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박수진 교수 공동 연구팀, 배터리 속 ‘모래성 붕괴’ 막았다... 초박막 코팅으로 300회 충전에도 ‘끈끈’
[유기 용매·저압 구동 버티는 고체전해질 표면 설계로 배터리 '표면 분해' 해결] 불이 나지 않는 배터리.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이 오래 기다려 온 기술이다. 최근 그 기대에 응답하는 연구가 나왔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얇은 보호막 하나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전지의 난제를 풀어냈다. POSTECH 배터리공학과·신소재공학과 이상민 교수, 배터리공학과 통합과정 고수민 씨 연구팀과 화학과 박수진 교수, 화학과 통합과정 이형석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표지 논문(cover)으로 게재됐다. 전기차 화재 뉴스는 이제 낯설지 않다.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이유는 배터리 내부의 ‘액체 전해질’ 때문이다. 전기를 전달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불에 취약하다. 이를 고체로 바꾼 전고체전지는 화재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리튬이온 이동이 빠르고 전극과 잘 밀착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문제는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로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유기용매나 공기 중의 미량 수분만으로도 표면이 쉽게 분해됐기 때문이다. 마치 모래성이 물에 닿으면 무너지듯, 배터리를 완성하기도 전에 성능이 떨어졌다. 여기에 실제 구동 환경인 낮은 압력에서는 전극 내부 접촉이 점차 느슨해지며 성능 저하가 가속됐다. 재료는 뛰어나지만 제조 공정과 실제 작동 환경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초박막 보호막’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로 해결했다. 대표적인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인 LPSCl1) 표면에 플루오로카본(–CF₃) 말단을 가진 ‘자가조립 단분자층’을 형성해 두께는 약 1nm(나노미터) 수준의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 막은 유기용매와 수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이와 동시에 전해질 내부 구조와 리튬이온 전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이 보호막은 전기화학적 안정성도 크게 높였다. 분석 결과, 1.0C(C-rate)2)의 빠른 충·방전 조건에서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오래 작동했다. 코인 셀(coin cell) 수준의 낮은 압력(≈0.3 MPa)에서도 전극 내부 접촉 손실을 효과적으로 줄이며 성능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완전한 배터리 셀(full cell) 실험에서 300번의 충·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초기 용량의 90.5%를 유지했다. 에너지밀도와 장수명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전고체전지 상용화의 핵심 기준을 충족한 결과다. 이번 성과는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의 안전성과 수명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기술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상민 교수는 “고체전해질 표면 안정화가 전극 제작부터 실제 구동까지 이어지는 계면 안정성을 확보해 전고체전지 공정 신뢰성과 저압 구동 내구성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연구 의의를 전했다. 또, 박수진 교수는 “자가조립 단분자층 기반 표면처리는 공정이 단순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대면적 전극 제조로 확장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 혁신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사업과 산업혁신인재 성장지원(R&D)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3019 1. LPSCl(lithium phosphorous sulfur chloride, Li6PS5Cl) : 아지로다이트 계열(Argyrodite-type)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일종으로, 2020년 삼성전자 및 삼성SDI의 기술 개발 이후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고체전해질이다. 2. C(C-rate): 배터리 분야에서 쓰는 충·방전 속도 단위(C-rate)다. 예를 들어, 1C는 배터리를 한 시간에 완전히 충전/방전하는 속도를 말하며, 0.5C는 두 시간에 완전히 충·방전하는 속도다.
