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김영기 교수 연구팀, “6시간 기다릴 필요 없다”…1분 만에 식중독균 잡아내는 ‘액정 센서’ 나왔다
[아미노산-액정 상호작용으로 세균을 ‘빛’으로 감지하는 초고속 바이오센서 개발] 매년 여름이면 항상 반복되는 식중독 사고. 문제는 대표적인 원인균인 살모넬라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최소 6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그 사이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1분 만에 살모넬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초고속 바이오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POSTECH 화학공학과 김영기 교수 · 통합과정 최예나씨, 서울대 화학과 손창윤 교수 · 통합과정 이상민 씨, 국립군산대 이차전지에너지학부 이민재 교수 공동연구팀이 ‘아미노산’과 ‘액정’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고감도 광학 인식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계면’이다. 계면은 두 물질이 맞닿는 경계로, 세포막 반응이나 면역 작용처럼 중요한 생명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이 계면에서는 다양한 분자가 동시에 얽히고설키기 때문에 그 복잡한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내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주목한 소재는 ‘액정’이다. TV나 스마트폰 화면에 사용된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외부 작은 변화에도 분자 배열이 민감하게 바뀌고, 그 변화를 빛의 밝기나 색으로 나타내 바이오 센서 분야에서도 떠오르는 소재다. 분자의 신호를 빛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통역자’인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구조가 비슷한 두 아미노산, ‘글루탐산’과 ‘아스파트산’이 액정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아미노산은 액정 표면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흡착-탈착’ 과정을 반복하며 액정 배열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광학 신호를 만들어 냈다. 이 과정은 pH(용액의 산성도)에 따라 달라졌다. 아미노산 전하 상태가 바뀌면서 액정과의 결합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음전하 상태에서는 계면에 안정적으로 붙어 지속적인 신호를 만들었고, 중성일 상태에서는 일시적인 신호만 나타났고, 양전하 상태에서는 두 아미노산 간 신호 강도 차이가 뚜렷했다. 여기에 살모넬라, 포도상구균, 대장균 등 박테리아 부산물이 더해지자 변화가 더욱 뚜렷해진다. 아미노산과 이들 물질이 결합해 형성한 복합체는 액정 표면에 더 강하게 붙었다. 아미노산이 액정 표면에 훨씬 강하게, 안정적으로 달라붙어 광학 신호가 증폭되며 세균의 존재를 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극미량(100cfu/ml)의 살모넬라균도 1분 이내에 감지했다. 기존 검사법(PCR, ELISA)이 최소 6시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속도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살모넬라균 부산물의 특성(전하, 탄소 사슬 길이 등)에 따라 다른 신호 패턴을 보인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식품 공정이나 병원 진단, 환경 모니터링 등 분야에서 즉각적인 오염 감지가 가능해질 것이다. 특히, 복잡한 장비 없이 빛 변화만으로 세균을 확인할 수 있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잠재력이 크다. 김영기 교수는 "생체분자 간 복잡한 계면 상호작용을 즉각적인 광학 신호로 변환하고 증폭하는 액정 기반 시스템의 설계 원리를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세대 액정 기반 센서 분야 전반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미래융합파이오니어 사업, 글로벌 기초연구실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23658
화공 손재성 교수 연구팀, 컴퓨터 혼자 설계한 열전 발전기, 효율 여덟 배 뛰었다
[열전발전기 효율 극대화를 위한 최적 설계 기법 제시] 컴퓨터에 조건만 입력했더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모양의 열전 발전기가 나왔다. 심지어 효율도 기존보다 8배 이상 뛰었다. 인간의 감이나 경험이 아니라, 수많은 계산이 만든 성과다. 최근 POSTECH 화학공학과 손재성 교수·이정수 박사 연구팀은 UNIST 기계공학과 정하영 교수와 함께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발전기 구조를 컴퓨터 스스로 설계하게 하는 ‘범용 설계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자동차 배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제철소와 반도체 공장에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산업 폐열, 손목에서 느껴지는 체온까지.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아무 쓸모 없이 공기 중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 낭비를 막을 기술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열전 발전'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온도 차이만 있으면 전기를 만들 수 있어, 별도의 연료 없이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할 수 있다. 나사(NASA)가 우주 탐사선에 전력을 공급할 때 쓰는 바로 그 원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연구를 통해 열전 소재 자체의 성능은 꾸준히 좋아졌지만, 막상 현장에 적용하면 기대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 문제는 재료가 아니라 발전기 '구조'다. 