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노용영 교수 연구팀, 기억만 하던 반도체 물질, 이제 '생각'까지 한다
[250 ℃ 저온 4인치 웨이퍼 규모 κ상 In2Se3 트랜지스터 구현] 같은 탄소라도 원자가 어떻게 배열되느냐에 따라 흑연이 되기도,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반도체 재료도 마찬가지다. 같은 물질이라도 원자 배열이 조금만 달라지면 성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잠들어 있던' 한 결정 구조가, 이 원리 덕분에 차세대 반도체의 두뇌로 깨어났다. POSTECH 화학공학과 노용영 교수, 통합과정 이재윤 연구팀이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권지민 교수·이용우 박사 연구진과 함께 그동안 거의 연구되지 않았던 ‘κ상 인듐 셀레나이드(In2Se3)’를 4인치 웨이퍼 규모 논리 트랜지스터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인듐 셀레나이드(In2Se3)는 매우 얇으면서도 전하가 빠르게 흐르는 특성 덕분에 일찍이 차세대 반도체 재료로 꼽혀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결정 구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 번 가해진 전압의 흔적을 ‘기억하는’ 특성은 메모리에는 유리했지만, 같은 신호에 항상 같은 답을 내야 하는 논리회로에서는 오히려 불안정하였다. 게다가 작은 조각에서는 성능이 좋아도, 넓은 웨이퍼 전체에 고르게 펼쳐 만들기가 어려워 실제 공장 공정에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κ상에 눈을 돌렸다. 같은 인듐 셀레나이드라도 κ상은 원자 배열이 달라 '기억하는' 성질이 억눌려 있다. 그로 인해, 늘 일정한 답을 내야 하는 논리회로에 더 유리하다. 연구팀은 산업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열증착 공정으로 인듐 셀레나이드를 쌓은 뒤 250℃에서 열처리했다. 그러자 약 10nm(나노미터) 두께의 κ상 박막이 4인치 웨이퍼 전체에 고르게 입혀졌다. 공정 온도도 이미 만들어진 실리콘 회로를 망가뜨리지 않고, 그 위에 소자를 층층이 쌓아 올릴 수 있는 450℃ 이하 조건을 안정적으로 만족했다. 성능도 뛰어났다. 웨이퍼에 576개(24×24)를 촘촘히 배열한 트랜지스터는 위치에 상관없이 균일한 특성을 보였고, 전하 이동속도를 뜻하는 평균 전자 이동도는 39.3cm2V−1s−1, 신호를 켜고 끄는 효율인 온·오프 전류비는 1억 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저온⦁대면적 박막 공정으로 제작된 기존 2차원 반도체 트랜지스터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100ns의 짧은 전기 신호를 1,000만 회 반복하는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실제 논리소자에서 요구되는 빠른 스위칭과 반복 동작 안정성을 검증했다. 여기에 특성이 전하 운반 방식이 다른 p형 셀레늄 합금화 텔루륨 산화물(Se-TeOx)을 더해 입력 신호를 정반대로 뒤집어 내보내는 회로까지 만들어냈다. 이 결정 구조가 진짜 논리 반도체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 확실한 증거였다. 이번 성과는 메모리에 어울린다고 여겨지던 인듐 셀레나이드를, 잘 쓰이지 않던 κ상으로 바꿔 넓은 웨이퍼에 고르게 입힘으로써, 논리 반도체로도 쓸 수 있음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여준 연구다. 반도체를 평면이 아니라 위로 쌓아 올리는 '3차원 집적' 시대에 특히 의미가 크다. 낮은 온도에서 넓은 면적에 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완성된 실리콘 칩을 망가뜨리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기능을 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더 작고 강력한 반도체를 향한 길을 여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POSTECH 이재윤 통합과정은 “인듐 셀레나이드는 주로 ‘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연구됐지만, 이번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κ상을 안정적인 논리 반도체로 확장했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2553-y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카메라 한 대로 질병 찾아내는 초소형 센서
[카메라 영상 기반 휴대형 메타표면 바이오센서 개발] 병원에 가지 않고 손바닥 위 작은 칩과 카메라만으로 질병의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장면을 국내 연구진이 현실로 한 걸음 당겨놓았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김홍윤 박사,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윤희창·정세빈 씨 연구팀이 POSTECH 화학공학과 이효민 교수팀,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유용상 교수팀과 함께 비싼 분광기 없이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만으로 생체분자를 정밀하게 검출하는 '메타표면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바이오센서는 질병 진단부터 감염병 검사, 암 표지자 검출, 유전자 분석까지 두루 쓰이는 '건강의 파수꾼'이다. 