배터리 이민아 교수 연구팀, 불 안 나는 수계 배터리, 수명 문제도 해결했다
[아연 전착과 경쟁하는 수소 발생 잡아 수계배터리 상용화 난제 돌파] 전기차 화재, 스마트폰 발열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한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해질로 ‘물’을 쓰는 수계아연배터리는 그 유력한 대안이지만, 배터리를 사용할 때 물이 분해되며 원치 않는 수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고질적인 약점이 상용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단순한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 배터리공학과 이민아 교수, 권민형 박사 연구팀이 구리 집전체를 친환경 용액에 잠깐 담그는 표면 처리 공정으로, 수계아연배터리의 수소 발생을 억제하고, 아연이 안정적으로 충·방전되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 스토리지 머터리얼즈(Energy Storage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수계아연배터리는 쉽게 불이 붙는 유기 용매를 쓰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화재 위험이 낮고, 음극 소재인 아연 금속은 용량이 크고 경제적이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대형 에너지저장장치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이유다. 문제는 수계 전해질에서 아연 금속을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물 분자가 아연보다 먼저 분해되면서 수소 기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수소 기체는 아연이 전극에 고르게 쌓이는 것을 방해해, 금속이 나뭇가지처럼 들쭉날쭉하게 자라거나 원치않는 부산물을 만들고, 결국에는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기존 연구들이 대부분 수계전해질을 개량하여 수소 기체의 발생을 줄이는 것에 집중했다면 연구팀은 수소가 만들어지는 출발점, 즉 물과 아연이 동시에 환원되는 구리 집전체의 표면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선택한 방법은 구리 집전체를 ‘공융용매(Deep Eutectic Solvent)’라는 특수 용액에 담그는 것이다. 공정 자체는 단순하지만, 효과는 컸다. 이 과정에서 구리 표면에 자연적으로 생긴 산화막이 깨끗이 제거되는 동시에, 수 나노미터(nm) 두께의 얇은 유기 보호층이 새로 형성됐다. 이 보호층은 수소 이온이 구리의 표면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막아 수소 기체 생성을 원천 차단한다. 여기에 더해, 환원 초기 단계에서 자발적으로 구리와 아연으로 이루어진 합금층이 균일하게 형성되도록 해 아연이 판상형으로 촘촘하게 쌓이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 방식으로 성장한 아연은 이상적인 두께에 근접한 106% 수준으로 빽빽하게 쌓였으며, 결정립 크기도 2μm(마이크로미터) 이상으로 성장했다. 결정립이 클수록 아연 입자의 표면적이 줄어 충·방전 반복에도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성능 지표도 현재까지 보고된 수계아연배터리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아연 사용률 30% 조건에서 누적 용량 5.8Ah/cm²(암페어시 퍼 제곱센티미터), 50% 조건에서도 2.2Ah/cm²를 달성했다. 또한, 실험실 수준을 넘어 상용 파우치셀 형태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이 확인돼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POSTECH 이민아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간과된 집전체 표면에 반응 선택성을 부여하여 수계배터리의 효율 저하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라며,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대형 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인 수계아연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STEAM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업혁신인재성장지원사업 (배터리특성화대학원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ensm.2026.104960
배터리/신소재 박규영 교수 연구팀, “빵 반죽처럼 치대는 배터리” 속도 4배↑, 강도 3배↑