열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고 나가는지, 전기적 저항은 어떻게 분포하는지 등 복잡한 요소들이 한꺼번에 맞물려야 비로소 제 성능을 낸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대부분 직관과 반복 실험에 의존해 구조를 설계해 왔다. 연구팀은 컴퓨터에 이를 맡겼다. 연구팀이 활용한 '토폴로지 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1)' 기법은 사람이 “이 모양이 좋겠다”라고 추측하는 대신, 컴퓨터가 조건을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3차원 구조를 직접 그려내는 방식이다. 열 환경, 재료 물성, 접촉저항, 전기 부하 조건 등 실제로 영향을 주는 요소를 다 고려해 발전 효율을 최대화하도록 설계한 ‘범용 설계 프레임워크’를 만든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열전 발전기 기본 형태는 단순한 직육면체, 네모반듯한 벽돌 모양이 전부였다. 사람이 설계하면 자연스럽게 익숙하고 만들기 편한 형태로 수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내놓은 구조는 'I자형', '비대칭 모래시계형' 같은, 인간의 직관으로는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였다. 이 구조들은 열의 흐름을 정교하게 조절해 발전기 위아래 온도 차이를 최대로 키우고, 전기 저항과 접촉 손실을 동시에 줄이며, 연결된 전기 부하 조건까지 고려해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끌어올리도록 설계된 형태였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실제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설계된 구조를 제작하고 성능을 검증했다. 기존 직육면체 구조와 비교해 최대 8.2배 높은 발전 효율을 기록했으며, 컴퓨터가 예측한 값과 실제 실험 결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열이 낭비되는 시대에서, 열이 다시 전기가 되는 시대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손재성 교수는 “‘좋은 재료를 찾는 경쟁’을 넘어, 실제 열 환경에 맞춰 형상을 자동 설계하는 ‘설계 기반 성능 향상’이라는 새로운 경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또한, 정하영 교수는 “사람의 시행착오 없이 입력 조건만으로 최적 구조를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AI와의 융합을 통해 적용 범위와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국가전략기술소재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69901-3 1. 토폴로지 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 TO): 주어진 하중·경계조건·제약(부피, 열·전기 조건 등) 하에서 목표 성능을 최대화(또는 최소화)하도록 재료의 분포와 구조 형상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결정하는 수치 최적화 설계 기법이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국내 최초‘ Nature 동일 발간호에 2편 동시 게재
[2주 연속 네이처誌 게재] POSTECH 기계공학과 · 화학공학과 · 전자전기공학과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Nature)’의 한 호 (Issue)에 교신 저자로서 두 편의 논문을 게재하는 기록을 세웠다. 연구팀은 메타표면 기술의 최대 난제로 꼽히던 ‘상업적 레벨의 메타렌즈 대량생산 공정 기술’과, 메타표면을 실제 기기에 적용한 ‘차세대 2D·3D 스위칭 디스플레이 기술’을 각각 별개의 논문으로 네이처의 한 호(issue)에 발표하며 전세계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노준석 교수는 2주 연속으로 네이처지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얻었다. 두 논문은 4월 30일 발행되는 네이처 발간호에 동시에 실릴 예정으로, 국내 연구자가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 교신저자로서 서로 다른 두 연구를 동시 게재한 최초 사례이다. 연구를 주도한 POSTECH 노준석 교수는 “처음 메타물질의 원리가 발견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과학을 기술로 변환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대량생산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였고, 미래 디스플레이 등 미래 주요 산업에서의 획기적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 원문 기사 더보기: https://buly.kr/74YZLGi https://buly.kr/15QnzQt ▶️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369-y https://doi.org/10.1038/s41586-026-10318-9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전압 하나로 현미경 모드 전환… ‘스위치형 메타렌즈’ 나왔다
[스위치 하나로 세 가지 관찰 모드를 넘나드는 이미징 기술 개발] 스마트폰 카메라는 버튼 하나로 일반 촬영과 야간 모드를 오간다. 현미경은 어떨까? 세포를 관찰하려면 관찰 방식을 바꿀 때마다 장비를 돌리고,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전압 하나만으로 현미경의 관찰 방식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렌즈가 등장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재경·김홍윤 씨 연구팀이 전기 신호만으로 ‘명시야’, ‘암시야’, 그리고 이 두 방식을 동시에 구현하는 ‘준암시야’ 이미징까지 가능한 메타렌즈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과 응용물리 분야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게재됐다. 현미경으로 세포나 미생물을 관찰할 때, 크게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 하나는 '명시야(Bright-field)' 방식으로, 빛을 그대로 통과시켜 세포의 전체 모양을 밝고 선명하게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암시야(Dark-field)' 방식으로, 직접 통과한 빛은 걸러내고 세포 표면에서 튕겨 나온 빛만 모아 세포 내 작은 구조를 강조한다. 