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POSTECH, 제올라이트 속에 숨은 ‘비밀’ 찾았다
정밀화학, 석유화학 등에 촉매제로 활용되는 나노다공성 물질 제올라이트. 그 내부에 골격원소들의 분포가 다르면 그 특성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제올라이트 내 골격원소들의 위치와 분포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이들 원소들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밝혀내 세계적 화학 학술지인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이 논문은 상위 5%의 중요도를 갖는 주요논문으로 평가받았다.
POSTECH은 이 대학 환경공학부·화학공학과 홍석봉 교수·신지호 박사·박사과정 안락호씨 연구팀이 실리콘(Si)과 알루미늄(Al)으로 구성된 NAT 구조*1의 제올라이트를 처음으로 합성, 제올라이트의 골격 속 원소들의 동역학적 움직임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촉매제로 중요하게 활용되는 제올라이트는 특히 물질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알루미늄의 양에 의해 결정되지만, 양이 같아도 분포가 다르면 제올라이트의 물리화학적 특성이 바뀌어 촉매제로서의 특성 역시 달라진다. 특히 제올라이트가 결정화된 직후에는 제올라이트의 골격원소들이 무질서하게 분포되어 있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원소들이 점점 규칙적으로 분포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연구팀은 최근 자연계에는 존재하지만 인위적인 합성은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실리콘과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NAT 구조의 제올라이트 합성에 성공, 이를 제올라이트의 또다른 골격 원소로 알려진 갈륨(Ga)을 포함한 화합물과 반응시켰다. 그 후 투과전자현미경과 고체 NMR 분석법을 통해 제올라이트 속 갈륨원자의 분포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결정화 초기에는 제올라이트 외부 표면에만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던 갈륨이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제올라이트 결정 안으로 이동하고, 결국 결정 속에서 균일하게 분포되는 현상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제올라이트 속 골격원소들이 제올라이트의 세공을 통해 점차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원소들 간의 자리 이동을 통해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곳에 규칙적으로 위치하게 된다는 결과를 명확하게 얻을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를 주도한 홍석봉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앞으로 제올라이트 속 골격원소들의 위치와 분포 특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한편 원하는 용도에 따라 제올라이트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기존 물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물성을 가지는 제올라이트를 개발하기 위한 선행연구로 매우 중요한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연구)와 POSCO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1. NAT 구조
내트로라이트는 1800년도 초에 천연제올라이트로서 그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되었으며, 이후 갈륨(Ga)과 게르마늄(Ge)을 이용한 합성 내트로라이트가 학계에 보고되었다. 1930년대 초반에X-선 회절법의 등장과 함께 폴링(Pauling)과 테일러(Taylor)에 의해 결정구조의 해석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이 물질은 독특한 물리화학적 특성과 매우 유연한 결정 구조로 인해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올라이트는 산소 원자 8개, 9개 고리로 구성된 작은 세공(Small pore) 제올라이트에 속하며, 대부분이 긴 바늘 모양의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침상형 물질이다.
그림 1. NAT 제올라이트 구조 (Si 또는 Al은 청색, 골격 내 O는 분홍색, 골격 외 물 분자의 O는 초록색, Na는 노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