[POSTECH·UNIST·KIST, 활물질 표면에 탄소나노튜브 도입해 건식 전극 제조 난제 해결] 최근 POSTECH·UNIST·KIST 연구팀이 마치 빵 반죽을 짧은 시간에 치대면서도 더 쫄깃하게 만드는 것처럼, 친환경 배터리를 만드는 데 걸리던 시간을 4분의 1로 줄이면서도 강도는 3배 더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배터리 전극을 만들 때 보통 물이나 화학 용액을 사용하지만, 이를 쓰지 않고도 전극을 만드는 ‘건식 전극(dry electrode)’이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기술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전극을 더 두껍게 만들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테슬라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이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러나 산업화 단계에서 한계가 분명했다. 전극 제조에 시간이 걸리고, 만들어진 전극은 쉽게 부서졌다. 특히,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배터리를 지탱하는 접착제(binder)와 도전재(conductive additive, 전도성 물질)를 줄이면 에너지 밀도는 높아지지만, 전극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성능이 급격히 떨어졌다. 연구팀은 재료를 섞는 ‘니딩(kneading)’ 공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니딩’은 밀가루 반죽을 치대듯 배터리 재료를 섞는 과정으로, 전극 구조와 물성이 결정되는 단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활물질 표면에 탄소나노튜브1)를 입혔다. 그러자 활물질 표면이 미세하게 울퉁불퉁해져 재료들이 서로 잘 엉기고 바인더가 그 사이사이를 촘촘하게 연결했다. 덕분에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던 니딩 공정은 75% 이상 단축됐고, 전극 강도는 최대 3배 이상 향상됐다. 특히, 바인더 사용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는데, 바인더가 줄어들면 전극 내부의 공간이 더 확보되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나아가 연구팀은 1Ah(암페어시) 파우치형 배터리까지 제작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양산 가능성도 확인했다. 박규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건식 전극 제조의 가장 큰 난제로 꼽혀온 ‘공정 속도’와 ‘구조적 취약성’을 동시에 해결했다“라며, 차세대 고에너지 배터리 생산을 앞당길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신소재공학과·배터리공학과 박규영 교수, 배터리공학과 통합과정 박조규 씨,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정경민 교수, 통합과정 오혜성 씨,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유정근 박사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및 삼성SDI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4005 1.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인 탄소 섬유다.
화공/배터리 김원배 교수 연구팀, “배터리에 소금 한 꼬집” 성능·안전 모두 잡았다
[알루미늄염 첨가만으로 젤 전해질 형성·이온 통로 확보·보호막 생성] ‘소금 한 꼬집’이 음식 맛을 완전히 바꾸듯, 배터리 속에 아주 적은 양의 물질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안전성과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POSTECH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석사과정 유재형 씨, 통합과정 홍서찬 씨 연구팀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금속전지’ 내부에 미량의 알루미늄염을 사용해 최대 약점인 폭발 위험과 짧은 수명을 동시에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에너지·재료화학 분야 대표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실렸다. ‘리튬금속전지’는 지금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를 훨씬 많이 저장할 수 있다. 전기차 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고,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도 실용화할 수 있는 꿈의 전지다. 그러나 안전성이 문제다. 리튬금속전지는 충전 과정에서 금속 리튬이 표면에 쌓이면서 작은 불균형만 생겨도 뾰족한 가지 모양 결정인 ‘덴드라이트(dendrite)’가 자라 전지 내부를 찌른다. 마치 고드름처럼 전극 사이를 관통해 폭발 위험이 커지고, 이와 동시에 액체 전해질이 분해되면서 전지 수명도 급격히 줄어든다. 연구팀은 전지 내부 액체 전해질을 스스로 굳는 젤 형태로 바꾸는 전략에 주목했다. 전해질을 구성하는 용매 ‘1,3-다이옥솔레인(1,3-dioxolane)’에 알루미늄염(AlCl₃)을 소량 첨가하면, 내부에서 고분자 반응이 일어나 ‘젤’ 형태의 전해질로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형성된 젤 전해질은 안정적이면서도 배터리 작동에 필요한 리튬 이온 이동을 원활하게 유지했다. 알루미늄염은 젤 형성을 유도하는 ‘개시제’ 역할을 하고, 형성된 젤 구조를 촘촘하게 만들어 리튬 이온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정리했다. 