문제는 이 두 방식이 서로 다른 장비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초소형·휴대용 현미경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큰 장애물이었다. 연구팀은 초박형 ‘메타렌즈’에 주목했다. 메타렌즈는 나노미터(nm) 수준의 미세 구조로 빛을 제어하는 차세대 광학 소자다. 그러나 한 번 만들어지면 그 기능이 고정되는 한계가 있었다. 명시야용으로 만들면 명시야만, 암시야용으로 만들면 암시야만 관찰할 수 있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전압에 따라 빛 흡수 특성이 변하는 ‘전도성 고분자’를 내부에 도입했다. 금속과 절연체가 층층이 쌓인 메타렌즈 중심에 고분자 박막을 삽입해, 전압에 따라 렌즈 중심을 통과하는 빛의 양을 정밀하게 조절하도록 설계했다. 실험 결과, –0.2V(볼트) 전압에서는 렌즈 중심으로 빛이 자유롭게 통과해 세포 윤곽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명시야 이미징이 구현됐다. 전압을 0.8V까지 높이자, 렌즈의 중심을 통과하는 직진 빛이 차단되고 세포 표면에서 산란한 빛만 남아 세포핵과 내부가 또렷하게 부각되는 암시야 이미징으로 전환됐다. 특히, 두 전압의 중간 영역에서는 투과광과 산란광이 공존하는 '준암시야(quasi-dark-field)' 모드가 구현돼 세포의 전체 형태와 내부 구조를 한 번에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인간 심장 섬유아세포 촬영을 통해서도 성능을 검증했다. 명시야에서는 넓고 평평한 세포 전체 형태가, 암시야에서는 세포핵과 내부 구조가 강조됐으며, 준암시야 모드에서는 두 가지 정보가 하나의 이미지 안에 동시에 담겼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작동에 필요한 전압이 1V 이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향후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혈액 세포나 세균을 관찰할 수 있는 손바닥 크기 바이오 진단 기기나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광학 시스템, 자율주행차와 드론에 쓰이는 라이다(LiDAR) 센서에도 응용이 기대된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저전압으로 메타렌즈 이미징의 다기능성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라며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소형 광학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POSCO(포스코) 산학연융합연구소,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21163
화공 윤용주 교수 연구팀, 카이랄 분자 ‘골라 만드는’ 촉매 기술, 공정 효율 높인다
[백금 촉매 표면 단계적 제어 통해 선택적 수소화 성능 향상] POSTECH 화학공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윤용주 교수, 시스템생명공학부 통합과정 윤민지 씨 연구팀이 최근 생김새는 같지만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카이랄(Chiral) 분자’를 정밀하게 선택·생산할 수 있는 백금(Pt) 촉매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불필요한 분리 공정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일 성과로 촉매 분야 국제 학술지 ‘ACS 카탈리시스(ACS Catalysi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카이랄 분자’는 왼손, 오른손처럼 서로 겹치지 않는 두 형태(거울상 이성질체)로 존재한다. 구성 성분이 똑같아도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1950년대 임산부에게 처방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례처럼 한쪽은 입덧을 완화하는 등 효과를 내지만, 다른 쪽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약 산업에서는 원하는 방향의 분자만 만드는 것이 안정성과 효능 모두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이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금속 촉매를 이용한 ‘수소화’ 반응이다. 크기가 작고 가벼운 수소를 이용해 분자 구조를 바꾸는 이 과정에서는 백금(Pt) 등 금속 촉매가 반응이 빨리 진행되도록 돕는다. 여기에 촉매 표면에 ‘카이랄 개질제(반응 방향을 조절하는 보조 물질)’를 더하면, 반응물이 특정한 방향으로만 접근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 원하는 형태의 분자를 선택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촉매 표면 성질을 바꾸는 ‘카이랄 개질제’가 촉매 표면에서 어디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촉매 표면에는 가장자리나 모서리처럼 이웃하는 원자들이 적은 ‘불안정한 자리(저배위 자리)’와 비교적 평탄하고 원자 배열이 정돈된 ‘안정적인 자리(잘 배위된 자리)’가 함께 존재한다. 카이랄 개질제가 안정적인 자리에 자리 잡을수록 원하는 거울상 이성질체가 선택적으로 생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조 유기물을 이용해 안정적인 자리만을 선택적으로 노출시키는 촉매 표면 제어 방식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보조 유기물을 단일 처리하는 기존 방식은 불안정한 자리뿐 아니라 안정적인 자리까지 함께 덮어버리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촉매 표면을 반복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에틸렌디아민(이하 EDA, Ethylenediamine)이라는 간단한 유기 분자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카이랄 개질제가 잘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불안정한 자리에는 EDA 잔여물이 채워지고, 카이랄 개질제가 자리 잡기 적합한 안정적인 자리는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백금 표면에도 전자를 덜 가진 상태의 백금(Ptδ+)이 늘어 카이랄 개질제가 보다 강하고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 마치 작업 공간을 조금씩 정리해 꼭 필요한 작업대만 남기게 된 셈이다. 