그중에서도 빛을 이용하는 광학 바이오센서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 생체분자가 센서 표면에 달라붙을 때 생기는 미세한 빛의 변화를 읽어내, 별도의 형광 표지 물질을 붙이지 않고도 분자를 곧바로 검출할 수 있다. 문제는 ‘크기’다. 이 미세한 변화를 정밀하게 재려면 고해상도 분광기와 넓은 파장의 광원이 필요한데, 크고 비싼 탓에 병원 밖으로 들고 나가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발상을 뒤집어 분광기가 하던 일을 '카메라 사진 한 장'이 대신하도록 만들었다. 열쇠는 '연속 기하학적 구배 메타표면'이라는 특수한 칩이다. 원리는 이렇다. 나노 구조를 칩 위에서 한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시켜, 위치마다 서로 다른 빛의 파장에 반응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마치 피아노 건반이 자리마다 다른 음을 내듯, 칩의 각 지점이 저마다 다른 빛에 반응하는 셈이다. 여기에 하나의 파장을 내는 작은 레이저를 비추면, 그 빛과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빛이 통과하지 못해 카메라 영상에 '어두운 선'이 나타난다. 생체분자가 센서 표면에 달라붙으면 주변 환경이 미세하게 바뀌며 이 선의 위치가 슬쩍 이동한다. 연구팀은 이 선이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일반 카메라 센서로 촬영해 분석하는 것만으로 생체분자의 결합 신호를 정확하게 읽어냈다. 분광기 없이 오직 사진 분석만으로 검출에 성공한 것이다. 성능도 뛰어났다. 센서는 300마이크로미터(μm), 머리카락 몇 가닥 굵기의 작은 영역 안에서 넓은 측정 범위와 0.1나노미터(nm) 수준의 정밀한 판독 능력을 동시에 구현했다. 실제 단백질과 DNA 검출 실험에서는 수백 피코몰(1조분의 1몰 수준)1)이라는 극미량까지 잡아냈고, 특정 유전자 서열을 골라내는 것도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번 기술은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함’이다. 크고 비싼 분광기와 광원 대신 작은 레이저와 카메라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실험실에 묶여 있던 정밀 진단 장비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로 줄일 길이 열린 것이다. 연구팀은 이 센서가 앞으로 감염병 진단, 암 표지자 검출, 유전자 분석, 그리고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찾는 액체 생검 등 다양한 현장 진단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OSTECH 노준석 교수는 “메타표면의 높은 광학 감도와 카메라 기반 이미징 판독 단순성을 결합해, 기존 분광기 기반 바이오센서 한계를 극복한 사례”라며 “향후 소형화·저비용화가 가능한 현장진단형 바이오센서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한국연구재단 글로벌융합연구지원사업, 과기정통부 대통령과학장학금, 보건복지부의 재원을 통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의 한국형ARPA-H프로젝트 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4749-8 1. 피코몰(picomolar, pM): 용액에 물질이 녹아 있는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조분의 1몰 수준의 매우 낮은 농도를 뜻한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무질서 속 숨은 질서” 빛을 다루는 나노 소자, 설계 쉬워진다
[복잡한 메타표면 속 '숨은 주기'를 찾아내는 새 해석법 제시] 증강현실(AR) 안경, 머리카락보다 얇은 렌즈, 손끝에 떠오르는 홀로그램. SF 영화에서 보던 이 기술들에는 핵심은 '메타표면'이라는 나노 소자가 있다. 빛의 파장보다 작은 나노 구조물로 빛의 방향과 색을 마음대로 제어하는 마법 같은 기술이다. 이 강력한 기술에는 오랫동안 연구자들의 발목을 잡아 온 골칫거리가 있었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를 해결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김석우 박사 연구팀이 무질서한 나노 구조 속에 숨은 반복 규칙을 찾아내, 메타표면을 빠르고 정확하게 설계하는 길을 열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메타표면’으로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려면 구조물 크기와 방향을 조금씩 다르게 배치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구조물을 하나씩 다르게 배치할수록 전체 모양이 복잡해지고 표면을 규칙적으로 채우던 반복 패턴인 '주기성'이 깨져 소자가 빛을 어떻게 조절할지 계산하기 어려워졌다. 규칙성이 있다면 일부만 계산해도 전체 특성을 예측할 수 있지만, 구조가 제각각이면 수많은 구조물을 하나씩 계산해야 한다. 심지어, 가로세로 수 cm 크기의 메타표면에는 10억 개가 넘는 구조물이 들어가 이를 컴퓨터로 계산하려면 막대한 시간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기존에는 구조를 단순하게 가정하거나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했다. 연구팀은 ‘겉보기에는 복잡해도 그 안에 반복되는 규칙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무아레(Moiré) 무늬1)'에서 찾았다. ‘무아레 무늬’는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두 패턴이 조금 어긋나 겹칠 때 나타나는 커다란 물결 모양 무늬다. 