또한, 리튬 표면에는 ‘고체 전해질 경계면(solid electrolyte interphase, SEI)’이라는 보호막을 만들어 뾰족한 덴드라이트가 자라는 것을 막았다. 전기화학 분석과 분자 수준 계산을 통해 알루미늄염이 ‘불화리튬’, ‘염화리튬’, ‘리튬-알루미늄 화합물’이 섞인 하이브리드 보호막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실제 전지 실험 결과, 젤 전해질을 적용한 리튬금속전지는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Li/LFP 풀셀(리튬-인산철 전지)의 경우 0.5C(표준 충전 속도) 조건에서 280사이클 충·방전 후에도 약 93%의 높은 용량 유지율을 보였다. 또한 10C(표준 대비 20배 빠른 고속 충전) 조건에서도 118.2mAh/g의 높은 용량을 확보하며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배 교수는 "미량의 알루미늄염 첨가로도 고분자 젤 전해질 형성과 계면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한 것이 핵심"이라며 "고에너지 리튬금속전지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특성화대학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19181
신소재/반도체 최시영 교수 연구팀, “살짝 비틀었을 뿐인데?” 원자 위치가 전자 바꿨다
[POSTECH·위스콘신대·도쿄대, ‘모아레 계면 국소 원자 배열’로 산화물 전자 구조 제어] 산화물 결정 두 층을 비틀어 쌓기만 해도 원자 배열 자체가 전자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 장의 그물망을 겹쳐 돌릴 때 새로운 무늬가 생기듯 뒤틀린 산화물 계면에서 특정 원자 배열이 전자를 가두거나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은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의 창범 엄(Chang-Beom Eom) 교수, 이경준 박사후연구원, 일본 도쿄대 료 이시카와(Ryo Ishikawa)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산화물 두 층을 특정 각도로 비틀어 쌓은 계면에서 이러한 현상이 형성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표지논문(Supplementary Cover)으로 실렸다. 연구의 핵심 개념은 ‘모아레 무늬1)’다. 벌집 모양 격자 두 개를 겹쳐 한쪽을 살짝 회전시키면 기존과는 다른 큰 주기의 무늬가 새롭게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뒤틀린 이중 층2) 구조’ 연구는 그동안 그래핀 같은 2차원 소재에서 주로 이뤄져 왔다. 산화물은 단단한 3차원 결정이라 뒤틀린 계면을 만들기도 어렵고, 계면만 골라서 분석하기도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두 결정을 특정 각도로 맞췄을 때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일치하는 ‘겹침 자리 격자(Coincidence Site Lattice, CSL)’ 조건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방식을 스트론튬 타이타네이트(SrTiO₃) 산화물 결정에 적용한 결과, 뒤틀린 산화물 계면에는 네 가지 서로 다른 원자 배열이 반복되는 모아레 초격자가 형성됐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배열 가운데 특정 구조에서만 전자 분포가 뚜렷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산소 원자 여섯 개가 타이타늄 원자를 둘러싼 ‘산소 팔면체’ 구조가 미세하게 찌그러지면서 타이타늄이 결합하는 산소 개수가 달라졌다. 이는 마치 방 안 가구 배치에 따라 사람이 움직이는 동선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원자 배치 차이만으로 전자가 모이거나 흩어지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으로, 연구팀은 이를 ‘전하 불균형’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전하 불균형이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옹스트롬(Å, 1억 분의 1센티미터) 수준으로 초점을 조절할 수 있는 ‘심도 단층(Depth sectioning)’ 현미경 기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계면 전체에서 원자 배열과 전자 거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실험적으로도 규명했다. 최시영 교수는 "2차원 소재에서만 다루어지던 뒤틀린 이중 층 연구 분야를 3차원 산화물 분야로 넓힌 중요한 성과"라며 "향후 전자소자와 기능성 소재에서 원자-전자 구조를 제어하는 데 뒤틀림 각도가 중요한 변수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doi.org/10.1021/acsnano.5c11685 1. 모아레 무늬(Moiré pattern): 두 개의 주기적인 구조가 약간 어긋나 겹칠 때 눈에 보이거나 측정되는 간섭 패턴을 말한다. 2. 뒤틀린 이중 층(Twisted Bilayers): 뒤틀림 각도를 주어 적층된 결정 시스템이다.
