로 끌어당겼다. POSTECH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 기계공학과 홍성욱 박사 연구팀이 몸속에 삽입할 때는 단단하고, 몸 안에서 수분과 만나면 부드럽게 변하는 척수 신경 자극기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Nature) 파트너 저널이자 의공학 분야 학술지인 ‘npj 유연 전자소자(npj flexible electronics)’ 온라인판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4일 소개됐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은 흔히 생활 습관이나 유전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신경 불균형’이 근본 원인 중 하나라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약 대신 신경에 직접 전기 신호를 보내 몸의 조절 기능을 되살리는 ‘신경 조절1)’ 치료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신경 조절’ 치료 핵심은 신경과 밀착해 자극과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 자극기다. 문제는 이 자극기가 삽입 과정에서는 좁은 척수 공간을 정확하게 통과할 만큼 단단해야 하고, 자리 잡은 이후에는 주변 신경 조직처럼 부드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모순이 이 분야의 가장 큰 난제로 꼽혀왔다. 연구팀이 찾은 해법은 '변신'이다. 물에 녹는 ‘희생층’을 활용한 가변 강성 구조를 적용해, 삽입 시에는 단단함을 유지하고 체내 수분을 만나면 수 분 내에 부드럽게 변하도록 설계했다. 딱딱한 알약 캡슐이 위에서 녹아 약 성분을 내보내는 것처럼, 이 장치도 환경에 반응해 스스로 형태를 바꾼다. 부드러워진 장치는 척수에 밀착된 상태로 신경 조직과 함께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전기를 전달하는 방식도 개선했다.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저항이 변하면서 신호가 불안정할 수 있는 ‘고체 금속’ 대신 연구팀은 ‘액체 금속’을 사용했다. 액체 금속은 형태가 변해도 전기적 특성이 거의 유지돼, 자유롭게 움직이는 환경에서 안정적인 신호 전달이 가능하다. 비용도 줄였다. 기존 신경 자극기는 고가의 반도체 공정과 금 소재를 사용해 제작 비용이 비싸지만, 연구팀의 기술은 액체 금속과 레이저 가공 공정을 적용해 제조 단가를 크게 낮췄다. 쥐의 척수에 장치를 부착해 교감신경을 조절한 결과, 혈압을 낮추고, 발바닥 통증 자극에 따른 감각 신호를 안정적으로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 자극’과 ‘신호 측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양방향 신경 인터페이스’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 기술의 활용 범위는 넓다. 미주신경 자극을 통한 간질·우울증 치료, 척수 신경 자극을 활용한 고혈압 조절과 마비 재활, 경골 신경 자극을 이용한 과민성 방광 치료 등 약물 치료에 한계가 있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에게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박성민 교수는 "기계적·전기적 성능과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신경 자극기 기술"이라며, "만성 질환 치료를 위한 지능형 신경 조절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이공분야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교육부 박사과정연구장려금사업 중견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교육부의 국가연구소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28-026-00557-1 1. 신경 조절(Neuromodulation): 약물 중심의 기존 치료를 넘어, 전기적 자극, 자기장, 빛 등을 통해 중추·말초·자율신경계의 활동을 조절하여 우울증, 통증, 인지기능 저하 등을 치료하는 비침습적 또는 침습적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