실험 결과, 이렇게 설계된 촉매는 거울상 이성질체 선택도를 최대 96.5%까지 끌어올렸다. 반응 속도 역시 향상됐다. 연구팀의 기술은 두 형태가 섞인 상태로 생산된 뒤 원하는 것만 분리해야 했던 기존의 공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처음부터 원하는 형태의 분자를 높은 비율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분리·정제 과정이 줄고, 생산 비용과 에너지 사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의약품 품질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윤용주 교수는 “반복 공정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접근을 통해 촉매 표면의 전자 상태와 구조를 동시에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이 기술은 거울상 이성질체 선택적 수소화 반응을 넘어 다양한 선택적 반응에서 촉매 성능을 향상시키는 범용 설계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ERC)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acscatal.5c08078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찍어내는 나노기술’이 여는 평면 광학의 미래
[나노프린팅 기반 광학 메타표면 연구 흐름 정리] 최근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오동교·김주훈 박사, 통합과정 강현정·강도현 씨 연구팀이 ‘나노프린팅’ 기술을 중심으로 빛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광학 메타표면’ 연구 동향과 향후 발전 방향을 정리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재료 과학 분야 학술지인 ‘Nature Reviews Materials’에 게재됐다. ‘광학 메타표면(optical metasurface)’은 파장보다 작은 나노미터 규모의 구조를 평면에 배열해 빛의 위상과 세기, 편광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차세대 광학 소자다. 얇은 평면 구조만으로도 빛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메타렌즈, 홀로그래피 광학 소자, 차세대 광학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메타표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노 규모의 패턴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전자빔(e-beam)을 이용해 패턴을 새기는 ‘전자빔 리소그래피(Electron Beam Lithography, EBL)’ 같은 반도체 공정에 의존해 왔다. 이 방식은 해상도는 높지만 제조 공정 속도가 느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이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연구팀은 ‘나노프린팅(nanoprinting)’ 기술에 주목하고, 공정 기술과 광학 재료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대표적인 공정으로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Nanoimprint Lithography, 이하 NIL)’와 ‘나노전사 프린팅(Nanotransfer Printing, 이하 nTP)’이 있다. NIL은 마스터 몰드(틀)로 나노 패턴을 복제하는 방식이다. 높은 해상도와 재현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롤투롤(Roll-to-Roll) 공정과 결합할 경우 대면적 광학 소자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 nTP는 선택적으로 구조를 전사하는 방식으로, 기존 반도체 공정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광기능성 재료를 메타표면에 직접 통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재료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초기에는 주로 자외선이나 열로 경화되는 폴리머(polymer) 기반 재료가 쓰였지만, 굴절률이 낮아 고효율 광학 소자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굴절률이 높은 나노복합체나 졸-겔(sol-gel) 기반 무기 산화물, 능동 광학 재료 등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고, 이는 메타표면의 성능과 설계 자유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연구진은 나노프린팅 기술이 정적인 메타표면을 넘어 대면적 메타렌즈, 홀로그래피 광학 소자, 능동형 메타표면, 집적 광학 시스템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광학 메타표면 기술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준석 교수는 "광학 메타표면 분야에서 그간 걸림돌로 여겨져 온 제조 공정 문제를 나노프린팅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하고, 관련 최신 연구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나노프린팅이 단순한 저비용 대량생산 공정을 넘어, 광학 메타표면의 성능과 기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글로벌융합연구지원사업,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 연구실 지원사업,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미래융합파이오니어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알키미스트프로젝트 사업, 보건복지부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사업, ㈜포스코 홀딩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등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78-025-00874-3