배터리/화공 조창신 교수 연구팀, 물과 전해질의 미묘한 관계, 배터리 수명 좌우한다
[전해질 설계로 프러시안블루 나트륨 전지 결정수 약점 극복] 나트륨 이온 전지의 상용화를 가로막아 온 프러시안블루(Prussian Blue) 양극재의 성능 저하 원인이 ‘물과 전해질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국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 재료과학 분야 저널인 ‘스몰 메서드(Small Methods)’ 앞속 표지(inside front cover) 논문으로 지난 10일 게재됐다. POSTECH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조창신 교수, 배터리공학과 박사과정 장주영 씨,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정혜빈 씨 연구팀이 최근 독일 율리히연구소(Forschungszentrum Julich) 전기화학 공정공학(IET-4) 소속 카르스텐 코르테(Carsten Korte) 박사, KIST Europe·자르브뤼켄대 김상원 박사 연구팀과 함께 전해질 속 음이온 종류에 따라 프러시안블루 내 결정수가 전극을 망가뜨릴 수도, 오히려 안정적으로 제어될 수 있음을 규명하고, 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보급이 확대되면서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트륨 이온 전지는 자원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해 대형 저장 장치에 적합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철 기반 프러시안블루 계열 양극재는 제조단가가 낮고 구조적으로 이온의 이동이 쉬워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소재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프러시안블루 구조 안에 포함된 ‘결정수(crystal water)’는 고전압 충전 과정에서 방출되어 전해질과 반응하고, 전극 표면의 산화와 용매 분해를 유발해 배터리 수명을 크게 떨어뜨렸다. 기존 연구들은 결정수 제거에 집중했지만, 공정 복잡성과 비용 증가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결정수 자체보다 전해질 속에 들어있는 음이온이 물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이 반응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으며, 그 특성이 다른 NaClO₄1)(친수성)와 NaTFSI2)(소수성) 전해질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ClO₄⁻ 음이온은 물을 강하게 결합시켜 반응성을 높이는 반면, TFSI⁻ 음이온은 물을 느슨하게 감싸 부반응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같은 물이 있어도, 환경에 따라 ‘조용한 물’이 될 수도, ‘문제를 일으키는 물’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전해질 음이온에 따른 PB 양극의 결정수 반응성 및 계면 안정성 비교 : TFSI⁻ 기반 약한 물 결합 특성에 의한 결정수 반응성 억제, 얇고 균일한 CEI 형성 및 장기 수명 향상 효과 실제 배터리 성능 평가에서도 NaTFSI 전해질을 적용한 프러시안블루 양극은 고전압 조건(4.2V)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500회 충·방전 후에도 약 77%의 용량을 유지했다. 반면 NaClO₄ 전해질에서는 전극 표면에 두껍고 불균일한 계면막이 형성되며 성능이 빠르게 저하됐다. 계면 분석 결과, NaTFSI 환경에서는 치밀하고 안정적인 보호층이 형성돼 전극과 나트륨 금속 음극 모두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결정수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도 전해질 선택만으로 프러시안블루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값싸고 친환경적인 나트륨 이온 전지를 대형 에너지 저장 장치와 재생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창신 교수는 “프러시안블루 양극의 최대 약점이었던 결정수 문제를 전해질 설계만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라며 “나트륨 이온 전지의 장수명화와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넓힌 연구”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이 시행하는 에너지기술선도 국제공동연구사업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해당 사업은 글로벌 협력을 통해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본 성과 역시 한국–독일 공동 연구를 기반으로 도출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02/smtd.70248 1. NaClO4: Sodium perchlorate 2. NaTFSI: Sodium trifluoromethanesulfonimide
화공/배터리 김원배 교수 연구팀, 리튬황 배터리 속 에너지 도둑, 이원자 촉매 기술로 잡았다