얇은 모기장이나 커튼을 두 장 겹쳤을 때 어른거리는 무늬가 대표적인 예다. 연구팀은 메타표면을 이루는 기본적인 배열과 빛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더해진 변화를 서로 다른 두 패턴이 겹친 것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두 패턴의 각도와 간격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복잡해 보이던 구조 안에서도 큰 반복 패턴이 다시 나타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쉽게 말해, 겉으로 하나하나 다른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나노 구조물 속에서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작은 반복 단위’를 찾아낸 것이다. 그 덕분에 거대한 메타표면 전체를 일일이 계산할 필요가 없어졌다. 10억 개가 넘는 구조물로 이루어진 소자라도 수십 개의 나노 구조물로 구성된 작은 단위만 계산하면 전체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실제 메타표면 소자를 제작해 예측한 것과 같이 빛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빛과 원치 않는 방향으로 퍼지는 빛을 구분해 소자의 성능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원리는 빛뿐 아니라 소리, 전자, 진동처럼 '파동'으로 움직이는 모든 시스템에 두루 쓸 수 있어, AR·VR용 광학 소자나 고효율 나노 렌즈를 더 빠르고 정밀하게 설계하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노준석 교수는 "무질서해 보이는 구조 속에서 숨은 질서를 찾아내는 이 방법은 차세대 광학 소자 개발에 속도를 더할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4150-5 1. 무아레(Moiré) 무늬: 두 개의 규칙적인 패턴이 조금 어긋나 겹칠 때 나타나는 더 큰 물결 무늬를 말한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렌즈 두께는 얇게, 컬러는 선명하게” AR·VR 안경 두 마리 토끼, 연속으로 잡았다
[정밀 제작에서 대량생산까지... 메타렌즈 상용화 이끌 기술 Nature 자매지 연속 게재] 영화에서나 봤던 AR·VR 안경이 두꺼운 렌즈 뭉치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안경알 하나로 완성될 수 있다. 상상이 일상이 되는 순간이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 POSTECH 연구진이 '메타렌즈'로 선명한 풀 컬러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잇달아 개발하고, 이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연속 게재했다. 이번 성과는 성능과 대량생산이라는 메타렌즈 상용화의 두 숙제를 동시에 풀어낸 셈이라 더욱 주목을 모으고 있다. ‘메타렌즈’는 나노 구조들을 촘촘히 배열해 빛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모아주는 얇은 렌즈다. 유리 렌즈를 여러 장 겹쳐 쓰던 기존과 달리 렌즈 한 장으로 같은 역할을 해, AR이나 VR 안경처럼 가볍고 얇은 기기를 만들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문제는 RGB(빨강·초록·파랑) 빛을 한 점에 정확히 모으는 '무색수차' 성능이다. 이 성능을 값싸고 대량생산이 쉬운 저굴절률 소재로 구현하는 일이 매우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메타렌즈를 이루는 나노 기둥 '메타아톰'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지금까지는 메타아톰의 가로 폭만을 조절하여 빛을 다뤘다면, ‘높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더한 것이다. 같은 모양의 건물이라도 층수를 다르게 지어 도시 풍경을 다양하게 꾸미듯, 메타아톰마다 높이를 다르게 세워 RGB 빛을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모을 수 있게 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이광자 리소그래피(Two-photon Lithography)'라는 3D 정밀 인쇄 기술로 복잡한 입체 나노 기둥을 직접 찍어냈다. 연구팀은 미리 만들어둔 다양한 나노 기둥 설계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인공지능이 위치마다 가장 알맞은 설계를 자동으로 골라 배치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비교적 값싼 저굴절률 재료만으로도 색이 번지지 않는 풀 컬러 메타렌즈를 만들고, OLED 디스플레이와 결합한 실험에서 선명한 컬러 이미지를 확인했다. 이어 진행한 두 번째 연구는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그레이스케일 전자빔 리소그래피(Grayscale Electron-beam Lithography)'로 높이 정보가 새겨진 나노 틀(템플릿)을 만들고, 이를 도장처럼 찍어내는 '나노임프린트(nanoimprint)' 공정에 적용했다. 기존 나노임프린트는 같은 높이의 패턴만 반복해 찍어낼 수 있었지만, 이번 기술은 서로 다른 높이의 구조도 한 번에 찍어낼 수 있어 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두 연구는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저굴절률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험실에서 가능했던 3D 메타렌즈를 실제 산업현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기술로 끌어올린 것이다. 