화공 정대성 교수 연구팀, “이온을 붙잡아라” AI 반도체 건망증 해결 방법 찾았다
[차세대 뉴로모픽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 개발... 성능 두 배 향상] AI가 사람처럼 배우고 판단하려면, 학습한 정보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차세대 AI 반도체의 문제는 ‘기억이 쉽게 사라진다’라는 점이다. 그런데 POSTECH 화학공학과 정대성 교수, 통합과정 김준서 씨 연구팀이 ‘이온을 단단히 붙잡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고 반도체 기억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현재 컴퓨터는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계산하는 장치가 분리되어 있어 데이터의 이동에 따른 시간·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뉴로모픽(Neuromorphic)’이다. 사람의 뇌처럼 하나의 소자 안에서 기억과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른바 ‘뇌를 닮은 반도체’다. 그중에서도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Organic Electrochemical Transistor)’는 유력한 차세대 뉴로모픽 소자로 꼽힌다.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하고 유연성이 뛰어나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주입한 이온이 쉽게 빠져나가 장기 기억 구현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모래 위에 쓴 글씨가 바람에 지워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접근 방식을 바꿨다. 이온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끼워 넣는’ 방법 대신, 전기적 인력으로 붙잡는 전략을 택했다. 이를 위해 양전하와 음전하를 모두 가진 ‘쯔비터 이온(zwitterion)’ 기반 가교 분자를 설계해 반도체 내부에 도입했다. 이 분자는 음전하(-) 부분은 이온의 이동 속도를 조절하고, 양전하 부분(+)은 유입된 이온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강하게 붙잡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정전기적 이온 트래핑(Electrostatic Ion Trapping)’이라 불렀다. 실험 결과, 메모리 성능 지표인 ‘메모리 윈도우(memory window)’는 8.65V(볼트),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강도’는 96.4V로 학계에 보고된 성능 수치(메모리 윈도우: 5.0V, 히스테리시스 강도: 47V) 대비 약 두 배 향상됐다. 특히, 높은 히스테리시스 강도는 입력 신호가 사라진 뒤에도 상태가 쉽게 지워지지 않음을 의미해 연구팀의 기술로 기억 유지 특성이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준다. 또한, 소자를 20만 회 이상 반복 구동한 이후에도 초기 신호의 86% 이상을 유지해 반복 사용에 따른 성능 저하도 최소화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웨어러블 기기가 심장 박동이나 근육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도, 외부 서버 없이 스스로 학습·판단하는 환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이나 소형 전자기기에서도 적은 전력으로 고성능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으며,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AI ‘건망증’을 고치는 기술이, 더 똑똑하고 더 오래 기억하는 기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POSTECH 정대성 교수는 “이번 기술은 특정 고분자에 국한되지 않는 범용적인 기술”이라며, “뉴로모픽 소자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 고성능 AI 프로세서와 실시간 생체 신호 처리 시스템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다기능성 분자 리간드를 이용한 내재적 신축성을 갖는 고연신성 디스플레이 Backplane 구현“과 “파장 정합성 유기 수/발광다이오드 및 수직트랜지스터 통합소자를 활용한 고성능 유연 광통신 시스템 개발“에서 지원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9188
화공/융합 차형준 교수 연구팀, 홍합의 습윤 조직접착력에 전도성 더해 생체 신호 잡는다
[체내 근육·신경 재생과 생체 신호 전달 돕는 전도성 접착소재 개발] POSTECH·국립부경대 연구팀이 체액으로 가득차 있는 체내에서 조직 및 전자소자(biolectronics)를 단단히 붙이면서 전기신호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전도성 생체접착제를 개발했다. 홍합이 바닷속 바위에 강하게 달라붙는 원리에서 착안한 이 접착제는 손상된 근육·신경의 재생을 돕고, 이식형 의료기기의 안정성을 높일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몸속은 마치 수중 환경처럼 혈액과 체액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무엇이든 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손상된 근육이나 신경을 연결하거나, 심박 측정기나 뇌 자극 장치 같은 이식형 의료기기를 장기에 부착할 때 한계가 두드러진다. 그런데 기존의 접착제는 습윤환경 조직접착력이 약하고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 조직이나 전자소자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고정하며 신호를 전달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물과 섞이지 않는 ‘불섞임성(immiscible)’과 전도성을 동시에 갖춘 액상 단백질 기반 생체접착제를 개발했다. 여기에 전기 자극으로 단백질을 손쉽게 가교(crosslinking)하는 기술을 더했다. 전기 자극을 받으면 이 접착제는 수 초 내에 젤(gel) 상태로 굳어지며,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고정된다. 그 성과는 실험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조직-조직’ 인터페이스 실험에서 절단된 근육 조직에 개발한 접착제를 적용하자, 끊어졌던 신경과 근육 간 전기신호가 복원됐다. 