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2 가을호 / POSTECH ESSAY

2022-10-17 594

포스텍 교수님 이야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하고 흥미로운 분야,
산업경영공학

 

진로 선택, 산업경영공학과
솔직히 말하면 나는 대학 입시 원서 제출 3일 전까지 산업경영공학과(내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산업공학과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라는 학과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뭔가 특이한 것을 해보고 싶어 공대의 경영학과라는 막연한 정보만을 가지고 입학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나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공대의 경영학과라고 하는데, 경영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작업 관리, 생산 관리, 통계, 수학(경영 과학), 인간 공학, 정보 시스템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도대체 공대의 경영학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내가 왜 여기 있을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 사실, 이 과목들은 산업경영공학을 구성하는 핵심 과목들인데, 그 당시에는 산업경영공학의 철학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과목들의 리스트를 보고 이런 판단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때는 산업경영공학과에서 탈출하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현재의 내 모습처럼 산업경영공학과로 돌아왔고,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단지 산업경영공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 학문의 진정한 매력을 알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을 소모했을 뿐이다. 예전에 비해 좀 나아졌지만, 지금도 중고등학교 때 산업경영공학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이는 다른 학과들과는 달리 중고등학교 교과목 중 산업경영공학을 이해할 수 있는 과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 초등학생 아이들이 아빠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아이들에게 쉬운 말로 산업경영공학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산업경영공학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미리 정보를 제공하여 새로운 학생들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산업경영공학은?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차별화된 첨단 기술 확보가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본격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자금 조달 계획, 제품 기획, 판매 전략 등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이런 준비가 끝나면, 자원(자금, 연구 인력, 외부 기술 구매 등)을 투자해서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제품 개발이 되었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얼마만큼 생산할 것인지, 공장은 어디에 지을지, 필요한 부품 및 원자재는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럼 생산만 하면 다 된 것인가? 아니다.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판매처마다 얼마만큼의 제품을 배정해야 할지, 판매 후 사후 서비스를 위해 부품을 어느 정도 보유할지 등 너무나 많은 의사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 이러한 의사 결정 과정을 연구하는 곳은 어디일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공학 분야는 제품 개발 및 연구에 집중하고 있고 이는 여러분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럼 제품 개발 이외의 나머지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연구는 어디서 하는 것인가? 바로 산업경영공학과이다. 산업경영공학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의사 결정 과정을 최적화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의사 결정은 위의 기업 예와 같이 다양한 단계(경영, 연구 개발, 생산, 판매 및 사후 관리)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산업경영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산업 전 과정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익혀야 한다. 따라서, 산업경영공학의 큰 틀을 이해한다면 학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과목들이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큰 틀에 대한 이해 없이 개별 과목들의 리스트만 보게 되면, 내가 겪었던 것과 같이 도대체 이 학과는 뭐 하는 학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은 최소한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기업 내의 다양한 의사 결정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는 하나 더 존재한다. 바로 경영학이다. 그래서 산업경영공학을 공대의 경영학과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영학과와의 가장 큰 차이는 공학적 접근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의사 결정 과정은 주어진 상황으로부터 문제를 정의하고, 이에 적합한 수리 모형을 세우고 최적해를 도출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산업경영공학 교육의 핵심은 추상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경영학적 소양, 다양한 수리 모형을 다루기 위한 수학적 지식, 이를 프로그래밍을 통해 효과적으로 풀기 위한 컴퓨터공학적 능력,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융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최근 통신 3사를 포함 굴지의 전자 회사 대표 이사에 산업경영공학자가 많이 임용되고 있는데,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산업공학자의 특성상 이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분석, 최적 운영하기 위한 확률 모형 및 대기 행렬 이론
내가 연구한 분야는 산업경영공학 분야 중 하나인 확률 모형 및 대기 행렬 이론이다. 확률 모형은 시스템이 가지는 불확실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한다. 확률 모형 중 대기 행렬 이론 또는 대기 이론이라는 분야가 있다.

실제 우리가 사는 시스템은 모두 대기(Atmosphere가 아니라 Waiting의 의미)열을 가지고 있다. 점심시간 학생회관에서 기다리고, 예금하기 위해 은행에서도 기다린다. KTX 타러 포항역에서도 기다리고, 해외여행 때도 공항 카운터에서 기다린다. 기다리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에 친구들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면 그 메시지 역시 서버에서 전송 순서를 기다린다. 대기 행렬 이론은 이러한 기다림을 다루는 학문이다. 고객의 도착 분포와 서비스 시간 분포를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고객 대기열의 길이, 대기 시간 분포를 수학적으로 유도한다. 최근 COVID-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대기열의 길이나 대기 시간과 같은 전통적인 성능 지표 이외에 전염병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객 간 중첩 시간과 같은 새로운 지표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고, 나 역시 이 분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경영공학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영위하는 데 있어 중요하고 흥미로운 분야이다. 트렌디한 학문은 아닐 수 있어도, 산업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최적화한다는 점에서 다른 공학과는 차별되고, 앞으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학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산업경영공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자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란다.

11월 18일, 에세이와는
다른 매력의 고영명 교수님을 만나보세요!

 

글 /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고영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