메타렌즈의 성능과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술을 나란히 확보하면서, 메타렌즈 상용화의 두 축을 동시에 세운 셈이다. 연구를 이끈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차원 나노 공정기술을 통해 AR·VR용 풀 컬러 무색수차 메타렌즈를 실제 산업에서 활용하기 위한 제조 기술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더 가볍고 얇은 AR·VR 안경과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물론, 이미징이나 광학센서 같은 다양한 광학 산업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POSCO 산학융합연구소, 한국연구재단 (초실감 나노 소재기술 개발, 한-영 과학기술협력창구사업, 글로벌융합연구지원, 개인기초연구,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연구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103-2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940-1
화공 조용준 교수 연구팀, 태양전지 효율 예측, 65년 만에 새 기준 세우다
[유기 태양전지 특성 반영 최대 효율 예측 이론 정립 및 20% 넘는 고효율 소재 개발]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유기 태양전지'를 효율적으로 만들 ‘설계 공식’이 나왔다. POSTECH 화학공학과 조용준 교수 연구팀은 UNIST 에너지공학과 양창덕 교수팀 연구팀과 함께 ‘유기 태양전지’ 특성을 반영한 최대 효율 예측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손실을 줄인 유기반도체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기 태양전지 설계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번 연구 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태양전지’는 햇빛 속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현재 널리 쓰이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갖췄지만, 두껍고 무거워 활용 분야가 제한적이다. 반면, 탄소를 기반으로 한 유기반도체를 사용하는 '유기 태양전지'는 얇고 가벼우며 유연하게 휘어지는 특성 덕분에 웨어러블 기기나 건물 외벽, 이동형 에너지 시스템 등에 쓰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전지 성능을 높이려면 이론적으로 구현 가능한 최대 효율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1961년 제안된 '쇼클리-퀘이서(Shockley-Queisser, 이하 SQ) 한계 이론1)'이 대표적인 기준으로 활용돼 왔다. 문제는 이 'SQ 한계 이론'이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무기반도체를 기반으로 정립돼 유기반도체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기반도체는 빛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거나, 흡수한 빛이 전기로 전환되지 못한 채 열과 빛으로 사라지는 등 무기반도체와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기존 이론만으로는 적합한 소재를 설계하거나 성능 한계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유기반도체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반영한 새로운 최대 효율 예측 이론을 개발했다. 이상적인 태양전지를 가정한 기존 'SQ 한계 이론'과 달리, 유기반도체의 불완전한 빛 흡수 과정과 빛이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손실까지 고려해 유기 태양전지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효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어, 연구팀은 이론을 실제 소재 개발에도 적용했다. 빛을 받아 전자를 전달하는 '전자수용체' 소재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해 이론이 제시한 최적의 에너지 조건을 구현하고, 특히 분자 배열 방식을 제어해 전하 이동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손실을 줄였다. 그 결과 연구팀이 제작한 유기 태양전지는 20%가 넘는 높은 광-전 변환 효율을 기록했으며, 태양광 기반 수소 생산 시스템의 전극으로 활용한 실험에서도 수중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했다. 