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2 겨울호 / 포라이프

2023-01-16 232

책임의 값

 

“ 안녕하십니까, 제36대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고태영입니다.”

학교의 선생님들과 교수님들, 학생분들께 작성하는 제 글의 첫 문장입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에 출마하지 않아 공석인 총학생회장단의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으로, 쉽게 말해 올 한 해 총학생회장의 역할을 대신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총학생회와 연관된 다양한 회의에 의장으로 참여하고, 학부생을 대표하여 학교에 의견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타 대학교의 학생회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포스텍이라는 곳이 학생들과 소통하는 데에 있어 벽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생활을 바탕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불편한 점을 찾고자 큰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만큼이나 저도 학생 단체들 간의 회의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이를 바탕으로 학교와 소통하는 제 역할의 중요성을 이때부터 몸소 느낀 것 같습니다.

# [사진] 학생 문화의 날 스태프 명찰

앞선 의무를 열심히 이행하는 과정과는 별개로 ‘단순히 제도적인 측면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무엇이 있을까?’란 고민도 함께 깊어만 갔습니다. 해답은 간단하게도 그동안 진행하지 못하였던 대면 행사와 교류 활동을 다시 활성화함으로써 과제와 공부에 지친 학생들을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학생 문화의 날입니다. 포스텍에서는 매년 ‘해맞이한마당’이라는 축제가 개최됩니다. 전국적으로 대학 축제가 다시 활성화되는 2022년이 우리의 축제를 재개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이 들어 ‘학생 문화의 날’이라는 이름의 대체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총학생회의 구성원들은 행사를 위해 밤낮을 지새웠고, 학교의 선생님들과 수많은 합동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여러 회사와의 컨택을 통한 물품 대여, 다양한 부스 구성을 위한 기획, 그리고 이들을 모두 집행하기 위한 예산안 작성 등 살면서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을 학업과 병행하려니, 바쁘다는 표현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일을 그르치지 않고자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하였고, 한 번 검토한 사항이라도 몇 번을 돌아보는 습관까지 들이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노력이 더해진 끝에 행사는 예상보다도 훨씬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제 역할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 [사진] 학생 문화의 날 부스 – 인생포컷

대학 생활이 재미있는 이유는 다른 학교의 사람들과도 활동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포스텍은 4개의 과학기술원(KAIST, GIST, DGIST, UNIST) 및 연세대학교를 포함한 여러 종합대학교와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 봉사활동의 경우, 포스텍에서만 진행했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에는 UNIST와 GIST 두 학교의 총학생회와 연합하여 지난 7월, 2박 3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 [사진]  UDP 연합 농촌봉사활동

그뿐만 아니라 11월에는 5개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 간의 체육대회인 스타디움도 3년 만에 재개되었습니다. 비대면 생활이 길어짐과 더불어 인원이 적은 포스텍의 학생으로서 다른 학교와의 합동 행사를 즐겨보지 못했다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었기에, 올해의 행사에는 더 열정을 가지고 준비한 것 같습니다.
교류 활동 준비의 경우 직접 만나 회의를 할 수 없기에 각 학교의 관계자분들과 모든 업무를 온라인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마다 스케줄이 달랐기에 다른 행사보다도 많은 준비 시간이 요구된다는 어려움도 있었으나 함께 참여하는 스태프 모두가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해주어 제가 놓치는 부분들도 보완이 되었습니다. 올 한 해 제가 준비했던 수많은 교류 활동은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도 기쁨을 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스스로의 발전도 이룩하며 더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 [사진]  263회 NAEK포럼

이러한 단체 활동을 거듭하면서, 총학생회의 소속이 아닌 전국의 다양한 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공학한림원 소속 차세대공학리더에 선정되어 지난 7월 263회 NAEK 포럼에 참여하였습니다. 학생회 경험이 많은 학생부터 다양한 대외활동을 병행 중인 학생까지, 개성을 지니면서도 이공계열의 꿈이 확고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올해 들어 소홀히 하였던 학문적인 견해를 다시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포스텍의 대표라는 이름으로 포항시와 경상북도 지역, 그리고 5개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총학생회장단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공유하는 장을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공대생이라는 좁은 입장에서 바라본 불편함이 아니라 대학생이기에 가지는 의문과 불편함에 대해서 시·도의원분들께 건의하는 새로운 경험도 쌓았습니다. 하루는 포항 시장님과 간담회에서 포항의 교통 문제에 관련하여 타지를 방문하는 학생들이 느끼는 금전적 부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이것이 내년도 청년 지원 사업에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에 큰 기쁨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 [사진] 포항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패널 참여

제가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느낀 감정은 설렘과 기대감보다는 두려움과 걱정에 가까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 속에서 포스텍에 첫발을 디딘 이후, 2년간 이렇다 할 활동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학생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대면 행사를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과 동시에 근 2년 안에 졸업을 앞둔 제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한 데 몰려왔습니다. 힘들었던 처음과는 달리 이제 저물어가는 2022년을 돌아보았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기대하는 대학 생활의 모든 것들을 내 손으로 만들어 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은 저에게 어느 수치의 값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자산으로 남아있습니다.

단체 활동을 통해 기쁨을 느낀다는 제 글의 처음과는 모순적이게도 과거의 제 모습은 궁극적으로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발전에만 목매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직책을 내려놓기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저는 올 한 해를 나보다는 타인이 느끼게 될 즐거움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스스로에게도 소홀해지지 않기 위해 매일을 노력 속에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라는 공간을 대표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게 손을 들고 도전해 보세요. 타인의 기쁨을 위해 노력한 과정에서 성장한 여러분의 길에는 자신을 믿는 수많은 사람과 그들이 남긴 행복이 남아있을 것입니다(2022년 겨울에 작성된 글입니다).

 

글 / 신소재공학과 20학번 고태영