[POSTECH, 망간·철 촉매로 전지 오래 쓰고 빠르게 충전… 전기차·드론·ESS 시대 앞당길까] 리튬-황(Li-S)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동시에 끌어올릴 기술이 나왔다. 이 기술은 전기차, 드론,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 등 차세대 친환경 배터리 개발에 큰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POSTECH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배터리공학과 석사과정 원상연,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지준혁 씨 연구팀은 망간(Mn)과 철(Fe) 두 금속 원자가 결합된 ‘이원자 촉매’를 설계해 반응 속도를 높이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와 재료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너지 화학 저널(Journal of Energy Chemistry)’에 게재됐다. ‘리튬황 배터리’는 이론상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를 많이 담을 수 있고, 값싸고 가벼운 황을 사용해 드론이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같은 경량 고에너지 배터리가 필요한 분야에 제격이다. 다만, 충·방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리튬 황화물(LiPSs)이 배터리 속을 돌아다니며 에너지를 빼앗은 ‘셔틀 현상(shuttle effect)’ 때문에 배터리 수명과 효율이 떨어졌다. 쉽게 말해, 배터리 속 에너지를 담은 작은 공이 제자리에서 뛰쳐나가 돌아다니며 효율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연구팀은 기존 단일원자 촉매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이원자 촉매(이하 DAC, Dual-Atom Catalyst)’를 적용했다. 두 금속 원자가 가까이 붙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배터리 내부에서 황을 잡아두고 반응을 빨리 진행하도록 만드는 원리다. 연구팀은 망간과 철로 구성된 DAC를 합성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두 금속이 결합할 때 전자 구조가 선택적으로 변화함을 확인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리튬 황화물을 단단히 잡으면서도 빠르게 반응시킬 수 있어, 배터리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중간 생성물 손실이 줄어드는 효과를 냈다. 또한, 리튬 금속 음극의 안정성에도 주목했다. 기존에는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 고르게 쌓이지 않아 표면이 거칠어지고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이 DAC를 적용하자 리튬이 균일하게 석출되며 안정적인 금속 표면이 형성되었고, 실제 실험에서도 초기 용량을 유지하면서 수백 회 충·방전 후에도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이번 연구는 DAC를 통해 황의 반응 속도와 리튬 금속 음극의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설계 원리를 제시한 것으로, 차세대 리튬황 배터리 상용화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POSTECH 김원배 교수는 “원자 단위에서 금속 간 전자 구조 변화를 밝혀, 배터리 속도를 높이면서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원리를 보여주었다”라며, “이러한 DAC 설계 전략이 차세대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ERC),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특성화대학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jechem.2025.11.009
화공/배터리공학 김원배 교수 연구팀, 자석으로 리튬 제어, 폭발 없는 꿈의 배터리 개발
[POSTECH, 자기장으로 리튬 흐름 제어해 폭발 막고 용량 4배 높인 배터리 개발] 전기차 한 번 충전에 ‘주행거리 걱정’을 덜 만큼 많은 에너지를 담으면서도, 폭발 위험은 더 낮춘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나왔다. POSTECH 연구진이 고에너지밀도 전극 소재에 자기장으로 리튬 이온 흐름을 제어해 덴드라이트(dendrite)*1 형성을 억제하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음극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최근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화학공학과 강송규 박사, 통합과정 김민호 씨 연구팀이 ‘망간-철(Mn-Fe)’ 산화물 기반의 강자성 전환형 음극재에 외부 자기장을 적용해 리튬 이온의 이동 경로를 자기적으로 제어하는 마그네토-컨버전(Magneto-conversion)*2 방식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소개됐다. 전기차와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 시장이 성장하면서, ‘더 많이 저장하면서도 안전한 배터리’가 업계의 가장 큰 과제가 되어왔다. 리튬 금속 음극은 이론상 에너지 저장 용량이 매우 크지만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바늘처럼 자라나는 덴드라이트가 합선을 일으켜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현재 널리 쓰이는 흑연 음극은 용량 한계가 뚜렷해 차세대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자석이 쇳가루를 줄 세우듯 리튬 이온 흐름을 정돈하자”. 