이번 연구는 경험과 반복 실험에 의존해 온 기존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원하는 성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차세대 태양에너지 변환 소재 개발이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조용준 교수는 “새로운 예측 이론을 실제 소재 개발과 성능 향상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유기 태양전지를 비롯한 차세대 태양에너지 변환 소재 설계를 위한 기준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UNIST 양창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성능 유기반도체 소재 개발에 필요한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가볍고 유연한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 구현을 앞당길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과 우수신진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21/jacs.6c08793 1. Shockley–Queisser(SQ) 한계이론: 태양전지가 도달할 수 있는 이론적 최대 에너지 변환효율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이상적인 반도체의 빛 흡수를 가정하여 최대 효율 한계를 제시한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구조물 안전 진단 위한 ‘진동의 길’, 메타표면으로 설계하다
[금속 구조물 내부 진동 모드 구분·에너지 집중 기술 개발] 건물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은 붕괴 전 미세한 진동으로 이상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구조물 내부 진동은 다양한 형태가 섞여 있고,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진동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특정 위치로 모아 선명하게 분석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이건 씨 연구팀이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비파괴측정그룹 승홍민 박사·김승일 씨 연구팀과 함께 ‘메타표면1)’을 활용해 금속 구조물 내부 진동 이동 경로를 제어하는 연구 논문 두 편을 기계공학 및 신호처리 분야의 권위지인 'Mechanical Systems and Signal Processing' 동일호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1일 나란히 게재했다. 두 연구는 모두 ‘메타표면’으로 진동이 이동하는 경로를 제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서로 다른 진동을 각기 다른 위치로 보내 종류를 구분하고, 다른 하나는 흩어지는 진동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 미세한 신호를 강화하는 기술이다. 첫 번째 연구는 진동 종류를 구분하는 기술이다. 진동은 흔들리는 방향과 형태에 여러 모드로 나뉜다. 같은 구조물에서도 위아래로 휘거나 앞뒤로 늘었다 줄어드는 등 모드가 다양해 기존에는 센서 여러 개로 넓은 영역을 측정한 뒤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했다. 연구팀은 진동의 이동 경로를 제어하는 메타표면을 정밀하게 설계해 ‘길 안내판’처럼 작동하게 했다. 이 구조는 진동 모드에 따라 진동이 다른 위치에 도달하도록 유도했고, 덕분에 진동이 도달한 위치만 확인해도 별도의 복잡한 계산 없이 어떤 모드인지 물리적으로 바로 판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분산된 진동 에너지를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기술이다. 실제 구조물의 진동은 다양한 주파수가 섞여 있어 특정 위치에 모으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진동 방향을 제어하는 '탄성 메타표면'에 진동 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해 자연스럽게 중심부로 진동을 유도하는 '경사굴절률 구조'를 결합했다. 그 결과, 블랙홀이 빛을 끌어당기듯 진동 에너지가 중심으로 모였고, 40kHz(킬로헤르츠)부터 100kHz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에서 진동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두 기술은 외부 전원 없이도 작동하며, 압전(눌리거나 흔들릴 때 전기를 만드는 원리) 소자와 결합하면 진동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할 수 있다. 이 기술들은 교량, 항공기, 배관, 저장탱크처럼 전원 공급이나 센서 교체가 어려운 대형 구조물 안전 진단에서 잠재력이 크다. 나아가 구조물 진동 에너지 자체를 이용해 저전력 무선 센서를 구동하는 자가발전형 모니터링 시스템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POSTECH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구조물 내부의 진동을 상태 정보를 담은 '숨은 언어'로 바라본 데서 연구를 출발했다"라며 "진동이 이동하는 길을 설계하는 이 기술이 미래 구조물 안전 진단의 새로운 감각기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주)포스코홀딩스(N.EX.T IMPACT) 메타표면 기반 평면광학기술 연구소,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중견연구사업, KRISS 기본사업(시설물 지능형 모니터링의 가용성 혁신을 위한 디지털 안전 측정 기술 개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ymssp.2026.114565 ▶️ DOI: https://doi.org/10.1016/j.ymssp.2026.114525 1. 메타표면(metasurface): 빛, 소리, 진동 등 파동 진행 방향과 특성을 제어하도록 설계한 인공 구조체다.