별도의 봉합 없이도 근육 재생이 촉진됐고, 운동 기능 역시 즉각적으로 회복되었다. ‘조직-전자소자’ 인터페이스에서도 성과가 확인됐다. 의료용 기기를 이식할 때 이 접착제를 사용하면 조직을 꿰매는 봉합사나 독성이 우려되는 화학 접착제 없이도 장기 표면에 소자를 견고하게 부착할 수 있다. 그 결과 장기와 전자소자 간 전기 저항이 낮아져, 장기간 안정적인 생체 신호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POSTECH 차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잘 붙는 접착제를 넘어, 체내 환경에서도 생체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생체소재 기술을 제시했다”라며, “신경 재생 치료는 물론 차세대 이식형 생체 전자소자를 위한 전도성 생체접착소재로써 재활의학과 헬스케어 분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POSTECH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우현택 씨, 윤진영 박사, 국립부경대 휴먼바이오융합전공 송강일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생체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연구네트워크확산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16/j.biomaterials.2025.123904
화공 조길원 교수 연구팀, 몸에서 나오는 작은 떨림 놓치지 않는다!
[미세 진동을 정확하게 감지하는 웨어러블 진동센서 개발] 우리 몸에서는 끊임없이 다양한 진동이 발생한다. 숨을 쉬고 말을 하며 삼키는 순간에도 미세한 진동이 만들어진다. 이 작은 신호들은 몸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기존 웨어러블 센서로는 이를 정확하게 감지하기 어려웠다. POSTECH 화학공학과 조길원 교수, 박사과정 조강혁 씨, 이정훈 박사 연구팀이 외부 구동 전원 없이 작동하면서도 초미세 진동을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웨어러블 진동센서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의료·헬스케어는 물론 차세대 스마트 기기의 핵심 센서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며 ‘네이처(Nature)’의 2026년 신생 저널인 ‘네이처 센서스(Nature Sensors)’ 창간호에 게재됐다. 몸에서 나는 소리는 매우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 걸쳐 있다. 목소리, 호흡, 삼킴과 같은 생리적 신호는 낮은 주파수 영역에서 나타나며, 기침이나 신음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주파수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신호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소리를 만들어내는 미세한 진동을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웨어러블 진동 감지 기술은 미세한 진동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거나, 센서 구동을 위해 별도의 전원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피부나 땀과의 접촉으로 인해 성능이 저하되어 실제 웨어러블 응용에는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센서 구동과 민감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두 가지 원리를 사용했다. 힘이나 진동을 받으면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압전 물질’과, 전극 간 거리 변화로 신호를 감지하는 ‘정전용량형 센서’를 하나의 구조로 결합했다. 압전 물질이 만들어낸 전기를 정전용량형 센서의 구동 전력으로 활용함으로써, 연구팀은 외부 전원이 필요 없는 무전원 구동과 초고감도 측정을 동시에 만족하는 웨어러블 진동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센서 배열 또한 새롭게 설계했다. 진동판 아래에 별 모양의 마이크로 기둥을 배치하고, 네 개의 기둥이 맞물리는 중앙에 원형 진동판을 올리는 구조를 고안했다. 기둥 사이로 공기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설계함으로써, 진동판의 움직임이 방해받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센서를 촘촘히 배열하면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인 측정이 가능해졌다. 개발된 센서는 80~5,000Hz(헤르츠)에 이르는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0.01g (중력가속도) 수준의 초미세 진동까지 민감하게 감지했다. 사람의 목에 부착했을 때는 미세한 성대 움직임을 포착해 말소리와 호흡, 기침 같은 생체 신호를 정확히 구분해서 인식했으며, 소리가 나는 물체에 부착했을 때는 표면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정밀하게 감지해 진동형 마이크를 이용한 고음질 녹음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는 기존 진동 센서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미세 진동을 안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주도한 POSTECH 조길원 교수는 “개발한 진동 센서는 넓은 주파수 영역에서 매우 작은 크기의 진동까지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라며 “이를 피부에 부착하면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작은 신호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어 웨어러블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리가 발생하는 물체에 부착해 진동을 기록함으로써 고음질의 소리를 녹음할 수 있어, 매우 얇고 유연한 부착형 진동 마이크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릿지융합연구개발사업, 국가아젠다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4460-025-00003-1
화공 노용영 교수 연구팀, “반도체가 열받았다” 첨가제 없이 성능 높인 비결은?