망간–철 산화물 전환형 음극재*3 안에 리튬이 들어가면 강자성을 띠는 나노입자가 생기는데, 여기에 자기장을 걸면 이 입자들이 작은 자석처럼 배열된다. 이렇게 되면 리튬 이온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고 넓게 퍼져 흐른다. 이 과정에서 로렌츠 힘(자기장 속에서 전하가 받을 수 있는 힘)*4이 작용해 리튬 이온을 넓게 분산시켜, 덴드라이트 대신 매끈하고 균일한 리튬 금속층이 쌓인다. 또, 이 음극은 리튬 이온을 산화물 안에 저장하는 방식과 표면에 금속 형태로 쌓는 방식이 동시에 일어나는 '하이브리드형 음극'이다. 덕분에 상용화된 흑연 음극보다 약 4배 높은 저장 용량을 구현했고, 덴드라이트 없이 안정적으로 충·방전이 가능했다. 특히, 300회 이상 충·방전 후에도 배터리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쿨롱 효율’이 99% 이상을 기록했다. 연구를 이끈 김원배 교수는 "이번 방식은 리튬 금속 음극의 가장 큰 약점인 불안정성과 덴드라이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새로운 접근"이라며 "차세대 배터리 용량·수명·충전속도를 모두 개선할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중견 연구자지원사업, 첨단산업특성화대학원지원(배터리)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1) 덴드라이트(Dendrite): 리튬 금속이 충·방전 과정에서 바늘 모양으로 자라나는 수지상 결정 구조를 말한다. 덴드라이트가 전극 표면을 뚫고 자라면 내부 단락과 폭발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는 것이 리튬 금속 배터리의 핵심 과제다. 2) 마그네토-컨버전(Magneto-conversion): 외부 자기장을 인가한 상태에서 강자성 전이금속 산화물을 전환형 음극재로 사용해, 전극 내 리튬 이온 플럭스와 핵생성을 자기적으로 제어하는 하이브리드 음극 설계 기술이다. 3) 전환형(Conversion-type) 음극재: 충전 시 금속 산화물이 금속과 리튬 산화물로 ‘전환’되는 반응을 통해 리튬 이온을 저장하는 고용량 음극 소재를 의미한다. 4) 로렌츠 힘(Lorentz force): 로렌츠 힘은 전하를 띤 입자가 전기장이나 자기장 속을 이동할 때 받는 힘을 말한다. 특히 자기장 속에서 움직이는 이온은, 이동 방향과 자기장의 방향에 각각 수직한 방향으로 힘을 받게 되며, 전극 내 리튬 이온의 흐름을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배터리공학/신소재 박규영 교수 연구팀, 빨리 늙는 배터리, 알루미늄이 막는다
[박규영 교수 연구팀, 고니켈계 양극재의 용량 저하의 원인 규명 및 차세대 고에너지밀도·장수명 배터리 설계를 위한 핵심 전략 제시] 전기차 배터리는 더 오래, 더 멀리 가기 위해 니켈이 많이 들어간 양극재를 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니켈이 많아질수록 충·방전 과정에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건물 기둥이 휘면서 벽에 균열이 생기듯, 배터리 내부 구조가 뒤틀리면서 생긴 ‘산소 구멍’이 수명 저하의 주범이었다. 친환경소재대학원 배터리공학과·신소재공학과 박규영 교수 연구팀은 이 구조 뒤틀림으로 ‘산소 이중 정공*1(산소 구멍)’이 생겨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고, 알루미늄(Al)을 소량 첨가해 산소 정공 생성을 막으면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담기 위해 니켈 함량을 높이는 추세다. 그러나 니켈이 많을수록 에너지 밀도는 올라가지만, 충전과 방전을 거듭할수록 용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용량 저하의 근본 원인이 충전·방전 과정에서 본질적으로 발생하는 격자 구조의 뒤틀림 현상임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구조가 뒤틀리면 산소 원자에 이중 정공이 생기고, 이것이 산소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배터리 수명을 단축한다. 연구팀이 니켈 일부를 소량의 알루미늄으로 치환한 결과, 산소 이중 정공 형성이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알루미늄이 산소 주변 전자 환경을 개선해 구조를 안정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수명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고니켈계 양극재*2의 수명 저하 원인을 원자 단위 수준에서 규명하고, 에너지 밀도와 수명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를 이끈 박규영 교수는 "전기차용 고니켈계 양극재의 구조 뒤틀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용량 저하 현상을 규명한 이번 연구는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의 설계 방향을 한층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성과는 수명 특성 향상은 물론, 고니켈 양극재에서 문제가 되는 열폭주 현상까지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이차전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12501 1) 이중 정공: 산소 원자에서 전자 두 개가 빠져나가면서 생긴 구멍.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2) 고니켈계 양극재: 니켈 함량을 높인 배터리 양극 소재.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수명이 짧아지는 단점이 있다.