기계/화공/전자/융합 노준석 교수 연구팀, 옆 사람은 못 듣고 나만 듣는 소리, 이제 현실이 된다
[단일 초음파 소자에 메타물질 결합한 초지향성 스피커 개발] 영화 속 첩보요원들처럼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POSTECH 연구진이 특정 사람에게만 말을 건넬 수 있는 스피커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1일 게재되었다. ‘빛’과 ‘소리’는 성질이 다르다. 손전등이나 레이저처럼 빛은 한 방향으로 곧게 뻗어 나가지만, 소리는 사방으로 잘 퍼진다. 담장 너머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소리도 빛처럼 원하는 곳으로만 보낼 수는 없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 ‘초지향성 스피커(MiPAL1))’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초음파에 실어 보내면, 원하는 공간에만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대표 기술이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PAL2))’다. 서로 다른 초음파를 공기 중에서 상호 작용 해 특정 방향으로 소리를 모으는 방식이다. 이러한 스피커는 일반 스피커에 비해 훨씬 좁은 범위에 소리를 모을 수 있지만 수십에서 수백 개의 초음파 부품을 정교하게 늘어놓고 하나하나 제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구조도 복잡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간단한 구조의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가 개발됐지만, 이번에는 스피커 진동판이 떨리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진동까지 함께 발생해 소리가 사방으로 새어 나가는 문제가 생겼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메타물질3)을 하나의 초음파 스피커에 결합하는 구조로 이를 해결했다. 먼저 장치 앞쪽에는 '음향 메타표면'을 붙였다. 말하자면 '소리의 렌즈' 같은 부품으로, 진동판에서 나오는 울퉁불퉁한 초음파를 가지런히 정리해, 레이저처럼 곧고 좁은 초음파 빔으로 만든다. 뒤쪽에는 '탄성 메타유닛'을 달았다. 이것은 '소리의 방음벽'에 가까운데, 특정 주파수에서 생기는 불필요한 진동을 눌러 소리가 옆으로 새는 걸 막는다. 앞에서는 소리를 모으고 뒤에서는 잡음을 막는, 말하자면 ‘이중 안전장치’를 단 셈이다. 그 결과, 부품 하나로 500Hz부터 10kHz까지, 4옥타브4)가 넘는 대역에서 원하는 방향으로만 소리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대부분을 아우르는 범위다. 연구팀은 비행기 좌석 상황을 가정한 실험도 진행했다.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각자에게 다른 안내 방송이나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 방송과 음악을 틀어놓고 방향별 소리 세기를 측정했고, 탄성 메타유닛을 붙이기 전과 후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무엇보다 이 기술은 만들기도, 활용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물질 구조 자체가 3D 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는 조립식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좌석 간격이나 각도 등 사용 환경에 맞춰 손쉽게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비행기나 기차에서 옆 사람 방해 없이 각자 원하는 안내 방송이나 콘텐츠를 들을 수 있고,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도 특정 전시물 앞에 선 사람에게만 설명이 들리게 만들 수 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나만 듣는 소리'가 머지않아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노준석 교수는 "메타물질과 초음파 장치를 하나로 설계해 비용과 복잡성, 설계 자유도 한계를 동시에 풀어냈다"라며, "그동안 음향·탄성 메타물질 연구는 원리를 검증하고 개념을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이번 연구는 실제 장치에 메타물질을 녹여내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첫 사례"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문원규 교수, 김웅지 박사, 박사과정 오범석 씨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604-0 1. MiPAL: Metamaterials-integrated Parametric Array Loudspeakers 2.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Parametric Array Loudspeaker, PAL): 서로 가까운 주파수의 강한 초음파 두 개를 공기 중에 함께 방사하면, 공기의 비선형 성질에 의해 두 초음파의 차이 주파수에 해당하는 가청음이 새롭게 생성되는 현상을 이용한 스피커. 일반 스피커와 달리 소리를 좁은 빔 형태로 모아 고지향성 음원을 형성할 수 있다. 3. 메타물질(metamaterial):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미세 구조를 주기적으로 배열해, 일반 재료로는 얻을 수 없는 파동(빛·소리·진동) 제어 특성을 구현한 인공 물질. 본 연구에서는 소리를 다루는 음향 메타물질과 구조 진동을 다루는 탄성 메타물질이 모두 사용됐다. 4. 옥타브(octave): 음높이의 단위로, 한 옥타브는 주파수가 정확히 2배가 되는 음정 차이를 의미한다. 본 연구의 4옥타브 이상 대역(500 Hz~10 kHz)은 사람이 듣는 가청 음역의 대부분을 포함한다.