[첨가제 없이 열만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 구현]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각종 첨가제를 넣는 것은 오랫동안 당연한 선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첨가제 없이, ‘열’만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이 등장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 노용영 교수, 양원렬·박완태 박사 연구팀은 열 증착 공정1)만으로 차세대 반도체 소자인 고성능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2) P형 트랜지스터3)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전자소자 분야 국제 학술지 ‘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 R’에 게재됐다. 반도체 성능은 ‘박막’이라 불리는 매우 얇은 재료층의 품질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박막이 얼마나 균일하고 안정적으로 형성되느냐에 따라 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 또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가 결정된다. 최근 실리콘을 넘어서는 차세대 소재로 페로브스카이트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주석(Sn)을 기반으로 한 페로브스카이트는 전자가 빠르게 이동하고 결함에 대한 내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 반도체 소자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양(+)전하를 띤 ‘정공’이 과도하게 생성되면서 전류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수도관 곳곳에 작은 구멍이 생겨 물이 새는 것처럼, 전기가 쉽게 새어나가, 균일하고 안정적인 박막을 만들기 힘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첨가제, 고온 처리, 용액 공정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들은 대면적의 박막을 균일하게 구현하기 어렵고, 휘어지는 기판에 적용하기 힘들며, 기존 반도체 공정과 호환성도 낮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던 이유다. 연구팀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열 증착 공정에 주목했다.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박막(FASnI₃, 포름아미디늄-주석-요오드)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재료를 동시에 증착하는 방식과 순차적으로 증착하는 방식을 비교한 결과, 특정한 조건에서는 첨가제가 없어도 결정 구조가 균일하게 정렬되고 결함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의 P형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정밀하게 켜고 끄면서 전자가 빠르게 이동하는 성능을 보였다. 전기가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를 나타내는 '정공 이동도'는 약 14 cm²/V·s, 전기를 켰을 때와 껐을 때 차이를 보여주는 '전류 점멸비'는 약 10⁸로 순수 FASnI₃(포름아미디늄-주석-요오드)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 중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 기존에는 용액 공정을 기반으로 한 0.61 cm²/V·s가 최고 수치였다. 이번 연구는 첨가물 없이, 산업 현장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열 증착 공정을 활용해 유기 양이온 기반 3차원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를 구현한 최초 사례다. 이 기술은 대면적 전자소자, 디스플레이 구동 회로,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선택지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노용영 교수는 "저온 공정 열 증착 기반 첨가제 없는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낮은 온도 공정이 필수인 차세대 전자 시스템에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 삼성디스플레이, 글로컬 대학 30 프로젝트 지원을 받았다. ▶️ DOI: https://doi.org/10.1016/j.mser.2025.101141 1) 열 증착 공정: 물질을 가열해 증기로 만든 뒤 기판 위에 쌓아 얇은 막을 만드는 방법 2) 페로브스카이트: 특정한 결정 구조를 가진 물질로, 태양전지와 트랜지스터 등에 쓰이는 차세대 소재 3) P형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 전류를 움직이는 주요 매체가 (+) 전하를 띠는 정공일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