김진곤·조창신 교수 공동 연구팀, 배터리 성능 업그레이드? 단 5초면 가능하다
[POSTECH 초고속 나노 복합 기술로 차세대 리튬배터리 음극 소재 설계 난제 해결] ‘리튬이온배터리’는 스마트폰,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 등 일상을 움직이는 핵심 기술이다. 배터리의 용량과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음극 소재로 넓은 표면적과 높은 전기전도성을 동시에 가진 소재가 필요한데, POSTECH 연구팀이 새로운 나노 복합소재 제조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넓은 표면적을 가진 ‘메조 다공성 금속산화물(이하 MMOs, mesoporous metal oxides)’을 만들기 위해 ‘블록공중합체(BCP*1) 자기조립’이라는 방법이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 방식은 유독성 용매를 사용해야 하고 합성 시간이 매우 길어 산업 적용이 쉽지 않았다. 여기에 높은 전도성을 가진 나노물질을 MMOs 내부에 균일하게 섞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 배터리 성능 향상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공학과 김진곤 교수, 김건우 박사, 조항준 석사,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조창신 교수 공동연구팀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손 소독제나 매니큐어 제거제로 알려진 친환경 용매 ‘아세톤’이 금속 알콕사이드(금속 산화물 전구체)를 빠르게 반응·경화하는 특성에 주목했다. 기존처럼 용매를 천천히 증발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재료가 순식간에 반응하며 스스로 응축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구현한 것이다. 그 결과, ‘카본나노튜브’(1차원)와 ‘MXene’(2차원) 같은 고전도성 나노 소재가 단 5초 만에 MMOs 내부에 골고루 분산된 나노 복합체 제조에 성공했다. 수 시간에서 며칠 이상 걸리던 공정을 대폭 단축했을 뿐 아니라, 균일성과 재현성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기술로 만든 나노 복합체는 넓은 표면적과 높은 전도성을 동시에 달성하며,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소재로 사용한 결과 기존 MMOs 소재보다 뛰어난 에너지 저장 성능을 입증했다. 실험 결과, 0.05 A/g의 낮은 전류밀도에서는 복합체가 275mAh/g로, MMO 단일 소재(224 mAh/g) 대비 약 23% 향상된 용량을 보였고, 1.0 A/g의 높은 전류밀도에서는 복합체가 108 mAh/g로, 단일 소재(46 mAh/g)보다 약 135% 향상됐다. 또한 공정에 사용된 아세톤을 정제해 다시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생산 공정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김진곤 교수는 “이번 기술은 기존 대비 합성 속도를 혁신적으로 단축할 뿐만 아니라 유독성 용매가 필요하지 않아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것이 큰 차별점”이라며 “배터리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고기능성 소재 개발로 응용 범위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창의후속연구사업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국제공동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재료·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최근 게재됐다. DOI: https://doi.org/10.1016/j.nanoen.2025.111518 1. BCP: Block Copolymer 약자로,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 고분자가 하나의 사슬에 블록(block) 형태로 연결된 고분자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