화공 정대성 교수 연구팀, 절반만 일하던 이온, 이제는 100% 일한다
[바이오센서 약점 최초 규명… 이온과 반도체 거리 조절로 도핑 효율 100% 구현] POSTECH 화학공학과 정대성 교수, 박사과정 표원준 씨 연구팀이 서울대 화학과 손창윤 교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화학과 Wei You 교수, 경기대 화학과 정경준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미래형 바이오센서 핵심 부품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제한하는 원인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극복한 고성능 소자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트랜지스터’는 스마트폰, 컴퓨터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서 전류를 조절한다.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는 여기에 이온의 움직임을 전류 신호로 바꾸는 기능을 더한 소자다. 몸에 붙이거나 몸속에 삽입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해 심장 박동이나 뇌파, 땀이나 혈액 속 생체 신호를 정밀하게 감지하는 차세대 웨어러블 바이오센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땀이나 혈액 속에 있는 이온들이 반도체 얇은 막 안으로 들어가면, 그 움직임이 전류 신호로 바뀌어 신호를 감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안으로 들어온 이온 모두 전기 신호 생성에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분광학 분석으로 확인해 본 결과, 전기 신호 생성에 기여하는 이온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이온은 반도체 안으로 들어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이것이 센서 감도를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문제는 이온과 고분자 반도체 주쇄(몸통) 간 거리였다. 전기 신호는 반도체 주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온들이 이 주쇄에 가까이 접근해야 전하가 잘 생성된다. 그러나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올리고에틸렌글라이콜(OEG1)) 측쇄는 이온을 잘 끌어들이면서도, 정작 전하가 생성되는 주쇄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방해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반도체 박막이 형성된 다음에 스스로 구조가 바뀌는 고분자 반도체를 설계했다. 박막이 만들어지면 긴 측쇄는 제거되고 짧은 카복실산기만 남도록 설계해, 이온을 끌어들이는 성질은 유지하면서도 주쇄 바로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험 결과, 투입된 이온이 모두 전기 신호 생성에 참여하는 100%의 도핑 효율을 달성했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 기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온과 주쇄 간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도핑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원리도 확인했다. 특히, 이를 적용한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는 지금까지 보고된 소자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280S/cm2) 트랜스컨덕턴스(transconductance)‘를 기록했다. ’트랜스컨덕턴스‘는 이온 움직임을 전류 신호로 얼마나 민감하게 바꿀 수 있는지 나타내는 성능 지표다. 이번 연구는 훨씬 더 민감하고 정확한 웨어러블 바이오센서와 의료 진단 기기 개발에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정대성 교수는 “전기화학 바이오센서용 고분자 반도체 설계에서 도핑 효율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성과”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 분자동역학 연구를 주도한 손창윤 교수는 “생체 이온 신호가 전류 신호로 바뀌는 효율을 분자 차원에서 규명했다”라며 “차세대 생체 전자소자 개발을 위한 소재 설계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5568-7 1. OEG(oligoethylene glycol, 올리고에틸렌글라이콜): 고분자 반도체 측쇄DP 사용되는 친수성 소재로, 이온을 잘 끌어들여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2. S/cm(Siemens per centimeter, 지멘스/센티미터): 전기 전도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값이 높을수록 전류가 잘 흐르는 것을 의미한다.
화공 전상민 교수 연구팀, 김밥처럼 말았을 뿐인데, 바닷물 ‘식수’ 됐다
[낮에는 태양열로 밤에는 공기열로... 24시간 멈추지 않는 나무 증발기 개발] 사막 한복판에서 목이 마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속 주인공이라면 태양광 정수기를 꺼내겠지만, 현실에서는 해가 없으면 힘을 못 쓰고 오래 쓰면 잔고장이 생기기 일쑤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나무판을 김밥처럼 돌돌 말아 밤에도 마르지 않는 담수화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 전상민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전기 공급이 어려운 지역이나 재난 현장에서 밤낮없이 물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물·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npj Clean Water’에 게재됐다. 태양광을 이용한 해수 담수화 기술은 전기가 없어도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어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온 친환경 기술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검은 소재가 햇빛을 흡수해 해수를 데우면, 물은 증발해 소금기를 남기고 순수한 수증기만 빠져나가 물로 응축된다. 문제는 증발 면적을 넓히기 위해 증발기를 높이 쌓을수록 물을 꼭대기까지 끌어올리기가 어려워지고,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소금 결정이 쌓여 물길을 막아버린다는 점이다. 그 해답은 '나무를 마는 방식'에 있었다. 연구팀은 원목을 종이처럼 얇게 켜낸 나무판(베니어, veneer)을 김밥처럼 돌돌 말아 '우드 스크롤(Wood Scroll)'이라는 원통형 증발기를 만들었다. 나무를 말면 층과 층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기는데, 이 틈이 바로 물이 다니는 새로운 통로가 된다. 물은 이 통로를 타고 증발기의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증발하고 남은 소금기 역시 이 통로를 따라 다시 바닷물 쪽으로 흘러 내려가 녹아 없어진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통로가 좁을수록 ‘모세관 현상’으로 인해 물이 더 잘 빨려 올라갈 거라는 상식과 달리, 실제로는 통로가 어느 정도 넓어야 물도 잘 오르고 소금도 잘 녹아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밝혀냈다는 것이다. 이는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면서 소금이 한곳에 쌓이지 않으려면 충분한 공간을 가진 물길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만든 높이 40cm 우드 스크롤 증발기는 태양광 1개 조건(1 sun, 맑은 날 정오 햇빛 세기)에서 시간당 35.8kg/㎡의 물을 증발시켰다. 이는 기존 태양광 증발기들과 비교해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더 놀라운 건 밤에도 증발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통 모양 긴 옆면이 마치 라디에이터처럼 주변에 있는 열을 계속 흡수해, 해가 없어도 그 열을 이용해 물을 계속 증발했다. 바닷물과 비슷한 3.5w%(무게 기준 농도) 염도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 낮 동안 표면에 쌓였던 소금이 밤사이 자연스럽게 다시 녹아 사라지는 '자가 염 제거' 현상도 확인됐다. 사람이 청소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끗해지는 셈이다. 실제 야외에서도 우드 스크롤 증발기를 여러 대 세워 담수화 성능을 검증했다. 생산된 물은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을 충족했고, 이 물로 보리를 직접 키워보는 데도 성공해 농업용수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전기나 복잡한 장비 없이 나무판 하나로 마실 물과 농업용수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상민 교수는 "기존 연구들은 태양광을 얼마나 잘 흡수하느냐에 집중했지만, 우리는 구조 자체를 바꿔 주변의 열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다 쓰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라며 "간단한 목재 구조만으로 하루 종일 안정적으로 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물 부족 지역을 위한 차세대 친환경 담수화 기술의 실용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38/s41545-026-00601-7
화공/배터리 조창신 교수 연구팀, “전기차 배터리 속에도 내진 설계가 있다?“ 구조 무너뜨리는 충전, 원자 기둥이 막았다
[고니켈 양극재 내부에 구조 지지대 만드는 기술 개발] 지진이 나도 무너지지 않는 건물에는 비밀이 있다. 곳곳에 튼튼한 기둥을 세워 흔들림을 버티게 만든 구조다. 그런데 이런 원리를 전기차 배터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국내 연구진이 배터리 양극재 내부에 '원자 수준의 기둥'을 세워, 충전을 거듭해도 무너지지 않는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조창신 교수, 배터리공학과 박사과정 오지웅 씨 연구팀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고니켈 양극재의 구조를 안정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에너지 저장 분야 국제 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즈(Energy Storage Materials)'에 게재했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은 양극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고니켈 양극재'는 적은 양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전기차와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 핵심 소재로 꼽힌다. 문제는 니켈을 많이 넣을수록 충방전 과정에서 결정 구조가 불안정해지면서 배터리가 오히려 잘 망가진다는 점이다. 특히, 높은 전압으로 충전할 때 양극재 내부 원자 배열이 한쪽으로 수축하는데, 이때 산소가 빠져나오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겨 배터리 용량 감소와 안전성 저하를 유발했다. 기존에는 몰리브덴(Mo)처럼 강한 양전하를 띠는(산화수가 높은) 원소를 이용해 구조를 붙잡아 두려 했지만, 이러한 원소들이 주로 양극재 입자 가장자리에 몰려 있어, 정작 안쪽까지는 손을 쓰지 못했다. 건물 외벽만 보강하고 내부 골조는 손대지 못한 셈이다. 연구팀은 발상을 바꿔 특정 부위만 보강하는 대신, 양극재 입자 전체에 골고루 힘을 실어주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양이온 계면활성제인 ‘CTAB(세틸트라이메틸암모늄 브로마이드)’를 이용해 몰리브덴 이온(Mo⁶⁺)을 양극재 입자 구석구석까지 고르게 퍼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양극재 내부에서 니켈 이온이 리튬층 사이사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 잡는 '양이온 앵커링(cation anchoring)'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된 니켈 이온은 건물 곳곳에 세운 기둥처럼 배터리 충전 시 발생하는 격자 수축을 곳곳에서 붙잡아 줄 수 있다. 분석 결과, 이 '원자 기둥' 구조는 입자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걸쳐 고르게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만든 코발트 없는(Co-free) 고니켈 양극재는 높은 전압에서도 구조가 잘 무너지지 않았고, 300번을 충전하고 방전해도 처음 용량의 약 90%를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산소가 빠져나오면서 생기는 가스 발생량도 크게 줄어,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았다. 가격이 비싸고 자원 확보도 쉽지 않은 코발트를 빼고도 오래 버티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전기차 산업에 반가운 소식이다. 배터리 원가를 낮추면서도 수명과 안전성은 오히려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조창신 교수는 "새로운 원소를 무작정 추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양극재 내부의 원자 배열 자체를 정밀하게 제어해 소재의 안정성을 높였다"라며 "차세대 고에너지 밀도 전기차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새로운 설계 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산업통산부 AI 및 실시간 측정 기술 과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배터리특성화대학원 과제 지원으로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ensm.2026.105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